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메일러 실종사건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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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7월 30일.

뉴욕 주의 작은 휴양지 오르피아에서 제1회 연극제 개막식이 있던 날이었다. 지역 사람들과 관광객들은 연극제를 보기 위해 대극장이 있는 시내 중심가로 향했기 때문에 공원이나 주거지에는 사람이 거의 드물어 조용했다.

연극제에 가지 않고 평소처럼 조깅을 나간 아내 메간이 돌아올 시간이 됐는데도 집에 오지 않자, 남편 사무엘은 차를 끌고 아내의 조깅 코스를 천천히 살피며 돌아다녔다. 그러다 도로에서 머리에 구멍이 난 채 피를 흘리며 쓰러진 메간을 발견하게 됐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상하다는 느낌에 시신과 가장 가까운 고든 시장의 집에 들어갔다가 시장과 그의 아내, 어린 아들이 모두 총에 맞아 살해당한 걸 보게 된다.

 

2014년 6월 23일.

뉴욕 주 경찰본부 강력반장 제스는 자신의 송별행사 자리에서 "오르피아크로니클"의 스테파니 메일러 기자를 만난다. 그녀는 20년 전의 오르피아 4인 살인사건에 관한 기사를 보여주면서 그가 범인을 잘못 짚었다고, 과실을 인정하고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준다면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제스에게 다 말해주겠다고 하며 대신 경찰본부 자료 보관실에 들어가 사건 관련 수사 자료를 보게 해달라고 했다.

퇴직을 일주일 앞둔 제스는 스테파니의 말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며칠 뒤에 그녀가 자신을 찾아왔던 바로 그날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을 알고 오르피아로 향한다.

 

 

 

20년 전의 4인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테드는 제스와 그의 파트너 데렉이 쫓다가 강으로 떨어져 사망하는 바람에 사건은 그대로 종결됐었다. 사건을 해결했기에 표창까지 받았지만, 제스는 텅 빈 삶을 살고 있었고 데렉은 행정 사무직으로 발령을 내달라고 해 현장직을 떠났다. 그 사건이 두 경찰에게 개인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자세한 내용은 후반에 등장했다.

 

스테파니가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제스를 찾아가 이야기를 꺼낸 이후 실종되면서 제스는 자신이 범인을 잘못 잡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 사건을 캐던 스테파니가 진짜 범인의 실마리를 잡았기 때문에 실종된 것이고, 얼마 후에는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라고 판단한다. 제스는 현장에서 물러났지만 당시에 함께 수사를 했던 데렉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능력이 뛰어난데도 텃세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오르피아 경찰서의 애나와 함께 사건을 재수사한다.

사건의 핵심으로 파고드는 경찰들 외에 낯선 다른 인물들도 등장했다. 스테파니가 뉴욕에서 일했던 "뉴욕문학리뷰"의 편집장 스티븐과 내연녀 앨리스, "뉴욕문학리뷰"의 비평가 메타, 20년 전 오르피아 경찰서장이었지만 현재는 연극 대본을 쓰고 있는 커크, 그리고 방송국 최고경영자 제리와 딸 다코타였다. 초반엔 이 인물들이 오르피아와 전혀 관련이 없어서 왜 등장하는지 의아했는데, 조금 지나고 나서 현재의 연극제와 깊은 관련이 생기게 됐다.

 

3인조 형사들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20년 전의 피해자들과 관련 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회상 장면으로 이어졌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 한마디씩 거들었기 때문에 범인의 윤곽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20년 전부터 현재까지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코디가 살해당하고, 20년 전 진범을 알 수 있다던 커크의 연극을 때문에 무대에 선 누군가가 총에 맞기도 했다.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어떤 등장인물은 이때다 싶어서 발목을 잡던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

 

사건에 깊이 빠지면 빠질수록 범인이 누군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모두가 의심스러운 상황만 펼쳐졌다. 그랬기에 마지막에 밝혀진 진짜 범인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는데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던 인물이라서 놀라웠다. 당시에 진짜 나쁜 누군가를 죽여야만 벗어날 수 있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극단적인 방법을 저지르게 된 부분은 안타깝지만,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현재의 살인은 벌받아 마땅했다.

그리고 소설에 등장해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이나 어떤 피해자들이 결백하고 착하지만은 않은 게 특이했다. 뒤에서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 교도소에 갈 만큼 큰 죄를 짓고 있음에도 보란 듯이 살아가고 있었기에 누군가는 죽어도 싸다 싶었다.

