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jyooster님의 서재 (jyooster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02 May 2026 10:06:26 +0900</lastBuildDate><image><title>jyooster</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30247116236244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jyooster</description></image><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사라질 소행성, 사라지지 않을 희망 - [사라질 소행성 - 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27731</link><pubDate>Mon, 20 Apr 2026 11: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2773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7119&TPaperId=1722773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8/12/coveroff/k36213711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7119&TPaperId=1722773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라질 소행성 - 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a><br/>오영민 외 지음 / 사계절 / 2026년 04월<br/></td></tr></table><br/><br>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시대, 기후 위기로 계절의 풍경마저 달라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예전 SF소설 속에서나 등장했을 일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제 현실이 더 SF 같은데, 굳이 SF소설을 읽어야 할까?”라고 의문을 품어볼 법도 하다. 하지만 현실이 점점 더 SF를 닮아갈수록 오히려 SF는 더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SF는 단순히 신기한 미래 기술을 보여주는 장르가 아니라, 그런 기술 속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다섯 단편은 우주, 환경 오염, 좀비, 안드로이드 같은 흥미로운 설정을 보여주면서도 결국 독자에게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nbsp;  표제작 「사라질 소행성 AE-1.2」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소행성에서 살아가는 관리 로봇 아스터의 이야기다. 아스터는 버려진 로봇 루키, 반려견 로봇 링과 함께 나름의 일상을 꾸려 왔다. 그런데 지구에서 유입되는 쓰레기로 소행성이 점점 무거워져 궤도를 이탈하게 되자, 지구는 소행성을 폐기하고 아스터만 회수하기로 한다. 얼핏 보면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래봐야 아스터는 그저 수많은 로봇 중 하나가 될 뿐이다. 이 작품은 “안전한 삶이 정말 최고일까?”를 묻는다. 아스터가 끝내 안전 대신 미지의 세계를 선택하는 장면은 비록 로봇의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인간인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길을 선택할 용기, 바로 그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nbsp;  오영민의 「은하수」도 비슷한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의 미래는 기술이 발전했지만 환경 오염이 심해져서 청소년들이 자연과 철저히 분리된 채 살아가는 세계다. 학생들은 밀폐된 버스로 이동하고, 건물 창문은 닫혀 있으며, 손목 밴드는 위치와 감정 상태까지 기록한다. 모든 것이 안전과 보호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공 선하에게는 답답한 감옥처럼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선하는 잠자리 한 마리를 발견하고, 그 작은 생명에게서 자신과 닮은 무엇을 느낀다. 선하가 경계를 넘으려는 순간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진짜 ‘살아 있음’을 향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이 꼭 행복의 척도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nbsp;  반면 조은오의 「아이 엠 그라운드」는 좀비가 가득한 세상이라는 익숙한 SF적 배경을 사용하면서도 단순한 생존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주인공 선우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초능력을 이용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전한다.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핵심은 초능력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빛나는 장면은 선우가 위기에 빠졌을 때 사람들의 손이 함께 뻗어 나오는 순간이다. 세상을 구하는 힘은 한 명의 특별한 영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연대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어두운 세계 속에서도 이 작품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nbsp;  남지민의 「최선의 선택」은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주인공의 이름이 바로 ‘최선’이기 때문이다. 보육원에서 살아가는 최선은 자신의 이름이 때로는 부담처럼 느껴지는 인물이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늘 바르게 선택해야 한다’는 기대가 그 이름 안에 담겨 있다. 어느 날 고양이를 찾다가 고장 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나면서 위험한 상황에 휘말린다. 본인부터 약골인 최선이 자기보다 더 약한 존재를 위해 움직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고양이와 로봇 모두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들이고, 최선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 순간 ‘최선’이라는 이름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의미가 된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결국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약한 존재를 향한 용기와 다정함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nbsp;  노고유의 「치명적 오류」는 제목처럼 조금 더 낯설고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구 소련이 쏘아 올린 최초의 유인(?) 우주견의 이름을 딴 주인공 라이카는 안전 구역인 돔 밖에서 태어났으나 운 좋게도 돔 내부로 입양된 뒤 양어머니가 원하는 대로만 살아왔다. 그러다 안드로이드 트로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인간이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을 여전히 품고 있다. 기계의 몸을 가진 후에도 꿈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인간인 라이카가 더 오랫동안 자기 삶을 살지 못했던 셈이다. 이 작품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다. 정말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몸의 형태일까, 감정일까, 아니면 꿈을 잃지 않는 마음일까? 「치명적 오류」는 SF다운 상상력을 통해 ‘나다움’이란 무엇인지 섬세하게 묻는다.  &nbsp;  이렇게 다섯 작품은 서로 다른 배경과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읽으면 공통된 결을 느낄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어떤 경계 앞에 서 있다. 안전하지만 답답한 세계, 정해진 역할과 스스로 선택하는 삶, 혼자 살아남는 방법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 사이에서 고민한다. 결국 이 작품들이 보여주는 것은 미래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가치들이다. 선택하는 힘, 타인과 손잡는 마음, 그리고 자기만의 꿈을 지키는 용기.  &nbsp;  대상 독자가 청소년인지라 SF 장르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읽기 어렵지 않다. 우주와 로봇, 환경 재난과 좀비, 안드로이드 같은 소재들은 흥미롭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감시 기술, 환경 문제, 관계의 단절, 정체성의 고민 같은 문제들은 사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삶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미래에는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라고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대신 “그런 미래가 온다면,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를 묻는다.  &nbsp;  청소년 독자에게 이 질문은 특히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앞으로의 세상을 가장 오래 살아가야 할, 그리고 가장 먼저 변화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게 될 사람들이 바로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독자들에게 정답을 주는 대신 생각할 거리를 준다.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SF라기보다 미래를 살아갈 마음을 준비하게 해주는 이야기 모음집이기도 하다.  &nbsp;  지금의 현실은 점점 더 SF처럼 변해 가고 있기에 우리는 더더욱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더 빠른 기술이나 더 화려한 미래가 아닌,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상상해야 한다. 이 책은 낯선 미래를 보여 주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지금 우리의 삶을 더 깊이 돌아보게 만든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nbsp;  #사라질소행성 #사계절출판사 #사뿐사뿐북클럽 #4월도서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8/12/cover150/k36213711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481219</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언어체계는 곧 나의 세계 - [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 - 뇌를 설계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다중언어의 놀라운 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09964</link><pubDate>Sat, 11 Apr 2026 11: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0996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6041&TPaperId=1720996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1/15/coveroff/k82213604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6041&TPaperId=1720996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 - 뇌를 설계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다중언어의 놀라운 힘</a><br/>비오리카 마리안 지음, 신견식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우리나라 같은 전형적인 EFL(외국어로서의 영어) 환경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나는 이따금 회의감에 빠지곤 한다. 일부 학습자들에게는 영어가 그저 대학 진학용 수능 1등급을 받기 위한 도구이거나 취업을 위한 스펙 정도로 여겨질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교단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야만 하는 '진짜 이유'를 뇌과학과 심리학의 언어로 명쾌하게 증명해 주었다. 