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아담 미친 아담 3부작 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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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공 감옥에서 나온 죄수들에게 인질로 붙잡힌 아만다, 아만다를 구하기 위해 렌과 함께 나선 토비, 그리고 크레이커들과 지내며 자신을 유일하게 생존한 인간이라 여겼던 눈사람 지미가 한자리에 만나게 됐다. 눈사람 지미가 총을 쏘기 직전에 토비와 렌은 다행히 그를 막을 수 있었고, 아만다는 고통공 죄수들에게서 빠져나온다. 죄수들을 붙잡아 묶어뒀는데 갑자기 나타난 크레이커들이 풀어주는 바람에 도망가 버리고 만다. 한쪽에 놔둔 총도 가지고 가버렸다. 토비는 나쁜 놈들을 죽이지도 살려두지도 못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도망친 죄수들을 보자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든다.

 

눈사람 지미의 영양 상태가 좋지 않고 거기다 다친 발까지 심하게 곪아버려서 다시 만난 "신의 정원사"의 거처로 그를 데리고 온다. 지미만 데리고 오려고 했으나 모든 크레이커들도 그들을 따라온다. 그리고 정찰을 나갔던 젭 일행도 돌아와 살아남은 한 무리의 이전 시대 인간과 신인류 크레이커의 생활이 시작된다.

 

 

 

미친 아담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미친 아담>의 화자는 2부 <홍수의 해>에 등장한 토비였다. 그녀가 화자였지만 이전 소설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모두 했기 때문에 이번 소설에서는 그녀의 시선으로 도망친 죄수들을 쫓는 현재가 주를 이뤘고, 젭에게 들은 아담과의 과거 이야기를 각색해 크레이커들에게 들려주는 부분이 종종 등장했다.

 

이전 소설에서 렌의 한시적 계부였던 젭이 신의 정원사치고는 너무 자유분방했고 아담1 역시 그에게 관대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둘이 형제 사이였다는 게 밝혀졌다. 거기다 젭이 아직 크레이크가 되기 전의 어린 소년 글렌을 만나 무엇을 가르쳤는지, 토비에게 모든 것을 가르친 스승 필라가 건강현인 조합의 높은 자리에 있었고 그녀가 꾸민 것들이 뭔지도 알게 됐다.

그리고 이전에 밝혀진 미친 아담들 역시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크레이크와 함께 일을 했어도 그의 꿍꿍이는 전혀 알지 못했다. 유일하게 눈사람 지미만이 크레이크의 모든 계획을 알고 있었으나, 그는 아파서 꽤 오랫동안 일어나지를 못했다. 지미가 그 상태였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는 크레이커들은 다른 누군가에게서 대신 들어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너그러운 토비가 그 일을 맡게 됐다. 지미가 오랫동안 크레이커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줘서 그런지 이전보다는 단어 뜻을 묻는 질문이 줄어들었다.

 

구시대에 자연적으로 생겨난 인간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크레이커는 서로 다른 문명을 가지고 있었다. 신체적 특징은 물론 옷을 입고 입지 않는 것부터 달랐고, 번식을 위한 행위까지 문화와 생활 방식의 사소하고도 큰 모든 차이 때문에 처음엔 그들의 동거가 영 불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두 문명은 서로 잘 지냈다. 물론 처음엔 번식 행위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른 문화를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각자의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 사람들이었기에 평화로울 수 있었다.

이와는 다르게 고통공 죄수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살아남은 신의 정원사 무리들과 같은 구시대의 인간이었지만 그들은 포악하고 무자비한 인간 말종들이었다. 그래서 아만다를 납치해 강간했던 것이었고, 이후에는 돼지구리들과도 대립했다.