 

책은 7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으로 사건을 파헤치며 마지막까지 빙글빙글 돌지만, 궁금하게 만들어 책에 푹 빠지게 했다. 처음 읽어보는 작가의 책인데 재미있게 읽었다. 다른 책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사람을 한 번 죽이고 나면 두 번도 죽일 수 있어요. 두 번 죽이고 나니까 모든 인간을 다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살인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나 두려움이 모두 사라져버렸죠." - P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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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고양이 눈 -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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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및 간략한 내용

 

여섯번째 꿈 연쇄살인범에 대해 말하는 인터넷 카페 "실버 해머" 회원 중 운영자 "악마"의 특별한 선택을 받은 여섯 명이 어느 산장에 모였다. 눈이 내리기 시작할 무렵 뒤늦게 도착한 마지막 사람까지 여섯 명 모두가 산장에 모이자, 할 게 없었던 그들은 산장에 있는 온갖 비싼 술을 마시며 살인자에 관한 토론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밤이 늦어 다들 여섯 개의 방으로 흩어져 잠에 빠진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어떤 비명을 들은 사람들은 어느 남자 회원의 방 앞에 모이게 된다. 남자 회원의 뒤통수는 함몰되어 있었고 베갯잇에는 새빨간 핏자국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이 가져온 차 배터리는 모두 방전되었고 바깥은 눈보라가 휘날리고 있다. 거기다 어젯밤에는 잘만 되던 핸드폰은 통화권 이탈이라는 표시만 떠 있다.

어쩔 수 없이 산장에 남아있게 된 다섯 사람은 하나둘씩 죽음을 맞이하는데...

 

복수의 공식 침대에 누워있는 사내의 곁에서 어떤 남자가 그에게 근육 이완제를 주사했다고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남자의 아버지는 간질로 발작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도 간질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된 어머니는 남자의 쌍둥이 여동생에게 엄마가 일하는 동안 오빠를 잘 보살펴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성인이 되어 남자는 의대에 진학하고, 여동생은 배우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 여동생이 산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두 번째로 죽는 여자 역할을 맡게 되어 기뻐하던 날 밤, 집에 도둑이 들었다. 여동생은 강간당했고, 남자는 하필이면 그때 간질 발작이 일어나는 바람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뒤, 여동생은 자살을 했다.

 

π 일본 소설을 번역하는 M은 아무도 모르게 단어를 하나씩 바꾸곤 했다. 소설 주인공이 마시는 커피를 밀크티로 바꾸는 사소한 것이었다.

그런 그가 어떤 여자와 동거를 하게 된다. 지갑을 깜빡한 그의 술값을 대신 내준 아름다운 여자에게 돈을 갚겠다고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말하자, 그녀는 그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된다.

한동안 일이 끊겼었던 M은 오랜만에 일본 미스터리 소설 시리즈의 번역을 맡게 된다. "실버 해머"라는 인터넷 동호회의 회원들이 외진 산장에 모인 이야기였다. 함께 사는 동안 M의 책장에 있는 책을 모두 다 읽은 그녀는 이젠 그가 번역하는 족족 출력된 A4 용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그녀는 M에게 아주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폐쇄된 미로에 빠진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도서관에서 책을 읽던 남자는 서가 쪽으로 기어가는 송충이 한 마리를 바깥에 내보내주려다가 송충이의 선택을 받은 책을 읽게 된다. 미스터리 클럽 Q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이라는 책이었고, 저자는 "π"라고만 되어 있었다. 남자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연극배우 유미미는 공연을 끝내고 술을 마시고 빗길에 운전을 하다가 어떤 남자를 들이받게 된다. 남자는 세게 부딪치지 않았다면서 병원에 가자는 그녀의 말을 한사코 거절했다. 남자가 병원 대신 자기 집까지 태워다 달라고 말하기에 유미미는 뒷좌석에 태우고 그가 말하는 곳으로 향한다.

