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jyooster님의 서재 (jyooster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un, 20 Sep 2026 11:19:32 +0900</lastBuildDate><image><title>jyooster</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302471162362447.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jyooster</description></image><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품격 있는 어른의 한자어 - [품격 있는 어른의 한자어 - 생각은 깊게 표현은 분명하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511395</link><pubDate>Sat, 12 Sep 2026 13:3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5113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948084&TPaperId=175113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88/75/coveroff/896494808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948084&TPaperId=175113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품격 있는 어른의 한자어 - 생각은 깊게 표현은 분명하게</a><br/>김웅식 지음 / 보누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br>  &nbsp;  &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김웅식 저자의 『품격 있는 어른의 한자어』는 오늘날 우리가 무심코 놓치고 있던 단어의 깊이와 언어의 품격을 따뜻하게 짚어주는 책이다. 책은 결코 딱딱한 고사성어나 어려운 한자를 무작정 외우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날마다 쓰는 말들의 뿌리를 함께 찾아가며, 그 안에 숨겨진 본래 의미와 결을 다정하면서도 또렷하게 보여준다.  &nbsp;  우리는 매일 쓰는 말 중 한자에서 유래한 단어가 수두룩한데도, 정작 그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올바른 뜻을 몰라 상황에 맞지 않게 쓰거나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흔하다. 공문이나 공지의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착각해 일을 미루거나, 깊은 사과를 전하는 '심심(甚深)한 사과'를 "지루하고 심심해서 하는 사과냐"라며 엉뚱하게 분통을 터뜨리는 웃지 못할 일들이 일상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다.   &nbsp;  또한, 발음이나 형태는 비슷하지만, 한자의 쓰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수많은 '대립쌍'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언어를 아슬아슬하게 다루는지 보여준다. 대금을 정산하는 '결제(決濟)'와 서류 승인을 받는 '결재(決裁)'를 헷갈리고, 기술을 개척하는 '개발(開發)'과 잠재된 재능을 열어주는 '계발(啓發)'을 구별하지 못하며, 상태를 유지하는 '보존(保存)'과 온전히 보호하거나 메우는 '보전(保全)'을 혼용하는 일들이 대표적이다. 회사에서 사람을 부르는 '고용(雇用)'과 남의 일을 해주는 '고용(雇傭)', 학습 능력인 '학력(學力)'과 학교 경력인 '학력(學歷)'에 이르기까지, 단어의 한 끗 차이를 인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소소한 오해들은 우리가 언어적 맥락과 언어 주권의 기틀을 얼마나 위태롭게 놓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nbsp;  오늘날 이러한 어휘의 맥락을 짚는 일은 더욱 절실해졌다. 통계청 조사 기준 성인 종합독서율이 30%대까지 급감하는 등 책을 읽지 않는 풍조가 고착된 데다, 공교육 현장에서 한자 교육이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중심의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짧은 영상이나 요약본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뇌는 길고 정교한 글을 읽어내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가 조사에 따르면 성인 인구의 약 20%가 일상적인 문서나 문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 상태인 것으로 보고된다.  &nbsp;  모순적인 것은, 우리 사회가 우리말의 바탕이 되는 어휘력과 기초 문해력을 가꾸는 '우리말 살리기'에는 지극히 인색하면서도 조기 영어 교육과 영어 사교육에는 매년 수조 원대의 막대한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영어 사교육비 집행액만 연간 6조 원을 훌쩍 넘어서며 전체 과목 중 최상위권을 다투고 있다. 모국어 어휘의 결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래어와 영어를 우선시하는 이러한 불균형은 결국 우리 공동체의 정신적 기반이자 생각의 주도권인 '언어 주권'마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기 언어를 정교하게 다루지 못해 외부 언어나 자극적인 표현에 휘둘리는 순간, 우리는 생각의 자립성을 잃고 언어 주권을 스스로 내려놓게 되는 셈이다.  &nbsp;  이러한 어휘력의 수직 하락은 단순히 '아는 단어 수가 적다'는 개인적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말 어휘의 과반수가 한자어에 바탕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교한 표현을 잃어버린 사회에는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언어만 남게 되며, 결국에는 사회 전체의 의식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킨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그 여파로 시민 사회가 애써 쌓아 올려 온 민주주의의 탑마저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는 안타까운 광경을 목도하고 있다. 건전한 비판과 성숙한 토론 대신 맹목적인 진영 논리와 자극적인 선동 언어만이 판을 치는 현실은 결국 언어 주권과 사고의 빈곤이 가져온 씁쓸한 결과다.  &nbsp;  저자는 이러한 언어적 혼란 속에서 단어의 진짜 뜻과 맥락을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이 왜 어른다운 품격을 만드는 첫걸음인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책에서 들려주는 단어의 유래와 올바른 쓰임새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말 습관을 돌아보게 된다. 상황과 상대에 맞는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는 능력은 단순히 지식을 뽐내는 일이 아니다. 타인과의 소통에서 오는 오해를 줄이고, 한층 다정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게 해주는 마음의 교양이다.