그들의 폭력적인 행동에 화가 난 돼지구리들이 토비 일행과 크레이커들을 찾아온 게 조금 의외였다. 돼지구리 역시 토비나 지미와 서로 대립하고 공격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통된 적인 죄수들로 인해 지능이 높은 돼지구리와 인간, 크레이커가 문화는 물론 종을 뛰어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화합하여 제법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어쩌면 크레이크의 계획이 성공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파괴되었는데 인간은 여전히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파괴 행위를 지속하고 있었다. 그래서 환희이상 알약을 통해 모든 인류를 말살하고 대신에 자연 친화적인 크레이커만 살게 하는 파라디스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들은 당연히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자연을 지키려고 노력하던 신의 정원사들은 물론 사악한 고통공 죄수들, 돼지구리들을 위시한 유전자 변형 동물들 모두 말이다. 이 과정에서의 대립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선한 존재들이 이기는 게 당연했다. 미친 천재 과학자 크레이크의 지구 보호 프로젝트가 아담의 신의 정원사들을 만나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총을 가진 구시대 인간, 크레이커, 돼지구리들의 반대편에 선 두 명뿐인 죄수가 엄청난 열세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후 의외의 피해가 있었고 시간이 흘러 여러 사람의 죽음 또한 일어났지만, 그건 지난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 같았던 이종 간의 결합이 이루어져 다행이라고 할만한 결과를 얻었고, 내내 토비를 따라다니며 궁금증 투성이라 질문을 해대던 어린 크레이커 블랙비어드가 글자를 배운 덕분에 이후에도 문명은 이어지게 됐다.

옛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결말이었다. 아무래도 선한 존재들이 많이 살아남은 덕분이 아닐까 싶다. 고통공 감옥 죄수들처럼 악한 인간들이 많이 살아남았더라면 환희이상 알약이 퍼지기 이전보다 더 끔찍한 디스토피아 세상이 되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기나긴 이야기를 존재하게 만든 크레이크가 1부에 사망하긴 했지만 진짜 죽었을까 의심했었는데, 크레이커들의 신과 같은 존재인 크레이크는 물론 신의 전달자 눈사람 지미 역시 너무나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걸 마지막에서야 깨달았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3부작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을 드디어 다 읽었다. 1부는 600페이지가 넘고 2, 3부는 700페이지가 넘어가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이었다. 타노스 이론(인간만 없으면 환경은 만사 OK)에서 이어진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인간인 듯 아닌 듯 묘한 크레이커라는 신인류와 기존 인간의 융화로 새로운 문명이 다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딜 가나 선한 존재는 살아남는다는 법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중심 내용이던 환경 문제 또한 경각심을 갖게 했다.

"크레이크가 무엇 때문에 그런 짓을 했는지 정말로 궁금해. 어째서 ‘환희이상‘이라는 알약에다 치명적인 인간 말살 바이러스를 집어넣었을까? 무엇 때문에 인류가 멸종되기를 원했던 거지?" - P286

할 수 있는 일이 딱 하나 남아 있었어요. 나무들과 꽃들과 새들과 물고기 등과 함께 지구가 아직은 존재하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을 이 지구상에서 깨끗이 없애 버리든가 아니면 그 모든 것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모두 함께 죽어 버리든가 선택해야 했어요. 왜냐하면 그런 것들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면 결국 아무것도 존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사람조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 P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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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 1~2 - 전2권 타우누스 시리즈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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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저택에서 80대 노인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피아가 출동한다. 크고 황량한 저택 부엌에 죽어 있는 노인은 꽤 오랫동안 방치된 듯 보였다. 주기적으로 저택을 방문하는 신문배달부가 휴가를 다녀온 후 이상함을 느끼고 신고하지 않았더라면 노인이 과연 언제 발견됐을까 싶을 정도였다. 피아는 사망한 노인의 얼굴에서 핏자국을 발견하는데, 누구에게 공격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쓰러질 때 부딪힌 것인지 알 수 없다. 서랍장과 욕실을 누군가가 뒤진 흔적이 있었기 때문에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

감식반을 기다리며 둘러보던 중, 이웃에 사는 아이가 놀러와 집주인의 개를 찾았다. 개는 처음부터 보지 못해서 다른 경찰과 둘러보다가 견사에 가둬진 비쩍 마른 개를 발견해 구출한다. 견사에는 웬 동물의 뼈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건 인골이었고, 한 구도 아닌 최소 세 구의 시신이라는 사실을 확보하여 수사를 시작한다.

