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jyooster님의 서재 (jyooster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23 May 2026 16:34:40 +0900</lastBuildDate><image><title>jyooster</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30247116236244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jyooster</description></image><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모두가 어우러지는 세상을 위하여 - [모여라! 퀴어 청소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87516</link><pubDate>Wed, 20 May 2026 14: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8751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6537&TPaperId=172875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13/28/coveroff/k222136537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6537&TPaperId=1728751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여라! 퀴어 청소년</a><br/>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 짱똘 지음 / 사계절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나는 평범한 50대 중년 남성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왔다. 내 아이들이 그저 남들처럼 무난하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만을 바랐던 여느 대한민국의 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반백 년을 살아오는 동안 내 주변에서 자기를 '성소수자'라고 밝힌 사람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텔레비전이나 뉴스, 혹은 멀리서 들려오는 이야기로만 간접적으로 접했을 뿐, 내 삶과는 꽤 거리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성 정체성의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내 자녀가 살아갈 세상은 내가 살아온 세상보다 훨씬 더 넓고 포용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더 이해심 많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작은 호기심과 책임감도 느꼈다.  &nbsp;  이 책은 어떤 유명한 작가나 권위 있는 학자가 외부자의 시선으로 분석한 딱딱한 이론서나 소설이 전혀 아니다. 대안학교에서 만난 퀴어 청소년 당사자 모임인 '짱똘' 소속의 아이들과 그들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 교사 '유랑'이 직접 겪고 써 내려간 가장 생생하고 진솔한 삶의 기록이다. ‘짱똘’ 모임은 ‘꼬꼬’라는 아이가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로 자신을 정체화하지 않는 사람)로 커밍아웃한 것을 계기로 결성되었다고 한다. 책은 이들이 학교 안팎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편견에 맞서 어떻게 서로의 손을 맞잡고 연대해 나가는지를 자세히 묘사한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내밀한 고민부터 시작하여 학교 내에 성 중립 화장실 도입을 논의하고 배제 없는 올바른 성교육을 요구하는 등 사회를 향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청소년들의 궤적이 참으로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책 속의 아이들은 단순히 기성세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연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머물지 않는다. 도리어 스스로 연대하며 자신들만의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놀랍도록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nbsp;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속에서는 묘한 뭉클함과 어른으로서의 미안함이 수시로 교차했다. 특히 아이들이 부모나 친구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커밍아웃'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 옴을 느꼈다. 만약 내 자식이 남들과 다른 정체성 때문에 홀로 밤잠을 설치고, 혹여나 가장 든든한 내 편이어야 할 가족에게마저 상처받을까 두려워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다면 아빠로서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나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자신하기 어려웠다. 평범한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려야 할 소속감과 안정감을 얻기 위해, 이 어린아이들은 매 순간 세상과 부딪히며 엄청난 용기를 내야만 했다. 한 번도 직접 마주 앉아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활자 너머로 전해지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친숙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내 아이들의 친구이자, 우리 곁에 숨 쉬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의 아이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nbsp;  나아가 ‘짱똘’ 아이들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겪는 갈등과 변화의 과정은 우리 기성세대에게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교사 유랑과 함께 아이들은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갈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을 만들고자 고군분투하고,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성교육 시스템을 열망한다. 50대 아재인 내 낡은 기준에서는 낯설고 때로는 '과연 학교에서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었던 문제들이, 누군가에게는 숨을 쉬고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음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깨달았다. 기성세대는 써먹기 좋은 방어논리로 "지금은 공부할 때다"라며 청소년들의 정체성과 인권을 나중으로 미루려 들기 일쑤다. 하지만 이 책은 청소년 시기의 퀴어들 역시 미래를 위해 견뎌야 하는 유령이 아니라, '지금 당장, 바로 여기에서' 온전한 나로서 존중받으며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강렬하게 항변하고 있다.  &nbsp;  다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일원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조심스레 드는 솔직한 안타까움도 있다. 책에도 아이들이 퀴어 문화 축제에 참여하며 연대감을 다지는 대목이 나오는데, 가끔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축제의 일부 모습은 다소 당혹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음지(?)에서 숨죽이던 이들이 광장으로 나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축하하는 그 본질적인 의미와 열정에는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때때로 현장에서 남녀의 성기를 지나치게 희화화하거나 자극적으로 상품화하여 전시하는 일부 행태들은 못내 아쉽다. 이런 과격한 표현 방식이 대중에게 성소수자의 진실한 삶과 내면을 보여주며 따뜻한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오히려 불필요한 거부감이나 ‘혐오’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차별 없는 시선으로 온전히 품어 안기 위해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대중의 보편적인 정서와 부드럽게 발맞추며 소통하려는 지혜로운 노력도 함께 더해졌으면 한다.  &nbsp;  이에 더해, 이 아이들이 훗날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어른이 되었을 때 맞닥뜨릴 현실을 생각하면 기성세대로서 약간의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일례로 태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은 관광 수입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성전환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취업의 문을 열어주고 생계 활로를 돕는 등 실질적인 제도적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성소수자들의 생존권이나 노동권, 나아가 이들을 사회적으로 포용할 정책에 대해 이렇다 할 명확한 견해 표명조차 주저하고 있으며 관련 제도 역시 턱없이 부실한 실정이다. 단지 성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취업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고 생계의 위협마저 느껴야 한다면, 책 속 아이들이 뿜어내던 그 눈부신 용기와 연대는 금세 시들어버릴지도 모른다. 개인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인식의 변화를 넘어, 이들이 평범한 시민으로서 경제 활동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 차원의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너무나도 시급하다.  &nbsp;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무한한 지지를 보내준 교사 '유랑'의 모습은 큰 울림을 주었다. 섣불리 어쭙잖은 잣대로 판단하거나 훈계하려 들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들어주고 곁에 서서 모진 비바람을 막아주는 든든한 나무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의 역할이자 부족한 제도의 틈새를 메워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포용일 것이다.   &nbsp;  결론적으로 이 책은 먹고사니즘에 밀려 성 정체성의 다양성 문제에 대해 잘 모르던 평범한 중년 아재에게도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보지 못했다는 핑계로 이들의 팍팍한 삶과 미래에 무관심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했고, 동시에 이토록 용감한 청소년들이 빚어갈 미래 사회에 대한 따뜻한 희망을 품게 했다. 만약 내 곁에, 혹은 내 자녀의 친구 중에 이런 치열한 고민을 안고 있는 아이가 조심스레 다가온다면 기꺼이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너의 모습 그대로 이미 충분히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주저 없이 말해줄 수 있는, 마음 넉넉한 아빠가 되고 싶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많은 학부모와 기성세대들, 그리고 정책을 입안하는 이들까지 이 책을 꼭 정독해 보기를 바란다. 우리가 서로의 다른 삶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지원을 위한 사소한 노력을 모을 때, 세상의 수많은 ‘짱똘’들이 마음껏 자기 모습대로 웃고 일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nbsp;  #사계절출판 #사뿐사뿐북클럽 #짱똘 #퀴어 #청소년 #함께사는세상]]></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13/28/cover150/k222136537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132836</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미국 이상주의의 실체 -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74078</link><pubDate>Wed, 13 May 2026 14: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7407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137213&TPaperId=172740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53/84/coveroff/k49213721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137213&TPaperId=1727407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a><br/>노암 촘스키.