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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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흔한 현실 안에서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사랑의 빛깔,

그 안에서의 배움과 성장의 이야기



연애소설이지만 등장인물들의 연애 성사 여부에만 천착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지는 않았다. 이들은 사랑이라는 흔하고도 특별한 감정을 통과하며 자신을 확장해가고 세상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것이 내가 그리고 싶던 사랑의 본질과 효과이기도 했다.(266쪽, 작가의 말)


타인과의 진정한 연대, 더 나아가 세상을 향한 애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해 주었던 『아몬드』에 이어 두 번째로 작가 손원평의 『프리즘』을 만나게 되었다. 『아몬드』를 쓴 작가,라는 수식어 하나만으로도 독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작가 손원평의 『프리즘』은 네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사랑은 프리즘을 통과해 다양한 자기 확장의 빛깔로 뻗어나가면서 만남과 이별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도원', '예진', '재인' 그리고 '호계'로 이어지는 사랑의 서사 안에는 고독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그들은 하릴없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관계를 맺으면서도 늘 알 수 없는 텁텁함을 느끼며 인생을 살아간다. '변화'에 대한 갈망과 필요성을 절감하던 그들에게 서로와의 만남은 이를테면 지각변동의 시작이다. 여름부터 또 다른 여름으로 돌아오는 동안 만나고 사랑하고 또 이별을 겪으면서 그들은 상대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부터 삶의 공허함을 메꿀 방법을 찾아낸다. 그들은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자기 내면으로부터 뻗어 나오는 다양한 행복의 빛깔을 만끽한다. 사랑은 성장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프리즘』은 연애소설이 아닌 성장소설에 가깝다.


자신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살아갈 이유를 얻게 되기 전까지 그들은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 안에서 거의 바닥까지 내려가야만 했다. 연인, 혹은 부모 등과의 관계로부터 얻어진 나쁜 기억들은 그들을 궁지로 내몰았고 또 다른 사람에게서 마음에 난 구멍을 메꿀 방법을 찾도록 부추겼다. 영원할 줄 알았지만 한철에 불과했던 사랑 속에서 '도원', '예진', '재인', 그리고 '호계'는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내면으로의 집중이 두려워 외부로만 공전하는 어리석음(175쪽)"을 반복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호계는 사람 사이에 맺는 관계라는 건 자기 자신이 확장되는 것임을 깨닫는 중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단 하나, 언제고 끊어질 수 있는 관계를 수없이 맺으며 살아가게 될 거라는 점이다.(210쪽)


네 사람은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출구 없는 혼란한 세상으로 뛰어들 용기를 내지 못했다. 꼭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면서 세상에 존재해야만 밖으로 나갈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식의 관계 맺기로 인해 그들은 도리어 마음속의 무언가를 자꾸 잃어야만 했다. 사랑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혼자서 성장을 시작하고 나서야 그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자기 확장의 기회를 얻는다. 이제 관계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준비가 된 네 사람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로 자신의 화폭을 채워나갈 것이다. 수많은 관계 맺음을 앞에 두고도 이제 그들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다양한 황홀한 빛깔로 애착을 품었던 프리즘으로 인해 도리어 흉터가 남을 만큼 깊게 팬 상처를 얻던 악몽은 끝이 났다. 그들은 세상에 홀로, 하지만 가득 차오른 내면의 빛깔로 이전과 같은 고독은 느낄 틈새 없이 오롯이 서 있기 때문이다. 관계가 주는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진 그들의 표정은 이전보다 훨씬 가볍고, 찬란해 보인다. 프리즘을 통과해 뿜어져 나온 그들의 다양한 삶의 빛깔이 누군가와 또다시 만나게 되는 날을 기다린다. 만남과 이별의 끊임없는 사이클 속에서 누군가와 사랑을 하면서 점점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착실히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싶다.

"지금은 지금일 뿐이야."
끝은 올 것이다. 그러나 느낄 수 있는 것은 현재뿐이다. 도원은 현재의 끝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멀리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 P143

전에는 연애나 사랑이 의미 없이 흔해 빠진 거라 생각했다. 허나 이제 호계는 사람 사이에 맺는 관계라는 건 자기 자신이 확장되는 것임을 깨닫는 중이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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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9-11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소피 2021-09-11 21: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