<br><br>결론적으로 이 책은 모국어 어휘의 빈곤이 생각의 빈곤으로 이어지기 쉬운 디지털 시대에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을 준다. 우리 말의 언어 주권을 단단히 지켜내고, 내 생각과 시선을 한 단계 더 깊고 풍성하게 가꾸고 싶은 모든 어른에게 필요한 지침서다.  &nbsp;  #보누스 #김웅식 #생각은깊게 #표현은분명하게 #품격있는어른의한자어 #한자교육필요 #국어어휘력 #언어는존재의틀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88/75/cover150/89649480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887538</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몸 살리는 ‘덜어내기‘ 철학 - [건강을 위한다는 착각]</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97470</link><pubDate>Sun, 06 Sep 2026 11: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9747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0342&TPaperId=1749747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86/18/coveroff/k98213034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0342&TPaperId=1749747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건강을 위한다는 착각</a><br/>신재용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08월<br/></td></tr></table><br/><br>아침에 눈을 뜨면 자동적으로 약을 찾는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그리고 이명 판정을 받은 지 벌써 몇 년째. 한 움큼의 알약을 물과 함께 삼키며 ‘오늘 하루도 내 몸을 위해 할 도리를 다했다’는 묘한 안도감에 젖는다. 사실 나의 건강 관리는 각 잡고 땀 흘리는 '진짜 운동'은 피하고 싶으면서도 건강은 챙기고 싶어 하는, 소심하고 이율배반적인 몸부림의 연속이었다. 본격적으로 운동할 용기는 없으니 출퇴근길 지하철과 사무실 계단에서 헉헉대고, 퇴근길엔 굳이 한 정거장 먼저 내려 집까지 터덜터덜 걷는다. 과식이라도 한 날엔 왠지 모를 죄책감에 쫓기듯 어둑한 산책로를 배회한다. 남들이 보면 일상 속 걷기를 실천하는 부지런한 사람 같겠지만, 실상은 운동의 수고로움을 피하려다 피로도만 높이고 있는 안쓰러운 자화상일 뿐이다.  &nbsp;  우리는 이처럼 건강에 대한 부채감을 안고, 몸에 무언가를 계속 '집어넣거나' 소극적인 타협안으로 면죄부를 얻으려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하루하루를 애처롭게 방어하던 나의 맹신에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약사이자 면역학 연구자, 나아가 스스로 신장 이식까지 경험한 저자는 현대인의 맹목적인 건강 염려증, 혹은 집착을 '더하기 중독'이라 꼬집는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으로 달려가고, 수많은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며 건강을 '결제'하려는 태도를 진화의학적 관점과 최신 논문을 통해 비판하는 것이다. 그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진정한 건강은 무언가를 계속 더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과정에서 비로소 회복된다는 사실이다.  &nbsp;  저자의 이 '덜어내기(뺄셈)' 철학은 나의 지질한 건강 관리법을 되돌아보게 했다. 돌이켜보면 내 일상 역시 철저한 덧셈이자 보상 심리였다. 피곤을 무릅쓰고 억지로 계단을 오른 보상으로 달콤한 간식을 찾았고, 땀 흘려 근육을 깨우는 본질적인 노력은 외면한 채 약을 챙겨 먹으며 위안을 얻었다. "이 정도 걸었으니, 이 약을 먹었으니 괜찮겠지"라며 자신을 다독여온 것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영양제와 어설픈 걷기로 쌓아 올린 나의 방어벽이 얼마나 부실했는지 깨달았다. 건강해야 한다는 강박에 쫓긴 억지 활동과 과잉 영양은 도리어 내 몸을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nbsp;  그렇다면 맹목적인 더하기와 애처로운 타협을 멈춘 자리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고유의 회복력을 믿고 쉼 없이 몸을 움직이는 정직한 일상뿐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여전히 운동복을 차려입고 한계까지 땀 쏟는 일이 성가신 사람이다. 뭔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쳐다보지도 않는 이상한 성격도 한 몫 거든다. 퇴근 후엔 으레 소파와 물아일체를 실천한다. 하지만 이 책을 기점으로 내 마음속에는 분명한 변화가 움트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진짜 운동을 다른 꼼수로 대체해 보려던 강박을 덜어내고 나니, 역설적으로 그 빈 자리에 '자발적인 각오'가 들어선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지름길이나 얄팍한 타협안이 통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진실을 마주하자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남은 과제는 무척이나 단순했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엉덩이를 떼고 밖으로 나가는 것.   &nbsp;  내일부터는 의무감에 쫓기는 억지 계단 오르기나 마지못해 걷는 퇴근길이 아니라, 오롯이 내 몸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 딱 30분만 기분 좋게 동네를 걸어보리라. 누군가의 강요나 불안감이 아니라, 내 몸의 본질을 깨닫고 스스로 다지는 순수한 각오다. 결국 이 책은 기적의 비법을 읊어주는 약장수가 아니다. 얄팍한 타협으로 하루를 방어하던 내 어깨를 다독이며, 날것 그대로의 몸을 대면하게 만드는 거울이다. 영양제에 의존하고 억지스러운 걷기로 진짜 운동을 피하려 애쓰던 가엾은 영혼이여, 이제 무거운 강박을 덜어내고 운동화 끈을 묶어 볼 차례다. 마침내 문밖으로 내디디는 그 홀가분한 첫걸음이야말로 진짜 건강을 되찾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테니까.  &nbsp;  #보누스 #건강을위한다는착각 #신재용 #건강관리 #운동 #영양제오남용 #건강보조식품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86/18/cover150/k98213034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861813</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노년의 사회학, 정치학 -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88950</link><pubDate>Wed, 02 Sep 2026 13: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8895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4961&TPaperId=1748895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60/44/coveroff/893204496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4961&TPaperId=1748895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a><br/>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2월<br/></td></tr></table><br/>《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디디에 에리봉 지음)  &nbsp;    &nbsp;    &nbsp;  우리가 태어나는 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듯, 죽음 역시 온전히 나의 의지대로 맞이하기란 쉽지 않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늙고 병든다는 것은 삶의 존엄한 마침표라기보다, 정교하게 짜인 격리 시설에 수용되는 과정에 가까울 때가 많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은 이 책에서 한 서민 여성의 삶을 통해 노년이 마주하는 이러한 잔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포착해 낸다. 그는 어머니의 요양원 입소와 죽음을 계기로 계급과 성별, 그리고 노년이 얽히며 발생하는 사회 구조적 폭력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nbsp;  이 책을 읽는 일은 그저 남의 비극을 건너다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과거 부모님의 마지막 순간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우리들의 아픈 경험을 다시 불러내며, 머지않아 다가올 나 자신의 미래를 또렷이 직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에리봉의 치밀한 사회학적 분석과 그 곁에 보탠 개인적 단상은 노년과 죽음이 더 이상 골방 속 사적인 문제로만 남을 수 없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nbsp;  인간의 존엄성은 자기 신체와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노화는 이 자율성을 뿌리째 흔든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움직이던 팔다리가 갑자기 말을 듣지 않을 때 느껴지는 공포는 삶의 기본적 조건마저 무너뜨린다. 나이 드는 것이 점차 두려워지는 직접적인 이유다. 신체적 취약성은 단순한 건강의 문제를 넘어 개인이 지닌 자유와 권리를 무(無)로 돌아가게 만드는 무서운 형틀이다.  &nbsp;  에리봉은 어머니가 요양원에 입소하면서 경험한 자율성의 상실을  ‘총체적 기관(total institution)’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요양원은 겉으로는 돌봄의 공간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바깥 세계와 단절된 채 개별 노인의 삶을 구획하고 통제하는 격리의 장소이다. 그곳에서 노인은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잃고, 타인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상태에 놓인다. 이는 단순한 주거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한 인간이 지녀온 정체성과 권익, 즉 ‘자기 영토’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축소되는 탈인간화 과정이다.  &nbsp;  이 과정은 치매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주간보호센터와 요양원, 요양병원을 순례하며 모셔야 했던 내 가족의 경험과 궤를 같이한다. 자식으로서 아버지가 조금씩 인간다운 삶에서 멀어져 가는 과정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일은 애통함 그 자체였다. 당신이 처한 상황을 예감했기에 단 한 번도 거부하지 않고 쓸쓸한 고립을 받아들이시던 아버지의 담담함 뒤에는, 자율성을 완전히 상실한 자의 거역할 수 없는 체념이 깔려 있었다. 저자는 현대 사회가 이처럼 노인의 죽음을 외롭고 신속하며 은밀하게 치워버림으로써 공적 영역에서 은폐한다고 지적한다.에리봉의 어머니가 겪은 노년의 비극은 그가 평생 짊어져 온 서민 여성으로서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다. 어머니는 공장에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몸이 망가지는 작업 조건 속에서도 침묵해야 했고, 가부장적 가정 환경 속에서 불행을 견뎌내야 했다. 저자는 지식계급으로 이동한 후에도 마르크스주의적 언어를 통해 출신 계급에 대한 지적 충실성을 유지하며, 어머니와의 거리를 메우고자 애쓴다.  &nbsp;  여기서 프랑스 사회의 계급 의식과 한국 사회의 역동성 사이에 흥미로운 대조가 발생한다. 프랑스의 계급 이탈자들은 신분 상승 후에도 자기 뿌리인 노동계급 정체성을 자각하고 구조적 모순에 대한 저항 의식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급격한 산업화를 겪은 한국 사회에서 노동계급 정체성은 연대의 기반이 되기보다 조속히 탈출해야 할 과거로 인식되었다. "자식에게만큼은 고된 노동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강한 신분 상승 욕구는 개인의 고통을 사회적 저항으로 발전시키기보다, 가족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는 사적 영역으로 흡수시켰다.  &nbsp;  그러나 이처럼 고통을 개인의 희생으로 환원한 결과는 잔혹하다. 일평생 몸을 바쳐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년에 이르러 신체적 능력을 잃은 대다수 서민들은 사회적 안전망 없이 각자도생의 길로 몰리게 된다. 구조적 폭력에 대한 침묵은 노년의 무기력함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사회적 배제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현실에서의 한국 노인복지는 기초연금·장기요양보험·노인일자리사업 등 막대한 예산과 제도를 운용하고 있음에도 최상위권의 노인 빈곤율이 보여주듯 실질적 생계 보장과 양질의 삶을 견인하지 못하는 '양적 확대와 실효성 부족 사이의 모순'을 안고 있다.  &nbsp;  에리봉은 책의 후반부에서 매우 근본적인 정치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고령자들은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렇지 않다면, 그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통적인 철학과 정치 이론은 경제적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건강한 주체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따라서 자신들을 조직화할 수 없고 생산성을 상실한 노년층은 이론적·정치적 사유의 영역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nbsp;  노인들은 신체적·정신적 약화로 인해 노동조합이나 정당과 같은 집단적 결사체를 구성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힘’이 없다. 민주주의 체제가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집단의 요구를 우선으로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발언권을 상실한 노년층의 문제는 정책과 예산 배분 과정에서 늘 뒷전으로 밀려난다.  &nbsp;  한국 사회가 처한 참담한 노인 빈곤율 역시 이러한 정치적 발언권의 부재와 직결되어 있다. 노인의 가난과 소외는 단순히 국가 예산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자신의 고통을 공적인 언어로 호소할 수 있는 길, 즉 자신들을 대변할 '우리'라는 주체를 형성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대변할 정치적 힘이 없는 집단의 비극은 개인의 불운으로 치부되고, 정치적 무력함은 경제적 빈곤으로 고착화된다.  &nbsp;  요약하자면 이 책은 한 지식인이 어머니의 죽음을 추모하는 글이자, 노년이라는 삶의 마지막 단계를 향한 깊은 사회학적 성찰이다. 저자는 자신이 가진 지식인의 언어를 통해 평생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 그리고 세상의 모든 소외된 노인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자 애쓴다.  &nbsp;  태어나는 순간을 선택할 수 없었듯, 우리는 나이 듦과 노화를 피할 수 없다. 훗날 나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리고 에리봉의 어머니가 걸어갔던 그 쓸쓸한 고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신체적·정신적 제약으로 스스로 결사할 수도, 사회를 향해 소리 높여 외칠 수도 없는 그 무력한 상태에 다다랐을 때, 과연 우리 사회에서 누가 그들의 진정한 대변인이 되어줄 수 있는가? 정치적 표 계산에 따라 표류하는 시민단체나 정당인가, 아니면 그들의 고통을 단지 학문적 연구 대상이나 뉴스거리로 소비하는 지식인과 미디어인가?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자들을 대신해 말한다는 것은 언제나 대변자의 기만이나 왜곡의 위험을 내포한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어떤 자격으로 그 정당성을 얻어 스스로 언어를 잃어버린 노년층을 정말로 대변할 수 있는가? 머잖아 노년을 맞이할 시점에 이 책을 읽고 떠오르는 질문의 무게가 사뭇 무겁게 다가든다.#온라인북클럽 #한달한권할만한데 #문학과지성사 #디디에에리봉 #어느서민여성의삶노년죽음 #성찰 #고백 #쇠락하는신체 #침묵하는노년정치학 #노인복지 #초고령사회 #사회학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60/44/cover150/893204496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1604461</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풍요의그늘속에서묻는삶의가치와물질의무게 - [소유하기, 소유되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65434</link><pubDate>Sat, 22 Aug 2026 14:1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6543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5577&TPaperId=174654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94/64/coveroff/89329255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5577&TPaperId=1746543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소유하기, 소유되기</a><br/>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02월<br/></td></tr></table><br/><br>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 돈을 벌고, 쓰고, 돈에 대해 고민하지만 정작 돈이 우리 삶과 내면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는 깊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안락함은 과연 어디에서 오며, 우리는 그 안락함의 대가를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가? 이 책은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 애써 외면하고 싶어 하는 물질, 계급, 그리고 특권의 모순을 저자 특유의 위트와 날카로운 자의식으로 파헤친 지적 탐구의 기록이다.   &nbsp;  1. 위선과 물신주의로 포장된 자본주의의 풍경저자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상류층 여성들의 슬럼가 탐방을 소환하며 자본주의적 위선의 민낯을 꼬집는다. 당시 유한계급은 빈민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며 이를 ‘교화’라 포장했고, 가난의 원인을 구조가 아닌 개인의 ‘도덕적 나태’로 치부했다. 이러한 위선은 현대 사회에서도 형태만 바뀐 채 작동한다. 한때 청춘을 위로한다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순식간에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 이유도 이와 같다. 청년들이 마주한 참혹한 현실을 단순히 ‘마음가짐의 문제’로 치부하는 순간, 그 위로는 현실을 은폐하는 기만이자 정신적 학대가 되기 때문이다. 책의 여정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사물과 인간관계의 왜곡을 다각도로 관찰한다. 마르크스가 지적했듯 자본주의는 사람들이 타인 대신 물건과 관계를 맺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이케아의 저렴한 가구처럼 “이토록 값싸게 삶을 만들거나 폐기할 수 있다”는 자유 뒤에는 인간적 가치의 상실이라는 슬픔이 드리워져 있다. “집은 사는(live) 곳이지, 투자하는(invest) 곳이 아니다”라는 할아버지의 지극히 당연한 경고가 오늘날 아득한 이상향처럼 느껴지는 현실은 어떠한가.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야 할 공간조차 투기판으로 전락해 버린 지독한 역설이야말로 이 시대 주거 불안의 진짜 얼굴이다.   &nbsp;  2. 노동의 소외, 그리고 통제권이라는 이름의 자유이러한 물신주의 속에서 인간의 '노동' 역시 철저히 계급화되고 소외된다. 책은 '손(manus)'을 써서 일하지 않는 존재를 뜻했던 '매너(manners)'와 '젠틀맨(gentleman)'의 어원을 통해 육체노동을 하대해 온 오랜 편견을 짚어낸다. 팝 밴드 &lt;다이어 스트레이츠&gt;의 노래 ‘Money for Nothing’의 가사처럼, 땀 흘려 일하는 육체노동자 앞에서 기타나 퉁기며 버는 돈을 '거저먹는 돈'이라 칭했던 세태는 노동을 바라보는 씁쓸한 시선을 대변한다.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치열하게 노동하는가? 사람들은 일에서 단지 '일용할 양식'뿐 아니라 '일용할 의미'를 찾고자 한다. 시키는 대로 기계처럼 일하기를 거부하며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라고 응수했던 허먼 멜빌의 소설 속 필경사 바틀비의 비극은, 인간이 노동에서 자율성을 박탈당할 때 얼마나 쉽게 시들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이 우울한 저항은 오늘날 화장실 변기 뒤에 비자금을 숨기는 팍팍한 월급쟁이 가장들의 모습과도 묘하게 겹친다. 푼돈을 몰래 숨기는 행위는 대단한 일탈을 꿈꿔서가 아니라, 세상과 가족의 통제에서 벗어나 온전히 내가 쥐고 흔들 수 있는 작은 ‘숨구멍’과 ‘주도권’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돈의 진짜 가치는 액수가 아니라 통제권이라는 이름의 자유에 있다.  &nbsp;  3. 불평등의 역사와 구조적 착취나아가 책은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자산 불평등과 착취의 구조를 신랄하게 폭로한다. 16~17세기 유럽의 마녀사냥이 극한의 기후 위기와 기근 속에서 생산성 없는 약자(여성, 독거 노파)를 희생양 삼아 공동체의 부양 부담을 줄이려 했던 구조적 비극이었듯, 역사 속에서 빈곤과 약자는 늘 거대한 권력과 이기심의 희생양이 되어왔다. 여성의 지적 자유를 위해 투표권보다 ‘자기만의 방(물질적 토대)’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버지니아 울프의 통찰처럼, 고결한 이상이나 정치적 권리조차 경제적 독립 없이는 무력할 뿐이다. 오늘날 주식 시장의 과열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얻는 투자 수익이나 안락한 은퇴 자금이 실상은 누군가의 노동 몫을 희생시켜 얻은 결실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착취 경제에 기대어 은퇴하는 셈"이라는 불편한 자각을 안겨준다. 결국 부의 불평등은 건강과 교육의 결핍으로 이어지며, 가난은 개인의 실패가 아닌 공동체가 떠안아야 할 뼈아픈 사회적 비용이 된다.<br>4. 안락함의 모순 속에서 ‘중산층’을 꿈꾼다는 것저자는 자신이 쌓아 올린 지적 자산과 안락함이 백인 중심의 시각과 “돈에 관한 백인의 거짓말” 위에 세워졌음을 담담히 인정하며 특권의 시선을 스스로 해체하고자 시도한다. “나는 불편감을 놓고 싶지 않았고, 안락도 놓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은 그 모순의 산물이다”라는 솔직한 고백은 자본주의적 풍요 속에 발을 담근 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월급 액수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르고 '중산층 붕괴'라는 경고가 쏟아지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끊임없이 '중간의 삶'을 열망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우리가 꿈꾸는 중산층이라는 지위는 거창한 부의 축적이나 호의호식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불행 앞에서 길거리에 나앉지 않을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시간과 돈을 보면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게 뭔지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우리가 진정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nbsp;  5. 추천의 말자전거를 타려 핸들을 잡았을 때의 기민함이 자동차 운전대를 잡는 순간 사라지고 타인을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여기게 되듯, 우리는 자신이 선 위치에 따라 너무나 쉽게 타인의 처지를 잊고 마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결국 이 책은 단순한 경제 서적이 아니라, 비정한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할 인간적 존엄을 묻는 철학서다. 안락함의 달콤함을 누리면서도 부끄러움을 잃지 않으려는 '양심적 중산층', 그리고 매일 밥벌이에 시달리면서도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어 마음 한구석이 헛헛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서늘하고도 따뜻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타인의 희생 위에 세워진 내 특권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 사람, 그리고 물질의 풍요 속에서 잃어버린 '삶의 주도권'을 다시 거머쥐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쳐보시기 바란다.   &nbsp;    &nbsp;  #풍요의그늘속에서묻는삶의가치와물질의무게 #온라인북클럽 #한달한권할만한데 #소유하기소유되기 #율라비스 #열린책들 #중산층 #자본주의 #소비는미덕 #무소유실천 #소유는곧존재인가 #딱마음에드는판형 #내용은좋은데제본은안습]]></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94/64/cover150/89329255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6946432</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영단어의 기원을 찾아서 - [영어 어원 80일간의 세계 일주 - 지구를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1,000개의 영어 어휘가 저절로 쌓였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55902</link><pubDate>Mon, 17 Aug 2026 16: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5590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72130735&TPaperId=1745590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93/coveroff/k37213073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72130735&TPaperId=1745590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영어 어원 80일간의 세계 일주 - 지구를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1,000개의 영어 어휘가 저절로 쌓였다</a><br/>폴 앤서니 존스 지음, 고정아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08월<br/></td></tr></table><br/>  &nbsp;  <br>&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 일반 사전을 나침반 삼아 떠나는 세계 일주언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은 언제나 가성비 최고의 여행 수단이다. 진짜 여행을 떠나기 힘들 때, 책 한 권만 펼치면 순식간에 낯선 이국의 땅으로 건너가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매력을 가장 극적으로 살려낸 작품이다. "지도나 지명 사전 대신, 일반 사전을 나침반 삼아 세계를 여행하면 어떨까?"라는 신선한 질문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자는 지명에서 따온 영단어들의 발자취를 따라 유럽,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오세아니아, 남북미 대륙까지 65개국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여정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nbsp;  이 책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은 단연 저자의 탁월한 말솜씨와 지적 유희다. 빌 브라이슨이나 마크 포사이스 같은 세계적인 대중 교양 작가들이 떠오르면서도, 과하거나 느끼하지 않은 특유의 경쾌한 유머를 보여준다. 