네이선 J. 로빈슨 지음, 심운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6년 04월<br/></td></tr></table><br/><br><br>어떤 지식인의 이름은 그 자체로 거대한 권력을 향해 끊임없이 울리는 '경고음'이 되기도 한다. 백 세를 앞둔 노학자 노엄 촘스키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이자 '미국의 양심'이라 불리는 그는 지난 반세기 넘게 미국 패권주의의 위선적인 가면을 벗기는 데 앞장서 왔다. 미국이란 나라는 늘 자신을 '세계를 구원할 선한 제국', ‘세계 질서를 구현할 빅 부라더’, ‘우주 최강 수퍼 파워’ 등으로 포장해 왔지만, 촘스키의 타협 없는 시선은 그 거대한 신화를 깨부수는 단단한 망치였다. 손자뻘인 로빈슨과 함께 펴낸 이 최신작은 평생 권력의 민낯을 고발해 온 그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던지는 묵직한 경고장이자 그의 사상을 집대성한 결정판이다.  &nbsp;  이 책이 겨누는 가장 뼈아픈 비판의 과녁은 '미국의 외교 정책이 민주주의, 자유, 인권이라는 고귀한 이상에 뿌리를 둔다'는 맹목적인 믿음이다. 미국의 팽창주의를 두둔하는 이들은 미국이 다른 나라에 입힌 막대한 피해를 두고 '선의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부작용'일 뿐이라며 변명해 왔다. 그러나 두 저자는 방대한 사료를 교차 검증하면서 이 모든 것이 철저히 꾸며진 기만임을 폭로한다. 미국은 건국 초기 잔혹한 원주민 학살로 이른바 '명백한 운명'을 실현했고, 20세기에는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곳곳에서 스스로 민주주의를 일구려 한 나라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과테말라 아르벤스 정부의 온건한 토지 개혁을 무너뜨리고,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독재 정권의 학살을 든든히 뒷받침한 일이 바로 그 증거다. 베트남 전쟁을 비롯한 숱한 무력 개입에서 미국의 이익에 거슬리는 다른 나라 국민은 언제든 짓밟아도 좋은 '부수적 피해'쯤으로 취급당했다.  &nbsp;  미국의 이중성은 국제법을 대하는 태도에서 '내로남불'의 극치를 드러낸다. 다른 나라의 국제법 위반에는 발 벗고 나서서 비난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전쟁 범죄를 처벌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가입을 거부하고 유엔 헌장조차 서슴없이 어긴다. 비밀리에 자금과 무기를 대주며 다른 나라 정부를 무너뜨리고 암살을 주도해 온 행태는, 거꾸로 자신들이 당했다면 곧장 전면전의 사유로 삼고도 남았을 명백한 범죄다. 더 절망스러운 것은 민주당이나 공화당 가릴 것 없이 미국의 지배층이 군산복합체와 거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이 파괴적인 제국주의를 수십 년 동안 묵인하고 합의해 왔다는 사실이다.  &nbsp;  그렇다면 왜 전 세계 시민은 물론이고 미국의 평범한 대중조차 막대한 세금을 갉아먹는 이 끔찍한 정책들을 묵인하는 걸까? 책은 그 이유를 권력자들의 '동의의 조작(Manufacturing Consent)'이라는 틀로 설명한다. 기밀 분류, 내부 고발자 기소, 언론을 동원한 교묘한 선전으로 대중은 진실에서 철저히 차단된다. 결국 정부에게 길든 대중은 복잡한 국제 정치를 엘리트의 몫으로 떠넘긴 채, 자신을 '일밖에 모르는 꿀벌'로 전락시키고 만다.  &nbsp;  이러한 비판적 통찰은 지나간 역사에만 머물지 않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실존적 위기와 곧장 이어진다. 요즘 우리는 연일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끔찍한 뉴스를 마주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 극우 정권과 한 몸처럼 움직이며 이란과 주변국에 대규모 폭격을 퍼붓는 동안, 중동 지역은 당장이라도 제3차 세계대전이 터질듯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수많은 무고한 시민의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아이들의 목숨이 스러지는 비극 앞에서도, 미국은 "테러리스트로부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정의로운 선택"이라는 변명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일찍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없다면 우리는 이스라엘을 만들어야 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은, 미국의 정책이 인도주의가 아니라 철저한 지정학적 패권 야욕 위에 서 있음을 드러낸 서늘한 자백이었다.  &nbsp;  여기까지 오면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레 부끄럽고 기괴한 국내 현실로 향한다. 국내 정치 현안을 다루는 집회 현장에서는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진풍경이 종종 펼쳐진다. 국내 문제를 외치면서 뜬금없이 성조기를 흔들고, 심지어 중동에서 민간인 학살을 벌이는 이스라엘의 국기마저 신성한 부적인 양 휘두르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 시민으로서의 주체성을 잃어버린 채 무력으로 다른 나라를 짓밟는 패권국을 맹목적으로 떠받드는 이 기이한 풍경이야말로 '동의의 조작'이 우리의 정신을 얼마나 무섭게 지배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적나라한 증거다. 이들은 언론과 권력이 빚어낸 '미국과 이스라엘은 절대 선, 거기에 맞서면 악'이라는 위험한 흑백논리에 갇혀 억울하게 죽어가는 다른 나라 아이들에게 공감하는 능력마저 잃고 말았다.  &nbsp;  이러한 정신적 빈곤과 맹목적인 숭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올바른 역사의식'을 세우는 일이다. 과거의 제국주의 침략이 오늘날 어떤 명분으로 모습을 바꾸어 다시 나타나는지 꿰뚫어 보는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야 한다. 제대로 된 역사의식이 없다면 우리는 시위 현장에서 남의 나라 국기를 흔드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유력하다는 정치인이 이렇다 할 명분도 없이 강대국을 찾아가 고개를 조아리는 행태를 '애국'이나 '외교'로 착각하기 쉽다. 역사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강자의 부당한 폭력 앞에서 당당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nbsp;  결국 촘스키와 로빈슨은 제국주의적 욕망을 내려놓고, 대화와 국제법 존중이라는 '진짜 외교'의 길로 돌아오라고 일갈한다. 인권을 짓밟는 정권에 대한 지원을 끊고 기후 재앙과 핵전쟁의 위기 앞에서 전 세계가 진심으로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 책은 단순히 지나간 역사를 들추려고 쓴 책이 아니다. 힘 있는 자들이 빚어낸 달콤한 거짓말에 속지 말라는 뼈아픈 경고장이자, 강대국의 환상에 젖어 있는 우리의 무지를 내리치는 죽비다.  &nbsp;  저명한 석학들의 신랄한 비판을 받으며 한 나라를 떠받치는 정체성과 역사적 서사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 책을 읽어내려면, 지적 위기감과 불편함에 당장이라도 책을 덮고 싶은 충동을 견뎌내야 한다. 그럼에도 이 방대하고 치밀한 서사를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수십 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세계 곳곳에서 되풀이되는 비극의 뿌리를 통찰하는 안목을 얻게 된다.  &nbsp;  화려한 명분과 선전 뒤에 숨은 추악한 진실을 직시하고 인류의 진정한 평화를 바란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 거대한 기만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미국 예외주의'라는 치명적인 허구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억울하게 희생되는 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깨어있는 세계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다.  &nbsp;  #메디치미디어 #미국은어떻게세계를위험에빠뜨리는가 #노엄촘스키 #미국우선주의 #국제정세 #국제관계 #미국예외주의 #오만한미국 #그많던수퍼파워는다어디로갔나 #한달만에벽돌책격파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53/84/cover150/k49213721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538497</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나의 경험만이 온전한 나의 지식이다 - [내 인생의 배경지식 한 권 교양 - 모든 경험이 지식이 되는 질문 수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64549</link><pubDate>Fri, 08 May 2026 13: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6454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7659&TPaperId=172645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34/68/coveroff/k12213765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7659&TPaperId=1726454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 인생의 배경지식 한 권 교양 - 모든 경험이 지식이 되는 질문 수업</a><br/>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6년 04월<br/></td></tr></table><br/>&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요즘은 검색창에 단어 몇 개만 입력하거나 인공지능에게 대화하듯 물어보면 몇 초도 채 되지 않아 제법 그럴싸한 답변이 쏟아지는 시대다. 참 신기하고 편리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렇게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는 시대에 우리는 오히려 더 자주 “나는 왜 이렇게 아는 게 없지?” 하는 지적 허기를 느낀다. 남이 잘 정리해 둔 요약본을 빠르게 흡수하긴 했지만, 그것을 내 머릿속에서 오래 굴리고 비틀고 연결해 보며 ‘내 생각’으로 만드는 과정은 슬그머니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많지 않고, 남는다고 해도 어딘가 내 것이 아닌 남의 문장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nbsp;  유선경 작가의 이번 신작은 바로 그 허점을 정확히 짚는다. 이 책은 지식을 단순히 “새로 알게 되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오히려 배운 것을 어떻게 내 생각으로 바꾸고, 내 삶 속으로 끌고 들어올 것인가를 집요하고도 다정하게 묻는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나면 “무엇을 배웠는가”보다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는가”가 더 선명하게 남는다. 한마디로 머릿속 저장 공간을 늘려주기보다 생각의 엔진을 다시 작동시켜주는 책이다.  &nbsp;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장치는 단연 ‘질문’이다. 그것도 괜히 심각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질문이 아니라, 읽는 순간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하고 호기심의 멱살을 잡아끄는 질문들이다.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줬을까?”, “별도 소리를 낼까?” 같은 질문은 어딘가 장난스럽고 엉뚱해 보인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강력하다. 어려운 철학 용어 대신 일상의 언어로 툭 던져진 질문은 독자의 긴장을 풀어 주면서도, 동시에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다. 질문이 재미있어서 읽었는데 어느새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nbsp;  이런 질문의 순기능은 분명하다. 