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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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작품에서 우리는 시간여행이라는 장르적 장치를 통해 노예제의 폭력이 현재를 어떻게 규정하는지 체감할 수 있다. 오늘날 노예제도가 다행히 공식적으로나마 부정당하고 있지만, 바로 그해 연말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들에게 폭행당한 뒤 혼수상태로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 촉발된 1992년 로드니 킹 사건은 LA 폭동의 도화선이 되었고, 2020년에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시위가 벌어져 2천만 명 이상이 참여한 바 있다. 노예에게 행해지던 사법적 폭력이 제도권으로 옮겨져 반복 자행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세기쯤 지나 2025년의 미국은 인권 의식이 훨씬 성숙해졌다지만, 그 성숙을 안정적 제도와 실천으로 고정하려는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 소설은 1976년에서 앤터벨럼(남북전쟁 이전) 남부로 갑자기 이동하게 된 흑인 여성 다나의 이야기다. 그녀는 거실에서 어느새 강둑으로 옮겨왔는지 알지 못하고, 자신이 아예 다른 세기에 와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다만,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으면 눈앞에서 붉은 머리 아이가 곧 익사할 거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다나는 주저 없이 물로 뛰어들어 아이를 끌어올리고 인공호흡으로 목숨을 구한다. 그러나 돌아보는 순간, 아이의 아버지가 들이댄 장총과 마주하며 방금 살려낸 생명이 자기 목숨값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죽임을 당할 거라고 확신하던 다나는 뜻밖에도 사라졌을 때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 케빈의 눈에는 그녀가 몇 초 동안 사라진 것처럼 보였고, 온몸이 젖고 진흙투성이가 된 채 돌아온 그녀의 말을 그조차 쉽사리 믿지 못한다. 다나 역시 자신이 겪은 일을 믿기 어려워하며,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질까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일은 다시 일어난다.


이번에도 위험에 처한 아이가 나타난다. 몇 해 전 강에서 구한 그 붉은 머리 소년보다 조금 더 자란 듯한 아이가, 이번에는 방안의 불타는 커튼 앞에 서 있다. 급히 불을 꺼 집이 통째로 타는 것을 막아 내지만, 앞서와 달리 위험이 지나갔다고 곧바로 현재로 돌아오지는 못한다. 곧 그 소년의 이름이 루퍼스이며, 강에서 구했던 아이가 몇 년 자란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아까와는 다른 주(), 심지어 다른 시간1815에 와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다나는 이 소년이 노예 소유주의 아들이자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족보에 조상으로 기록된 바로 그 루퍼스와 동일 인물임을 알아챈다. 어쩐지 그들은 혈연 이상의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루퍼스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다나를 자신의 시간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듯했다. 그의 평생 이런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되며, 때로는 다나가 19세기에 오래 머물러야 하기도 한다.


이 소설은 공상과학 장르의 작품답게 몰입감과 사유를 동시에 갖추었다. 현재 시점의 다나와 그녀의 삶을 길게 소개하는 대신(물론 뒤이어 남편 케빈과의 관계, 그리고 두 사람의 인종 간 결혼을 못마땅해하는 양가 가족에 관한 내용이 채워지긴 한다) 곧바로 과거로의 여정으로 뛰어든다. 다나는 잘 교육받은 사람답게 호감이 가지만, 사고를 달고 사는 자기 조상을 구하러 시간 속으로 계속 끌려가는 그녀의 처지는 안타깝고 답답하다. 다나는 현실적이고 너그러우며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인한 인물이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욕구가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 작품은 기술적으로는 시간여행 소설이지만 그것이 주된 관심사는 아니다. 다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루퍼스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초반에 드러난다. 하지만 루퍼스가 어떻게 그녀를 자신의 시간으로 끌어당기는지, 왜 하필 다나가 선택되었는지는 끝내 설명되지 않는다. 다나는 여러 차례 루퍼스의 목숨을 구하며 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만, 작은 변화가 현재에 어떤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는지, 이른바 나비효과를 본격적으로 탐구하지는 않는다. 물론 다나가 루퍼스의 딸 헤이거,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그 후손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염려하는 대목은 있다. 이야기의 진행 대부분은 과거에서 벌어지고, 다나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독자는 20세기 후반 흑인 여성의 시선을 통해 남북전쟁 이전 남부의 현실을 직접 목격하면서 읽는 내내 속이 아릴 수도 있다.


