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욕망의 법칙 인간 법칙 3부작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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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풀리길 바라는 것, 다시 말해 이 고객 저 고객의 마음을 살 수 있길 바라기만 하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건 눈 가린 채 오리에게 총을 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식으로 조금만 무장해 보라. 그러면 목표가 커진다. (94쪽)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굉장히 즐겨보던 적이 있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정치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권력 싸움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드라마다. 시리즈 내내 어찌나 교묘하고 첨예하게 대립이 이어지던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한 과정 끝에 그들은 결코 섭섭하지 않을 만큼의 권력을 누렸다. 하지만 가끔은 저렇게까지 해서 권력을 얻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인간 욕망의 법칙』의 저자인 '로버트 그린'의 말처럼 권력 다툼을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사악하고 부도덕한 태도(7쪽)"로만 간주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정의와 감사하는 마음에 호소(82쪽)"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런 순진한 태도가 나 혼자만 가지고 있는 이상에 불과한 때도 있다. 힘과 이익이 주를 이루는 약육강식의 논리밖에 통하지 않는 세계에서 외로운 고결함은 소용이 없다. 필요한 순간에 절박하게 원하는 것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현실적인 감각을 단련해야만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 욕망의 법칙』을 읽는다. 이 책에 수록된 법칙들은 내면에 내재되어 있다가 중요한 순간에 분명히 빛을 발할 것이다.


『인간 욕망의 법칙』은 『권력의 법칙』(2009)의 에센셜 에디션이다. 저자 '로버트 그린'은 이 책 이외에도 '전쟁'과 '유혹'에 관한 지혜를 담은 책들을 출간하여 권력에 있어 독자들의 멘토로 자리 잡았다. 『인간 욕망의 법칙』의 토대가 된 『권력의 법칙』은 현대판 『군주론』으로서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저자는 덕분에 다시 살아난 '마키아벨리'로 평가받기도 한다. '로버트 그린'은 독자들이 인간관계와 그 내부의 욕망, 그리고 심리를 파악하고, 이에 관한 지식을 쌓아 현실을 돌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만든다.


이 책은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48개의 권력 법칙이 수록되어 있다. 각 파트마다 우리는 권력이 어디로부터 생겨나고, 이를 획득하고 유지하며, 또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놀라운 것은 48개의 법칙마다 이와 연관된 사례를 꼼꼼하게 수록해 놓았다는 점이다. 사례 속에서 교훈을 찾아내고, 여기에서 '권력'의 키포인트를 짚어낸다. 풍부한 사례와 저자의 해석은 우리가 핵심적인 포인트만 집어 내어 권력에 대해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서 『인간 욕망의 법칙』은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뒤집어보기'를 통해 사례나 해석과 반대되는 경우를 가정해 보는 것이다. '권력'의 법칙을 배우는 데 있어 일종의 오답노트를 만든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정답만 유추한 다음에 재빨리 돌아서지 않고, 오답까지 꼼꼼히 살펴보면서 권력을 완전히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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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과학은 정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부와 명예에는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로 그런 태도가 그의 과학적 업적을 망쳤다.(282쪽)