첫째, 질문은 독자를 깨운다. 당연하다고 믿으며 지나친 것들 앞에 갑자기 브레이크를 걸고, “잠깐, 정말 그런가?” 하고 다시 보게 만든다. 둘째, 질문은 생각의 방향을 넓힌다. 하나의 답만 찾게 하는 대신, 저마다의 경험과 기억, 독서와 감상을 끌어와 스스로 가설을 세우게 만든다. 셋째, 질문은 지식을 오래 남게 한다. 그냥 읽고 지나간 정보는 금세 희미해지지만, 내가 직접 답을 상상해 보고 틀려도 보고 다른 관점과 부딪혀 본 내용은 이상하리만치 오래 남는다. 그러니까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 유발 장치가 아니라, 지식을 ‘체화된 생각’으로 바꾸는 가장 영리한 도구인 셈이다.  &nbsp;  작가는 이 질문들을 던져놓고 성급히 정답부터 꺼내지 않는다. 대신 문학과 과학, 역사와 예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넓고 풍성한 배경지식을 펼쳐 보인다. 덕분에 독자는 “이게 왜 여기서 나오지?” 싶다가도, 어느 순간 서로 멀어 보이던 정보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된다. 코스모스라는 꽃의 이름에서 우주의 질서를 떠올리고, 역사 속 사건을 따라가다 예술가의 내면과 마주치는 식의 전개는 꽤 근사하다. 정보가 따로따로 놓인 조각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장면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nbsp;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이 책이 독자를 수동적인 수용자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자는 저자가 준비한 지식을 얌전히 받아 적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추고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보는 능동적인 탐험가가 된다. 같은 질문을 읽어도 누군가는 자기 경험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예전에 읽은 책 한 구절을 소환할 것이다. 심지어 엉뚱한 오답도 소중하다. 그 오답이 책의 설명과 만나며 만들어내는 뜻밖의 충돌이야말로, 생각이 깊어지고 기억이 단단해지는 진짜 순간이기 때문이다. AI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꺼내 보여줘도, 그 정보들을 어떤 맥락에서 엮고 어떤 질문으로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nbsp;  이 질문하는 습관은 독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부에도, 대화에도, 삶의 선택에도 두루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국어 지문 하나를 읽더라도 단순히 해석하고 정답을 맞히는 데서 그치면 금세 사라지지만, “이 글은 결국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지?”, “나라면 어떻게 답할까?”를 스스로 묻는 순간 그 지문은 사고력을 키우는 재료가 된다. 이런 식의 사유는 타인과 더 풍성하게 소통하게 만들고, 결정적인 순간에 내 판단을 떠받치는 내면의 근육도 길러준다.  &nbsp;  물론 이 책이 마냥 만만한 독서는 아니다. 뇌는 원래 에너지를 아끼려 드는 기관이라 그냥 술술 읽히는 글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은 자꾸만 독자를 붙잡아 세운다. 빨리 넘기지 말고 잠깐 생각해 보라 한다. 솔직히 조금 귀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느리고 굼뜬 시간이야말로 이 책이 건네는 최고의 선물이다. 독자를 편하게 모셔두는 대신, 계속해서 자기 머리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독서라기보다 즐거운 두뇌 스트레칭에 가깝다.  &nbsp;  결국 배경지식은 세상을 더 선명하게 보게 하는 렌즈이고, 질문은 그 렌즈의 초점을 맞추는 손놀림이다.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질문을 여러 방향에서 깊이 붙들고 생각해보는 힘은 그보다 더 오래, 더 멀리 간다. 더 많은 정답을 외우게 하기보다 더 좋은 질문을 품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들이야말로 우리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하고, 조금 더 넓게 이해하게 하며, 결국 조금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든다.  &nbsp;  그래서 이 책은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재미를 되찾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권하고 싶다. 위대한 사유는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대개는 “어, 그런데 왜 그렇지?” 같은 작고 엉뚱한 질문 하나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의 즐거움과 힘을, 유쾌하게 증명해 보이는 든든한 지식의 지원군이다.  &nbsp;  #질문의힘 #질문수업 #인문교양 #지식지원군 #필수지식백과 #최소한의교양 #앤의서재 #내인생의배경지식한권교양 #유선경 #자네혹시작가와형제인가? #그럴리가요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34/68/cover150/k12213765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346891</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사라질 소행성, 사라지지 않을 희망 - [사라질 소행성 - 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27731</link><pubDate>Mon, 20 Apr 2026 11: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2773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7119&TPaperId=1722773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8/12/coveroff/k36213711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7119&TPaperId=1722773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라질 소행성 - 제12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a><br/>오영민 외 지음 / 사계절 / 2026년 04월<br/></td></tr></table><br/><br>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시대, 기후 위기로 계절의 풍경마저 달라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예전 SF소설 속에서나 등장했을 일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제 현실이 더 SF 같은데, 굳이 SF소설을 읽어야 할까?”라고 의문을 품어볼 법도 하다. 하지만 현실이 점점 더 SF를 닮아갈수록 오히려 SF는 더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SF는 단순히 신기한 미래 기술을 보여주는 장르가 아니라, 그런 기술 속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다섯 단편은 우주, 환경 오염, 좀비, 안드로이드 같은 흥미로운 설정을 보여주면서도 결국 독자에게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다가올 불확실한 미래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nbsp;  표제작 「사라질 소행성 AE-1.2」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소행성에서 살아가는 관리 로봇 아스터의 이야기다. 아스터는 버려진 로봇 루키, 반려견 로봇 링과 함께 나름의 일상을 꾸려 왔다. 그런데 지구에서 유입되는 쓰레기로 소행성이 점점 무거워져 궤도를 이탈하게 되자, 지구는 소행성을 폐기하고 아스터만 회수하기로 한다. 얼핏 보면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래봐야 아스터는 그저 수많은 로봇 중 하나가 될 뿐이다. 이 작품은 “안전한 삶이 정말 최고일까?”를 묻는다. 아스터가 끝내 안전 대신 미지의 세계를 선택하는 장면은 비록 로봇의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인간인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길을 선택할 용기, 바로 그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nbsp;  오영민의 「은하수」도 비슷한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의 미래는 기술이 발전했지만 환경 오염이 심해져서 청소년들이 자연과 철저히 분리된 채 살아가는 세계다. 학생들은 밀폐된 버스로 이동하고, 건물 창문은 닫혀 있으며, 손목 밴드는 위치와 감정 상태까지 기록한다. 모든 것이 안전과 보호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공 선하에게는 답답한 감옥처럼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선하는 잠자리 한 마리를 발견하고, 그 작은 생명에게서 자신과 닮은 무엇을 느낀다. 선하가 경계를 넘으려는 순간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진짜 ‘살아 있음’을 향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이 꼭 행복의 척도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nbsp;  반면 조은오의 「아이 엠 그라운드」는 좀비가 가득한 세상이라는 익숙한 SF적 배경을 사용하면서도 단순한 생존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주인공 선우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초능력을 이용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전한다.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핵심은 초능력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빛나는 장면은 선우가 위기에 빠졌을 때 사람들의 손이 함께 뻗어 나오는 순간이다. 세상을 구하는 힘은 한 명의 특별한 영웅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연대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어두운 세계 속에서도 이 작품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nbsp;  남지민의 「최선의 선택」은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주인공의 이름이 바로 ‘최선’이기 때문이다. 보육원에서 살아가는 최선은 자신의 이름이 때로는 부담처럼 느껴지는 인물이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늘 바르게 선택해야 한다’는 기대가 그 이름 안에 담겨 있다. 어느 날 고양이를 찾다가 고장 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나면서 위험한 상황에 휘말린다. 본인부터 약골인 최선이 자기보다 더 약한 존재를 위해 움직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고양이와 로봇 모두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들이고, 최선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 순간 ‘최선’이라는 이름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의미가 된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결국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약한 존재를 향한 용기와 다정함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nbsp;  노고유의 「치명적 오류」는 제목처럼 조금 더 낯설고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구 소련이 쏘아 올린 최초의 유인(?) 우주견의 이름을 딴 주인공 라이카는 안전 구역인 돔 밖에서 태어났으나 운 좋게도 돔 내부로 입양된 뒤 양어머니가 원하는 대로만 살아왔다. 그러다 안드로이드 트로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인간이었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을 여전히 품고 있다. 기계의 몸을 가진 후에도 꿈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오히려 인간인 라이카가 더 오랫동안 자기 삶을 살지 못했던 셈이다. 이 작품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다. 정말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몸의 형태일까, 감정일까, 아니면 꿈을 잃지 않는 마음일까? 