단순히 언어 학습법을 다룬 것이 아니라 다중언어 사용이 인간의 인지, 행동, 그리고 사회에 미치고 있는 경이로운 영향력을 밝힌 훌륭한 신경과학 보고서이자 철학서이기 때문이다.  &nbsp;  1. 단일언어 중심주의의 함정주변에서 흔히 발견하지 못할 뿐, 전 세계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거나 성인이 된 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다중언어 사용자는 뜻밖에도 매우 많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동안 인간의 마음에 관한 대부분의 과학적 연구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일언어 사용자'에게만 초점을 맞춰왔다. 저자는 두 개 이상의 언어 사용자를 '표준에서 벗어난 예외'나 유의미한 '신호'가 아닌 '잡음'으로 보는 과학계의 편견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는 불과 수십 년 전, 의학계가 심장병과 당뇨병을 오직 '백인 남성'만을 대상으로 연구했던 치명적 오류를 연상시킨다. 훗날 심장병이 여성에게는 다르게 발현되고 당뇨병 관련 당 대사 과정이 북남미 원주민에게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듯 말이다. 교실에서 영어를 제2외국어로 힘겹게 배우는 우리 아이들의 뇌 역시 단일언어의 잣대로만 평가할 수 없다. 단일언어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것은 인류의 잠재력에 대해 부정확하고 잘못된 이해를 낳을 뿐이다. 저자는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잡음'이 아니라 뇌의 새로운 '신호'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nbsp;  2. 뇌는 아는 언어로 현실을 인식한다아이들에게 늘 "영어를 배우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말해왔는데, 이 책은 그것이 단순한 은유가 아님을 입증한다. 현실은 주위를 둘러싼 '객관적인 세계'가 아니라 뇌가 감각 정보와 과거의 경험을 결합해 만들어내는 '주관적인 경험'이자 신경망 활동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같은 자극이 사람마다 다른 '감정'을 부른다는 것은 쉽게 인정하면서도, 다른 '감각적 경험'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낯설어한다. 하지만 드레스를 파란색과 검은색으로 또는 흰색과 금색으로 다르게 보는 착시 현상처럼, 감각적 인식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는지는 과거의 신경 점화 패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한  '보글 게임(Boggle, 알파벳 조합 단어 찾기 놀이)' 비유는 무릎을 치게 만든다. 보글 게임판은 방향을 돌리면 같은 글자라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조합되어 더 많은 단어를 찾을 수 있는데,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다. 언어는 정보를 조직하고 구조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며, 과학계는 지금껏 게임판을 한 번도 돌려보지 않은 채 인간의 뇌를 연구해 온 셈이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영어 수업은 아이들의 보글 게임판을 회전시켜 정보를 다르게 추출하고 해석하도록 돕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nbsp;  3. '언어 자아(Language Ego)'와 합리적 마음"다른 언어를 안다는 것은 또 다른 영혼을 소유하는 것이다." 이 명언을 이 책만큼 과학적으로 잘 풀어낸 문헌이 있을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언어 자아'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모국어를 바탕으로 단단하게 형성된 자아는 새로운 언어를 접할 때 필연적으로 불안과 충돌을 겪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 언어에 걸맞은 새로운  '제2의 자아'를 잉태하게 된다. 실제로 교실에서 평소엔 수줍음 많고 조용하던 아이가 영어로 역할극을 하거나 말하기 평가를 할 때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당당하고 활달해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입 밖으로 영어를 내뱉는 순간, 내면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언어 자아의 스위치가 켜지는 것이다. 내가 영어 연설 모임에 나가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듯 떠들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 역시 새로운 언어 자아가 실수를 용납하는 관대한 분위기에 젖어 들기 때문이다.  &nbsp;  놀라운 점은 이 언어 자아가 단순히 심리나 태도 변화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뇌가 세상을 인지하는 물리적 방식까지 바꿔놓는다는 것이다. 영어와 러시아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사용자에게 영어로 "마커(marker)를 집으라"고 하면, 영어 단일언어 사용자와 달리 발음이 비슷한 러시아어 '마르카(marka, 우표)'를 떠올리며 우표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사용할 언어를 바꿀 때마다 뇌의 인식 체계가 달라지며, 사물을 다르게 기억하기까지 한다. 이 새로운 언어 자아는 인간의 도덕적 의사결정마저 뒤바꾼다.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희생시킬 수 있냐고 묻는 '트롤리 딜레마' 실험에서, 모국어로 물었을 때는 20%만이 동의했지만 제2외국어로 물었을 때는 33%가 동의했다. 단지 질문의 언어만 바꿨을 뿐인데 13%의 결정이 뒤집힌 것이다. 이른바 '외국어 효과(Foreign Language Effect)'라 불리는 이 현상은,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할 때 모국어의 감정적 굴레에서 벗어나 한층 더 이성적이고 공리주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합리적 언어 자아'를 꺼내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nbsp;  4. 알츠하이머 방어막이자 언어 조작을 간파하는 해독제"영어가 아이의 두뇌 발달에 정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두 가지 강력한 예시로 이에 답한다. 첫 번째는 '인지 기능 저하'의 방어막 역할이다. 이중언어를 구사하면 알츠하이머 및 치매 발병을 평균 4~6년이나 늦출 수 있다. 수년 동안 다니던 퇴근길이 무너져도 샛길을 아는 사람은 무사히 집에 갈 수 있듯, 다중언어 사용자의 뇌는 한 경로가 손상되어도 두 언어를 넘나들며 쌓아온 수많은 '우회 경로'를 통해 뇌 기능을 튼튼하게 방어한다. 구사하는 언어 수가 많은 국가일수록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눈에 띄게 낮다는 사실이 이를 명백히 증명한다.  &nbsp;  두 번째 예시는 교육자로서 가장 흥미를 갖게 되는 대목이다. 저자는 두 살배기 자녀에게 정답이 '마지막 단어'에 오도록 유도 질문을 던져 천재처럼 보이게 했던 일화를 들려준다. 현실 세계에서도 정치인과 광고주들은 대중을 조종하기 위해 언어를 조작한다. "생명권"과 "선택권"의 프레임이 다르고, "상속세"보다 "사망세"라는 단어에 사람들이 더 강한 반감을 갖는 원리다. 놀랍게도 다중언어 경험은 이러한 기만술을 간파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나보다 런던에 가본 사람이 더 많다" 같은 교묘한 논리적 오류를 이중언어 사용자들이 훨씬 더 예리하게 찾아낸다는 실험 결과는, EFL 환경의 영어 교육이 단순한 언어 지식 습득을 넘어 세상의 프레임을 꿰뚫어 보는 '비판적 사고력'의 백신 효과를 보여준다.  &nbsp;  5. 우주적 코드, 인류의 미래를 여는 열쇠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언어를 수학, 음악, 컴퓨터 언어와 같은 상징체계, 즉 '코드(Code)'의 반열에 올린다. 인간의 유전자 코드가 제한된 수의 DNA 염기쌍으로 지구상의 무한하고 복잡한 생명체를 만들어내듯, 우리의 언어 역시 제한된 알파벳과 단어로 무한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직조해 낸다. 결국 우리는 언어 학습을 통해 이 경이로운 우주적 코드를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낯선 영어 단어와 씨름하며 힘들어할 때마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너희가 지금 깨우치고 있는 이 제2의 코드는 단순히 명문대를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너희 내면의 새로운 자아를 일깨우고 훗날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해 낼 인류 생존의 열쇠라고 말이다.  &nbsp;  6. 결론 및 총평저자는 결론부에서 언어 학습을 인간이 가진 '다중 지능'의 중요한 한 측면으로 제시하며, 다중언어 사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사회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특히 "하나의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다른 추가적인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훨씬 수월하게 만든다"는 대목과 기존 학계의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 가설을 넘어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언제나 유익하다는 단언이 큰 위로로 다가왔다. 뒤늦게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는 성인 학습자들에게 든든한 과학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국무부가 영어를 기준으로 분류한 언어별 습득 소요시간 정보와 맺음말에 제시한 실용적인 언어 학습법은 매우 유용하다.  &nbsp;  물론 비판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이 책은 주로 저자 본인의 연구에 뼈대를 두고 있어 이중언어의 이점을 무척 설득력 있게 증명하지만, 예측할 수 있는 반론에 할애된 지면은 아쉬울 정도로 적다. 사실 학계에서는 이중언어의 인지적 이점이 과연 저자의 주장만큼 극적인가에 대해 실험 결과의 재현성 문제나 출판 편향성(publication biases)을 꼬집는 꽤 격렬한 논쟁이 현재 진행형이다. 혹시라도 이 책만 읽은 독자라면 반론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맹신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교사로서 분명히 일러두고 싶다.  &nbsp;  이러한 일말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심리학자, 언어학자, 교육학자는 물론 일반 대중까지 모두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는 탁월한 대중서임이 틀림없다. 저자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뇌과학 정보를 명확하고 매력적인 어조로 전달하며, 간간이 번뜩이는 유머 감각으로 글의 풍미를 더한다. 연구 현장에서 우러나온 저자 본인의 친근한 일화들 덕분에 독자들은 따뜻하게 환영받는 느낌 속에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소화할 수 있다.  &nbsp;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행위가 어떻게 우리의 집중력을 극대화하고, 무관한 정보를 걸러내며, 기억력과 창의성을 향상시키는지 궁금하셨는가? 더 나아가 그것이 고차원적인 추론 능력을 발달시키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이끌며, 내 뇌의 인지 예비능을 튼튼하게 키워주는 마법 같은 과정을 엿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EFL 환경에서 묵묵히 영어를 가르치는 동료 교사들과 끝없는 외국어 공부에 길 잃은 모든 학습자 그리고 치매 예방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br> #다중언어 #심리언어학 #언어정체성 #언어는어떻게인간을바꾸는가 #위즈덤하우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1/15/cover150/k82213604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511586</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얻은 것을 잘 지켜내는 능력 - [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77381</link><pubDate>Fri, 27 Mar 2026 16: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773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7962&TPaperId=171773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7/67/coveroff/k7021379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7962&TPaperId=171773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a><br/>세종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br>&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50대에 접어들고 보니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짐을 느낀다.