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3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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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스는 할아버지 질노르망의 손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자신을 버렸다고만 여겼을 뿐이다. 그러던 차에 아버지 퐁메르시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마지막으로 그를 보러 간 마리우스는 그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 퐁메르시가 아들이 나이 든 이모와 함께 참석한 교회에 꼬박 모습을 드러냈다는 걸 교회 집사를 통해 듣게 되면서 마리우스는 진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는 부유한 할아버지의 집을 나와 고르보 누옥에서 가난한 삶을 이어간다.


몇 년이 흐른 후 마리우스는 변호사가 되어 여전히 고르보 누옥에서 지내고 있었다. 공원에 산책을 하러 간 그는 매일같이 그곳 공원에서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부녀를 목격한다. 아직 어린애 티가 나던 소녀는 마리우스가 공원에 한동안 발길을 끊었다가 다시 찾게 되었을 때 놀랍게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했다. 마리우스는 그녀에게 반해 쫓아가다가 집을 알아내기까지 한다.




소설 3권의 주인공은 마리우스였다. 이전까지 팡틴과 코제트의 입장에서 장 발장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장 발장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혈기왕성한 젊은 청년의 이야기부터 시작된 셈이었다.

마리우스는 부유한 할아버지 질노르망 덕분에 부족함 없이 자라왔다. 세상 그 무엇에도 깊은 관심을 두지 않는 듯 보였는데, 그런 그가 바뀌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비밀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자신을 버렸다 여긴 아버지 퐁메르시가 사실은 아들이 너무나 그리워서 몰래 교회 예배 때마다 숨어서 지켜봤다는 걸 전해 들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할아버지가 자신의 신변을 담보로 아버지를 협박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이후 마리우스는 왕정주의자인 할아버지에게서 벗어나 공화파가 되어 정치적 신념까지 바뀌었다.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을 위해 싸우던 아버지를 존경하는 건 당연했고 말이다.

부유한 할아버지의 집에서 벗어나 가난함의 상징인 고르보 누옥에서 지내게 된 마리우스는 생각보다 괜찮은 듯했다. 아무래도 그가 변호사가 됐을 정도로 능력이 있었던 덕분일 테고, 스스로 박차고 나온 부유함에 그리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마리우스는 착한 심성을 갖고 있던 터라 이웃 종드레트의 방세까지 대신 내주기도 했다. 여기서 종드레트가 어떤 인물인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의 정체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마리우스의 상황이 변하게 된 건 공원을 매일 산책하러 나온 부녀를 보면서부터였다. 이들이 장 발장과 코제트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지만, 마리우스는 전혀 알지 못했기에 그저 힐끔힐끔 훔쳐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젊은 혈기로 인해 뒤를 쫓아 집을 알게 된 후에 그들이 이사를 하게 되어 다시는 그 아름다운 아가씨를 보지 못해 좌절하게 된다. 스토킹은 예나 지금이나 안 될 일이지만, 장 발장은 물면 안 놓는 자베르에게 언제까지고 쫓기는 신세이기 때문에 거처를 옮기는 게 당연했다.

그러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에 마리우스는 종드레트의 집을 방문한 그 부녀를 벽의 구멍 너머로 보게 된다. 동시에 종드레트가 과거에 코제트를 핍박한 테나르디에라는 게 밝혀졌고, 복수를 위해 불한당들을 끌어모았다. 마리우스는 테나르디가 워털루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구한 은인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사실은 그게 아님을 이전 책에서 분명히 했었다.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와 자신의 아버지를 구한 은인이라는 불가피한 선택 앞에서 마리우스는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는데, 이 무슨 악연인지 마리우스의 신고를 받은 당사자가 자베르였다. 자베르도 참 끈질기고, 테나르디에도 명이 참 긴 것 같다.


소설은 위기에서 벗어난 장 발장이 다시 한번 자베르의 앞에서 사라지면서 끝이 났다. 마리우스의 이야기를 진행한 와중에 곁들인 다른 이야기가 너무나 많아 역시나 읽기 힘들었다.

