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jyooster님의 서재 (jyooster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un, 12 Jul 2026 05:55:35 +0900</lastBuildDate><image><title>jyooster</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30247116236244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jyooster</description></image><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한 번만 더 생각을~! - [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86021</link><pubDate>Sat, 11 Jul 2026 16: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860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612638294&TPaperId=173860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04/53/coveroff/e612638294_becb.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612638294&TPaperId=173860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a><br/>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04월<br/></td></tr></table><br/>  &nbsp;  벌써 반백 년을 넘어 살았는데 뭔가 적잖이 허망하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인생의 후반전인 5학년에 접어들었고, 곧 6학년이 코앞이다. 그사이 세상은 눈이 멀 정도로 빠르게 변했다.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질문에 그럴싸한 답을 '딸깍' 내어주는 시대다. 스마트폰을 몇 번 두드려 결과물을 뚝딱 만들어내는 젊은 세대를 보며, 나는 남들 다 안다는 재테크 정보나 세상의 트렌드 요약본을 부지런히 받아 적기에 바빴다. 그게 나이 먹어서도 뒤처지지 않는 유일한 '공부'인 줄 알았다.  &nbsp;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했다. 머릿속에는 단편적인 정보들이 넘쳐나는데, 막상 누군가로부터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받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였다. 내가 안다고 믿었던 것들은 정말 내 지식일까, 아니면 누군가 꼭꼭 씹어 뱉어놓은 찌꺼기일까. 내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듯한 묘한 소외감 속에 만난 책이 바로 일본의 철학자 시라토리 하루히코의 《독학이라는 세계》였다.  &nbsp;  저자는 클릭 한 번으로 인공지능이 정답을 내어주는 시대에 인간이 왜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해야 하는지를 역설한다. 타인이 정해준 커리큘럼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을 '학습'으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오랜 시간을 들여 답을 찾아가는 능동적인 행위를 '독학'으로 규정하며 총 5가지 세계를 통해 독학자의 태도를 제시한다. 1장 '독학의 세계'에서 얕은 정보와 깊은 지식을 구분하는 것을 시작으로, 원전을 정면으로 읽어내는 쾌감(2장 책의 세계), 지식을 지혜로 바꾸는 인문학적 맥락(3장 교양의 세계), 사고의 도구로서의 언어(4장 언어의 세계), 그리고 권위에 의문을 품는 사고법(5장 질문의 세계)까지, 책은 온전한 나로 서기 위한 실천법을 촘촘히 다룬다.  &nbsp;  저자는 책의 도입부터 나의 얄팍한 안일함을 따끔하게 꾸짖는다. "인간은 스스로 탐구할 때만 비로소 자신이 된다. 독학은 바로 그런 자신이 되기 위한 길이다." 그동안 내가 해 온 것은 배움이라기보다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을 수동적으로 쫓아간 '얄팍한 학습'에 불과했다.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던 젊은 시절의 총명함은 잃어버린 채, 당장 돈이 되고 이득이 되는 정보만 수집하며 늙어가고 있었다. 삶에 배어들지 않은 얕은 지식을 박식함으로 포장하려 했던 기억들이 스쳐 가며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nbsp;  특히 요약본에 의존하지 말고 어려운 원전을 정면으로 돌파하라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철렁했다. 언제부턴가 두꺼운 고전보다는 유튜브의 '10분 요약 영상'이나 블로그의 '3줄 요약'을 먼저 찾으며 책 한 권을 다 읽었다고 자신을 위로하곤 했다. 저자는 핵심만 빨리 알려고 하는 '요약 중독'이 인간의 사고 경로를 망가뜨린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답이 바로 나오지 않더라도 며칠이고 몇 주고 스스로 고뇌하며 책의 행간을 읽어내는 일, 그것이 굳어가는 뇌를 깨우고 단단한 내면을 만드는 '진짜 공부'라는 지적은 매서우면서도 해방감을 준다.  &nbsp;  50대에 시작하는 독학은 시험을 치르기 위한 것도, 누군가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오롯이 나라는 주체를 지키고 남은 생을 나다운 관점으로 살아가기 위한 '존엄의 투쟁'에 가깝다. 종교, 역사, 철학을 넘나들며 지식을 지혜로 바꾸고, 익숙한 상식에도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져 노트에 적어 내려가는 삶. 비록 인공지능보다 속도는 느릴지언정, 질문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모르는 상태를 견디며 묵묵히 나아가는 용기야말로 중년의 삶에 품격을 더해주는 진짜 배움의 길일 것이다.  &nbsp;  이제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동향과 흥미 위주의 책보다는 그동안 어렵다고 피해 왔던 고전 한 권을 집어 들려 한다. 남들이 요약해 준 정답의 세계에서 걸어 나와, 거칠고 아득하지만 짜릿한 '나만의 독학이라는 세계'로 첫발을 내디딘다. 삶의 후반전, 시시하게 저물지 않기 위해 오늘부터 기꺼이 진짜 독학생이 되어볼까 한다.<br>#클랩북스 #독학이라는세계 #배우고익히기 #삶을위한공부 #계몽 #네가진짜로원하는게뭐야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04/53/cover150/e612638294_becb.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045356</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진정한 인간성의 무게는 얼마인가? - [물에 발을 담근 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80817</link><pubDate>Wed, 08 Jul 2026 17: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8081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130975&TPaperId=173808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5/18/coveroff/k95213097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130975&TPaperId=1738081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물에 발을 담근 채</a><br/>이새벽 지음, 김승아 그림 / 사계절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주인공인 여고생 '이연'은 과거 친구들에게 심한 따돌림과 배신을 당한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세상에 '진짜'는 없으며 모든 관계와 감정은 '가짜'일 뿐이라고 믿으며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지낸다. 그러던 중 이연은 학교 도예부에서 '성빈'이라는 남학생을 만나게 된다. 흙을 어루만지는 성빈의 섬세하고 다정한 모습, 그리고 묵묵히 곁을 내어주는 태도에 이연은 점차 마음을 열게 되고 결국 그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성빈은 이연의 고백에 충격적인 진실을 털어놓는다.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 '안드로이드'라는 것이다. 성빈은 그 증거로 자기 손을 물에 푹 담근 채 보여준다. 오랜 시간 물에 발이나 손을 담그면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는 인간과 달리, 성빈의 손은 아무런 변화 없이 매끈하고 늘씬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연이 성빈의 정체에 충격을 받을 틈도 없이, 두 사람의 대화를 몰래 엿듣던 누군가가 도망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연은 성빈의 정체가 학교 전체에 소문나 그가 배척당할까 봐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다. 소설은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한 안드로이드 성빈과 그를 지키고자 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비겁함과 마주하게 되는 이연의 내면을 통해 진정한 '인간성'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nbsp;  이 작품은 겉보기엔 안드로이드 소년과 인간 소녀의 풋풋한 성장 로맨스 같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이 극도로 발전한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서늘한 경고가 숨어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가 겉보기에 인간과 완벽하게 흡사해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혼란과 문제점들을 상상해본다.  &nbsp;  가장 먼저 대두되는 문제는 인간관계와 감정에 대한 근본적인 혼란과 신뢰의 붕괴다. 이연이 성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외형과 행동 양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기계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깊은 감정을 내어주었다가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인간이 느끼는 배신감과 자괴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는 타인에 대한 의심으로 번져 향후 인간 사회 전체의 관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위험을 경고한다.  &nbsp;  또한, 완벽한 안드로이드의 존재는 인간의 심각한 열등감을 유발하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상실하게 만든다. 작품 속 성빈은 예술적 감수성이 필요한 도예를 훌륭히 해낼 만큼 섬세하며 육체적으로도 흠결 없는 존재다. 반면 이연을 포함한 인간들은 남을 따돌리고, 거짓말을 하며, 겁을 먹고 비겁해지는 등 수많은 결함을 드러낸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공감 능력과 감수성마저 훌륭히 모방하면서 물리적으로 완벽하기까지 하다면, 불완전한 인간은 비인간 앞에서 고유한 쓸모와 존재 이유를 잃고 방황하게 될 것이다.  &nbsp;  게다가 인간과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가 일상에 섞여 들면 인간의 내재적 폭력성과 배타성이 비인간을 향해 집중되는 혐오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연이 누군가 엿들었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성빈이 '나와 다른 존재'임이 밝혀지는 순간 그에게 쏟아질 인간들의 무자비한 차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인간과 지나치게 흡사한 기계가 오히려 인간 사회의 비합리적인 차별과 폭력성을 자극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nbsp;  결론적으로 작가는 완벽한 안드로이드 '성빈'을 하나의 거울로 삼아 이연의 지질하고 비겁한 진짜 인간성을 낱낱이 비춘다. 사람과 지나치게 흡사한 안드로이드가 초래할 가장 큰 비극은 그들이 너무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 완벽함 옆에 섰을 때 인간의 이기심과 비겁함 같은 결함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점 아닐까. 다행히도 인공지능이 날로 발전하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져가는 인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 이면에는 가장 인간다워지고자 하는 본성의 외침 또한 존재한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모순된 지점을 파고들어, 포기하고 실수하면서도 끝내 서로의 손을 맞잡으려는 인간만의 연대에서 희망을 찾는다. 