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1
조금산 글.그림 / 더오리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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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때려치운 18살 택일과 상필은 하는 일 없이 빈둥대며 동네 아이들의 삥이나 뜯고 있다. 택일의 엄마 세경은 보라는 검정고시는 안 보고 밖으로만 나도는 아들을 볼 때마다 정신을 차리길 바라며 전직 배구 선수의 손맛을 보여주지만, 택일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부모님이 안 계신 상필은 할머니와 둘이 살며 큰돈을 벌 수 있는 건수만 찾고 있다.

 

엄마한테 맞는 게 지긋지긋해진 택일은 상필에게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며 떠나 원주로 향한다. 터미널 앞에서부터 웬 이상한 여자애를 만나 두드려 맞은 택일은 숙식 제공을 해준다는 장풍반점에 취직해 사람 좋은 사장님과 꼬박꼬박 존대를 하는 구만이 형, 그리고 때려서 기절시키는 게 특기인 거석이 형과 함께 살게 된다.

상필은 아는 형에게 소개받은 일을 하며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아내러 다닌다.

 

 

 

 

 

 

12월에 개봉 예정인 영화의 원작 웹툰을 먼저 접하게 됐다.

네이버와 다음 웹툰을 꽤나 많이 읽는 편인데 이 작품은 정말 생소했다. 썸네일만 보고 안 읽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내용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처음엔 썸네일의 그림을 보고 읽느냐 마느냐를 좌우하니까.

 

아무튼, 영화 예고편을 보고 마동석 배우의 이미지에 충격을 받았는데 웹툰 그림을 찾아보니 아주아주 탁월한 맞춤 캐스팅이었다는 걸 느꼈다.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들 중에서 싱크로율이 가장 높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샛노란 머리의 박정민 배우와 바가지 머리의 정해인 배우, 그리고 택일의 엄마 신세경 역할의 염정아 배우까지 웹툰과 비슷한 느낌이라 상상하며 읽으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는 일 없는 택일과 상필의 모습을 먼저 보여줬지만,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게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세경에게는 아들에게도 말하지 못할 일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어린 나이에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소경주, 인상 좋은 구만이 형, 때리기만 하는 거석이 형도 평탄한 인생을 산 것 같지는 않았다. 각자 그런 과거를 지나왔기 때문에 반항기 가득한 모습으로 방황하는 택일이를 걱정하는 게 아닌가 싶다. 때로는 기절할 정도로 때리면서(?)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말이다.

 

학교를 그만두고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마시며 애들 삥이나 뜯는 택일이가 초반엔 진짜 별로였는데, 계속 보니 정말 나쁜 애는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미성년자가 술, 담배를 하는 건 진짜 나쁜 행동이지만 마음씨는 착한 것 같다고나 할까. 소경주에게 죽도록 맞으면서도 여자는 때리지 않고, 길 가다가 남자에게 맞고 있는 소경주를 보고 도와주며 신발도 벗어주는 등 제법 착한 행동을 했다.

마치 마크 트웨인의 소설 주인공들인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거짓말도 하고 나쁜 짓도 하는데, 중요한 상황에선 착한 마음이 드러나는, 뭔가 모순적인 구석이 있는 캐릭터였다.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비밀스러워서 궁금하게 만들었고, 그 외에 코믹한 부분이 진짜 많아서 킥킥대며 웃으면서 읽었다. 코믹 지분은 거석이 형이 제일 높아서 정말 웃겼고, 세경의 조근조근한 말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영화로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코믹한 상황이 있긴 해도 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 설마 신파로 흘러가진 않을까 좀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코믹+신파 완전 싫음.) 아니길 바랄 뿐이다.

 

책은 아직 2권까지밖에 출판이 되지 않아서 아무래도 3, 4권은 영화를 보고서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원작 웹툰을 읽으니 영화가 궁금해진다.

