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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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가미는 미적분 같은 게 대체 무슨 소용이냐던 모리오카의 말을 떠올렸다. (중략)
그러나 그런 질문을 한 모리오카의 자세가 이시가미는 싫지 않았다. 왜 이런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그런 의문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학문에 매진할 목적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은 수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길로도 연결된다.
그런데 그들의 소박한 의문에 답하려 하지 않는 교사가 너무 많다. 아니, 아마도 답할 수 없을 거라고 이시가마는 생각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가르치면서 학생에게 적당한 점수를 주는 것밖에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리오카 같은 학생이 던지는 질문이 귀찮을 따름인 것이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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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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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트릭에 몰두하기보다는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편이다.인터넷 우스갯 소리로 ‘기둥 뒤 공간 있어요’가 있다. 어찌보면 추리소설은 기둥 뒤 공간을 찾는 일이다. 행간에 가리워진, 작가가 덮어놓고 있는 것을 일껏 찾아야 하는 것. 결국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과 독자가 봐야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추리소설의 트릭이라면, 글쎄,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던 트릭은 (많이 읽진 않았지만) 에거서 크리스티의 에크로이드 살인사건 말고는 딱히. 그래서 추리소설의 트릭은 본질적으로는 수학 퍼즐 트릭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책도 추리소설의 범주에 들어가겠지만, 처음부터 작가와의 트릭을 염두에 두지 않고 글을 따라갔다. 숨겨두었던 것을 슬슬 꺼내어놓는 작가의 솜씨가 훌륭했고, 그래서 흔치 않게, 책장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손가락으로 헤아리고, 책의 앞부분을 들춰보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이시가미가 본 두 모녀의 눈빛은 아마도, 논리가 전개되어가는 아름다움 말고도,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도 있다는 것을, 천상 수학자(로 작중에서 여겨지는 인물)인 이시가미에게 알게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그것마저도 논리의 체계에 밀어 넣었겠지만.

그래서 어른인 그는, 자신의 논리적 시스템 아래에서 완전한 범죄를 그려냈을 것이다. 그리고 똑같은 어른인 나의 시선으로도, 이는 완벽하다고 느꼈다.

진짜 반전은, 그렇다, 어찌보면 먹구름 가득 마음 속에 안은 채로도 그냥저냥 살아낼 수 있는,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어른들에게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들에게로부터 시작된다.

무엇이 중요하랴. 그들에게는 수학이 주는 삶의 의미를 고구하기보다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 누리는 것이 훨씬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모리오카는 그런 것이다. 그리고 미사토도...

이것이, 내러티브가 주는 매력일 것이다. 트릭 뒤에 숨겨진 진짜 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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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도약인 것만큼, 도약의 거리감을 도통 따라잡지 못하는 어린이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약속이야’라는 말로 이 간극을 뛰어넘어버리고 있진 않은가. 어린이들이 그 사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말거나.

"그래. 곶감이 모두 여섯 개인데 2+2+2라고 쓸 수 있어. 그런데 지금 우리가 배울 이 부호를 사용하면 2를 세 번 쓰지 않아도 돼. 이렇게 생긴 × 부호를 사용해서2+2+2를 2×3이라 써. 얘들아, 참 편하지 않니?"
"선생님, 저기 3이 뭐예요?"
"그건 2를 세 번 더한다는 뜻이야."
"...... 그런데 왜 곶감 두 개가 3으로 변신한 거예요?"
‘2+2+2‘를 ‘2×3‘이라 쓴다고 소개했을 때 몇몇 아이들은 도대체 저 ‘3‘ 이 어디에서 왔는지 무척 놀라워했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덧셈이나 뺄셈은 보이는 사물의 개수만 살펴보면 되었다. 그래서 만일 이 숫자가 곶감의 개수를 뜻한다면 ‘2+2+2‘에 있는 ‘2‘라는 숫자는모두 곶감을 가리킨다. 그러다 보니 2×3‘에서는 두 개의 곶감을 그렸는데 그 다음에 나오는 ‘3‘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다. 갑자기 나머지 곶감은 어디로 사라지고 ‘3‘이 나오는 걸까? 또 다른 차원의 연산이다. 아이들에게 이 연산은 엄청난 도약이며 사고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회가 된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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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나아가서, 준비의 시기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게 맞다고 본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ZPD를 대는 것에 대해서, 아마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최소한이어야고, 간접적이어야하며, 적어도 발달의 일련의 과정을 마쳐야 한다고 본다.

미리 가르치는 것도 정말 위험하다. 사물의 추상성을 받아들일 만큼 의식의 세계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어린아이들에게 연산을 가르치는 일은 뿌리가 채 내리지 않은 모종을 끄집어 올리는 것과 같다. 아무 일이라도 준비가 되었을 때 시작하는 게 좋다. 특히 수학은 최종 도달 지점이 추상적인 사고다. 초창기 배움에서 세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야 꽃을 피울 수 있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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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속 건축 도시 속 건축 시리즈
김태일 지음 / 안그라픽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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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건축에 대한 책은 [제주 근대건축 산책]을 읽은 바 있다. [제주 근대건축 산책]은 제주도의 다양하고 특색있는 건축물에 대해 자세히 안내하면서 제주도가 가진 건축 유산을 잘 설명하고 있다. 동문시장 건물, 테쉬폰, 제주대학교 본관 건물에 대한 기술이 기억에 남는다.

그럼에도 그 시대가 근현대 건축물에 제한되어 있었고 다양하게 다루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제주 속 건축]은 백과사전 식의 기술을 토대로 시대적 다양성 및 용도의 다양성을 획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백과사전식 구성이 갖지 못하는 깊이의 경우, 간결한 서술로써 어느 정도 이루어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양한 건축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의 사용이 초심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며, 저자 자신의 선호가 드러나는 지점에서는 이를 간결하게 드러냄으로써 글이 자칫 밋밋하게 갈 수 있는 어려움을 타개하고 있다. 또한 건축물의 특장점에 주목하면서, 장단점의 균형을 맞추느라 흐트러지기 쉬운 간결함을 잘 지켜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저자가 생각할 때 의미있는 건축물은 간결하고 핵심적인 설명으로, 더 의미있는 건축물은 선호가 드러나는 표현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좋은 시도라고 보며, 일개 독자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독서가 되었다.

더 나아가, 권두에는 추천사를 대신하여 제주의 역사, 문화, 자연, 언어에 대한 간결하고 힘있는 글이 자리잡고 있어 책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거칠게 표현하면, 권두의 글 만으로도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있다.

앞서 언급한 [제주 근대건축 산책]과 함께 읽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제주의 여러 요소에 대한 비전문적인 책들이 범람하면서 제주의 인기에 편승하는 옅은 수를 쓰는 상황에서, 이 책은 제주가 가진 건축 자산에 대해 간결하고 다양한 기술을 통해 독자의 견문을 넓혀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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