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파타고니아는 맥주를 팔까 - ESG 시대의 지속가능한 브랜드 관리 철학
신현암.전성률 지음 / 흐름출판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ESG를 강조하는 요즘의 브랜드 전략은 마케팅에서 멀어진 나같은 가정주부에게 어떤 의미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제목에 파타고니아 브랜드에 대해서 그리고, 공짜로 약을 주었다는 머크라는 회사ㅡ 60세 이상만 고용한다는 고용주 가토제작소, 스타벅스가 전 세계 매장 문을 (일시에)닫았을까라는 놀라운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 사실과 의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머리말에서 마케팅의 전문가들은 '파타고니아' 현상을 언급하는데, 원래 등산용품 제조업체였던 회사이고 경영 마인드가 직원들에게 등산과 서핑, 스키를 언제든 타러가게 배려할 뿐아니라 비용을 회사가 부담한다는 것, 매장에서 만나는 마니아층에게 아웃도어용품을 진짜 사용자 입장에서 직원들의 경험을 나누며 판다는 것이다. 등반과 모험을 좋아하는 설립자 쉬나드는 100퍼센트 유기농 면을 고집해 생산단가가 높지만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을 택하므로써 오히려 구매자들이 더 열성적으로 파타고니아 옷을 선택하게 만들었고,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을 반복(소비를 장려하는 기존의 광고 전략을 버리고, 기존 제품을 수선해 쓰라는 '이 제켓을 사지마세요'라고 2011년에 외치는 등의 수십 년 동안 이들이 추구해 온 경영철학을 그리고 진정성을 보여주었다.

이듬해 2012년 파타고니아의 식품 사업 또한 환경 보호의 일환이었는데 훈제연어, 몸에 상처를 내지 않는 방법으로 잡은 연어 가공품 그리고 유기농 에너지바, 수프 지구를 구하는 맥주 롱 루트 에일을 선보였다. 밀은 재배하며 기계를 사용하는 대규모 기업형 농업에 의해 흙 속 다량의 탄소가 배출되게 하는 일에 반대하고 환경재생형 유기 농업으로 맥주 원료인 여러해살이 밀 품종인 컨자를 생산하도록 생산 기반 기설을 지원하고 농가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노력을 보였다. 물론 파타고니아는 상장 기업은 아니다. 쉬나드는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이 비대하게 성장하는 것을 원치 않기에

'빨리 성장할 수록 빨리 죽는'기업의 길을 가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블랙록 같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ESG를 강조하며 미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정도는 뉴스로 들었고 구체적인 메카니즘은 깜깜하게 몰랐기에...이 투자회사가 추구하는 것은 기후위기에서 촉발되었고, 2020년 블랙록의 보고서에서 2060-2080년에 미국 각 주에 미칠 경제적 리스크를 언급해 위험신호를 보냈고, 영향력 있는 2021년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기조는 기후변화 위험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경제 성장을 위축한다고 보아 기후변화 요소가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Environment 의 E는 환경, Social의 S는 사회적 통합 마지막 Governance의 G는 적절한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트렌드이다.

현 시대가 요구하는 (책에서 언급되었듯) 지속가능한 기업은 주주 자본주의가 아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즉 기업의 주인은 주주를 넘어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고객,종업원, 협력업체,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사회통합의 역할을 부여받은 것이라는 의미이다. 1부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브랜드 언어, ESG라는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지향하는 비즈니스,2부~4부에서는 적합성/일관성/효율성/당위성을 잘 보여주는 브랜드 관리 원칙이 나타낸 성공과 실패 구체적 사례를 들어 존재 이유 추구하는 목적이 MZ세대의 부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다.


