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면 용감한 것에는 다 근거가 있다. 용감할 수 밖에 없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어낼 때 중요한 것은 정보의 일관성이지, 정보의 완성도가 아니다. 실제로 아는 게 적을수록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일관되게 구성하기가 쉬웠던 경험이 많을 것이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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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문제 하나를 보자.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직관에 귀기울여보라.

야구 방망이와 공 세트가 1달러 10센트다.
방망이는 공보다 1달러 비싸다.
공은 얼마겠는가?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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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 서울편 3 - 사대문 안동네 : 내 고향 서울 이야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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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책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생 시절 내내 역사학도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역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던 내게,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바라보아야 할 곳이 텍스트 뿐만이 아님을 알려주었을 뿐 아니라, 그저 흘려 지나쳐버릴 수 있는 유물과 유적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알게 해 준 책이기도 하다.

그 답사기 열 한 번째 권이 나온지 모르고 있다가, 얼마 전 서점을 갔을 때 매대에 놓인 것을 보고 구매해서 바로 읽어 보았다.

답사기 11권은 서울편이다. 이전의 서울편이 고궁과 도성 안팎의 유적지 중심 - 서울편은 아니지만, 백제편에서 다녀보았던 서울 송파 백제고분군도 유적지 중심이다 - 이었다면, 11권은 서울 중에서도 서촌과 북촌, 인사동 등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서촌·북촌·인사동을 1년에도 서너대여섯 차례씩 찾는 터라 이번 독서는 너무나도 즐거웠다. 서촌이든 북촌이든, 인사동도 그렇고 책을 읽으면서 ‘아! 여기!‘ 혹은 ‘아... 여기?‘ 라고 생각할 지점이 너무 많았다. 덕택에 이 답사기를 손에 들고 답사길을 따라 다시 한 번 다녀볼 생각을 품게 되었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의 앞뒤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다양한 인물들과 함께 반추해내는 기록도 참 좋았다. 사실, 서촌과 북촌, 인사동이 지닌 매력은 시공간의 연속성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많은 유물·유적지는 공간 또는 시간의 연속성 이상을 담기 쉽지 않다. 예컨대 폐사지 답사의 경우, 한 공간에서 시간에 따라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여 왔을지 가늠하여 생각하는 것은 참 의미있다. 그러나 폐사지를 떠나면 공간이 주던 변화도 단절된다. 결국 유적지 답사는 점점이 떨어진 공간을 점프하며 쫓아다녀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잠시 둘러보고 길게 이동하고. 주객이 전도된 느낌.

박물관은 어떠한가. 보통 시대사에 따라 유물들이 전시되므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시대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각 유물들은 그저 분절된 시간의 한 점 만을 가리킬 뿐이다.

그러나 서촌·북촌, 인사동은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아 올려진 중층의 시간이 일련의 연속된 공간 안에서 서로 연계하며 의미를 더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풍성하게 하는 것은, 바로 한 시대에 여러 공간을 주유하며 살아온 인물들이, 중층적 시간의 의미를 획득할 수 있도록 오래오래 그 공간을 향유해가는 삶의 모습이다. 결국, 이번 답사기가 주는 의미는, 시간과 공간이 인물을 매개로 쌓아올리는 중층으로 직조된 삶의 총체, 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서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 추억을 담뿍 담은 서촌 이야기를 써 내었다. 개인적으로, 서촌을 좋아하여 시간이 날 때 여기저기 주유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이 부분이 가장 즐겁게 읽어낸 독서가 되었다.

또한 그 동안 많은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다양한 장소 - 벽수산장 흔적지 등 - 에 대해 다시 한 번 리마인드 해 볼 수 있는 독서가 되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이야깃 솜씨가 주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그저 가만히 책을 들고 읽다보면, 나 또한 그 장소, 그 자리를 누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음 권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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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근대건축 - 어두운 역사를 위한 유용한 지도
박고은 지음 / 에이치비프레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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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충정로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로 일컬어지는 충정아파트를 바깥에서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그 날은 좀 걷는 날이었는데, 복개천 위에 놓여진 서대문아파트를 둘러본 후 충정아파트까지 걸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건물 내부로는 들어가보지 못했었습니다. 입구 앞에 붙어 있는, ‘거주자 외 출입금지‘ 푯말 때문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살짝, 중정이 놓인 곳까지는 다녀왔는데, 고풍스럽게 나이들었다기 보다는 쇠락하여 남루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충정아파트가 헐린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아파트로 지어진 건물이라 보존 가치가 있다고 나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를 달리 생각하는 분들이 더 많은가봅니다. 이 책의 저자에게, 이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이 책은, 논쟁적인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그 한복판에는, 이미 헐린 조선총독부 건물이 있습니다. 저는, 조선총독부 건물이 중앙청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이던 시절, 여러 차례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 내부를 들어갔을 때 널찍한 홀과 고풍스러운 계단, 홀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 선 난간과 전시실을 보며, 그 규모와 모양새에 놀랐던 기억이 선연합니다.