 

얼마 전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피오나는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아주 오래전에 떠난 아버지를 만난 그녀는 어머니의 부고를 알리고 어색하지만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던 중, 그가 아무렇지 않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혀서 화들짝 놀란다. 피오나의 반응에 아버지는 어머니가 해준 말이 전혀 없다는 걸 알고선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누군가가 기록을 남기지 않고 부모라고 알고 있었던 그들에게 피오나를 줘버렸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사망한 노인 테오 라이펜라트의 집에서 발견된 유골로 시작된 수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걷잡을 수 없이 큰 사건이라는 걸 알게 된다. 저택 안에 막아놓은 우물 안에서 또 다른 유해를 발견하는데, 유해의 신원이 테오의 아내 리타로 밝혀진다. 그뿐만 아니라 유골 세 구를 확인한 결과 모두 어머니의 날 즈음에 실종됐고 사라졌을 당시 차에서 발견된 흔적이 똑같다는 걸 알게 된다. 범인이 피해자들을 노리고 접근했고 흔적도 일부러 조작해둔 것인데, 그들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남은 단서로 찾아본 결과 1988년부터 2014년까지 총 8건의 실종 사건이 같은 범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도 더 있다는 걸 예감한다. 오랫동안 지속돼 온 범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사건이 시작되기 전, 소설 맨 처음에 어머니가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아 배신감을 느끼는 소년이 등장해 같은 보육원에 사는 한 소녀를 죽이는 모습을 보여줘서 범인이라는 자가 무슨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는지 알 수 있었지만, 경찰들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발견된 피해자들에게 남은 단서를 통해 유추해야만 했다. 워낙 오래전부터 시작된 사건이고 피해자의 개인적인 사연과 연관되어 있기에 깊이 파고들지 않고서는 알 수 없어서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된다.

 

테오의 집에서 유골이 발견된 게 사건의 시작이었기에 그 집과 관련된 사람 중에 범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었는데, 테오의 집은 예전에 문제아들을 입양해 키우던 보육원이라 의심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많을 땐 서른 명까지 양자, 양녀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친손자인 프리트요프와 그의 친한 친구인 요아힘, 전처를 스토킹하는 클라스, 라모나와 사샤 부부 등의 양자, 양녀가 테오를 찾았었고, 수의사인 라이크 게르만도 집을 드나들었었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집에 드나들었던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걸 보며 그들이 아직 용의자는 아니었지만 모두 다 의심스러운 것 투성이었다. 뭔가를 감추고 있는 게 대놓고 눈에 보였고, 누군가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아서 당연히 협조한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마저도 왠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날 살인사건과는 별개로 피오나의 친모 찾기 사연이 종종 등장했다.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였지만 작가가 괜히 이런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아닐 것 같아서 후반에는 어떻게든 접점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1권 후반부에 피오나의 친모에 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깜짝 놀랐었다. 그리고 2권에서도 계속 등장해 친부가 어머니의 날 살인자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드러나면서 이전보다 더 놀라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피오나와 이 살인사건을 그렇게 엮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조금 당황스러운 감정도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깜짝 반전이 성공했다.