「치명적 오류」는 SF다운 상상력을 통해 ‘나다움’이란 무엇인지 섬세하게 묻는다.  &nbsp;  이렇게 다섯 작품은 서로 다른 배경과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읽으면 공통된 결을 느낄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어떤 경계 앞에 서 있다. 안전하지만 답답한 세계, 정해진 역할과 스스로 선택하는 삶, 혼자 살아남는 방법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 사이에서 고민한다. 결국 이 작품들이 보여주는 것은 미래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가치들이다. 선택하는 힘, 타인과 손잡는 마음, 그리고 자기만의 꿈을 지키는 용기.  &nbsp;  대상 독자가 청소년인지라 SF 장르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읽기 어렵지 않다. 우주와 로봇, 환경 재난과 좀비, 안드로이드 같은 소재들은 흥미롭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감시 기술, 환경 문제, 관계의 단절, 정체성의 고민 같은 문제들은 사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 삶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미래에는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라”라고 말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대신 “그런 미래가 온다면,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를 묻는다.  &nbsp;  청소년 독자에게 이 질문은 특히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앞으로의 세상을 가장 오래 살아가야 할, 그리고 가장 먼저 변화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게 될 사람들이 바로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독자들에게 정답을 주는 대신 생각할 거리를 준다.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SF라기보다 미래를 살아갈 마음을 준비하게 해주는 이야기 모음집이기도 하다.  &nbsp;  지금의 현실은 점점 더 SF처럼 변해 가고 있기에 우리는 더더욱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더 빠른 기술이나 더 화려한 미래가 아닌,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상상해야 한다. 이 책은 낯선 미래를 보여 주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지금 우리의 삶을 더 깊이 돌아보게 만든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nbsp;  #사라질소행성 #사계절출판사 #사뿐사뿐북클럽 #4월도서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48/12/cover150/k36213711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481219</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언어체계는 곧 나의 세계 - [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 - 뇌를 설계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다중언어의 놀라운 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09964</link><pubDate>Sat, 11 Apr 2026 11: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20996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6041&TPaperId=1720996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1/15/coveroff/k82213604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6041&TPaperId=1720996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언어는 어떻게 인간을 바꾸는가 - 뇌를 설계하고 사고를 확장하는 다중언어의 놀라운 힘</a><br/>비오리카 마리안 지음, 신견식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우리나라 같은 전형적인 EFL(외국어로서의 영어) 환경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나는 이따금 회의감에 빠지곤 한다. 일부 학습자들에게는 영어가 그저 대학 진학용 수능 1등급을 받기 위한 도구이거나 취업을 위한 스펙 정도로 여겨질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교단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야만 하는 '진짜 이유'를 뇌과학과 심리학의 언어로 명쾌하게 증명해 주었다. 단순히 언어 학습법을 다룬 것이 아니라 다중언어 사용이 인간의 인지, 행동, 그리고 사회에 미치고 있는 경이로운 영향력을 밝힌 훌륭한 신경과학 보고서이자 철학서이기 때문이다.  &nbsp;  1. 단일언어 중심주의의 함정주변에서 흔히 발견하지 못할 뿐, 전 세계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거나 성인이 된 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다중언어 사용자는 뜻밖에도 매우 많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동안 인간의 마음에 관한 대부분의 과학적 연구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일언어 사용자'에게만 초점을 맞춰왔다. 저자는 두 개 이상의 언어 사용자를 '표준에서 벗어난 예외'나 유의미한 '신호'가 아닌 '잡음'으로 보는 과학계의 편견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는 불과 수십 년 전, 의학계가 심장병과 당뇨병을 오직 '백인 남성'만을 대상으로 연구했던 치명적 오류를 연상시킨다. 훗날 심장병이 여성에게는 다르게 발현되고 당뇨병 관련 당 대사 과정이 북남미 원주민에게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듯 말이다. 교실에서 영어를 제2외국어로 힘겹게 배우는 우리 아이들의 뇌 역시 단일언어의 잣대로만 평가할 수 없다. 단일언어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것은 인류의 잠재력에 대해 부정확하고 잘못된 이해를 낳을 뿐이다. 저자는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잡음'이 아니라 뇌의 새로운 '신호'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nbsp;  2. 뇌는 아는 언어로 현실을 인식한다아이들에게 늘 "영어를 배우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말해왔는데, 이 책은 그것이 단순한 은유가 아님을 입증한다. 현실은 주위를 둘러싼 '객관적인 세계'가 아니라 뇌가 감각 정보와 과거의 경험을 결합해 만들어내는 '주관적인 경험'이자 신경망 활동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같은 자극이 사람마다 다른 '감정'을 부른다는 것은 쉽게 인정하면서도, 다른 '감각적 경험'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낯설어한다. 하지만 드레스를 파란색과 검은색으로 또는 흰색과 금색으로 다르게 보는 착시 현상처럼, 감각적 인식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는지는 과거의 신경 점화 패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한  '보글 게임(Boggle, 알파벳 조합 단어 찾기 놀이)' 비유는 무릎을 치게 만든다. 보글 게임판은 방향을 돌리면 같은 글자라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조합되어 더 많은 단어를 찾을 수 있는데,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다. 언어는 정보를 조직하고 구조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며, 과학계는 지금껏 게임판을 한 번도 돌려보지 않은 채 인간의 뇌를 연구해 온 셈이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영어 수업은 아이들의 보글 게임판을 회전시켜 정보를 다르게 추출하고 해석하도록 돕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nbsp;  3. '언어 자아(Language Ego)'와 합리적 마음"다른 언어를 안다는 것은 또 다른 영혼을 소유하는 것이다." 이 명언을 이 책만큼 과학적으로 잘 풀어낸 문헌이 있을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언어 자아'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모국어를 바탕으로 단단하게 형성된 자아는 새로운 언어를 접할 때 필연적으로 불안과 충돌을 겪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 언어에 걸맞은 새로운  '제2의 자아'를 잉태하게 된다. 실제로 교실에서 평소엔 수줍음 많고 조용하던 아이가 영어로 역할극을 하거나 말하기 평가를 할 때면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당당하고 활달해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입 밖으로 영어를 내뱉는 순간, 내면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언어 자아의 스위치가 켜지는 것이다. 내가 영어 연설 모임에 나가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듯 떠들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 역시 새로운 언어 자아가 실수를 용납하는 관대한 분위기에 젖어 들기 때문이다.  &nbsp;  놀라운 점은 이 언어 자아가 단순히 심리나 태도 변화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뇌가 세상을 인지하는 물리적 방식까지 바꿔놓는다는 것이다. 영어와 러시아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사용자에게 영어로 "마커(marker)를 집으라"고 하면, 영어 단일언어 사용자와 달리 발음이 비슷한 러시아어 '마르카(marka, 우표)'를 떠올리며 우표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사용할 언어를 바꿀 때마다 뇌의 인식 체계가 달라지며, 사물을 다르게 기억하기까지 한다. 이 새로운 언어 자아는 인간의 도덕적 의사결정마저 뒤바꾼다.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희생시킬 수 있냐고 묻는 '트롤리 딜레마' 실험에서, 모국어로 물었을 때는 20%만이 동의했지만 제2외국어로 물었을 때는 33%가 동의했다. 단지 질문의 언어만 바꿨을 뿐인데 13%의 결정이 뒤집힌 것이다. 이른바 '외국어 효과(Foreign Language Effect)'라 불리는 이 현상은,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할 때 모국어의 감정적 굴레에서 벗어나 한층 더 이성적이고 공리주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합리적 언어 자아'를 꺼내 쓴다는 것을 의미한다.   &nbsp;  4. 알츠하이머 방어막이자 언어 조작을 간파하는 해독제"영어가 아이의 두뇌 발달에 정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두 가지 강력한 예시로 이에 답한다. 첫 번째는 '인지 기능 저하'의 방어막 역할이다. 이중언어를 구사하면 알츠하이머 및 치매 발병을 평균 4~6년이나 늦출 수 있다. 수년 동안 다니던 퇴근길이 무너져도 샛길을 아는 사람은 무사히 집에 갈 수 있듯, 다중언어 사용자의 뇌는 한 경로가 손상되어도 두 언어를 넘나들며 쌓아온 수많은 '우회 경로'를 통해 뇌 기능을 튼튼하게 방어한다. 구사하는 언어 수가 많은 국가일수록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눈에 띄게 낮다는 사실이 이를 명백히 증명한다.  &nbsp;  두 번째 예시는 교육자로서 가장 흥미를 갖게 되는 대목이다. 저자는 두 살배기 자녀에게 정답이 '마지막 단어'에 오도록 유도 질문을 던져 천재처럼 보이게 했던 일화를 들려준다. 현실 세계에서도 정치인과 광고주들은 대중을 조종하기 위해 언어를 조작한다. "생명권"과 "선택권"의 프레임이 다르고, "상속세"보다 "사망세"라는 단어에 사람들이 더 강한 반감을 갖는 원리다. 놀랍게도 다중언어 경험은 이러한 기만술을 간파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나보다 런던에 가본 사람이 더 많다" 같은 교묘한 논리적 오류를 이중언어 사용자들이 훨씬 더 예리하게 찾아낸다는 실험 결과는, EFL 환경의 영어 교육이 단순한 언어 지식 습득을 넘어 세상의 프레임을 꿰뚫어 보는 '비판적 사고력'의 백신 효과를 보여준다.  &nbsp;  5. 