'권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반복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우리 자신과는 어떤 거리감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떠올려 본다면, 또 권력 싸움이 우리 자신과 완전히 먼 세상의 일만은 아니다. 싸움의 크기는 달라도 모든 개개인의 삶 속에서 권력 다툼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단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우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상대에게 관철시키고, 또 몇 안 되는 것들마저 잃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권력의 법칙에 통달해야만 한다. 『인간 욕망의 법칙』을 읽는 순간 '권력'은 어떤 단어보다도 우리 자신과 가까워지고, 이와 반대되는 상황으로 뒤집어볼 수가 없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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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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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피아노나 관현악기를 배우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취미로 멋들어진 걸 내세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부모의 바람 속에서 나는 음악 학원을 드나들었다.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당시 나는 클래식 음악과 무척 가까워지진 못했다. 클래식 음악만 틀어주면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꽤 오랫동안 배웠던 음악을 그만두었을 때가 돼서야 비로소 내가 클래식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달았다. 어른이 돼서 기회가 되면 다시 배워야지, 하던 중얼거림은 쉽게 실현되지 못한 채로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클래식이 내게는 음악 장르를 넘어서서 나의 과거이자 또 언젠가는 다시 만나고 싶은 미래이기도 하다. 그런 애틋한 마음으로 지내던 시기에 『90일 밤의 클래식』을 발견했고, 또 읽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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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총 90일 동안 각각 하나의 클래식 음악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90일 동안이나 꾸준히 익숙하지 않은 음악을 들어야 한다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픈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가 대중과 클래식 음악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담긴 『90일 밤의 클래식』은 클래식에 문외한인 독자들까지도 포용한다. 예능을 보면서 음악퀴즈가 나올 때마다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엇, 저거 나도 뭔지 잘 모르는데?' 하던 독자들이 상식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던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면서도 전혀 어렵지 않게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90개의 장에 난해한 음악 이론보다는 음악과 관련된 특별한 서사들을 담아 누구든지 쉽게 공감하고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하이든'의 <교향곡 45번>은 곡이 끝나가는 시점에 갑자기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하나씩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것으로 휴가를 떠나고 싶다는 욕구를 표현했다는 식의 이야기들이다. 음악을 공부한다는 마음보다는 하나씩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 듣는다는 태도로 책을 읽는다면 90일은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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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클래식』은 90곡의 음악들과 얽힌 비화들 이외에 '감상 팁'과 '추천 음반'을 추가적으로 구성했다. 음악만 들을 때는 제멋대로 해석하던 부분들을 저자의 '감상 팁'을 통해 확실하게 배울 수 있었고, 또한 더 깊고 풍부하게 상상을 곁들여 가며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었다. '추천 음반'이 수록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이는 음악을 듣다 보면 하나쯤 소장하고 싶은 음반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90일 동안 꾸준히 무언가를 해냈으니 나 자신에게 하나쯤 선물을 해주어야 도리가 아니겠는가! 물론 수록된 90곡의 음악들은 'QR코드'나 '동양북스 홈페이지 도서자료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때도 있었다. 기어코 하나를 구매해서 오래오래 듣고 싶은 열의가 생겨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가 그랬고, '비에니아프스키'의 <전설>에도 마음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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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만났던 곡들 중에서 'DAY 89'에서 만났던 <비올라 협주곡 2번 '항해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작곡가가 다름 아닌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작곡가가 당연히 남성일 것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책을 읽다가 무심코 '그녀'라는 대명사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커플이 등장하면 그들이 당연히 서로 다른 성을 가졌을 것이라고 짐작하던 때처럼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샐리 비미시'는 내가 기억하기로 이 책에 나온 유일한 여성 작곡가였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직업들이 하나의 성에 고정되어 있을까. 아니, 직업이라는 범주를 넘어서서 얼마나 많은 영역에서 하나의 성에게만 허락되어 있을까. 이런 생각들로 인해 책을 쉽사리 덮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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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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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나쁜 사랑 3부작 시리즈'도 이제 막바지에 달했다. 3권 『성가신 사랑』을 목전에 두고 심히 우려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남편과 헤어진 이후로 상실의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올가'의 모습을 격정적으로 묘사한 2권 『버려진 사랑』에서 감정 소모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쁜 사랑 시리즈'의 끝판왕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나의 예감은 그러나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자기 자신은 물론 아이들과 개 '오토'까지 파멸로 몰아가던 '올가'에 비하면 '레다'는 침묵하는 경우에 가깝다.

'나쁜 사랑 시리즈'를 가로지르는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집착적인 욕망'이다. 그 대상은 어머니, 남편, 그리고 자식들로 옮겨 간다. 셋 다 여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각각 딸, 아내, 그리고 엄마로서 여성의 지위를 규정짓는다. 한 명의 여성에게 있어서 그녀들의 세상을 이루는 주요 요소들이기 때문에 어머니, 남편, 자식들에 대한 욕망은 한편으로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여성들이 올바르지 못한 관계 속에서 자아를 잃는다는 것이다. 주체로서의 힘을 잃은 여성들은 상대가 존재해야만 자신의 존재가 성립될 수 있다고 여긴다.