 

 

 

* 이 리뷰는 북이십일 더오리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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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조앤
제니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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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가 넘은 조앤은 윌리엄의 부고 편지를 받는다. 잠을 자다가 평화롭게 죽은 것처럼 보이는 윌리엄의 사인이 자살이라는 건 조앤만 알고 있을 뿐이다. 윌리엄이 가지고 있던 은목걸이 메달 안에 숨겨진 독극물은 사망 원인으로 절대 드러나지 않을 것이고, 60년 전 그에게서 받은 똑같은 목걸이를 아직 간직하고 있는 조앤은 다음이 자신의 차례라고 예상한다. 윌리엄과 달리 지켜야 할 아들이 있는 조앤은 죽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다.

그리고 그날 오전, 국가안보부 소속의 두 사람이 조앤을 찾아온다.

 

1937년, 조앤은 케임브리지 자연과학 수료 과정을 듣게 되어 가족의 품을 떠나 기숙사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곳에서의 셋째 날 밤, 통금 때문에 1층 조앤의 방 창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온 소냐를 만나게 됐고 이내 그녀와 친해진다. 그 후 조앤은 그녀의 사촌인 사회주의자 레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들 그룹의 멤버들과 가깝게 지낸다.

 

 

 

100% 영국인 조앤이 러시아에서 영국으로 넘어온 소냐와 레오를 만나게 되면서 사회주의를 접하게 됐다.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갔다가 관련 영화를 보기도 하고 사상에 깊이 빠진 사람들의 모임에도 참여하게 되지만, 정작 조앤은 멤버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 소냐의 친한 친구라서, 레오의 여자친구라서 드나들 수 있긴 했지만 말이다.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진 뒤, 소냐는 스위스로 떠나고 레오는 캐나다의 수용소에서 억류된 후에 일어났다. 물리학을 전공한 조앤에게 레오가 편지를 통해 일자리를 소개해줘서 다행히 합격하지만, 그곳은 원자폭탄을 만드는 곳이었기 때문에 "공직자 비밀엄수법"에 먼저 서명을 해야 했다. 여자친구를 원자폭탄을 만드는 곳에 취직시킨 공산주의자 남자친구라니. 이전부터 레오가 사상에 대해 상당히 많은 말을 했었기에 그가 조앤에게 무엇을 요구할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조앤의 개인적인 감정과 레오에게 비밀로 했던 어떤 사건, 그리고 단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던 레오에 대한 약간의 애증과 사촌이라고 하면서도 레오와 묘한 기류가 있던 소냐까지 엮여 정치적인 문제 외에 감정적인 내용도 보여주고 있었다.

 

책을 중반까지 읽는 동안 조앤이 안타깝기만 했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듣지 못하는 상황에 몸도 마음도 괴로울 선택까지 하게 됐으니 말이다. 옆에서 부추긴 소냐가 있다고는 하지만 조앤도 그 선택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긴 했다.

그런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뒤, 많은 사람들의 죽음에 책임감을 느껴 러시아에 원자폭탄 제조 과정을 넘긴 이후로는 조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원자폭탄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전쟁이 끝나지 않았을 테고, 그러면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일본의 속국으로 살았을지 알 수 없었을 텐데, 진짜 피해자는 생각도 하지 않고 폭탄이 떨어졌다고만 해서 가엽다고 여기는 걸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스파이로 활동하며 러시아에서 막대한 돈을 받았을 때도 런던의 일본인 고아를 위한 기금에 줘버렸다는 부분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들이 잘못한 게 없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진짜 피해국을 위한 게 아닌 자신이 원자폭탄 제조에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만 죄책감을 느껴 행동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선 그 당시엔 옳은 일을 하고 있었다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주장하는 조앤의 말이 같잖았다. 내가 피해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조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에 어떤 사건으로 조앤 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됐지만, 진짜 나빴던 사람은 따로 있긴 했다. 등장했을 때부터 뭔가 감추는 게 많았던 사람이었는데 역시나 뒤통수를 제대로 치는 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앤을 비롯해 그녀를 이용한 레오도 마음에 안 들었으니, 이 소설에 등장한 대부분의 캐릭터는 싫었다고 볼 수 있다.