 

 

 

읽을 책을 메모해둔 어플에 오래전부터 담아둔 목록을 내가 정한 순서에 맞게 읽어나가던 중, 다음 차례인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작가의 책은 딱 한 권, <퀴르발 남작의 성>만 읽었다. 아마 그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고선 이 책도 읽어보겠다고 메모해둔 것 같은데, 그게 벌써 4년 전이었다. 재미있게 읽었다는 기억만 있고 내용은 가물가물 잘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 책도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

 

단편인데 옴니버스인 것 같기도 하고 연작소설인 것 같기도 했지만, 메타픽션에 가까웠다. 내가 읽은 책 중, 다니엘 켈만의 <명예>,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과 비슷했다. 두 소설 모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 소설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드라마 장르였던 두 작품과는 달리 이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라서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소름이 돋고 오싹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여섯번째 꿈>의 내용은 알 수 없는 살인이 일어나는 내용이었지만, 다른 소설에서도 많이 접했던 분위기라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두 번째 이야기인 <복수의 공식>에서부터 내게 익숙했던 소설 형식이 완전히 파괴되어 희열을 느꼈다. 이란성 쌍둥이, 간질에 관한 설정을 비롯해 앞서 등장한 이야기의 캐릭터에 관한 사소한 내용이 언급되어 소설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π>에서 역시 앞에서 읽은 설정들이 등장했고, 동거하는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이었다.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가 있는지 정말 놀랍다. 시간순으로 흐르거나 과거 회상 정도가 등장하는 평범한 소설이 아닌, 앞의 내용을 찾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이자 빠져나올 수 없어서 두려워야 하는데 도리어 재미있기만 한 미로였다. 여태까지 이 소설을 왜 안 읽고 목록에 저장만 해뒀는지 나 자신이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형식을 파괴하는 소설은 1년에 한 권정도 읽는 것 같은데, 드물게 읽어서 그런가 정말이지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읽어야 이 소설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도 최소한의 줄거리만 썼는데, 꽤 많이 쓴 것 같지만 저건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소설은 직접 읽어야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독서 목록 중 베스트로 뽑은 책이 열 권이 채 되지 않은데, 세밑에 한 권 더 추가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취향에 맞는 좋은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폐쇄된 미로에 갇힌 사람은,
얼마나 헤매어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 <π> - P170

"혼란스러웠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걸 의심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의심하는 나 자신까지도 의심해야 했으니까." <π> - P266

"누구든 상관없어. 그 여자는 이야기를 만들어줄 숙주가 필요할 뿐이거든.
(……중략)
그녀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뿐이야.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 <π> - P257.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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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톡 3 - 근대, 새로운 만남의 시대 세계사톡 3
무적핑크.핑크잼 지음, 와이랩(YLAB) 기획, 모지현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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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근대의 서막(1400전후~1500전후)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3세가 프랑스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면서 시작된 100년 전쟁은 잔 다르크의 출연으로 끝을 맺는다. 잔 다르크의 활약으로 샤를 왕세자가 프랑스 국왕 샤를 7세가 되었지만, 잔 다르크는 이내 체포되어 영국에서 1년간의 종교재판 끝에 마녀로 낙인찍혀 화형 당한다. 프랑스를 구한 국민적 영웅인데 이런 끝을 맺다니 예나 지금이나 여론의 힘은 무시하지 못한다.

그래도 복권되어 성녀로 추앙되고, 프랑스대혁명 때 애국의 상징으로 부활했다고 하니 다행이다.

 

잉글랜드의 백년전쟁 패배의 결과로 귀족, 종친들의 영토를 둘러싼 세력 싸움으로 장미전쟁이 발발된다. 에드워드 3세의 혈통인 두 가문의 왕권 다툼이었다. 랭커스터 가문의 붉은 장미 문장과 요크 가문의 흰 장미 문장 때문에 장미전쟁이라 부른다.

그야말로 피 터지는 싸움은 리치먼드 공 헨리 튜더가 결혼으로 두 가문을 화합함으로써 끝이 난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대를 있게 한 건 로렌초 메디치 덕분이었다고 한다. 예술을 사랑한 금융 부자의 후원으로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 많은 예술가들이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의외인 건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메디치의 후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생각만큼 대접을 받지 못했단다. 레오나르도가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시작한 일은 많으나 끝낸 건 없고, 약속도 잘 지키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레오나르도가 임종 때 아무것도 끝내지 못했다고 탄식했을 만큼 시작한 일을 마무리 짓지 못했단다. 그래도 온갖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난 천재였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향신료의 나라 인도를 찾으려던 콜럼버스의 항해를 에스파냐의 이사벨 여왕이 도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동쪽으로 향할 때 혼자 서쪽으로 가는 길을 택한 콜럼버스는 1492년 신대륙에 도착했지만 인도라고 믿는다.