첫 시간여행에서 총탄을 가까스로 피한 뒤 현재로 돌아온 다나는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다시 과거로 끌려갈수록 경험은 더욱 가혹해진다. 그녀는 도망 노예가 채찍질 당하는 모습을 코앞에서 목격하고, 땀 냄새와 비명이 뒤섞인 폭력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노예 아이들이 서로를 경매에 부치는 흉내를 내며 노는 서늘한 놀이도 눈에 담는다. 작품 안에는 인종 비하, 폭력, 성폭력이 등장하며,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잔혹함이 숨김없이 그려진다. 시간여행과 허구의 인물이 등장함에도 이 작품이 독자에게 경각심을 주는 이유는, 그 폭력의 뿌리가 역사에 깊숙이 박혀 있고 작품이 야만적 인간 사회를 비추는 냉혹한 거울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노예제를 받아들이도록 사람을 길들이기가 이렇게 쉬운지 미처 몰랐다고 다나가 케빈에게 건넨 이 한마디야말로 이 소설의 심장을 정확히 찌르고 있다. 이로써 사회 전반에 퍼진 태도가 어떻게 인종적 불평등을 강화하는지, 동시에 개인적 피해에서 멀어질수록 불의에 눈감기가 얼마나 쉬운지를 알게 해 준다. 과거에 잠시 발을 디딘 방문자에 불과한 다나조차 때때로 관찰자라는 느낌에 머문다. 하지만 백인 남편 케빈은 노예들의 처우가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쉽게 넘기며, 그것이 이미 충분히 끔찍하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루퍼스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그가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면 선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린 루퍼스는 사회가 주입한 가치관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부모에게서 배운 말을 그대로 되풀이한다. 그럼에도 다나는 그를 좋아하고, 자신의 영향으로 그가 아버지처럼 잔혹해지지 않으리라는 가느다란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그는 끝내 폭력성과 이기심을 벗지 못한 채 비루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더구나 그와 그의 아버지에게 드물게나마 전적인 무신경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있어, 오히려 그 잔혹한 장면들이 한층 더 소름끼치게 다가온다.


이 작품은 시간여행을 활용한 공상과학소설이지만 상당 부분은 과거를 들여다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는 사회에 관한 수많은 문제를 치밀하게 짜인 서사 속에 녹여냈고, 그 솜씨는 실로 뛰어나다. 노예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기 때문에 추한 모습과 잔혹함으로 가득 차 있어 어떤 이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어둡다는 이유로 선뜻 권하기 힘든 면도 있다. 그런데도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허구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책과 텔레비전으로만 알던 적대의 시대 한복판을 온몸으로 통과해야 하는 한 젊은 여성의 흡인력 강한 서사이자, 사회특히 인종 불평등과 그것을 떠받치는 구조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노예제를 정면으로 파고드는 만큼 읽기 불편한 대목이 적지 않지만, 인간성의 최악을 주저 없이 드러내는 솔직함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많은 내용이 상식으로 알려져 있다고 해도, 저자가 다나의 시선을 통해 재배열한 풍경은 유독 강렬하다. 무엇보다 2025년 오늘에도 이 이야기가 여전히 비극적으로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다. 역사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 서사를 통해 우리가 외면해 온 질문들을 정면으로 마주해보고, 이 한 번의 독서가 오래가는 사유와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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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 - 말보다 행동으로, 훈계보다 배려로 보여 주는 품위 있는 삶의 태도
김경집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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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말 이른 아침의 지하철. 일흔은 훌쩍 넘어 보이는 등산복 차림의 두 노파가 문이 열리자마자 서둘러 올라탄다. 빈자리를 발견하자마자 둘은 총알처럼 달려가는데, 앉고 보니 거리가 제법 멀다. 이리 오라, 저리 가라, 승객들이 듣든 말든 큰 소리를 주고받는다. 한 사람은 두 자리 사이를 오가며 소란을 더한다. 햇볕에 그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빨간 립스틱과 일본의 갸루상을 연상시키는 보라색 눈두덩이 눈에 들어온다. 화장을 해도 어째 저리 밉상일 수 있는지 궁금증이 차오른다. 처음 보는 옆자리 아저씨에게는 마치 동네 이웃이라도 만난 듯 묻지도 않았는데 너스레를 떤다. 짧은 순간이지만 어른다운 품격은 간데없고 빈자리에 눈먼 주책맞은 노인이라는 인상만 강렬하다. 대체 나는 왜 일면식도 없는 노인에게서 무슨 어른다움을 기대했던 것일까?