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었나’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놓치고 살았나’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저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오는 동안 사람들과는 잘 어울려 지냈는지, 매 순간 선택의 기준은 뚜렷했는지, 자신을 다독일 여유는 있었는지 문득문득 자문하게 된다. 이런 시점에 만난 이 책은 그저 단순한 독서를 넘어, 바쁘게 걷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자문하게 만든다.  &nbsp;  이 얇은 문고판 책이 각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우리가 익히 안다고 생각했던 세종대왕의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흔히 ‘세종’ 하면 결점 하나 없는 완벽한 성군을 떠올리지 않던가. 하지만 책 속의 세종은 완성형 위인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점검하는 ‘과정형 인간’에 가깝다. 그는 자신의 판단이 늘 옳다고 믿기보다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삼았다. 신하들의 쓴소리에 귀 기울였고 잘못이 드러나면 주저 없이 고쳤다. 절대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가장 낮은 자세를 잃지 않았던 그의 모습은 지금껏 우리가 보아온 수많은 리더의 모습과 겹치며 꽤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nbsp;  특히 ‘사람을 보는 기준’에 대한 통찰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우리는 보통 누가 더 뛰어나고 유능한지 서둘러 평가하려 든다. 하지만 세종은 사람을 탓하기 전에 ‘문제’ 그 자체를 먼저 보라고 조언한다. ‘누가 예민한가’를 찾기보다 ‘무엇이 잘못되었나’를 살피라는 그의 태도는 오랜 세월 조직 생활과 인간관계 속에서 수없는 갈등을 겪어온 중년의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편견과 선입견의 잣대로 사람을 재단하는 순간, 정작 중요한 본질은 놓치고 만다는 뼈아픈 진실과 함께 말이다.  &nbsp;  ‘실수를 대하는 태도’ 역시 깊이 새겨볼 만하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사람을 내치지 말라는 세종의 철학은, 오로지 성과와 효율만 따지는 요즘 세상에서는 자칫 무르고 느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통찰은 훨씬 깊은 곳을 향해 있다. 결과만 가지고 벌을 주면 사람들은 결국 진실을 숨기게 되고 조직은 안에서부터 병들고 만다는 것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 역시 젊은 시절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누군가 나를 믿고 기다려준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세종의 너그러움은 단순한 관용을 넘어, 사람과 조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단단한 뿌리와도 같다.  &nbsp;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세종은 ‘사람을 믿되 결코 방치하지 않는 리더’였다.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깔려 있지만, 그 믿음은 철저한 관찰과 질문, 그리고 책임지는 자세 위에서만 작동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그가 권위를 앞세워 아랫사람의 입을 막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그 다양한 목소리들을 모아 최선의 결정을 끌어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입을 열게 만드는 힘,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그토록 애타게 찾는 진정한 통솔력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nbsp;  이 책의 진짜 매력은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서늘한 일침’에 있다. 우리는 남보다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숨 가쁘게 달리지만 정작 그 속에서 내 삶의 방향키를 놓쳐버릴 때가 많다. ‘무엇이 중요한가’를 묻기보다 ‘얼마나 빨리 가고 있나’만 따지며 사는 것이다. 책은 그런 우리를 멈춰 세우고 묻는다.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그 길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의외로 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금까지 살아온 궤적을 찬찬히 되짚어보게 만드는 묵직함이 있다.   &nbsp;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길목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세종의 태도와 마주치게 된다. 자신을 의심하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며, 허물을 인정하고 고치려는 그 담백한 자세 말이다. 우리가 살면서 진짜 잃어버린 건 대단한 능력이나 기회가 아니라 바로 이런 ‘기본적인 삶의 태도’가 아니었을까.  &nbsp;  완독 후에 당장 속 시원한 정답이 주어지는 건 아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단단한 ‘기준’ 하나가 자리잡는 느낌이 든다. 더 가지려고 욕심내기 전에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지 먼저 묻는 것. 더 빨리 가려고 채찍질하기 전에 지금 향하는 방향이 맞는지 점검하는 것. 중년 아재의 가슴에 이 책이 툭 던져놓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생의 후반전은 ‘얼마나 더 채우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얼마나 덜 놓치느냐의 싸움’이라는 사실이다. 정신없이 내달려온 시간 끝에 비로소 마주하게 된, 실로 값진 깨달음이다.  &nbsp;  #세계철학전집 #세종대왕 #세종대왕의마음가짐 #에세이 #모티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7/67/cover150/k7021379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676790</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질풍노도의 열네 살 - [이 망할 열네 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75110</link><pubDate>Thu, 26 Mar 2026 15: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751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5582&TPaperId=171751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18/23/coveroff/k4521355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5582&TPaperId=171751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 망할 열네 살</a><br/>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26년 01월<br/></td></tr></table><br/>이 작품은 어느 십 대 초입 소년의 불안과 분노,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상처를 생생하게 그려낸 청소년 소설이다. 제목부터 거칠고 직설적이지만 그 안에는 열네 살이라는 나이 특유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열네 살은 참으로 애매한 나이이다. 아직 어리다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다 컸다고 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버겁다. 이 작품은 바로 그 애매함의 한복판을 정면으로 통과한다. 주인공은 중학교에 막 들어선 소년으로 초등학생도 어른도 아닌 경계에 서 있다. 또래보다 느린 성장 속도, 사사건건 간섭하는 부모, 속을 알 수 없는 친구들, 점점 까다로워지는 학교생활 속에서 그는 자신이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듯한 외로움을 느낀다.  &nbsp;  집에서는 어른들의 사정과 감정이 소년의 삶을 자꾸 흔들어 놓는다. 부모의 갈등과 무심한 말 한마디는 아직 단단하지 못한 마음에 깊은 금을 낸다. 학교에서는 친구 관계가 삶의 전부처럼 느껴지지만  그 관계는 생각보다 쉽게 틀어지고 상처를 남긴다. 작은 오해와 소문, 무리 짓기와 따돌림의 기류 속에서 주인공은 분노하고, 상처 입고, 때로는 엇나간 선택을 하기도 한다. <br>이 소설의 가장 큰 힘은 이러한 감정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에 있다. 주인공은 때로 이기적이고 예민하며 괜히 날이 서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 친구들 사이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공포, 어른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억울함이 켜켜이 쌓여 있다. 독자는 그 거친 말투와 행동 뒤에 숨은 속마음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nbsp;  저자는 작품 속 어른을 일방적인 가해자로 그리지 않는다. 부모 역시 부모 노릇은 인생 1회차라 서툴고 지쳐 있으며, 자신의 문제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존재로 등장한다. 아이와 어른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 모습은 낯설기보다 오히려 우리 일상과 닮아서 더 아프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보다 더 흔하고 피부에 와닿는 이야깃거리도 없을 것 같다.  &nbsp;  이 작품은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또 하나의 사회를 보여 준다. 친구 관계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처럼 작동한다. 소문 하나, 메시지 하나가 관계의 지형을 바꿔 놓고 그 안에서 주인공은 상처를 입기도 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 과정은 불편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진솔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십 대의 세계가 절대 녹록지 않음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nbsp;  그러나 이야기는 단순히 ‘질풍노도의 반항기’를 소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주인공은 자신이 왜 그렇게 화가 나는지, 왜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지는지를 조금씩 들여다보게 된다. 어른들 역시 완벽하지 않은 존재임을, 친구들 또한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열네 살의 시간은 거칠지만, 분명히 성장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nbsp;  이 소설은 ‘성장’을 거창하게 말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성숙해지지도 않고, 모든 갈등이 완벽하게 해결되지도 않는다. 다만 조금 더 생각하게 되고, 한 발짝 물러서 보게 되며,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게 될 뿐이다. 성장이라는 것은 그렇게 작고 느린 변화가 쌓여 이루어지는 것임을 작품은 담담하게 보여 준다.   &nbsp;  제목의 거친 표현 또한 그런 맥락에서 다시 보인다. 