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에 영화를 처방해 드립니다 - 영화를 사랑한 심리학, 심리학이 새겨진 영화, 2022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 [올해의 책] 선정
전우영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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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내 생각과 느낌을 반영해 리뷰를 쓰는데,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읽고 영화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은 저렇게 생각했구나 하는 차이점을 발견하면 재미있기도 하다. 같은 영화를 보고 다르게 느낀다는 점이 영화에 대한 시각을 넓혀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때로는 영화 리뷰 외에 영화와 관련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는데, 좀처럼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이 눈에 들어오게 됐다. 드물지만 1년에 한 권 정도는 읽는 것 같은 심리학과 영화의 결합이라 흥미를 유발했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황금시대나 다름없던 1920년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그토록 좋아하던 화가들과 피츠제럴드 등의 문학가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한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다 여성이 그토록 동경하던 1890년대로 다시 떠나게 된다.
그저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영화를 봤을 땐 꿈에 그리던 곳으로 시간 여행이라니 정말 즐겁고 신나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본 영화는 '초점주의 오류'에 대해 말했다. 평범한 우리는 중심 사건과 주변 사건이 동반된 삶을 살고 있다. 결혼이라는 중심 사건에는 예식장 잡기, 청첩장 돌리기, 신혼여행 예약하기 등등이 있다고 예를 들었다. 빅 이벤트에는 자질구레한 일들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이런 와중에 일은 일대로 해야 하니 아무리 결혼을 앞두고 있어도 현재의 삶은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보면 중심 사건은 멋지고 아름답기 마련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처럼 1920년대의 멋진 면만 보고 있었기에 르네상스로 여길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다른 사람의 SNS에 올라온 멋진 일상을 보며 부러워하다 괜스레 우울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이자 사회운동가 부부는 3살에서 7살 흑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인형을 보여주며 몇 가지 선택을 하도록 했다. 같이 놀고 싶은 인형을 고르라고 했을 때 다수의 흑인 어린이들이 백인 인형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착한 인형을 고르라는 말에도 백인 인형을 선택했고, 나쁜 인형은 당연히 흑인 인형을 골랐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과 닮은 인형을 고르라는 말에 흑인 인형을 골랐는데, 나쁘다고 고른 인형과 자신이 닮았다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인해 몇몇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힘들어했고 화를 내며 뛰쳐나간 아이도 있다고 한다.
아직 어린아이들에게조차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이 학습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책이나 TV, 영화를 통해 자신과 같은 피부색을 가진 흑인은 나쁘고 백인은 착하다는 편견을 갖게 되었고, 그걸 인지하면서 혼란을 겪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영화 <블랙 팬서>는 흑인도 착하고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수많은 흑인 아이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줄 수 있었을 것이다. 덕분에 영화가 큰 인기를 누렸던 건 아닐까 싶다.

칸 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물론이고 세계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다시피한 영화 <기생충>을 통해 '빈곤 스트레스'에 대해 말했다. 연구 참여자에게 자동차 결함이 발견돼서 수리를 해야 하는데, 이 수리비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하고 지능검사를 받았다. 그랬더니 수리비 고민 후에 부자들의 지능검사 점수는 변하지 않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지능검사 점수가 낮아졌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를 통해 지능검사 점수의 감소는 하룻밤 수면을 박탈했을 때와 맞먹는 크기였다고 한다.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경제적 사정에 대한 걱정이 하룻밤을 꼴딱 새운 것과 맞먹는다니,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피곤해지는 가난이라는 게 너무 참담했다. 경제적 빈곤이 우리의 마음을 가장 먼저 무너뜨린다는 저자의 말이 괜스레 서글퍼졌다.



47편의 영화와 드라마로 51가지 심리학적 관점을 보여준 책을 통해 내가 보고 느낀 영화에 대한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소개된 작품 중에 아직 못 본 영화와 드라마도 있었는데, 덕분에 찾아보고 싶어지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영화를 심리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책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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