마리우스는 오 년 이래 가난, 곤궁, 심지어 고뇌 속에서 살았지만, 진정한 비참은 몰랐다는 걸 깨달았다. 진정한 비참, 그는 방금 그것을 보았다. 그것은 아까 그의 눈 아래를 지나간 그 인간 쓰레기였다. 정말 남자의 비참밖에 보지 않은 자는 아무것도 보지 않은 것이고, 여자의 비참을 보지 않으면 안 되며, 여자의 비참밖에 보지 않은 자는 아무것도 보지 않은 것으로, 어린애의 비참을 보지 않으면 안 된다. - P293

아직 자신을 알지 못하는 영혼의 그 첫 시선은 하늘 속의 여명 같은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빛나는 미지의 것의 눈뜸이다. 열렬히 사랑할 만한 암흑을 갑자기 어렴풋이 비추고 현재의 모든 순진함과 장래의 모든 정열로 이루어진 이 뜻밖의 빛의 위험한 매력은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으리라. 그것은 우연히 나타나서 기다리는 일종의 막연한 애정이다. 그것은 천진난만함이 부지불식간에 쳐 놓은 올가미요, 그러기를 바라지도 그렇게 할 줄도 모르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올가미다.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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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인 더 하우스 보이 프럼 더 우즈
할런 코벤 지음, 노진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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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는 코스타리카로 떠나 모녀와 함께 평범한 생활을 했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난 뒤에 그는 다시 미국으로, 자신이 발견된 숲으로 돌아왔다. 와일드는 늘 그랬던 것처럼 라일라, 방학을 맞이해 집으로 돌아온 매슈를 지켜보는 생활을 이어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와일드에게 일어난 사건은 처음엔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 자신을 버린 부모와 혹시 있을지도 모를 형제, 친척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에 혈통을 찾아주는 사이트에 등록했었다. 그 결과 와일드는 육촌 친척쯤 되는 PB, 아버지일 가능성이 높은 대니얼 카터라는 사람과 연결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사이트를 통해 대니얼 카터에게 연락을 하자 탈퇴한 회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PB는 와일드가 코스타리카에 가 있는 동안 연락을 해왔는데, 마지막으로 보내온 메시지가 마치 유서와 같은 것이라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와일드는 대니얼 카터를 직접 찾아갔으나 엄마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한다. 그리고 매슈를 통해 PB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유명해졌지만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피터 베넷이라는 걸 알게 된다.





전작에서 와일드는 그의 삶의 터전이었던 숲을 벗어나 코스타리카로 향하는 선택을 했었다. 그것도 모녀와 함께 말이다. 그건 와일드에게 기적과도 같은 선택이었고,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6개월 만에 다시 그 숲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그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맞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혈연과 관계된 사건을 맞닥뜨렸다. 얼떨결에 찾은 아버지 대니얼 카터는 엄마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가 젊은 시절에 군인으로 유럽에 가 있는 동안 여러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현재의 아내 소피, 딸들과의 일상에 떨어질 폭탄을 두려워하는 듯한 태도에 와일드는 제대로 된 무언가를 찾지 못하고 다시 숲으로 돌아왔다. 그러고선 PB라는 이니셜의 피터 베넷이 남긴 메시지를 뒤늦게 확인하게 되는데, 매슈를 통해 그가 서바이벌 연애 프로그램의 승자로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성 우승자인 젠과 결혼해 행복한 생활을 하던 중에 피터는 처제 마니에게 약을 먹이고 성폭행했다는 폭로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후 그는 SNS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렇게 와일드의 혈연관계로 보이는 이들과 관련된 사건 외에 '부메랑'이라는 온라인 조직의 이야기가 한편으로 등장했다. 그 조직은 인터넷에서 다른 이들에게 악플을 달거나 괴롭히는 이들을 처단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동물 이름으로 닉네임을 지은 6명의 사람들은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름은 물론이고 성별, 나이, 거주지, 직업 등 아무런 정보 없이 오로지 인터넷 악플러를 처단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모인 사람들이었다.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그들은 악플러를 처단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을 했고, 처단 결정을 내리면 단계별로 벌을 주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할런 코벤의 이전 작품 <스트레인저>에 등장했던 크리스 테일러가 부메랑의 리더로 나왔다는 것이었다. 하도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가물가물했는데, 문득 떠올라 흥미로운 연결이라 생각했다.