유일하게 좋은 사람이었던, 사랑에 빠진 바보 맥스만 안타까울 뿐이다.

 

문제의 중반 이후 내용이나 주인공의 생각이 굉장히 마음에 안 들어서 다 읽고 나서도 기분이 좀 그랬다. 읽긴 다 읽었으나 찝찝한 기분이 계속 남았다. 잘 읽히긴 했으나 생각 자체가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에 대한 내용이라 읽어보라고 추천하지는 않을 책이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한다고 누가 의심하겠어? 우린 여자잖아." - P308

"지금으로서 우리는 역사가 우리를 어떻게 판단할지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우리 스스로 역사를 쓰지 않는 한 말이지요." - P19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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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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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와 아르테의 다섯 번째 콜라보 에세이의 주인공은 도도한 단발머리 고양이 네오다.

가발인 칼단발에서 도도한 자신감이 나온다는 부분에서 삼손이 떠오른다. 삼손의 힘의 근원인 머리카락과 네오가 도도함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단발 가발. 자신감을 뿜어내는 모습이 귀엽다.

 

 

 

 

 

틀림없이 날 사랑하게 될 거야

 

SNS를 보면 해외여행을 가고 명품을 두르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고 말하며, 그들도 행복하겠지만 집에서 고양이와 뒹굴거리는 것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부러울 순 있지만, 어차피 가지지도 못할 거 다 아는데 굳이 부러워서 배 아파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들은 그들 대로 행복하고 나는 나대로 행복한 것, 적어도 불행하지만 않으면 행복에 가깝다고 여겨도 될 것 같다.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은 날에는 그 무엇도 소용이 없다. 정신이 복잡해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책을 읽는 것은 소용이 없고, 영화를 봐도 집중이 안 된다.(잘생긴 배우가 나오면 또 다를 수는 있지만.)

그럴 땐 먹는 게 최고라고 말한다. 나와 비슷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에미넴의 강하고 센 억양(마치 욕 같은, 때론 진짜 욕)의 랩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린다. 힘든 날엔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행복한 돼지가 되자!

 

냉장고에 넣어두고 잊어버린 음식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사람의 마음도 오래돼서 상한 음식과 비슷하다 말한다. 쌓아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냉장고에 음식을 묵혀두듯 감정도 마음에 묵혀두지 말라고 하는 말이 공감이 됐다.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이지만, 나를 위해서 때로는 감정을 드러내고 그걸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하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게 때론 맞을 때도 있고 듣기엔 좀 찜찜한 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에 마음을 쓰지 말라고 한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잠깐 본 내 모습으로만 판단하는 말에 휘둘리지 말자.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니까!

 

 

 

 

 

한 스푼의 개썅마이웨이 정신

 

회사에서 욕을 하며 불쾌한 감정을 쏟아내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우리는 을(병 또는 정?)이기 때문에!!!

그럴 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루트처럼 "아임 그루트"라고 말하라고 했다. 동물적이고도 숫자 같은 느낌을 담아 "아임 그루트!"라고 외치면 나름 시원할 것 같기도 하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건 기부나 선행에 관한 것이고, 일할 때는 티를 팍팍 내며 해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 억울한 일이 없고 인정도 받을 수 있으니까.

 

 

 

 

 

무조건 나에게 굿나잇 인사를 해야 해!

 

누군가를 만나 연인이 될 때 나의 색을 버리지 말라고 말했다. 나를 바꾸면서까지 그 사람에게 맞춰야 할 이유는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

가장 좋으면서도 조금은 밉기도 한 감정을 "좋싫음"이라고 표현한 게 재미있었다. 발음을 하니 좀 난감하긴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진짜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가끔 좀 미울 때도 있으니 말이다.

 

 

저혈압엔 썸을 타는 게 좋다고 말한다. 오늘은 사귀는 건지 아닌지 긴장돼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니까.

약간 저혈압인 나는 솔깃했지만 썸을 탈 수 없으니 패스!