기계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넘어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인간다운 존재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통해 ‘진정한 인간성’의 무게를 느껴보자.<br>#사계절 #사뿐사뿐북클럽 #이새벽 #물에발을담근채 #인공지능 #인간성회복 #인간다움 #인간의기계사랑 #안드로이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5/18/cover150/k95213097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151870</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유령 연구 - [유령 연구 - 비밀에 부쳐진 말들, 삭제된 존재의 배회, 트라우마의 체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76374</link><pubDate>Mon, 06 Jul 2026 10: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763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71928&TPaperId=173763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03/13/coveroff/897297192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71928&TPaperId=173763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유령 연구 - 비밀에 부쳐진 말들, 삭제된 존재의 배회, 트라우마의 체현</a><br/>그레이스 M. 조 지음, 성원 옮김, 김은주 해제 / 동녘 / 2025년 12월<br/></td></tr></table><br/>오늘날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찾는 화려하고 매력적인 문화 선진국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울려 퍼지고,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과 세련된 드라마와 영화는 전쟁과 빈곤을 딛고 일어선 우리나라의 성공 신화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무대가 눈부실수록 그 무대 뒤에 드리운 그림자는 더 어둡기 마련이다. 저자 그레이스 조의 기록은 우리가 일부러 모른 척해 온 그 축축하고 어두운 지하실의 문을 용기 있게 열어젖힌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평생 인자한 미소 뒤에 말 못 할 사연을 숨겨온 우리 할머니가 떠오른다. "사실 나에게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픈 젊은 날이 있었다"라며 깊은 밤 비밀 이야기를 건네받은 듯 가슴이 먹먹해진다.  &nbsp;  사실 이 책은 사회와 인간의 마음을 분석하는 어렵고 딱딱한 전문 용어들이 글의 중심을 이루고 있어 침대 머리맡에서 편하게 읽을 만큼 대중적인 부류는 아니다. 때때로 낯설고 학술적인 단어들 앞에서는 숨을 고르고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록'이야말로 이 책이 가진 가장 강력하고 하나뿐인 무기라는 점이다.  &nbsp;  그런데 왜 하필 저자는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의 비극을 흔한 에세이나 감상적인 소설의 언어가 아닌, 차갑고 예리한 학문의 언어로 쓰고자 했을까. 그것은 아마 '속상하다', '가슴 아프다' 같은 일상적인 말들로는 강대국과 국가가 개인에게 남긴 상처의 깊이를 다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칫 '한 개인의 기구한 팔자'나 '신세 한탄'으로 묻힐 뻔한 기지촌 성노동자 여성들의 고통은, '고향을 떠난 이들의 삶', '사회가 가한 폭력' 같은 정교한 개념을 통해 비로소 '외면해선 안 될 역사적 진실'로 세상에 드러난다. 차가운 학술 용어가 값싼 동정 대신 상처를 준 거대한 사회 구조를 명확히 짚어내는 수술칼이 되어준 셈이다. 덕분에 잊혔던 존재들은 가장 당당한 모습으로 제 자리를 찾는다.  &nbsp;  책의 중심을 관통하는 철저한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국가적 성공이라는 거창한 이야기 뒤에 얼마나 끔찍하게 사람을 소외시키는 과정이 숨어 있는지 보게 된다. 6·25 동란 직후 한국이 무너진 경제를 살리고 국가 안보를 최우선시하던 시절, 가장 힘없고 취약한 여성들은 달러를 벌어오고 동맹을 유지하는 도구로 철저히 이용당했다. 그러나 이후 국가가 좋은 옷을 차려입고 국제사회에 번듯하게 서게 되자, 이들의 존재는 근대화된 조국의 '부끄러움'이자 '오점'으로 취급되어 역사의 공식 기록에서 깨끗이 지워졌다.  &nbsp;  미국이라는 낯선 땅으로 건너간 10만 성노동자 여성들의 삶 역시 숨기기의 연속이었다. 이민 사회가 요구하는 '모범적인 성공'을 위해 과거의 모든 상처는 없었던 일이어야 했고, 결국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끔찍한 시대의 폭력을 묻어두는 완벽한 밀실이 되었다. 저자는 이를 분석하며 '유령'이라는 아주 적절한 비유를 가져온다. 여기서 유령은 무서운 이야기 속 귀신이 아니다. 정상적인 역사에서 쫓겨나 눈에 보이는 형태는 잃어버렸지만, 끊임없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주변을 맴돌며 자신을 증명하려는 억눌린 에너지 그 자체다.  &nbsp;  더욱 소름 돋고도 놀라운 통찰은 이 유령 같은 상처가 세대를 뛰어넘어 자식에게 대물림된다는 뼈아픈 분석에 있다. 부모 세대가 살아남기 위해 억지로 삼켜야 했던 침묵과 공포는 사라지지 않고 자녀 세대의 몸과 마음속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때때로 할머니나 어머니가 보이던 헛것이나 환청, 앞뒤가 맞지 않는 혼잣말들을 우리는 그저 개인의 '노망'이나 '정신병'으로 취급해 왔다. 그러나 저자의 눈을 빌리면 그것은 단순한 병이 아니라 '아무도 기록해주지 않은 역사가 마침내 입을 열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외치는 방식'으로 새롭게 풀이된다. 이 부분에서 독자는 저자의 학문적 개념이 의외로 더 깊은 차원의 공감과 치유를 끌어내는 기현상을 실감하게 된다.   &nbsp;  또한 저자는 상처받은 이들에게 "조리 있게 네 아픔을 증명해봐"라며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는 태도 자체가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조각난 기억을 억지로 짜 맞추는 대신, 부서진 고백과 이야기들을 그대로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진실을 흐리려는 게 아니라, 산산이 조각난 마음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려는 치열한 노력이다.  &nbsp;  슬프게도 이 책이 고발하는 비극은 완전히 끝난 과거의 일이 아니다. 수백 년 전 낯선 땅으로 끌려갔다 돌아와 가문의 수치로 몰렸던 여인들(환향녀), 일제강점기의 끔찍한 전쟁터로 희생된 소녀들(위안부), 미군 부대 주변에서 살아가야 했던 여성들(양공주)로 이어지는 착취의 역사는, 오늘날 화려한 대한민국의 뒷골목에서 거칠고 힘든 일을 감당하는 다른 나라 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삶 위로 고스란히 겹쳐진다. 철저한 연구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결코 이 거대하고 잔인한 폭력의 반복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nbsp;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란 화려한 포장지로 부끄러운 곳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딛고 선 땅 밑의 감춰진 진실을 똑바로 마주하고 뼈아픈 반성을 감당할 수 있는 나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령 연구』는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적 빚을 기억나게 하는 학문적인 청구서다. 비록 읽어내는 과정은 마음이 편치 않고 고통스럽지만, 이 책을 덮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크기가 한 뼘 더 자라있음을 느낀다. 평생을 '수치스러움'이나 ‘소외된 존재’라는 낙인 속에 숨죽여 살아야 했던 내 할머니의 굽은 등을 이성적이고 지적인 언어로 뜨겁게 안아주는 이 다정하고 놀라운 경험을 모두가 느껴보면 좋겠다.<br>#한달한권할만한데 #온라인독서모임 #6월의책 #유령연구 #양공주 #성노동자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03/13/cover150/897297192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1031362</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이런 회사, 또 없을 듯. - [걷는 회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71731</link><pubDate>Fri, 03 Jul 2026 14: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7173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9977&TPaperId=1737173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02/79/coveroff/k9921399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9977&TPaperId=1737173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걷는 회사</a><br/>이상교.허지연 지음 / 스토리두잉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운송 수단이 발달한 덕분에 일부러 하루 만 보 걷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만약 회사 동료들과 엿새 동안 매일 20km씩 말없이 걷는 순례 여행을 떠나야 한다면 흔쾌히 응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단함이나 훈련소에서의 지옥 같은 밤샘 행군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가장 마지막으로 장시간 걸어보았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희미할 지경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온전히 내 두 발에 의지해 느리게 걷는 그 시간이야말로 끝없는 속도 경쟁에 지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멈춤'의 순간일지 모른다.  &nbsp;  현대 사회는 바야흐로 초고속의 시대이다. 더 빠르게 더 많은 성과를 내고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우리는 어제를 돌아볼 틈도 없이 오늘을 버텨내고 있다. 회사라는 조직은 더더욱 그렇다. 냉정히 말해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며 남들보다 한 걸음이라도 앞서 나가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공포가 지배하는 공간 아닌가. 매일 숨 가쁘게 질주하며 우리는 종종 가장 중요한 질문을 잊어버리곤 한다. ‘무엇 때문에 달리고 있나?’,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삶의 목적을 상실한 채 그저 타성에 젖어 어지러운 삶을 방황하고 있지는 않은가?<br>이상교·허지연 저자의 『걷는 회사』는 이처럼 앞만 보고 달리느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우리에게 매우 이례적이고도 묵직한 충격을 전해준다. 치과용 영상기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 '바텍 네트웍스'는 어느 날 직원들의 손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채 낯선 일본 시코쿠의 순례길 위에 세웠다. 출장이나 워크숍도 아니고 성과를 논의할 회의나 발표 계획도 없다. 그저 단출한 흰옷을 입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하루 20km씩 5박 6일 동안 말없이 걷는 게 일정의 전부이다.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처럼 지독한 비효율과 무모한 낭비가 없다. 그러나 바로 그 ‘생각 없이 걷는 하루’에서부터 진정한 변화와 성장이 시작된다.  &nbsp;  길을 떠나기 전, 참가자들에게 업무 도구인 노트북을 내려놓으라는 주문은 커다란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단순히 업무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다는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갈‘ 거라는 오만이거나 '나는 어딘가에 꼭 필요한 사람'임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불안의 방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 대신, ‘나는 무엇을 책임지고 있는가’라는 사회적 역할로 자신을 정의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누군가의 부모 또는 자녀, 회사의 임직원이라는 ‘관계의 이름’들이 나의 본질을 대체해 버린 것이다.  &nbsp;  그러나 스마트폰도 없고 대화도 허용되지 않는 침묵의 순례길에서, 단단하게 굳어져 있던 자존심과 완벽주의의 껍데기는 서서히 균열을 일으킨다. 