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너를 생각해
후지마루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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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초반만 해도 작품이 너무 가볍고, 유아적인 방향으로 흐를까 봐 겁이 났다. '마법'이라는 소재 자체에서부터 어릴 때 꼬박꼬박 챙겨 본 만화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탓이다. 일본어로 쓰인 작품들에 관한 편견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 작품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데 그들은 독특하고, 때로는 조금 유치한 감성으로 독자와 관객의 근원적인 응어리를 녹이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냉소적으로 읽어내려가다가, 어느새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고 있는 때가 잦다. <가끔 너를 생각해>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순식간에 작품의 세계로 몰두하게 되고, 스토리가 생각지도 못하게 흘러 소중한 교훈과 맞닿으면서 탄성을 자아낸다. 완벽하다고 평할 수는 없을지라도, 분명히 감동적이고 교훈적인 구석이 있었다. 그러니까 새해에 적당한 마법이 절실한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가끔 너를 생각해>를 통해서 지팡이를 휘두르는 환상적인 마법이 아니라, 진정한, 또 평범한 사람들로서도 실천 가능한 마법에 대해 배우게 될 것이다.


본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타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마녀인 '시즈쿠'가 사용하는 마도구부터 그렇다. 내가 아는 마법사-예를 들어 해리 포터-는 마법이라는 소재에 있어서 주체적이고 주동적인 입장에 서 있었다. 하지만 시즈쿠는 마도구를 필시 남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소설 내내 시즈쿠는 죽마고우인 '소타'와 마도구를 활용해 사람들을 도와 나간다. "세상에서 가장 냉철하고, 쓸데없는 걸 싫어하는 세대"인 "사토리 세대(일본에서 1980~90년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말)"라고 스스로도 여러 번 강조하는 시즈쿠에게 타인을 도우며, 그들의 인생에 휘말리는 건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자신이 이미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새롭게 인식하며 소중함을 알아차린다. 또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그러면 스스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수한 능력을 지녀야 마법사라는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할 때 비로소 우리는 특별한 존재가 된다. 작가 후지마루는 이런 깨달음을 제공하면서 어느 독자도 차별하거나 배제하지 않으면서 작품을 이끌어나간다. 선천적으로 무언가를 소유해야만 마법사처럼 비범한 생명체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작가 후지마루의 서술 방식은 일본의 '사토리 세대', 한국의 청년의 독자들에게 확실하게 호소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청년은 선천적으로 뛰어난 배경을 지닌 자들이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배반하는지 목격하며 자라왔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가끔 너를 생각해>는 현재의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야 비로소 스스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깨달음은 시즈쿠가 외로움에 파고들던 모습을 버리고, 타인의 인생 경로에 과감히 뛰어들었을 때에 곳곳으로 널리 퍼져 나갔다. 그녀의 존재로 인해 사람들은 협력하고, 타인과의 연대를 시작한다. 외톨이였던 그녀가 자신이 받은 사랑을 인식하면서 세상을 바꿔놓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으로 예언서라는 마도구를 통해 이전 세대의 마녀들이 시즈쿠에게 무한한 신뢰와 응원을 보낸다. 시즈쿠는 여기에서 다시 한번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런 장면들로 작가는 "사람의 마음에야말로 마법 같은 힘이 있"으며, 그런 마음들이 연결되려는 시도를 보일 때 우리는 더 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설파한다. 게다가 누군가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휘말리기를 주저하지 않으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기쁨이나 행복을 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합리적인 것들을 중시하고, 사회로부터 비롯된 상실의 고통을 감추기 위해 타인과 거리두기를 선택한 청년 시즈쿠에게 작가는 "마음은 때때로 마법을 능가"하며, 하나로 연결된 마음을 통해 "사람이 일으키는 기적"은 무궁무진하다고. 그리고 그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이 당신에게도 있다,고 전하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에 "행복을 나르는 게 마녀의 삶"이고, 우리 모두는 행복을 나를 만한 능력을 가진 마녀다. 그러니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쓰는 일을 주저하지 않고, 오늘도 누군가를 돕고, 또 구원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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