 

맛있는 걸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맛있는 걸 주고 싶은 마음은 사랑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지!

역시 밥으로 인사하는 민족답다고 느낀다.

 

 

 

 

 

오늘은 수고하지 말아요

 

분노를 유발하는 호르몬의 지속 시간은 15초라고 한다. 그래서 감정이 격해졌을 땐 바로 화를 내기보다는 잠깐 동안 심호흡을 하면서 생각을 하고 가라앉았을 때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다.

예전에 나는 화가 나면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튀어나오는 바람에 실수를 좀 했었는데, 어느 순간 그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화가 날 땐 말을 하지 않게 됐다. 근데 이것도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실수를 하는 것보다 화를 가라앉히도록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게 나은 것 같다.

 

 

할까 말까 하는 말은 하면 절대로 안 된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 말이 어떤 영향을 줄지 알고 있기 때문이니 말이다. 괜히 말했다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가 나에게 다시 되돌아올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종종 쓸 때가 있다. "수고하다"란 말은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매일같이 힘을 들이고 애를 쓰는데 가끔은 수고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귀여운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고하지 않고 적당히 여유로운 하루, 생각만 해도 좋은 것 같다.

 

 

 

 

 

우리에게도 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쳇

 

 

착함은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은 정말 명언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우리 속담처럼 착하게 대해줘야 착한 반응이 나가는 게 정말 당연하지 않나? 요즘엔 갑질이 많고 이상한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더욱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비슷하게 매너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겐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알아들을 리 없다는 걸 아니까 굳이 말할 필요를 못 느낀다. 그냥 그렇게 평생 살아라, 라는 느낌? 다시 안 보면 그만이니까.(계속 봐야 하는 사람이면 어쩌지...)

 

 

감정을 소모시키는 사람, 착하지 않은 사람 10명보다는 나를 이해하는 1명의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좋은 사람과 함께 좋은 일만 가득하면 좋겠다.

 

 

 

 

 

 

잘 안 읽히고 좀 어려운 책을 읽는 와중에 만나게 된 네오의 에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가볍긴 해도 가끔은 마음을 쿡쿡 찌르는 부분이 있어서 공감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는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책이었다. 나부터 나를 아끼고 사랑하자, 얼마나 좋은 말인지! 그래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에세이였다.

 

 

 

* 이 리뷰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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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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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 주 남쪽의 항만 도시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앨리스 섬에는 서점이 딱 하나 있다. "아일랜드 서점"이라는 이름의 그곳은 39살의 A. J. 피크리가 혼자 경영하고 있다. 서점은 베스트셀러나 유명한 작가의 책을 들여놓는 게 아닌 오직 주인 에이제이의 취향에 맞는 책들만 있었다. 정말이지 너무 까다로운 사람이라 그곳을 처음 찾은 출판사 영업사원 어밀리아는 질색하며 그곳을 떠났다.

 

책 취향만큼이나 성격도 까탈스러운 에이제이는 에드거 앨런 포의 희귀 시집을 잃어버린 뒤, 은퇴를 포기하고 열심히 서점을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건강도 챙기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에이제이는 열쇠가 딸랑거리는 게 싫어서 문을 잠그지 않고 뛰고 온 어느 날, 서점 안에 웬 아기가 있는 걸 발견한다. 25개월 된 마야라는 이름의 그 아이는 아이의 엄마가 잘 키워달라는 편지와 함께 서점에 두고 간 것이었고, 곧바로 그녀는 등대 근처에서 시체로 발견되어 아이는 사회복지사를 통해 입양을 가야 할 처지가 된다.

