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터 Littor 2020.6.7 - 24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20년 6월
평점 :
품절


코로나 시대에 진입하면서 환경 관리에 대한 논의를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이번 호 릿터에서도 이미 소실된 지구의일부를 회복하려는 갖은 노력이 소개되었다. 여기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 나는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사이트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등 환경 보호를 위한 행동을 실천하는 데 있어 어떤 동력을 얻었다. 또한, 기후 변화를 어느 정도 남일 보듯 대하며, 그걸로 세상이 바뀌겠냐고 질문을 하던 쪽에 기울어져 있던 나는 어느새 미래 세대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에 속해 있음에 새삼스럽게 놀라면서 그들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조용히 다짐하기도 했다. 나도 환경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급한 물살에 휩쓸려 에코백과 텀블러를 들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것마저도 처음엔 열의를 가지고 몸에 지니고 다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집에서 들고 나가는 일을 새까맣게잊어버리기 일쑤였다. 몇번 그런 일이 반복된 후에는 대충 쉽게 살아가는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그토록 원망하던 무책임한 기성 세대가 나 또한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호에 실린 가수 장기하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단편을 이제까지는 좋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시대 한국 작가들은 무거운 얘기를 많이 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고 그 이유를 댔다. 장기하 이외에도 한국문학이 선보이는 비참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이들을 꽤 보아왔다. 자신의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일을 멀뚱이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기 때문에 끔찍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한국 소설이 내 삶과 무척 닿아있고, 세상에 알려져야 할 일들을 외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한다. 릿터의 소설란에 실린 글들도 전부 무척 좋았다. ‘진짜‘를 만들 수 없어 ‘가짜‘를 붙들고, 1년만 더 버티면 당연히 희망만 가득한 세상에 당도할 수 있을 것처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나에게 너무 들러붙어 있어 더욱 씁쓸했으면서도, 고개를 돌리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두눈을 부릅뜨고 현실을 똑똑히 바라보면서 내가 미래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리기 위해 애쓰려고 했다. 이제는 자꾸만 바깥으로 , 또 바깥으로 벗어나려는 시도는 그만두고 싶다.


이번 호에서 가장 좋았던 글은 김혼비X박태하의 <전국 축제 자랑>. 그들의 위트있는 글에 당장이라도 창포물에 머리를 감을 강릉으로 달려가 고 싶었다. 어서 단오가 왔으면 좋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단오를 기다리며, 살고 싶은 기분을 느낀다. 이렇게 온갖 지역에서 벌어지는 축제들을 하나씩 기다리다 보면 자꾸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 같다. 소설란에서는 서유미 작가의 <우리가 말해 않은 것>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부모를 자꾸만 내 안에서 몰아내고 싶으면서도 결국엔 닮게 되고야 마는 그 비참함이 어찌 해볼 도리가 없어 잡지를 다 읽은 후에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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