발바닥에 터져버린 물집의 통증을 느끼며 흙길을 걸을 때 비로소 온전히 자기 내면과 독대하게 된다. 어떤 참가자는 자신이 그동안 가정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아내와 어머니를 내 방식대로 통제하고 지배하려 했던 이기주의자였음을 깨닫는다. 또 다른 참가자는 내가 옳다는 확신에 가득 차 동료들을 질책했던 날 선 잣대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를 참회한다. 나아가 과연 내가 괜찮은 남편이자 아들인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였는지를 걸음 수만큼이나 자신에게 되묻는다. 저녁 휴식 시간에 둘러앉은 자리에서 이 질문들의 답은 어김없이 탄식과 눈물 폭탄으로 터져 나온다.  &nbsp;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는 화려한 기업의 성공담이나 세련된 조직 혁신의 지침서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쉼 없이 달려온 구성원들을 잠시 멈춰 세우고 "정말로 당신이 없으면 이 세상이 돌아가지 않느냐"고 묻는, 다정하지만 처절한 자아 해체의 기록이다. 길 위에서 겪어낸 지독한 고통, 부끄러움과 통찰을 통하여 방황하던 이들은 비로소 타인을 완벽하게 분리된 독립적인 우주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내 태도를 바꾸는 것만이 유일한 실천임을 자각하게 된다.  &nbsp;  우리는 늘 조금이라도 늦으면 인생의 낙오자, 패배자가 될 것처럼 자기를 채찍질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순례자들의 고백을 읽다 보면 대중가요 &lt;한 걸음 더&gt;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라는 노랫말처럼,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는 시간은 결코 뒤처짐을 의미하지 않는다.  &nbsp;  오히려 진짜 경쟁력은 사람을 소모품처럼 쥐어짜는 데서 나오지 않으며, 구성원의 온전한 성장이 곧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이 ‘걷는 회사’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이들의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동자승 인형과 친필 엽서는 일상에서 다시 예전의 속도로 빨라지려 할 때마다 "지금 무엇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있느냐"고 묻는 멈춤의 표식이다. 속도를 늦추고 부드러운 눈맞춤을 시작했을 때 사무실의 공기를 봄눈 녹듯 따뜻하게 만들었다는 일화는 천천히 걷는 걸음이 가진 위대한 힘을 증명하고 있다.  &nbsp;  이 책은 성과와 효율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초대장이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나를 둘러싼 이들을 떠올리며 지금을 보다 잘 살아가기 위해 천천히 걷는 걸음은 우리의 삶을 겉보기보다 훨씬 더 깊고 단단하게 변화시킨다. 여기서 생업과 관련하여 문득 한 가지 따뜻한 상상을 해본다. 우리 사회에 구성원의 삶을 귀하게 여기며 함께 걸어주는 '걷는 회사'가 존재하듯,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자라나는 교육의 현장에도 '걷는 학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nbsp;  이윤 창출을 위해 효율과 성과를 최우선으로 따질 수밖에 없는 회사와는 달리, 학교는 온전한 사람을 길러내고 만드는 공간이기에 더더욱 바른 성품을 심어주는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 그 망가진 기능의 원상 복구를 원하는 듯, 오죽하면 ‘참교육’이라는 드라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까. 입시라는 목표를 향해 쉼 없이 질주하고 등수와 숫자로 서로를 평가하며 스마트폰의 차가운 액정 속에서 타인과 단절되기 쉬운 우리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느림과 성찰의 시간이 간절하다. 실제로 내가 재직 중인 학교에서도 예전에는 스승과 제자가 나란히 발을 맞추며 정을 나누던, 인간미 물씬 풍기는 '사제동행' 걷기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길 위에서 교사와 학생이라는 인위적인 관계의 벽을 허물고 온전한 한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며 마음의 물집을 터뜨리던 그 따뜻한 시간이 지금은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사라져버려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다.  &nbsp;  하지만 이 아쉬움은 오히려 우리가 지금 당장 이 책을 펼쳐 들어야 할 이유가 된다. 『걷는 회사』가 증명해 낸 무모한 비효율의 기적은 속도와 성과라는 괴물에 잠식당한 우리 사회를 깨우는 통렬한 일침이다. 진정한 성장의 길은 숫자가 아닌 사람을 향할 때 비로소 열리기 때문이다. 이 담담한 순례 기록은 기업과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는 이들을 넘어 매일의 무한 경쟁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에게 "멈추어도 괜찮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이제 숨 가쁜 일상의 질주를 잠시 멈추고 온전히 자신을 마주해보자. 삶의 새로운 이정표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스토리두잉 #걷는회사 #이상교 #허지연 #책추천 #성장 #순례 #걷기 #길위의여정]]></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02/79/cover150/k9921399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027910</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자연과의 공존을 촉구하는 경고장 - [도시의 동물들 -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시작해야 할 이야기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54715</link><pubDate>Thu, 25 Jun 2026 15: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5471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038697&TPaperId=1735471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03/99/coveroff/k79203869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038697&TPaperId=1735471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도시의 동물들 -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시작해야 할 이야기들</a><br/>최태규 지음, 이지양 사진 / 사계절 / 2025년 04월<br/></td></tr></table><br/><br>회색빛 콘크리트와 쉼 없이 달리는 자동차 소음으로 가득 찬 도시는 오롯이 인간만을 위해 설계된 탐욕의 집약체이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빌딩 숲과 격자무늬로 촘촘하게 짜인 아스팔트 도로 아래에서, 우리는 자연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배제했다는 오만한 착각 속에 살아간다. &lt;도시의 동물들&gt;은 이러한 인간 중심적인 이기주의와 무감각함의 부끄러운 민낯을 여실히 들추어내며, 우리가 ‘도시’라고 부르는 이 거대한 콘크리트 정글이 사실은 수많은 생명의 숨통을 조여 만든 찬탈의 현장임을 고발한다. 본래 그곳은 숲이었고, 강이었으며, 수많은 야생동물이 대를 이어 생을 영위하던 그들만의 온전한 안식처였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들의 편의와 풍요라는 끝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동물들의 터전을 무자비하게 파헤치고, 콘크리트로 대지를 질식시키며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 책은 인간의 무분별한 팽창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생명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회색빛 틈새에서 하루하루를 처절하게 버텨내는 그들의 고단한 발자취를 생생하게 추적한다.  &nbsp;<br>  인간들은 도시 안에서 마주치는 생명체들을 지극히 이기적인 기준과 잣대로 분류하며 또 한 번 잔인함을 드러낸다. 매일 아침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을 기웃거리는 너구리나 고양이를 향해 배설물이 더럽다며 손가락질하고, 밤마다 도심 공원에 나타나는 고라니를 보며 ‘유해 야생동물’이라는 낙인을 찍어 혐오의 시선을 보낸다. 길냥이, 닭둘기, 들개, 자라니 등으로 멸칭하며 인간으로 인해 비루해진 그들의 처지를 조롱한다. 반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조롱이가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틀면 신기한 볼거리나 시혜적인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중성을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동물들에게 도시는 결코 스스로 선택한 서식지가 아님을 지적한다. 동물의 처지에서는 자신들이 대대로 살아오던 보금자리가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의 중장비에 의해 부서지고 그 위에 매끄러운 시멘트가 덮여버린 재앙의 현장일 뿐이다. 그들이 내는 날갯짓과 울음소리, 인간의 눈을 피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행동은 도시를 어지럽히려는 침범이 아니라, 자신들의 원래 집을 빼앗은 침입자 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생존 투쟁이다.  &nbsp;  오늘날 도심에서 벌어지는 생태적 비극들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속도의 경제를 위해 산을 깎아 만든 도로 위에서 매일 밤 수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의 로드킬(Roadkill) 잔혹사, 그리고 더 탁 트인 시야와 미관을 위해 아파트와 빌딩에 설치한 통유리창에 부딪혀 날개가 꺾인 채 추락하는 새들의 비극은 인간이 자연에 저지른 소리 없는 만행이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둘러싼 이웃 간의 이기적인 갈등이나, 생태계의 연결고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생색 내기로 만들어 놓은 단절된 생태통로는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얕고 기만적인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단순히 도시 생물들의 생태적 특징을 나열하는데 머무르지 않으며, 인간이 저지른 이 거대한 약탈의 현장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진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 것인지 무겁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nbsp;  결국 &lt;도시의 동물들&gt;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누리는 도시의 안락함은 동물들의 생존권을 찬탈한 대가로 얻어진 시한부 풍요이며, 이제는 인간 중심적인 오만을 버리고 그들을 배척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생태계의 일원'이자 '먼저 살고 있던 이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아스팔트 아래에서도 여전히 묵묵히 숨 쉬며 삶을 이어가려는 생명들의 경이로움을 마주할 때, 비로소 우리는 부끄러운 과오를 돌아보게 된다. 건축물에 작은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고, 난개발의 속도를 늦추며, 동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일은 그들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으로 무너뜨린 지구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당연한 의무이다. 삭막한 콘크리트 정글 속에서 상생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에게 이 책은 우리가 자연에 가한 폭력을 참회하고 진정한 공존의 길을 모색하라고 촉구하는 경고장이다.  &nbsp;  #사계절출판사 #사뿐사뿐북클럽 ##도시의동물들 #야생과의공존 #인간은지구의주인이아니다 #동물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03/99/cover150/k79203869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2039992</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우리들의 잔고 해방 일지 -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 - 경제적 불안을 권하는 사회에서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52574</link><pubDate>Wed, 24 Jun 2026 14: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525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9492&TPaperId=173525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45/5/coveroff/k8321394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9492&TPaperId=173525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 - 경제적 불안을 권하는 사회에서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법</a><br/>다우치 마나부 지음, 김정환 옮김 / 부키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br>&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1. 매일 아침, 숫자에 안부를 묻는 우리들의 피로감출근길 붐비는 지하철 안, 사람들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붉고 푸른 숫자들이 쉴 새 없이 명멸한다. 누군가는 간밤에 요동친 미국 주식 창을 살피고, 누군가는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3년 안에 10억 모으는 법’ 같은 유튜브 영상을 본다. 바야흐로 ‘자산의 크기가 곧 삶의 정답이자 능력’이 된 시대다. 재테크를 모르면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 취급을 받고, 월급만 차곡차곡 모아서는 평생 ‘벼락거지’를 면치 못한다는 서늘한 경고가 매일 아침 뉴스와 소셜 미디어를 도배한다.  &nbsp;  이 거대한 숫자들의 경주 속에서 우리는 늘 어딘가 헛헛하고 불안하다. 투자를 열심히 하는 이는 혹여나 자산을 잃을까 봐 밤잠을 설치고, 나처럼 투자가 뭔지 모르는 이는 자본주의의 잔치에서 소외되어 영영 뒤처지는 것 같아 초조해한다. 나름대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땀 흘리며 살아가고 있음에도, 얄팍한 통장 잔고와 남들의 화려한 수익 인증 글을 번갈아 볼 때면 내 삶의 무게마저 한없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가 만들어낸 이 보편적 피로감은 오늘날 우리가 지병처럼 앓고 있는 시대의 우울증일지도 모른다.  &nbsp;  2. 전직 금융 전문가가 던지는 역설적 진실골드만삭스 출신의 금융 전문가 다우치 마나부가 쓴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은 바로 이 지독한 피로감과 공포에 시달리는 독자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평생 수조 원의 돈을 굴리며 이자율과 수익률의 세계에 살았던 저자는, 놀랍게도 “우리가 느끼는 돈에 대한 불안의 대부분은 진짜가 아니라 사회가 교묘하게 만들어낸 환영”이라고 단언한다.  &nbsp;  돈을 가장 잘 안다는 전문가의 이 역설적인 고백은, 매일 돈이라는 숙제에 짓눌려 있던 내게 뜻밖의 위로이자 깊은 사색의 문을 열어주었다. 저자는 금융 시스템과 미디어가 어떻게 개인의 불안을 부추겨 소비를 유도하고 불안정한 투자판으로 내모는지를 날카롭게 해부하며,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나의 무능이 아니라 ‘돈의 본질’을 오해하게 만든 사회적 구조라고 위로한다.  &nbsp;  3. 가격표에 가려진 내 일상의 ‘진짜 가치’가장 오랜 시간 시선이 머문 곳은 ‘가격’과 ‘가치’를 명확히 구분하라는 대목이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가격이 비싼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철석같이 믿는다. 하지만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돈 그 자체에는 세상을 움직일 아무런 힘이 없고 먹을 수조차 없다. 사막 한가운데서 천만 원짜리 지폐 뭉치는 목마름을 달래주지 못한다. 갈증을 해소해 주는 것은 누군가가 물을 정화하고, 병에 담아, 그곳까지 운반해 준 ‘사람의 노동’이다. 엄밀히 말해 돈은 그저 그 가치를 교환하기 위한 실행 도구에 불과하다.  &nbsp;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의 모든 것을 숫자로 된 ‘가격’으로만 환산하려는 습관 때문이다. 시장의 변덕이나 투기 심리에 의해 매일 오르내리는 아파트값과 주식의 가격에 내 삶의 의미를 의탁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랬다. 직장에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어 문제를 해결하며, 퇴근 후에는 가족의 따뜻한 저녁 일상을 보살피는 나의 귀중한 시간을 오직 ‘월급의 액수’로만 재단하며 자신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내 삶의 진정한 가치는 통장에 찍힌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을 지탱하는 매일의 성실한 노동과 관계 속에 있었다.  &nbsp;  4. 노후를 지켜주는 것은 10억 원 잔고가 아니다모든 현대인의 아킬레스건인 ‘노후 불안’을 다루는 저자의 시선은 무척 새롭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언론과 금융회사는 은퇴 후 ‘인간답게’ 살려면 최소 10억, 20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며 끊임없이 가스라이팅을 펼친다. 하지만 저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미래에 아무도 밭을 일구지 않고 서로를 돌보지 않는다면, 금고에 쌓아둔 10억 원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국 병든 나의 미래를 구원하는 것은 지금 은행에 쌓아둔 지폐 뭉치가 아니라, 미래의 사회가 나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 즉 ‘건강한 공동체’ 그 자체다. 나이 든 나를 칠흑 같은 밤에 응급실로 태워다 줄 구급대원, 전기를 생산해 줄 노동자, 사회를 굴러가게 할 다음 세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돈은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이 깨달음은 묘한 안도감과 동시에 뭉클한 연대감을 준다. 나 혼자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고 돈을 움켜쥐려는 각자도생의 길에서 벗어나, 지금 내 옆에서 땀 흘리는 이웃과 동료들이 곧 나의 가장 든든한 노후 자산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서로의 노동을 존중하고 가치를 순환시키는 것만이 진정한 노후 대비라는 통찰은 막연한 불안감에 쫓기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nbsp;  5. 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만의 중심 잡기물론 이 책이 자본주의의 현실을 외면한 채 투자를 전면 부정하거나 "돈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식의 공허한 정신 승리를 강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당연히 중요하며 합리적인 경제적 대비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저자가 진정으로 꼬집는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교묘하게 주입한 ‘학습된 불안’에 우리의 영혼과 일상의 기쁨까지 내어주지는 말자는 점이다. 돈 공부가 남들보다 조금(사실은 많이) 부족하대서, 코인이나 부동산의 막차에 올라타지 못했다 해서 내 삶 전체가 실패작은 아니라는 뼈 있는 위로는 무한 경쟁과 비교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시원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우리가 진짜 경계해야 할 것은 남들보다 조금 얇은 지갑이 아니라, 돈을 잣대로 타인의 삶을 쉽게 평가절하하고 자신의 땀방울을 불신하게 되는 차가운 마음일 것이다.  &nbsp;  6. 다시, 내 삶의 운전대를 단단히 쥐며누군가 내게 "그래, 이 책을 읽고 나니 당장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아니요, 통장 잔고는 어제와 똑같고 저는 내일도 붐비는 지하철에 몸을 실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적 형편은 단 1원도 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적어도 오늘부터는 남의 화려한 수익 인증 글에 마음을 다치거나, 평범한 내 삶이 초라하다고 자책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nbsp;  결국, 이 책은 자본주의가 우리 목에 채워둔 투명한 족쇄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열쇠 같은 느낌이다. 남들의 화려한 숫자에 곁눈질하느라 잊고 있었던 내 일상의 단단함, 묵묵히 밥벌이를 해내며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자신에 대한 대견함을 되찾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해드린다. 돈이라는 거친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비로소 내 삶의 운전대를 다시 꽉 쥐게 된 기분이다.  &nbsp;  <br>#경제 #비즈니스 #교양 #경제적불안 #금융교과서 #돈때문에불안하다는착각 #다우치마나부 #부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45/5/cover150/k8321394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450559</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인생 역전은 로또 말고 독서 - [하루 1시간 독서로 인생이 바뀐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16306</link><pubDate>Thu, 04 Jun 2026 11: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163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7251&TPaperId=173163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01/21/coveroff/k902137251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7251&TPaperId=173163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하루 1시간 독서로 인생이 바뀐다</a><br/>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  &nbsp;  &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독서란 어떤 이에게는 한가로운 주말의 여가 활동에 불과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삶의 궤도를 완전히 뒤바꾸고 절망의 늪에서 자신을 건져 올리는 구원의 동아줄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후자의 기적을 온몸으로 증명해 낸 한 청년의 치열한 생존기이자 눈부신 성공담이다. 스물일곱 살, 이렇다 할 이력이나 빛나는 꿈도 없이 군대를 갓 전역한 평범한 청년이 ‘하루 1시간’의 꾸준한 독서를 유일한 무기 삼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다. 무려 6천 권이라는 방대한 독서량을 쌓아 올리며 마침내 작가로 거듭나고, 나아가 1인 출판사까지 직접 운영하게 된 저자의 인생 역전 서사는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울림과 희망을 선사한다.  &nbsp;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진정성과 강력한 실천적 에너지에 있다. 저자는 독서가 단지 지식을 머릿속에 축적하는 수단을 넘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단단하게 만들고 삶의 방향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지를 자신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설파한다. 특별한 재능이나 큰 자본이 없더라도 누구나 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깊은 위로를 준다. 특히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서 '하루 1시간'이라는 명확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해 독서의 진입장벽을 한껏 낮춘 점이 돋보인다. 작은 습관의 반복과 그 꾸준함이 만들어내는 '복리의 마법'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겪어낸 저자의 목소리이기에 설득력은 더욱 배가된다.  &nbsp;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6천 권이라는 경이로운 다독(多讀)의 경험을 지녔고 1인 출판사 대표로서 직접 책을 펴내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책 곳곳에서 어색한 어법과 정교하지 못한 인용, 덜 다듬어진 문장들이 간혹 발견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옥의 티’는 저자가 뿜어내는 뜨거운 열정과 투박하지만 진솔한 삶의 에너지를 가리지 못한다. 