 

우리는 흔히 나이가 지긋한 분들을 보면 어른답거나 어른스러울 것을 기대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사전적으로 이 두 표현은 동의어가 아니다. ‘어른답다는 어른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품격, 책임감, 도덕성 등을 충실히 갖춘 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때 쓰는 말이다. 나이 듦에 걸맞게 도리에 맞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어른스럽다는 실제 어른은 아니지만 어른처럼 보이는 태도나 말투, 사고방식을 묘사할 때 주로 쓰인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거나 침착한 모습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완전한 어른의 깊이와 책임감을 다 갖춘 것은 아니라는 뉘앙스를 지닌다. 따라서 어른답다는 완성된 가치의 구현이고, ‘어른스럽다는 그 방향으로 가는 모습을 표현한다.

 

요즘 주위를 보면 본받을 만한 어른다운 어른을 찾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사회의 귀감이 될만한 존재로 어른 김장하를 예로 든다. 한약방 주인장으로서 평생을 함께 잘 사는 길을 고민하며 조용히 나눔을 실천한 어른 김장하의 삶은 여전히 빛난다. 그는 기업가로 성공한 뒤에도 사치 대신 절제된 삶을 택했고, 번 돈 대부분을 장학사업과 지역사회 발전에 내어놓았다. ‘돈은 나를 위해 버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라 믿었던 그는 수많은 학생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며 진정한 어른의 책임을 보여주었다. 화려한 말보다 묵묵한 실천으로 존경받은 그의 삶은 어른다움이란 나이보다 품격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처럼 어른이란 단순히 나이를 먹은 존재가 아니라, 삶의 무게를 감당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여겼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노년층은 자신의 이익에만 몰두하며 책임보다는 변명을 앞세우는 못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젊은 세대는 그런 모습을 보며 어른의 의미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마을과 가정과 학교에 어른이 있었다. 그들은 묵묵히 공동체를 지탱하며 말보다 행동으로 신뢰를 쌓았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으로 변했다. 침묵 속의 지혜는 잊히고 겉모습만 어른인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진정한 어른이란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배려하고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어른이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 사회가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신에게 묻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정말 어른다운가?”

 

그래서 저자는 어른이 된 우리가 다음 세대를 뒷전에서 쳐다보는존재가 아니라 책임 있게 이끄는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노후에 어떻게 잘 먹고 잘살 것인지 방법을 일러주는, 시중에 흔한 노후 대비 기술을 가르치는 안내서가 아니다. 대신 어른답게 생각하는 법, 사람을 대하는 법, 그리고 행동의 기준을 다시 세울 것을 요구한다. 그는 나이 듦을 단순한 신체 변화로 보지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고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스스로 묻게 하고, 개인의 성장을 사회의 성숙과 연결한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한 가지다. 혼자 잘살고 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함께 더 나아지고 있느냐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생각하는 법이다. “난 그 누구도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 지독한 사람을 직접 겪어본 적이 있다. 어떤 생각을 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이지만, 생각하는 방식이 남들과 너무나 다른 사람과는 좀처럼 어울리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출발점은 겸손을 가장한 교훈이 아니다. 굳어진 아집을 풀고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장치다. 저자는 걷기, 관찰, 한 박자 늦추기 같은 실천을 통해 생각의 속도를 조절하고 시야를 넓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한국 사회지만 이런 느림은 뒤처짐이 아니라 균형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관계에 대한 장에서는 세대 간 연결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자존심 문제로 보는 오래된 습관을 바꾸라고 한다. 모르면 묻고, 잘한 점을 인정하고, 함께 배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영화·예술 같은 주제를 매개로 공통 화제를 꺼내라는 조언도 현실적이다. 공감의 접점을 넓히면 갈등의 범위가 줄어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친절한 말투만이 아니다. 질문하는 자세, 듣는 시간, 선을 지키는 태도가 합쳐져야 존중이 관계 속에서 살아난다.

