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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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2020년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흑인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인들까지도 분노하게 만들었다. 물론 인종과 관계없이 공분을 살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지만, 특히 흑인과 아시아인에게 그 사건은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인종차별의 문제였고, 아시아인으로서도 인종차별 문제에는 질릴 만큼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BlackLivesMatter' 운동이 sns상에서 거의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던 시점에 누군가는 흑인뿐만 아니라 아시아인도 범주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를 기점으로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은 극에 달해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이 의견에 대해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흑인과 아시아인을 인종차별의 피해자로 놓고 본다면, 두 사회는 기꺼이 연결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당사자인 우리 모두가 느끼듯이 두 개의 커뮤니티는 하나처럼 기능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두순자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속에서 흑인과 아시아인 사이의 간극은 절대 봉합될 수 없는 종류의 것처럼 느껴진다.

16살 흑인 소녀를 총으로 쏜 '한정자 사건'으로 인해 '그레이스'와 '숀 매슈스'의 가족들은 서로 엮이게 된다. 총 한 발로 모든 일이 틀어지기 전에 이 사람들은 단지 선량한 시민이었고, 미국 사회로부터 차별받고 배제당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무고한 흑인 소녀가 한인 여자에게 죽임을 당함으로써 두 가족은 언제든 충돌할 가능성을 지닌 집단으로 변모했다. 이는 두 가족 간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흑인과 아시아인 커뮤니티 사이의 일로 확대되었다. 게다가 사건이 벌어진 이후 태어난 세대에게도 상대편을 향한 증오는 추상적이지만 하나의 개념으로 자리 잡아 그들은 항상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야 할 것처럼 보였다.

16살에 죽은 '에이바 매슈스'의 동생인 '숀 매슈스'가 지적하듯이 그들의 비극은 전혀 개선되지 못한 채로 폭력을 향한 흥분만이 남았다. 사람들은 자신과 반대되는 진영에 있는 사람이기만 하다면 그들을 증오하고, 폭력을 시도하려는 상태에 이르렀다. 또한,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숀 매슈스'나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한 개인의 죽음이 집단의 문제로 간주되고, '폭력'이 대응 방식으로 선택된 순간 일은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가 문제를 의미 없이 극대화하고, 더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적이 그간 얼마나 많았던가.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의 시작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의 시작을 알리는 소설이기도 하다. 어떤 죽음들로 인해 벌어진 파괴 위에서 우리는 작은 희망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소설은 어떤 결말도 확정 짓지 않은 채로 소설 밖 독자들에게 기대를 내비친다. '숀 매슈스'와 '그레이스'의 가족들이 보여준 가능성은 우리가 지금 내린 결정에 따라 파멸과 창조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진행된 폐쇄정책을 떠올려 본다면, 거의 절망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에게 지펴진 분노의 불꽃이 사회의 동력으로 쓰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가 함께 꾸는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은 이전과 달리 흑인, 아시아인, 여성 등 인종과 성별을 향한 차별들을 가뿐하게 뛰어넘을 수 있다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그레이스는 카메라를 가리키던 알폰소 쿠리얼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 애 이름을 기억해 주세요.‘
- P335

도시가 불길에 휩싸이고, 슬픔과 분노, 광란의 흥분에 사로잡힌 광경을 보았고, 작은 희망을 알아봤다. 재생. 파괴의 약속은 그것이었다. 감람나무, 무지개, 지구를 재건하기 위해 살아남은 선한 사람들.- P392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숀은 크게 외쳤다. "당신들이 아무 노력도 없이 위로받으려고 하는 행동이죠. 뭔가 바꾸고 싶다면, 우린 놔두고 정말로 ‘뭔가‘ 해 봐요."-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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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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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된 지금 이 순간에도 일상 너머로 아름다움과 영광이 반짝거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해도 그것이 진실이었다. (378쪽)

'양진'으로부터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에 이르기까지 재일조선인 4대의 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흘렀다. 4대가 이어지는 동안 그들은 인간은 고통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시작은 가난이었고, '파친코' 사업으로 우뚝 솟아오르자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그들을 괴롭혔다. 이제까지 '노아'와 '모자수'를 주축으로 '재일조선인'들이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슬픔을 중점적으로 드러냈다면, 2권에서는 일본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들이 등장하면서 인간이 짊어진 고통의 범위는 확대된다. 여기에 이르러서 비로소 우리 삶의 기본값이 고통이라는 점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 읽어나갈수록 인간으로서 고통으로부터 분리된 인생을 획득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깨달았다. 하지만 인간을 '희생자'라고 부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런 자기 연민으로부터 빠져나와 삶을 묵묵히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선자'와 그녀의 가족들이 알려 주었다. 그리고 시련 너머에 놓인 일상의 찬란함을 볼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스스로 원하지 않았던 고통 안에서도 한없이 순수하고 다정한 '선자'의 가족들이 보여준 삶은 역사적·사회적 맥락과는 관계없이 반짝거리고 사랑스러웠다. 어떤 순간에도 삶은 끝없이 이어지고,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을 이제는 아무런 의문 없이 이해할 수 있다.