 

 

 

 

 

 

작은 섬에 하나뿐인 서점이라는 배경은 흥미를 불러일으켰는데, 서점 주인 에이제이의 모습 때문에 서점에 대한 기대가 뚝 떨어지고 말았다. 이건 나뿐만이 아닌 출판사 직원 어밀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에이제이는 책 취향만큼이나 까칠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이런 그에게도 사정이라는 게 있었다. 1년 반 전, 임신 두 달째이던 아내 니콜이 섬으로 들어가는 페리를 타기 위해 차를 몰고 오다가 호수에 빠져 사망했다. 에이제이의 성격이 원래 그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인스턴트로 끼니를 때우고 매일 술을 마시셨고, 아내 없이 아내가 태어난 곳에서 살며 서점을 운영하는 게 그에게는 몹시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차하면 희귀본 시집을 경매에 팔고 떠나려고 했는데, 도둑을 맞아버렸으니 그냥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게 된다. 그 후 갑자기 생긴 아기 마야로 인해 에이제이의 성격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차가운 사람이 생전 처음 보는 아기와의 만남으로 달라진다는 게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마야의 등장 이후의 에피소드들이 재미있어서 웃으면서 읽었다. 그리고 때로는 뭉클하고 따뜻하기도 했다. 아내 없이 혼자 남겨진 에이제이와 엄마가 버리고 간 마야가 낯선 서로에게 적응해가고 진짜 가족이 된 이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이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에이제이가 마야를 위해 서점에 동화책을 들여놓고, 여러 사건으로 가까워진 경찰 램비에이스를 위해 경찰 스릴러도 구비해두며, 그렇게 싫어하던 북클럽도 후원한다. 한 사람, 그것도 이제 겨우 말을 시작한 작은 아기로 인한 기적 같은 변화였다. 아무래도 같은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라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소설은 가족이 되는 에이제이와 마야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에이제이가 어밀리아에게 어느새 사랑을 느끼게 된 모습과 죽은 니콜의 언니 이즈메이 부부에 관한 비밀도 후반에 드러났다. 그리고 도둑맞은 희귀본 시집의 행방 역시 후반에 알 수 있었다.

후반에 등장한 비밀들이 꽤나 놀라운 것들이라 읽는 내내 당황했었다. 이게 뭔가 싶어서 계속 놀랐었는데, 진짜로 놀라야 할 일은 마지막에 하나 더 있었다. 이렇게 끝을 내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었다. 굳이 이렇게 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서점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섬에 딱 하나 있는 서점, 휴가철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점,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된 서점이었다. 장소가 모든 것을 추억하는 의미의 결말이었다.

 

서점이 배경이라 책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하는데, 가끔씩 읽은 책이 언급되면 반갑고 재미있기도 했다. 까탈스러운 책 취향의 에이제이가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인정한 부분이나 경찰과 도넛에 관한 클리셰가 그랬다.

시대가 발전해 사람들이 종이책보다 전자책 단말기를 선호한다는 부분은 왠지 씁쓸했다. 나도 전자책은 한 번도 안 읽어봐서 에이제이에게 공감이 됐다. 전자책이 편리하고 가지고 다니기에도 편하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많은 애서가들이 단말기로 읽는 전자책보다는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방식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행복을 주는 따뜻한 에피소드 덕분에 즐겁게 읽었다.

 

"세상 참 재미있어요, 그죠? 어떤 놈은 책을 훔쳐 가고, 또 어떤 놈은 아기를 두고 가고." - P70

인간은 홀로 된 섬이 아니다. 아니 적어도, 인간은 홀로 된 섬으로 있는 게 최상은 아니다. - P296

이런 서점들이 있는 한, 출판업은 오래도록 이어져갈 거라고 확언한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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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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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과부댁의 양자로 들어가게 된 허클베리는 예절을 배우며 학교에도 가야 하는 그 집에서의 생활이 답답하기만 하다. 식탁 예절을 배우고 글자를 익히며 옷도 바르게 입는 등의 생활이 난생처음이라 허클베리는 간혹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밤에 몰래 나가 톰 소여를 포함한 다른 아이들과 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허클베리가 큰돈을 손에 넣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허클베리의 아버지가 갑자기 나타나 아들을 납치해 가까운 섬의 통나무집에 가둬둔다.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자신을 때릴 때를 빼놓고는 그곳에서의 삶이 자유로워서 좋았던 허클베리는 이내 좀이 쑤시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는 몰래 탈출 준비를 하다가 아버지가 배를 타고 마을로 나갔을 때 찾아둔 톱으로 통나무집을 잘라서 밖으로 나간다. 그러고선 멧돼지를 잡아 집안에 피를 뿌려두고는 마치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척 꾸며놓고 숨겨둔 카누를 타고 강을 따라 떠난다.