 

행동에 관한 부분은 가치가 실제로 드러나는 자리다. 다음 세대를 응원하는 삶,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 공동체에 긍정적 영향을 남기려는 마음가짐이 핵심 축이다. “나이 들지 않는 대화 주제를 준비하라는 조언은 특히 실용적이다. 유행을 덜 타는 주제를 붙들면 세대 차이가 줄고, 대화가 더 오래 이어진다. 이렇게 생각과 태도를 일상의 습관으로 바꾸는 방법이 책 전반에 제시되어 있다.

 

이 책은 세 가지 강점을 지녔다. 첫째, 말이 어렵지 않다. 철학을 생활 언어로 풀어 주어 이해하기 쉽고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둘째, 개인 윤리와 사회 문제를 따로 보지 않는다. 내 태도의 변화가 주변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결해 설명한다. 셋째, 세대 문제를 권위의 유지가 아닌 신뢰의 회복 문제로 재규정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관점 전환이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괜찮은 어른은 나이가 많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매일의 선택이 쌓여 태도가 되고, 그 태도가 모여 품격이 된다. 저자가 제안하는 세 가지 길겸손하게 생각하기, 균형 있게 관계 맺기, 품위 있게 행동하기은 개인을 단단하게 만들고 냉랭한 사회의 온도를 올려준다. 부쩍 늘어난 고령인구 통계 수치에 놀라지만 말고 오늘 당장 바꿀 수 있는 작은 습관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 부모 세대를 바라보는 청년에게는 신뢰의 언어를, 중장년에게는 배우는 자세를, 학교와 문화 현장에는 대화의 방법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잘 늙는 법을 넘어 함께 성숙하는 법을 제시한다. 당장의 효율보다 오래가는 신뢰를, 겉치레 권위보다 실제 존중을 선택하자고 말한다. 이런 방향으로 가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된다. 일독 후에는 나이보다 어른 됨의 태도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오늘 바로 실천할 행동이 보인다. 먼저 질문하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고, 공감할만한 주제 하나를 준비하는 것이다.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꼭 읽어볼 책이다.

 

#에세이 #품격있는어른 #품위있는삶 #삶의태도 #배려하는태도 #괜찮은어른이된다는 것 #오아시스 #김경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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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 - 말보다 행동으로, 훈계보다 배려로 보여 주는 품위 있는 삶의 태도
김경집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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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님을 일깨워주는 어른학 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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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은퇴공부 - 손쓸 새 없이 퇴직을 맞게 될 우리를 위한 현실적인 솔루션
단희쌤(이의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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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앞둔 직장인이라면 은퇴 이후에는 현재와 같은 생활 수준과 리듬을 온전히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이제 60개월쯤 후면 그 두려움을 현실로 맞이해야 하는 처지에서 이 책은 매우 시의적절하게 다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은퇴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배워서 해결할 과제로 다시 보고 있다.

 

한국 사회의 평범한 월급쟁이에게 퇴직은 수십 년간 지켜왔던 정체성의 붕괴에 맞먹는 인생의 대사건이다. 그러니 당황하지 않으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저자가 퇴직을 준비가 아닌 공부의 문제로 바라보는 이유다.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지식 쌓기가 아니라 삶의 구조를 다시 짜는 연습이며, 불안을 분석해 스스로 길을 찾는 자기 성찰의 기술이다. 이는 은퇴를 인생의 끝이 아닌 2막의 시작으로 보게 만드는 시선 교정에서부터 출발한다.

 

제목의 최소한은 단순한 실용 구호가 아니라 원칙이다. 완벽한 대비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당장 가능한 작은 준비부터 하라는 제안이 핵심이다. 은퇴 직후 1년을 간단히 시뮬레이션하고, 하루 루틴을 설계하며, 지출을 단순화하고 관계를 점검하는 실천을 권한다. 미니멀 라이프의 원리를 은퇴 계획에 적용해 거대한 계획보다 지속 가능한 습관을 중시하는 태도가 돋보인다. 목표를 크게 세우기보다 삶을 조금씩 조율해 실행 가능한 최소치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장수 시대의 화려한 노후 신화를 걷어내고, 삶이 버틸 수 있는 바닥을 먼저 깔아 주는 기술을 제시한다. 재무 팁을 늘어놓기보다 무엇부터, 어느 수준까지라는 질문에 답하며, ···건강·관계 다섯 축을 최소 요건으로 재정리한다. 큰 비법을 약속하지는 않지만,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동사형 과제를 건네준다는 점에서 실용서의 장점을 갖추었다.