그 누구와 함께 있을 때도 조선인이니 일본인이니 하는 국적에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자기 자신으로 있고 싶었다. (118쪽)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노아'와 '모자수'를 어지간히 괴롭혔다. 국적에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만큼 인정받고 싶었던 '노아'의 바램과는 달리 '재일조선인'이라는 꼬리표는 '노아'와 '모자수'를 지겹도록 따라다녔고, 멸시의 대상이 되는 것도 모자라 사회적인 표본이 되도록 강요했다. 서울에서는 일본인으로, 일본에서는 조선인으로 이리저리 채이는 '노아' 형제의 이야기는 과거에만 속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의 디아스포라도 자신의 뿌리를 정의 내리는 데 있어 심각한 고민을 안고 있다. 자신이 어디로부터 왔는가,에 대한 문제보다도 그들을 괴롭히는 것은 자신이 고향이라고 느끼는 삶의 터전에서 살아있는 개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일본에서 살아온 세월에도 불구하고 '노아'와 '모자수'를 비롯한 재일조선인은 외국인으로 간주되어 좋은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파친코' 사업이었지만, 이 사업에 뛰어들면 '더러운 야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만 했다. 일본인 사업자들보다 정직하게 사업을 운영해도 그들은 사람들의 비난을 모면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재일조선인 파친코 사업자들은 흔들리는 땅 위에서도 벼랑 끝에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삶을 비관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남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자신에게로 쏟아지는 경멸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이 살아남고 또 자식들이 자신에 비해 나은 삶을 사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억척스럽게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가족을 위하는 마음은 더없이 익숙한 모습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그들의 삶이 곤두박질쳐서 죽음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거 아시죠?" (374쪽)

자기 자신을 동정하지 않고 삶을 견뎌내는 일에 집중했던 '선자'와 그녀의 가족들, 그리고 모든 재일조선인의 노력이 응집된 결과가 '솔로몬'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정신적으로 결핍된 삶을 살았던 이전 세대는 미래 세대에게 같은 삶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로 인해 '솔로몬'은 경제적으로 좀 더 풍족한 삶을 살았고, 다양한 인종이 혼재되어 있는 외국인 학교에서 삶을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자연스레 일본과 일본인을 너무 많이 미워하지 않는 어른으로 자라났고, 자신의 역사적·사회적 맥락이나 타인의 시선은 잠시 접어둔 채로 자기 자신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전 세대가 인간으로 대접받기를 바라기만 했다면, '솔로몬'은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가 스스로를 하나의 인간으로 인정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설정하며, 자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솔로몬'의 현재와 미래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4대에 걸친 고난의 역사 끝에 우리는 나아가야 할 지점을 짚어낼 수 있었다.

'선자'를 통해 인생은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차렸다. 인생이라는 '파친코' 게임에서 얻어낼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는 인생의 끝에서 불현듯 우리에게 찾아오는 깨달음이 분명하다. 고통에 굴하지 않고 살아남으면 삶의 끝에서 우리의 인생 저편에 늘 아름답고 반짝이는 순간들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소설의 끝에 마주한 뭉클한 순간 때문에 나는 『파친코』가 아주 오래도록 계속되었으면 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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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
하세가와 히로시 지음, 조영렬 옮김 / 교유서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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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의 『행복론』, '플라톤'의 『향연』,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등은 읽지 않으면 안 될 훌륭한 고전들로 늘 손꼽혀 왔지만, 일반 독자로서는 다른 신간들을 제쳐두고 그 책들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읽지 않고 지나치려고 하니 기초 공사가 부실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던 참에 '하세가와 히로시'의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물론 본 책을 읽은 만큼은 아니더라도 표면적으로 내세울 만한 깊이감은 획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책에 기대하는 바였다.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는 '인간', '사색', '사회', '신앙', 그리고 '아름다움'을 주제로 각 3권의 고전을 소개하고 있다. 제목에는 '철학의 명저'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개중에는 '리어 왕'과 같은 문학도 포함되어 있다.

