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글을 쓰고 싶다. 나는 지적인 환경에서 살고 싶다.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는 문화의 중심에서 살고 싶다. 이 모든 것과 그 이상을 원한다(145면_수전 손택).˝

영화 <콜레트>, <메리 셸리>, 그리고 <작은 아씨들> 등을 통해 우리는 여성들이 글쓰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열망을 조금씩 감각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펜대를 붙들고 놓을 줄 모르는 그녀들의 집념은 관객들을 놀라게 만들었고, 세상에 훌륭한 여성 작가들이 많았음을 새삼스레 일깨워 주었다. 이토록 여성과 글쓰기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하는 책은 드물었다. 나와 같은 답답함을 느끼던 독자들에게 인생 지침이 되어줄 작품이 여기에 있다. 25명의 여성 작가의 글과 그녀들의 업적, 사상, 또 사회에 일으킨 파장을 명료하면서도 얕지 않게 소개하고 있는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는 글쓰기를 꿈꾸는 여성 독자의 지적 욕구를 채우기에 충분하다. 사실 여성 독자에게만 어필 가능한 작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25명의 인생 선배들이 글쓰기를 통해 지켜온 소신과 이로 인해 사회 곳곳에 일어난 변화들을 떠올려 본다면, 이 작품은 분명 2020년 올해 꼭 읽어야만 하는 책으로 꼽기에 충분하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에는 글쓰기뿐 아니라, 책에 대한 작가들의 애정도 듬뿍 묻어난다. 그녀들은 정말 맹렬하게 독서에 빠져들었고, 이를 통해 세상이 준 슬픔을 덜어내는 한편, 자신을 괴롭힌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 일조했다. 책의 세계에만 몰두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들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졌던 그녀들은 진정한 독자이자 작가였다. 손에서 책과 펜을 놓지 않는 그녀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치열하게 살아나는 영혼들에 애잔함을 느끼다가도, 그토록 강한 집념으로 오래도록 버텨준 작가들을 향해 존경의 박수를 고집스럽게 지치지도 않고 치고 싶어진다.

이 책에 담긴 25명의 작가들은 쓰고, 싸우고, 또 살아남았다. 그녀들의 죽음에도 꿋꿋이 살아남은 그 열망들은 무수히 많은 글들로 현 세대의 마음에 또 다른 씨앗을 뿌렸다. 누군가는 21세기에서 나름대로 읽고 쓰며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글은 끝없이 이어져 놀라운 세대 간 연대를 만들어 낼 테다.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 살아남은 자들의 커다란 공명이 지금의 사회에 불러일으킬 파장이 기대된다. 우리가 어떤 글로 얼마만큼 싸우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다가오는 내일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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