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실험 - 복잡한 세상을 쪼개어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시도
조엘 레비 지음, 전현우 옮김 / 이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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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고실험들이 있지만, 유명한 것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사고실험 말고도, 철학이나 심리학 등의 학문에서 이론 전개를 위해 실시하였던 사고실험들을 잔뜩 모아 두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사고실험 만큼 생각하는 힘을 드러내는 것이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위한 사고실험을 가만 보고 있노라면, 이만큼 명징하게 물리의 이치를 드러내는 것이 없다 싶습니다. 빛 만큼 빠른 우주선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해서 시간의 상대성을 영영 발견할 수 없었다면, 우리는 그만큼의 세계를 살아갈 수 밖에 없겠죠.

따라서 이 책은, 여러 사고실험을 압축하여 소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인류의 역사에 있었던 주요한 ‘사유‘를 간단하게나마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쉽다면, 많은 이야기를 소개하다보니 너무 많이 줄여두어 따라가기 벅찰 때가 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때는 독서의 범위를 넓혀가면 그만이니 이 또한 다만 아쉬움이라고 하긴 어려울 듯 합니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독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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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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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금 묘한 책입니다. 처음에는 집중력에서 시작합니다. 저자 스스로, 자신의 집중력을 갉아먹는 많은 것들로부터 도피(!)하면서 책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스마트폰과 SNS, 이메일과 메시지로부터 강화되는 우리의 집중력 저하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으나 우리가 이러한 것의 중요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다가, 이러한 문제로 인한 집중력이 다양한 디지털 기반 기업들의 전략 때문이라는 음모론(!)에 잠시 한 발 담구었다가, 문제의 해결은 개인에게서 찾기보다는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끝맺습니다.

이 괴랄한 흐름이, 올해의 독서가 될 뻔한 이 책을 용두사미로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집중력 저하의 원인이 되는 멀티태스킹, 몰입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다양한 테크놀로지들, 수면 질의 저하 및 끊임없는 딴 생각에 단문 중심의 읽기 경험들은,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음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랬다면 작가는, 왜 우리에게 집중력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책은 다른 방향을 선택합니다.

집중력은 왜 필요할까요.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하기 위해서입니다. 왜 이루고 성취해야할까요? 사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이 성취의 이유에 대한 고찰입니다. 왜 성취하여야 하는가를 발견하지 못한 채,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지 모릅니다.

따라서, 이 책은 동기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작은 팁을 안겨줍니다. 예컨대, 집중력 저하의 문제는 개인의 노오오오오오오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와 시스템의 문제 같은.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보다는, 사회의 인식 변화와 시스템의 변화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려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명확한 동기를 가진 사람들은, 굳이 집중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하면, 같은 이야기보다 필요한 것은,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가치론적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알맹이가 빠져버린, 그런 아쉬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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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 재택근무의 한계부터 교실의 재발견까지 디지털이 만들지 못하는 미래를 이야기하다
데이비드 색스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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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으로 이미 한 번 만났던 저자를, 새로운 책으로 다시 만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전작에서처럼, 새로운 책에서도 저자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가 인간과 인간 사회에 주는 영향에 천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던 시기는 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아날로그 일상을 박탈당하던 때입니다.

생각해보면,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는 정말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 때 가장 먼저 대책을 마련해야 했던 곳은 학교입니다. 교육은 멈출 수 없었고, 학교는 디지털로 배우는 방법을 힘겹게 테스트했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콘텐츠로, 다음에는 실시간 원격으로, 좌충우돌하며 배우던 때가 기억납니다.