얼떨결에 사라진 혈연을 찾게 된 와일드가 궁지에 몰리게 된 건 집에서 총 세 발을 맞아 죽은 은퇴한 경찰이 발견되면서부터였다. 와일드는 피터 베넷에게 악플을 남긴 IP를 찾아 그 집에 온 것인데 이미 죽은 이로 인해 졸지에 살인범 취급을 받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FBI 법의학자 또한 똑같은 총에 세 발을 맞고 사망하면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다행히 와일드에게는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머니와 같은 존재인 유능한 변호사 헤스터가 있었고, 자기 분야의 전문가인 수양 동생 롤라가 있었다. 그리고 라일라와 매슈도 있었으며, 잠깐 삐끗하긴 했지만 은퇴한 경찰서장 오렌도 있었다. 와일드는 부모에게 버려진 신세로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곁에 아무도 없는 건 아니었다. 가족만큼이나 그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와일드의 혈연관계인 피터와 관련된 사건에 부메랑 조직이 연결되어 흐르던 소설은 상상도 못했던 비밀이 밝혀져 충격을 줬고, 범인의 정체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 놀라움을 안겼다. 더불어 그토록 궁금했던 와일드의 출생에 관한 사실도 드러났다. 너무나 다행인 건 와일드의 친부모가 일부러 그를 버린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로 인해 와일드는 조금이나마 편안해진 듯했다. 마지막에 드디어 안정을 찾으려는 듯한 장면을 보면 말이다.


충격적인 비밀과 반전이 여러 번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혈연관계를 찾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더러운 욕구가 드러나 몸서리가 쳐졌고, SNS와 유명세에 중독된 이들이 이해가 안 되어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이런 과정으로 흘러온 소설은 주인공 와일드에게 좋은 마무리를 지어주며 끝이 났다. 와일드의 이야기가 계속됐으면 싶은 바람도 조금 있긴 하지만, 드디어 정착을 하고 싶은 모습으로 보여 이대로의 끝도 좋았다.

헤스터 크림스틴과 대다수 세상 사람들은 ‘숲에서 온 소년‘의 부모가 누구인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었을 테지만 정작 소년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 한 번도 궁금했던 적이 없었다. 소년이 생각하기에 그의 부모는 죽었거나 그를 버렸다. 그러니 그들이 누구이고, 그를 버린 이유가 무엇인지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을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으리라. 적어도 좋은 쪽으로는. - P12

비밀을 햇볕 아래로 끌고 가라. 일단 햇볕에 노출되면 비밀은 시들어 죽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틀렸다.
정말로 시들어 죽는 비밀들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점점 더 강해지는 비밀, 지나치게 강해지는 비밀도 있었다. 그런 비밀들은 햇볕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 주위를 파괴한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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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있는
문목하 지음 / 아작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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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특채로 들어온 신입 윤서리는 초짜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노련해서 자신의 팀장을 뛰어넘을 정도의 실력을 보여준다. 서형우 팀장은 다른 부서의 팀원, 그것도 여자라는 윤서리에 대한 소문이 들려와도 귓등으로 흘려넘겼다. 그러다 윤서리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두고 나자 호기심에 그녀의 파일을 들춰보았다. 그리고선 윤서리를 자신의 일에 끌어들였다.

서형우에게 발탁된 윤서리가 해야 할 일은 범죄조직 '비원'의 뒤를 봐주는 것이었다. 그들이 내놓는 조직원을 적당히 잡고 봐주며 돈을 받는 그런 부패 경찰의 일을 하게 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윤서리는 서형우가 시키지 않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은 그냥 넘어갔지만 이후로도 윤서리의 단독 행동이 서형우 본인은 물론이고 비원 우두머리의 눈치까지 보게 되자 그는 윤서리를 특별한 임무에 내보냈다. 연쇄살인마를 처단하는 작전으로 포장한 사망 미션이었다.

상사의 지시에 윤서리는 11년 전 거대한 싱크홀이 생긴 산성 부근에 들어가게 되고, 마침내 서형우가 말한 연쇄살인마 정여준과 마주하게 된다. 정여준이 의외로 그녀를 죽이지 않고 데려간 이후 윤서리는 비원에 대척점에 있는 '산성'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마치 프롤로그와 같은 소설의 도입에서 이 책의 장르가 SF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공격을 주고받는 남녀의 모습 뒤로 손에 들고 있는 칼이 허공에 멈추거나 시멘트 벽이 날아오는 등의 능력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누가 이길지 훤히 보이는 대결은 남자가 여자를 봐주고 아지트로 데리고 옴으로써 끝이 났다.

