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오늘의 젊은 작가 27
은모든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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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우리 쌍둥이들한테도 그렇게 알려 줄 수는 있다는 거지? 니모부터 꽃 한 송이까지 자연에도 공생이 넘쳐 난다고. 그게 막 피부로 느껴지지는 않을지 몰라도."

"얘기해 주면서 같이 더 많이 찾아봐. 그럼 피부로도 느껴질지 모르잖아."(152쪽)

동생과 엄마가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질러 걸으면, 나는 언제나 뒤처져서 그들을 빤히 바라보는 쪽이었다. 그런 나에게서 사람들은 줄곧 '쓸쓸함'이나 '외로움'과 같은 단어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도리어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편이 나를 훨씬 편하게 만들었다. 예민한 성격으로 인해 상대의 변화에 따라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했던 탓이다. 그랬기 때문에 소설의 화자인 '경진'에게 몰입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재미를 찾기보다는 빨리 끝내고 혼자만의 휴식을 즐기는 일에 급급했고, 상대가 주저할 때는 굳이 물어보려 하지 않았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없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때도 있고, 괜히 상처를 입게 되는 일도 잦았으므로, 대화를 향한 나의 오래된 적대는 옳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눈다는 것, 특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 한 사람을, 때로는 나 자신을 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밤에는 내게 이야기를 할듯 말듯 망설이던 얼굴들이 떠오른다. 툭 터놓고 말하고 나면 편안해질 수 있었을 누군가의 절박함을 망쳐놓지는 않았을까. 또 대화를 통해 사람들 속에 섞여드는 즐거움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것은 아닐까. 그런 후회가 두서없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경진'은 간만의 휴가에 질릴 때까지 침대에 누워있고자 하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휴가가 시작되자마자 그녀를 기다렸다는 듯이 '경진'을 향해 이야기를 쏟아 내기 시작한다. 이전의 '경진'은 상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청자'의 입장보다는 '선생님'으로서의 자아가 더 강해 보였다. 상대의 언어는 그녀가 교정하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해미' 또한 '경진'에게 가로막혀 자신의 속마음을 다 털어놓지 못한 채로 모습을 감춘다. 사실 '해미'에게 있어서 '경진'은 선생님이나 어른이기 이전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대화 상대였다. 그런 사람마저 자신에게 이야기할 틈을 주지 않으니 '해미'로서는 어지간히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경진'에게 내밀한 사정을 털어놓는 기묘한 상황은 때로 '해미'의 복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해미'와 끝내 마무리하지 못한 대화가 소설의 끝까지 '경진'을 놓아주지 않는다. '경진'은 '해미'와의 일로 대화에 대한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그러니까 대화의 기회는 영원히 주어지는 종류의 것이 아니며, 평소처럼 흘려보낸 이야기가 누군가와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사실 말이다. '해미'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두려움은 증폭되고 '경진'의 머릿속에는 이제 두 번 다시 '해미'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경진'은 서로 다른 '해미'의 이야기들로 자연스레 빨려 들어간다. 기이할 정도로 모든 사람들이 '경진'에게 갑작스레 다가와 각각의 은밀한 사정들을 털어놓고 말았던 것은 '해미'와의 일에 대한 후회가 그녀를 대화에 긍정적으로 호응하는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경진'이 지금처럼 대화에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된 데에는 엄마의 질문도 한몫했을 것이다. "언제까지 그러고 살래(77쪽)"라는 엄마의 반복적인 물음은 '경진'을 지치게 했고, '경진'은 자연스레 대화로부터 멀어졌다. 처음에는 '엄마'뿐이었겠지만, 차츰 그 범위가 늘어났을 것이 틀림없다. '엄마'와의 대화로 인한 상처는 또 한 번의 대화로 치유된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마주한 엄마의 이야기는 오해를 해소하고, 더 나아가 '경진'이 활발한 대화를 통해 다시 세상으로 녹아들도록 부추긴다. '경진'과 엄마의 이야기는 경청을 기반으로 한 대화가 가진 위안의 힘을 실감하게 한다. 대화 행위가 주는 숱한 상처들을 뛰어넘을 만큼의 희망참을 작가 '은모든'은 이야기하고 있다.


