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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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노노미야 쿄코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입학했을 때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잘 어울렸으나 2학기가 시작된 후 빈혈로 며칠 결석을 한 이후에 아이들은 눈에 띄게 쿄코를 괴롭히며 놀리곤 했다. 뚱뚱하고, 못생겼고, 병약하다는 둥 갖은 것들로 쿄코를 놀렸지만, 그녀는 부모에게 염려를 끼치고 싶지 않아 꾹꾹 눌러 참았다.
그러던 중에 동갑내기 사촌인 가모우 미치루가 쿄코의 학교로 전학을 올 거라는 얘기를 엄마에게서 들었다. 외가에 가면 늘 함께 놀며 가깝게 지냈었지만 6년 전에 갑자기 왕래가 끊긴 미치루를 다시 만날 생각에 쿄코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미치루는 쿄코와 같은 반이 되어 놀랍고 기뻤지만 내색을 할 수 없었던 건 자신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했고, 또 미치루에게도 영향이 갈까 봐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예뻤던 미치루는 중학생이 되어 더욱 빛이 나는 듯했다. 남자아이들은 물론이고 여자아이들까지 그녀의 미모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개중에도 미치루의 범접할 수 없는 미모를 시기하는 여자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의 남자친구로 인해 괴롭힘은 쿄코에서 미치루로 옮겨가게 된다. 쿄코는 안도했지만 그래도 미치루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는데, 미치루가 재미있는 걸 보게 될 거라며 방과 후에 체육관 뒤로 오라고 한다.



소설은 미치루의 사촌 노노미야 쿄코의 시점을 시작으로 세 명의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뒤, 마지막에 가모우 미치루의 시점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는 사이에 쿄코와 미치루는 성인이 되어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미치루가 어떻게 사람들을 홀려 범죄를 저지르게 만들었는지 보여줬다.

미치루의 악행이 시작된 건 왕따 주도자인 여자아이를 그 아이의 남자친구 무리가 괴롭히게 만든 것이었다. 남자친구가 미치루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자 그녀는 그 남자애를 말로 꼬드겨 여자친구를 괴롭혔다. 중학생이 그런 짓을 시켰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무자비한 행동이었기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쿄코도 그 괴롭힘을 몰래 보고는 놀랐었지만, 자신도 그 여자애로 인해 왕따를 당했었기에 복수를 했다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미치루의 악행은 더욱 끔찍해졌다. 그런 걸 보고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쿄코와 함께 학대에 성폭행까지 일삼는 자신의 아버지를 자살로 위장해 죽인 것이었다. 미치루의 아버지는 죽어 마땅한 놈이었기에 통쾌하긴 했지만 불안함도 함께 느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쿄코와 미치루는 생활 컨설턴트라는 사업을 하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접근하거나 소개를 받는 등의 행위로 범죄의 거미줄을 뻗어 나갔다.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사기누마 사요, 쿄코의 남동생인 히로키, 2년 전 남편이 퇴직한 후 갑자기 가장이 된 후루마키 요시에였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모든 것이 완벽하고 절대적으로 행복하기만 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저마다 다른 고민과 걱정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미치루는 그런 개개인의 속내를 꿰뚫어보고 조언을 해주는 척하면서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건 낯선 이에게 일단 호감을 주기에 충분한 조건이었고,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태도 역시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그런 호감 요소가 작용해 미치루를 신뢰하게 만들었고, 이후에는 무시무시한 속내를 가진 그녀의 조언이 명쾌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횡령과 존속살인, 보험 사기 등의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는데, 그럼에도 미치루를 전혀 원망하지 않았다. 그녀의 가스라이팅이 완벽했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미치루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각 지역의 경찰들로 인해 덜미가 잡히고 말았는데, 반전이라고 할 만한 놀라운 알리바이를 대고서 빠져나갔다. 이 소설이 시리즈라는 걸 알고 읽기 시작했기에 미치루가 여기서 잡히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럼에도 놀라운 반전이라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여러 시리즈 중 하나인 이 소설은 지독한 악녀를 내세웠다. 보통 악당이라고 하면 싫고 미운 감정이 들기 마련이지만, 이 소설 속의 미치루는 불쌍하기도 하다가 밉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매력적인 부분이 존재하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캐릭터 설정을 잘 구축한 거라 느껴졌다.
앞으로 미치루가 또 무슨 일을 일으킬지 궁금하고, 또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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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나고야 사건도 그렇지만, 실행범의 곁에는 언제나 미치루가 존재합니다. 실행범의 그들에 숨어 결코 밖으로 나오지 않죠." - P362

완전범죄. 미즈모토는 그 네 글자를 떠올리고는 소름이 돋았다. 그런 것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말이라고 지금까지 믿어 왔지만, 가모우 미치루의 존재야말로 그것을 대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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