내가 대학에서 산업디자인 패키지를 구상하고 과제를 하던 20여 년 전에는 세븐스 제너레이션처럼 '친환경포장재' 같은 요소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친환경 재료부터 포장재까지 북미에서1990년 대 무독성 생필품 , 재활용 원료 사용을 하며 친환경 제품의 대명사로 자리잡았고 2016년 유니레버에 성공적으로 합병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유니레버는 2010년 지속가능한 삶 계획이라는 비전을 채택하며 가치 창출 모델의 일환으로 세븐스제너레이션의 가치를 사들인 이유있는 행보를 보였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작회사로 출발한 유니레버는 경영자 폴 폴먼에게 (상업브랜드의 힘으로 공익사업을 한 개인에게 수여하는) 역대 수상자인 환경주의자 앨 고어 전직 부통령, 탐스 슈즈의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코믹 릴리프 재단 설립자 리차드 커티스 영화감독 다음으로 국제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수상을 안겼고, 2018년 영국 주주들이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네덜란드 주주들과 충돌하며 국적이 네덜란드인 폴 폴먼의 사퇴를 촉발했지만, 유니레버는 ESG시대에 걸맞는 브랜드가 되었다고 한다.

1987년 머크는 강둑을 따라 번식하는 기생충인 회선 사상충이 사람을 물면 '강변 실명증'이라고 불리는 감염을 일으키는데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가려움 그리고 눈에 침입하면 실명을 일으키는 이 병의 치료제인 멕티잔을 개발했다. 아프리카에서 비옥하고 물이 풍부한 강둑 주민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만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세계 최빈국이며 멕티잔을 살 돈이 없어 당시 머크 CEO 는 세계보건기구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머크는 이뉸이 아닌 환자를 위한 의약품이라는 확고한 경영철학으로 맥티잔 기부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MDP라는 이프로그램은 가장 오래된 약품 기부로 1993년 중남미 지역으로 확장해 총 3억명의 사람들에게 총40어 개 이상의 치료제를 제공했다.

저자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머크는 200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의 세계 최대의 제약회사가 되었고, 공중보건이라는 기업 철학이 투자자의 이익이라는 목표와 충돌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일관성을 지킨다는 뛰어난 경영 전략의 훌륭한 예로 여겨진다는 것에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1987년 스타벅스 마케팅 담당자였던 하워드 슐츠가 인수한 스타벅스는 1992년 스타벅스를 에스프레소 바 형태의 커피전문점으로 성장을 시키고2000년 명예롭게 떠난다. 내가 처음 경험했던 학교 앞 스타벅스도 이때였는데, 한국의 커피숍 문화가 에스프레소 전문점으로 전환의 시발점으로 기억한다. 누군가를 만나 수다를 떨기에 바빴던 시끌벅적한 곳이 아니라,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분위기? 공기 자체가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슐츠의 은퇴 이후 오린스미스에서 2005년 짐 도널드가 더욱 공격적으로 매장 점포수를 늘려 전체 매출이 증가를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스타벅스는실제 커피의 본연의 맛을 유지하지 못했다. 성장의 일환으로 샌드위치나 테디베어같은 인형도 팔았지만 스타벅스의 부실한 제조 방식으로 패스트푸드 맥도날드의 맥카페보다 컨슈머 리포트 (2007년)에서 밀리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에 은퇴한 슐츠가 바로 복귀를 했고 2008년 2월26일 전 세계 7100개의 매장 문을 세 시간 동안 닫았고 15만 5천명의 바리스타에게 에스프레소 추출 및 서비스 프로세스 교육을 실시했다고 한다.

명분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성장을 위한 성장을 추구했고 이를 실사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에 문제가 있는 불량 매장들도 정리해 통폐합을 감행해 고객들의 신뢰를 되찾았고, 슐츠는 말했다.

성장을 전략으로 인식하는 순간 집착과 중독을 낳는다. 성장은 결코 전략이 아니고 전략이 돼서도 안 된다. 성장은 전술일 뿐이다.

...수년간 내가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성장과 성공의 미명 아래 많은 실수가 은폐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브랜드라는 가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를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 글로벌 패스트패션 산업의 선두주자인 H&M. 한 번 입고 난 의류를 재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실행한 헌 옷 수거 프로그램ㅡ 순환경제를 표방하는 일을 실제로 성공적으로 한 패션업체는 전세계에서 많지 않다. 개인적으로 유니클로 등이 그 가치를 흉내내고 있지만,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아보인다.

그 외에 저자는 시각장애인의 사용을 돕는 점자를 표기한 패키지의 록시땅이, 개발도상국의 안과 지원 NGO 오르비스와 제휴 하는 등 지역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이고 프로방스 지역의 먹거리, 호텔 등의 문화개발을 통해 상생하는 전략을 가졌다. 브랜드의 진정성이 전달되어 ESG 활동의 효율성의 교과서라고 평가했다.