이 와중에 다행인 것은 피오나는 물론이고 그녀의 친모, 친모의 자매 등이 서로에게 적개심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피오나의 입장에서는 태어나기도 전에 생판 남에게 버려지도록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친모를 증오할 수 있었지만, 사연을 듣고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너그럽게 이해했다. 친모 역시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일에 관해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친모의 자매도 아이와 관련된 사연이 있어서 조금은 화가 났어도 이내 그들의 안전을 바라고 또 바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 이어질 타우누스 시리즈에서도 서먹한 관계에서의 변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성을 향한 비뚤어진 시각을 가지고 사람들을 죽인 범인이 천벌받을 나쁜 놈이긴 했지만 아이를 버린 엄마에게도 잘못은 있었다. 자신이 배 아파서 낳은 갓난아기 혹은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란 아이를 두고 떠나고선 가끔씩 만나러 오면서 곧 함께 살자는 거짓말로 괜한 희망에 부풀게 만들었다. 어떻게 자기 자식한테 그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길을 가다가 생판 모르는 아기를 봐도 예뻐서 좋은 마음만 드는데 제 자식을 떼어놓을 생각을 하다니 너무 모질다. 물론 그들에겐 나름의 사정이라는 게 있겠지만, 피오나 친모처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자기 인생이 먼저였으면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한다.

 

타우누스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번에 가장 크게 놀랐었다. 아무래도 깜짝 반전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다른 추리 스릴러 시리즈와 비슷하게 넬레 노이하우스도 메인 주인공들과 살인사건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이번엔 좀 많이 위험했기 때문에 큰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는데 다행히 무사했고 범인도 잡는 결말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었다.

"제 생각에 범인은 우리가 아는 가장 위험한 유형의 연쇄살인범입니다. 즉, 자신에게 어떤 사명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이 자는 특정 그룹의 사람들을 공략합니다. 그의 판단에 따르면 처벌되어야 하고 죽어 없어져야 할 사람들이죠. 우리에게 범인을 잡을 열쇠는 단 하나, 범인에게 희생당한 피해자들뿐입니다." 1권 - P310

"네 엄마는 그냥 너를 키우기 싫어서 버린 거야. 아무리 시간이 가도 데리러 오지 않는다고! 언제 꿈에서 깰래, 이 멍청아?" 1권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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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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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2월 20일 수요일 "여성 카니발" 전날 밤, 스물일곱 살의 카타리나 블룸이 가까운 사람의 집에서 열리는 댄스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나흘 뒤 카타리나는 발터 뫼딩 경사의 집을 방문해 자신이 베르너 퇴트게스 기자를 총으로 살해했다면서 아파트에 가면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녀는 살인을 저지른 일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체포해달라고 부탁했다.

 

카타리나는 어릴 때 불행한 가정에서 자랐고 젊은 나이에 이혼했지만,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채워가고 있던 사람이었다. 가정관리사로 일하며 착실하게 돈을 모았고, 그녀의 고용인인 변호사 블로르나 부부의 도움을 받아 아파트도 장만할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던 카타리나가 기자를 죽이게 된 것은 루트비히 괴텐이라는 남자를 댄스파티에서 만나면서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수배 중인 강도였는데 살인과 그 밖의 다른 범죄 혐의 또한 받고 있었다. 카타리나가 댄스파티에서 만난 그와 사랑에 빠져 아파트에 데리고 왔다가 도주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게 문제가 됐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사건이 살인 사건으로 커지게 된 것은 취재를 하려고 온갖 수를 쓰는 기자들에게 있었다. 수요일에 열린 댄스파티 이후 목요일 아침에 카타리나의 아파트를 급습한 경찰은 그녀를 경찰서로 연행하는데, 그 모습을 《차이퉁》 일간지 소속의 아돌프 쇠너 기자가 사진으로 찍었다. 쇠너 기자는 도시 서쪽 숲에서 총에 맞아 죽어있는 걸 발견했지만 카타리나에게 혐의점은 없었다.