 

며칠 뒤 허클베리는 더글러스 부인의 동생 왓츤 아줌마네 흑인 노예 짐을 만나게 된다. 그는 왓츤 아줌마가 자신을 팔 거라는 얘기에 무작정 도망쳤다는 짐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톰 소여의 모험>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로 등장한 허클베리는 톰과 함께 장난을 치며 돌아다녔고, 마을 사람들을 걱정시키기도 하는 등의 행동을 했었다. 나름 스핀오프라 할 수 있는 이번 소설은 주인공의 친구 위치에 있던 허클베리가 주연으로 등장해 톰의 모험은 어린아이 장난에 불과한 수준으로 느껴질 만큼 엄청난 사건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허클베리가 앞뒤 재지 않고 행동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애초부터 등장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돈만 생기면 술을 마시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당연히 아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허클베리는 친구 톰과는 달리 글도 몰랐고 행색도 후줄근하고 잘 씻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일요일마다 옷을 차려입고 교회에 가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다행히 더글러스 부인이 허클베리를 입양해 선한 마음으로 보살피며 인내심을 발휘했지만, 애초에 자유롭게 막 살았던 그가 그런 생활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다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허클베리에게 큰돈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는 납치했는데, 납치당한 게 나름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걸로 봐서 이 아이는 정말 자유분방하구나 싶었다.

 

교육은 받지 못했어도 순발력과 재치가 뛰어났던 허클베리는 나름 준비성도 철저해 아버지의 뒤통수를 치고 달아난다. 바로 며칠 뒤 마주친 짐과 여행을 하게 되면서 그야말로 스펙터클한 모험으로 온갖 일을 겪었다. 험상궂은 남자들이 난파선에서 죽이네, 살리네 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큰 배를 타고 나갔었던 선원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허클베리의 거짓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기를 치는 자칭 프랑스 왕과 공작을 만나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이 과정을 거쳐 오면서 허클베리는 흑인 노예 짐과 정이 들어 그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고, 죽은 사람의 돈을 가로채기 위해 사기를 치는 왕과 공작을 보며 죄책감을 느껴 죽은 이의 가족에게 사실을 고백하기도 한다. 천둥벌거숭이 같았던 허클베리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인식하고 양심에 걸리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하며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난꾸러기 톰이 그랬던 것처럼 허클베리도 본래 선한 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흑인에 대한 차별이 너무 심한 시대였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짐을 인간적으로 대했고, 그가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갔다. 그러면서 짐이 도망친 노예 취급을 받아 누군가에게 잡혀가게 됐을 때는 그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사회적 문제를 꼬집으며 작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있었다.

이후엔 톰 소여가 깜짝 등장해 허클베리와 다시 한번 손발을 맞춰 장난을 치는데, 이 어린아이들은 쉬운 방법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해 도전적이고 모험가 기질이 다분한 천성을 보여줬다. 역시 한번 장난꾸러기는 영원한 장난꾸러기였다.

 

전작 <톰 소여의 모험>을 읽으며 톰이 정말 말썽꾸러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을 통해 진짜는 허클베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마을 부근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톰과 달리 허클베리는 스케일부터가 남달랐다. 거기다 잘 모르는 것 투성인데도 무작정 덤벼서 걱정되게 만들었지만, 다행히 순발력으로 위기를 잘 모면하는 재치를 보였다. 물론 기억력은 좋지 않아서 들킨 적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모험이란 단어에 걸맞은 재미와 메시지를 준 소설이었다.

내가 옳은 일을 해서 짐을 남의 손에 넘겨주었다고 하면, 내 마음이 지금보다 더 편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기분이 좋지 못했을 거야-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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