브랜드가 하나의 사회적 존재로서 소비자의 마음 속의 표상을 넘어 사회적 이슈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현상을 '브랜드 액티비즘'으로 명명한 학자들이 있었다. 공공선, 사회적 책임, 코즈 마케팅(Cause Marking)의 역확장성 등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집중하는 현상은 소비자들의 높아진 사회적 참여 지향성 즉, 컨버전스 문화를 들고 있다. 이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매체의 제약을 초월해 개인의 경험이 가공된 이야기 형태로 여러 가지 플랫폼으로 전달되어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내가 최근에 듣고 경험한 아이쿱의 비전과 전략 그리고 트렌드코리아의 내용들이 겹쳐지며 우리 사회의 기업 스스로가 자신의 핵심 가치를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액티비즘을 아이쿱에서도 꾸준히 실행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리뷰는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감대화 - 존중과 치유로 가는 한 사람, 한 시간의 이야기
정병호 외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년간 300여 명과의 만남을 통해 대화를 하고 이를 기록했다는 표제에서 먼저 관심이 갔으나, 여는 글과 목차를 읽은 후, 내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전문가가 만난 여러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내용인 줄 알았던 것이다.

여기서의 '공감대화’는 이야기의 내용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도 들어주는 사람들과의 모임, 한 시간 남짓이지만 한 개인이 살아온 다양한 역사와 그 스펙트럼을 관통하여 각각 단편소설과 같은 울림을 주는 의미있는 '도구'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실험이 있었다.' 남북한 주민의 삶이야기'프로그램을 이주민, 남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2012년부터 한양대학교 글로벌다문화연구원을 중심으로 시작해, 그밖에 중국 조선족, 러시아 사할린동포, 중앙아시아 고려인, 재일동포, 재미동포를 비롯한 다양한 배경의 남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한민족다문화 삶의 역사 이야기’와 ‘경계를 넘는 삶이야기’로 확장되었다.10년 간 50차례의 모임이 아홉살 어린이부터 아흔 살 노인까지 모두 약 300명이 참가했고 이를 1부 평등한 시간, 평등한 공간:아이들의 해방 체험 2부 개인으로 이야기하기:국적과 이념, 가해자와 피해자의 벽을 넘어 3부 공감의 연결 고리를 찾아서: 여성, 이주, 가족 마지막으로 4부 공감대화란 무엇인가를 통해 집대성하고 정리한 여러 저자들이 이 한 권으로 묶은 것이라고 한다.


한국의 다문화 아이들이 모였다.한국에서 다문화 학생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은 이렇다.

-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왜 그렇게 했나? 그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나는 어떻게 반응했나?

- 앞으로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응하겠나?[이야기를 듣고 나서]나라면 이렇게 느꼈겠다, 나라면 이렇게 대응했겠다.

- 사회,학교,친구가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

한국에서 대학과 연구소에서 일하고 지금은 영국 이주 후 런던한겨레학교 교장으로 어린이들이 '코리언'으로 잘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자인 이향규 저자는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의 요청으로 청소년을 위한 다문화 감수성 교육 프로그램 개발 연구의 일환으로 1:1 인터뷰 대신 또래 아이들이 둘러앉아 각자 겪은 차별 경험을 서로 나누게 하고 이야기 방식을 취함으로써 더 풍부한 사례 수집을 하고 이야기 캠프 참가 학생들이 신뢰와 유대감을 갖도록 해 수고 사례비나 기념품 지급 형식이 아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보상이 되도록 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진행 과정은 연구원 학부생 조교 두 명이 초등반을 맡고, 저자는 과제의 연구책임자로서 중등반을 맡았다. 세 사람 모두 글로벌 브릿지 프로젝트(이전 프로젝트로 유대감과 친밀감이 있었던듯)를 담당하고 있어서 참가 학생들과의 충분한 라포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조건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탈북이주자녀, 부모가 외국인인 자녀, 고려인2세인 아이들은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경험했고, 아무도 곁에 오지 않거나 콕 짚어 뭐가 문제라고 말하기 어려운 은근한 배제, 외국인이라고 놀리는 언어폭력, 밥을 먹을 때 반찬을 가져가거나 아이의 물건을 함부로 망가뜨리는 직접적인 공격까지 당했고 이에 대응하지 않은 아이 혹은 치고받고 싸운 적이 있는 아이까지 자신의 경험을 나누었다. 속상한 일에 공감을 표하고 그 일을 겪는 아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등 공감의 언어는 아이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서로 위로하며 연대 의식을 갖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초등반 아이들과 달리 중등반은 진행자가 이야기의 주제만 던져줄 뿐 학생들이 자기 경험을 제법 길고 상세하게 묘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독도는 누구 땅이라고 생각하냐? 위안부를 어떻게 생각하냐? 같은 질문으로 누구 편인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심리에 맞서 부모 중 하나가 일본인인 아이들은 자신이 갑자기 가해자 입장에 선 것 같이 당황했다.그리고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의문을 가진 것 중 하나는 '다문화'라는 명칭 문제였는데,