햇살이 드리운 거리를 느긋하게 걷고

얼굴을 마주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작가의 말')

책을 덮은 지금에도 '해미'의 울먹거리는 얼굴이 눈에 선하다. 단지 몇 마디를 나눠줄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아이가 드디어 그런 상대를 발견했을 때에 느껴지던 어떤 안도가 나를 울컥하게 만든다. '경진'과 그녀의 친구 '웅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들을 해내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세우면서 우리는 짧은 시간의 대화가 우리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에게 주는 사소한 행복과 위로를 너무 오랫동안 등한시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더 많이 듣고 또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는 다짐은 금세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리고 다른 모든 일처럼 아주 뒤늦게서야 응당했어야만 하는 일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도 내일 하루 정도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그 사람의 하루가 좀 더 충만해지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세상의 그 누구도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배신감에 휩싸여 있을 어떤 이름에게.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사람이 다 다르니까요. 결혼이든 아이든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확고하게 그 반대인 사람도 있는 거라니까요 엄마. 세상에 저나 은주 같은 사람도 있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고요.-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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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하여 - 작가가 된다는 것에 관한 여섯 번의 강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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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작의 저자는 무려 '마가렛 애트우드'이다. 그녀는 『시녀 이야기』, 『그레이스』, 『눈먼 암살자』, 그리고 『증언들』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꽤 사랑받고 있는 작가다. 그녀의 작품들은 소설이지만 또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은 상태로 독자들의 마음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게다가 적지 않은 양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매우 좋아 술술 쉽게 읽힌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가 '작가'와 '글쓰기'에 관한 글을 내놓았다고 하니 어떻게 읽지 않을 수 있을까. 높은 기대치와 함께 받아든 『글쓰기에 대하여』는 어렵지 않게 독자인 나의 마음을 사로잡고, 예술적인 글쓰기와 작가라는 직업, 또 독자로서의 태도에 관해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가렛 애트우드'의 강의는 풍부한 예시와 함께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단테의 『신곡』이나 조지 오웰의 『1984』 등의 작품과 함께 '작가', '독자', 그리고 '글쓰기'라는 주제를 가로지른다. 이는 독자들이 한층 쉽게 '마가렛 애트우드'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모험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부추긴다.

과정이나 직업으로서의 글쓰기

'마가렛 애트우드'는 『글쓰기에 대하여』에서 '글쓰기'를 환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직업 가운데 하나로 대한다. 작가나 글쓰기에 관한 극단적인 신화를 배제하고 보니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작가들의 진실된 모습이 드러난다. 처음으로 마주한 작가의 민낯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예술보다는 물질적인 가치에 좀 더 얽매여 있다. 작가 본인과는 전혀 동떨어진 자아로부터 작품들이 탄생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와는 만날 수 없다고 '마가렛 애트우드'는 주장한다. 영화나 드라마 밖에서 만난 배우들이 이전에 맡았던 역할과는 달리 굉장히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사람일 때처럼 말이다. 작품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영영 그때 그곳의 배우나 작가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자아와 함께 어둠 속으로 파고들어 이야기를 건져 올린다. 어둠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위해서 작가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과거에 지나치게 얽매여 자아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여전히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놓지 못한다. 장애물을 넘어서려는 작가들의 투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이 책의 서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가들은 "그 속에 들어가서 운이 좋으면 어둠을 밝히고 빛 속으로 무엇인가를 가지고 나오리라(25쪽)"는 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이런 연유로 끊임없이 어둠을 추구하고 그곳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돌에 새긴다. 결국엔 작가 자신은 모든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올바르고 이상적인 독자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해 주리라고 믿으므로 그들은 여행을 지속한다. 올바른 독자들은 어둠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의 사회적 의미를 판단하고, 또 실질적으로 사회적 변화들을 이끌어 낼 책무를 부여받는다. '마가렛 애트우드'는 작품을 판단하는 일은 오롯이 독자에게 달려있다고 선언하는데, 나의 수동적인 태도들을 떠올려 본다면 절망스럽다. "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59쪽)" 이런 질문들은 작가가 아니라 독자인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야 할 일이 아닐까.


