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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오름 걷기여행 - 힐링여행으로의 초대
문신기.문신희 지음 / 디스커버리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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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오름을 가볍게 안내하고 있다. 대강의 위치와 특징, 오르는 시간과 유의할 부분. 그리고 지은이의 추억들. 참고로, 어승생악의 소개 부분에서,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 30분이면 족하다.‘ 고 되어 있는데, 30분은 맞지만, 힘들어 죽을 뻔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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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 서울의 일상, 그리고 역사를 걷다
권기봉 지음 / 알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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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 장소에 대한 백과사전


서울은 제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이 곳을 수도로 삼은지 70년이 다 되어가기도 하며, 일제 강점기에도 식민지의 중심 도시로 36년 동안 역할해 온 곳이며, 조선왕조의 도읍으로 5백년을 훌쩍 넘긴 도시이기도 합니다. 더 멀게는 한성백제의 도읍지이기도 했으며, 고려 시대의 3경 중 한 곳으로 한반도의 중추적인 장소로 기능해오기도 했지만, 조선왕조 이전의 시대는 모두 수도 한양의 주춧돌 아래로, 혹은 한양을 둘러싼 환경의 뒷편으로 사라져 이제는 그 자취를 볼 길 없으니 논의의 실익은 크지 않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서울이 다른 많은 이들의 눈길을 조금 덜 끌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지역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자신의 삶의 발자취를 남겨왔으며, 어느 도시보다도 더 많은 골목길을 가지고 있어 쑤시고 다니면 다닐수록 더 오래된 발자국의 흔적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동네보다도 더 많은 삶의 상징들을 가지고 지켜오고 있는 곳인데,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조선왕조의 도읍이었기 때문에 더 화려한 많은 것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것들은 소홀히 여김받고,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며, 그렇게 많은 이들이 찾지 않는 그런 도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그런 장소들에 대한 간단한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랜 역사 위에 중첩된 오랜 흔적들


그래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곳은 단지 유명한 곳만이 아닙니다. 사람이 살던 도시에, 사람의 흔적이 남은, 의미있는 공간에 대한 소고가 담긴 책입니다. 저자는 서울 토박이가 아니기 때문에 유의미한, 그러나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새로운 의미를 포착해내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공간이 가진 의미를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 짧지만 강력하게 독자에게 전달하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잠실이라는 지역에서 거의 30년을 살아오고, 초/중/고등학교를 다 다녔던 저 같은 이들에게, 몽촌토성이나 풍납토성이 주는 의미는 동네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책이 소개하는 서울의 면면이 그런 의미로 다가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공간이, 지난 한 세기 동안에 세 가지 서로 다른 색깔로 강렬하게 변화해 온, 중세의 한양의 모습과, 식민 경성의 모습, 그리고 지금의 수도 서울의 모습을 차례로 거쳐 온, 그러면서도 그 세 가지 서로 다른 색깔이 중첩되어 비추고 있는 그런 모습을 독자는 맛보고 엿볼 수 있습니다. 서울은 그런 도시입니다. 하나이면서 세 가지 색깔을 다 가지고 있는. 그래서 더 강력한 하나인. 


그러한 서울의 이미지는, 실은 우리는 중첩의 이미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분절된 이미지로 바라보는 편이기도 합니다. 고궁을 통해서는 수도 한양의 장중한 이미지를, 세운상가나 낙원상가 같은 건물을 통해서는 개발독재 시대의 분주한 질주를 각각 따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나뉜 이미지의 서울이 아니라, 예컨대, 한양도성 성곽 위에 자리잡은 주택과 학교 등을 비추이면서, 역사 이전에 이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역할을 합니다. 짧지만 그리 짧지만은 않게.



어디까지 지켜야 할 것인가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옛 흔적을 지키려는 저자의 철학에 대한 부분입니다.