말이 문제예요. 왜 똑같은 사람인데 거기에 명칭을 붙여서 얘기하냐고요. ...그냥 사람마다 개인으로 이렇게 판단하면 될 텐데 꼭 그렇게 다문화라는 명칭을 써서 다른 사람 차별 대우하는 것처럼 하는 행동은 별로라고 생각해요. ...소외되는 느낌이 들고 솔직히 다문화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가 않고,

다문화라는 특별한 명칭이 있으니까 더 놀림을 받는 것 같아요.

다수자가 소수자를 집단으로 부름으로써 차별을 알게 모르게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지금껏 이 아이들은 그동안 속상했던 마음이 이렇게 모여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풀리는 듯하다고 했다. 다문화의 좋은 점, 나쁜 점을 짚어보고 서로 답답했던 것을 털어놓고 속시원히 말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이것이 온전히 이야기의 힘 덕분이라고 말한다.

다문화 중 고려인, 주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국가에 거주하며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민족 동포들에 대한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좋았다. 한국에 취업할 수 있는 비자를 이들 대상으로 확대하는 정책이 도입된 2007년 이후 그들의 한국 이주는 갈 수록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중도입국 자녀들은 한국어 미숙으로 학교 적응이 어렵고 같은 언어권 친구들하고만 어울리며 학교를 그만두는 사례가 늘고 있어 한국살이에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한국어 수업 학생들을 가르쳤던 저자가 삶이야기 프로그램에 6명의 청소년을 섭외했고, 2018년에 진행한 내용은 이렇다.

1박2일이 아닌 1일로 바꾸고 놀이전문가가 진행하는 몸으로 놀기와 마음 풀기 시간으로 시작해 라이프사이클 그리기 인생에서 경험한 사건, 전환점이 된 시기 등을 그리며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고 자신의 라이프사이클을 다른 참가자들과 나누게 했다. 삶이야기는 성인이 아니기에 한 시간이 아닌 15분간 이야기하고 5분 동안 서로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질의응답 시간으로 구성했다. 식사, 간식, 휴식 시간을 신경써서 배정하고 러시아식당을 예약해 본국에서 먹었던 맛과 지금의 맛을 비교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했다.

'헤어짐과 이산' 이주를 받아들이는 감정은 설레고 기분 좋았다는 것보다 본의 아니게 한국으로 오면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과 관련이 깊어보였다. 부모의 부재, 엄마의 부재를 경험하고 재결합한 청소녀는 정서적 유대를 잃었을 경우 재결합 이후 가족관계를 어떻게 회복해갸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주 청소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걱정과 염려로 가득한 현실에 '혼란'이라는 딱지를 쉽게 붙이거나, 심리치료, 미술치료를 받아야 하는 치료 대상으로 이들을 보는 것을 경계하고 단지, 우리 곁에 단지 끊임없이 흔들리고 어울리는 존재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준다면 이런 삶이야기 등의 전환점을 통해 그들이 소통할 장을 마련해주는 일이 어른이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국, 탈북, 다문화가 어떻게 어울릴지에 관한 의미있는 실험 캠프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타인을 향한 고정관념이 어떠한지 탈북 학생, 다문화 학생 그리고 서울 학생 총8명이 모여 1박2일 동안 사전 활동- '사람책 도서관' '내이야기 나누기' 2040년 상상하기 그리고 정리활동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위로하며 '다름'을 뛰어넘어 미래 통일사회에서의 자신의 삶을 상상하는 데에 까지 이르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대화는 어떻게 화해의 도구가 되는가,