저자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일제 강점기 하 치욕스런 역사의 상징물이라고 하여 이를 허물어 버린 것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건축물의 변화 과정을 이어볼 수 있는 근대 건축물을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적산‘이라 부르거나 허물어 버리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조심스레, 하지만 내내 밝히고 있기도 합니다. 조선 시대 궁궐은 복원하면서 일제 강점기의 건물은 허물어뜨린다면, 우리나라 건축물의 변천은 한옥 다음 빌딩이 될 수 밖에 없음을 아쉬워하며.

저도 저자와 같은 생각입니다. 단, 조선 총독부 건물만 빼고. 효율성의 논리로 역사적 가치를 매몰시켜버리는 것에는 큰 아쉬움이 있습니다.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건축물은 복원하여 보존하는 방향으로 문화재 정책이 정비되면 좋을 듯 하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역사적 상징성에 대해 조금 좁고 엄밀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특히 육백년 수도였던 서울에 중요성을 지닌 건축물이 많기 때문에, 보존보다는 개발과 이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지방을 돌아다니다보면 굳이 허물 필요 없어 남겨진 많은 건축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목포 같은 곳은, 시내 중심지가 옮겨간 덕에 구 시가지는 적산 가옥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구룡포 같은 곳은 일식 가옥을 복원하여 근대 거리로 꾸며두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서울의 문제입니다. 남겨두려면 한도 끝도 없이 남겨둬야 하기 때문에 옥석을 더 엄밀하게 가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아무리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꼭 두어야 할 것은 어떻게든 남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조선 총독부 건물은 허물어야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상징물로, 비록 우리나라 현대사를 관통하는 - 제헌의회, 정부수립, 9·28 수복 등 - 상징물이기도 하지만, 조선 총독부는 보존 가치 이상의 상징물이기 때문에 경복궁 앞에서 치워야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일본 관광객들이 경복궁 관광을 왔다가 국립중앙박물관을 들르면서 ‘이 곳이 예전 한국을 식민 통치하던 중심지‘라는 안내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더더욱 이 건물은, 이전도 아닌 철거가 맞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책에는 일제 강점기 하에 지어진 건물 사진을 굉장히 많이 수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철거된 건물 사진들 뿐만 아니라 주요한 건축물에 대해서는 당시와 현재 위치 정보까지 설명하고 있어 굉장히 의미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주요한 건축물의 역사와 정보 또한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이런저런 책에서 필요에 따라 단편적으로 소개하는 여러 근대 건축물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있다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제 강점기 하의 건축물에 쏟은 지면보다 상대적으로 해방 이후 및 개발독재 시대의 건축물에 대한 안내는 빈약한 편입니다. 일제 강점기 하의 건축물이 해방 이후에도 이어진 덕에 이에 대한 소개를 앞 부분에서 해 버린 때문도 있겠고, 해방 이후 및 개발독재 당시에 쏟아낸 건축물에는 상대적으로 가치를 덜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중앙정보부 석관동 청사 건물 같은 것은 책의 흐름과는 조금 비껴 서 있는 소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꼭 소개하고 싶었던 - 최종길 교수 의문사 -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에 지면을 할애했을 수도 있어 이 부분은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그렇다면 전체적인 볼륨을 두텁게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럼에도, 요 근래 읽은 책 중에 제일 몰입해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서울 촌놈(!)으로서, 서울 구경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 서울에 포커스가 맞추어진 건축물 이야기라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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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융합형 재구성에서, 주변 교과가 중심 교과의 도구 역할에 머무는 경우를 경계하는 내용. 마땅하다.

예를 들어, 재생 가능 에너지와 재생 불가능 에너지에 관한 5학년 간학문적 단원에서 중심 교과는 과학이다. 이 단원에 통합된 다른 교과에는 사회, 미술, 수학 및 영어가 포함될 수 있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학생들이 과학적 이해를 계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영어 수업은 비판적으로 읽기 또는 설득하기 위해 쓰기에 대한 개념적 이해를 계발하지 않고 에너지 사용에 대해 읽는 데 소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교과의 높은 수준의 내용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교과 간 탐구의 이점을 균형 있게 맞추기 위해 병렬 단원을 개발한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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