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시인선 135
이원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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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떠나는 일이/뭐가 그리 어려울까 싶은/사람이 있다면/그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그건 너에게만 그런 일이다(35면)

◎나는 오년 뒤에/아빠보다 나이가 많아질 거야//그날은/시장에서 사과를 고를 때보다도 더/아무 날이 아닐 것이고/골목을 떠도는 누런 개의 꼬리보다도/더 아무 감정도/별다른 일도 없겠지(49면)

◎얼굴 하나를 그리워한 지 오래되어/하품이 나오지만 그래도/얼굴 하나가 진득이 그리워요(74면)

시집의 제목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그것이 청년 세대의 열망과 맞닿아 있음을 느낀다. ‘제주‘와 ‘술‘이라니. 항상 우리의 회동에서 주제로 다루어지는 것들이다. 그건 ‘사랑‘만큼 낭만적인 구석이 있고, 꿈꾸기를 그만둘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섬에서의 삶을 꿈꾸던 때의 나를 떠올린다. 한 번도 거주한 적 없는 공간을 마치 고향처럼 그리워하던 나날들이 있었다. 현실에서의 고통을 극복하는 법을 온전히 깨우치지 못하는 인간으로 존재하는 한 나는 아득히 멀리 있는 그 섬을 그리워할 것이다.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그곳을 마치 내일은 꼭 가게 될 것처럼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갈 것이다. 또한 이원하 시인의 시집도 ‘제주‘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늘 하나의 낭만으로 내 곁에 머무를 게 분명하다. 술을 마시며 취하고 싶은 날마다 이 시집을 붙들고 규정할 수 없는 그리움에 시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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