오히려 화려한 수사학이나 매끄러운 기교로 포장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문장들이, 밑바닥에서부터 책을 부여잡고 발버둥 쳤을 저자의 절박함과 진한 땀 냄새를 한층 더 사실적으로 전달해 준다.  &nbsp;  여기서 우리는 이 책이 던지는 ‘하루 1시간’의 메시지를 더욱 폭발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 해답은 바로 ‘밑줄과 메모’를 곁들인 능동적인 독서에 있다. 눈으로만 활자를 좇는 독서는 쉽게 휘발된다. 하지만 손에 펜을 쥐고 마음을 두드리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 순간, 그 문장은 책의 속박을 벗어나 내 삶의 일부분으로 스며든다. 페이지 여백에 그 순간의 감상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저자의 일방적인 강연을 듣는 것을 넘어, 저자와 탁구를 치듯 직접 대화를 나누는 짜릿한 지적 교감의 과정이다. 밑줄과 메모는 방대한 책의 바다에서 나만의 진주를 건져 올리는 그물망이자, 흩어지기 쉬운 영감을 꽉 붙잡아두는 닻이다. 이 치열한 흔적들이 쌓일 때 독서는 비로소 타인의 지식을 온전히 내면화하는 강력한 무기로 작동한다.  &nbsp;  이렇게 책장 곳곳에 남겨진 밑줄과 메모는 자연스럽게 ‘서평 쓰기’라는 더 크고 단단한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밑줄 친 문장들을 뼈대 삼고, 여백에 적어둔 메모를 살코기 삼아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것이다. 서평 쓰기야말로 수동적인 텍스트 소비를 능동적인 지식 생산으로 탈바꿈시키는 가장 훌륭한 도구다. 책을 덮고 나면 아무리 깊은 감동을 주었던 내용도 시간과 함께 안개처럼 흩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금 문장들을 갈무리하는 순간, 파편화되어 있던 기억과 감상들은 명확한 언어라는 옷을 입고 뇌리에 깊이 뿌리를 내린다.   &nbsp;  또한, 서평을 작성하는 과정은 고도의 비판적 사고와 깊은 내면 성찰을 요구한다. 저자의 주장에 맹목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데 그치지 않고, ‘나는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가’, ‘밑줄 친 이 문장이 내 삶의 어느 부분과 맞닿아 있는가’를 치열하게 묻고 답하게 되기 때문이다. 타인의 언어를 나의 언어로 번역하고 저자의 철학을 내 삶의 맥락 속에 재조립하는 이 과정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최고의 훈련이다. 매일 같이 밑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며 서평 쓰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투박했던 문장은 어느새 매끄러운 흐름을 찾고 빈약했던 어휘는 풍성해진다. 이렇게 길러진 표현력과 논리력은 타인과의 소통, 업무적 판단, 나아가 삶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흔들림 없는 든든한 잣대가 되어준다.  &nbsp;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작은 옥의 티에도 불구하고, 반복과 꾸준함의 위대한 잠재력을 증명해 낸 훌륭한 동기부여 서적임이 틀림없다. 밑바닥에서 시작한 청년이 독서라는 도구 하나로 인생의 주도권을 쥐게 된 서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는 저자의 치열했던 ‘하루 1시간 독서’의 열정을 기꺼이 본받을 필요가 있다.   &nbsp;  그러니 그 열정을 가슴에 품은 채 당장 손에 펜을 쥐어보자. 마음을 흔드는 문장에 과감히 밑줄을 긋고, 여백에 내 생각을 거침없이 메모하자. 그리고 그 흔적들을 정성껏 모아 나만의 언어로 서평을 남기는 습관을 시작해 보자. 독서가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면, 밑줄과 메모는 거름을 주고 김을 매는 작업이다. 여기에 한여름 뙤약볕 같은 치열한 사유와 퇴고를 거쳐 마침내 '서평'이라는 단단한 열매를 맺어보자. 읽고 쓰는 삶이야말로 우리 인생을 가장 극적이고도 아름답게 바꾸어 놓을 확고하고도 현실적인 자구책이다.  &nbsp;  #인생역전독서법 #제대로된독서 #독서의힘 #하루1시간독서로인생이바뀐다 #작가의집 #황준연 #누구나독서해도아무나성공하진않아 #꾸준함이이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01/21/cover150/k902137251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012150</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감상문을 넘어 논리적인 글로 - [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98132</link><pubDate>Tue, 26 May 2026 15: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9813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8062&TPaperId=172981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5/80/coveroff/k6221380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8062&TPaperId=1729813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a><br/>나민애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04월<br/></td></tr></table><br/>&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여느 애독자라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뭉클한 감동을 느끼면서도 막상 입 밖으로 꺼내려니 “정말 좋았다”, “무척 인상적이었다”라는 빈약한 감상밖에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자발적 독서가 아닌, 과제나 업무의 일환으로 의무적인 서평을 써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텅 빈 모니터 앞의 두려움은 배가 된다. 강렬한 흥미를 느껴 며칠 밤낮을 푹 빠져 읽은 수작조차 시간이 지나면 휘발성 강한 얕은 기억으로만 남아 아쉬움을 남기 일쑤다. 이처럼 책을 단순히 읽고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 사유가 담긴 한 편의 글로 남기고 싶은데 그 시작이 막막하기만 한 이들에게, 나민애 교수의 『책 읽고 글쓰기』는 더없이 구체적이고 다정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nbsp;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자에게 무작정 펜부터 쥐여주는 대신, 글쓰기 이면에 숨겨진 ‘나의 진짜 목적’을 먼저 묻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서평 쓰기의 첫걸음으로 ‘독후감(감상문)’과 ‘서평’의 경계를 명확히 긋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독후감이 철저히 ‘나’를 중심으로 주관적인 감정과 깨달음을 일기처럼 자유롭게 적어 내려가는 사적인 글이라면, 서평은 ‘잠재적 독자’라는 타인을 염두에 두고 책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설득하는 공적인 글이다. 내 안의 글쓰기 욕망이 혼자만의 일기장용인지 타인과의 소통용인지 점검하고 나면, 막연했던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목적지를 향한 기분 좋은 설렘으로 방향을 바꾼다.  &nbsp;  나아가 책은 '서평(비평)'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운 압박감도 사르르 녹여준다. 흔히 서평이라고 하면 현미경을 들이대듯 텍스트의 흠결을 찾아내 날카롭게 지적해야만 한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맹목적인 찬양이나 가시 돋친 비난은 진짜 비평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책이 뿜어내는 온기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한 걸음 물러서서 차분하게 그 가치를 저울질해 보는 '다정한 거리두기'를 제안하는 것이다. 위대한 고전이나 화제의 인기 도서 앞에서 "내가 감히 평가를 남겨도 될까?"라며 주눅 드는 권위에 대한 맹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타인의 시선을 지우고 오직 나와 책, 단둘만의 대화에 집중할 때 비로소 남의 말을 빌리지 않은 나만의 진짜 목소리가 싹틀 수 있다.  &nbsp;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나침반의 방향을 잡았다면, 다음은 본격적으로 글의 뼈대를 세울 차례다. 막막한 백지 앞에서 무엇부터 써야 할지 몰라 서성이는 이들을 위해 책은 서평의 필수 요소를 튼튼한 건축 설계도처럼 보여준다. 서지 정보를 깔끔하고 보기 좋게 배치하는 법부터, 장황한 줄거리 나열을 피해 핵심만 간추리는 내용 요약, 그리고 책의 장단점과 사회적 의미, 추천 이유를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분석과 결론까지 단계별로 상세히 안내한다. 훌륭한 실전 지침답게 모든 책에 획일적인 방법론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소설은 줄거리 스포일러를 방지하며 인물과 배경에 집중하고, 실용서는 정보의 유용성과 독자 대상층을 명확히 따져주어야 하는 등 장르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맞춤형 전개 방식까지 섬세하게 짚어낸다.  &nbsp;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책을 덮자마자 실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는 ‘실전 도구’들을 제공한다는 점은 이 지침서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책의 핵심적인 알맹이(패티)를 찾아내고 그 위아래로 내 생각(빵)을 덧붙이는 ‘햄버거 독서법’, 책을 읽으며 잊어버리지 않게 핵심 문장을 발췌하고 메모하는 ‘마법 노트’는 초보자도 즉각 시도해 볼 수 있는 효율적인 작문 기술이다. 특히 오늘날 우리가 주로 글을 읽고 쓰는 공간이 블로그나 SNS, 온라인 서점 같은 디지털 플랫폼임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스크롤을 내리는 익명의 독자를 사로잡기 위한 흡인력 있는 문단 구성과 매력적인 제목 짓기 비결은 당장 내 블로그에 적용해 보고 싶을 만큼 실용적이다.  &nbsp;  결국 『책 읽고 글쓰기』는 단순한 작문 지침서나 딱딱한 문장론 책이 아니다. 타인의 생각에 수동적으로 끄덕이는 데 익숙해진 우리에게, 독서라는 개인적인 행위를 타인과 소통하는 객관적 쓰기로 확장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는 다정한 응원가와 같다. 조금 서투르고 투박한 문장일지라도 내 온전한 판단과 사유로 채워진 한 줄의 기록은 금세 공중으로 날아가 버릴 뻔한 책 속의 문장들을 내 삶에 단단히 묶어두는 든든한 닻이 된다. 더 이상 일기장 속 혼잣말 같은 감상문에 머물지 않고 타인을 설득하는 제대로 된 서평을 완성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이 제시하는 실전 요령들을 충실한 나침반 삼아 첫걸음을 내디뎌 보기를 감히 권유한다.  &nbsp;  #서평가이드 #나민애교수 #서울대기초교양인기강의 #글쓰기 #책읽고글쓰기 #서평가 #서평러]]></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5/80/cover150/k6221380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58037</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모두가 어우러지는 세상을 위하여 - [모여라! 퀴어 청소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87516</link><pubDate>Wed, 20 May 2026 14: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8751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6537&TPaperId=172875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13/28/coveroff/k222136537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6537&TPaperId=1728751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여라! 퀴어 청소년</a><br/>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 지음 / 사계절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나는 평범한 50대 중년 남성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왔다. 