그 기자 말고 카타리나가 죽였다고 자백한 《차이퉁》 지의 베르너 퇴트게스는 그야말로 기레기의 표본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암 수술 후에 병원에 입원해 안정을 취해야 하는 카타리나의 어머니 블룸 부인에게 변장하여 접근해서는 그녀가 한 말을 다른 뉘앙스로 바꿔 기사를 내보냈고, 딸에 대한 과장된 말을 늘어놓아 충격을 주는 바람에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 정도면 죽여도 마땅한 인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퇴트게스는 스스로를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하며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취재를 했겠지만, 객관적인 정보만을 전달하는 게 아닌 주관적, 선정적, 자극적인 글을 실었을 때부터 그는 기자가 아닌 동네 수다쟁이와 다름없었다.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며 말을 옮기는 수다쟁이보다 더 나쁜 이유는 그가 기자라는 명함을 앞세워 많은 사람들에게 거짓된 정보를 진짜인 양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타리나의 명예를 더럽힌 데에는 기자가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그 이전에 그녀를 심문한 형사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타리나가 진술을 끝내고 내용을 확인할 때 그녀가 한 말과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단어로 바꾸어 기재했는데, 수정할 것을 요구하니 응하지 않으며 도리어 그녀가 시간을 잡아먹고 있다고 했다. 거기다 증인으로 불려온 사람들의 말을 오인해 자기들끼리 이미 답을 정해두고 카타리나에게 그 말을 이끌어내려고 했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범죄자를 도왔다는 게 시민들의 흥미를 이끌 요인이라 형사들은 물론 기자들도 그녀의 현재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까지 파먹으려고 했다. 그녀가 괴텐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르고 일단 도주를 도운 건 잘못된 일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까발려질 이유는 없었다. 사람들은 신문에 보도가 된 것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그녀를 갖은 더러운 말로 모욕을 하고, 심지어는 집에 음탕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고 전화로 저속한 말로 희롱하며 그녀를 깎아내렸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블로르나가 변호를 맡자 주변 사람들은 그를 외면했고, 카타리나와 가까운 다른 사람들도 피해를 봤다.

 

옛날에는 신문을 많이 팔기 위해, 요즘에는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눈길을 확 끌어당기는 헤드라인을 이용하며 진실만을 보도하는 게 아닌 추측이 난무하는, 일명 씹기 좋은 내용을 기사라고 쓰고 있다.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이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비난해도 마땅하다는 듯 마구 깎아내린다. 펜은 칼보다 더럽게 강한 게 맞긴 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의 제목이 확 와닿는다.

 

읽으면서 느낀 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소설의 배경이 거의 50년 전인 1974년의 독일인데 21세기의 대한민국 기자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안 그런 기자도 있겠지만 어디에나 기레기라 불리는 자들은 꾸준히 존재했었나 보다.

제발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직업적 윤리의식을 좀 가졌으면,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 한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는 걸 인식했으면 좋겠다. 기레기가 아닌 저널리스트로 불리고 싶다면 말이다.

그는 다음 면을 읽고, 《차이퉁》 지가 카타리나는 영리하고 이성적이라는 자신의 표현에서 "얼음처럼 차고 계산적이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고, 범죄성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표명한 말에서는 그녀가 "전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음을 알게 되었다. - P38

블룸 부인의 진술을 다소 바꾼 것에 대해 그는 기자로서 ‘단순한 사람들의 표현을 도우려는‘ 생각에서 그랬고, 자신은 그런 데 익숙하다고 해명했다. - P107

카타리나는, 다정함은 양쪽에서 원하는 것이고 치근거림은 일방적인 행위인데 항상 후자의 경우였노라고 주장했다. 심문에 참여한 신사들이, 그런 것은 모두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심문이 보통보다 더 오래 걸리면 그건 그녀 탓이라고 말하자, 그녀는 치근거림 대신 다정함이라고 쓰여 있는 조서에는 절대 서명할 수 없다고 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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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들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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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죽은 사람에게만 허락된 석상이 살아있는 리디아 아주머니에게 내려졌다. 그건 그녀가 현존하는 전설이란 뜻이었고, 무수한 공적을 치하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길리어드가 수립됐을 무렵, 이전 국가에서 가정법원 판사였던 그녀는 저드 사령관과의 면담 자리에서 선택을 강요받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살아남는 것뿐이었던 터라 "예"라는 대답을 했고, 그 결과 비달라, 엘리자베스, 헬레네를 포함한 네 명의 창설자들 중 한 명이 되었다. 가장 먼저 저드와 손을 잡은 비달라 아주머니가 자신들보다 조금 더 우위에 있다는 걸 느낀 리디아 아주머니는 저드의 신임을 얻어 더 큰 권력으로 오랫동안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무언가를 위한 준비를 몰래 해나간다.