저자는 조선총독부에 대하여, 과연 철거가 답이었겠느냐는 물음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조선총독부였지만, 중앙청이기도 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이기도 했던 그 장소의 역사성을 고려할 때, 건물을 이전하여 보존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겠는가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저자는 일관되게, 장소의 보존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아닙니다. 예컨대 경운궁(덕수궁)의 대안문(대한문)도 태평로 확장공사와 함께 그 자리를 떠나 뒤편으로 물러 앉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 또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조선총독부 건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겨보기 위해 그 건물을 지킬 것까지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역사적 의미는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자리잡고 있던 장소, 그 장소로부터의 기억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복궁 근정문 앞, 광화문 뒤, 거대하게 자리잡고 백악산의 웅장함을 모두 잡아먹고 앉아있던 조선총독부 건물이, 그 장소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는 순간, 그 역사적 의미는 상실될 것입니다.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을 뿐이겠지요. 그렇다면 굳이 그 자리를 떠나 다른 곳에 자리잡은 조선총독부 건물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 그냥 두는 것은 더더욱 의미없을 뿐. 경성부청사(구 서울시청)나 서울역 건물을 보존하는 것과는 궤가 다릅니다. 치워야 할 건물이라면 확실하게 치워버리고, 굳이 치워야 할 건물이 아니라면 두고두고 기억되도록 보존하는 것이 낫겠지요. 그래서 조선총독부 건물과 경성부청사, 서울역 등의 건물은 따로 여길 바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금새 잘 읽힙니다. 아마 이런 류의 책을 꽤나 많이 읽기도 해서겠지만, 각 장소 당 4~6쪽의 내용과 사진으로 밀도있게 기록한 저자의 역량도 무시못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에 두고는, 무료할 때 착, 펼쳐서, 펼쳐나온 그 쪽의 장소를 가 보는 것으로 반나절을 보내는, 서울의 룰렛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사는 사람에게는 말이죠.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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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기행 - 어느 인문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올레, 돌챙이, 바람의 풍경들
주강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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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는 쓰지 않았으나, 제주도 자체가 거대한 테마파크의 섬이 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만들어진 역사'라는 홉스봄의 표현처럼, '만들어진 섬'이 된 것입니다. 수많은 상징과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가공되어 진실한 역사인 양 우리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4쪽) 


국내의 이곳 저곳을 다닐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가족들과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탓도 있겠고, 어릴 적부터 궁금하던 곳을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은 욕망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인상적이었던 곳은 부산, 그리고 군산이었습니다. 부산이라는 도시는 시간이 흘러갔던 흔적을 마치 슬라이드처럼 한 몸에 담고 있는 도시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군산은 옛날이 현재와 어울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부산은 옛날 위에 지금을 조금씩 덧쌓아 올린 곳이라는 생각을 했고, 군산은 옛날이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실망했던 도시는 전주였습니다. 옛날을 덮어쓴 현대, 그러나 그 욕망은 옛것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 [제주기행]을 쓴 저자가, '제주'를 포착한 것 이상으로, 전주라는 도시는 '만들어진 옛것'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주를 조금 더 알고, 포장된 전주가 아닌, 숨겨진 전주를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한 기행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결국에는 도시의 외피가 아닌, 속내를 관통할 수 있는 안내서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명소와 맛집을 알려주는 여행기는 많지만, 그 뒤에 숨겨진 그 땅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책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주기행]은 제주도라는 섬을 인문학적으로 포착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는 흔히 변경에 남아 있다. 중앙에서 성립한 문화가 변경으로 번져나가게 되지만, 그 중앙은 변화가 빠른 까닭에 잃어버리기도 잘 하는 법. 변경은 변화가 느리기 때문에...... (하략) (356쪽) 


제주도를 포착하면서 저자가 취한 하나의 표상은 '변경'이라는 이미지입니다. 폐주 - 광해군 - 가 귀양오던 곳,  쿠빌라이 칸의 거대한 목장 구실을 하던 곳. 제주도는 그 너머가 망망대해라는 이유만으로 세상과 절연한 곳으로 인식되었고, 세상을 넘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 출륙금지령 - 변경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바람이 가장 먼저 맞닿는 곳이 되었고,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세상의 끝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제주도는, 그래서 여러 부분에서 아직도 오롯이 옛 모습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는 모두 잊혀진 것, 아직도 제주도는 제주 방언을 가지고 있고, 곶과 자왈이 만나 이룬 숲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다에 몸 담그는 잠수 - 잠녀, 혹은 해녀라고 하는 - 가 아직도 자신의 일을 하고 있으며, 어마어마한 신들이 자신의 위용을 뽐내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상처도 많습니다. 아직 채 70년도 지나지 않은 제주 4.3 항쟁의 아픔은, 공식적으로 1만 4032명의 희생자를 낸 채 아직도 제주도 안에서 삭혀지고 있습니다. 1901년의 이재수의 난은 옛날 그 영화대로 - 1999년. 박광수 감독. 이정재, 심은하 주연의. 부산의 한 영화관에서 본 기억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납니다 - 새것을 강요당하는 사람들의 희생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일본에서 동남아시아를 지나는 해상루트의 전초 기지로써 변경으로써가 아닌 시작점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습니다. 