이후 부패 경찰 서형우가 신입답지 않은 신입 윤서리를 발탁하는 초반 과정을 보여줬다. 비원이 대체 뭔지, 서형우는 대체 왜 그들을 봐주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돈 때문이라기엔 모호한 부분이 있어서 의문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런 와중에 윤서리는 서형우의 눈밖에 날 행동을 종종 했다. 그로 인해 서형우는 윤서리를 잘라내기 위해 연쇄살인마를 죽이는 작전이라고 포장한 곳에 그녀를 보냈다.

그 이전부터 소설의 배경이 조금 독특하다는 걸 언급하고 지나갔다. 11년 전에 산성으로 유명한 곳에서 믿기지 않을 만큼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해 그 지역에 사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사고는 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해 그 도시 인근에 사는 사람들마저 떠나게 했다. 그로 인해 일명 '산성'이라고 불린 그 지역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와 같은 곳이 되었고, 싱크홀이 있는 도시로 들어가는 도로 곳곳은 통제가 되어 관계당국에서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윤서리는 그 싱크홀에서 가족을 잃었다는 과거가 초반에 드러났다. 그녀의 부모는 싱크홀 안으로 빨려 들어가 시신도 찾을 수 없었는데, 당시에 학생이던 윤서리는 착실하지 않았던 터라 학교에 가지 않아 목숨을 부지했다고 서형우에게 밝혔다.

그런데 싱크홀을 떠나온 윤서리가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다시 그곳에 가게 되면서 연쇄살인마라고 했던 정여준을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소설 초반에 보여줬던 바로 그 상황이었다. 정여준은 자신을 공격해오는 다른 이들을 놀라운 능력으로 제거한 한편, 윤서리는 죽이지 않고 기절만 시켜 아지트로 데리고 왔다. 기절했다 깨어난 윤서리는 커다란 공동이라던 그곳에 몇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걸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


심지어 그곳 사람들에게 초능력이 있다는 것도 밝혀져 놀라움을 줬다. 정지자, 복원자, 파쇄자라고 불리는 각기 다른 세 가지 능력을 그들 모두 가지고 있었다. 재난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물체를 움직이거나 부수거나 원래대로 복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부터 소설은 SF다운 면모를 보이며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그러다 산성 사람들 사이에 서형우가 심어놓은 스파이가 있다는 게 빠르게 밝혀지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이후 11년 전 싱크홀이 생겼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서 그곳을 올라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비화가 드러났다. 가장 강력한 초능력을 가지게 된 최주상과 이경선이 왜 대립을 이루게 되었는지, 그로 인해 비원과 산성으로 갈라졌다는 걸 빠르게 밝혀 이들의 관계를 이해하게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캐릭터의 비밀과 드러나지 않았던 능력을 보여주며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소설 뒤편에 쓰인 것처럼 SF와 스릴러, 재난과 히어로물이 결합되었고, 여기에 단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사랑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장르까지 곁들여 푹 빠지게 했다. 온갖 장르를 조화롭게 연결 지어 흠뻑 빠져서 읽었다. 이들의 끝이 어떻게 될지, 삶과 죽음이라는 그 거대한 간극을 과연 뛰어넘을 수 있을지 마음을 졸이며, 궁금해서 빠르게 읽게 만들었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아직까지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인 소설이었다. 재미있다는 말은 너무 뻔하고 흔한 표현이라 잘 안 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진짜 너무 재미있어서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을 정도다. 정말 재미있었다. 이 책을 왜 이제야 읽었는지 나를 탓하고 싶을 만큼 재미있었고, 마지막 여운까지 짙은 소설이었다. 이 책을 읽고 작가님의 책을 또 찾아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드라마로도 만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제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넷플릭스 뭐 하냐!)

"그래, 우리 힘은 의지에 좌우되는 에너지야.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젠 정말 잘 알겠어. 이 능력은 의지를 가진 무언가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지도 몰라.
(……중략)
그럼 난 이제 죽음을 각오한 너와 싸워야 하는 걸까. 아무도 꼭두각시가 되지 않고, 네가 날 구하려 하지 않고, 나도 널 구하려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하지 않아도 네가 구해질 순 없을까…." - P352.353

"전 경선산성의 독립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더 자유로워지길 바라서 싸우고 있어요. 저한테 잡혀 오기 전의 윤서리 씨 같은 사람을 만들어내는 게 제 목적인 거예요." - P175