순간 내가 딸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지만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노만 해도 그렇다. 그 순간 나는 비앙카와 마르타의 경험을 기준 삼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21쪽)


2권 『버려진 사랑』에서 '올가'에게 전 남편인 '마리오'가 있었다면, 3권 『잃어버린 사랑』에서 '레다'에게는 '비앙카'와 '마르타'가 있다. '레다'는 자신의 육체적인 특징이 반영된 딸들을 자신과 한 몸인 것처럼 느낀다. '비앙카'와 '마르타'가 자신들이 가진 특징에 대해서 불평하거나 의도적이지 않게 주변 사람들의 뛰어남 때문에 모욕을 받을 때 '레다'는 그녀 자신이 무언가를 빼앗기는 것처럼 행동했다. 딸들의 친구를 질투하고 가혹하게 대했던 것이다. 딸들과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 때문에 짓눌리는 듯한 압박을 느끼고, 이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레다'는 딸들과 한 목소리를 낸다. 물론 '레다'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딸들 곁을 떠났던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시기 동안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뛰어난 능력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끝내 '레다'는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온다. 결국은 아이들을 잃어버리게 될 테지만, '레다'는 아이들이 없는 곳에서 자기 자신이 더 쓸모없고 절망적이라고 느꼈다. 엄마로서의 자아도 그녀의 일부였고, '레다'는 자기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로사리아'는 '레다'가 자신의 아이들을 두고 떠나야만 했던 일을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어렵게 얻은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 하지만, 실제 육아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듯 보인다. 뱃속에서 자신을 갉아먹는 듯한 '마르타'에게서 괴로움을 느끼던 '레다'나 인형을 잃은 후 하루 종일 엄마의 진을 빼놓는 딸로 인해 떠낢에 대한 갈망을 갖게 된 '니나'는 '로사리아'가 세워놓은 이상적인 어머니의 상과 거리가 멀다. '로사리아'뿐만 아니라 모성에 관해서 사람들은 환상을 몇 겹씩 씌워 놓는다. 어머니로서 아이들을 위해 본래의 자아를 잃어버린 채로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쏟아야만 한다는 것 또한 모성에 덧씌워진 환상이다. '나혜석'의 「모 된 감상기」나 '샬럿 퍼킨스 길먼'의 「엄마 실격」 등의 작품에서도 우리가 얼마나 '모성'을 왜곡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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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67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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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제 머리 위에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부동점, 판타레이의 신고로부터 유일한 피난처가 자리하고 있는데도, 그건 제 사정이 아니라 진자의 사정이란다. (20쪽)

살면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이름 가운데 '푸코의 진자'가 있었다. 분명히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게 무어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한 마디도 제대로 뱉을 수 없는 이름들 말이다. 세상에 대해 무감각해질 대로 무감각해진 내 앞에 '푸코의 진자'를 바라보고 있는 '카소봉'이 등장한다. 인터넷을 뒤져 가장 알맞은 사진을 골라내고 한참 동안 '카소봉'과 함께 그 진자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거기에 있는 '푸코의 진자'는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부동점, 즉 유일무이한 진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진실은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진실의 주변을 맴돌면서 우리는 호시탐탐 '섬광과 같은 영감'을 기다린다.

'푸코의 진자'를 찾아내는 모험에 있어서 <성전 기사단>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하나의 종교이다. <성전 기사단>에 얽히기 전만 해도 '카소봉'은 세상에 무관심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에게 모든 문장은 그저 '원고 교정'의 대상일 뿐이었다. '카소봉'은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에 '가라몬드 출판사'의 '벨보'를 알게 되고, 그를 통해 <성전 기사단> 원고를 들고 온 '아르덴티' 대령을 만나게 된다. <성전 기사단> 원고에 '카소봉'이 단박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자신이 이에 대해 연구를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아르덴티' 대령은 '벨보'와 '카소봉'에게 <성전 기사단>에 얽힌 은밀한 가설들을 들려준다. <성전 기사단>은 여전히 무한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으며, 성배를 손에 넣는 순간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리라는 '아르덴티'의 주장은 흥미롭지만,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터무니없는 주장들에 흔히 그러듯이 '벨보'와 '카소봉'은 난색을 표하고 그에게 다른 출판사로 가볼 것을 권유한다.