하나는 중앙 관력에서 바라보는 변경에 위치한 페리퍼리(periphery)로서의 제주도, 다른 하나는 일본 등 외국과의 최선단 접촉점에 서 있는 프론티어로서의 제주도이다. 페리퍼리와 프론티어라는 상반된 제주도의 역사적 위상은 중앙의 일방적 지배 구조, 이에 대처하는 제주도민의 주체적 삶의 방식이 빚어낸 역사적 유산으로, 오늘날에도 그 유산은 갈등을 안은 채 지속되고 있다. (허남린, 책에서 재인용, 416쪽) 


고려 중기 이전에는 '탐라국'으로써 독립적인 위치를 영위하였던 시절부터, 무수한 신화로 남아있는 제주도의 주체적 위상까지. 이 책에서는 제주 땅이 지닌 독자적이며 독립적인 삶과 문화에 대하여 계속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주도는 단지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가지고 있는 섬일까요? 볼거리, 즐길거리, 누릴거리 많은 휴양섬일까요? 제주도에도 그 옛날부터 사람이 살았고, 그 사람들이 삶을 살아내면서 문화를 남겼고, 흔적을 남겼고, 신화를 품었으며, 현재에 이르렀음을 알지 못한 채, 그 섬에 다다른다면, 우리는 그 섬의 지나온 세월과의 교감없이, 잘 꾸며진 테마파크에서 꾸며진 감격과 감동을 가득 안은 채, 그 뒤에 숨겨진 세월의 감격과 감동은 절대 알수도, 느낄 겨를도 없이, 아마 잘 꾸며진 일상에서 잘 꾸며진 삶을 다시 살아가는 것에 그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문학적인 시선으로 땅을 조망하고, 땅을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을 탐색하는 책으로써, 이 책 [제주기행]은 만만치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의미있는 책이라 생각하고, 내년 초 쯤 제주도를 가려고 계획하고 있는 제게는 제주도라는 장소에 대한 프롤로그 격의 역할을 충분히 한 책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처음 세 장에는 '바람, 돌, 여자'라는 삼다도로써의 제주도를 조망하고 있고, 4장과 5장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귤과 해녀 - 잠수 혹은 잠녀 - 를 제주도의 역사 속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6장에서 8장은 곶자왈, 테우리, 화산을 통해 제주도가 가진 자연환경의 특징 - 화산섬 - 과 함께 변경으로써의 위치로 인해 누리게 된 말목장의 역사 및 고스란히 보존된 원시림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9장에는 궨당 - 괸당 - 문화, 10장에는 먹거리 문화를 통한 제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11장부터 15장까지는 제주도의 역사를 신화부터 현재까지 분절하여 짚어내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맛집과 명소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이 책을 한 번 쯤 읽으면, 다른 분들이 좋다고 하는 곳에도, 다른 분들은 미처 관심갖지 않는 장소에도 모두 다 관심이 갈만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른 제주도에 대한 책을 더 읽어내고, 내년 초의 제주도 행을 준비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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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방향 -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 최고古의 동네
설재우 지음 / 이덴슬리벨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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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것은, 구립도서관에서 이책 저책 뒤적거리다가 문득 제목이 눈에 밟힌 까닭입니다. 제가 서촌에 관심이 생긴 것은, 북촌/삼청동 때문이라고 해야할 듯 싶습니다. 경복궁 동편에 자리잡은 북촌과 삼청동. 언젠가 지인의 안내로 삼청동 정독도서관 앞을 다녀온 이후로, 북촌과 삼청동 쪽은 자주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경복궁 저쪽 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고, 무언가 저쪽 공간에도 볼만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데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에, [오래된 서울]이라는 책을 만났었습니다. 서울의 긴 역사를 담담하게 적은, 꽤나 볼만했던 그 책에, 서촌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덕택에 서촌에 대한 지식을 가지게 된 후, 이번에는 [서촌방향]이라는 책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오래된 서울]과 [서촌방향]을 비교해보자면, [오래된 서울]이 지적이라면 [서촌방향]은 감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서울]은 서울의, 서촌의 600년 중에서 중요한 순간을 그 인물과 사건을 통해 전달해 줍니다. 그런데 비해 [서촌방향]은 서촌의 토박이로 30여년을 살아온 저자의 삶에 묻어있는 서촌을 보여줍니다. [오래된 서울]이 머리로 읽는 책이라면 [서촌방향]은 마음으로 읽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서촌방향]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첫 번째 장이었습니다. 첫 번째 장에는, 저자가 어린 시절 찍었던 서촌 배경의 사진을 현재의 모습과 비교하는 이벤트가 나옵니다. 배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사진 속 찍힌 디테일과 현재의 디테일의 차이가 드러나는 모습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오버랩되도록 하는 작업을 책의 첫 장에 소개하였습니다. 

