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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10주년 기념 리커버 특별판)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깃털들 직장 동료 버드의 집에 초대를 받은 잭은 아내 프랜과 함께 간다. 버드가 그려준 지도를 보고 찾아간 집 앞에서 그들 부부가 키우는 공작새를 마주하고 기겁한다. 버드의 아내 올라는 잭 부부를 맞이하며 그녀의 첫 번째 결혼이나 치아 석고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이후 식사 자리에서는 버드 부부의 굉장히 못생긴 아기를 본다.
셰프의 집 가구 일체가 구비된 셰프의 집에서 살게 된 웨스는 아내 에드나에게 와서 함께 살자고 한다. 에드나는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이별을 고하고 웨스의 집으로 간다. 얼마간 즐겁게 살던 두 사람에게 셰프가 찾아와 딸이 이곳에서 살기로 했다며 월말까지 집을 비워달라고 말한다.
보존 3개월 전 해고된 남편은 그때부터 늘 소파에 앉아있다. 밤에도 소파에서 자고 샌디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여전히 그곳에 앉아있다. 그러던 어느 오후, 집에 돌아온 샌디는 냉장고가 고장 나 안에 들어있는 음식이 상해가고, 냉동실의 아이스크림과 고기도 녹아간다는 걸 알게 된다. 급하게 음식을 처리하던 샌디는 남편에게 경매장에 가서 냉장고를 사야 된다고 한다.
칸막이 객실 마이어스는 8년 전 이혼한 아내와 살고 있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기차를 탔다. 아내와 헤어지던 날의 말다툼으로 여태껏 만나지 않았지만, 아들을 다시 만날 기대감에 부풀어있고 선물로 줄 시계도 샀다. 하지만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외투 안주머니에 넣어둔 아들의 선물이 사라졌다. 같은 칸의 승객에게 물어봐도 말이 통하지 않아서 그는 갑자기 모든 의욕을 상실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월요일에 생일인 아들을 위해 제과점에 케이크를 예약하고 난 뒤, 아들은 생일 당일 학교에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여자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선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향했다. 가벼운 뇌진탕이라던 아들은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깨어나지 않는다. 씻고 옷을 갈아입고 개에게도 밥을 먹이기 위해 집에 돌아간 아빠는 늦은 밤 걸려온 전화 건너편에서 케이크에 대해 말하는 걸 듣는다.
비타민 아내 패티는 복합비타민 방문판매 일을 시작해 요령을 깨쳐 곧 자기 사업을 시작한다. 함께 일하던 여자들이 자주 바뀌긴 했지만, 핵심 멤버 실라, 도나는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비타민 판매가 사양길에 접어들게 되면서 패티는 힘들어한다. 이런 와중에 패티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실라는 일을 그만두고 다른 주로 떠났고, "나"는 도나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신경써서 로이드는 아내 이네즈와 떨어져 혼자 셋집에서 살고 있다. 로이드의 알코올중독 탓일 터였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로이드는 귀지가 한쪽 귀를 틀어막아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시간이나 머리를 때려도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다. 마침 집을 찾아온 이네즈는 로이드를 위해 주인 할머니에게 필요한 걸 빌려와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내가 전화를 거는 곳 "나"는 술 끊기 시설 앞 포치에서 J. P.의 이야기를 듣는다. 굴뚝청소부였던 아내 록시를 처음 만나 반했던 때의 회상과 결혼생활로 이어졌다. 나는 아내와 여자친구에 대해 생각한다.
기차 초저녁, 한 남자에게 총을 겨눴던 미스 덴트는 기차역으로 향한다. 대합실 벤치에 앉아있던 그녀 앞에 날씨에 맞지 않은 옷차림에 신발도 신지 않은 노인과 화려한 옷을 입은 중년 부인이 나타난다. 중년 부인은 미스 덴트가 이곳에 있는 걸 못마땅해한다.