처음에는 반항처럼 들리던 “이 망할”이라는 감탄사가 읽고 나면 사실은 “나를 좀 이해해 달라”는 절박한 신호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이 작품은 열네 살을 위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불과 몇 년 전 혹은 한때 그 나이를 지나온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십 대 독자에게는 깊은 공감과 위로를, 어른 독자에게는 잊고 있던 기억과 반성을 함께 안겨 준다. 열네 살의 분노를 단순한 문제로 보지 않고 그 속에 숨은 두려움과 외로움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이 작품을 오래 남게 한다.  &nbsp;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켜보다 보면, 겉모습은 고등학생이지만 마음은 아직 열네 살쯤에 머물러 있는 듯한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낼모레 환갑을 바라보는 나조차도 어느 순간에는 스무 살 시절의 미숙한 모습을 불쑥 드러내곤 한다. 신체 나이는 세월에 따라 자연스럽게 쌓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연령은 사람마다 다르게 머무른다. 아마도 정신연령이라는 것은 인생의 어렵고 힘든 순간을 겪으며 비로소 드러나고 단단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서는 젊은 시절의 ‘고생’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족함 없이 자란 환경이 오히려 삶의 어느 지점에서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이 작품 속 열네 살의 방황과 상처 또한 결국은 한 사람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점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nbsp;  결국 매일 교실에서 이들을 만나는 나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각자의 ‘열네 살’을 아직 지나오는 중인 아이들을 마주하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무심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어도 그들 각자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이해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치열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틀린 답을 지적하는 것보다, 서툰 감정을 견디고 있는 그 시간을 조금 더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언젠가 그 아이들도 지금의 시간을 돌아보며 자신을 이해하게 될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교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거칠고 불완전한 시간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조용히 곁을 지켜 주면서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도록 작은 신호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것이리라.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18/23/cover150/k4521355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182381</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문제적 인간관계의 시작은 바로 나였어.. - [사람을 얻는 힘 : 인간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70174</link><pubDate>Tue, 24 Mar 2026 15: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701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72137863&TPaperId=171701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4/56/coveroff/k872137863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72137863&TPaperId=171701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람을 얻는 힘 : 인간력</a><br/>다사카 히로시 지음, 장은주 옮김 / 북플레저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br>&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사람을 얻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인간력’이라는 생소한 용어의 책 제목에 처음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 나이에 또 무슨 인간관계론인가 싶었다. 세상살이에서 부딪힐 만큼 부딪혀 봤고, 사람 때문에 웃고 상처받는 일도 웬만큼 겪어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새로운 기술이나 요령을 배운다고 해서 인간관계가 달라질까 싶은 회의감도 들었다.  &nbsp;  그런데 책을 덮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저자는 무언가를 ‘새로’ 알려주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해왔던 것들을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들추어낸다. 그리고 그 지점이 묘하게 마음에 걸린다. 마치 누군가 내 삶을 오래 지켜본 뒤 건네는 말처럼 불편할 만큼 정확하게 다가온다.  &nbsp;  살다 보면 문득 그런 순간이 있다. 주위에 아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마음을 터놓을 사람은 없다고 느껴질 때 말이다. 연락처는 수십, 수백 개가 쌓여 있는데도 막상 힘들 때 전화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 현실. 젊을 때는 몰랐던 공허함이 나이가 들수록 더 또렷해진다. 이 책은 바로 그 공허함의 근원을 건드린다. 우리는 관계를 넓히는 데에만 익숙했지, 깊게 만드는 데에는 서툴렀다.<br>저자가 말하는 ‘인간력’은 특별한 재능이나 타고난 매력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알고 있는, 그래서 더 쉽게 지나쳐버리는 태도에 가깝다. 부족함을 고치려 애쓰기보다 인정하는 것, 먼저 말을 걸고 눈을 맞추는 것, 마음속의 작은 자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평범한 말들이 이상하게 가볍지 않다. 오랜 시간 사람을 겪으며 축적된 무게가 문장마다 배어 있기 때문이다.  &nbsp;<br>  특히 “관계를 타인의 몫으로 남겨두지 말라”는 문장은 오래 남는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많은 관계를 그렇게 흘려보냈다.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 먼저 다가가지 않았고, 괜히 자존심을 세우다가 멀어진 인연들이 적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줄 알았던 관계들이 사실은 내가 방치한 결과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단순하게 말한다. 먼저 말을 걸고, 눈을 맞추라고. 그 한 번의 선택이 관계의 흐름을 바꾼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하지 않았던 이야기다.  &nbsp;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헤어져도 마음으로 관계를 끊지 말라’는 부분이다. 이 나이가 되면 사람과의 이별도 제법 쌓인다. 오해로 멀어진 사람, 상황 때문에 끊어진 인연들을 우리는 흔히 ‘정리했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관계는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남겨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음속에서 완전히 끊어버리는 순간, 그 관계가 남길 수 있었던 의미까지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나온 인연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너무 쉽게 지워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그 안에서 내가 배워야 할 것을 외면한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nbsp;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묻는 데 있다. 우리는 종종 인간관계를 문제 삼을 때 상대를 바꾸려 한다. 저 사람이 왜 저럴까,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할까. 하지만 저자는 시선을 거꾸로 돌린다. 내가 먼저 마음을 닫고 있지는 않았는지, 상처받기 싫어서 거리를 두고 있지는 않았는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상대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았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피하기 어렵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nbsp;  50대쯤 되면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게 된다. 경험이 쌓였고, 판단 기준도 생겼고, 웬만한 상황에서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안다’는 것과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않고,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외면하며 살아간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인간관계라는 점을 인정하는 순간, 이 책의 메시지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nbsp;  요즘 세상은 참 빠르다. 연결은 쉬워졌고, 관계를 맺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그만큼 관계는 얕아졌고 신뢰는 더 어려워졌다. 성과는 혼자서도 낼 수 있지만 결국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는 사람이 남는다. 누가 내 곁에 있는지, 내가 누구의 곁에 서 있는지가 삶의 무게를 결정한다. 이 책은 그 너무나 당연하지만 자주 잊고 사는 사실을 다시 붙잡게 만든다.  &nbsp;  결국 이 책은 인간관계에 대해 화려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이미 알고 있는 질문을 외면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읽는 내내 즐겁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연락 끊긴 지 오래된 몇몇 얼굴이 떠오르고, 먼저 연락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정도 변화라면 이 책이 내게 건넨 이야기는 충분히 값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nbsp;  #사람을얻는힘 #인간력 #관계의기술 #인간관계 #인간관계통찰 #북플레저 #가까우면뜨겁고멀면춥다 #인간관계는화로를앞에둔것]]></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4/56/cover150/k872137863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645690</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전쟁은 곧 피와 보물, 무엇을 기억하겠는가? -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 폭력이 펼쳐지는 시대마다 누가 숨은 이득을 챙기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35579</link><pubDate>Sat, 07 Mar 2026 13: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355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5052&TPaperId=171355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64/61/coveroff/k35213505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5052&TPaperId=171355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 폭력이 펼쳐지는 시대마다 누가 숨은 이득을 챙기는가</a><br/>던컨 웰던 지음, 윤종은 옮김 / 윌북 / 2026년 02월<br/></td></tr></table><br/><br><br>&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이 책의 원제 『피와 보물(Blood &amp; Treasure)』은 시작부터 꽤 노골적이다. 전쟁과 약탈의 본질을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묶어놓은 제목이 또 있을까 싶다. 