나도, 이해할 수 없는 메커니즘으로 나오는 답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AI 시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러닝하는 이 녀석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무늬만 AI는 훨씬 쉽겠지만(쓸모는 덜하고).

1950년대 힐의 연구원인 데렉 벤달Derek Bendall은 이렇게 회상한다. "베크만 분광 분석기 …… 문자 그대로 손잡이가 여러 개 달린 검은 상자였다. 작동하는 방법은 무척 간단했지만 늘 정확한 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힐은 예외였다. 그의 뇌리에서 작동 원리를 수긍할 수 없는 장비는 함께 할 수 없는 쇳덩어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힐은 한 번도 전자식 저울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분동을 보면서 수평을 맞출 수 있는 저울을 좋아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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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를 옳아요로 착각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사람들이 즉시 나에게 동의하느냐 아니냐는 내가 하는 말이 옳은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다. 그건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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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평소에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공포를 유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달리 이 새로운 방식은 관점을 유도했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많은 이야기들은 소모와 휘발의 과정을 거쳐 내게 감정의 찌꺼기만 남긴다. 이제 이해하겠다. 왜 인터넷 공간이 이리도 감정의 격한 흐름들이 넘실거리고 있는지를. 그리고 정제되고 정리된 관점을 도통 만나기 어려운지도.

프로빈스타운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한 남자가 총기를 들고 메릴랜드에 있는한 신문사에 찾아가 기자 다섯 명을 살해했다. 기자로서 그건 분명 내게 중요한 사안이었고, 평소였다면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친구들에게 문자를 받았을 것이며, 소셜미디어에서 몇 시간동안 사건을 따라가며 뒤범벅된 설명을 모아 서서히 그림을 완성해 나갔을 것이다. 프로빈스타운에서는 학살이 일어난 다음 날 죽은 나무를 통해, 알아야 할 모든 명확하고 비극적인 정보를 10분 만에 파악할 수 있었다. 갑자기, 물리적인 신문(범인이 목표물로 삼은 바로 그것)이 비범한 현대적 발명품이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발명품처럼 보였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공포를 유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달리 이 새로운 방식은 관점을 유도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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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에세이에 대해서 좀 나이브하게 여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나이브한 에세이만 창궐해대는 시대와 공간을 살아가는 덕인지도.

이런 글(에세이라 불리우는, 노력하고, 시도하고, 시험하는 글)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주장 또는 서사라는 물길들과 글자라는 섬들이 한데 모여 한 편의 작품 혹은 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다도해가 된다. 페이지가 작은 만이라면, 글자는 그 위에 간격을 두고 떠 있는 부표다. 그리고 그 사이로 온갖 것들이, 설교가, 대화가, 목록과 설문이, 낱장의 인쇄물이, 한 편의 에세이로 여겨질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흐르거나 가라앉는다. 수면 아래에는 그렇게 침전된 모래톱이 쌓여 있다. 에세이에서 특별한 억양이 들려온다면, 그 억양이 만들어지는 곳은 그 해저일 것이다. (중략)

나는 어떤 에세이, 어떤 에세이스트를 꿈꾸는가. 현실 속 저자든 상상 속 저자든, 이 장르(물론 에세이를 장르라고 부르는 건 전혀 맞지 않지만)에서 이미 실현된 본보기이든 실현 불가능한 본보기이든, 내가 그 저자와 그 본보기에게 바라는 것은 정확함과 애매함의 결합이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정의이기도 하다.) 또 내가 바라는 것은 가르치고, 유혹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형식, 이 세 가지 일을 균등하게 수행하는 형식이다. (마이클 햄버거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에세이는 형식이 아니며, 그 어떤 형식도갖지 않는다. 에세이는 에세이의 규칙을 창조하는 게임이다.") 사실 이는 에세이만이 아니라 예술이나 문학 전반에 요구되는 조건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하나의 범주가 모두를 대표하고 있으며, 내가 모든 예술 형식에 바라는 것을 이 범주가 정의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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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에서 비롯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 디지털 기반의 세계가 낳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다보니, ‘엇! 이 길이 아닌가벼!’라는 한탄과 탄식이 더 많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기사에서 이수진의 도서관을 소개하면서 가만히 돌아보면 혁신인 사례로 들었다. 말하자면 이미 존재하지만 새로운 맥락에서 보아야 의미가 생기는 아이디어와 도구를 통해 세계가 더 느리고 더 따뜻하고 더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현상 말이다. (중략)

"아날로그란 어떤 문제를 느리거나 단순하거나 오래된 방식으로 풀어야 잘 풀린다는 것을 알아채는 겁니다." 바드칼리지의 연극과 교수 샌드러 골드마크Sandra Goldmark의 말이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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