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라고도 넘치는 고요 - 그림의 길을 따라가는 마음의 길
장요세파 지음, 김호석 그림 / 파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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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길을 따라가는 마음의 길

김호석 화백과 장요세파 수녀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수녀님의 수도생활 초기, 잊고 싶어 꼭꼭 눌러둔 것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시절의 기억들, 떠오르기야 하지만 감당이 안되는 것들, 혹은 자신조차 모르는 것들 등 밑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뒤집혀 올라오는 시기를 겪습니다.

장요세파 수녀는 이와 비슷한 예술의 과정을 함께 합니다. 마찬가지로 화백의 그림을 보며 도시풍경, 역사화, 인물화, 가족화, 동물 곤충, 몽골 사람들과 자연, 초상화, 종교화로 이어지는 작가가 보여주는 일련의 그림들이 마치 끝없는 섬을 따라가는 여정 같다고...

이런 여정에 들 때 우리 마음은 생기로 가득하게 마련, 생기 에너지는

그동안 봐왔던 정해진 틀을, 자신의 편견의 틀을 넘어 새로운 빛을 보게 해줍니다.

머리글에서.

또다른 그림에세이 <수녀님, 서툰 그림읽기>, <수녀님, 화백의 안경을 빌려 쓰다>, <그림이 기도가 될 때> 와 맥을 같이 하는 이 책은 지나치게 아름다움만 강조되는 그러한 신비의 세계를 발견하지 못하며 예쁘고 곱고 고상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만을 계속 찾다 보면 구부러지고 못나고 일그러진 것은 자꾸 배제하게 된다. 장애인, 사회 저변의 불우한 이들, 난민을 배제하면서 외면하게 된다. 요세파 수녀에게 자신을 잡아당겨 세우는 그림은 생명, 자유, 용서, 사랑, 초월적인 것,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 종교적인 것들을 표현하는 그림들이다.

우선 화가의 삶이 그 안에 녹아 있고, 더 들어가면 화가 자신마저 넘어 저 먼 어떤 것, 인간의 눈에 희미한 어떤 것 혹은 실재가 우리 앞에 턱 놓이는 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어떤 종교체험보다 훨씬 강렬하게 인간을 초월적 실재 앞에 놓아주며 형식적인 예배, 틀에 박힌 기복적 기도로는 가까이 가보지도 못할 세계를 열어준다고 말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2019, 종이에 수묵채색) 을 보며 비록 봉쇄수녀원에서 기도와 독서, 노동으로 수도하는 저자는 바깥 세상에서 일정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팬데믹인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기에 '바이러스에 갇힌 세상'을 말한다. 비대면으로 친구를 사귈 기회조차 빼앗긴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며 지구에 살아남는 생명이 모두 사라지고 인류가 망해도 혼자 살려 하지 말고, 함께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단상을 가졌다고 한다.

비가 오는데 젖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가뭄이든 폭염이든 추위든 뭐든 유례없는 기록이랍니다.

우리는 그 앞에 서서 연대해야 한다고.

사랑의 전달, 생명의 전달.

코로나 감염 후유증으로 언제 세상을 떠날 지 모르는 모친을 그린 그림을 보며 요세파 수녀님은 아들의 애정이 듬뿍 느꼈다고 한다. 설명 필요없이 생명과 생명으로 이어지는 사랑의 전달, 누구나 생명을 받고 물려주고 꽃피우고 열매 맺고 스러지는 이치를 발견, 이런 흐름의 가장 큰 대명사가 바로 어머니이고 화백 자신의 어머니를 그렸다고 보는 것이다.

정신의 생(2020, 종이에 수묵 채색)을 보면서는 지적 능력이나 육체적 힘이 상실하고 쇠퇴해도 결코 스러지지 않을 노년의 경지 '두려움 없는 사랑'을 깨닫는다. 오늘날 딸이든 며느리든 노모를 보살피는 모습은 일반 가정에서 사라지고 있고, 요양병원의 몫이 되어버린 안타까움 그리고 우리가 언젠가 노년에 이르러 비로소 성장하는 인간의 가치있는 이면인 평화 지헤, 품 넓은 사랑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믿는 것을 그만두지 않길 바란다.