처음에는 다소 과격하게 느껴지지만 책장을 몇 장 넘기다 보면 곧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도발적인 제목이야말로 저자가 던지려는 질문을 가장 정확하게 압축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분명 피를 부른다. 그런데 역사 속에서 전쟁은 때로 보물도 낳았다. 물론 그 보물은 단순한 금과 은이 아니다. 제도와 유인, 그리고 경제 구조의 변화라는, 조금 더 복잡하고 위험하며 동시에 흥미로운 것들이다.  &nbsp;  이 책은 바이킹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경제사를 추적한다. ‘폭력 전문가’들에 의한 무력 충돌이 세계 권력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며, 갈등의 경제학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탐구한다. 전쟁이 막대한 인명 피해와 비용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긴 역사 속에서 인간 사회의 제도와 경제 발전을 이토록 강하게 밀어붙인 힘도 또 드물다. 전쟁은 국가를 일으켰고, 국가는 다시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 비용이 커질수록 조세 제도와 국가 조직, 국채 시장은 함께 성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파괴적으로 변할수록 국가의 경제 체제는 점점 더 정교해졌다.  &nbsp;  저자 던컨 웰던은 전쟁을 영웅담이나 도덕적 비난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왜 이런 선택이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경제학적 시각으로 인간 행동의 숨은 인과관계를 추적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다만 무대가 일상 대신 역사라는 점이 다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역사판 프리코노믹스’라고 부를 만하다. 각 장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경제학적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독자의 직관을 은근히 흔들어 놓는다.  &nbsp;  책은 중세 영국의 데인겔드 이야기로 시작한다. 데인겔드는 영국 왕들이 바이킹의 침략을 막기 위해 바친 일종의 조공이다. 물론 이 돈은 왕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농민들의 세금으로 마련되었다. 경제학 교과서식으로 보면 세금은 대체로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소로 설명된다. 그런데 저자는 흥미로운 점을 지적한다. 데인겔드가 징수되던 시기가 오히려 영국 경제가 비교적 활기를 띠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세금을 감당해야 하는 압력이 농민들의 생산성 향상을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폭력의 그림자 아래에서 오히려 교환과 분업이 촉진되었다는 설명은 조금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nbsp;  2장에서는 칭기즈칸이 뜻밖의 별명을 얻는다. 바로 ‘세계화의 아버지’이다. 몽골 제국은 초기의 파괴적인 정복 이후 광대한 지역에 일정한 질서를 만들었고, 그 덕분에 동서 간 육로 무역이 한 세기 가까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유럽인들이 아시아 상품에 눈을 뜨게 된 것도 이 시기였다. 이후 육로 무역이 어려워지자 유럽은 자연스럽게 해상 항로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몽골 제국이 대항해 시대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익숙한 역사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은 분명하다. 칼과 말발굽이 남긴 것이 폐허만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nbsp;  신대륙 이야기에 이르면 또 하나의 통념이 흔들린다. 금과 은을 잔뜩 손에 넣은 스페인이 왜 결국 경제적으로 쇠퇴했는가 하는 문제이다. 남미의 은이 유럽으로 대량 유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제도 개혁에 실패했고 결국 재정 위기를 반복했다. 풍부한 자원이 오히려 정치적 견제와 균형을 약화시켰다는 설명이다. 결국 문제는 ‘얼마나 많은 자원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어떤 제도 속에서 그것을 운용하는가’이다. 전리품은 잠깐이지만 제도는 오래 남는다.  &nbsp;  기후 변화와 마녀사냥의 관계를 다룬 장도 흥미롭다. 얼핏 보면 집단적 광기에 가까운 마녀사냥 역시 사실은 생존 압박이라는 구조적 조건과 맞물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듣고 나면 오늘날의 국제 갈등 역시 단순히 몇몇 지도자의 성격이나 광기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의 갈등 뒤에는 대개 더 복잡한 구조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br>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은 해적 이야기를 다룬 부분이다. 법도 재판도 없는 해적선에서 의외로 정교한 조직 운영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보상 체계와 신호 구조가 명확하면 반란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듣다 보면 현대 기업 조직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폭력 집단이 오히려 꽤 합리적인 유인책 설계를 했다는 사실은 묘하게 씁쓸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nbsp;  이 책의 접근은 어디까지나 경제학적이다.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총력전을 다루는 부분에서도 도덕적 비판보다는 경제적 동원 체제의 효율성이 강조된다. 이런 분석은 다소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관심을 두는 것은 선악의 판단이 아니라 행동을 만들어내는 유인 구조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전쟁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특정한 제도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설명은 어디까지나 분석일 뿐 권유가 아니다. 문제는 이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때 생긴다.  &nbsp;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내란을 두둔하거나 강경한 물리적 충돌을 불가피한 선택처럼 말하는 목소리가 등장한 적이 있다. 국가의 위기나 경제적 침체를 이유로 “큰 충격이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이다. 역사 속 전쟁이 제도 발전을 낳았으니 어느 정도의 폭력은 필요악이라는 논리와 닮았다.  &nbsp;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결론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폭력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어떤 제도가 만들어졌는가이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과 왜곡된 유인이 지배하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큰 충격이 가해져도 발전 대신 파탄이 반복된다. 신대륙의 은을 움켜쥐고도 재정 파탄에 이른 군주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폭력은 자동으로 진보를 낳지 않는다. 제도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폭력은 공동체를 더 약하게 만들 뿐이다.  &nbsp;  전쟁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태도는 어쩌면 ‘보물’만 보고 ‘피’를 지워버리는 편리한 기억 방식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득을 얻었다면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피와 보물의 관계는 풍선효과와도 비슷하다. 경제학적 분석은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차가움은 일종의 경고이기도 하다. 유인이 왜곡되면 개인은 합리적으로 행동하더라도 집단은 비극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nbsp;  저자 던컨 웰던은 『이코노미스트』와 BBC에서 활동한 저널리스트이자 경제학자이다. 영란은행과 자산운용, 공공정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워릭대학교 세계경제 비교우위 분석센터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런 이력이 보여주듯 그의 논의는 상당히 촘촘하다. 모든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반박하려면 그만큼의 근거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 지닌 가장 건강한 특징이다.  &nbsp;  이 책은 전쟁의 승패를 묻지 않는 대신 전쟁이 남긴 제도적 흔적을 추적한다. 누가 이겼는가보다 무엇이 바뀌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오늘의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총성과 함성이 아니라 어떤 유인을 설계하고 어떤 제도를 지켜내느냐이기 때문이다.  &nbsp;  결국, 이 책이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피와 보물 중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역사는 언제나 전쟁의 명분보다 그 결과를 더 오래 기억한다. 오늘날 중동의 긴장을 키우며 전범 논란에까지 이름이 오르는 트럼프와 네탄야후의 사례는 실정을 덮느라 보물조차 약속하지 못하는 전쟁이 결국 어떤 평가로 남게 되는지를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nbsp;  #돈의흐름 #돈의역사 #역사서 #눈에보이지않는전쟁과돈의역사 #피와보물 #프리코노믹스 #freakonomics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64/61/cover150/k35213505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646138</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맑스의 자본 강의 -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amp;lt;자본&amp;gt; 강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20663</link><pubDate>Sat, 28 Feb 2026 16: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2066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85695&TPaperId=171206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57/98/coveroff/893648569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85695&TPaperId=1712066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lt;자본&gt; 강의</a><br/>데이비드 하비 지음, 강신준 옮김 / 창비 / 2011년 04월<br/></td></tr></table><br/><br>저자는 영국 출신의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이자 사회이론가로, 도시·공간·자본주의를 결합해 분석하는 세계적 석학이며, 자본의 축적 논리를 공간 구조(도시화·부동산·금융·제국주의) 속에서 해석한 이론가로 유명하다. 그는 자본주의를 단순한 경제 체제가 아니라 도시, 국가, 정치, 문화, 일상생활 전체를 재구성하는 구조적 시스템으로 파악했고, 『자본의 한계(The Limits to Capital)』, 『신자유주의의 역사(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반란의 도시(Rebel Cities)』 등을 통해 신자유주의, 금융화, 불평등, 도시 공간의 계급화를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특히 『맑스 &lt;자본&gt; 강의』에서는 난해한 『자본론』을 현대 자본주의 현실과 연결해 해설하며, 맑스를 고전 텍스트가 아니라 지금도 작동하는 비판 이론으로 복원한 해설자로 평가받는다.  &nbsp;  이 책은 단순한 강의 해설서가 아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기’에 앞서 ‘이해’를 먼저 요구하는 꽤 집요한 안내서이다. 