참고문헌에 제시된 고전 속어 사전부터 현대 전문 사전까지 15권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썼음에도, 마치 친한 친구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어체로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책을 읽다 보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너 이 단어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 하며 배운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 입이 간질거릴 정도다.<br><br>* 단어 하나에 담긴 역사와 인간의 아픔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들에 얼마나 깊고 다양한 세계사가 숨어 있는지 잘 보여준다.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온 '포트와인', 벨기에 스파에서 유래한 '스파(Spa)', 체코 야히모프에서 나온 '달러' 같은 직관적인 단어들은 가벼운 몸풀기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발라클라바 전투에서 한쪽 팔을 잃은 영국군 사령관의 이름에서 나온 '라글란 재킷', 태국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전 세계를 돌았던 창과 엥 벙커 형제에게서 비롯된 '샴쌍둥이' 이야기는 단어 하나에 얽힌 개인과 시대의 아픔을 묵직하게 보여준다.  &nbsp;  원자폭탄 실험이 있었던 마셜 제도의 비키니 환초가 어떻게 수영복 '비키니'가 되었는지, 19세기 인도 데올랄리 주둔지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정신병 사태가 어떻게 일시적인 광기를 뜻하는 '둘랄리(doolally)'가 되었는지 추적하는 과정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흥미진진하다. 독일의 호전적인 태도가 싫어서 독일 멧돼지 사냥개가 '그레이트 데인(덴마크 개)'으로 국적을 바꿔야 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는 언어가 가진 정치적 속성까지 보여준다.  &nbsp;  <br>* '80개 단어'라는 즐거운 속임수와 출판사의 정성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80개의 단어'라는 제목이 사실 즐거운 속임수라는 점이다. 저자는 하나의 목적지에서 연상되는 또 다른 단어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낸다. 각주마저 본문 못지않게 알차서 캘리코, 덤덤탄, 방갈로, 타마린드 같은 단어들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160~200개 이상의 어원을 배우게 된다. 단어를 단순 '암기'의 대상이 아니라, 어원 탐구의 방향을 뒤집어 지명에서 파생된 기원을 찾아가는 '발굴'의 대상으로 접근했기에 학습 효과가 배가된다.  &nbsp;  특히 출판사 현대지성의 꼼꼼하고 완성도 높은 편집 기획이 빛을 발한다. 원서에는 없는 풍부한 시각 자료(컬러판 사진)를 공들여 대거 가득 채워 넣음으로써 지리적 배경과 단어의 맥락을 시각적으로 훌륭히 보완해 냈기 때문이다. 덕분에 독자의 이해도를 대폭 높였을 뿐만 아니라, 표지 역시 한국 독자들에게 익숙한 단어들로 구성하여 자칫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는 책을 한층 친근하고 매력 있게 내놓았다.  &nbsp;  <br>* 아쉬운 점과 한계물론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영국의 언어 연구자가 학술적·교양적 어휘 위주로 집필했기 때문에 영문학을 전공한 필자라 할지라도 실생활 활용 면에서는 체감도가 낮고 낯선 단어투성이로 느껴졌다. 지명과 어원을 매끄럽게 연결해 읽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독자 자신의 세계 지리에 대한 감각이 어느 정도 요구되기도 한다.  &nbsp;  또한 챕터 제목과 실제 핵심 내용이 겉도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덴마크가 그레이트 데인의 어원이라면 굳이 코펜하겐을 제목으로 삼을 이유가 없고, '리마 증후군'을 다루는 장에서는 정작 스톡홀름 증후군 설명이 훨씬 많아 흐름이 끊기기도 한다. 무엇보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편입 연도를 틀리는 등 일부 사실 확인이 누락된 점이나, 완독 후 전체 내용을 되짚어볼 수 있는 '어휘+의미' 형태의 표제어 색인 목록이 책 뒷부분에 따로 마련되지 않은 점은 엄밀한 지식을 기대한 독자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nbsp;  <br>* 그런데도 추천하는 이유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이 책 본연의 매력을 가리지는 못한다. 애초에 이 책은 무거운 학술서가 아니라,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의 오마주로 런던에서 시작해 런던으로 돌아오는 쾌활한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자버니즘, 앰프스터 같은 생소한 단어부터 쥐라기, 칠면조, 보드빌까지 다채로운 단어의 성찬을 즐기다 보면 굳이 머리 싸매고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세계 역사와 문화가 머릿속에 녹아든다.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짧은 비행, 혹은 휴가지에서 가볍게 읽을거리나 지적 자극을 찾는 이들, 그리고 언어가 가진 마술 같은 맥락에 빠져보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기꺼이 일독을 권한다.  &nbsp;  #아마존베스트셀러 #현대지성 #폴앤서니 #핵심영어어휘 #영어어원80일간의세계일주 #신박한어휘학습법 #왜아는단어가없는거니]]></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93/cover150/k37213073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849367</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보약같은 화폐금융론 - [은행 너머의 금융 - 21세기 화폐금융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50264</link><pubDate>Fri, 14 Aug 2026 11: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5026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0008&TPaperId=1745026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59/91/coveroff/k11213000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0008&TPaperId=1745026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은행 너머의 금융 - 21세기 화폐금융론</a><br/>차현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6년 07월<br/></td></tr></table><br/>학생들에게 수능 영어 지문을 막힘없이 해독하고 관계대명사를 설명할 때면 제법 유능한 교사가 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교무실로 돌아와 대출 원리금 상환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이 얕은 지적 자만심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영어 어휘나 문법에는 훤할지언정 숫자와 돈의 생태계 앞에서는 세상에 이런 초짜가 없다.