이제 대체 누가 두 번째 나선계단을 만들 수 있을까. 누가 남은 사람들을 햇볕 드는 세상으로 등 떠밀 수 있을까.
난 그 희망이 한 사람에게서밖에 보이지 않아.
이번 싱크홀에서 우리를 구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 정여준이야. - P264.265

by. 정여준
"자꾸 이 생각이 들어서 그러는데… 왜 이렇게 당신이, 익숙하고 그리운 거죠?" - P338.339

by. 윤서리
"나도 그래. 나도 당신이 그리워. 당신이랑은 다른 의미로 더 많이, 더 오래 그리워했어. 내가 아직도 만나지 못한 미래의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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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2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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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틴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장 발장은 자신을 잡기 위해 쫓아오는 자베르에게서 달아난다. 하지만 그는 얼마 가지 못해 붙잡혀 다시 지옥과도 같은 감옥에 들어갔다.

수감 중에 노역을 나간 장 발장은 위험에 빠진 선원을 앞장서서 구출하게 된다. 선원은 무사했지만 안타깝게도 장 발장은 바다에 빠졌고, 이후 그의 시체조차 떠오르지 않아 모두들 그가 죽었다고 여긴다.


1823년.

8살이 된 코제트는 여전히 테나르디에의 식당 겸 여관에서 하녀처럼 일을 하고 있다. 테나르디에 부인은 코제트를 구박만 하며 제대로 먹이지도, 제대로 입히지도 않는다. 너무 어릴 때부터 눈칫밥을 먹으며 살아온 코제트는 테나르디에 부부가 시키는 대로 묵묵히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었다.

그러다 늦은 밤에 물이 떨어지는 바람에 코제트는 테나르디에 부인의 성화에 어두운 밤길로 나갔다. 물을 길어 돌아오는 길에 코제트는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자신의 물동이를 들어주며 이것저것 묻는 말에 대답을 해줬고, 쉴 곳이 필요하다는 그와 함께 여관으로 돌아온다.




가여운 팡틴은 사랑하는 딸을 다시 안아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팡틴의 유언을 들은 마들렌 씨, 즉 장 발장은 어떻게 해서든 코제트를 찾아내 보살펴주려고 했다. 아이를 찾고서 자신의 벌을 달게 받을 작정이었다. 하지만 나쁜 짓을 조금이라도 한 사람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는 자베르로 인해 장 발장은 도망을 쳐야만 했다. 안타깝게도 장 발장은 다시 붙잡혀 옥살이를 하게 됐으나 선원을 구출하다가 바다에 빠진 덕분에 이제는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어 코제트를 찾아 나설 수 있었다. 그동안 공장을 운영하며 번 돈을 찾아 코제트를 성심껏 키우려고 마음먹었다.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르는 코제트는 여덟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상의 괴로움을 전부 깨달아 버렸다. 테나르디에 부부가 원하는 대로 돈을 보내주던 팡틴이 이제는 유명을 달리해 그들은 돈을 뜯을 구석이 없어 아이를 학대했다. 어린 코제트에게는 그렇게 못되게 굴면서도 자신의 딸들은 인형처럼 곱게 기르는 그들이 과연 사람인가 싶었다. 측은지심이라는 게 없는 못된 인간들이라 제발 벌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악행을 괴로워하며 읽었다.

어린 코제트에게는 억겁과도 같았을 시간이 지나고 장 발장이 추레한 행색으로 아이를 찾아왔다. 자신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 장 발장은 코제트의 안내로 테나르디에 부부의 여관에 묵었고, 그들이 바가지를 씌운 대로 숙박비와 잡다한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를 버리고 싶다는 테나르디에 부인의 말에 그럼 자신이 데리고 가겠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남편 테나르디에는 이 기회를 붙잡아 빚을 조금이나마 탕감하고자 잔꾀를 부리지만 장 발장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둘이 함께 떠난 장 발장과 코제트는 한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조용하고 단출한 집을 빌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며 진정한 부녀 관계로 거듭났다. 그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끈질긴 자베르로 인해 장 발장과 코제트는 안락했던 집을 떠나 다시금 도망을 쳐야만 했다. 장 발장은 코제트가 자신으로 인해 도망쳐야만 하는 게 괴로웠지만 이제야 찾은 이 아이를 두고 그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 그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다행히 장 발장은 마들렌이었던 시절에 목숨을 구해줬던 포슐르방 노인을 만나 그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수녀원에서 잡다한 일을 하는 포슐르방 덕분에 장 발장은 자베르의 매서운 눈길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코제트는 수녀원의 기숙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레 미제라블> 2권은 붙잡혔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장 발장이 코제트와 재회하는 과정과 쫓아온 자베르로부터 도망을 쳐 수녀원에 숨어드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소설은 주인공들의 이야기 분량은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았고, 나머지 부분은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 부분과 수녀원에 관한 사설을 길게 담아내고 있었다. 내용과는 관련이 거의 없어서 상당히 지루했던 2권이었다.

