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 - 좋은 삶, 편안한 관계를 위한 자기 이해의 심리학
양창순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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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 표지에 대한 칭찬을 꼭 한마디 남기고 싶다. 보통은 책 표지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나는 주로 책을 홍보하는 글에서 보이는 글귀라던가, 포인트 단어들에 집중한다. 하지만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에서 쓰인 저 연두색과 노란색의 조화는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든다. 따뜻하고 다정한 어른이 기다리고 있는 상담실로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병원에서 내 치부를 들킬까 봐 긴장되던 마음이 한층 누그러진다.

심리 에세이를 읽은 건 실로 오랜만이다. 심리 에세이를 읽지 않았던 건 내가 가진 정신적인 결함에 대해 지적을 듣는 것 같아 꺼려지기도 했고, 늘 같은 결론-너 자신을 사랑하라-으로 도달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사 서포터즈가 되어 책을 고를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과감하게 이 책에 동그라미를 쳤다. 왠지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이전에 내가 읽었던 책들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마 지금에서야 내가 변화할 준비가 된 듯하다. 에세이에 적힌 글귀들을 "아, 매번 이런 식이야."하면서 흘려듣지 않고, 진심으로 수용하고 바뀌려고 노력할 준비.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분류를 좀 해보자면, 1장과 2장에서는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3장과 4장은 인간관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들을 내세우고 있고, 5장에서는 화병, 공황장애, 왕따로 인한 트라우마, 자살 등 자주 발견되는 정신적 질환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마지막 6장에서는 양창순 박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조언들을 건넨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을 꼽자면, 저자인 양창순 박사가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점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정신적으로 질병을 얻을 수밖에 없던 원인을 꼽아주는 것도 흥미로웠다. 책을 읽는 내내 환자들의 인생에 대해 들으면서 공감이 되기도 했고, 안타까움에 탄식을 내뱉은 적도 있었다. 이론과 구체적 사례들을 적절히 섞어서 설명해주니까 나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요즘에는 사람들이랑 대화를 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다들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힘겨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버티며 앞으로 나아간다.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며 선포하는 일이 매체에서 왕왕 발견되긴 하지만,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정신적인 아픔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란 아직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 참 괜찮은 나를 만났다>, 이 책에서도 양창순 박사가 전문가와 상담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다른 여느 질병들처럼 초기에 발견하면 나아지기가 쉽지만, 심한 정도에 이르면 치유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 내가 서보더라도,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리라는 예상을 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러는 때에 이런 심리 에세이들을 찾아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일을 겪으며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이 존재하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책에서 정말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 있어 꼭 나누고 싶다. "'현명한 피(wise blood)'라는 것이 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전율을 느꼈다. 삶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온갖 어려움과 고통, 희생과 슬픔, 그 와중에도 흐린 날 잠깐씩 비추는 햇살처럼 찾아오던 행복과 기쁨 같은 모든 것들이 한 사람의 핏속에 녹아들어 현명함을 이룬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294p)" 나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자와 똑같이 전율을 느꼈다.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이유로, 또 깊이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정말 뻔한 얘기지만,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자신이 지나온 어두운 터널이 모두 '현명함'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주면 좋겠다.

책 속에서 만난 이유들 이외에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혹시 주변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고 있는데 내가 못 보고 지나친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도 책을 읽는 동안 자주 들었다. 정신적인 고통은 사실 스스로 이겨낼 수밖에 없고, 나로서는 잠시나마 위로를 주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만큼 짧은 시간만이라도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혼자가 아니라고 일깨워주는 상대가 되어줄 수 있길 바라본다.

 

내가 보기에 괜찮지 않은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P37

요즘 같은 백세시대에 60이 넘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예는 넘칠 정도로 많다. 생물학적 나이로 누군가를 규명하는 것에서도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인생은 늘 새로운 날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양하고 활기찬 삶을 살기 원한다면, 그런 잣대 역시 불필요하다.- P41

뼈에 충격을 받으면 직립이 불가능하듯이 자존감에 상처를 받으면 정신적 직립이 불가능하다.
그처럼 중요한 자존감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정적인 감정, 특히 불안이나 우울이 깊어지면 좌뇌의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언어로 표현하면 좌뇌의 기능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현실 적응능력이 회복된다. - P151

리더가 그러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P201

결국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 안에서 아직 자라지 못한채 상처받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조그만 존재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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