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
하세가와 히로시 지음, 조영렬 옮김 / 교유서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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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괜스레 아는 척만 했던 고전들을 독파하는 것을 넘어서서 고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기대가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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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나씽 - 북아일랜드의 살인의 추억
패트릭 라든 키프 지음, 지은현 옮김 / 꾸리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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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명분 아래 숨겨진 정치적 동기와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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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 중 열린책들 세계문학 268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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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도 어느새 중반부에 이르렀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모든 일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잡힐 듯하다가도 금세 저 멀리 달아난다. 내가 '알 것 같다'라고 말하면, 작가가 '네가 알긴 뭘 알아?'하고 달아나는 식의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야기 자체가 분명히 매력적이다. 독자의 무지를 철저히 까발리는 작품이기는 해도, '부동점'으로부터 시작해 '부동점'을 향해 달려나가는 이야기로부터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그다음엔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 내기 위해 안달이 나고야 만다.

(중)권은 '게부라(악의 공포)'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하급의 세피로트로서 우주가 파국한 이후에 <악마>를 탄생시켰다. '벨보'를 미지의 인물에게 쫓기도록 만든 <계획>이 여기에서 수립된 점을 감안한다면, <악마의 빛>이 틀림없는 지도 모르겠다. (상)권에서 <계획>으로 추상적으로만 언급되었던 <헤르메스 계획>이 '가라몬드' 사장의 머릿속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단순히 독자의 지적인 수요에 응답하기 위해서 해당 계획을 수립한다. 은비주의 작가들의 원고를 닥치는 대로 불러들이면서 '가라몬드' 사장은 명확한 비밀을 드러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이야기들이 서로 중복되면서 확증되면, 그게 곧 <참>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책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가라몬드' 사장의 발언은 위태롭게 들린다.

(상)권에서 '국립 공예원'에 매달려 있던 '푸코의 진자'가 (중)권에서 또 한 번 등장한다. '벨보'는 자신이 처음 '푸코의 진자'를 보았던 순간을 '카소봉' 앞에서 회상한다. 그는 혼란스러운 시대이지만 우주 어딘가에는 불변하는 단 하나의 고정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크게 위안을 받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벨보'는 얼마 안 가 '유일무이한'이라는 수식어를 뒤집어 버린다. 사실 우주의 모든 점이 부동점으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니까 불변하는 고정점을 <진리> 혹은 어떤 <의도>라고 가정한다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우리는 하나의 <진실>을 상정해 놓고 세상을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도처에 있으며 모든 가설이 <진리>가 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벨보'의 문장에서 내가 느끼던 두려움이 아예 잘못된 예감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의 엉터리 원고들을 읽던 와중에 '카소봉'은 "형상이 없는 것에 형상을 부여하고, 사람들이 현실이 되기를 바라던 환상을 환상의 실재로 변용시키고 싶다는 욕망(215쪽)" 때문에 또 다른 <계획>을 염두에 두게 된다. 이제까지 축적된 '카소봉'의 지식은 여기에서 폭발 상태에 이른다. 이제는 성전 기사단의 비밀을 캐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이 개시되었다. 비합리주의적인 사고 때문에 인류는 일련의 비밀을 밝혀내고 좀 더 올바른 길로 나아가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위가 될 가능성, 혹은 본인들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고 갈 확률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않나? 누구의 눈에도 여태껏 띄지 않았던 지하의 비밀인 만큼 어쩐지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손에 쥐게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감이 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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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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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같은 노동자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수록, 아마존 노동자들의 야영지는 점점 더 국가적 재앙의 축소판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RV 주차장들은 자신들이 언제나 당연시해왔던 중산층의 안락함에서 까마득히 아래로 추락한 노동자들로 꽉 차 있었다. 이 사람들은 최근 몇 십 년간 미국인들을 괴롭혀온 모든 경제적 재난을 대표하는 사람들이었다.(107쪽)

노마드적인 삶에 대한 열망에 한껏 취해있던 때도 있었다. 내가 어느 한 곳에 매여 기계처럼 일을 한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던 고등학생 시절의 일이다. 단기성 일자리들을 전전하며 필요한 만큼만 돈을 벌고, 떠돌아다니는 삶의 자유로움과 행복을 친구들에게 거의 다그치듯이 강조했다. 하지만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믿음 아래에서 그런 꿈을 꾼다는 사실을 오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우주 어딘가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부동점이 존재한다는 안정감이 없었다면 나는 노마드로서 살아가는 상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노마드'를 언급할 때 그건 주어진 삶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는 얕은 반항에 불과했다.