내 아이들이 그저 남들처럼 무난하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만을 바랐던 여느 대한민국의 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반백 년을 살아오는 동안 내 주변에서 자기를 '성소수자'라고 밝힌 사람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텔레비전이나 뉴스, 혹은 멀리서 들려오는 이야기로만 간접적으로 접했을 뿐, 내 삶과는 꽤 거리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성 정체성의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내 자녀가 살아갈 세상은 내가 살아온 세상보다 훨씬 더 넓고 포용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더 이해심 많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작은 호기심과 책임감도 느꼈다.  &nbsp;  이 책은 어떤 유명한 작가나 권위 있는 학자가 외부자의 시선으로 분석한 딱딱한 이론서나 소설이 전혀 아니다. 대안학교에서 만난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인 '짱똘' 소속의 아이들과 그들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 교사 '유랑'이 직접 겪고 써 내려간 가장 생생하고 진솔한 삶의 기록이다. ‘짱똘’ 모임은 ‘꼬꼬’라는 아이가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로 자신을 정체화하지 않는 사람)로 커밍아웃한 것을 계기로 결성되었다고 한다. 책은 이들이 학교 안팎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편견에 맞서 어떻게 서로의 손을 맞잡고 연대해 나가는지를 자세히 묘사한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내밀한 고민부터 시작하여 학교 내에 성 중립 화장실 도입을 논의하고 배제 없는 올바른 성교육을 요구하는 등 사회를 향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의 궤적이 참으로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책 속의 아이들은 단순히 기성세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연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머물지 않는다. 도리어 스스로 연대하며 자신들만의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놀랍도록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nbsp;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속에서는 묘한 뭉클함과 어른으로서의 미안함이 수시로 교차했다. 특히 아이들이 부모나 친구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커밍아웃'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 옴을 느꼈다. 만약 내 자식이 남들과 다른 정체성 때문에 홀로 밤잠을 설치고, 혹여나 가장 든든한 내 편이어야 할 가족에게마저 상처받을까 두려워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다면 아빠로서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자신하기 어려웠다. 평범한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려야 할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기 위해, 이 어린아이들은 매 순간 세상과 부딪히며 엄청난 용기를 내야만 했다. 한 번도 직접 마주 앉아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활자 너머로 전해지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친숙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내 아이들의 친구이자, 우리 곁에 숨 쉬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의 아이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nbsp;  나아가 ‘짱똘’ 아이들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겪는 갈등과 변화의 과정은 우리 기성세대에게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교사 유랑과 함께 아이들은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갈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하고,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성교육 시스템을 열망한다. 50대 아재인 내 낡은 기준에서는 낯설고 때로는 '과연 학교에서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었던 문제들이, 누군가에게는 숨을 쉬고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음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깨달았다. 기성세대는 써먹기 좋은 방어논리로 "지금은 공부할 때다"라며 청소년들의 정체성과 인권을 나중으로 미루려 들기 일쑤다. 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 시기의 퀴어들 역시 미래를 위해 견뎌야 하는 유령이 아니라, '지금 당장, 바로 여기에서' 온전한 나로서 존중받으며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강렬하게 항변하고 있다.  &nbsp;  다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일원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조심스레 드는 솔직한 안타까움도 있다. 책에도 아이들이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하며 연대감을 다지는 대목이 나오는데, 가끔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축제의 일부 모습은 다소 당혹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음지(?)에서 숨죽이던 이들이 광장으로 나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축하하는 그 본질적인 의미와 열정에는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때때로 현장에서 남녀의 성기를 지나치게 희화화하거나 자극적으로 상품화하여 전시하는 일부 행태들은 못내 아쉽다. 이런 과격한 표현 방식이 대중에게 성소수자의 진실한 삶과 내면을 보여주며 따뜻한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거부감이나 ‘혐오’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차별 없는 시선으로 온전히 품어 안기 위해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대중의 보편적인 정서와 부드럽게 발맞추며 소통하려는 지혜로운 노력도 함께 더해졌으면 한다.  &nbsp;  이에 더해, 이 아이들이 훗날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어른이 되었을 때 맞닥뜨릴 현실을 생각하면 기성세대로서 약간의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일례로 태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은 관광 수입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전환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취업의 문을 열어주고 생계 활로를 돕는 등 실질적인 제도적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성소수자들의 생존권이나 노동권, 나아가 이들을 사회적으로 포용할 정책에 대해 이렇다 할 명확한 견해 표명조차 주저하고 있으며 관련 제도 역시 턱없이 부실한 실정이다. 단지 성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취업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고 생계의 위협마저 느껴야 한다면, 책 속 아이들이 뿜어내던 그 눈부신 용기와 연대는 금세 시들어버릴지도 모른다. 개인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인식의 변화를 넘어, 이들이 평범한 시민으로서 경제 활동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너무나도 시급하다.  &nbsp;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무한한 지지를 보내준 교사 '유랑'의 모습은 큰 울림을 주었다. 섣불리 어쭙잖은 잣대로 판단하거나 훈계하려 들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들어주고 곁에 서서 모진 비바람을 막아주는 든든한 나무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의 역할이자 부족한 제도의 틈새를 메워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포용일 것이다.   &nbsp;  결론적으로 이 책은 먹고사니즘에 밀려 성 정체성의 다양성 문제에 대해 잘 모르던 평범한 중년 아재에게도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보지 못했다는 핑계로 이들의 팍팍한 삶과 미래에 무관심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했고, 동시에 이토록 용감한 청소년들이 빚어갈 미래 사회에 대한 따뜻한 희망을 품게 했다. 만약 내 곁에, 혹은 내 자녀의 친구 중에 이런 치열한 고민을 안고 있는 아이가 조심스레 다가온다면 기꺼이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너의 모습 그대로 이미 충분히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주저 없이 말해줄 수 있는, 마음 넉넉한 아빠가 되고 싶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많은 학부모와 기성세대들, 그리고 정책을 입안하는 이들까지 이 책을 꼭 정독해 보기를 바란다. 우리가 서로의 다른 삶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지원을 위한 사소한 노력을 모을 때, 세상의 수많은 ‘짱똘’들이 마음껏 자기 모습대로 웃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nbsp;  #사계절출판 #사뿐사뿐북클럽 #짱똘 #퀴어 #청소년 #함께사는세상]]></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13/28/cover150/k222136537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132836</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미국 이상주의의 실체 -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74078</link><pubDate>Wed, 13 May 2026 14: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7407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137213&TPaperId=172740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53/84/coveroff/k49213721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137213&TPaperId=1727407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a><br/>노암 촘스키.네이선 J. 로빈슨 지음, 심운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6년 04월<br/></td></tr></table><br/><br><br>어떤 지식인의 이름은 그 자체로 거대한 권력을 향해 끊임없이 울리는 '경고음'이 되기도 한다. 백 세를 앞둔 노학자 노엄 촘스키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이자 '미국의 양심'이라 불리는 그는 지난 반세기 넘게 미국 패권주의의 위선적인 가면을 벗기는 데 앞장서 왔다. 미국이란 나라는 늘 자신을 '세계를 구원할 선한 제국', ‘세계 질서를 구현할 빅 부라더’, ‘우주 최강 수퍼 파워’ 등으로 포장해 왔지만, 촘스키의 타협 없는 시선은 그 거대한 신화를 깨부수는 단단한 망치였다. 손자뻘인 로빈슨과 함께 펴낸 이 최신작은 평생 권력의 민낯을 고발해 온 그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던지는 묵직한 경고장이자 그의 사상을 집대성한 결정판이다.  &nbsp;  이 책이 겨누는 가장 뼈아픈 비판의 과녁은 '미국의 외교 정책이 민주주의, 자유, 인권이라는 고귀한 이상에 뿌리를 둔다'는 맹목적인 믿음이다. 미국의 팽창주의를 두둔하는 이들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 입힌 막대한 피해를 두고 '선의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부작용'일 뿐이라며 변명해 왔다. 그러나 두 저자는 방대한 사료를 교차 검증하면서 이 모든 것이 철저히 꾸며진 기만임을 폭로한다. 미국은 건국 초기 잔혹한 원주민 학살로 이른바 '명백한 운명'을 실현했고, 20세기에는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곳곳에서 스스로 민주주의를 일구려 한 나라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과테말라 아르벤스 정부의 온건한 토지 개혁을 무너뜨리고,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독재 정권의 학살을 든든히 뒷받침한 일이 바로 그 증거다. 