우주적 코드, 인류의 미래를 여는 열쇠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언어를 수학, 음악, 컴퓨터 언어와 같은 상징체계, 즉 '코드(Code)'의 반열에 올린다. 인간의 유전자 코드가 제한된 수의 DNA 염기쌍으로 지구상의 무한하고 복잡한 생명체를 만들어내듯, 우리의 언어 역시 제한된 알파벳과 단어로 무한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직조해 낸다. 결국 우리는 언어 학습을 통해 이 경이로운 우주적 코드를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낯선 영어 단어와 씨름하며 힘들어할 때마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너희가 지금 깨우치고 있는 이 제2의 코드는 단순히 명문대를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너희 내면의 새로운 자아를 일깨우고 훗날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해 낼 인류 생존의 열쇠라고 말이다.  &nbsp;  6. 결론 및 총평저자는 결론부에서 언어 학습을 인간이 가진 '다중 지능'의 중요한 한 측면으로 제시하며, 다중언어 사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사회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특히 "하나의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다른 추가적인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훨씬 수월하게 만든다"는 대목과 기존 학계의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 가설을 넘어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언제나 유익하다는 단언이 큰 위로로 다가왔다. 뒤늦게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는 성인 학습자들에게 든든한 과학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국무부가 영어를 기준으로 분류한 언어별 습득 소요시간 정보와 맺음말에 제시한 실용적인 언어 학습법은 매우 유용하다.  &nbsp;  물론 비판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이 책은 주로 저자 본인의 연구에 뼈대를 두고 있어 이중언어의 이점을 무척 설득력 있게 증명하지만, 예측할 수 있는 반론에 할애된 지면은 아쉬울 정도로 적다. 사실 학계에서는 이중언어의 인지적 이점이 과연 저자의 주장만큼 극적인가에 대해 실험 결과의 재현성 문제나 출판 편향성(publication biases)을 꼬집는 꽤 격렬한 논쟁이 현재 진행형이다. 혹시라도 이 책만 읽은 독자라면 반론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맹신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교사로서 분명히 일러두고 싶다.  &nbsp;  이러한 일말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심리학자, 언어학자, 교육학자는 물론 일반 대중까지 모두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는 탁월한 대중서임이 틀림없다. 저자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뇌과학 정보를 명확하고 매력적인 어조로 전달하며, 간간이 번뜩이는 유머 감각으로 글의 풍미를 더한다. 연구 현장에서 우러나온 저자 본인의 친근한 일화들 덕분에 독자들은 따뜻하게 환영받는 느낌 속에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소화할 수 있다.  &nbsp;  새로운 언어를 습득하는 행위가 어떻게 우리의 집중력을 극대화하고, 무관한 정보를 걸러내며, 기억력과 창의성을 향상시키는지 궁금하셨는가? 더 나아가 그것이 고차원적인 추론 능력을 발달시키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이끌며, 내 뇌의 인지 예비능을 튼튼하게 키워주는 마법 같은 과정을 엿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EFL 환경에서 묵묵히 영어를 가르치는 동료 교사들과 끝없는 외국어 공부에 길 잃은 모든 학습자 그리고 치매 예방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br> #다중언어 #심리언어학 #언어정체성 #언어는어떻게인간을바꾸는가 #위즈덤하우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1/15/cover150/k82213604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511586</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얻은 것을 잘 지켜내는 능력 - [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77381</link><pubDate>Fri, 27 Mar 2026 16: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773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7962&TPaperId=171773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7/67/coveroff/k7021379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02137962&TPaperId=171773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그대는 인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a><br/>세종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br>&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50대에 접어들고 보니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짐을 느낀다. 예전에는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었나’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놓치고 살았나’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저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오는 동안 사람들과는 잘 어울려 지냈는지, 매 순간 선택의 기준은 뚜렷했는지, 자신을 다독일 여유는 있었는지 문득문득 자문하게 된다. 이런 시점에 만난 이 책은 그저 단순한 독서를 넘어, 바쁘게 걷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자문하게 만든다.  &nbsp;  이 얇은 문고판 책이 각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우리가 익히 안다고 생각했던 세종대왕의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흔히 ‘세종’ 하면 결점 하나 없는 완벽한 성군을 떠올리지 않던가. 하지만 책 속의 세종은 완성형 위인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점검하는 ‘과정형 인간’에 가깝다. 그는 자신의 판단이 늘 옳다고 믿기보다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삼았다. 신하들의 쓴소리에 귀 기울였고 잘못이 드러나면 주저 없이 고쳤다. 절대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가장 낮은 자세를 잃지 않았던 그의 모습은 지금껏 우리가 보아온 수많은 리더의 모습과 겹치며 꽤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nbsp;  특히 ‘사람을 보는 기준’에 대한 통찰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우리는 보통 누가 더 뛰어나고 유능한지 서둘러 평가하려 든다. 하지만 세종은 사람을 탓하기 전에 ‘문제’ 그 자체를 먼저 보라고 조언한다. ‘누가 예민한가’를 찾기보다 ‘무엇이 잘못되었나’를 살피라는 그의 태도는 오랜 세월 조직 생활과 인간관계 속에서 수없는 갈등을 겪어온 중년의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편견과 선입견의 잣대로 사람을 재단하는 순간, 정작 중요한 본질은 놓치고 만다는 뼈아픈 진실과 함께 말이다.  &nbsp;  ‘실수를 대하는 태도’ 역시 깊이 새겨볼 만하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사람을 내치지 말라는 세종의 철학은, 오로지 성과와 효율만 따지는 요즘 세상에서는 자칫 무르고 느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통찰은 훨씬 깊은 곳을 향해 있다. 결과만 가지고 벌을 주면 사람들은 결국 진실을 숨기게 되고 조직은 안에서부터 병들고 만다는 것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 역시 젊은 시절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누군가 나를 믿고 기다려준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세종의 너그러움은 단순한 관용을 넘어, 사람과 조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단단한 뿌리와도 같다.  &nbsp;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세종은 ‘사람을 믿되 결코 방치하지 않는 리더’였다.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깔려 있지만, 그 믿음은 철저한 관찰과 질문, 그리고 책임지는 자세 위에서만 작동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그가 권위를 앞세워 아랫사람의 입을 막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그 다양한 목소리들을 모아 최선의 결정을 끌어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입을 열게 만드는 힘,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그토록 애타게 찾는 진정한 통솔력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nbsp;  이 책의 진짜 매력은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서늘한 일침’에 있다. 우리는 남보다 하나라도 더 갖기 위해 숨 가쁘게 달리지만 정작 그 속에서 내 삶의 방향키를 놓쳐버릴 때가 많다. ‘무엇이 중요한가’를 묻기보다 ‘얼마나 빨리 가고 있나’만 따지며 사는 것이다. 책은 그런 우리를 멈춰 세우고 묻는다.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그 길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의외로 이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금까지 살아온 궤적을 찬찬히 되짚어보게 만드는 묵직함이 있다.   &nbsp;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길목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세종의 태도와 마주치게 된다. 자신을 의심하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며, 허물을 인정하고 고치려는 그 담백한 자세 말이다. 우리가 살면서 진짜 잃어버린 건 대단한 능력이나 기회가 아니라 바로 이런 ‘기본적인 삶의 태도’가 아니었을까.  &nbsp;  완독 후에 당장 속 시원한 정답이 주어지는 건 아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단단한 ‘기준’ 하나가 자리잡는 느낌이 든다. 더 가지려고 욕심내기 전에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지 먼저 묻는 것. 더 빨리 가려고 채찍질하기 전에 지금 향하는 방향이 맞는지 점검하는 것. 중년 아재의 가슴에 이 책이 툭 던져놓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생의 후반전은 ‘얼마나 더 채우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얼마나 덜 놓치느냐의 싸움’이라는 사실이다. 정신없이 내달려온 시간 끝에 비로소 마주하게 된, 실로 값진 깨달음이다.  &nbsp;  #세계철학전집 #세종대왕 #세종대왕의마음가짐 #에세이 #모티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7/67/cover150/k7021379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676790</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질풍노도의 열네 살 - [이 망할 열네 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75110</link><pubDate>Thu, 26 Mar 2026 15:4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7511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5582&TPaperId=1717511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18/23/coveroff/k4521355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5582&TPaperId=1717511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 망할 열네 살</a><br/>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26년 01월<br/></td></tr></table><br/>이 작품은 어느 십 대 초입 소년의 불안과 분노,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상처를 생생하게 그려낸 청소년 소설이다. 