'카소봉'과 '벨보', 그리고 '디오탈레비'가 '아르덴티' 대령의 가설을 전적으로 지지할 수 없었던 심정은 이해가 간다. 대령은 뚜렷한 기준도 없이 <성전 기사단>의 기록을 해석하기 때문에 사실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좋을 것들이었다. 그는 그저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나 독자들에게 미끼를 던지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는 데 불과했다. 무슨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알 수 없는 데 어느 출판사 관계자가 그를 지원할 수 있었을까? "벨보는 화자를, 경조부박하기 짝이 없는 조물주의, 구제가 불가능한 자식이라고 야유(271쪽)"했지만, 그런 비난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원고를 투고했던 '아르덴티' 대령이 자신이 묵던 호텔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실종되었을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죽음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절대 믿을 수 없다고 여겼던 사건에 커다란 흠집이 나면서 '벨보'와 '카소봉'은 뭔가 대단한 일에 엮였음을 예감한다. 하나의 사소한 유희에 불과했던 <성전 기사단> 원고가 '아르덴티' 대령의 죽음으로 인해 진지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보면 <성전 기사단> 그 자체가 하나의 진실인 것처럼 비치지만, 나는 드러난 것들 너머에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아르덴티' 대령을 비롯해 '성전 기사단'이나 '장미 십자단'의 영원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증명하지 않고 알아야 하는 것을 굳이 증명하려 들기 때문"이다. 증명 또한 '아르덴티' 대령처럼 의혹만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성전 기사단'이나 '장미 십자단'의 영원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사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증명은 미뤄둔 채로 그저 그것들을 알려고 한다. 문학작품에 비유하자면 기꺼이 그 작품의 독자가 되려는 열렬한 의지로 작품은 실체와 상관없이 존속된다.

<성전 기사단>의 이야기가 진실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와 상관없이 그 뒤를 밟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보'는 '카소봉'이 브라질로 넘어가 있던 시기에 <성전 기사단>을 파헤치고 있었다. 그에게는 자신의 신념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맞서기를 포기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생에서 처음으로 도망치지 않으려고 더 깊숙한 곳으로 자신을 몰아세웠다. <성전 기사단>은 머나먼 곳으로부터 온 설화가 아니라, '벨보'에게만큼은 과거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자신에게 준 단 한 번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벨보'의 다급하고 절박한 목소리는 그에게 어떤 위기가 닥칠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겹겹으로 둘러싸인 껍질들을 벗겨낸다면 그 안에는 어떤 모양의 알맹이가 들어 있을까. 우리는 <성전 기사단>이나 <장미 십자단>이라는 필름을 통해 어떤 세상을 발견해야만 했을까.


이제 '카소봉'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조짐을 보인다. 브라질로 온 목적이었던 여자친구 '암파루'는 사자의 세계와 지금 여기의 세계가 결합되는 체험을 한 이후로 '카소봉'의 곁을 떠났다. 그날의 경험을 부정한다고 해도 육체의 생생한 감각은 '암파루'에게서 지워지지 못할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탁 하는 소리를 내며 들어맞는 느낌, 그건 '카소봉'으로서도 전혀 알아들 수 없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성전 기사단>이 있기 때문이다.

'알리에'의 말처럼 시간은 직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건 인간의 편의에 의해 지정된 것뿐이다. 즉, "시간은 B로부터 A로 흐를 수도 있고, 결과가 원인을 야기할 수도 있(374쪽)"다. <선행한다>와 <후행한다>를 어느 쪽에 붙여야 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구부러진 시간 속에서 우리가 밝혀내야만 하는 진정한 비밀은 도대체 무엇일까. 독자인 우리는 '카소봉'의 몸체를 통한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제3의 눈'을 얻어내기 위해 이 모험에 동참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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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욕망의 법칙 인간 법칙 3부작
로버트 그린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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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개의 법칙과 사례들은 권력에 대한 우리의 욕망을 실현시켜 줄 완벽한 설명서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가지 못할 핑계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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