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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의 도시 - 4가지 키워드로 읽는 유럽의 36개 도시
이주희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5월
평점 :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가 유럽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쓴 책이다. 책 제목에 들어간 '사랑한'이라는 동사에 걸맞게 해당 도시에 관한 설명에서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도시를 좋아한 게 아니라 그 도시에 관해 관심을 기울인 덕분에 알지 못했던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과거의 역사로 인해 뮌헨과 베를린에 관한 설명은 인상에 남았다.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독일 국민들이 나치즘에 선동됐을 당시에 소피 숄이라는 평범한 대학생은 히틀러의 거짓과 야만을 폭로하는 '백장미단'의 유일한 여성 단원이었다. 이 백장미단이 나치즘의 만행을 고발하는 전단을 뮌헨대학교 복도와 강의실에서 뿌리다가 체포됐는데, 잔인한 고문과 취조를 당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나흘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실제로 일어난 이 사건은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소개하는 글 말미에 2021년에 100살이 된 한 남성이 강제수용소에서 일하며 집단 학살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글을 남겼다. 나치 전범을 추적해 과거의 죗값을 치르게 하는 데에 일말의 주저함이 없는 독일은 가깝지만 먼 다른 나라와 크게 비교가 되는 점이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지하에는 텅 빈 책장으로 존재하는 지하 도서관이 있다. 1933년 선동의 달인 파울 요제프 괴벨스가 '더러운 정신들을 모조리 태워라!'라는 외침으로 인해 군중이 책 더미에 횃불을 던졌다고 한다. 카를 마르크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유대인 학자와 작가들의 책은 물론 나치를 비판한 책까지 분서 목록에 올랐다고 한다. 국민을 선동하기 위한 나치즘으로 인해 수많은 작가들은 탄압을 당했고, 그로 인해 많은 작가들이 독일을 떠나 망명했다. 이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베를린 심장부인 베벨 광장 한복판에 책이 한 권도 없는 지하 도서관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우고 싶은 역사를 기억하고 되새기는 독일은 알면 알수록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야경이 아름답다는 부다페스트를 설명하던 부분이 기억에 남은 건 '글루미 선데이'에 관한 언급 때문이었다. 레조 세레스의 곡 '글루미 선데이'는 동명의 영화로 익숙했기에 기억에 남았다. 곡을 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한 건 물론이고 작곡가 본인 또한 자신의 음악을 들으며 생을 마감했다니 더욱 애처롭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은 도시라고 한다. 자동차에는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차도가 자전거 도로보다 좁고, 주차 공간 또한 적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주차 요금도 비싸단다. 지구를 위한 친환경 정책을 실천하는 도시이고, 정책을 잘 따르는 시민들 또한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의 여러 도시를 책을 통해 여행한 기분이다. 역사, 문화, 환경 문제까지 두루 다루며 깊이 있게 도시를 들여다보게 됐다. 책으로만 하는 여행이 아니라 직접 그 나라, 그 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