 

아그네스는 아버지 카일 사령관과 어머니 타비사 사이에서 시녀 없이 자연적으로 태어나 행복한 삶을 살았다. 몸이 약했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카일 사령관은 시녀에게 살해당한 손더스 사령관의 미망인 폴라와 재혼을 했다. 폴라가 아기를 낳기 위해 시녀 오브카일을 들인 이후 아그네스의 주변은 혼란스러워졌다.

아그네스가 타비사의 친딸이 아닌 길리어드에서 탈출하려던 시녀에게서 구출한 아기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그 말이 진실이라고 밝혀져 자신의 친모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임신한 오브카일이 아기를 낳다가 사망하면서 그 죽음을 마음에 깊이 새겨둔다.

 

길리어드와 가까운 캐나다에 사는 데이지는 부모 닐, 멜라니가 왠지 이상하다. 부모라고 하기엔 묘하게 서먹한 구석이 있고 평범하기만 한 그녀를 과보호하기 일쑤다. 그리고 어릴 때 사진이 하나도 없는 것도 좀 의아하다.

데이지의 16살 생일 아침, 멜라니는 그녀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오늘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가 끝난 후, 데리러 왔을 멜라니의 차를 찾던 데이지 앞에 멜라니의 친구 에이다가 나타났다. 에이다는 닐과 멜라니가 운영하는 중고의류 가게 앞에서 두 사람이 탄 차가 폭발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오늘이 데이지의 16살 생일도 아니고, 닐과 멜라니가 그녀의 부모도 아니라는 말을 꺼냈다.

 

 

 

여자를 아기 낳는 도구로만 취급하던 충격적인 디스토피아 소설 <시녀 이야기>의 후속작이 34년 만에 출간됐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시녀 이야기> 이후 도망친 오브프레드의 행방이나 길리어드가 무너진 상황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제는 그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1985년 이후 34년 만에 쓴 후속작이지만, 소설 시점으로는 15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전작에서 무시무시한 존재로 표현됐던 리디아 아주머니, 길리어드 내에서 지체 높은 사령관의 딸로 사는 아그네스, 그리고 길리어드와 전혀 상관없이 자유롭게 살던 데이지가 주인공이었다. 리디아 아주머니는 자신이 쓴 기록으로, 아그네스와 데이지는 녹취록을 통한 증언으로 세 사람의 시점을 오가며 소설이 진행됐다.

 

길리어드는 여전히 쓰레기 같은 전체주의 국가였다. 아내와 시녀의 존재 이유는 변하지 않았고, 수가 적은 사령관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국가였다. 그건 길리어드 수립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저드 사령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손주를 볼 나이에 가까웠을 그는 13살쯤 된 아이들을 조혼시키는 길리어드의 풍습을 아주 뭐 같이 잘 활용했다. 아내가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해도 남자에게는 절대로 죄를 물을 수 없기 때문에 저드 사령관은 몇 번이고 어린 아내를 맞이하고 또 맞이했다. 후반으로 가면서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밝혀지는 부분에서 정말이지 화가 치솟았다. 그런가 하면 권력자들의 신임을 얻는 남자라는 이유로 온갖 더러운 짓을 일삼아도 고발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분노할 부분이었다. 늙은 권력자와 권력자의 개가 살기 좋은 길리어드였다.