&nbsp;<br>돌이켜보면 내가 이렇게 금전 감각에 젬병이었던 이유는 돈이라는 존재의 속성을 깊이 이해하려 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주체적이고 지혜롭게 쓰며 경험을 쌓아볼 기회조차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산이라고 해봐야 은행 대출을 쥐어짜 마련한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이고,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각종 공과금과 이자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기 일쑤다. 재테크는커녕 노후 준비조차 손대지 못한 채 막막한 현실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자조 섞인 한숨뿐이었다.   &nbsp;  이런 답답한 인간이 어디 나 하나뿐이겠냐며 대책 없이 자신을 위로하던 중 이 책을 만났다. 전문서와 교양서의 경계에 있는 이 책은 시중에 넘쳐나는 단편적인 투자 기술 대신, ‘화폐금융론’이라는 기술적인 주제를 통해 금융의 근본적인 뼈대와 역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경제 뉴스를 알아듣고 당장 경제 활동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감기약 같은 금융 상식이라기보다, 금융 감각을 키워주는 보약이라 하겠다.  &nbsp;  저자는 무거운 동전을 대신하려 만든 당나라의 '비전'이나 유성 잉크로 양면 인쇄를 가능케 한 송나라의 어음 '교자'처럼 아주 오래전부터 돈이 어떻게 모습을 바꾸어왔는지 들려준다. 특히 어음의 환금성을 보장하는 '배서'라는 장치는 부도 시 연쇄 위험을 낳기도 하지만 그만큼 담보력을 높여준다는 어음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수표의 한 종류인 여행자수표가 식당이나 상점에서 서명을 한 번 더 확인하는 '부서(countersignature)' 절차 덕분에 현금보다 안전할 수 있었고, 이것이 조건부 지급을 이행하는 현대 스마트 계약(이더리움)의 원조였다는 대목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nbsp;  또한 1825년 금융위기 때 영란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며 자금 경색을 완화했던 역사를 통해 중앙은행이 '최후의 구원자' 역할을 하게 된 진짜 배경을 이해하게 된다. 뱅크런을 막는 예금보험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켜 전액 보호 대신 부분 보호를 원칙으로 삼게 된 과정, 1978년 미국의 '전자자감이체법'으로 은행이 독점하던 송금 영역에 ATM이나 카드사 같은 제삼자가 개입하게 된 흐름도 흥미롭다. 최근 우리나라의 티몬·위메프 사태 역시 현행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사)이 고객 자금을 잠시 보관하고 정산하는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면서 뉴스 속 복잡한 사건들이 비로소 하나의 맥락으로 읽히기 시작한다. 비트코인 같은 최신 디지털 화폐를 바라보는 시각도 한결 명쾌해진다. 처음엔 기존 화폐를 대체할 혁신으로 홍보되었지만, 예산이나 세금 집행에 쓰이지 못하며 결국 기존 금융권이 투자하는 '암호자산'으로 자리 잡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짚어준다.  &nbsp;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 책에서 당장 내일 대출금을 다 갚는다거나 부자로 만들어주는 기적 따위는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갚아야 할 빚'이라는 답답한 틀에서 벗어나, 세상을 움직이는 돈의 흐름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뜰 수는 있다. 둔감했던 금융 감각도 돈의 작동 원리를 익히며 조금씩 기지개가 켜지는 느낌이다. 돈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세상을 읽는 하나의 언어로 바라보게 된 것만으로도 문과 감성 충만했던 나에게는 커다란 진전이다.  &nbsp;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자산 증식 기법에 피로감을 느끼며 돈의 근본적인 생태계를 알고 싶었던 보통의 월급쟁이들과 금융 초보자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다. 나아가 비트코인이나 핀테크 등 쏟아지는 최신 기술의 역사적 맥락이 궁금하거나, 돈과 지급수단의 진화 과정을 흥미롭게 탐구하고 싶다거나, 실제 금융 제도의 구조적 과제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세상을 해석하는 명쾌한 안목을 얻을 것이다.&nbsp;<br>그나저나, 정말 나의 노후 대비는 어쩐다지?  &nbsp;  #메디치 #차현진 #은행너머의금융 #경제상식 #금융지식 #화폐금융론 #문과라숫자싫어 #고마해라걱정 #돈마이까뭇다아이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59/91/cover150/k1121300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599143</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언론의 참모습 - [전국 언론 자랑 - ‘소멸’이 아니라 ‘삶’을 담는 지역 언론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48315</link><pubDate>Thu, 13 Aug 2026 12: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4831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032520&TPaperId=1744831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562/77/coveroff/k62203252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032520&TPaperId=1744831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전국 언론 자랑 - ‘소멸’이 아니라 ‘삶’을 담는 지역 언론 이야기</a><br/>윤유경 지음 / 사계절 / 2025년 10월<br/></td></tr></table><br/><br>매주 일요일 낮 12시 10분, "빰빠빠 빰빠 빰~빠~" 경쾌한 시그널 음악과 함께 시작되던 국민 예능 &lt;전국노래자랑&gt;. 윤유경 작가의 『전국 언론 자랑』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자마자 그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책의 목차를 살피면서 작가가 왜 하필 수많은 제목 중에 이 친숙한 프로그램의 이름을 빌려왔는지 무릎을 '탁' 치며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그야말로 &lt;전국노래자랑&gt; 활자판 같다.  &nbsp;  솔직히 요즘 TV나 포털 사이트 뉴스를 보면 한숨부터 나올 때가 많다. 매일 같이 싸우는 정치인들, 자극적인 사건 사고, 서울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같은 이야기들만 가득할 뿐, 정작 사람들이 하고픈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뉴스는 십중팔구 ‘우울한 소식’뿐이다. 