우리의 성장은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쇠퇴하고 쪼그라들고 상실만이 남게 된다고 생각하고 그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양적인 성장에 촛점을 맞추지 않고 질적인 성장의 측면에서 보면 사람의 행복은 과학과 문명이 발달한 오늘에도 실현되지 못한다고 보았다. 인간이 참되게 해줄 성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인간은 미완성의 존재라는 데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완성이되 미완성인 존재를 끊임없이 초월해 완성을 향하는 데에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뱀을 독사를 낫으로 찍는 모습의 검은씨앗(2010, 종이의 수묵)이라는 그림과 함께 사유하는 글 '찍어내야 하는 인간 내면의 독사'에서,세상의 악으로 규정된 것들을 이야기한다. 한때 민주주의를 참되게 만들기 위해 싸운 이들에 대해 세상의 악으로 여겨지는 뱀을 찍어냄으로써 그림에 사실성과 함축성을 담았다고 보았다.

...아프고 고독하고 지옥의 바닥 같은 체험이라는 독이 오히려 화백 예술의 치유제를 넘어 승화제가 됨을 봅니다.

2장_향기를 풍기지 않는 향기

종교가 닿고자 하는 곳이 예술이 닿고자 하는 곳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한 수도자의 작품평 안에 보이는 길은 익숙함과 새로움이 함께 다가온다. 종교가 지향하는 맑음과 단순함, 비움과 비워짐의 자리는 수묵화와 관통해서일까. 모든 것의 기본 요소로서 점을 그린 세 개의 점은 '만물의 시작' 인 원자가 물질을 구성하는 것, 그 안에 여러 요소가 있고 어떤 움직임이 있으며 양자, 전자, 중성자가 서로 부딪치는 일 없이 흩어지는 일도 없이 궤도를 돌듯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 바로 한 점 원자의 모습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성한 항아리가 아니라 깨진 항아리요,

냇물에 푹 잠기지 않고는 물을 가득 채울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역사를 통해 자유를 지키려는 강하고 뜨거운 열정이 1980년 광주를 '검은 무심(2022, 종이에 수묵'그림을 통해 읽혀 졌고,

깨진 독에 물붓기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여 깨진 항아리(2022, 종이에 수묵)'그림을 통해 찾는 우리의 한계성도 말하고 있어서 고정된 사고나 경직된 사고가 아닌 화백의 혜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오직 비움을 통해서만 채워지며, 생명을 건네줌으로써만 생명을 얻는 그 길이 수묵화 안에서 새로운 눈을 얻어 표현되고 있는 그녀의 오래된 수도의 길과 통하는 것 같다.

이 리뷰는 파람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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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도책 -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인공지능의 실체
케이트 크로퍼드 지음, 노승영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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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는 일단 알겠고, 지도책이라함은 지형을 볼 수 있는 체계를 나타내는 책. 우리말 제목을 원제인

Atlas of AI 를 그대로 번역해서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짐작하기 사실 어렵다.

따라서, 저자 케이트 크로퍼드의 서문을 봐야한다. 왜? AI라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논해야 하는가?

AI는 어떻게 개념화되고 구성되어 있을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는 어떤 정치가 관여하고 있는지, 여러 가지 사회적 의사 결정 체계와 AI 관련 알고리즘 시스템을 접목하려는 시도들은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수단, 스스로 합리적 이성을 가진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네바다의 리튬 광산에서 채굴되는 희토류, 석유, 석탄이 AI업계의 주요 먹잇감이고 어마어마하게 필요한 에너지를 흡수함으로서 AI의 탄소발자국을 만들어내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1장 지구 편에서, 산업혁명 이후 주범으로 지목된 천연자원 뿐아니라 21세기에도 여전히 광산에 의존하는 인류 때문에 지구의 죽음은 재촉되고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2장 노동,3장 데이터로 연결하며, 과거 인간의 노동에 의존하던 산업 구조가 소위 자동화 시스템으로 고용주의 착취가 '규모의 경제'로 합리화 되었는지를 재조명한다.

AI를 흉내 내는 것은 고달픈 일이다


인공지능의 덜 알려진 측면 중의 하나는 AI 시스템 구축하고 유지하고 검증하기 위해 저임금 노동자가 얼마나 많이 필요한가. 공급사슬 업무, 주문형 크라우드(위탁). 전통적 서비스업 등 여러 형태의 착취적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이는 ghost work(그림자 노동)이라고 불리며 인간을 연료로 쓰는 자동화의 과정이다. 크라우드 노동자들이 수천 시간 분량의 훈련 데이터에 라벨을 붙이고 미심쩍거나 해로운 컨텐츠를 검토하는등 AI 시스템의 토대가 되는 반복적 디지털 업무를 수행한다고 한다.

