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경비원 - 2021년 퓰리처상 수상 장편소설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이지예 옮김 / 프시케의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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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미국의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종결 법안'이 통과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진다.


치페와족 의장 토머스 와샤스크는 보석베어링 공장의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아내와 자식들, 아내의 노모는 물론이고 자신의 늙은 아버지를 돌봤다.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와중에 종결 법안이 통과되는 걸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석 베어링 공장에서 일하는 퍼트리스는 몇 달 동안 연락이 없는 언니 베라를 찾고자 한다. 영적인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사촌 제럴드가 베라에게 아기가 있는 게 보였다는 말을 하자 그녀는 언니를 찾기 위해 기차에 오른다.



소설은 나이 든 치페와족 남자 토머스와 젊은 치페와족 여자 퍼트리스의 시점을 오가며 진행됐다. 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토머스에게 종결 법안이 성큼 다가왔기에 그 건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마무리 짓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인디언들에 대한 지원이 종결된다면 그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생활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퍼트리스는 언니 베라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자신을 좋아하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백인 남자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고, 보석 베어링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중요하긴 했지만 언니와 혹시 모를 아기를 찾는 게 중대한 문제였다.

나이는 물론이고 성별, 가족과의 관계 등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은 토머스와 퍼트리스였지만,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건 같아 보였다. 가족이라는 큰 울타리를 두르고 있는 인디언이라고 말이다.

종결 법안으로 인해 갑작스레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했어도 토머스의 생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가족을 돌보고 밤에는 보석 베어링 공장에서 경비를 서는 일을 언제나처럼 지속하고 있었다. 다만 종종 학창 시절에 죽은 친구의 영혼을 봤고, 인디언들에게 부정적인 의미인 부엉이를 보는 등의 환각을 겪었다. 그러다 종결 법안 통과 반대를 위해 위원회와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토머스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반면에 퍼트리스는 초반부터 많은 일을 겪었다. 언니를 찾기 위해 기차를 타고 미니애폴리스로 간 그녀는 택시 기사를 가장한 불량배에게 이끌려 술집에 끌려 가게 됐다. 그곳에서 자칫 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었지만, 당당한 그녀는 기죽지 않고 원하는 걸 얻어내려고 했다. 충분히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기지를 발휘한 퍼트리스는 수조에서 공연을 하고서 꽤 많은 돈을 벌었고, 그걸 가지고 몰래 빠져나와 마침 그 도시에 있던 치페와족 권투 선수 우드 마운틴과 베라의 아기를 찾아 집으로 돌아왔다. 세상에 나갔다 돌아온 뒤에 퍼트리스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이전과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는 두 사람의 노력이 시나브로 그들을 변화하게 만든 듯했다. 더 좋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그들 앞에 닥친 어려움은 주저앉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뜻하는 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주춤하고 꺾일 뻔했을지라도 그들은 다시 일어서서 자신과 가족, 인디언들과 함께 앞을 향해 나아갔다.


소설 <밤의 경비원>은 퓰리처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궁금해져 읽게 됐다.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었다.


정부는 때때로 인디언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그럴 때면 정부는 늘 인디언을 해결하려 했다. 토머스는 생각했다. 그들을 우리를 제거함으로써 우리를 해결하려 하지. - P109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언뜻 무해해 보이는 건조한 언어로 차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의도라는 것이 결국은 지우는 것,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인디언으로서의 토머스, 비문, 로즈, 자녀, 주변 사람들, 곧 우리 모두를 보이지 않게 지우는 것. 마치 여기, 처음부터 우린 이곳에 존재한 적도 없었던 것처럼. - P108

퍼트리스는 가족 중에 처음으로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 덫을 놔서 동물을 잡는 일도 아니고, 사냥도 아니고, 베리를 줍는 일도 아닌, 백인들이 갖는 그런 직업이었다. - P26

제가 스스로 발전했다고 느끼는 것은 오로지 제가 읽고 쓰기 때문입니다. 제가 읽고 쓸 수 있다고 해서 인디언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까?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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