 

 

 

 

 

2부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1500전후~1600전후)

 

 

성당 개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교황이 면벌부를 판매하는 걸 본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작성해 비판하는데, 인쇄술의 발달 덕분에 사람들은 사실을 깨닫고 그를 지지한다. 이후 추방당한 루터는 숨어지내면서 신약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고, 그 과정에서 독일어 통일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됐단다. 루터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기독교를 지향해 루터파의 신교를 믿는다.

 

독일에서 루터가 활동했다면 프랑스에서는 장 칼뱅의 교리가 상공업자들의 지지를 받아 급속도로 확산된다. 부자는 구원을 못 받는다던 시대에 직업소명설을 주장한 칼뱅 덕분에 부자들이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했고, 덕분에 서유럽 자본주의가 발전했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종교 갈등이 있긴 했지만, 15세기에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종교에 관한 논쟁으로 다양한 종파가 생겨난 것 같다.

 

 

항해술이 발달하면서 세계는 더욱 가까워진다. 교역을 통해 다른 나라의 특산품을 수입, 수출하는 좋은 결과를 낳긴 했지만, 정복과 착취의 역사로 이어졌다고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안타깝기도 하다.

 

아들을 낳으려고 이혼에 이혼을 거듭한 헨리 8세에 대한 일화를 읽으며 사내아이를 낳을 염색체가 없는 여자를 갈아치울 게 아니라 본인 문제라는 걸 깨달았어야 하겠지만, 당시에는 유전학이 없어서 그랬겠거니 생각했다.

에스파냐의 펠리페 2세의 청혼을 계속 거절한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의 무적함대 격파가 재미있었다.

 

프랑스의 간식이라고 알려진 마카롱이 실은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는 건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 놀라움을 줬다. 물론 이탈리아에서 만들었던 마카롱과 프랑스에서 업그레이드된 마카롱은 좀 다르지만 말이다.

 

 

조선인의 연은분리법이 일본으로 수출되어 임진왜란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 깜짝 놀랐다. 이게 바로 나비효과인가 보다.

 

 

 

 

 

3부 근대의 꽃을 피우다(1600전후~1700전후)

 

 

17세기에도 종교전쟁은 있었다. 구교와 신교의 대립으로 발생된 전쟁에 정치가 개입되면서 30년전쟁으로 이어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후의 종교전쟁이라는 점이다. 유럽 역사 내내 등장한 종교전쟁이라 머리 아프다.

 

네덜란드에서 반짝 대란을 일으켰던 튤립 파동은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긴 했지만, 튤립 한 구근에 집 한 채 가격이었다는 건 전혀 몰랐다. 정말 비트코인이 따로 없네.

 

프랑스 태양왕 루이 14세의 "짐은 국가다"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임종 때 "짐은 이제 죽는다. 그러나 국가는 영원하리라"라고 한 말이 진짜였다고. 여태까지 잘못 알고 있었구나.

루이 14세 즉위 후 재무장관 콜베르 덕분에 프랑스의 국력이 높아졌지만, 유명한 베르사유 궁전 건설 이후 프랑스는 바닥으로 떨어지기만 한다. 그 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 왕정이 무너진 건 좋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세계사 훑어보게 된다. 그야말로 간만 보는 수준이라 뒤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게 문제이긴 하다. 그리고 많은 종교전쟁이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하기도 하고, 남의 나라 역사라 그런지 와닿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기억하기 쉽지 않다. 아무래도 나라별 역사책을 따로 읽어야 그나마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 듯싶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읽는 게 조금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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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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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낸 에이머스 데커는 FBI 동료 알렉스 재미슨이 언니 앰버의 가족을 만나러 온 "배런빌"에 따라온다. 재미슨이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밖에 나온 데커는 집 뒤쪽에 있는 똑같이 생긴 두 채의 집 중, 한 곳에서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모습을 본다. 뭔가 위험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한 그는 불이 번쩍이는 집에 들어갔다가 천장에 목을 맨 남자와 그 밑에 고여있는 피를 목격하게 된다. 데커는 따라온 재미슨에게 신고를 하라고 내보낸 뒤, 지하실에 내려갔다가 경찰 제복을 입고 죽은 남자를 발견한다.

 

출동한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앰버에게서 최근 이 근처에서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듣는다. 데커는 수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 그린과 래시터에게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고 수사를 함께 한다.