그러면서 재택 디지털로, 비대면으로, 많은 일들이 전환되었고, 처음에는 ‘어? 이렇게도 되네?‘라는 반응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디지털이 일상의 양상을 전환하게 되겠지만 그 변화는 천천히 이루어질 것이라 예측하던 것이, 코로나19의 기승과 함께 강제되었고 이는 효과적인 디지털 일상으로의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그 영향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지금, 과연 그렇게 찾아온 디지털 전환이 우리에게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이어지고 있고, 이 책도 그런 방향성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코로나19와 함께 자신이 구축하였던 아날로그 일상이 어떻게 디지털로 전환하였는지를 보여주면서, 디지털 일상이 아날로그를 대체할 수 없음을 자신의 사례와 함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디지털이 일상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는 아날로그 기반의 삶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저자는 전문가와의 모든 인터뷰를 실시간 원격 도구를 활용해서 하였음을 밝히고 있지만, 저자의 책모임은, 저자의 자녀들의 배움은, 저자가 향유하던 일상은 도무지 디지털로 할 수 없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저의 입장에서도, 결국 교실의 배움은 면대면을 통해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면 너머로 만나는 대상을 반쪽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의 배움을 효과적으로 이루어 갈 수 있겠습니까. 코로나19가 바꾼 디지털 환경은, 그저 음성으로 하던 것을 영상으로, 화면으로 보여주며 알려주던 것을 학생 디바이스에서 바로 열어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 정도가 효과적일 뿐, 여전히 우리의 일상은 아날로그가 의미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전작이 더 좋았습니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아날로그 문화를 보여주며 그것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드러내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 책은, 조금 예측 가능하였다, 내용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학교, 직장, 가정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난 코로나19 이후의 디지털화를 비판적으로 예시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상황이나 도구 등이 중첩되는 경향이 있어서 책의 말미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저자가 가진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며, 그러나 이미 일상에 다양하게 그 범위를 넓혀 온 디지털 방식을 어떻게 아날로그와 접목해 갈지, 혹은 아날로그가 주도하고 디지털이 보완하는 방식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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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우리의 표현형을 담고 있지만, 이의 스위치를 켜는 것은 DNA가 놓인 맥락이다. 결국, 맥락이 유전자의 스위치를 켤 때 비로소, 아, 이런 표현형을 드러내는구나, 를 알 수 있다는 말로 여겨진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표현형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하나의 표현형을 하나의 유전자가 결정짓지 않기 때문에, 머리가 좋은지 안 좋은지는 발달의 맥락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아마도, 환경이라는 맥락에 정답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각각의 아이들에게 다양한 맥락이 필요한 까닭이 아닌가 생각하며 독서를 이어가보자.

(사람들의 발달을 도울 수 있는) 그런 발견을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로 발달이 경험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둘째로 경험이 발달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후성유전학이 중요한 이유 하나는, 발달이 상호적이며 경험에서 영향받을 수 있다는 점에 계속 초점을 맞추게 해주기 때문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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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과 아이들에 대한 원인이 다를 수 없어 보인다. 어른도 초방받던지, 아이들에게 다른 방식의 접근을 통한 문제 개선을 꾀하든지.

과연 어린이 ADHD 증상에 대한 접근은 어떠해야 하는가.



어쨌든, ADHD가 강력한 유전인자의 영향에 종속된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 유전인자를 발현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이들을 얽어매는 강제와 강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자유롭던 시절에는 이러한 문제가 크지
않았고, 자연스러운 성장과 발달의 노정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은?



학생들의 집중력 저하 문제에 대해 많은 교사들이 진술하고 있다. 요즘은 애들의 집중력이 옛날 같지 않아… ADHD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이 많아졌음에 대한 이야기들도 종종 나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처는 천편일률적이다. 조용히 시키고, 규칙을 적용하고, 약 처방 받게 하고… 말 그대로 대처만 있는 셈이다.

필요한 것은 원인의 고구이다. 떠내려오는 시체를 치우면서, 요즘은 시체가 너무 많이 떠 내려오네, 라고 말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에 무슨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성인의 집중력 문제에 관해 사람들은 보통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침략적인 기술의 증가,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을 선뜻 인정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똑같은 문제를 겪을 때, 지난 20년간 우리는 지나치게 단순한 이야기에 이끌렸다. 바로 아이들의 집중력 문제가 주로 생물학적 장애의 결과라는 것이다. - P336

(전략) 수많은 의사가 주의력 문제를 겪는 자녀들의 부모에게 하는 말, 즉 집중력 장애는 생물학적 원인에서 비롯되므로 약물을 이용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리라 (중략) "야생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말은 지금껏 본 사람이 없습니다. 이건 말들을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가두는 ‘가축화‘의 문제예요. 말들이 마구간에 갇히지 않았더라면 초기에 그런 심리적 압박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고, 끙끙이를 하게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 P343

그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오래된 비유가 있습니다…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강가에 있다가 시체 한 구가 떠내려 오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을 하죠. 사람들은 시체를 건져서 장례를 치러줍니다. 다음 날은 시체 두 구가 떠내려 옵니다. 사람들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두 시체를 땅에 묻습니다. 한동안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마침내 사람들은 이렇게 묻기 시작합니다. 이 시체들은 어디에서 떠내려오는 걸까? 이 상황을 멈추기 위해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 할까? 그래서 사람들은 그 답을 알아내려고 강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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