부분에서 문화인류학자 조일동은 '한민족다문화 삶의 역사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한반도 거주민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삶을 보낸 한국인 이주민들의 삶이야기에 공감대화를 실었다.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한국인 디아스포라) 최근 한민족 공동체로서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해외 한인들을 포함하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성도 부각되어 그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여섯 명의 참가자가 모였고, 구체적으로 그들은 10월 항쟁 희생자의 딸과 아들, 중국 출신 조선족 여성, 사할린 출신 영주귀국자 남성, 탈북민 여성, 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 남성들이다.빨갱이로 낙인찍힌 10월 항쟁 유족들은 남한에서 연좌제 탓에 평생 제약을 받고 터부시되어 그 상처를 안고 살았으며, 반공주의를 가치관 삼아 살아온 전직 국군 그리고 북한에서 탈주한 전직 인민군들은 모두 이념 대립과 그 대립이 자아낸 폭력 역사를 경험했고, 서로의 다른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상대의 고통을 듣고, 묻고 더 자세히 알아가며 상대방을 그저 고통을 감내한 개인으로 바라보게 했다.첫날 자기소개의 팽팽했던 긴장감은 어느새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며 의례적인 모습을 띠고 명확히 규정된 시간 동안만 아무런 제재 없이 이야기하며 이 규칙이 공고하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반공투사도 북한군 출신 탈북민 그리고 중국 출신 조선족도 이념 대립의 희생자였으나 참가자로서 그들은 한국 술과 북한 술 중국 술을 비교하는 취향을 나누고 각자가 확신했던 자신의 정체성을 뛰어넘어 눈앞에 있는 서로가 너무도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 평등한 대화를 나누는 시공간에서 변화하고 헤어질 때는 악수를 나누었다고 한다.

공감은 동감아니 동정, 연민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판단력을 유지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인지적 능력이지 정서적 영역이 아니라고 한다.인간이 동물과 다른 큰 집단을 만들고 협력한 덕분에 지구에서 가장 번성할 수 있었고 인간에게 공감 능력은 인류의 생존 열쇠다. 공감 대화의 이론과 방법론에서 저자 정병호는 공감의 능력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인지적으로 알고 정서적으로 느끼며 배려하는 마음의 통합과정으로 사람 간 거리를 뛰어넘게 하는 일종의 정신적 초능력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자 자밀 자키

공감 능력 계발은 최근 교육 분야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며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평화교육 프로그램으로 협동심, 배우려는 욕구, 사고 능력이 향상되어 학업성취도가 높은 성과를 내었다고 한다.공감대화 프로그램 즉 이 책에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유용한 도구는 문화 차이가 크고 정치적 입장이 달라 서로에 대한 편견이 강한 집단 구성원들이 다른 문화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문화상대주의적 대화 에 대한 필요성을 가지고 집단 대화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행하는 것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향후 지도하게 되면 여기서 수행한 공감대화 프로그램에 한번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던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이 리뷰는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습도서를 전문으로 하는 Mr.Sun 어학연구소가 만든 신작 1등 중국어. 사실 1등이라는 표현을 대놓고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이중적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독자들이 선택한 책으로서의 자부심과 이 책을 선택하는 학습자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중국어를 처음으로 배우는 완벽한 기초를 잡아주고'독학' 이 가능하도록 조금씩 학습플랜에 따라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집필자의 의도가 느껴집니다.


보통 책을 보면 목차를 확인하는데요, 인트로는 중국어에 대한 기본 지식을 여러가지 알려줍니다. 중국어의 한자와 병음, 중국어의 성조,성모와 운모, 필수표현, 숫자로 배우는 한자와 한자 쓰기 규칙, 그리고' 그림으로 배우는 한자 부수' 입니다. 이는 나이가 어린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이미 중국어를 일정 부분 학습자로 하여금 탄탄한 기초를 잡을 수 있게도 해줍니다.


책의 활용법을 확인해 볼까요?