2010년 출간 당시에도 시의성이 있었지만 15년이 흐른 지금 자본주의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벌어진 정치적 격변과 도널드 트럼프 현상을 떠올려보면 하비의 문제 제기는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돈이 삶을 지배하는 수준을 넘어 민주주의의 형식까지 흔들 수 있다면, 그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nbsp;  책은 상품에서 출발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는 돈이 아니라 ‘상품의 집합’으로 나타난다.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동시에 지니지만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우리의 관심은 점점 교환가치, 곧 가격으로 쏠린다. 서로 다른 물건이 일정한 비율로 교환될 수 있는 이유를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대목은 가격표 뒤에 숨어 있는 노동의 흔적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그 숫자를 자연스러운 질서로 받아들인다. 하비가 짚어내는 상품 물신성은 바로 이 지점, 인간이 만든 관계를 자연법칙처럼 믿어버리는 착시를 가리킨다. 익숙함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nbsp;  교환과 화폐의 분석은 시장을 더 이상 순진하게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교환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 사이의 거래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사적 소유와 법적 인정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화폐는 단순한 편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매개이다. 상품–화폐–상품의 순환에서 돈은 수단이지만 화폐–상품–화폐′의 구조에서는 더 많은 돈이 목적이 된다. 이 전환이 자본주의의 본질을 드러낸다. 돈이 삶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삶이 돈의 증식을 돕는 장치로 바뀌는 순간이기 때문이다.<br>자본의 일반적 정식 G-W-G′을 따라가면 이윤의 비밀이 드러난다. 단순한 유통 과정에서는 가치가 늘어나지 않는다. 잉여가치는 생산 영역에서, 특히 노동력이라는 특별한 상품을 통해 창출된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 ‘결과’가 아니라 일정 시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다. 임금은 그 능력을 유지하는 비용일 뿐, 노동자가 실제로 만들어낸 가치 전체를 반영하지 않는다. 노동시간은 필요노동과 잉여노동으로 나뉘고 그 차이가 자본의 몫이 된다. 월급이 정당한 보상이라는 익숙한 생각이 조금은 흔들리는 대목이다.  &nbsp;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구분은 자본이 실제로 어디서 증식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기계와 원자재는 자신의 가치를 이전할 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오직 노동력만이 그 이상을 만들어낸다. 잉여가치율, 노동일의 연장, 상대적 잉여가치의 확대라는 개념들은 자본이 노동을 어떻게 조직하고 압박하는지 설명한다.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 역시 중립적 진보가 아니라, 필요노동을 줄이고 잉여노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효율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낯설어진다.  &nbsp;  협업과 분업, 매뉴팩처와 대공업, 그리고 기계의 도입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의 자동화와 플랫폼 노동을 떠올리게 한다. 협업은 연대의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통제와 관리의 정교한 방식이 될 수 있다. 분업은 효율을 높이지만 노동자를 전체 과정에서 분리시키고 대체 가능한 존재로 만든다. 기계는 인간을 해방시키는 동시에, 자본의 논리 아래에서는 인간을 기계의 리듬에 종속시킨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편입된 체제라는 점이 또렷해진다.  &nbsp;  임금과 단순재생산, 축적의 논의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스스로를 반복·확대하는지를 보여준다. 노동자는 임금을 통해 다시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자본은 잉여가치를 축적해 규모를 키운다. 축적은 선택이 아니라 강제이며, 경쟁 속에서 자본가는 멈출 수 없다. 산업예비군의 존재는 실업과 불안정이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일부임을 드러낸다. 성장의 이면에 상대적 빈곤과 집중이 뒤따르는 이유도 이 맥락에서 이해된다.  &nbsp;  마지막으로 본원적 축적의 분석은 자본주의의 출발 신화를 재검토하게 한다. 성실과 절약의 미담 대신, 토지로부터의 추방과 박탈, 제도화된 폭력의 역사가 놓여 있다. 자유로운 계약이라는 말은 이미 생산수단과 분리된 존재를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는 자연스러운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체제임을 상기시킨다.  &nbsp;  이 책의 의의는 단순히 『자본』을 쉽게 풀어냈다는 데 있지 않다. 하비는 자본주의를 도덕적으로 규탄하기보다, 그 운동 법칙을 차분히 해부한다. 왜 위기가 반복되는지, 왜 불평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지, 왜 돈의 논리가 정치와 일상 깊숙이 스며드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그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집값 그래프나 주가 지수, 월급 명세서와 뉴스 속 국제 정세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nbsp;  이 책은 자주 들어 귀에 익숙하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 선뜻 이해되지 않던 용어들과 두꺼운 분량으로 사회과학 지식이 일천한 헛똑똑이 필자를 불편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사유의 시작이다. 자본주의를 “원래 그런 것”으로 넘기지 않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묻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다른 자리에 서게 된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세계정세와 경제 현실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분노나 체념 대신 독수리처럼 맑은 눈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일독할 가치가 있다. 자본주의의 민낯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싸우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분명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157/98/cover150/893648569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579803</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가짜 정보에 속지 않는 꿀팁 - [주의! 거짓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 가짜 정보와 허위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팩트 체크의 기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01847</link><pubDate>Thu, 19 Feb 2026 22: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0184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72135313&TPaperId=1710184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96/23/coveroff/k07213531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72135313&TPaperId=1710184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주의! 거짓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 - 가짜 정보와 허위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 팩트 체크의 기술</a><br/>앨릭스 에드먼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01월<br/></td></tr></table><br/><br>역사상 가장 고상한 ‘읽씹’ 사건은 아마 이 장면일 것이다. 로마 총독 폰티우스 필라테가 예수 앞에서 “진리가 무엇이냐?”라고 물어놓고는,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난 일이다. 이런 질문은 철학 교양 수업 첫 시간에 나올 법한데, 태도는 이미 답을 정해놓은 사람의 그것이다. 이를 두고 400년 전 프란시스 베이컨은 ‘인간이란 진실 자체보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더 사랑하는 존재’라고 꼬집었다. 그의 말은 오늘날 스마트폰을 쥔 우리의 모습과 겹친다. 보고 싶은 기사만 읽고, 듣고 싶은 주장만 공유하며, 마음에 드는 해석에만 ‘좋아요’를 누르며, 심지어는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만 어울리는 일상 말이다. 윈스턴 처칠의 표현처럼 거짓이 세상을 반 바퀴 도는 동안 진실은 아직 바지를 입는 중인 세상이다. 요즘은 바지에 벨트를 매기도 전에 타임라인이 이미 점령당하는 느낌이다.  &nbsp;  이런 시대적 환경에 어울리는 이 책이 등장한다. 책 제목은 마트에서 흔히 보는 식품 경고문과 같은 형식이다. 원래 이 문구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섞였을 가능성을 알리기 위해 붙는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와 미국, 유럽 연방의 제도 정비 와중에서 자리 잡은 표현이다. 흠결을 완벽하게 없앨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숨기지 않겠다는 일종의 양심선언인데, 저자는 이 경고문을 정보에 응용했다. 뉴스에도, 연구 결과에도, 그래프에도 “거짓이 조금 섞여 있을 수 있음”이라는 스티커를 붙여보자는 제안이다.  &nbsp;  <br>책은 한때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1만 시간의 법칙’부터 건드린다. 1만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정상에 설 수 있다는 달콤한 공식이다. 듣기에는 참 희망이 차오른다. 하지만 연구의 표본과 맥락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복잡해진다. 재능과 환경이라는 변수를 지운 채 노력만 남긴 서사는 깔끔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프로 골퍼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을 채우겠다고 인생을 갈아 넣었지만 통장 잔고와 허리 통증만 남은 ‘댄’의 사례를 읽다 보면 웃음이 나다가도, 괜히 내 이야기 같아 뒤통수를 긁적이게 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배웠지만, 가끔은 노력이 “미안, 이번 판은 여기까지” 하고 손절하는 순간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nbsp;  경제경영 베스트셀러에 대한 분석도 통쾌하다. 이미 성공한 기업만 모아 공통점을 찾아내는 이른바 생존자 편향이다. 살아남은 기업의 습관을 정리해 놓고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고 말하는 방식이다. 마치 로또 1등 당첨자의 아침 루틴을 분석하며 “역시 새벽 기상이 답이었다”고 결론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실패한 수많은 사례는 애초에 분석표 밖에 있다. 화살을 먼저 쏘고 나서 나중에 그 자리에 동그라미를 그려 넣는 셈이다.  &nbsp;  모유 수유와 지능의 상관관계 이야기도 흥미롭다. 겉으로 보면 “모유가 아이를 더 똑똑하게 만든다”는 결론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뜯어보면 사회경제적 환경이라는 변수가 숨어 있다. 모유 수유가 가능한 가정의 여건이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우리는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쉽게 착각한다. 자연이 최고라는 믿음이 과학적 검증을 대신하는 순간이다. 단순한 설명은 늘 달콤하다.  &nbsp;  확증편향의 사례는 웃기면서도 서늘하다. 처음부터 범인을 정해놓고 그에 맞는 증거만 모으는 ‘답정너’ 수사처럼, 우리 역시 이미 결론을 내려놓고 정보를 고른다. 