나와 같이 아이들을 키우며 전직 IT 직종을 가졌던 지인은 이러한 '디지털 라벨링'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AI를 지탱하기 위해, 컴퓨터를 '수많은 데이터로 훈련시키기' 위해 노동 시장에서 하위층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이 지금도 신화로 남아있고 광물과 전기에너지가 '청정 기술'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냈지만 자연 친화적 녹색 산업과는 너무나 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그리고, 미국드라마나 헐리우드 영화에서 간접적으로 본 인텔리전스 들이 가진 데이터베이스는 심각한 인권 침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 평범한 이들, 한번도 범죄를 저질러 본적 없는 이들까지 인종 성별 비주류라는 불리한(?)조건을 가졌다는 이유로 동의, 서명된 증서나 윤리 감사 없이 데이터로써 포함되어 미국 육군과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중대한 국가 사업으로 소유되고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허락이나 동의 없이 추출된 데이터는 거듭거듭 기계학습 연구자들을 위해 업로드되었으며

연구자들은 이 데이터를 자동 이미징 시스템의 인프라로 활용했다.

4장 분류에서 이미지넷이라는 분류 엔진 사례를 들어 더욱 충격적이고 권력의 편향적 시각을 설명한다. 사람을 분류하는 여러가지 개념을 만들어 각 해당 이미지를 분류하는 것으로 '사람을 정의하는 권력' 을 보여주는데, P171 부분을 보면 이렇다.

구글 같은 이미지 검색 엔진에서 대량으로 이미지를 수집하고 사람들의 셀카와 휴가 사진을 몰래 추출한 다음 메커니컬 터크 노동자를 고용하여 이미지에 라벨을 달고 재가공하도록 했다고 한다. 검색 엔진이 결과를 내놓은데 있어서의 모든 왜곡과 편향은 그 뒤에서 결과를 긁어들여 라벨을 다는 기술 시스템에 대하여 알 수 있게 해준다.

거대한 민간 기업 메타, 구글, 틱톡, 바이두 같은 기업들은 이용자를 범주화하고 표적하는 것에 대해 거의 감시를 받지 않으며 유의미한 토론장을 제공하지 않는다. 수많은 전세계의 국가 감시, 통제 시스템은 스스로 윤리의식을 갖지 않으며 하물며 민간기업들은 어떠하겠는가?

이러한 과정이 정말로 감취지고 사람들이 자신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이익이나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아찔하다. 이에 저자는 권력의 불균형과 정치적 대응을 위해 기술 부문을 제대로 평가하고 AI 윤리에 대한 정의를 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치 추출을 넘어선 지속 가능한 집단적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기술 우선식 접근법을 거부하고 기저의 불평등에 맞서는 국가적, 국제적 운동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나같은 일반 독자들도 실은, 작년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문폴moon fall' 를 보며 AI 가 일으킨 문명의 전복을 보며 '너무한 상상'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의 미친 행보가 본격화되고, 아마존의 베이조스가 우주 채굴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텍사스 앨패소의 인디언에 대한 남부연합군의 폭력적인 식민지 역사처럼,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은 이곳에 유인 우주 로켓 발사 장치를 설치했다. 마지막장에서 케이트는 지구에서 부유한 사람이 가진 권력 추출, 지구 탈출을 위한 기술과학적 판타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취재현장에서 미행하는 차량의 섬뜩한 에스코트를 받으며 나왔다고도 했는데, 그녀가 이러한 견지를 불편하게 보는 권력 기관으로부터 안전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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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you - 당신은 사랑입니다
허다솜 지음 / 메종인디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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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love

You are love

We are love

얼마나 사랑이 많길래 세상 사람들이 모두 사랑이라고 말할까? 글.그림 허다솜, 그녀가 사랑하는 세계 안에 무엇이 있는가 흰 표지 위에 그녀의 손글씨로 마음이 담긴 문구와 손그림으로 성별과 인종이 다양한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사실, 이름없는 젊은 작가인 그녀가 어떤 흐름을 가진 삶을 살았을까 궁금했던 이유는 현재 사용하는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었다. 우선 그녀는 한국인이지만 5살에 떠나 자라온 인도가 더 익숙하고 한국을 청년이 되어가며 알아가며 영어, 벵골어, 고대 산스크리트어, 한국어를 사용해 춤, 예술, 요가 등의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인도문화예술연구소를 설립했다고 한다.