제목부터 거칠고 직설적이지만 그 안에는 열네 살이라는 나이 특유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열네 살은 참으로 애매한 나이이다. 아직 어리다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다 컸다고 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버겁다. 이 작품은 바로 그 애매함의 한복판을 정면으로 통과한다. 주인공은 중학교에 막 들어선 소년으로 초등학생도 어른도 아닌 경계에 서 있다. 또래보다 느린 성장 속도, 사사건건 간섭하는 부모, 속을 알 수 없는 친구들, 점점 까다로워지는 학교생활 속에서 그는 자신이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듯한 외로움을 느낀다.  &nbsp;  집에서는 어른들의 사정과 감정이 소년의 삶을 자꾸 흔들어 놓는다. 부모의 갈등과 무심한 말 한마디는 아직 단단하지 못한 마음에 깊은 금을 낸다. 학교에서는 친구 관계가 삶의 전부처럼 느껴지지만  그 관계는 생각보다 쉽게 틀어지고 상처를 남긴다. 작은 오해와 소문, 무리 짓기와 따돌림의 기류 속에서 주인공은 분노하고, 상처 입고, 때로는 엇나간 선택을 하기도 한다. <br>이 소설의 가장 큰 힘은 이러한 감정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에 있다. 주인공은 때로 이기적이고 예민하며 괜히 날이 서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 친구들 사이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공포, 어른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억울함이 켜켜이 쌓여 있다. 독자는 그 거친 말투와 행동 뒤에 숨은 속마음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된다.  &nbsp;  저자는 작품 속 어른을 일방적인 가해자로 그리지 않는다. 부모 역시 부모 노릇은 인생 1회차라 서툴고 지쳐 있으며, 자신의 문제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존재로 등장한다. 아이와 어른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 모습은 낯설기보다 오히려 우리 일상과 닮아서 더 아프고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보다 더 흔하고 피부에 와닿는 이야깃거리도 없을 것 같다.  &nbsp;  이 작품은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또 하나의 사회를 보여 준다. 친구 관계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처럼 작동한다. 소문 하나, 메시지 하나가 관계의 지형을 바꿔 놓고 그 안에서 주인공은 상처를 입기도 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 과정은 불편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진솔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십 대의 세계가 절대 녹록지 않음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nbsp;  그러나 이야기는 단순히 ‘질풍노도의 반항기’를 소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주인공은 자신이 왜 그렇게 화가 나는지, 왜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지는지를 조금씩 들여다보게 된다. 어른들 역시 완벽하지 않은 존재임을, 친구들 또한 각자의 상처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열네 살의 시간은 거칠지만, 분명히 성장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nbsp;  이 소설은 ‘성장’을 거창하게 말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성숙해지지도 않고, 모든 갈등이 완벽하게 해결되지도 않는다. 다만 조금 더 생각하게 되고, 한 발짝 물러서 보게 되며,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게 될 뿐이다. 성장이라는 것은 그렇게 작고 느린 변화가 쌓여 이루어지는 것임을 작품은 담담하게 보여 준다.   &nbsp;  제목의 거친 표현 또한 그런 맥락에서 다시 보인다. 처음에는 반항처럼 들리던 “이 망할”이라는 감탄사가 읽고 나면 사실은 “나를 좀 이해해 달라”는 절박한 신호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이 작품은 열네 살을 위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불과 몇 년 전 혹은 한때 그 나이를 지나온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십 대 독자에게는 깊은 공감과 위로를, 어른 독자에게는 잊고 있던 기억과 반성을 함께 안겨 준다. 열네 살의 분노를 단순한 문제로 보지 않고 그 속에 숨은 두려움과 외로움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이 작품을 오래 남게 한다.  &nbsp;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켜보다 보면, 겉모습은 고등학생이지만 마음은 아직 열네 살쯤에 머물러 있는 듯한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낼모레 환갑을 바라보는 나조차도 어느 순간에는 스무 살 시절의 미숙한 모습을 불쑥 드러내곤 한다. 신체 나이는 세월에 따라 자연스럽게 쌓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연령은 사람마다 다르게 머무른다. 아마도 정신연령이라는 것은 인생의 어렵고 힘든 순간을 겪으며 비로소 드러나고 단단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서는 젊은 시절의 ‘고생’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족함 없이 자란 환경이 오히려 삶의 어느 지점에서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이 작품 속 열네 살의 방황과 상처 또한 결국은 한 사람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점이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nbsp;  결국 매일 교실에서 이들을 만나는 나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각자의 ‘열네 살’을 아직 지나오는 중인 아이들을 마주하는 사람이다. 겉으로는 무심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어도 그들 각자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이해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치열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틀린 답을 지적하는 것보다, 서툰 감정을 견디고 있는 그 시간을 조금 더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언젠가 그 아이들도 지금의 시간을 돌아보며 자신을 이해하게 될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교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거칠고 불완전한 시간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조용히 곁을 지켜 주면서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도록 작은 신호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것이리라.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18/23/cover150/k4521355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182381</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문제적 인간관계의 시작은 바로 나였어.. - [사람을 얻는 힘 : 인간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70174</link><pubDate>Tue, 24 Mar 2026 15: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701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72137863&TPaperId=171701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4/56/coveroff/k872137863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72137863&TPaperId=171701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람을 얻는 힘 : 인간력</a><br/>다사카 히로시 지음, 장은주 옮김 / 북플레저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br>&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사람을 얻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인간력’이라는 생소한 용어의 책 제목에 처음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 나이에 또 무슨 인간관계론인가 싶었다. 세상살이에서 부딪힐 만큼 부딪혀 봤고, 사람 때문에 웃고 상처받는 일도 웬만큼 겪어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새로운 기술이나 요령을 배운다고 해서 인간관계가 달라질까 싶은 회의감도 들었다.  &nbsp;  그런데 책을 덮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저자는 무언가를 ‘새로’ 알려주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해왔던 것들을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들추어낸다. 그리고 그 지점이 묘하게 마음에 걸린다. 마치 누군가 내 삶을 오래 지켜본 뒤 건네는 말처럼 불편할 만큼 정확하게 다가온다.  &nbsp;  살다 보면 문득 그런 순간이 있다. 주위에 아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마음을 터놓을 사람은 없다고 느껴질 때 말이다. 연락처는 수십, 수백 개가 쌓여 있는데도 막상 힘들 때 전화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 현실. 젊을 때는 몰랐던 공허함이 나이가 들수록 더 또렷해진다. 이 책은 바로 그 공허함의 근원을 건드린다. 우리는 관계를 넓히는 데에만 익숙했지, 깊게 만드는 데에는 서툴렀다.<br>저자가 말하는 ‘인간력’은 특별한 재능이나 타고난 매력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알고 있는, 그래서 더 쉽게 지나쳐버리는 태도에 가깝다. 부족함을 고치려 애쓰기보다 인정하는 것, 먼저 말을 걸고 눈을 맞추는 것, 마음속의 작은 자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평범한 말들이 이상하게 가볍지 않다. 오랜 시간 사람을 겪으며 축적된 무게가 문장마다 배어 있기 때문이다.  &nbsp;<br>  특히 “관계를 타인의 몫으로 남겨두지 말라”는 문장은 오래 남는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많은 관계를 그렇게 흘려보냈다.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 먼저 다가가지 않았고, 괜히 자존심을 세우다가 멀어진 인연들이 적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줄 알았던 관계들이 사실은 내가 방치한 결과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단순하게 말한다. 먼저 말을 걸고, 눈을 맞추라고. 그 한 번의 선택이 관계의 흐름을 바꾼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하지 않았던 이야기다.  &nbsp;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헤어져도 마음으로 관계를 끊지 말라’는 부분이다. 이 나이가 되면 사람과의 이별도 제법 쌓인다. 