나와 같은 편의 실수는 “맥락이 있다”고 감싸고, 반대편의 실수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단정한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현실은 거기에 맞춰 편집된다. 이쯤 되면 빌라도의 질문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묻기는 묻되, 들을 생각은 없는 태도이다.  &nbsp;  저자는 다행히도 훈계만 늘어놓지는 않는다. 수업 중 과거에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이론을 인용했던 경험을 솔직히 인정한다. 그리고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쿠바 침공 실패 이후 참모들의 조언을 수용하여 의사결정 방식을 바꾼 존 F. 케네디의 사례처럼, 일부러 반대 의견을 회의 안으로 들여오는 태도이다. “그거 정말 확실한건가”라고 묻는 사람이 옆에 있어야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듣기에는 좀 성가시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가장 고마운 친구 유형이다.  &nbsp;  결국 이 책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세상에 널린 정보에는 ‘거짓 함유 가능’ 표시가 붙어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치킨을 주문할 때도 별점 낮은 리뷰부터 확인하면서, 왜 뉴스와 연구 결과는 제목만 보고 공유하는지 돌아보게 된다. 버튼을 누르기 전 3초만 멈추는 습관, “이거 진짜 맞나?”라고 자신에게 묻는 태도 말이다.  &nbsp;  결국, 이 책은 세상을 불신하라고 부추기지 않는다. 다만 우리 머릿속에 작은 경고문 하나를 붙여준다. 이런 생각에도, 이런 확신에도, 이런 분노에도 거짓이 조금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당부이다. 웃으며 읽다가도 슬며시 뜨끔해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br>#가짜정보 #허위선동 #확증편향 #주의거짓이포함되어있을수있음 #위즈덤하우스 #가짜뉴스 #팩트체크 #카더라 #속지않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96/23/cover150/k07213531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962302</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면역의 기본, 체온 유지 - [체온회복력 - 아파서 시작한 일, 몸을 살리는 회복의 비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095591</link><pubDate>Mon, 16 Feb 2026 10: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09559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5314&TPaperId=1709559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96/57/coveroff/k55213531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5314&TPaperId=1709559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체온회복력 - 아파서 시작한 일, 몸을 살리는 회복의 비밀</a><br/>박희연 지음 / 바이북스 / 2026년 02월<br/></td></tr></table><br/>&nbsp;가뜩이나 운동을 멀리하던 내가 오십 대 중반이 되자, 건강은 더 이상 ‘관리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지키지 않으면 무너지는 것’이 되었다. 예전에는 며칠 무리해도 금세 회복되었지만, 이제는 한 번 컨디션이 떨어지면 오래 간다. 손발이 차고,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으며, 이유 없이 짜증이 쌓이는 날이 잦아졌다. 휴양지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와도 하루는 꼬박 쉬어야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쯤 되니 건강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가 된다. 그런 시점에 읽은 『체온회복력』은 단순하지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몸은 따뜻한가.”  &nbsp;  저자 박희연은 두 차례 유산의 후유증과 오랜 통증, 암 투병, 불면과 우울을 지나며 몸의 근본 조건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붙잡은 실마리는 다름 아닌 ‘체온’이다. 체온이 1도만 떨어져도 면역력은 크게 요동친다는 말처럼, 몸이 차가워지면 혈액과 림프의 순환이 둔해지고, 순환이 막히면 결국 면역과 회복력도 함께 떨어진다. 설명 자체는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생활의 기본에 가까운 익숙한 이야기다. 그러나 중년의 몸으로 읽으니 그 익숙함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늘 무엇을 더 먹을지, 어떤 영양제를 추가할지 고민하면서도, 정작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가장 단순한 원칙은 소홀히 해 온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br>책은 체온 회복을 위한 네 가지 축을 제시한다. 따뜻함, 수면, 순환, 그리고 스트레칭이다. 배와 하복부를 따뜻하게 하는 습관, 깊은 잠을 위한 환경 만들기, 굳은 근육을 풀어 주는 스트레칭, 과하지 않은 운동. 특별한 비법이라기보다 꾸준함을 요구하는 생활 태도에 가깝다. 읽다 보면 “이 정도야 알고 있지”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나는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 알고 있다는 사실과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르다. 우리는 종종 ‘알고 있다’는 감각 속에서 안심할 뿐, 실제로는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nbsp;  마침 최근 다녀온 단체 연수에서 이 책의 내용과 묘하게 겹치는 경험을 했다. 평소 혈압과 비만 등 성인병으로 고생하던 한 동료가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오랫동안 즐겨 먹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사상의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식단을 바꾸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 위주로 식사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보면 그는 유난히 음식을 가려 먹었다. 그러나 그 변화는 분명했다. 20년째 몸에 이로운 음식만 섭취한 결과, 성인병 증상이 모두 사라졌고 6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체온회복력』의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체질이 다르면 필요한 음식과 관리법도 다르듯, 몸의 회복력 역시 각자의 조건에 맞게 길러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남들이 좋다는 방법을 무작정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게 돌보는 일이다. 저자가 강조하듯 회복의 주체는 외부의 처방이 아니라 자기 몸이다.  &nbsp;  책에 소개된 다양한 회복 사례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계단을 오르지 못하던 노인이 다시 걷기 시작하고, 오랜 불면에 시달리던 이가 숙면을 되찾으며, 요실금과 전립선 문제로 고통받던 이가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은 거창한 기적이라기보다 생활의 방향을 바꾼 결과로 그려진다. 체온을 올리고 순환을 돕는 습관을 꾸준히 이어가자 몸이 서서히 반응했다는 이야기다. 속도는 느릴지라도 방향이 맞으면 몸은 응답한다는 믿음이 책 전반에 흐른다. 이를 실현할 방법으로 직접 개발하여 특허를 획득한 온열 매트, 팥 찜질 팩, 좌훈음파 운동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nbsp;  다만 아쉬움도 남는다. 건강을 회복한 사례들이 책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독자의 집중을 다소 흩트리는 인상을 준다. 이 책이 엄밀한 학술 이론서라기보다 저자의 실천 경험과 현장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보다 밀도 있는 논증이나 체계적 분석을 기대한 독자라면 유사한 사례의 반복에서 약간의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아무리 유익한 건강 회복의 팁이라도 잦은 반복은 신선함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nbsp;  또한 저자가 ‘들꽃잠’이라는 브랜드로 건강 회복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이 순수한 경험담을 넘어 자신의 사업 철학과 제품 활용 방식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기능을 일부 겸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독자에 따라 실천적 안내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다소 상업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nbsp;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십 대를 지나는 필자에게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건강은 약 하나로 해결될 문제도, 단기간의 다이어트로 끝날 일도 아니다. 체온을 지키는 일, 체질에 맞는 음식을 선택하는 일, 잠을 제대로 자는 일은 결국 자신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체온회복력』은 새로운 유행을 제시하는 책이라기보다, 건강한 삶의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권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기본은 생각보다 깊다.  &nbsp;  연수에서 만난 동료의 변화와 이 책의 메시지를 겹쳐 보며 깨닫는다. 건강은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신호를 존중하는 작은 선택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따뜻함을 회복하는 일은 단순히 체온을 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중년 이후의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지탱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속도를 내기보다 방향을 점검할 나이다. 그 방향의 출발점에 ‘따뜻한 몸’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일러준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96/57/cover150/k55213531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965780</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딱~! 한 가지만 바꿔보자 인생 - [관성 끊기 - 반복된 문제를 부수는 최소한의 행동 설계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085844</link><pubDate>Wed, 11 Feb 2026 18: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08584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5589&TPaperId=1708584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15/12/coveroff/k91213558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5589&TPaperId=1708584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관성 끊기 - 반복된 문제를 부수는 최소한의 행동 설계법</a><br/>빌 오한론 지음, 김보미 옮김 / 터닝페이지 / 2026년 01월<br/></td></tr></table><br/><br>50대 후반으로 접어드니 ‘변화’라는 단어만 봐도 어깨가 먼저 굳어온다. 젊을 때야 뭐든 마음먹으면 될 것 같았지만, 이제는 마음먹는 것 자체가 이미 에너지 소모다. 관성이라는 놈은 나이를 먹을수록 중력 가속도처럼 세진다. 출근하자마자 마시는 커피 한 잔, 늘 같은 위치의 지하철 탑승구, 괜히 습관처럼 켜는 뉴스 채널. 특별히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요즘 잘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상태다. 그런 중년에게 이 책은 인생을 바꾸라며 소리치지 않는다. “지금 하던 것 중에서 하나만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묻는다. 