01 중국어 병음 마스터

02 200가지 필수 표현으로 중국어와 친해지기

03 만화로 이해하는 중국 한자 이야기

04 핵심 문법 익히기

05 실력 다지기

06 일상에서 활용하기

07 바로바로 확인하는 QR코드 음원

특이한 점은 '만화로 이해하는 중국 한자 이야기' 였는데요. 한자의 조상 격인 갑골문을 만든 창힐이라는 캐릭터가 나오셔서 한자라는 문자 뿐아니라 중국의 세계사적인 지식을 알려주고 한족과 소수민족의 구성, 문화적 차이 지형까지 다방면의 이야기가 펼쳐져요. 중국의 방대한 역사까지도 우리가 알고 있는 단편적 사실들을 모아 각 챕터들의 쉴틈없는 전개로 자칫 지칠 수 있는 학습에 쉼과 새로운 동기부여를 더해준다고 할까요?

친절한 문법 설명과 함께 일상에서 활용까지 놓치지 않는 야심찬 내용을 한번 살펴볼게요...

중국어 학습은 사실 타언어와 마찬가지로 읽고 쓰기보다 먼저 듣고 말하기가 우선입니다. 한자 표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만이나 홍콩식 번체 자가 아닌 간소화한 간체자를 쓰고요. 문맹률이 높았던 중국 본토는 1986년부터 간체자를 공식적으로 쓰고 있기에, 외국인인 우리는 이를 따로 익혀야만 합니다. 어떻게 발음하는지 문자 그래도 보여주는 한글과는 달리 중국어의 간체자는 '병음'이라는 표기법을 알파벳으로 함께 표기하고 있는데요. 간체자와 병음을 익히면 중국어의 반 이상은 배운것과 다름없다고 (개인적으로)여겨질만큼 학습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필수 표현들이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는 것도 장점이지만 TIP으로 싣고 있는 '문장' 이 만들어지는 재료와 과정 그리고 '한눈에 배우다!'로 구체적인 예를 보여주고, 단순화된 도식과 귀여운 삽화를 더해 이해를 돕고 있어요. 이해하면 바로 실천을 해야겠죠? 따라 말하기: QR코드 를 통해 바로바로 듣고 말하기의 방법을 제시하고 한자쓰기 노트 지면을 제공해 쓰기 연습도 놓치지 않는 1등 중국어 개정5판은, 이제까지 접했던 중국어학습서 중에서 4가지 교재의 기능 즉 듣기,말하기,쓰기,읽기를 충실하고 유기적으로 통합하고자 한 교재라 평가하고 싶네요. 1등 노리는 욕심쟁이 우후훗~

제가 중국어를 처음 학습할 당시 한국에서 가져간 책이 없었고 현지에서 사용하는 주요(빈도수가 높은)문구를 모아 회화식으로 엮은 책을 구해 말하기와 듣기를 먼저 했고, 간체자와 병음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우리말로 해석이 되어있다거나 설명이 없이 학습을 하였던 기억이 있어요. 이때, 한족 선생님의 수업과 한국어 사용이 가능한 조선족 선생님 수업을 병행했는데 우리말 설명이 곁들여지지 않았다면 중국어를 익히는 속도가 굉장히 느렸을 거예요. 실제로 문법같은 경우, 인칭대명사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등의 우리말과 쓰임이 같은 품사들 외에 조동사, 전치사 그리고 시제와 같이 우리말에서 사용하지 않는 성분이나 어순이 다른 부분들은 그들이 자주쓰는 표현들을 외운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더라고요.

이를 이 교재로 보완하여 사용했다면 훨씬 이해도도 높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의 근육 - 정진호 에세이
정진호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 사랑, 초능력, 시작, 어린이, 자유. 고정순 작가 에세이에서 눈에 익고 마음에 한번씩 지나갔던 주제들에 정진호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궁금해하며...

근육은 찢어지고 상처 난 부분이 아물면서 성장하는 것이래요. ...


상처가 아문 자리는 꿈이 자라난다고 말하는 그는 한때 건축학도로 평면도가 더 익숙했지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꾸준히 좇고 정진해 온 그림책 작가로 성장했다.