여성 작가들은 낭만주의 시대에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으며,

 '천재'라는 메달을 별로 걸어본 적도 없습니다. (151쪽)


작가 '마가렛 애트우드'의 글에는 언제나 여성들의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글쓰기에 대하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성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서술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 과거 여성 작가들은 놀라운 글쓰기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칭찬을 받아본 일이 별로 없었다. 이 때문에 평판으로 인해 얻게 되는 고질적인 자기혐오와도 거리가 멀었다. 독자가 있어야만 글이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돌이켜 본다면 여성 작가들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는 데만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음을 알 수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과거의 여성 작가들이 그렇게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일 때문에 오늘날의 여성 작가들은 고전 여성 작가들의 명성에 압박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마가렛 애트우드'는 말한다. 그렇다면 여성 작가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현재 이후로 여성의 글쓰기 역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20세기의 '마가렛 애트우드'를 윗세대로 두고 있는 이상 글을 쓰면서 그녀의 그림자를 떨쳐 내는 일은 쉽지 않을 듯하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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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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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어느 날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친 남편은 나와 헤어지고 싶다고 했다.(이 책의 첫 문장)


소설에는 언제나 끝이 있다. 그리고 그런 특징이 『버려진 사랑』에서만큼 다행스럽게 느껴졌던 적은 없었다고 확신한다. 1권 『성가신 사랑』에서 딸인 '델리아'가 어머니인 '아말리아'에게 느끼는 집착적인 욕망을 그려냈던 작가 '엘레나 페란테'만의 격정적인 묘사력이 2권 『버려진 사랑』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누군가에게 버려지고 또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한 사람이 이만큼 처절하게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화자인 '올가'가 남편 '마리오'에게서 갑작스레 이별 통보를 받고 무너져내리는 과정 속에서 '올가'를 둘러싼 세상은 다 같이 내리막길을 걷는다. 그녀의 아이들-'잔니'와 '일라리아'-는 물론이고 반려견 '오토'까지. "정신 차려, 올가." 거듭 반복되는 문장에도 불구하고 '올가'는 진정한 자아가 무엇인지를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나아간다. 소설상으로 4개월 동안의 시간이 그려지는데, 내가 체감하기로는 1년도 더 넘은 시간이 흐른 것만 같다. 자기 자신을 가두는 '올가'로 인해 어찌나 애가 타던지 입안이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처음만 해도 나는 '올가'를 이해할 수 없다고 글에 적었다. 도대체 왜 '올가'가 '마리오'를 향해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려고만 하는지를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마리오'의 숨겨진 연인 '카를라'가 등장한다. '카를라'의 귀에서 귀걸이가 찰랑대고 있다. 그 귀걸이는 '올가'가 '마리오'의 가족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다. 또 다른 장면. 이제 회복의 길로 접어든 '올가'에게 '마리오'가 찾아온다. '마리오'는 '아이들 엄마'는 '올가'이기 때문에 그녀가 양육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 나는 이제 '올가'가 느끼던 배신감과 좌절감을 함께 온몸으로 느낀다. '마리오'와 나 사이에 물리적 거리가 좁혀진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책을 덮고 나서는 '올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던 시간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 '올가'의 상황을 남의 일로만 치부했기 때문에 나는 오롯이 공감하는 데 실패했다. 작품 속 버려진 여자들에 대해 '올가'가 과거에는 '멍청하다'라고 평가했듯이 나 또한 '올가'에 대해 '건방진 말'을 하고 말았다.


