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 - 특별한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상의 기록
나란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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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는 다르게 에세이를 읽는 일이 잦아졌다. 인생 선배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서,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선 사람에게 거기는 어떤지 들어보기 위해서, 갖가지의 이유로 에세이 분야의 책을 집어 든다. 보라색과 형광 노란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은 내가 꿈꾸는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의 삶이 궁금해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성북동에서 인사동으로 이전한 큐레이팅 서점 부쿠에서 북 큐레이터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북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정확한 정의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렵고, 공식적인 아카데미는 당연히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막연히 그녀가 나아간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절박한 심정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북 큐레이터를 해보고 싶다는 나름의 소망을 내보이면, 되돌아오는 반응은 비슷하다 : "그게 뭔데", 라거나 "그거 해서 뭐 먹고 살 건데?" 사실 돈에 매이는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면서도, 적지 않은 양의 물질을 생산해낼 수 없는 꿈은 타인에게 컨펌을 얻어낼 수 없다. 북 큐레이터처럼 종종 돈이 되지 않는 목표를 세우던 나는 이전에도 저런 질문들을 수없이 받았다. 나는 예술을 좋아하던 아이였고, 예술은 불확실성이나 배고픔으로 연결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사람들, 주로 부모의 압박에 우물쭈물거리던 나는 먹고살기 어려운 꿈들을 놓치며 살아왔다. '나란' 작가는 서점 일도 부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돈 때문에 서점하는 거 아니니까. 떡볶이 사 먹으려고 책 파는 거 아니니까"라고 당당하게 외친다. '가치 창출 전문가'로서의 북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과 그것이 주는 기쁨을 아는 자만이 내뱉을 수 있는 포효였다. 또 그녀는 "만족이나 보람, 기쁨 따위를 쥐여주는 일이라면 그건 가성비가 꽤 좋은 일이 맞다"라고 말했다. 일정 이상의 수익을 낼 필요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정신적인 충만함을 제공하는 일을 찾아야 오랫동안 견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문장이었다. 이렇게 나는 또 굴하지 않고, 북 큐레이터로서의 인생을 꿈꿀 이유를 찾아냈다.

"세상이 넓은 것에 비해 책 읽는 사람들의 세계는 좁다. 우울한 현실이지만 동시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우리는 언젠가 만나게 될 테니.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서."

책덕후들의 세계는 실제로도 좁은 편이다. SNS로 책에 대한 애정을 표출하면서 겪은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다. 그러니 당신이 책에 열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인생 속에서 언젠가 한 번쯤은 스쳐갔을지도 모른다. 혹은 가까운 미래에 우연히 서로를 발견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가 마주친 멀지 않은 미래에 내가 당신에게 멋진 책을 한 권 추천해줄 수 있는 큐레이터로 성장해 있다면 좋겠다. '우리 취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일은 없겠지만'서도, 책이라는 공통의 취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분명히 만나게 되리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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