베트남 전쟁을 비롯한 숱한 무력 개입에서 미국의 이익에 거슬리는 다른 나라 국민은 언제든 짓밟아도 좋은 '부수적 피해'쯤으로 취급당했다.  &nbsp;  미국의 이중성은 국제법을 대하는 태도에서 '내로남불'의 극치를 드러낸다. 다른 나라의 국제법 위반에는 발 벗고 나서서 비난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전쟁 범죄를 처벌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가입을 거부하고 유엔 헌장조차 서슴없이 어긴다. 비밀리에 자금과 무기를 대주며 다른 나라 정부를 무너뜨리고 암살을 주도해 온 행태는, 거꾸로 자신들이 당했다면 곧장 전면전의 사유로 삼고도 남았을 명백한 범죄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민주당이나 공화당 가릴 것 없이 미국의 지배층이 군산복합체와 거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이 파괴적인 제국주의를 수십 년 동안 묵인하고 합의해 왔다는 사실이다.  &nbsp;  그렇다면 왜 전 세계 시민은 물론이고 미국의 평범한 대중조차 막대한 세금을 갉아먹는 이 끔찍한 정책들을 묵인하는 걸까? 책은 그 이유를 권력자들의 '동의의 조작(Manufacturing Consent)'이라는 틀로 설명한다. 기밀 분류, 내부 고발자 기소, 언론을 동원한 교묘한 선전으로 대중은 진실에서 철저히 차단된다. 결국 정부에게 길든 대중은 복잡한 국제 정치를 엘리트의 몫으로 떠넘긴 채, 자신을 '일밖에 모르는 꿀벌'로 전락시키고 만다.  &nbsp;  이러한 비판적 통찰은 지나간 역사에만 머물지 않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와 곧장 이어진다. 요즘 우리는 연일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끔찍한 뉴스를 마주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 극우 정권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이란과 주변국에 대규모 폭격을 퍼붓는 동안, 중동 지역은 당장이라도 제3차 세계대전이 터질듯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수많은 무고한 시민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아이들의 목숨이 스러지는 비극 앞에서도, 미국은 "테러리스트로부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선택"이라는 변명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일찍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없다면 우리는 이스라엘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은, 미국의 정책이 인도주의가 아니라 철저한 지정학적 패권 야욕 위에 서 있음을 드러낸 서늘한 자백이었다.  &nbsp;  여기까지 오면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레 부끄럽고 기괴한 국내 현실로 향한다. 국내 정치 현안을 다루는 집회 현장에서는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진풍경이 종종 펼쳐진다. 국내 문제를 외치면서 뜬금없이 성조기를 흔들고, 심지어 중동에서 민간인 학살을 벌이는 이스라엘의 국기마저 신성한 부적인 양 휘두르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 시민으로서의 주체성을 잃어버린 채 무력으로 다른 나라를 짓밟는 패권국을 맹목적으로 떠받드는 이 기이한 풍경이야말로 '동의의 조작'이 우리의 정신을 얼마나 무섭게 지배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적나라한 증거다. 이들은 언론과 권력이 빚어낸 '미국과 이스라엘은 절대 선, 거기에 맞서면 악'이라는 위험한 흑백논리에 갇혀 억울하게 죽어가는 다른 나라 아이들에게 공감하는 능력마저 잃고 말았다.  &nbsp;  이러한 정신적 빈곤과 맹목적인 숭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올바른 역사의식'을 세우는 일이다. 과거의 제국주의 침략이 오늘날 어떤 명분으로 모습을 바꾸어 다시 나타나는지 꿰뚫어 보는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제대로 된 역사의식이 없다면 우리는 시위 현장에서 남의 나라 국기를 흔드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유력하다는 정치인이 이렇다 할 명분도 없이 강대국을 찾아가 고개를 조아리는 행태를 '애국'이나 '외교'로 착각하기 쉽다. 역사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강자의 부당한 폭력 앞에서 당당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nbsp;  결국 촘스키와 로빈슨은 제국주의적 욕망을 내려놓고, 대화와 국제법 존중이라는 '진짜 외교'의 길로 돌아오라고 일갈한다. 인권을 짓밟는 정권에 대한 지원을 끊고 기후 재앙과 핵전쟁의 위기 앞에서 전 세계가 진심으로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 책은 단순히 지나간 역사를 들추려고 쓴 책이 아니다. 힘 있는 자들이 빚어낸 달콤한 거짓말에 속지 말라는 뼈아픈 경고장이자, 강대국의 환상에 젖어 있는 우리의 무지를 내리치는 죽비다.  &nbsp;  저명한 석학들의 신랄한 비판을 받으며 한 나라를 떠받치는 정체성과 역사적 서사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 책을 읽어내려면, 지적 위기감과 불편함에 당장이라도 책을 덮고 싶은 충동을 견뎌내야 한다. 그럼에도 이 방대하고 치밀한 서사를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수십 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세계 곳곳에서 되풀이되는 비극의 뿌리를 통찰하는 안목을 얻게 된다.  &nbsp;  화려한 명분과 선전 뒤에 숨은 추악한 진실을 직시하고 인류의 진정한 평화를 바란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 거대한 기만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미국 예외주의'라는 치명적인 허구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억울하게 희생되는 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깨어있는 세계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다.  &nbsp;  #메디치미디어 #미국은어떻게세계를위험에빠뜨리는가 #노엄촘스키 #미국우선주의 #국제정세 #국제관계 #미국예외주의 #오만한미국 #그많던수퍼파워는다어디로갔나 #한달만에벽돌책격파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53/84/cover150/k49213721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538497</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의 경험만이 온전한 나의 지식이다 - [내 인생의 배경지식 한 권 교양 - 모든 경험이 지식이 되는 질문 수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64549</link><pubDate>Fri, 08 May 2026 13: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6454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7659&TPaperId=172645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34/68/coveroff/k12213765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7659&TPaperId=1726454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 인생의 배경지식 한 권 교양 - 모든 경험이 지식이 되는 질문 수업</a><br/>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6년 04월<br/></td></tr></table><br/>&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요즘은 검색창에 단어 몇 개만 입력하거나 인공지능에게 대화하듯 물어보면 몇 초도 채 되지 않아 제법 그럴싸한 답변이 쏟아지는 시대다. 참 신기하고 편리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는 시대에 우리는 오히려 더 자주 “나는 왜 이렇게 아는 게 없지?” 하는 지적 허기를 느낀다. 남이 잘 정리해 둔 요약본을 빠르게 흡수하긴 했지만, 그것을 내 머릿속에서 오래 굴리고 비틀고 연결해 보며 ‘내 생각’으로 만드는 과정은 슬그머니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많지 않고, 남는다고 해도 어딘가 내 것이 아닌 남의 문장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nbsp;  유선경 작가의 이번 신작은 바로 그 허점을 정확히 짚는다. 이 책은 지식을 단순히 “새로 알게 되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오히려 배운 것을 어떻게 내 생각으로 바꾸고, 내 삶 속으로 끌고 들어올 것인가를 집요하고도 다정하게 묻는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무엇을 배웠는가”보다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는가”가 더 선명하게 남는다. 한마디로 머릿속 저장 공간을 늘려주기보다 생각의 엔진을 다시 작동시켜주는 책이다.  &nbsp;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장치는 단연 ‘질문’이다. 그것도 괜히 심각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질문이 아니라, 읽는 순간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하고 호기심의 멱살을 잡아끄는 질문들이다.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줬을까?”, “별도 소리를 낼까?” 같은 질문은 어딘가 장난스럽고 엉뚱해 보인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강력하다. 어려운 철학 용어 대신 일상의 언어로 툭 던져진 질문은 독자의 긴장을 풀어 주면서도, 동시에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다. 질문이 재미있어서 읽었는데 어느새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nbsp;  이런 질문의 순기능은 분명하다. 첫째, 질문은 독자를 깨운다. 당연하다고 믿으며 지나친 것들 앞에 갑자기 브레이크를 걸고, “잠깐, 정말 그런가?” 하고 다시 보게 만든다. 둘째, 질문은 생각의 방향을 넓힌다. 하나의 답만 찾게 하는 대신, 저마다의 경험과 기억, 독서와 감상을 끌어와 스스로 가설을 세우게 만든다. 셋째, 질문은 지식을 오래 남게 한다. 그냥 읽고 지나간 정보는 금세 희미해지지만, 내가 직접 답을 상상해 보고 틀려도 보고 다른 관점과 부딪혀 본 내용은 이상하리만치 오래 남는다. 그러니까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 유발 장치가 아니라, 지식을 ‘체화된 생각’으로 바꾸는 가장 영리한 도구인 셈이다.  &nbsp;  작가는 이 질문들을 던져놓고 성급히 정답부터 꺼내지 않는다. 대신 문학과 과학, 역사와 예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넓고 풍성한 배경지식을 펼쳐 보인다. 덕분에 독자는 “이게 왜 여기서 나오지?” 싶다가도, 어느 순간 서로 멀어 보이던 정보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된다. 코스모스라는 꽃의 이름에서 우주의 질서를 떠올리고, 역사 속 사건을 따라가다 예술가의 내면과 마주치는 식의 전개는 꽤 근사하다. 정보가 따로따로 놓인 조각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장면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nbsp;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이 책이 독자를 수동적인 수용자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자는 저자가 준비한 지식을 얌전히 받아 적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추고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보는 능동적인 탐험가가 된다. 같은 질문을 읽어도 누군가는 자기 경험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예전에 읽은 책 한 구절을 소환할 것이다. 심지어 엉뚱한 오답도 소중하다. 그 오답이 책의 설명과 만나며 만들어내는 뜻밖의 충돌이야말로, 생각이 깊어지고 기억이 단단해지는 진짜 순간이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꺼내 보여줘도, 그 정보들을 어떤 맥락에서 엮고 어떤 질문으로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nbsp;  이 질문하는 습관은 독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부에도, 대화에도, 삶의 선택에도 두루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국어 지문 하나를 읽더라도 단순히 해석하고 정답을 맞히는 데서 그치면 금세 사라지지만, “이 글은 결국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지?”, “나라면 어떻게 답할까?”