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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0분의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10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3년 9월
평점 :
트래비스 디바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오로지 아버지에게 반항을 하는 이유에서 비롯된 선택이었지만, 훈련을 받고 특수부대 레인저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다.
훈장까지 수두룩하게 받은 디바인은 군대 내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모든 걸 벗어던지고 전역해 대학에 가서 아버지의 뜻대로 살기로 결정한다. 월가의 투자자로 돈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돈을 벌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디바인은 매일 아침 6시 20분에 통근열차를 타고 몸담고 있는 '카울앤드컴리'로 출근을 한다.
다른 말단 신입 사원들과 마찬가지로 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기 위해 일하던 디바인에게 메일이 한 통 도착한다. 보통의 메일 주소와는 다른, 숫자로 된 주소로 온 메일에 담긴 내용은 '그녀가 죽었어'로 시작되는 것이었다. 한때 디바인과 좋은 감정을 나누고 있었고 딱 한 번이지만 관계를 하기도 했던 세라 유즈가 52층에서 목을 매단 채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메일을 받지 않은 걸 알게 된 디바인은 곧장 52층으로 향했고, 메일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후 디바인은 자신을 용의자로 의심하는 형사는 물론이고, 카울앤드컴리의 CEO 브래들리 카울의 정보를 캐내기 원하는 전직 장군 애머슨 캠벨, 세라 유즈의 입사 동기이자 경쟁자인 제니퍼 스타모스, 카울의 현재 여자친구 미셸 몽고메리 등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또 다른 사건들을 맞닥뜨린다.
디바인이 너무나 잘 하고 또 적성에도 잘 맞던 군인으로서의 삶을 버린 건 스스로의 결정이었다고 보기엔 어려울 듯했다. 선택은 디바인이 한 것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가 겪은 상황이 인간에게 혐오를 갖게 해 모든 걸 떨쳐버리게 만든 것처럼 여겨졌다. 그로 인해 디바인은 아버지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본인은 혐오 그 자체인 삶을 살기로 결정했다. 돈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을 벌어다 주는 투자자로서의 삶이었다.
전역을 하긴 했어도 몸을 쓰고 단련하는 습관을 버리지 않은 디바인은 새벽 4시에 운동을 하고 난 후에 남들보다 일찍 6시 20분 기차에 올랐다. 사람이 드문 시간이라서 그 시간에 기차를 탄다는 이유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차가 지나가는 길에 CEO인 브래드 카울의 대저택, 일명 '궁'이라 부르는 곳에 때때로 카울의 아름다운 여자친구가 몸매가 드러나는 멋진 비키니를 입고 나와 있는 걸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칙칙한 삶에 유일한 낙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저 그런 일상을 살아가던 디바인에게 메일이 도착하면서 평범했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좋은 감정으로 만났지만 더 이상 관계를 이어나가지 못했던 세라 유즈가 목을 매달아 죽은 것이었다. 사내 연애 금지 조항이 있었기에 유즈와 디바인이 데이트를 했다는 걸 그 누구도 몰랐지만, 칼 행콕 형사가 디바인의 집까지 찾아와 그녀에 대해 캐물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디바인은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일을 하는 듯한 남자들에게 이끌려 애머슨 캠벨을 만나게 된다. 장군은 전역을 했지만 아직까지도 비밀리에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하며, 카울앤드컴리의 브래드 카울의 뒤를 캐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역한 지 좀 되긴 했어도 아직도 뼛속에 군인의 상명하복 DNA가 남은 디바인은 캠벨의 명령을 따르고 비밀리에 일을 해야만 했다.
디바인은 일단 세라 유즈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위장 살인이라는 걸 알고 퇴근 후에 회사에 들어갔다가 유즈의 라이벌인 제니퍼 스타모스와 사무실 책상에서 섹스를 하는 브래드 카울의 모습을 핸드폰에 담는다. 이후 디바인은 스타모스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궁의 비키니 여인 미셸 몽고메리와 얼떨결에 가까워져 브래드 카울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됐다. 심지어 '51구역'이라 부르는 통제구역을 들어가 보기도 한다.
브래드 카울의 뒤를 캐기 위해 디바인은 룸메이트 중 한 명인 화이트 해커 윌 밸런타인에게 메일 주소에 대해 알아내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으로 디바인은 세라 유즈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게 되어 다른 룸메이트인 법대 졸업생 헬렌 스피어스에게 상담을 하기도 했다. 칼 행콕 형사 말고 다른 두 형사가 찾아오기까지 했는데, 알고 보니 칼 행콕이라는 형사가 없다는 말에 상황은 자꾸만 미궁에 빠진다.
이런 상황으로도 모자라 세라 유즈 외에 또 다른 죽음들이 줄줄이 이어져 디바인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소설은 자살로 위장한 살인 사건을 발단으로 디바인이 회사의 CEO 브래드 카울의 뒤를 캐면서 돈 세탁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줬다. 덕분에 그곳에만 집중을 했었는데, 결말이 다 될 때까지 범인의 윤곽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아 의문스러움을 남겼다. 그때쯤이면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드러내야 마땅했으나 그럴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거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 정말이지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사람이 진짜 범인이었기 때문이다. 읽을 때에는 정말 상상도 못했었는데 다 읽고 난 후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소설 초반에 굉장한 단서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여 그저 흘려넘겼으나 알고 보니 아주 큰 단서였다. 인간이라는 게 거기서 거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데커 시리즈'로 유명한 데이비드 발다치의 새 소설은 전직 특수부대 장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워낙 능력이 출중해서 그의 활약이 이대로 끝나는 게 아쉬웠는데, 다음 시리즈가 있다고 한다. 새로운 시리즈는 언제나 환영이다. 이번 소설에서 미처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다음에 풀어내주길 바란다.
너는 그날 밤 회사에 들어가는 데 네 보안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출입 기록에 네 이름이 떴잖아. 누군가가 네 카드를 복제했어. 문제는 누가 했느냐야. - P252
"우린 정보가 필요해, 디바인. 그것도 많이.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야 해. 자네는 이미 거기에 들어가 있으니 이 문제를 조사하기에 더할 나위 없지. 그게 자네가 여기 와 있는 이유야. 우리가 자네를 주시한 이유고. 자네가 지금 마운트키스코에 사는 이유, 자네가 매일 카울의 집을 지나쳐 가는 이유라면 말일세. 우리는 브래드 카울을 반드시 잡아들여야 해. 그러려면 자네 도움이 필요하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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