 

 

 

데커 시리즈의 네 번째 소설은 이전 시리즈와는 다르게 "남자"로 끝나지 않으면서 처음으로 부제가 달려 있었다. 그 때문인지 어떤 변화가 조금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데커에게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휴가를 왔지만 경찰을 돕기로 한 데커와 재미슨은 또 다른 살인사건 피해자의 트레일러 내부를 수사하던 중 누군가가 그들의 목숨을 노리고 불을 질렀다는 걸 알고 간신히 탈출한다. 하지만 데커는 무언가로 머리를 맞고 기절했다가 깨어난 뒤, 완벽한 기억력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고 색깔을 볼 수 있었던 공감각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르게 타인의 감정을 확실하게 느끼고 배려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미식축구 선수 생활을 하다가 머리를 크게 다쳐 완벽한 기억력을 갖게 되고, 경찰로 재직하는 와중에 아내와 딸, 처남을 한꺼번에 잃어 방황하며 살았던 데커에겐 좋은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혼자만의 슬픔과 분노 속에서만 살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헤아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데커가 이렇게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배런빌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은 실마리를 잡을 수 없었다. 데커가 빈 집에서 발견한 두 구의 시체가 마약단속국(DEA) 소속 요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소속의 요원들이 파견되어 왔다. 그리고 앰버가 말한 다른 두 건의 살인사건에서 각 두 명씩, 총 네 명의 피해자가 서로 무슨 관계가 있는지 밝혀내기 어려웠다.

그러다 배런빌이란 마을 이름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는, 과거에 이 지역을 번영시킨 사람의 후손인 존 배런을 만나게 된다. 배런의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을 사람들 모두가 증오하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가난하기 그지없던 남자였다.

그 외에 DEA 요원들이 발견된 옆집 세 곳에 사는 나이 든 부인과 입이 거친 노인, 그리고 눈이 먼 남자까지 등장해 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졌다.

 

그러나 제목에 부제가 달려있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예상할 수 있었다. "저주받은 자들"이라는 복수형으로 누가 관련이 없는 건지 알 수 없었을 뿐이었다. 모두가 의심스럽기만 한 상황이었다. 번성했던 마을이 쇠락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이 마약에 푹 빠져 어떤 불법적인 일이 줄줄이 일어났고, 존 배런과 관련된 일도 엮여 사건이 깊숙이 파고들었다.

 

배런빌은 저주받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보이는 것을 못 본 척했고, 남들을 속이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불법적인 일을 거하게 몇 번이나 마구 저질러놓고 남 탓만 하기 바빴다. 저주받은 자들이 저주받은 도시를 만들게 된 셈이었다. 정말이지 너무 나쁜 사람들이었는데, 마지막에 누군가의 선행이 예고되어 과연 그럴 가치가 있을지 싶었다.

 

믿고 읽는 데커 시리즈답게 이번에도 역시 재미있었다. 진실이 뭔지 요리조리 알 수 없게 만들며 흥미를 끌었고, 데커는 배런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감정적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해외에서 출간된 데커 시리즈는 두 편이 더 있던데 국내에서도 얼른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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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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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6·25가 터지자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나"는 육군에 들어가고, 친구 박 군은 해병대에 지원한다. 10월에 유엔군이 평양을 점령한 뒤, 나는 그곳으로 파견을 나가게 된다. 어떤 우연인지 사무실이 있는 곳은 박 군의 아버지가 20년 동안 목사로 재직했던 교회의 맞은편이었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박 군은 동경에서 대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 아버지의 신앙을 버리고 무신론자가 됐다고 들었다. 박 군의 아버지는 전쟁이 터지기 얼마 전 행방불명 됐다고 했다.

 

평양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뒤, 장 대령의 부름을 받은 나는 전쟁이 나기 전, 목사 14명이 실종됐고 그중 12명이 총살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장 대령은 나에게 죽지 않고 살아남은 신 목사와 한 목사를 찾아 당시의 상황을 알아보라는 명령을 한다.

 

 

소설은 전쟁 중인 상황을 배경으로 종교적 믿음, 진실과 거짓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 전쟁이 나기 전, 빨갱이들에게 끌려갔다가 의롭게 죽어 순교자라 칭하는 열두 명의 목사와 신을 버리고 목숨을 구걸했다고 알려진 두 명의 목사가 그 중심에 있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이 대위라 칭하는 "나"였고, 그 외에 상사 장 대령, 신 목사와 장 대령을 알고 있는 고 군목, 그리고 아버지가 총살당한 열두 명 중 한 명이었다는 걸 알게 된 박 군이 등장했다. 신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섞여있던 셈이었다.