세상에 널리 퍼진 책은 특정한 입장이나 특정한 사상신조를 가진 사람들 뿐만 아니라, 널리 크게 모든 입장과 사상신조를 가진 사람들에게 열려 있고, 열려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158쪽)

총 15권의 책에 관한 에세이를 적으면서 저자는 편향된 사고방식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고전을 극도로 찬양하지 않으면서 본래의 신념에 따라 자신의 소회를 술술 적어 내려간 글이기 때문에 고전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독자가 멈칫 거리는 일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쓰여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저자는 세계에 널리 퍼진 고전이 모든 입장과 사상신조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시선을 피하려고 하는 사태의 진상에 바짝 다가서는 책들을 칭찬해 마지않았다. 이렇게 쓰인 세계적인 고전들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만 할까. 그것은 자신을 '대체할 수 없는 하나의 개인'으로 자각하는 가운데 어떻게 자유를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또한 다른 사회가 서로 다른 사상을 배척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비판하며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물론 글로 적힌 것들을 실생활에 적용하려고 보면 온갖 변수들 때문에 제 맘대로 되지 않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고전을 통해 확립된 가치관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삶의 기준점이 되어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고전을 읽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원문을 읽을 자신이 없다면,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 등으로 일부나마 향유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테다.

'하세가와 히로시'가 소개한 책들 가운데 전체 텍스트를 접해보고 싶은 작품들도 여럿 있었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이나 '도스토옙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제까지 엄두를 내지 못하던 작품들을 지금 당장 읽고 싶어진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루소'나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을 섭렵하는 날이 오면, 저자인 '하세가와 히로시'가 짚어준 포인트들을 확인해 나가면서 좀 더 쉽게 글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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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나씽 - 북아일랜드의 살인의 추억
패트릭 라든 키프 지음, 지은현 옮김 / 꾸리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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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나씽』은 '북아일랜드'의 "분쟁"과 그 주역이었던 급진파 'IRA'의 역사를 복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북아일랜드'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려는 시도다. '브렉시트' 이후로 '북아일랜드'의 내부 갈등은 재점화되었으며, 또한 서로 다른 이상에 갇힌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모습은 우리와 닮아 있기도 하므로 현대의 한국 독자들에게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더없이 크다. 분할된 역사를 가진 국가의 국민이 아니라고 해도, 목숨을 걸고 역사적 사실에 관해 진술하려는 사람들을 외면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미친 삶으로부터 가까스로 벗어나 평화와 자유, 희망을 되찾는듯했던 '북아일랜드'가 다시 맞닥뜨린 혼란 속에서 과연 이전처럼 폭력을 동반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동반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면서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그건 단지 '북아일랜드'만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에게 있어서는 '평행세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게 다 역겹소. 그것은 나와 같은 사람이… 그 모든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뜻이오.(316쪽)


'북아일랜드'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IRA'에게 '진 맥콘빌'이라는 여성이 납치된다. 평화롭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실종 사건이 『세이 나씽』의 시발점이다. 'IRA'의 상징과도 같았던 '프라이스' 자매가 처음부터 과격하고 폭력적인 방식을 택한 것은 아니었다. 점잖고 평범했던 사람들은 통제 불능의 상태에 휘말려 급기야 'IRA'의 총잡이가 되었고, '피의 일요일'을 겪은 이후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전술을 취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잘못이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분쟁' 동안 무고한 민간인들이 수도 없이 희생되어야만 했다는 것이 'IRA'에게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았다. ' IRA' 때문에 민간인 사상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폭력적인 수단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늘어나면서 '어떤 순간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라는 말은 거의 사실처럼 보였다.


성인이 되고 나서 온 생애를 IRA에 바친 사람의 삶이란 게 그랬다. 휴즈는 트워미가 말년을 보내고 있는 열악한 환경을 보면서 문득 운동에 퇴직연금제도는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285쪽)


'IRA'의 폭력성은 북아일랜드의 민간인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었지만, 'IRA' 대원 본인들에게도 그랬다. 당시 대원들은 모두 아주 젊었고, 그야말로 애들이었다. 제일 나이가 많다고 해봤자 29살에 불과했다. "어리고 날씬하고 비밀스러운 데다 독실하면서도 테러에 헌신(209쪽)" 하는 어린 대원들은 '북아일랜드'의 해방을 위해 투신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이상에 갇혀 스스로를 극도로 괴롭혔고, 투옥과 단식투쟁은 그들의 몸과 마음에 커다란 흉터를 남겼다. 그들은 수시로 자신들이 몸 바쳐 온 과거와 "분쟁"을 전체적으로 되돌아보곤 했다. 그러고는 자문했다: "'이러려고 우리가 목숨을 바쳤나? 도대체 이게 다 뭐지?(339쪽)'" 물론, 자신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죽음들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태초에 그들이 품었던 조국을 향한 열망의 의미는 퇴색했고, 이상에 갉아먹혀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종말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국'이나 '아일랜드'의 종교적·이념적 "분쟁"의 의미를 이성적으로 따져봐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우리가 "주장했던 이상에 지나칠 정도로 절실하게 헌신하며 살았다(428쪽)".