그가 경험한 사랑은, 사랑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고 단지, 목적없이 사랑하고 대응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는 사랑덕분에 지구가 멸망하지 않고 세상은 무사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사랑은 은하수 다방 문 앞에서 만나 홍차와 냉커피를 마시며 매일 똑같은 노래를 듣다가 온다.'는 가수 10cm의 노래를 인용하며 사랑은 맥락없이 어느날 문득 와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곁에서 지켜주는 어떤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보다는 '그럼에도'가 와야 해요. 도무지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음에도, 우린 사랑하니까요.

인생에 이것이 빠지면 안되듯 그의 열정페이의 나날,

젊은 날 공과 대학 건축학과를 다니던 대학생 인턴으로 일한 뒤 방황하던 시기 1993년 대전엑스포를 추억하며 자기 부상 열차를 타러 갑니다. 그곳에서 열차를 못탔던 어릴 때의 기억에 19년 만에 타러간 자기 부상 열차는 이제야 어른이 되었고 그 긴 시간 기다렸고 헤메었지만 결국.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젊은이에게 주었단다. 우연히 작업실을 얻게 되어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을 만들게 된 경험을 한 날이었다고 한다. 물론, 건축과 교수님을 당황하게 할 정도로 전시로 건물 미니어쳐 대신 그림책을 전시했었다고 하니 갑자기 그림책 작가가 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리다 만 그림이 더 아름다워 보이고, 자르다 만 머리 스타일이 더 멋있어 보이는,,, 시작하는 것보다 제대로 끝내는 일이 더 어렵다는 걸 일찍 깨달은 작가는 말한다. 미완의 작업들이 주는 압박감과 나쁜 버릇으로 괴로울 때마다 <비기너스>라는 영화를 보고 깨달았다고.

'완벽한 시작이나 끝은 없다. 어쩌면 마무리나 결과는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툴게 시작하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책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 아니라 독자를 만났을 때 비로소 작가가 태어나는 거라 생각하는 그는, 독자들과 만나면서 특히 어린이 독자와의 만남이 작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알게 해주기에 가장 소중한 기회라고 한다.

우리는 한때 모두 어린이였으니까.

영혼의 원석, 영혼의 고향인 어린이들에게서 수많은 영혼의 조각을 본다고. 어린이였던 시절을 생각하면 나도 한 아이 개개인에게 함부로 대하면 안된단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림책 작가들처럼 아이를 만나고 질문하고 아이를 웃게 만들 수 있는 풍부한 영혼의 소유자는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에 관한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고정순 작가 에세이에서 보았듯 일상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 그냥 '우리'가 모여 가족이 되고 싶다고 썼듯이 정 작가 또한 소중한 사람들에게 잘 할 수 있는 모습으로 가족이 되려한다고 그의 에세이에 썼다.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모습을 간직하고 지켜가는 사람, 그런 가족이 되고 싶어요.

오랜만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정진호 작가의 에세이 또한 나의 과거를 돌아보게 하고 현재 가족들에게 지켜야 할 의리(?)가 무언지 깨닫게 했다.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을 자신은 없지만 '그럼에도' 사랑은 우리 모두를 구원할 수 있기에 작가처럼 애정어린 시선으로 생을 사랑해야겠다.


이 리뷰는 길벗어린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 에세이, 소설, 만화 등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작가 고정순 신작 에세이. 고정순 작가는 정진호 작가라는 모종의 인물과 일 년 동안 편지를 주고 받으며 이 책을 펴냈다고, 책 서두에 밝혔으니 아마도 생을 사랑하는 당신은 정 작가일 수도,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둘이 쓰는 에세이' 제안받았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는 그녀는 불편한 몸으로 고통에 신음하며 홀로 써가는 그녀만의 글 여정에 기꺼이 기쁘고 설레고...

우리가 눈을 맞추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한 시절을 함께했기에 지니는 소망. 사랑한 존재를 기억하는 하나의 방식이 죽음 뒤에 별이 될 거라는 믿음. 친구로 여기는 정 작가와 엮는 달, 사랑, 자유, 커피, 고양이 등등.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가 나열한 삶의 단상의 주제들은 정진호 작가 에세이의 <꿈의 근육>에서 같은 순서지만 각자 다른 의미들로 채워진다.


전자 붓과 팔레트를 장만한 고 작가는 날마다 영상을 보며 기계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우고, 그녀만의 우울은 너무나 일상과 가까워서 산책할 때 가끔 동네 산책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무덤 앞으로 간다.