 

진실이 뭔지 밝히는 과정이라는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 목사가 숨기려고 하는 게 뭔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물론 이 대위에겐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했다. 그가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읽으면서 신 목사가 진실을 밝혀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종교가 있는 것 같지 않던 장 대령은 군인답게 전쟁 중인 상황을 이용하고자 진실을 밝히지 않았으면 했고, 신을 믿는 자들 역시 진실을 밝히지 않는 게 최선이라 이야기했다.

 

동료 목사들이 총살당하던 당시에 모든 것을 직접 지켜본, 그것도 목사라는 사람이 거짓을 이야기하는 것은 언뜻 신을 배반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었다. 종교와 관련된 사람은 대체로 거짓보다는 진실에 무게를 두고 살아갈 거라 예상되니 말이다.

하지만 전쟁 중인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사람들, 특히 교인들은 신을 향한 믿음에 더욱 깊이 빠지게 됐다. 믿음을 가진 자들에게 열두 명의 목사는 순교자가 되었고 신 목사와 한 목사는 배교자가 되어 살아남았다는 게 진실로 굳어져 버려 많은 사람들의 욕을 먹는 상황이 됐다. 순교한 사람들을 신처럼 떠받드는 상황에 진실이 과연 중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의 판단은 저만큼 밀어두고 믿고 싶은 것만을 믿게 됐다. 마치 순교자가 된 열두 명의 목사가 자신들을 구하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신 목사는 진실보다는 교인들이 원하는 거짓을 말하게 되고, 그 이후에는 이 대위와 갈등을 빚게 된다.

 

거짓을 말하는 목사, 판단은 유보하고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문제가 전쟁의 한복판에서 일어난 게 아닌, 일상적인 상황이었으면 달랐을까 싶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대위에게 공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믿는 신은 악으로 일으킨 전쟁과 그 후에 오는 가난, 온갖 인간 이하의 행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신은 선한 사람들을 위해 그 무엇을 하는 게 아닌 악한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부분을 읽으며 얼마 전에 읽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에 등장한 한 인물이 떠올랐다.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된 거라고 습관처럼 말하던 신을 믿는 인물이었다. 그들은 전쟁도, 인류 멸망도, 악행을 일삼는 자들이 떳떳하게 살고 있는 것도 다 신의 뜻이라고 믿고 있는 건가 싶어서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종교적으로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지만, 목사로서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거짓을 이야기하는 신 목사는 굉장히 안타까웠다.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가 배교자가 되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평양을 떠나지 않으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줬던 인물이라 이런 사람이 진정한 종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인들이 나쁜 짓을 하는 걸 뉴스에서 수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신 목사가 더욱 고결해 보였다.

 

소설은 종교적 믿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삶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신에게 인도하는 신 목사와 종교를 버렸다가 아버지로 인해 마음이 누그러진 박 군의 인생이 있었다. 그리고 훗날을 도모하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 장 대령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퇴각 중에 사고를 당했다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 대위와 무사히 남쪽으로 피난을 내려온 고 군목도 있었다.

신을 믿는 자나 믿지 않는 자 모두에게 공평하게 삶과 죽음이 이어졌다.

 

짧은 소설인데 종교적 믿음에 관해, 거짓을 진실로 믿게 하는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런지 마음과 머릿속이 복잡해졌었다. 진실이 중요하지 않은 믿음은 비단 종교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에겐 진실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걸 믿는 게 더 중요하니 말이다.

 

 

 

"제가 알고 싶은 건 그 죽은 열두 명을 어째서 모두들 대단한 순교자로만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죽은 자들은 모두 훌륭했고 성자 같았는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무슨 증거가 있나요?" - P126

"우리는 한편으로는 신 목사의 양심의 순결과 그의 존경할 만한 평온을 변호해주어야 한다는 거고, 다른 한편으로는 어쨌든 거짓말한다는 행위 자체는 최소한 원칙상 한 인간의 양심에다 불신의 딱지를 붙이는 짓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 상반된 작업을 우리가 어떻게 동시에 정당화할 수 있겠느냐 하는 거야." - P109

​"목사님의 신은 목사님이 무슨 고난을 당하건 개의치 않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중략)
목사님의 신이건 그 어떤 신이건 세상의 모든 신들은 대체 우리에게 무슨 관심을 갖고 있습니까? 당신의 신은 우리의 고난을 이해하지도 않을뿐더러 인간의 비참, 살육, 굶주린 백성들, 그 많은 전쟁, 그리고 그 밖의 끔찍한 일들과는 애당초 아무 상관도 하려 하지 않습니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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