 

유일하게 길리어드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권력을 지닌 여성은 아주머니들이었다. 아내, 시녀, 하녀들은 아기를 낳을 의무가 있었는데, 아주머니들은 그 의무를 넘어서는 존재였다. 길리어드를 위해 일하며 아직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여성의 의무에 대한 교육을 하는 그녀들은 결혼을 하지 않을 신성한 권리를 지녔다. 여성의 인권이 개만도 못 한 길리어드에서 아주머니 계급, 그것도 창설자들 중 최고 권력을 지닌 리디아 아주머니가 엄청난 존재라는 건 당연한 얘기였다.

이런 그녀가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는지는 초반부터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읽는 동안 헷갈림의 연속이라 리디아 아주머니를 우리 편(?)이라고 해야 하는지 아닌지 선뜻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러다 마침내 확신이 서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저드 사령관도 미친 소아성애자로만 느껴지진 않아서 리디아 아주머니와 독대를 할 때마다 괜히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내내 속내를 알 수 없었던 비달라 아주머니의 존재 또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시녀 이야기> 말미에 길리어드가 붕괴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결말은 알고 있는 셈이었지만, 어떻게 붕괴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그 붕괴에 리디아 아주머니가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아그네스는 권력자의 딸이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데이지는 과연 무슨 관련이 있나 싶었다. 데이지의 증언이 등장했을 때 자신의 삶이 가짜였다고 먼저 밝혔기 때문에 중요한 캐릭터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밝혀진 그 가짜 삶 이면에 있는 진짜 삶은 나에게 놀라움을 안겨줬고, 그 충격은 한 번뿐만이 아니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알아챌 수 있을 테지만 나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이렇게 엮은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고 말았다. 계속 언급되던 "그 존재"와 전작과의 연관성,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까지 너무나 잘 맞아떨어져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 <시녀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전작은 결말이 잘 끝나긴 했어도(확인은 불가능했지만) 길리어드 설정에 너무 화딱지가 나서 내내 답답해하며 읽었기 때문인 것 같다. 후속작인 이 소설은 가장 힘없는 존재들이 남성 권력 중심의 전체주의 국가를 무너뜨렸다는 걸 보여줘서 좋았다. 달걀로 바위 치기가 그야말로 성공한 내용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마거릿 애트우드의 책을 제법 읽은 편인데 작가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멋진 글 솜씨와 탁월한 구성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찾아 읽어야겠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희생해야 한단다. 남자들은 전쟁에서 희생을 치르고 여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희생해야 하는 거야. 그런 식으로 세상이 나뉜 거란다." - P118

by. 리디아 아주머니
내 삶은 아주 다를 수도 있었다. 내가 주위를 둘러보고, 시야를 넓게 가지기만 했더라도. 일부가 그랬듯, 충분히 이른 시기에 짐을 싸기만 했더라도, 그래서 그 나라를 떠나기만 했더라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바보같이 그 나라가 내가 그토록 오랜 세월 몸담았던 나라와 같다고 믿고 있었다. - P98.99

by. 아그네스
원래 그렇게 하는 법이라고, 정해진 순리라고, 길리어드의 미래를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하는 법이라고 했어요.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아주머니들이 동의한 일이었어요. 그렇게 가르쳤어요. 하지만 나는 여전히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어요. - P147

by. 데이지
원래는 덕망 있고 신심 깊은 삶을 살아야 하는 건데, 광신도라면 살인을 일삼으면서도 도덕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고 에이다가 설명해 주었어요. 광신도는 살인이, 아니 어떤 사람들을 죽이는 건 도덕적이라고 믿는다고 말이에요. - P288

"출범 당시 길리어드의 목표는 순수하고 고결했다, 이 점에는 우리 모두 동의할 수 있겠지.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빈번히 그러하였듯, 이기적이고 권력에 눈이 먼 자들에 의해 전복되고 더럽혀지고 말았지. 자네들도 틀림없이 그 점을 바로잡기를 원할 걸세." - P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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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옆집 - 말하면 다 현실이 되는
조윤민.김경민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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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스타트업 지원팀에서 일하는 주인장 1, 조윤민 씨와 500스타트업코리아에서 일하는 주인장 2, 김경민 씨가 일적으로 만났다가 사적으로 친해져 급기야는 맥주 슈퍼 "세탁소옆집"을 오픈하게 된 과정을 담고 있는 에세이다. 물론 회사는 그대로 다니면서 퇴근 후에 보틀숍에서 일하는, 투잡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의 사이드 허슬러(Side Hustler) 생활이 담겨있었다.