를 스스로 묻는 순간 그 지문은 사고력을 키우는 재료가 된다. 이런 식의 사유는 타인과 더 풍성하게 소통하게 만들고, 결정적인 순간에 내 판단을 떠받치는 내면의 근육도 길러준다.  &nbsp;  물론 이 책이 마냥 만만한 독서는 아니다. 뇌는 원래 에너지를 아끼려 드는 기관이라 그냥 술술 읽히는 글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은 자꾸만 독자를 붙잡아 세운다. 빨리 넘기지 말고 잠깐 생각해 보라 한다. 솔직히 조금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느리고 굼뜬 시간이야말로 이 책이 건네는 최고의 선물이다. 독자를 편하게 모셔두는 대신, 계속해서 자기 머리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독서라기보다 즐거운 두뇌 스트레칭에 가깝다.  &nbsp;  결국 배경지식은 세상을 더 선명하게 보게 하는 렌즈이고, 질문은 그 렌즈의 초점을 맞추는 손놀림이다.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질문을 여러 방향에서 깊이 붙들고 생각해보는 힘은 그보다 더 오래, 더 멀리 간다. 더 많은 정답을 외우게 하기보다 더 좋은 질문을 품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들이야말로 우리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하고, 조금 더 넓게 이해하게 하며, 결국 조금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든다.  &nbsp;  그래서 이 책은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재미를 되찾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위대한 사유는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대개는 “어, 그런데 왜 그렇지?” 같은 작고 엉뚱한 질문 하나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의 즐거움과 힘을, 유쾌하게 증명해 보이는 든든한 지식의 지원군이다.  &nbsp;  #질문의힘 #질문수업 #인문교양 #지식지원군 #필수지식백과 #최소한의교양 #앤의서재 #내인생의배경지식한권교양 #유선경 #자네혹시작가와형제인가? #그럴리가요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34/68/cover150/k12213765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346891</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사라질 소행성, 사라지지 않을 희망 - [사라질 소행성 - 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27731</link><pubDate>Mon, 20 Apr 2026 11: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2773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7119&TPaperId=1722773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8/12/coveroff/k36213711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7119&TPaperId=1722773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라질 소행성 - 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a><br/>오영민 외 지음 / 사계절 / 2026년 04월<br/></td></tr></table><br/><br>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시대, 기후 위기로 계절의 풍경마저 달라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예전 SF소설 속에서나 등장했을 일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제 현실이 더 SF 같은데, 굳이 SF소설을 읽어야 할까?”라고 의문을 품어볼 법도 하다. 하지만 현실이 점점 더 SF를 닮아갈수록 오히려 SF는 더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SF는 단순히 신기한 미래 기술을 보여주는 장르가 아니라, 그런 기술 속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다섯 단편은 우주, 환경 오염, 좀비, 안드로이드 같은 흥미로운 설정을 보여주면서도 결국 독자에게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nbsp;  표제작 「사라질 소행성 AE-1.2」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소행성에서 살아가는 관리 로봇 아스터의 이야기다. 아스터는 버려진 로봇 루키, 반려견 로봇 링과 함께 나름의 일상을 꾸려 왔다. 그런데 지구에서 유입되는 쓰레기로 소행성이 점점 무거워져 궤도를 이탈하게 되자, 지구는 소행성을 폐기하고 아스터만 회수하기로 한다. 얼핏 보면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래봐야 아스터는 그저 수많은 로봇 중 하나가 될 뿐이다. 이 작품은 “안전한 삶이 정말 최고일까?”를 묻는다. 아스터가 끝내 안전 대신 미지의 세계를 선택하는 장면은 비록 로봇의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인간인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길을 선택할 용기, 바로 그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nbsp;  오영민의 「은하수」도 비슷한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의 미래는 기술이 발전했지만 환경 오염이 심해져서 청소년들이 자연과 철저히 분리된 채 살아가는 세계다. 학생들은 밀폐된 버스로 이동하고, 건물 창문은 닫혀 있으며, 손목 밴드는 위치와 감정 상태까지 기록한다. 모든 것이 안전과 보호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공 선하에게는 답답한 감옥처럼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선하는 잠자리 한 마리를 발견하고, 그 작은 생명에게서 자신과 닮은 무엇을 느낀다. 선하가 경계를 넘으려는 순간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진짜 ‘살아 있음’을 향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이 꼭 행복의 척도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nbsp;  반면 조은오의 「아이 엠 그라운드」는 좀비가 가득한 세상이라는 익숙한 SF적 배경을 사용하면서도 단순한 생존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주인공 선우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초능력을 이용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전한다.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핵심은 초능력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빛나는 장면은 선우가 위기에 빠졌을 때 사람들의 손이 함께 뻗어 나오는 순간이다. 세상을 구하는 힘은 한 명의 특별한 영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연대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어두운 세계 속에서도 이 작품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nbsp;  남지민의 「최선의 선택」은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주인공의 이름이 바로 ‘최선’이기 때문이다. 보육원에서 살아가는 최선은 자신의 이름이 때로는 부담처럼 느껴지는 인물이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늘 바르게 선택해야 한다’는 기대가 그 이름 안에 담겨 있다. 어느 날 고양이를 찾다가 고장 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나면서 위험한 상황에 휘말린다. 본인부터 약골인 최선이 자기보다 더 약한 존재를 위해 움직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고양이와 로봇 모두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들이고, 최선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 순간 ‘최선’이라는 이름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의미가 된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결국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약한 존재를 향한 용기와 다정함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nbsp;  노고유의 「치명적 오류」는 제목처럼 조금 더 낯설고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구 소련이 쏘아 올린 최초의 유인(?) 우주견의 이름을 딴 주인공 라이카는 안전 구역인 돔 밖에서 태어났으나 운 좋게도 돔 내부로 입양된 뒤 양어머니가 원하는 대로만 살아왔다. 그러다 안드로이드 트로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인간이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을 여전히 품고 있다. 기계의 몸을 가진 후에도 꿈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인간인 라이카가 더 오랫동안 자기 삶을 살지 못했던 셈이다. 이 작품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다. 정말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몸의 형태일까, 감정일까, 아니면 꿈을 잃지 않는 마음일까? 「치명적 오류」는 SF다운 상상력을 통해 ‘나다움’이란 무엇인지 섬세하게 묻는다.  &nbsp;  이렇게 다섯 작품은 서로 다른 배경과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읽으면 공통된 결을 느낄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어떤 경계 앞에 서 있다. 안전하지만 답답한 세계, 정해진 역할과 스스로 선택하는 삶, 혼자 살아남는 방법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 사이에서 고민한다. 결국 이 작품들이 보여주는 것은 미래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가치들이다. 선택하는 힘, 타인과 손잡는 마음, 그리고 자기만의 꿈을 지키는 용기.  &nbsp;  대상 독자가 청소년인지라 SF 장르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읽기 어렵지 않다. 우주와 로봇, 환경 재난과 좀비, 안드로이드 같은 소재들은 흥미롭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감시 기술, 환경 문제, 관계의 단절, 정체성의 고민 같은 문제들은 사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삶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미래에는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라고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대신 “그런 미래가 온다면,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를 묻는다.  &nbsp;  청소년 독자에게 이 질문은 특히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앞으로의 세상을 가장 오래 살아가야 할, 그리고 가장 먼저 변화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게 될 사람들이 바로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독자들에게 정답을 주는 대신 생각할 거리를 준다.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SF라기보다 미래를 살아갈 마음을 준비하게 해주는 이야기 모음집이기도 하다.  &nbsp;  지금의 현실은 점점 더 SF처럼 변해 가고 있기에 우리는 더더욱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더 빠른 기술이나 더 화려한 미래가 아닌,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상상해야 한다. 이 책은 낯선 미래를 보여 주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지금 우리의 삶을 더 깊이 돌아보게 만든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nbsp;  #사라질소행성 #사계절출판사 #사뿐사뿐북클럽 #4월도서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8/12/cover150/k36213711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481219</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