인도에서 성인이 되도록 살았지만 친구들처럼 완전한 인도인도 아닌 그렇다고 겉모습처럼 한국인으로 봐주지도 않은 이방인, 누구나의 십대가 흔히 그렇듯 정체성의 위기를 겪었다고. 어느 한쪽 세상에 어울리려고 하는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깨닫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저의 집이 항상 제 안에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도와 한국은 모두 자신의 세계이며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한 곳이라는 것.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에 대해 항상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랑의 길' 자신이 나아갈 방향이 되어주는 이 길에 독자들도 요가 수행을 하듯 찬찬히 걷길 요청하고 있다.

영어와 한국어로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썼습니다. 여러분의 느낌대로 여행하세요. ...It is not a word-to-word translation. The focus is on the vibe.

communicate with love, with an openness to understand.

그녀는 소통을 중요시한다.

온전히 사랑하고 온전히 느끼기 위해.


엄마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저를 인도로 데려가셨어요.

국경 너머에 집을 만들어 주었던 자신의 엄마에 대해 Super mom이라고 소회도 밝히는 그녀는 엄마가 그랬듯 포용하는 삶,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살고자 낙서와 메모를 잔뜩 펼쳐놓는다.

내가 왜 이 책을 쓰고 있을까요? 저자는 이 속에 많은 얼굴과 색들, 색깔 속에 숨어있는 삶의 의미와 풍요로움을 발견하길 원하며 대부분의 한국 독자들에게 생소한 고대 산스크리트어가 주었던 자신의 느낌도 전달하고 있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여성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 본질에 가까워지려는 성질(?)이 있는 것도 같다. 물론 남성이라고 그렇지 않다는 이분법이 아니라 깨달음에는 연령도 성별도 초월해 인간으로서 하나가 되고자 하는 '합일' 요가 정신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말 제목 당신은 사랑입니다는 우리가 사랑으로 연결지어질 수 있고, 영어 제목 be you는 내가 너이고 너가 나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생소한 목소리이지만 루나 요기니, 허다솜은 책이라는 손놀림을 통해 양국의 독자들에게 마음 한구석을 내어달라고 말하고 있다.


이 리뷰는 메종인디아 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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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답지 않은 세계 - MZ에 파묻혀 버린 진짜 우리의 이름
홍정수 지음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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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택 저자의 <90년대 생이 온다>라는 책도 있었듯이, 현재의 20대는 어떠한 면에서 대표성을 가진다고 들었다. 사회학적인 관점이라든가, 김난도 저자의 우리나라의 사회분석으로 정평이 난 트랜드 코리아 시리즈에서 MZ세대를 언급하고 있다. X세대 다음의 밀레니얼 세대의 M과 1990년 중반~2000년 초의 Z세대를 합친 세대. 그들의 이유있는 항변을 91년 생 기자의 눈으로 세심하게 풀어낸 책이 바로 홍정수의 <_답지 않은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때 성격테스트나 혈액형 테스트보다 더 세분화된 다중성격 분석도구인 MBTI. 16퍼스넬리티로 열광하고 서너가지의 성향에 갇히길 거부하는 세대, 레트로와 MZ세대론과 엮어 '뉴트로'라는 말까지 생성시킨 할머니 스타일 '할매니얼'을 사랑하는 세대, 이쪽이든 저쪽이든 자신의 취향을 눈치보지 않고 선택하는 '갬성' 세대 등으로 저자는 '요즘 것들'인 MZ의 취향을 예를 들어 이야기 해준다.

스마트폰으로 디지털음원을 듣는 세대임에도 SNS나 유튜브에는 아날로그 붐이 일고 있다. 종이책도 '사진으로 찍어' 아름다운 피사체로 만들어 이미지로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가볍고 저렴한 페이퍼북보다 비싸고 묵직한 하드커버와 화려한 표지, 다채로워진 책날개를 갖춘 갖가지 에디션으로 나오는 책이 잘나가는 마케팅의 일환이 되었다. 저자는 M들에게 아날로그는 고급스러운 빈티지 아이템이며 Z들에게는 신선함 그 자체라고 한다. 또한 아날로그는 흔한 느낌이 아닌 퍼스널하고 절제된 신비로움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맞아떨어진, 편리함보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완전하게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대한 인정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각종 멤버십 포인트, 간편 결제 포인트, 적립 포인트를 위해 수십 개의 앱을 깔고 관리하며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인센티브를 챙기는 짠테크를 하는 94년 생 저자의 동생을 살펴본다. 한편 아끼지 않고 써야겠다 싶으면 돈을 쓴다는 명품플렉스를 동시에 하는 이들은 또한 '모순덩어리'라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적극 벌고 적극 쓰는, 아껴야 잘사는 것이 아닌, 주식이던 아트 투자이던 경제관념이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당돌과 당황의 콜라보라는 챕터에 '젊꼰'이라는 단어가 나의 눈길을 끈다. 지금의 30대는 윗세대들에 대해 아랫세대로서 속 시원히 비판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이제 중간관리자급(낀세대)로 성장해 1020들에게 자연스럽게 젊은 꼰대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

