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인드 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ㅣ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새뮤얼은 아들 엘리오를 만나기 위해 로마로 가는 기차를 탔다. 책을 읽던 그는 피렌체 역에서 기차에 올라 자신의 대각선에 앉은 여자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강아지를 데리고 탄 그녀는 엘리오보다 몇 살 더 많아 보였고, 왠지 우울해 보였다. 그녀의 표정에 자기도 모르게 우울해 보인다는 말을 건넨 이후 그녀, 미란다와의 대화가 이어져 이 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다 마침 엘리오가 아픈 피아니스트의 대타를 뛰어야 한다며 오늘 만나지 못한다는 연락을 하자, 그 얘기를 들은 미란다는 자신의 아버지와 단둘이 할 생일파티에 초대한다.
성당에서 열린 실내악 연주회에 처음 참석한 엘리오는 잠깐 쉬는 시간에 미셸을 본다. 자신보다 나이가 두 배쯤 많을 것 같은 그에게 자꾸만 시선이 갔는데, 대화를 조금 나눠본 후에는 관심이 생겼다. 용기를 낸 엘리오 덕분에 연주회가 끝나고 두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났을 때, 엘리오가 강의를 나가는 음악학교에 미셸이 찾아온다.
올리버의 아파트에서 열린 송별회에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 그중 요가학원에서 만난 에리카와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 폴 역시 각각 남편, 남자친구와 함께 파티를 찾았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 무르익었을 무렵 폴이 연주하는 피아노 곡을 듣자, 오랜 세월 내내 잊지 않았던 한 사람에 대한 미칠듯한 감정을 느낀다.
처음엔 "나"라는 사람이 아들을 만나러 간다고 그러길래 엘리오인 줄 알았다. 중년의 엘리오라니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고 아들까지 있다는 것도 충격이었는데, 알고 보니 엘리오의 아버지 새뮤얼이었다. 엘리오가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난 뒤 아내와 이혼을 한 그는 혼자 살아가고 있었다. 낭독회 겸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아들뻘인 여자와 깊은 관계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새뮤얼과 미란다의 나이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부터 약간 걸렸는데, 아무리 대화가 잘 통한다고는 해도 처음 본 사람과 둘도 없는 깊은 관계가 되는 게 내 기준엔 조금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두 사람의 만남이 가벼운 게 아닌 진지한 사랑이었다는 걸 화자가 바뀌는 이후 챕터들을 통해 보여줘서 그런가 보다 했다.
두 번째 장에서 드디어 화자로 등장한 엘리오는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며 파리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새뮤얼과 미란다가 만났던 것처럼 처음 만난 아버지뻘인 남자에게 푹 빠져 깊은 관계가 됐다. 미셸이 엘리오를 사랑하는 모습이 중반까지 이어졌고, 그 후에는 미셸의 아버지가 소중하게 간직한 악보를 쓴 남자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 번째 장에서는 올리버의 공허감이 느껴졌고, 네 번째 장에서는 다시 엘리오가 등장해 서로에게 단 하나의 사랑인 두 사람의 재회를 보여줬다.
어느 세대나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사랑 앞에 나이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겉치레 또한 중요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자신을 사랑과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어줄 수도 있었다.
새로운 만남에서 깊은 사랑을 느끼기도 하지만,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그 사람이 남긴 무언가를 오랫동안 간직하며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는 모습도 애틋한 사랑이었다.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엄청나게 좋았어서 이후에 원작 <그해, 여름 손님>을 읽었었다. 영화에서 보여준 풋풋한 감정과 청량한 여름에 푹 빠졌었는데, 원작은 영화보다 수위가 높아서 당황했었던 기억이 난다.
원작보다 영화가 훨씬 좋았기 때문에 후속 소설인 <파인드 미>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기대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는지, 엘리오 아버지의 분량이 책의 절반이나 차지해서 아쉬웠다. 이전 소설은 엘리오의 시점으로만 진행되어 사랑과 이별, 그리고 먼 훗날의 이야기까지 짧게 등장해 여운을 남겼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두 사람이 각자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제일 궁금했었다. 아버지의 이야기가 끝나고 엘리오의 시점이 등장했지만, 낯선 사람과의 새로운 만남이 이어져서 이번에도 아쉬우려는 찰나, 엘리오에게 단 하나의 사랑은 올리버라는 걸 보여줘서 다시 감정이 요동쳤다. 그리고 올리버 역시 엘리오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영화의 후속작이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고, 주인공들 모두 그대로 돌아온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티모시 샬라메가 아닌 엘리오는 상상할 수 없으니 말이다. 원작보다 더 멋진 영화를 만들어줄 루카 구아다니노의 연출을 기대한다.
"세상에는 누군가에게 상처받아서가 아니라 상처받을 만큼 의미 있는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상심한 사람들도 있거든요." - P69
by. 엘리오 내 눈을 감겨 줬으면 하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지만 바라건대 그는 손바닥으로 내 눈을 감겨 주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올 것이다. 내가 그의 눈을 감겨 주기 위해 그렇게 할 것처럼. - P244
by. 올리버 "내가 상대의 가슴에 구멍을 뚫었지만 영영 치유되지 못한 건 나였어요." - P2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