마리오의 만족감과 기쁨, 날이 갈수록 성공 가도를 달리는 그의 삶을 내 자존감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너무나도 큰 실수였다. 그중에서 가장 큰 실수는 그와 함께 있어도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게 된 지가 이미 오래인데도 그 없이 살 수 없다고 믿었던 일이다.(275쪽)

'마리오'가 떠나간 이후로 '올가'가 스스로를 갉아먹던 것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행동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가'가 바닥으로부터 튀어 올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또 다른 연애를 권한다. 작품 속에서는 '레아' 한 명이었지만, '올가'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면 여기저기서 새로운 '시작'에 관한 조언들이 쏟아졌을 것이다. 굳이 남자 한 명을 '올가'에게 소개해 주는 방식으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올가'의 진정한 치유가 아닌 듯 보인다. 모든 행동은 '선의'에서 비롯되었다는 변명을 하겠지만, 그들은 버려진 쪽의 이야기는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았다. 버리고 떠나간 사람이나 자신들의 이야기만을 전달하는 데 급급할 뿐이다.

'올가' 이전에 '불쌍한 여자'도 있었다. '불쌍한 여자'는 '올가'의 기억 속에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는 한 여성이다. '불쌍한 여자'는 과거 '올가'의 이웃집 여자였는데, 그녀의 남편 또한 그녀를 버리고 떠났다. '불쌍한 여자'는 "모든 것을 잃었다.(20쪽)" 모든 것을 잃는 과정에 '불쌍한 여자'의 '올가'의 엄마나 엄마와 같이 일하는 아줌마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불쌍한 여자'는 본인 스스로나 남편으로 인해 나락으로 빠져든 것이 아니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은 주변 여성들이었다. 여성의 삶을 같은 여성이 망쳐버리는 데 있어 어떤 회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져 그곳을 헤매긴 했지만, 올가는 결국 살아남았다. 다시 떠오른 '올가'는 더 이상 감정적으로-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미움'이었다-세상을 대하지 않는다. 이전보다 더 넓은 포용력과 평온함을 기반으로 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그녀를 현실에 발붙이고 살아가도록 붙잡는 것은 그녀 자신의 피조물인 '잔니'와 '일라리아'이고, 과거의 꿈인 '글쓰기'이다.

다시 앞을 향해 걷고 있는 '올가'에게 또다시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제까지 지켜보는 것도 턱없이 힘에 부쳤으므로 고개를 돌리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하지만 이내 곧 '올가'를 다시 마주한다. '올가'의 일들이 '올가'의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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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코드 (특별합본판) -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
대니얼 코일 지음, 윤미나.이지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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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ness Isn't Born. It's Grown. Here's How.


노력을 한다고 해서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세상은 집요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듯이 갈수록 악화되며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절대 배신하지 않는 공부의 기술』(이상욱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을 통해 우리는 노력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유효한 공부 방법들과 공부를 대하는 태도에 관해 배웠고 삶의 열정을 불태웠지만, 공부를 제외한 재능에 있어서 우리는 어떻게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처리되지 못한 궁금증들이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의문은 『탤런트 코드』의 띠지에 적혀 있다: "똑같이 노력하는데 누구는 왜 한순간 탁월해지나?" 천재들도 노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고 하지만 그들은 평범한 우리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경지에 도달하는 듯 보인다. 재능 있는 몇몇 사람들은 종종 성공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나타나서 포기와 좌절을 부추겼다. 그들과 우리 사이에 단순히 방식의 차이만이 있었다면 어떨까. 또 우리가 단 한 권의 책으로 앞으로의 삶을 이전과는 다르게 개척할 수 있다고 한다면 말이다. 내재된 위대함을 발굴하는 데 골몰해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 '대니얼 코일'의 『탤런트 코드』가 등장했다.