 Z세대가 주말 출근하지 않고 단호박 거절할 수 있다면, 30대는 후배들에게 태도 지적을 하고 싶은 거 보니까 '나 벌써 꼰대인가봐'하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스스로 꼰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잔소리를 하지 않는 선배가 된다면 후배와의 장벽을 더 단단하고 높게 만드는 핑계와 명분이 될 수 있다. 마음을 열고 언젠간 30대가 될 Z들은 M과 적극적 소통을 시도해야 하며 M역시 스스로 꼰대가 될까 두려워 소통조차 닫아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되었다.


'내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라는 소제목에서는 작가 자신이 이기적 젊은 가임기 여성 중에서 좀 특이한 여자로 취급받은 경험을 들었다. 기후 위기 때문에 출산을 피하게 되는 세계의 여론 조사 결과와 영국의 '출산 파업' 운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생각할수록 아이를 낳는 일이 망설여진다고 말한다. 저성장 경제와 기후위기를 별것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인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출산은 이제 당연하지 않으며 이전에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이유가 나의 커리어나 희생하는 부모로서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기 위하는 등 '나 자신을 위해서'였던 것이 작금에 2030들은 태어날 아이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아서 '아이를 위해서' 라는 이유가 출산율 저조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별다른 고민 없이 아이를 낳아 놓고 막연히 아이들이 자기 먹고살 숟가락을 갖고 태어난다는 둥, 기후 위기라고 해도 세상이 그렇게 빨리 망하지 않는다는 둥 젊은 세대가 출산을 안해서 경제가 나빠진다는 식의 저출산 담론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들을 지적에도 깊이 공감하게 된다.


사실 누구나 마찬가지다.

붐비는 점심시간에 엄마와 함께 온 식당에서 반찬 투정을 하는 초등학생들도,

화려하게 차려입고 번화가를 걷는 중국인 커플도,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기다리는 한 중년 남성도,

그 밖에 우리의 시선에 들어오는 일상 속 모든 사람이 이렇게든 저렇게든 혐오의 대상에 얼마든지 오를 수 있다.

너무나 쉽고 간단해진 혐오 중에서.

기자로서 저자는 개인의 상황이나 신체적 특징으로 인해 불특정인에게 혐오를 받기에 너무 쉬워진 사회분위기에 대해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혐오의 언어들이 스스로 퍼져나가는 것에 경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같은 엄마라는 위치에서 '맘충'이라는 신조어는 더이상 신조어가 아니며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공공장소나 준공공 장소에서조차 아이들의 행동거지를 끊임없이 단속해야 하는 일이 피로하다는 점에서 특히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_답다"라는 말속에 지배하고 있는 숨은 의도 10대,20대,30대를 억지로 묶는 MZ라는 용어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져보는 좋은 기회였다.

이 리뷰는 부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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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전쟁 - 전 세계에 드리운 대기오염의 절박한 현실
베스 가디너 지음, 성원 옮김 / 해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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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넘나들며 저널리즘을 몸소 실천하는 행동가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놀랍고 아프고... 때론 불편하다. 여기 또하나의 문제작 베스 가디너의 Choked. 원제가 주는 이 책의 분위기는 정말 시급하고 외면하고 있던 문제의식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얼마전 읽고나서 불편했던 <화이트 스카이>의 엘리자베스 콜버트가 강력 추천하는 책이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갔다.

내가 오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염으로 인해 인간의 건강과 행복이 악화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코로나 팬데믹 봉쇄조치 덕분에 자동차보다 인간의 필요를 우선시할 경우 도시가 얼마나 좋아지는지,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고 깨끗한 공기와 안전한 거리를 잠시나마 맛보았다는 경험치를 제공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수를 줄이고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전력으로의 빠른 전환이 실현 가능하다는 목표를 다시금 재인식해야 한다고 저자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현장의 목소리를 취재하며 이 책을 썼다.