3권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담겨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그가 만난 두 번째 흰빛의 출현이었다. 미리엘 주교는 그의 마음의 지평선에 미덕의 여명을 떠오르게 해 주었고, 코제트는 사랑의 여명을 떠오르게 해 주었다. - P232

코제트의 본능은 하나의 아버지를 찾고 있었다. 마치 장 발장의 본능이 하나의 어린아이를 찾고 있었듯이. 서로 만나는 것, 그것은 서로 발견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두 손이 맞닿은 신비로운 순간에 이 두 손은 꼭 붙어 버렸다. 이 두 영혼이 서로를 보았을 때,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서로 알아보고 서로 꼭 껴안았다. - P233

그는 이제부터는 자기 생활의 근본인 다음과 같은 진실을 똑똑히 깨닫고 있었다. 즉 코제트가 거기에 있는 한, 이 아이를 자기 곁에 가지고 있는 한, 자기는 이 아이를 위해서밖에는 아무것도 필요치 않고, 이 아이 때문에밖에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 P275.276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 그 평화로운 정원, 그 향기로운 꽃들, 즐겁게 떠드는 그 어린아이들, 근엄하고 소박한 그 수녀들, 그 고요한 수녀원, 이런 것들이 서서히 그의 속에 스며들어가 그의 마음은 점점 그 수도원 같은 고요로, 그 꽃들 같은 향기로, 그 정원 같은 평화로, 그 수녀들 같은 소박함으로, 그 어린아이들 같은 기쁨으로 되어 가고 있었다. - P45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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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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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는 딸 하원이와 아들 상원이, 그리고 가족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남편 원우와 함께 살고 있다. 22평 아파트에 전세로 살며 백 원단위로 아껴가며 사는 정하는 원우가 일찍 들어오든 말든 신경 안 쓴 지 오래다. 그녀는 아이들만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과 왕래가 거의 없는 정하는 자신의 집에 커피를 마시러 오는 수다쟁이 아줌마 자영이 엄마에게서 이런저런 소문을 듣지만, 그녀의 방문이 달갑지는 않다. 자영이 엄마는 60평에 사는 사모님의 집에 다녀왔다고 떠들어댔는데, 정하는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마다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는 60평의 그 여자가 껄끄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원우가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고 선잠이 든 정하가 눈을 떴다. 정하와 침대를 같이 쓰기보다는 거실의 좁아터진 소파에서 씻지도 않고 자는 그가 웬일로 욕실에서 아주 오래 씻고 있어서 이상하게 여긴 그녀는 살짝 열린 욕실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벌거벗은 남편은 핏물이 빠져나오고 있는 양복을 빨고 있었고 변기 위에는 부러진 칼이 놓여 있었다. 놀란 정하는 침실로 살며시 돌아와 자는 척을 했다. 이튿날, 남편은 평소처럼 출근을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일찍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마 뒤 호프집 살인사건이 보도되고, 용의자를 찾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 후 탐문을 통해 용의자에 대한 실마리를 잡았다는 보도가 나온 뒤, 남편은 여느 때처럼 출근한 후에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결혼을 해서 두 살 터울의 아이들과 함께 사는 전업주부인 아내, 외벌이인 남편의 삶은 정하와 원우 부부와 큰 차이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이들이 아직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아니라서 유치원과 놀이방 등에 보내고 난 후에 정하는 좁긴 해도 가족의 보금자리인 집을 정리하고 꾸려나가는 일을 했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은 집에 돌아왔고, 수다쟁이 아줌마의 방문도 이어졌으며, 늦은 시각에 돌아오는 남편의 식사를 챙길 때도 있었다.

정하와 원우는 어린 자식들을 보살펴야 해서 바쁘다 보니 부부가 조금은 내외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애정이라는 건 손톱만큼도 없었다는 걸 원우가 사라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시작부터 잘못된 관계였지만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결혼을 했고, 첫아이인 하원이를 낳았다. 2년 뒤 상원이가 태어났을 때에는 발을 빼기엔 너무 늦어버린 부부, 가족이 되었다.