이 책의 저자인 '대니얼 코일'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는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라는 사람들의 뿌리 깊은 믿음을 파헤치기 위해 1년 2개월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보잘것없어 보이는 장소에서 재능을 폭발시킨 학생들의 이력과 그들을 뒷받침한 마스터 코치들에 관해 연구했다. 재능을 개발하는 방식에 관한 그의 노력은 일상에서도 이어진다. "네 아이의 아빠이자 하키 선수의 남편이며 야구 팀 코치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313쪽)"는 사람으로서 가정에서도 스킬을 획득하고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 관한 고민을 거듭한다. '대니얼 코일'의 취재는 실제로 몇몇 집단에 적용되어 놀라운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재능의 용광로를 찾아 멀리 돌아다닌 경험으로 더 나은 코치이자 아빠가 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음악 학원에서 실수한 부분에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쳐주던 기억이 난다. 나는 색연필을 가져와 선생님이 표시한 구역을 열심히 채워 넣었다. 그렇게 하면 내가 저지른 실수를 메꿀 수 있을 것이라고-혹은 아예 실수를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어릴 때는 실수를 거의 증오했다. '랜스 암스트롱'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실수에 광적인 집착을 보였다. 그는 실수를 용납하고 이를 발판 삼아 더 나아가고자 했지만, 나는 실수를 가리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책 속에서 '대니얼 코일'은 "정말 잘하고 싶다면 못하는 상태를 기꺼이, 심지어 열렬히 받아들여야 한다(104쪽)"고 주장한다. 실수를 잡아내고 해당 구간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심층 연습'을 시행하는 것이 그가 말하는 재능개발의 첫 번째 법칙이다. '심층 연습'에서의 포인트는 제대로 된 방식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구잡이로 실수한 부분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스위트 스팟'이라고 불리는 개개인의 과녁을 향해 '연습'이라는 화살을 아주 정확하게 쏘아야만 한다.

나의 경우에는 실패한 순간을 트라우마로 여겨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어떤 관성에 이끌려 실패한 부분에 관한 노력을 지속하다가 혼자 힘이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즉 '스위트 스팟'의 중요성을 몰랐다고 볼 수 있는데, 당시에는 일단 실수를 메꾸고 다른 사람을 앞질러야 한다는 생각에 급급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2장에서는 노력의 동기가 되어주는 '점화 장치'를 찾기 위한 시도를 한다. 그건 우리 자신과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의 성공일 수도 있고, 엄격한 규칙을 통한 집단의식의 형성일 수도 있다. 온갖 것들에서 어떤 암시가 주어지더라도 '스위트 스팟'을 선택하고 '점화'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저자인 '대니얼 코일'이 번번이 예를 들듯이 '박세리' 선수가 한국 사람들에게 큰 자극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골프를 치거나 노력해야겠다는 결심을 지켜나가지는 못했다. "작고 순간적이지만 강력한 생각(149쪽)"은 어느 누구에게나 삶의 어느 단계에서 불현듯 찾아오지만, 이를 유지하고 또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탤런트 코드'는 재능 폭발, 즉 성공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스터 코치가 갖고 있는 건 모든 사람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지혜가 아니다. 그들의 진정한 스킬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이 닿을락 말락 한곳까지 끈질기게 밀어붙이도록 스위트 스팟을 찾아주고, 목적에 딱 들어맞는 신호가 반복적으로 발사되도록 정확한 암시를 보낼 수 있는 유연한 능력이다. (242쪽)

3장에서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이들을 길러낸 '마스터 코치'들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진다. 성장과정에서 좋은 선생님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재능 있는 천재들은 평범한 선생님에 의해 육성되었다는 사실은 독자들을 자극할 만하다.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비싼 과외비를 주고 특별한 수업을 받아야만 재능을 원활하게 개발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 평범한 배경을 가진 '마스터 코치'들은 비범하기도 하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성장에 대한 암시를 주고 그들을 목표에 도달하도록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또한 그들은 위의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아이들과 진정한 교감을 이뤄낼 수 있는 어른들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남은 기억들은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주었을 것이다.



내가 읽은 『탤런트 코드』는 특별합본판으로, 책 안에 부록처럼 『재능을 폭발시키는 52가지의 학습의 기술』이 수록되어 있다. 앞의 본문이 우리에게 이론을 알려주고 있다면, 『재능을 폭발시키는 52가지의 학습의 기술』은 3가지의 '탤런트 코드'를 실제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을 전수한다. 어떻게 점화되고, 또 심층 연습을 시도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어떤 방식으로 노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는 '마스터 코치'를 흔하게 만날 수 없는 일반 대중 독자에게 더없이 유용한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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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코드 (특별합본판) -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
대니얼 코일 지음, 윤미나.이지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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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외면하지 않은 채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정확하고 집요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성공한 이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가 스스로를 밀어붙이도록 동기를 부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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