남의 무덤 앞에서 내 우울을 들여다봐요.

끝이 주는 위안이 있어요.

새침한 시작/ 시작 중에서.

라고 편지글에 썼다. 부끄럽고도 부끄러운 고백, 어른들에게 분노하던 어린아이가 이제 '말 못할 사정'이 있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어 자기가 옳다고 조금의 양보도 없이 목소리를 높여 9살 친구와 말다툼을 하고 있다고...

사실 나는 좋은 어른이 될 줄 알았어요.

아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섬세한 어른이 되어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내겠다고~~~

이제 그런 다짐을 하는 어린아이는 없고 시시한 어른만 남았다고 고백한다. 권위적인 말투로 한 수 가르치겠다고 고함을 지르는 자신을 문득 발견하고 돌아보는 작가. 그녀는 거짓과 위선을 위로와 위안으로 포장하고 있지는 않을까 독자들에게 고백하고 싶다고 말한다. 같은 작가로서 정 작가에게 말하며 그런 마음이 매번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로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도록...


가슴 뛰는 일 없이, 가슴 졸이는 일만 생길까 봐 걱정하는 중년이 되고 보니 계절마다 과하게 의미 부여해요. 봄은 봄이라, 여름은 여름이라, 가을은 또 가을이니까. 겨울도 역시. 사계절이 각자의 빛과 색으로 나에게 오겠죠.


슬리퍼를 끌고 편의점 맥주 한 캔과 휴대폰의 음악을 들으며 소소한 일상으로 여름을 채우겠다고, 의미를 부여하려면 바로 흔하디흔한 생활 속에서도 가능한 그녀의 작가적 감수성이 나로 하여금 피식~ 웃음짓게 만들었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파란 풍선, 그 풍선을 보고 시선과 마음을 뺏긴 아이는 엄마를 지체하게 만들어 아이 엄마는 잡아 둔 택시를 타기 위해 옥신각신 실랑이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두 사람에게 조율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작가 자신에게도 그러한 사람이 있어 독자와 자신 사이 설득과 이해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편집자들이 있다고 말한다. 복고풍의 락발라드 연주를 꿈꾸는 '문방구 밴드'의 리더로 실패한 것은 다른 멤버들의 생각은 아랑곳없어한, 조율하지 못했던 자신 때문이라는 오묘한 깨달음이, 합주나 합창 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예술은 불특정 다수가 만든 공동 작품이 아닐까 하는 깨달음. 작가들이 하는 노력은 독자들에게 한 줄의 안부 인사를 위한 노력, 이 모든 편지들도 그 멋진 인사와 같다고 한다.


나는 요즘 시간을 쪼개 소설을 써. 사실은 사람은 시간에 아무런 흠집도 낼 수 없잖아. ...새롭게 시작할 무엇이 있어 좋다가도 금세 빚쟁이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우울감이 몰려와....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 모든 세간살이가 나를 향해 손짓해...



집중력은 까치발 신세고 비싼 커피값을 내고 카페에서 몇 줄 못쓰는 작가지만 주어진 시간, 허락한다면 독자들을 위한 인사와 마음을 모아 울고 웃을 수 있는 그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사실 서평을 쓰기로 하고 책을 읽고 틈틈이 집안일을 하면서 항상 느꼈던 바로 그것, 좋다가도 스스로 대견하다가도...시간에 쫓기듯 이 글을 써야하는 나도 작가와 너무나 공감하는 것이다.

그녀가 고양이나 비둘기 같은 일상에서 애정을 쏟거나 신경을 썼던 생명들에게 그리고 혈연은 아니지만 가족이 되어 준 친구들과 그림책 동료들과 같은 과분한 인연들에게 말한다. 서로 이름을 부르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그림책에 담고 싶고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이, 대수롭지 않은 일상을 공유하는 이들이 그냥 모여서 가족이 되는거라 믿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작가만큼 세상에서 대가족을 가진 직업이 있을까 싶다.' 시치미를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이 바로 독자들 그리고 작가자신과 함께 해준 동료작가들에게 부치는 헌사같은 것이 아닐까?

이 리뷰는 길벗어린이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