열 아내가 자신의 동료와 함께 새 삶을 찾겠다고 떠난 뒤, 칼라일은 두 아이를 돌보며 학교생활을 하는 데 지쳐버린다. 새로 구한 베이비시터가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는 걸 알게 되어 내쫓은 후,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느꼈다면서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 그러면서 그녀는 함께 도망친 동료의 집에서 오래 일했던 아주머니를 소개해 준다.
굴레 두 아들을 둔 어느 부부가 가구가 딸린 집을 찾는다며 찾아온다. 그들의 짐은 스테이션왜건에 싣고 온 게 전부인 것 같다. 그들은 집을 보고 곧 계약을 해 아파트에서 거주한다. 남편은 농사일을 한다고는 하는데 별로 하는 일이 없어 보이고, 아내는 근처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한다. 어느 늦은 밤,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수영장에서 모여 놀던 중 농사일을 한다던 남자가 데크에 이마를 부딪치는 사고가 난다.
대성당 "나"는 아내의 맹인 친구가 집에 와서 자고 간다는 소식을 듣는다. 맹인의 아내가 세상을 떠나 그녀의 친척들을 방문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나는 썩 탐탁지 않지만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역에서 아내가 데리고 온 맹인은 자신이 예상했던 맹인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저녁 식사 후, 함께 TV 앞에 앉아있다가 나는 맹인에게 화면에 나오는 대성당에 대해 설명해 준다.

작년에 읽다가 말았던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그때는 왠지 흥미롭지 않았고 무슨 얘기를 하고픈 건지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읽다가 그만뒀었다. 알고 보니 마지막 두 편만 남기고 다 읽었었고 내용도 거의 다 생각났지만, 기왕 읽는 김에 처음부터 하나씩 읽어나갔다.
다시 읽어서 그런지 처음 읽었을 때보다는 소설의 의미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단편도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었다. 아들의 생일에 사고가 나는 바람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자식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는 부모의 입장에서 제과점 주인의 전화는 화를 내기에 충분했다. 하필이면 아들이 뺑소니를 당했기 때문에 사고를 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한 제과점 주인이 그 화를 떠안게 됐다. 아들을 잃은 부모, 예약해두고 가져가지 않은 케이크가 신경 쓰이는 제과점 주인의 입장 모두 이해가 됐다.
하지만 이들이 제과점에서 만나 갓 나온 고소한 빵과 향긋한 커피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이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따뜻한 위로가 느껴져서 좋았다.
<칸막이 객실>과 <열>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아들을 만나기 위해 휴가를 써서 기차를 타고 유럽을 지나는 <칸막이 객실>의 주인공은 선물을 잃어버리면서 아들을 오랜만에 만난다는 의욕마저 상실한다. 도착한 역에서도 내리지 않고 다른 객실로 이동한 그는 조차장에서 객차를 떼어내 다른 객차로 연결하는 바람에 짐까지 잃는다. 그렇게 되고 나서야 과거를 정리할 마음이 든 것 같았다. 절반은 떠밀린 포기가 맞긴 하지만 말이다.
<열>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동료와 떠난 아내를 계속 생각하며 살았지만, 그 동료가 소개해 준 베이비시터 겸 가정부 덕분에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 맹인에게서 보는 법을 배우게 된 <대성당>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부부 사이의 묘한 트러블이나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이 등장하는 단편에서 가깝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않아 멀기만 한 관계도 볼 수 있었다.
짧은 소설들이 실려있어 금세 읽을 수 있던 책이었다.
그는 자신들이 함께한 인생이 자신이 말한 대로 이뤄졌다는 것을 확신했다. 하지만 그 인생은 이제 지나가고 있었다. 그 지나침은─비록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그는 맞서 싸우기까지 했지만─이제 그의 일부가 됐다. 그가 거쳐온 지난 인생의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열> - P254
"대성당을 짓는 데 한평생을 바친 사람들이 그 작업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더군. 그런 식이라면 이보게, 우리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게 아닐까?" <대성당> - P30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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