오해로 멀어진 사람, 상황 때문에 끊어진 인연들을 우리는 흔히 ‘정리했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관계는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남겨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음속에서 완전히 끊어버리는 순간, 그 관계가 남길 수 있었던 의미까지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나온 인연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너무 쉽게 지워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그 안에서 내가 배워야 할 것을 외면한 건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nbsp;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사람을 대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묻는 데 있다. 우리는 종종 인간관계를 문제 삼을 때 상대를 바꾸려 한다. 저 사람이 왜 저럴까, 왜 나를 이해하지 못할까. 하지만 저자는 시선을 거꾸로 돌린다. 내가 먼저 마음을 닫고 있지는 않았는지, 상처받기 싫어서 거리를 두고 있지는 않았는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상대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았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피하기 어렵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nbsp;  50대쯤 되면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게 된다. 경험이 쌓였고, 판단 기준도 생겼고, 웬만한 상황에서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안다’는 것과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않고,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외면하며 살아간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인간관계라는 점을 인정하는 순간, 이 책의 메시지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nbsp;  요즘 세상은 참 빠르다. 연결은 쉬워졌고, 관계를 맺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그만큼 관계는 얕아졌고 신뢰는 더 어려워졌다. 성과는 혼자서도 낼 수 있지만 결국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는 사람이 남는다. 누가 내 곁에 있는지, 내가 누구의 곁에 서 있는지가 삶의 무게를 결정한다. 이 책은 그 너무나 당연하지만 자주 잊고 사는 사실을 다시 붙잡게 만든다.  &nbsp;  결국 이 책은 인간관계에 대해 화려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이미 알고 있는 질문을 외면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래서 읽는 내내 즐겁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연락 끊긴 지 오래된 몇몇 얼굴이 떠오르고, 먼저 연락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정도 변화라면 이 책이 내게 건넨 이야기는 충분히 값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nbsp;  #사람을얻는힘 #인간력 #관계의기술 #인간관계 #인간관계통찰 #북플레저 #가까우면뜨겁고멀면춥다 #인간관계는화로를앞에둔것]]></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4/56/cover150/k872137863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645690</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전쟁은 곧 피와 보물, 무엇을 기억하겠는가? -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 폭력이 펼쳐지는 시대마다 누가 숨은 이득을 챙기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35579</link><pubDate>Sat, 07 Mar 2026 13: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355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5052&TPaperId=171355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64/61/coveroff/k35213505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135052&TPaperId=171355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 폭력이 펼쳐지는 시대마다 누가 숨은 이득을 챙기는가</a><br/>던컨 웰던 지음, 윤종은 옮김 / 윌북 / 2026년 02월<br/></td></tr></table><br/><br><br>&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이 책의 원제 『피와 보물(Blood &amp; Treasure)』은 시작부터 꽤 노골적이다. 전쟁과 약탈의 본질을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묶어놓은 제목이 또 있을까 싶다. 처음에는 다소 과격하게 느껴지지만 책장을 몇 장 넘기다 보면 곧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도발적인 제목이야말로 저자가 던지려는 질문을 가장 정확하게 압축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분명 피를 부른다. 그런데 역사 속에서 전쟁은 때로 보물도 낳았다. 물론 그 보물은 단순한 금과 은이 아니다. 제도와 유인, 그리고 경제 구조의 변화라는, 조금 더 복잡하고 위험하며 동시에 흥미로운 것들이다.  &nbsp;  이 책은 바이킹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경제사를 추적한다. ‘폭력 전문가’들에 의한 무력 충돌이 세계 권력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며, 갈등의 경제학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탐구한다. 전쟁이 막대한 인명 피해와 비용을 요구한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긴 역사 속에서 인간 사회의 제도와 경제 발전을 이토록 강하게 밀어붙인 힘도 또 드물다. 전쟁은 국가를 일으켰고, 국가는 다시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 비용이 커질수록 조세 제도와 국가 조직, 국채 시장은 함께 성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파괴적으로 변할수록 국가의 경제 체제는 점점 더 정교해졌다.  &nbsp;  저자 던컨 웰던은 전쟁을 영웅담이나 도덕적 비난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왜 이런 선택이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경제학적 시각으로 인간 행동의 숨은 인과관계를 추적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괴짜경제학(Freakonomics)』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다만 무대가 일상 대신 역사라는 점이 다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역사판 프리코노믹스’라고 부를 만하다. 각 장은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경제학적 렌즈로 다시 들여다보며, 독자의 직관을 은근히 흔들어 놓는다.  &nbsp;  책은 중세 영국의 데인겔드 이야기로 시작한다. 데인겔드는 영국 왕들이 바이킹의 침략을 막기 위해 바친 일종의 조공이다. 물론 이 돈은 왕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농민들의 세금으로 마련되었다. 경제학 교과서식으로 보면 세금은 대체로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소로 설명된다. 그런데 저자는 흥미로운 점을 지적한다. 데인겔드가 징수되던 시기가 오히려 영국 경제가 비교적 활기를 띠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세금을 감당해야 하는 압력이 농민들의 생산성 향상을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폭력의 그림자 아래에서 오히려 교환과 분업이 촉진되었다는 설명은 조금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nbsp;  2장에서는 칭기즈칸이 뜻밖의 별명을 얻는다. 바로 ‘세계화의 아버지’이다. 몽골 제국은 초기의 파괴적인 정복 이후 광대한 지역에 일정한 질서를 만들었고, 그 덕분에 동서 간 육로 무역이 한 세기 가까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유럽인들이 아시아 상품에 눈을 뜨게 된 것도 이 시기였다. 이후 육로 무역이 어려워지자 유럽은 자연스럽게 해상 항로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몽골 제국이 대항해 시대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익숙한 역사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은 분명하다. 칼과 말발굽이 남긴 것이 폐허만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nbsp;  신대륙 이야기에 이르면 또 하나의 통념이 흔들린다. 금과 은을 잔뜩 손에 넣은 스페인이 왜 결국 경제적으로 쇠퇴했는가 하는 문제이다. 남미의 은이 유럽으로 대량 유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제도 개혁에 실패했고 결국 재정 위기를 반복했다. 풍부한 자원이 오히려 정치적 견제와 균형을 약화시켰다는 설명이다. 결국 문제는 ‘얼마나 많은 자원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어떤 제도 속에서 그것을 운용하는가’이다. 전리품은 잠깐이지만 제도는 오래 남는다.  &nbsp;  기후 변화와 마녀사냥의 관계를 다룬 장도 흥미롭다. 얼핏 보면 집단적 광기에 가까운 마녀사냥 역시 사실은 생존 압박이라는 구조적 조건과 맞물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듣고 나면 오늘날의 국제 갈등 역시 단순히 몇몇 지도자의 성격이나 광기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의 갈등 뒤에는 대개 더 복잡한 구조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br>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은 해적 이야기를 다룬 부분이다. 법도 재판도 없는 해적선에서 의외로 정교한 조직 운영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흥미롭다. 보상 체계와 신호 구조가 명확하면 반란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듣다 보면 현대 기업 조직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폭력 집단이 오히려 꽤 합리적인 유인책 설계를 했다는 사실은 묘하게 씁쓸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nbsp;  이 책의 접근은 어디까지나 경제학적이다.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의 총력전을 다루는 부분에서도 도덕적 비판보다는 경제적 동원 체제의 효율성이 강조된다. 이런 분석은 다소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관심을 두는 것은 선악의 판단이 아니라 행동을 만들어내는 유인 구조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전쟁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특정한 제도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설명은 어디까지나 분석일 뿐 권유가 아니다. 문제는 이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 때 생긴다.  &nbsp;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내란을 두둔하거나 강경한 물리적 충돌을 불가피한 선택처럼 말하는 목소리가 등장한 적이 있다. 국가의 위기나 경제적 침체를 이유로 “큰 충격이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이다. 역사 속 전쟁이 제도 발전을 낳았으니 어느 정도의 폭력은 필요악이라는 논리와 닮았다.  &nbsp;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결론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폭력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어떤 제도가 만들어졌는가이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과 왜곡된 유인이 지배하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큰 충격이 가해져도 발전 대신 파탄이 반복된다. 