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제프 콜빈 지음, 김정희 옮김 / 부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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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능의 유전적 요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합니다. 재능이 부모에게서 온 것 같다고 많은 이들이 말하지만, 확실하게 그렇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하느냐. 딴엔 틀리는 말이 아닌 듯 싶기도 합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평범한 부모에게서 비범한 아이들이 나오기도 하고, 비범한 부모에게서 평범한 아이들이 나오기도 하니, 재능의 유전적 요인에 강력하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싶다가도, 그 과학적 근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일을 오래할수록 재능도 따라오는가라고 한다면, 그것도 그렇지 않음을 이 책은 먼저 짚고 나아갑니다. 같은 일을 수십년하거나, 몇 년 안 하거나, 결과물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를 쉽사리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에서는 고경력자의 일자리를 빼앗아서 저경력자 두 명에게 주고는 더 나은 생산성을 꾀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분명히, 탁월한 사람은 존재하고 그 사람의 업적은 빛을 발합니다. 이 책은 다만, 탁월한 사람은 그가 가진 유전적 요인이나 그가 겪어온 경험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혹은 그것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무언가 다른 특별함이 탁월한 사람에게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것을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탁월한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많은 경험을 했을 수도 있고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 아래에서 그 자신을 단련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며, 충분히 설득력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은 굉장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부분입니다. 그냥 연습과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 사이의 차이는 바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것인가의 유무일 것입니다. 같은 악보를 연주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건반을 두드리는 것과, 자신이 쉽게 연주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연주하여 그 부분을 마스터하는 것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탁월한 사람은 마스터하기 위해서 신중하게 계획하고 연습하여 자신의 탁월함을 빛낸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과연 누가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에 매진할 것인가.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모호합니다. 예로 들고 있는 것이,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 의해서 연습에 몰두하게 된 아이들이,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다가오는 자극 - 훌륭한 연주를 듣고 자신의 연주를 향상시켜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 을 통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연습을 관리하기 시작하는 것인데, 과연 그것이 타당한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사정을 보자면, 어린 시절부터 학원 등의 사교육 시장에 던져져 숱한 과제와 트레이닝에 매달리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번뜩이는 자극에 매혹되어 스스로 문제를 풀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루한 문제 풀이에 매달리게 된다는 것으로 바꾸어 이야기할 수 있을텐데, 만약 어떤 아이들은 그런 번뜩이는 자극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실마리를 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그런 개개인의 동기 부분을 안내하는것이 모호했는지, 가장 마지막 장으로 그에 대한 논의를 몰아버리고 - '열정은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 급하게 장을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결국, 개개인을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으로 향하게 하는 것은 개인에게서 오는 동기와 열정일텐데, 그것을 주기 위해서 외적으로 해 줄 수 있는 것은 부모의 열정어린 연습 기회의 부여다, 라고 이 책을 정리할 수 있겠는데, 우리에게 모호한 부분은 부모의 열정어린 연습 기회의 부여가 과연 자녀의 동기와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책은, 따라서 이미 삶의 열정과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부진함을 자신의 유전적 능력이나 일천한 경험에서 이유를 찾는 우를 범하지 말고,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통해 자신의 열정과 동기를 꽃피우라고 격려하는 책으로 보면 좋을 듯 합니다. 

이 책에서는, 따라서 좋은 멘토와 코치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위해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전문가적 시야를 가지고 살펴보아줄 수 있으며, 나름대로의 해답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과정을 안내해 줄 수 있는 멘토와 코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납득시켜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 스켈레톤 부분에서 금메달을 따낸 윤성빈 선수 생각이 났습니다. 윤성빈 선수가 스켈레톤을 처음 접한 것은 고 3 여름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처럼 네 살, 다섯 살 때부터 썰매를 탄 것이 아니라, 충분히 늦었다고 생각할만한 나이부터 시작하였지만,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을 볼 때, 유전적 능력 혹은 오랜 경험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동기도 부여받지 않은 어린 나이부터 성취를 위해 매어달리게 하는 것보다, 확실한 동기 부여 이후에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통해 성취를 이루어가는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답은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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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수업을 위한 독서교육 콘서트 - 인문독서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유쾌한 독서 멘토링 행복한 교과서 시리즈 31
김진수 지음 / 행복한미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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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이 중요하지만, 독서의 목적이 무엇인가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일단 저자가 주로 언급하는 도서들은 자기계발서 류가 많아보이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하는 활동의 목적도 정서적인 고양, 즉 아이들로 하여금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하는 것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독서를 통해 무언가를 알아가는 인지적 획득을 위한 독서교육을 목적한다면 이 책은 쓰임새가 조금 덜 할 수도 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이 책에 나오는 (저자, 혹은 일부 아이들의) 성공담(처럼 보이는 것)은 마치 사교육이 하는 것과 같은 류의 것이다. 이렇게 성공했다를 이야기하면서도, 이렇게 했을 때 어떤 아이들이 힘들어했고 그 아이들과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서 지냈다 같은 내용도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마음이 든다. 공교육은 잘 하는 아이를 앞세우고 나머지를 따라오게하는 것보다는, 어려워하는 아이를 어떻게 보듬어안고 성장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는 개인적인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마 독서 후에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나 싶다. 아마 저자의 이런 독서 활동을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술 목적이, 다른 선생님들도 이렇게 해보세요, 라는 권유라면, 다른 선생님들의 실패 혹은 혼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어야하지 않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해 볼까라는 생각이 안 들었던 이유는, 된 몇몇 아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학급에서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들의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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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읽었던 책들 덕택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쉽고 간단하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다만... 내 자신의 수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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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 역사지리학자와 함께 떠나는 걷기여행 특강 1
이현군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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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하지만, 좋은 내용들이 많다. 다만 휙휙 지나가는 느낌이 있어 조금 아쉽다. 관련 도서를 읽은 분들에게는 겹치는 내용이 많아 보일 수 있지만, 대강 쓰여진 시기는 이 책이 꽤 앞선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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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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