 

중요한 전환점은 은퇴를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로 본다는 데 있다. 노후 불안의 근원을 자산 부족보다 삶의 방향 없음에서 찾고, 재테크 공식보다 지출 단순화, 생활 리듬 재정비, 시간 사용의 주도권을 우선한다. 여기서 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존재감과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는 활동으로 다시 정의된다. ‘쓸모 있는 인간에서 의미 있는 인간으로 옮겨 가자는 제안은 자존감이 삶의 지속 가능성을 떠받치는 토대라는 통찰로 이어진다.

 

책의 중심에는 현금흐름사고가 놓여 있다. 자산 총액에 속지 말고 국민연금 예상 수급액을 기준점으로 삼아 부족분을 메울 버팀 소득을 확보하라고 권한다. 나이로 정하는 뭉뚱그린 자산배분 공식 대신, 월 생활비와 안전마진을 거꾸로 계산해 위험자산 비중을 정하는 접근은 매우 현실적이다. 은퇴는 노동의 끝이 아니라 소득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분명해진다.

 

후반부에서는 공부의 의미를 인생 후반부의 교양으로 끌어올린다. 은퇴는 생업의 종료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기로 본다. 독서, 산책, 일기, 명상, 대화 같은 소소한 루틴이 마음의 질서를 세우고 정신을 단련하는 공부라는 주장이다. 이 대목에서 책은 재무 설계서의 외피를 벗고 삶의 미학서 같은 얼굴을 드러낸다. 화려한 비법 대신 실천 가능한 루틴을 남긴다.

 

이 책은 아주 세밀한 재무 공학이나 세대·계층별 차이를 촘촘히 반영한 지침이라기보다는 독자가 스스로 질문을 통해 자기만의 설계를 그리게 하는 촉발 장치에 가깝다. 구체적 수치나 상품 비교를 기대했던 독자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의도는 해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환기하는 데 있고, 그 전략은 설득력이 있다. 은퇴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도 중요하겠지만 결국은 그래서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한계도 분명하다. 자산 관리의 사례로 서울 지역 12억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중산층을 전제하였기에 주택 소유자라 하더라도 서울이 아니거나 무주택자 또는 불안정 노동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 있다. 역모기지, 대체자산 비중, 주거 전환의 타이밍 등 독자의 위험 성향과 지역 격차를 더 세밀히 반영한 보조 지침이 있었다면 내용이 더욱 탄탄했을 것이다. 일례로 수도권·지방 간 의료 접근성 차이를 고려한 대안 경로가 보강된다면 실행 가능성의 범위도 넓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은퇴는 종착역이 아니라 운영체제의 교체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최소 요건부터 확보하라는 제안은 두려움을 줄이고 행동의 순서를 명확히 하며, 가족과의 협의를 제도 언어로 정착시킨다. 큰 비법 대신 작은 루틴을, 먼 미래의 복권 대신 오늘의 현금흐름을 제시하는 태도는 기술에 가깝다.

 

이 책의 큰 그림은 재테크 중심의 은퇴 담론을 비껴가 삶의 2막을 의미 중심의 시간으로 다시 짜도록 돕는데 있다. 퇴직을 사회로부터의 퇴장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새 무대의 입장으로 보게 하는 메시지는 따뜻하고 분명하다. 책을 덮고 나면 은퇴는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응답을 요구하는 질문이 된다. “이제 진짜 나로 살아볼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물음 앞에서, 우리는 거창한 계획 대신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천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그 실천으로 가는 길을 단정하고 단단한 문장으로 비춘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노후를 위한 이념서가 아니라 사용 설명서에 가깝다. 덜 알지만 더 움직이게 만들고, 화려한 시뮬레이션 대신 버틸 수 있는 바닥을 깔아 준다. 지금 당장 점검목록과 주간 루틴으로 시작하려는 독자에게 가장 실용적인 동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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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은퇴공부 - 손쓸 새 없이 퇴직을 맞게 될 우리를 위한 현실적인 솔루션
단희쌤(이의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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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절실한 마음으로 읽었던, 가장 현실적인 은퇴 준비 지침서. 그래도 은퇴는 걱정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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