가끔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지금과는 영판 다른 모습의 옛날 사진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여기가 이런 모습이었나?' 싶은 사진들을 보면서 오묘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찌보면 지금 나의 시절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확인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서촌방향]에서는 저자의 이런 작업들이 책의 첫 장에 굉장히 인상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가 도서관에서 책의 첫 장을 눈으로 훑고는, '이 책은 빌려야하는 것이 아니라 사야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고는 결국 사게된 것은 이러한 까닭 때문이 그 뒤에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커피집에 앉아 책에 꼬박 집중한 한 시간 반 후 독서를 마치는 시점에서는, 살짝, '내가 이 책을 사야했었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독서자의 취향 탓이겠지만, 제게는 [오래된 서울] 같은 책이 더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촌방향]은 삶과 일에 대한, 먹을 것과 누릴 것에 대한, 시와 곳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멋진 사진들과 함께 짜임새있게 배치되어 있지만, 이것들이 독자의 공감대를 폭넓게 불러오기에는 저자의 주관적인 감정이 진하게 배어있는 편입니다. 

저는 저자의 서촌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걸음 정도 물러나서 이야기하였으면 좋았을 것을,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에 너무 가깝게 다가서 있습니다. 덕택에 몇몇 이야기에 대해서는 독자가 다가서기 어려울만큼, 독자와 이야깃거리 사이에 저자가 끼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방향을 가진 책이 가지는 어려움이겠지요. 저자의 뜨거움이 너무 심한 나머지 저자가 소개해주는 대상이 열기에 일그러져보이는. 

대신에, 한 편으로는, 책에 쏙 빠져서 읽을 수 있기도 하였습니다. 자주하는 독서는 아니지만, 오랜만에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실은 그런 책을 요즘에는 거의 읽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저자의 뜨거움이, 위의 언급한 이유 때문인, 약간의 거부감을 동반하여 독자에게도 옮겨붙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그만 다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책을 읽은 후에는, 그런데, 마음은 조금 차가와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서울]은, 머릿 속에 이야기를 우겨넣은 후, 서촌으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독자의 마음을 뜨겁게 데워주는 책이었습니다. [서촌방향]은 오히려 서촌에 대한 생각보다는, 저자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부러움이었다고 해야하겠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곳은, 송파 인근입니다. 롯데월드 옆 아파트로부터, 주택단지들을 전전하며 살아온 제 삶 속에, 과거와 현재의 공명이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과거는 모두 사라져 그 흔적으로 찾을 수 없어 현재만 존재하나, 현재와 닮았으나 기괴한 모습으로 커져가는 미래만을 가진 곳. 저자에 대한 부러움은, 과거와 현재의 공존함 속에서,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었습니다. 

이 책은, 서촌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서촌을 누린 사람의 이야기라고 해야겠습니다. 참 부러운 일입니다. 그런 곳에서 과거와 현재를 보냈다는 것은 말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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