 

일하다가 만난 사람과 사적으로 친해지기는 어렵고, 더군다나 함께 창업을 하는 일은 아무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두 사람이 정말 잘 맞았나 보다. 일하는 스타일이 맞고 성격도 잘 맞는데, 좋아하는 것까지 비슷하면 안 친해질 수 없을 것 같긴 하다. 난생처음 들어본 사워 맥주를 공통으로 좋아한다는 부분에서 운명적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산미가 있는 와인, 커피를 질색하는 사람이라 신맛이 나는 맥주가 존재한다는 것에 놀라웠고, 대체 무슨 맛일지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왠지 안 땡기는데 한 번은 마셔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오래전에 호가든 한 모금 마시고 치워버린 게 생각나네..)

 

 

 

 

마음에 드는 위치의 가게가 마침 세탁소 옆이라 가게 이름도 "세탁소옆집"으로 지었다는 게 특이했다. 가게 이름만 들으면 보틀숍인 줄 전혀 모를 것 같은데, 인상적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 싶다.

 

주인장 1과 2가 워낙 맥주를 좋아해서 국내에서 찾기 드문 맥주를 찾아다니고, 외국의 맥주 페스티벌에도 다녀오고, 심지어는 세탁소옆집의 1호 브루어리 맥주를 만들기도 했단다. 웬만한 사람은 하나만 하는 것도 버거울 것 같은데, 본업을 하면서 따로 하는 보틀숍을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발품도 팔고 해가면서 운영하다니 정말이지 굉장했다. 심지어는 금호동 1호점에 이어 한남동에 2호점도 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가게에서 디제잉도 하고, 다른 가게와 컬래버도 하고, 손님들과 두텁게 친분을 쌓아 이런저런 많은 이벤트도 했다.

아무래도 요즘엔 가게를 하려면 적극적인 성격이어야 하나 보다.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나는 읽는 동안 모르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금세 친해지는 주인장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거기다 두 사람 모두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해서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적극적인 성격과 좋아하는 걸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가게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거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뚝이 같은 모습까지 있었다. 실패도 하나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또라이"라는 콘셉트를 잡아뒀기 때문에 독특한 아이디어도 거침없이 내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보틀숍을 배경으로 계속 맥주 이야기를 하는 책은 어려 종류의 맥주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라거나 에일 종류는 많이 마셔보고 드물게 스타우트도 마셔봤는데, 다른 종류는 거의 못 마셔봐서 나중에 하나씩 찾아보려고 사진도 찍어두었다. 이래놓고 또 늘 마시는 것만 찾는 거 아닌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창업기를 읽으니 내가 꿈꾸던 창업에 대한 마음이 쏙 들어갔다. 요즘엔 특히 특색 있는 개인 숍들이 많이 생겨서 아이디어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두 주인장이 대단하기만 하다. 읽는 내내 계속 대단하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을 텐데, 어떻게 이 많은 일을 하고 회사일도 병행하면서 맥주 단기 유학까지 다녀오다니 놀랍다. 그만큼 열정과 애정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열정이 있으면 못해낼 일이 없다!

 

 

 

* 이 리뷰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집에서 마시는 것보다 돈도 벌고 좋은데? 그래. 이왕 마시는 술, 생산적으로 마셔보면 어떨까?‘ - P20

삽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함부로 열지 마시라. 계속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럼에도 과거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또다시 삽질을 계속할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생기니까.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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