2000년대 이후 우리가 인지하게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오존의 위험성은 비가시성을 극복하고 기술의 도움으로 수치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미세먼지 어플을 이용해 PM수치에 따라 외출을 자제하거나 금지하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한국 부모들이라면 이에 민감하게 된 것이, 봄이나 가을에 특히 높아지는 미세먼지가 실제로 아이들의 호흡기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1장 폐의 측정 '오염의 위력을 기록하기'에서는 어머니의 폐와 심장 혈액에 의해 산소를 공급받는 태아의 호흡기에 미치는 영향, 미국 서던캘리포니아에서 이루어진 학교 내 폐활량 실험 대기오염의 측정 방법과 어린이건강연구 연구진의 실험 성과에 대해 말한다. 어린이건강연구에 따르면 가장 더러운 공기를 마신 아이들은 20% 정도의 폐기능 상실을 경험할 가능성이 5배 높다는 것, 최악의 오염과 함께 성장한 어린이 100명 중 최소 6명이 평생 지속되는 건강 문제를 떠안게 된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공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작디 작은 미세 입자가 우리 몸의 면역체계의 변화를 일으켜 몸을 보호할 무기를 스스로를 공격하게 만들며 파괴시키는 역할을 하게 할 수 있음을 믿는다. 저자는 실제로 알츠하이머를 진단할 때 사용하는 신호: 퇴화하는 뉴런, 뒤틀린 단백질 섬유, 혈관 내 플라크 침전물 등을 발견한 멕시코시티 강아지의 뇌 실험으로 더러운 공기가 치매를 유발할 수 있음을 인용한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는 대기오염을 발암물질로 여기고 전 세계 사망자 수의 추정치를 2014년에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려 발표했다. 야외 대기오염은 매년 420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개발도상국에 흔한 가정 내 대기오염으로 약 400만 명이 죽게 한다고 추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흡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임신 중에 더러운 공기를 들이마신 엄마의 아이는 조산이나 저체중으로 태어날 가능성 높았고 이는 심각한 임신 합병증인 자간전증의 위험도 오염 수준이 증가할 수록 함께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태아 발달 초기 영향을 줄 수 있는 흡연이나 음주 외에, 이제는 대기오염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 적어도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임신을 하거나 임신계획 단계에 주변 공기의 오염도에 따라 거주지를 옮겨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한 뿐 공기가 얼마나 다양한 질병과 관련이 있는지 저자는 그 위험성을 다각도로 취재하고 전해주고 있다.

우린 초창기 관심사였던 호흡기 건강상태를 들여다보는 데서 더 나아가 심혈관 건강을 들여다보고, 신경 건강을 들여다보고,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들여다보게 됐어요. ...다양한 학문 분과의 전문가들을 끌어들였고,

심지어는 살아 있는 몸 안에서 오염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실험용 쥐를 검사하는 팀도 있었다.

PM2.5 라는 표기는 2.5마이크로그램보다 작은 초미세먼지, 박테리아에 비해 크기가 절반이고 일부 바이러스보다 더 작은 미립자,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로 온갖 성분들의 복합체는 얼마나 어디까지 곳곳에 퍼져있고 기나긴 여행을 하는가? 중국발 황사에 실려오는 미세먼지 외에 초미세먼지의 수치를 봄철 내내 주시하며 울고 웃기를 반복해 왔는지. 지금도 인도 델리에서 시름시름 앓는 부모와 아이들, 법으로 강력하게 막으려하지만 그만한 연료가 부족하고, 법이 미치지 않는 전역의 도로의 연소를 들여마시는 인구는 160만 명이 매년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환경규제와 생계가 걸린 경제적 성장을 포기하지 못해 개발도상국들의 딜레마의 지속은 과거 우리나라의 모습과도 닮아있었다.

G20국가 중 하나가 된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일지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미국, 유럽 그리고 인도, 중국을 차례로 법제도와 현실을 비교하며, 한국이 어떠한지를 가늠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대기오염 취재 여행은 3년 간 250여 명의 일반인, 각계 전문가 그리고 나라들을 오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그 변화를 기록했고 베스 가디너의 기사는 <가디언>,<내셔널 지오그래픽> 온라인판, <인터내셔널 뉴욕 타임즈>에 의미있는 족적을 남겼으며 저널리즘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한 축이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해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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