솔직히 말해 이 정도 요구라면 일단 앉아서 들어볼 마음이 생긴다.  &nbsp;  이 책은 자기계발서치고는 목소리가 크지 않은 편이다. 왜 인생이 이렇게 되었는지 따지지도 않고, 어린 시절의 상처나 성격 결함을 굳이 불러내지도 않는다. 대신 “그래도 가끔은 괜찮았던 적 있지 않았나요?”라고 묻는다. 늘 미루다 우연히 일을 일찍 끝낸 날, 늘 짜증 나던 회의에서 이상하게 조용히 넘어간 순간. 저자는 그런 예외의 순간을 집요하게 붙잡는다. 문제를 이해하는 데 반평생을 써온 중년에게 이 접근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이해는 충분히 한 것 같은데 인생은 별로 안 바뀌었기 때문이다.<br>책의 주장은 일관되게 단순하다. 설명은 줄이고 행동을 바꾸라는 것이다. 해석은 그대로 둔 채 반응만 살짝 어긋나게 해보라는 이야기다. 늘 할 말을 참았다면 한번 말해보고, 늘 따졌다면 이번엔 그냥 넘겨보라는 식이다. 물론 말은 쉽다. 반세기 동안 굳어진 행동 하나를 비트는 게 어디 쉬운가. 허리를 삐끗하고 나서야 자세를 고치는 것처럼, 관성은 늘 통증과 함께 깨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그걸 몰라서 안 했겠나” 싶은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nbsp;  그럼에도 이 책이 덜 얄밉게 느껴지는 이유는 완벽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태어나 새 인생을 살라고 하지도 않고, 새벽 다섯 시 기상이나 인생 목표 재설정 같은 잔인한 주문도 없다. 방 전체를 치우지 못하겠으면 책상 위 볼펜 하나만 다른 곳에 놓아보라는 정도다. 오프라 윈프리가 이 책을 두고 “사람을 훈계하지 않고 움직이게 만든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던 김 부장 같은 중년에게 훈계는 이미 과다 복용 상태다.  &nbsp;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 역시 극적이지 않다. 부부 갈등에서 늘 변명부터 하던 사람이 그날만큼은 아무 말 없이 상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는 경우, 직장에서 상사의 지적을 들을 때 자동으로 반박하던 사람이 메모만 하며 끝내는 선택, 운동을 미루던 사람이 헬스장 등록 대신 집 앞을 10분만 걷는 행동으로 시작하는 장면, 불안해질 때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사람이 잠시 창밖을 보며 숨을 고르는 순간, 가족 모임에서 늘 말이 많아 분위기를 흐리던 사람이 그날만큼은 판단을 보류하고 질문만 던져보는 경우들이다. 저자는 이런 사소한 어긋남이 자동화된 패턴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를 깊이 이해해서가 아니라, 문제가 잠시 멈췄던 방식을 다시 써먹음으로써 말이다.  &nbsp;  다만 아쉬움도 분명하다. 행동을 바꾸면 삶이 바뀐다는 논리는 매력적이지만, 세상일이 늘 개인의 선택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중년은 이미 몸으로 배웠다. 직장은 여전히 답답하고, 몸은 예전 같지 않고, 관계는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책에 나오는 사례들 역시 대체로 아직 선택지가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무리 다르게 행동해도 결과가 비슷한 날들, 즉 관성을 비틀 여지조차 없는 상황에 대한 성찰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읽다 보면 변화하지 못한 책임이 다시 독자에게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안 바뀌는 건 결국 당신이 덜 바꿨기 때문 아니냐”는 뉘앙스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한다.  &nbsp;  그런데도 책을 덮고 나면 질문 하나가 남는다. 정말 우리는 모든 걸 이해해야만 바꿀 수 있었던 걸까. 이해하느라 바쁘기만 했지 사실 아무것도 바꾸지 않은 건 아니었을까. 인생을 통째로 바꾸라는 말에는 이제 웃음부터 나오지만, 오늘 하던 것 중 하나쯤은 다르게 해보라는 제안에는 괜히 뜨끔해진다. 결국 이 책이 중년의 삶을 단번에 뒤집어 놓지는 않는다. 대신 반세기 동안 켜켜이 쌓인 관성을 살짝 긁고 지나간다. 그 금이 크게 갈라질지, 그냥 잔흔으로 남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기까지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균열쯤은 “그래, 이 나이에 이 정도면 선방이지” 하고 한 번쯤 감내해볼 만하지 않을까.  &nbsp;  #터닝페이지 #관성끊기 #행동변화 #자기계발 #문제인식부터 #덜외롭자면_변화해야]]></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15/12/cover150/k91213558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151231</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네 잘못 아니야 뇌 잘못이야 -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 인류가 나아지지 못하는 7가지 이유와 그럼에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073803</link><pubDate>Thu, 05 Feb 2026 20: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0738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5915&TPaperId=170738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68/54/coveroff/k55213591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5915&TPaperId=170738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 인류가 나아지지 못하는 7가지 이유와 그럼에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a><br/>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01월<br/></td></tr></table><br/>&nbsp;우리는 변하고 싶다는 말을 참 쉽게 한다. 새해만 되면 어김없이 결심을 다짐하고, 삶이 꼬이는 순간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이번엔 진짜야”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삶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 늘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한숨만 거듭 쉬게 된다. 슈테판 클라인의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원제: 왜 변화는 이토록 어렵고, 어떻게 가능해지는가)』는 바로 이 익숙한 좌절의 지점에서 독자를 붙잡아 세운다. 그리고 묻는다. “왜 변하지 못했는지를 따지기 전에, 왜 변화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제대로 이해해 본 적은 있는가?”  &nbsp;  이 질문에 은근히 마음이 찔린다. 우리는 보통 변하지 못하면 자책하며 자신을 몰아붙인다. 의지가 약해서 그렇고, 절실하지 않아서 그렇고, 결국은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결론을 낸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익숙한 자기 비난의 방향을 슬쩍 틀어 준다. 클라인은 변화의 실패를 개인의 나약함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를 들이밀면서 인간이 애초에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라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변화를 꺼리는 건 성격 탓이 아니라 기본 설정값에 가깝다는 이야기다.<br>단일 기관으로서 신체 에너지의 무려 20%를 소모하는 우리의 뇌는 새로운 가능성보다 익숙한 반복을 좋아한다. 이미 해본 행동, 이미 살아 본 방식이 훨씬 적은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반대로 변화는 언제나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잘 될 수도 있지만, 망할 수도 있다. 뇌 입장에서는 굳이 모험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기존의 습관을 깨려는 순간, 괜히 피곤해지고 귀찮아진다. “오늘은 그냥 접고 내일부터 하자”라는 생각이 스르르 올라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걸 알고 나면 그동안 자신에게 던졌던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없을까”라는 질문이 조금은 우스워진다. 아, 이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어진다.  &nbsp;  문제는 우리가 이 사실을 자주 까먹는다는 데 있다. 알면서도 못 하는 자신을 못 견뎌 한다. 그래서 더 굳게 다짐하고, 더 독하게 마음먹으려고 한다. 하지만 클라인은 오히려 그런 태도가 변화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변화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부분이 자동화된 습관에 의해 굴러간다. 기상 시간, 식사 패턴, 일하는 방식, 쉬는 방법까지 대부분은 ‘늘 하던 대로’다. 여기에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자기 인식, 가족과 조직이 기대하는 역할, 사회가 요구하는 속도까지 얹히면 개인의 변화는 금세 제자리로 끌려온다.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삶 전체가 원래 방향으로 계속 밀고 있기 때문이다.  &nbsp;  그래서 이 책은 거창한 변화 계획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인생을 통째로 바꾸겠다는 선언 대신, 아주 작은 이동을 반복하라고 말한다. 자신과 싸우기보다 환경을 조금 손 보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의지가 약해서 운동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운동화가 눈에 안 띄는 자리에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한 가지, 과거로의 회귀를 실패로 취급하지 말라고 말한다. 변화는 직선 코스가 아니라 앞으로 갔다가 뒤로도 오고 옆길로도 새는 곡선에 가깝다. 중요한 건 한 번에 성공하는 게 아니라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nbsp;  이 책을 읽고 나면 묘한 안도감이 남는다. 그동안 변하지 못했던 이유가 비로소 설명되기 때문이다. 더 굳게 마음먹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 조금 덜 자신을 몰아붙여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사소한 방향 전환 하나가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당장 달라져야 한다”고 재촉하지 않는다. 변화는 결단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문제라는 점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변화에 성공한 사람들의 화려한 무용담이 아니라 늘 작심삼일을 반복해 온 우리 모두를 위한 변화의 이야기다.  &nbsp;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교실 풍경을 떠올렸다. 남자고등학교 교사로서, 우주 정복보다 더 어렵다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 길들이기와 학업 향상을 눈앞에 둔 학생들을 매일 마주한다. 밤늦게 게임 하느라 수업 시간마다 졸던 녀석이 어느 날부터 지각을 덜 하고, 숙제를 늘 안 해 오던 아이가 가끔이라도 내밀듯 제출하면 우리는 속으로 물개박수를 친다. 겉으로는 “이게 뭐 대단하냐” 하고 웃어넘기지만, 그 한 걸음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변하지 않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다. 이미 굳어진 리듬과 환경 속에서 조금씩 방향을 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이들에게 대단한 각오 대신 오늘보다 딱 5분만 빨리 잠자리에 들라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런 말이 어설픈 위로나 포기가 아니라, 인간을 제대로 이해한 데서 나온 가장 현실적인 조언임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nbsp;  #어크로스 #뇌는어떻게변화를거부하는가 #슈테판클라인 #네잘못아니야뇌잘못이야 #뇌도먹고살아야지 #뇌과학 #책추천 #책리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68/54/cover150/k55213591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685403</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