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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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의 동정을 살 만한 한 소년이 있다. 온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고 술에 절어 살아가는 친아빠, 마약 중독자인 엄마, 허공에다 글을 써서 세상과 대화를 나누는 형, 그리고 마약 거래로 돈을 버리는 새아빠. 여기에다가 전설의 탈옥수를 베이비시터로 두었다고 말하면 우리가 어떻게 '엘리 벨'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성'과 '비이성'의 구분은 언제나 애매모호하다. 둘을 구분 짓는 기준은 자신이 '세상'이라고 주장하는 몇몇 소수에 의해서 세워졌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답잖은 편견을 버리고 '엘리 벨'의 시선에서 그의 가족들을 다시 우리 앞에 불러들여야만 한다. 그저 외로울 뿐인 친아빠 '로버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통 속에서도 미소 짓는 엄마 '프랜시스', 말만 많은 사람들보다 훨씬 지혜로운 형 '오거스트', '벨' 형제를 누구보다도 아낀 새아빠 '라일', 그리고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 베이비시터 '아서 슬림 할리데이'. 그들은 올바르지 못하다는 이유로 세상에 의해 종종 가려지고 묻혀버린다. 하지만 『우주를 삼킨 소년』을 읽은 독자라면 '엘리 벨'과 그 가족들은 우리가 깊게 파고들어야만 하는 분명한 진실이고 거기에 진짜 사랑이 있었음을 알 것이다.


'우주를 삼킨 소년' '엘리 벨'의 삶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슬림 할아버지'다. 작가 '트렌트 돌턴'은 그에 대한 명확한 판결을 유보한 채로 '아서 슬림 할리데이'가 '엘리 벨'에게 했던 말이나 행동에만 집중한다. '슬림 할아버지'는 '엘리 벨'의 폭풍 같은 삶 속에서 그를 끝까지 다독여준 유일한 어른이었다. 작품을 읽어나갈수록 양육자로서 그의 자격조건을 따지는 일은 무의미해진다. 다만 그가 작품 안의 '엘리 벨'에게뿐만이 아니라 작품 밖의 다 커버린 '엘리 벨'들에게도 진정으로 위안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는 세세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면 시간을 원하는 만큼 늘릴 수 있다고 알려준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들 얘기는 그만 떠들고, 이번 한 번만은 네 얘기를 시작해 봐.(354쪽)"라고 말해서 시간에 쫓기며 살아오던 우리를 울려 버리는 인물이었다. 우리의 성장에 깊이 관여했던 과거의 인물들을 떠올려 보도록 하자. 그들은 '슬림 할아버지'처럼 어떻게 하면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하루하루의 세부적인 사항들보다는 더 멀리 있는 미래를 내다보라고 가르쳤고, 우리 자신을 잊어버릴 만큼 다른 사람들 얘기에 집중하도록 종용했다. 적어도 내 삶을 반추해 보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어떤 연령대에 있건 상관없이 '아서 슬림 할리데이'를 만난 지금에서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장'을 겪는다.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단계마다 거듭된 성장 이후의 삶에도 마찬가지로 관심을 두어야 한다.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고통이 아까울 정도로 어른이 된 이후에는 자주 '쉬운 일'들에 몸을 내맡겨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우주를 삼킨 소년』은 이전의 소설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성장소설이다. 과정이 아닌 결과에서도 우리가 가야만 하는 길을 몇 번이고 일깨우기 때문이다.


"난 좋은 사람이 하는 일을 할 거예요, 슬림 할아버지. 좋은 사람은 무모하고, 용감하고, 본능적인 선택으로 움직이죠. 이게 내 선택이에요, 할아버지. 쉬운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거죠. (627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모든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여기‘와 ‘거기‘에서의 의미.- P12

네가 지금 살고 있는 브래큰 리지의 그 거지 같은 집에서 벗어날 방법이나 생각해. 다른 사람들 얘기는 그만 떠들고, 이번 한 번만은 네 얘기를 시작해 봐.-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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