관광객들에게는 "분쟁 관광"도 인기를 끌었다. 전투원이었던 택시운전사들은 유명한 전투와 순교자들과 무장괴한들이 그려진 벽화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며 관광객들을 그 몹쓸 세월의 화약고로 안내했다. 그 효과는 "분쟁"을 머나먼 역사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431쪽)


'프라이스' 자매, '브렌든 휴즈' 등 이전 급진파 'IRA' 세대는 막을 내렸다. 아일랜드 국기는 이제 그다음 세대에게 넘겨졌다. 누군가는 'IRA'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폭력적인 과거를 미래 세대가 숙고할 수 있도록 아일랜드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분쟁"은 관광산업으로서만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감보다도 'DMZ' 관광이 내외국인의 애정을 받고 있듯이 말이다. "분쟁"이 문화 콘텐츠나 산업 자원으로 자리 잡고, 머나먼 역사로 남게 되는 때에 이르자 '아일랜드'와 '대한민국'을 겹쳐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두 국가 모두에게 가장 큰 과업은 폭력적인 개입을 배제한 채로도 통일된 국가를 이룩해낼 수 있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그리고 스무 해가 넘는 시간 동안 '대한민국'에 거주하면서 한 번도 그 일은 쉬워 보인 적이 없었다. 현 세대 내에서 어떤 식으로든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조차 예측하기가 어렵다. 적어도 미래 세대에 한 편의 범죄 스릴러 영화 같은 글은 남기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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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이 일상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 -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할 때 생기는 내면의 힘에 관하여
캐럴라인 웰치 지음, 최윤영 옮김 / 갤리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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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은 우리 삶에 끼워 넣는 게 아니다. 스케줄에 포함시켜야 할 대상도 아니다. 마음챙김은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이요 우리의 마음 상태다. 실천하면 할수록 일상 전반에 깊게 스며들 것이다.(14쪽)

이 책은 도입부터 독자를 사로잡는다: "균형은 잊어라!"(11쪽). 소위 말하는 '워라밸'에 집착해 온 세대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개인적인 삶과 직장에서의 생활 사이를 우왕좌왕하기보다는 연습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삶은 일상적으로 마음챙김을 실천하는 데서 얻을 수 있다. '캐럴라인 웰치'의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이 책에 쏟아진 찬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마음챙김이 일상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이 "선물 같은 책"이며, 현대인의 필독서라고 추천했다.


1장에서는 마음챙김이 어떤 것이고, 일상 속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몇 가지 소개하고 있으며, 2장에서는 그 실천 방법들 가운데 '명상'에 주목한다. 그리고 3장부터 5장까지는 마음챙김을 실천함과 동시에 우리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을 만한 조언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이전과 마찬가지로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만 않는다면, 이 책은 충분히 우리를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몇 가지 변화들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도록 저자는 지속 가능한 수련 계획을 수립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저자는 사람들이 위기가 닥치면 거기에 대처하는 일에 급급했던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 수 있기를 바라고,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마음챙김을 통해 스스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음챙김'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수련 방법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한다. 게다가 중간에 빼먹게 되더라도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음챙김에 도전하라고 말한다. 이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큰마음을 먹고 명상을 위한 시간을 할애해도 일을 진행하다 보면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그렇게 하루를 빠지고 나면 이젠 다 틀려먹었다는 생각이 기어코 드는 탓이다. 이후에는 간간이 이어지던 명상 시간마저 자취를 감추고, 분주한 삶에 치여 어제와 오늘을 구분하지 못하는 나날이 또다시 이어진다.

그저 되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면,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목적'이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사는 것은 곧 마음챙김의 실천을 의미한다.(135쪽)

반복적인 일상은 시간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고, 우리가 쉬이 지치도록 만든다. 그 와중에도 월급날의 구매 계획을 세우고, 그 찰나의 목적의식은 우리가 부지런히 나아가도록 종용하지만 역시 너무 단기간에 불과하다. 저자는 일상적인 마음챙김이 우리가 사회의 성공 기준과 관계없이 자신만의 분명한 목적을 찾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삶에 있어 진정한 목적을 추구하는 일은 험난한 길도 마다하지 않도록 우리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하나의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과정 속에서 쌓아 올린 자신만의 유산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며 더 나은 사회를 형성하도록 노력하는 데까지 저자는 나아간다. 그러니까 마음챙김은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까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마음챙김이 일상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은 저자의 흥미로운 견해가 돋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일들에 집중하라는 조언이나, 중년 이후의 삶은 위기가 아닌 회복에 가깝다는 주장이 특히 그랬다. 그런 말들로부터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내 삶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었는지를 깨닫는다. 아직은 마음챙김에서나 인생에 있어서나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사실은 일찍부터 마음챙김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획득할 수 있는지를 알았으면서도 사회의 기준이나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향상된 삶을 얻어내기 위해 나 자신을 챙기는 일에 관해서는 전부 잊어버리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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