결국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내 치기 어린 상상과 달리, 『노마드랜드』에서 '밴 생활자'들의 삶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그만큼 절박하다. 국가라는 거대 시스템에 의해 일방적으로 밀리는 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노마드적인 삶은 과거에 품고 있던 낭만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 그건 급박한 위기로서 실제로 나를 초조하게 만들고, 내 앞날을 심각하게 우려하도록 부추겼다. 『노마드랜드』를 읽고 난 지금의 나에게는 20대 특유의 낙관이 온데간데없다. 오히려 '제시카 브루더'가 취재한 '린다'의 삶을 신중하게 새겨듣고, 내 앞날을 가늠하고 있다. 한편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삶의 끝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현시대의 부조리함과 자본주의의 비극 속 우리 모두에게 닥쳐올 미래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우리 모두에게 "미래란 어떤 그림일까?(55쪽)" 하는 질문이 내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돌았던 것이다.



사람이 살아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곳에서만 살아갈 필요는 없어요. 그게 이 모든 것의 핵심이라고요!(215쪽)

'린다'를 비롯한 노마드들은 RV 차량을 집처럼 개조해 삶을 꾸려 나간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캠핑이라면 몰라도, 끝을 알 수 없는 밴에서의 생활은 불안정하고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밴을 끌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삶은 수많은 변수와의 날선 전쟁에 가깝고, 그들은 언제든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할 준비가 된 사람들 때문에 항상 긴장된 상태로 자신의 개인적인 공간을 지켜내야만 한다. 전통적인 거주공간은 거주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밴 생활자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취약한 부분을 드러낼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노마드들이 굳이 밴에서 거주하려는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위기에 처해본 적 없는 우리에게 그건 유일한 선택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좀 더 나은 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 되는 것이다. 종종 우리의 상상 속 긍정적인 대안이 되어주었던 아메리칸드림과 코로나 발 경제 위기는 미국 중산층 노마드들과 우리를 동일선상에 세우고, 그들의 몰락과 그로 인한 참담한 선택이 마치 우리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다급하게 RV 차량을 대체할 만한 선택지들을 재빠르게 모색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린다'와 그녀의 동료들은 절망적이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들은 집값을 덜어냄으로써 재정적으로 살아남는 데만 목표를 두지 않고, 진정한 성취와 자유를 찾아내 자신의 삶을 급진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전혀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 그들이 기어코 찾아낸 그 새로운 대안에도 물론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다. 유색인종에게는 이런 불확실한 대안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 '제시카 브루더'도 3년간 노마드들의 삶을 추적하고, 그녀 자신이 밴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신이 백인이기 때문에 약간의 안정이라는 특권을 누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 같이 몰락해 가는 와중에 그 안에서도 계급 구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터무니없이 느껴지고, 삶을 크게 비관하도록 만든다.


점점 커지는 예금과 부채 사이의 간극에는 질문 하나가 매달려 있다. 계속 살아가기 위해 당신은 이 삶의 어떤 부분을 기꺼이 포기하겠습니까?(400쪽)

밴에서 생활하는 노마드 대부분은 자신들을 '홈리스'가 아닌 '하우스리스'로 규정하기를 원한다. 미국에서 'HOME'과 'HOUSE'는 똑같이 집이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원어민 선생님의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홈리스'는 집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마음을 붙일 수 있는 곳 전체를 잃어버렸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그들의 적극적인 부정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노마드들이 '홈리스'로까지 나아가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일자리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이때에 그들에게 솟아날 구멍은 전혀 보이지 않는 때도 있다. '노마드랜드'에서는 60대 이상의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므로, 신체적인 컨디션도 고려한다면, 위기로부터 벗어날 구멍은 점점 좁아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의 '예금과 부채 사이의 간극'에 따라붙은 "계속 살아가기 위해 당신은 이 삶의 어떤 부분을 기꺼이 포기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은 지금 여기의 우리와도 전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하우스리스'를 넘어서서 '홈리스'가 될 가능성이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 오고 있다. 예금과 부채 사이의 간극이 너무 벌어져서 걷잡을 수 없는 때가 되면, 그래, 그때 우리는 이 삶의 어떤 부분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까. 막상 하나씩 소거하려고 보니 죄다 중요한 것들 투성이다. 눈앞에 놓인 삶이 갑자기 애틋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이미 우리의 시선 바로 아래까지 다가온 '노마드랜드'가 눈을 뜨고 보면 실은 아주 멀리 있는 상상 속 공간이기를 바라고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제시카 브루더'는 '노마드랜드'의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도서를 몇 권 적어 놓았다. 『찰리와 함께한 여행』은 밴 생활자들 사이에서 문학적 정전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간주될 정도이다. 이외에 '윌리엄 리스트 히트-문'의 『블루 하이웨이』, '에드워드 애비'의 『태양이 머무는 곳, 아치스』, '존 크라카우어'의 『야생 속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그리고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가 있다.(본문 265쪽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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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
가키야 미우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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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활동이 이렇게 인생 공부가 될 줄은 몰랐어.(145쪽)