신대륙의 은을 움켜쥐고도 재정 파탄에 이른 군주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폭력은 자동으로 진보를 낳지 않는다. 제도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폭력은 공동체를 더 약하게 만들 뿐이다.  &nbsp;  전쟁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태도는 어쩌면 ‘보물’만 보고 ‘피’를 지워버리는 편리한 기억 방식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득을 얻었다면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피와 보물의 관계는 풍선효과와도 비슷하다. 경제학적 분석은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차가움은 일종의 경고이기도 하다. 유인이 왜곡되면 개인은 합리적으로 행동하더라도 집단은 비극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nbsp;  저자 던컨 웰던은 『이코노미스트』와 BBC에서 활동한 저널리스트이자 경제학자이다. 영란은행과 자산운용, 공공정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워릭대학교 세계경제 비교우위 분석센터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런 이력이 보여주듯 그의 논의는 상당히 촘촘하다. 모든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반박하려면 그만큼의 근거가 필요하다.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 지닌 가장 건강한 특징이다.  &nbsp;  이 책은 전쟁의 승패를 묻지 않는 대신 전쟁이 남긴 제도적 흔적을 추적한다. 누가 이겼는가보다 무엇이 바뀌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오늘의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총성과 함성이 아니라 어떤 유인을 설계하고 어떤 제도를 지켜내느냐이기 때문이다.  &nbsp;  결국, 이 책이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피와 보물 중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역사는 언제나 전쟁의 명분보다 그 결과를 더 오래 기억한다. 오늘날 중동의 긴장을 키우며 전범 논란에까지 이름이 오르는 트럼프와 네탄야후의 사례는 실정을 덮느라 보물조차 약속하지 못하는 전쟁이 결국 어떤 평가로 남게 되는지를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nbsp;  #돈의흐름 #돈의역사 #역사서 #눈에보이지않는전쟁과돈의역사 #피와보물 #프리코노믹스 #freakonomics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64/61/cover150/k35213505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646138</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맑스의 자본 강의 -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amp;lt;자본&amp;gt; 강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20663</link><pubDate>Sat, 28 Feb 2026 16: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12066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85695&TPaperId=171206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57/98/coveroff/893648569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85695&TPaperId=1712066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lt;자본&gt; 강의</a><br/>데이비드 하비 지음, 강신준 옮김 / 창비 / 2011년 04월<br/></td></tr></table><br/><br>저자는 영국 출신의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이자 사회이론가로, 도시·공간·자본주의를 결합해 분석하는 세계적 석학이며, 자본의 축적 논리를 공간 구조(도시화·부동산·금융·제국주의) 속에서 해석한 이론가로 유명하다. 그는 자본주의를 단순한 경제 체제가 아니라 도시, 국가, 정치, 문화, 일상생활 전체를 재구성하는 구조적 시스템으로 파악했고, 『자본의 한계(The Limits to Capital)』, 『신자유주의의 역사(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반란의 도시(Rebel Cities)』 등을 통해 신자유주의, 금융화, 불평등, 도시 공간의 계급화를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특히 『맑스 &lt;자본&gt; 강의』에서는 난해한 『자본론』을 현대 자본주의 현실과 연결해 해설하며, 맑스를 고전 텍스트가 아니라 지금도 작동하는 비판 이론으로 복원한 해설자로 평가받는다.  &nbsp;  이 책은 단순한 강의 해설서가 아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기’에 앞서 ‘이해’를 먼저 요구하는 꽤 집요한 안내서이다. 2010년 출간 당시에도 시의성이 있었지만 15년이 흐른 지금 자본주의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벌어진 정치적 격변과 도널드 트럼프 현상을 떠올려보면 하비의 문제 제기는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돈이 삶을 지배하는 수준을 넘어 민주주의의 형식까지 흔들 수 있다면, 그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nbsp;  책은 상품에서 출발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부는 돈이 아니라 ‘상품의 집합’으로 나타난다.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동시에 지니지만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우리의 관심은 점점 교환가치, 곧 가격으로 쏠린다. 서로 다른 물건이 일정한 비율로 교환될 수 있는 이유를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 대목은 가격표 뒤에 숨어 있는 노동의 흔적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그 숫자를 자연스러운 질서로 받아들인다. 하비가 짚어내는 상품 물신성은 바로 이 지점, 인간이 만든 관계를 자연법칙처럼 믿어버리는 착시를 가리킨다. 익숙함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nbsp;  교환과 화폐의 분석은 시장을 더 이상 순진하게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교환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 사이의 거래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사적 소유와 법적 인정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화폐는 단순한 편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매개이다. 상품–화폐–상품의 순환에서 돈은 수단이지만 화폐–상품–화폐′의 구조에서는 더 많은 돈이 목적이 된다. 이 전환이 자본주의의 본질을 드러낸다. 돈이 삶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삶이 돈의 증식을 돕는 장치로 바뀌는 순간이기 때문이다.<br>자본의 일반적 정식 G-W-G′을 따라가면 이윤의 비밀이 드러난다. 단순한 유통 과정에서는 가치가 늘어나지 않는다. 잉여가치는 생산 영역에서, 특히 노동력이라는 특별한 상품을 통해 창출된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 ‘결과’가 아니라 일정 시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다. 임금은 그 능력을 유지하는 비용일 뿐, 노동자가 실제로 만들어낸 가치 전체를 반영하지 않는다. 노동시간은 필요노동과 잉여노동으로 나뉘고 그 차이가 자본의 몫이 된다. 월급이 정당한 보상이라는 익숙한 생각이 조금은 흔들리는 대목이다.  &nbsp;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의 구분은 자본이 실제로 어디서 증식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기계와 원자재는 자신의 가치를 이전할 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오직 노동력만이 그 이상을 만들어낸다. 잉여가치율, 노동일의 연장, 상대적 잉여가치의 확대라는 개념들은 자본이 노동을 어떻게 조직하고 압박하는지 설명한다.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 역시 중립적 진보가 아니라, 필요노동을 줄이고 잉여노동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효율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낯설어진다.  &nbsp;  협업과 분업, 매뉴팩처와 대공업, 그리고 기계의 도입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의 자동화와 플랫폼 노동을 떠올리게 한다. 협업은 연대의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통제와 관리의 정교한 방식이 될 수 있다. 분업은 효율을 높이지만 노동자를 전체 과정에서 분리시키고 대체 가능한 존재로 만든다. 기계는 인간을 해방시키는 동시에, 자본의 논리 아래에서는 인간을 기계의 리듬에 종속시킨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편입된 체제라는 점이 또렷해진다.  &nbsp;  임금과 단순재생산, 축적의 논의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스스로를 반복·확대하는지를 보여준다. 노동자는 임금을 통해 다시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자본은 잉여가치를 축적해 규모를 키운다. 축적은 선택이 아니라 강제이며, 경쟁 속에서 자본가는 멈출 수 없다. 산업예비군의 존재는 실업과 불안정이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일부임을 드러낸다. 성장의 이면에 상대적 빈곤과 집중이 뒤따르는 이유도 이 맥락에서 이해된다.  &nbsp;  마지막으로 본원적 축적의 분석은 자본주의의 출발 신화를 재검토하게 한다. 성실과 절약의 미담 대신, 토지로부터의 추방과 박탈, 제도화된 폭력의 역사가 놓여 있다. 자유로운 계약이라는 말은 이미 생산수단과 분리된 존재를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는 자연스러운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체제임을 상기시킨다.  &nbsp;  이 책의 의의는 단순히 『자본』을 쉽게 풀어냈다는 데 있지 않다. 하비는 자본주의를 도덕적으로 규탄하기보다, 그 운동 법칙을 차분히 해부한다. 왜 위기가 반복되는지, 왜 불평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지, 왜 돈의 논리가 정치와 일상 깊숙이 스며드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한다. 그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집값 그래프나 주가 지수, 월급 명세서와 뉴스 속 국제 정세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nbsp;  이 책은 자주 들어 귀에 익숙하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 선뜻 이해되지 않던 용어들과 두꺼운 분량으로 사회과학 지식이 일천한 헛똑똑이 필자를 불편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사유의 시작이다. 자본주의를 “원래 그런 것”으로 넘기지 않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묻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다른 자리에 서게 된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세계정세와 경제 현실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리고 분노나 체념 대신 독수리처럼 맑은 눈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일독할 가치가 있다. 자본주의의 민낯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싸우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분명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157/98/cover150/893648569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579803</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