이들 부부의 관계가 처음부터 명확했기 때문인지 호프집 살인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에 그들이 각자 향해야 할 방향 역시 분명했다. 원우는 처음부터 이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사람이라 사라지는 선택을 했다. 납치가 됐다거나 누군가에게 끌려가서 죽었다거나 했을 수도 있겠지만, 정하는 적어도 그가 가족을 위해 떠났다고 믿고 싶어 했다. 원우와는 다르게 두 아이들과 남겨진 정하는 욕실에서 핏물이 밴 옷을 빨던 남편을 본 이후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그게 자신은 물론이고 앞날이 창창한 어린 두 아이들을 지키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한 명은 자신을 위해 도망치고, 한 명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 남는 걸 보면서 답답함과 짜증이 밀려온 건 당연했다. 원우의 일기장인지 뭔지 모를 노트가 발견된 이후에 그가 얼마나 야비하고 비겁한 인간인지 낱낱이 드러나서 더욱 화가 났다. 상황을 알고는 있지만 어찌 됐든 정하는 남편의 실종 신고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그 모든 걸 떠안아야 하는 현실도 암담했다.

정하가 실종 신고를 하고 3개월이 지났을 때 일명 앞 동 사모님, 쓰레기장에서 정하를 노려보던 60평 여자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남편이자 종종 인사를 나누고 정하의 아이들에게 치킨을 사다 줬던 우성은 장례를 치렀고, 정하를 비롯한 아파트 주민들이 참석해 조의를 표했다.

이후 우성은 정하와 조금씩 가까워졌다. 그녀가 만들어준 반찬을 우성의 아이들이 잘 먹는다며 감사를 전했고, 우성이 아파트 사람들과 치킨 반상회를 열어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13년이 흘러 소설은 또 다른 관점으로 모든 걸 보여주기 시작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전개이긴 했다. 정하에게 숨기는 게 많았던 원우가 있었고, 정하 역시 원우의 사건을 눈감아줬기 때문에 우성에게도 반드시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여겨졌다. 그런데 작가의 필력이 좋은 탓인지 다음에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야기들 속에서 캐릭터들이 왜 그런 태도를 보인 건지 헤아려 보는 재미가 있었다.

결국 소설 속에 등장한 여러 캐릭터들은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선택을 했던 걸로 보였다. 원우가 제 안위만을 걱정해 도망치는 선택, 혹은 부득이한 태도를 보였다면 정하는 아이들을 위해 도망치지 않고 숨기는 선택을 했다. 그건 우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성에게도 고등학생인 자녀가 있었기에 아내로부터 그 아이들을 지키고 보살피기 위해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그들의 아이들 역시 각자 선택을 했다는 데서 부모의 성격을 일부분 물려받은 거라고 보였다. 하원이와 상원이의 선택이 달랐고, 우성의 두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전쟁을 치러왔기에 같은 선택을 했다. 지키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 어떻게 보면 소름이 끼치는 한편으로 애정을 바탕으로 한 보호였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설 <배니시드>에 대한 칭찬을 종종 들었었는데 이제야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하루 만에 다 읽었을 만큼 흡인력 있고, 재미도 있는 소설이었다. 때때로 어떤 상황이나 캐릭터의 모습에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했다.

드라마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다.

남편이 밖에서 무슨 일을 저질렀든 위험이 나와 아이들에게까지 미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차올랐다. 고민은 불과 몇 초였다. 난 그 몇 초의 마지막 초침이 채 움직이기도 전에 결심했다. 모르는 척을 하기로. 내가 모르고 아이들이 모르면 아무도 모르는 거다. 무슨 일이 있었든지 간에 그건 남편 혼자만의 일이었다. 혹시나 경찰이 들이닥쳐도 ‘우리는‘ 모른다. 남편을 제외한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다. - P57

"당신과 함께 살 수 있다면 나는 무슨 짓이든 할 생각이었어. 얼마의 시간이 흐르든 어떤 일을 겪게 되는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각오를 하고 열심히 연구했지. 그리고 결국 꿈을 이루었어. 지금 당신과 한집에 있으니." - P272

우리는 서로를 위해 서로를 외면했고 서로를 위해서 숨고 숨겼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서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서로를 위한답시고 했던 행동들이 결국 각자의 길을 걷게 한 것은 아닐까.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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