중국에서는 27살이 넘은 미혼 여성을 '잉녀'라고 부른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지카코'가 28세의 독신 여성인 딸 '도모미'의 앞날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카코'에 이어 아버지 '후쿠다'까지 가세하지만 '도모미'는 좀처럼 결혼에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 취업 빙하기를 거쳐 간신히 살아남은 '도모미'의 삶은 평탄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까지 에너지를 쏟아부을 여력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도모미' 세대는 결혼과 육아로 고생하고 자기 삶을 잃어버리는 어머니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으므로 그에 대해 어느 정도의 반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부모가 죽고 나면 형제도 없이 살아갈 현실을 줄줄이 읊어주자 '도모미'는 마음을 바꿔 결혼 활동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어렵사리 도전한 결혼 활동은 그러나 취업 빙하기 시절만큼이나 암담하다. 마음에 드는 남성을 찾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남자 쪽 부모님과의 세대 차이를 좁히기 위해 '지카코'도, '도모미'도 분투해야만 한다. 부모 대리 맞선과 이후 이어지는 결혼 활동을 통해 '도모미'와 '지카코'가 느끼는 씁쓸한 뒷맛은 소설 밖 나에게까지 전달된다. 『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는 현실 공감 100퍼센트가 아니라, 거의 1000퍼센트에 가까운 작품이다. 현실만큼이나 녹록지 않은 결혼 서바이벌에서 '도모미'와 우리는 결국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론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인생이지만, 결혼만큼은 해보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알 것만 같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 상대를 찾는 것부터가 곤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이모저모를 따지고, 마음에 드는 사람과 신상서를 교환하고, 그 과정 속에서 숱하게 거절당하는 맞선 활동은 아버지 '후쿠다'의 표현처럼 경마 경기 같기도 하고, 서바이벌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맞선 게임에서 '도모미'와 '지카코'는 삶에 대한 경험치를 쌓아 나가면서도, 한편으로 극도의 감정 소모로 탈진 상태에 이른다. 단순한 게임과 달리 결혼 활동은 인생을 배우는 지난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대적 혹은 가정적으로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간극을 좁히고 어울리는 방법을 배워야만 했고, 앞으로의 사회적 변화까지 염두에 두어야만 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결혼은 기쁜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종류의 것으로 변모한다. 결혼 활동을 통해 회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다른 계층의 사람들과 섞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했지만, 독신 생활도 나쁘지 않은데 결혼 활동에 뛰어들어 괜한 낭비를 한 것은 아닌지 '도모미'의 가족들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여전히 '도모미'에게 가정을 만들어 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지카코'는 '좋은 결혼'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좋은 사람을 찾아낸 후 서로의 개성과 목표를 존중하면서 격려하며 나아가는 것,쯤으로 '좋은 결혼'을 정의 내릴 수 있겠지만, 부모 대리 맞선을 통해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면 '좋은 결혼'이라는 건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결혼에서뿐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좋은 사람'을 찾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은 세상인데, 아무것도 따지지 않던 연애 때와는 전혀 다른 결혼 앞에서랴. 아, 이건 소설일 뿐이다, 되새기면서도 세상에 대한 불신과 나 자신의 앞날에 대한 불안함을 떨쳐 낼 수 없었다. 소설의 제목에 우리 어머니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이 책을 지은 '가키야 미우'는 일본 여성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로 정평이 나있다. 『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만 읽어 보아도 왜 그런지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지카코'는 부모 대리 맞선 활동에서 봉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남성들 이외에도 며느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강요하는 여성들을 만난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을 비난하는 행동은 삼가는 편이지만, 그녀의 속내를 통해 우리는 작가 '가키야 미우'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지카코'는 아무렇지 않게 여성에게 돌봄 노동과 직장의 양립을 요구하는 남성들을 비난하고, 같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잔인하게 구는 어머니 세대의 여성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녀는 또한 세상이 정해 놓은 여자들의 의무에 물음표를 그리고, 여성들은 누구에게든 애완동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아직도 낡은 사고를 고집하는 사람들로 인해 한숨이 절로 나오다가도 작가의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속이 다 시원해지고는 했다.

그러니까 제목과는 달리 『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는 미혼 여성에게 결혼을 압박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결혼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젊은 부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각 개인의 부모,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적 배경까지 아우른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하나의 과정에 가깝다. 그 과정 속에서 물론 무기력해지고 상처받는 때도 있었다. 내가 겪고 있는 현실과 거리가 상당히 좁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 지금에는 그 모든 일들을 겪어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 출판사 이벤트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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