인구가 줄어서 마을이 통째로 사라질 위기라는 이른바 '지방 소멸' 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처음엔 '언론'이라는 단어 때문에 좀 딱딱하고 지루한 책이 아닐까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nbsp;  ‘지역 소멸’이라는 알맹이 없는 말 대신 우리는 ‘서울 중심주의’, ‘실패한 지방 분권’,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불균형’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 수도권을 중심에 둔 우리의 시선이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중략) 많은 사람들이 언론과 기자를 불신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정보를 요구하고, 기사에 오류나 왜곡이 있어도 쉽게 인정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73쪽)  &nbsp;  &lt;전국노래자랑&gt;의 진짜 매력이 화려한 가창력을 뽐내는 가수가 아니라, 우리 앞집 세탁소 아저씨, 뒷집 반찬가게 할머니가 무대에 올라와 마이크를 잡고 춤추는 그 '사람 냄새'에 있는 것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동네 신문과 지역 방송의 주인공들 역시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다. 전북 진안의 동네 신문 이야기는 흡사 &lt;전국노래자랑&gt; 진안군 편을 보는 것 같았다. &lt;전국노래자랑&gt; 무대 위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스타가 되듯, 진안신문에서는 80대 할머니도, 발달장애가 있는 동네 청소년도 직접 펜을 들고 자기들의 일상을 기사로 써낸다. 할머니가 쓴 삐뚤빼뚤한 기사가 신문에 실리고 그걸 동네 사람들이 함께 읽으며 왁자지껄 웃는 모습은, 동네 할아버지가 방송에 나와 엇박자로 트로트를 부를 때 객석의 주민들이 다 같이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는 풍경과 완벽하게 겹쳐 보였다. 주류 언론에서는 절대 마이크를 주지 않을 사람들에게 기꺼이 멍석을 깔아주고 마이크를 쥐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동네 언론의 진짜 역할이었던 것이다.  &nbsp;  여전히 지역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지역민들의 삶을 듣고 기록하는 것, 그들의 삶을 지역의 역사로서 보존하는 것, 이것이 바로 단독이나 속보 경쟁, 조회 수 올리기에서 벗어나 지역 언론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87쪽)  &nbsp;  그런가 하면 부산일보의 '산복빨래방' 프로젝트는 故 송해 씨의 따뜻한 진행을 똑 닮아 있었다. 부산의 가파른 산동네에 작은 무료 빨래방을 차린 기자들은 취재 수첩을 들이밀며 딱딱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마치 진행자가 참가자들의 손을 꼭 잡고 살아온 이야기를 먼저 묻듯이, 기자들은 어르신들의 무거운 이불을 대신 빨아드리며 자판기 커피 한 잔과 함께 그분들의 팍팍하고도 눈물겨운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노래 대신 삶의 애환을 듣고 그것을 기사로 써 내려간 이들의 모습에서, 뉴스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따뜻하게 어루만질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nbsp;  충남 태안, 당진과 충북 옥천의 동네 신문들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lt;전국노래자랑&gt;이 그 동네의 특산물을 자랑하고 동네 사람들의 소소한 경사를 축하하는 자리인 것처럼, 이곳 기자들은 서울에서 일어난 큰 사건보다 주민들의 삶에 찰떡같이 붙어있는 진짜배기 뉴스들을 찾아다닌다. 동네 버스 노선이 갑자기 바뀌어서 할머니들이 시장에 가기 힘들어졌다, 옆집 철수네 강아지를 잃어버렸는데 같이 찾아보자, 동네에 들어오려는 냄새 나는 공장을 막아보자, 그리고 무려 18년 동안 발로 뛰는 취재를 멈추지 않고 보도하는 전대미문의 기자 정신 이야기까지. 중앙 뉴스에서는 '땡!' 하고 탈락시킬 사소한 이야기들이지만, 동네 사람들의 삶에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딩동댕' 같은 소식들이다.  &nbsp;  “지역은 다 버릴겁니까. KBS, MBC 등 공영 방송은 좌도 우도 아니고 아래고 가서 주민들과 어떻게 접촉면을 넓히고 필요한 방송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148쪽)  &nbsp;  그런데, 돈도 별로 못 벌고 늘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면서 이 동네 기자들은 대체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는 걸까?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마 그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된다. 억울한 일을 당한 이웃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사를 써서 동네에 작은 변화가 생기는 걸 보는 기쁨, 그리고 길을 가다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이 "김 기자, 그 기사 잘 읽었어!"라며 건네는 박수갈채. 그것이 이들을 계속 뛰게 만드는 힘이었다. 무대 아래서 쏟아지는 동네 이웃들의 환호성과 응원이 이들에게는 최고의 출연료였던 셈이다.  &nbsp;  “우리는 4만 인구도 안 되지만, 그 사람들도 사람이지 않나요. 우리도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사람, 내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지역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172쪽)  &nbsp;  서울깍쟁이 같은 차가운 주류 뉴스들은 통계와 숫자를 들이밀며 이제 지방은 끝났다고, 소멸할 거라고 쉽게 말한다. 하지만 『전국 언론 자랑』이 비춰준 동네의 진짜 모습은 달랐다. 그곳에는 여전히 서로의 안부를 묻고 돕고 살아가는 '뜨거운 사람들의 삶'이 요동치고 있었고, 그 곁에는 우리 이웃들의 삶에 경쾌한 '딩동댕' 실로폰 소리를 울려주는 다정한 동네 기자들이 있었다.  &nbsp;  가짜인데다 자극적인 뉴스 제목에 낚여 늘 신경이 곤두서고 질려있던 참에, 오랜만에 일요일 낮 &lt;전국노래자랑&gt;처럼 사람 냄새가 폴폴 나고 훈훈한 책을 만났다. 문득 내가 사는 동네에는 어떤 지역 신문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내일은 출근길에 동네 구석에 놓여 있는 지역 신문 가판대를 한번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세상이 아직은 살 만한 곳이고, 우리 주변엔 좋은 이웃이 참 많다고 믿으며, 억압당할지언정 폐간도 무릅쓰던 정론직설 시절이 그리운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귓가에 "전~국! 언론 자랑~!" 하는 정겨운 외침과 딩동댕 실로폰 소리가 맴돌지도 모른다. <br>#사계절 #윤유경 #미디어오늘 #전국언론자랑 #진짜언론 #정론직설 #지역신문 #민초이야기 #구독자가곧주주 #주류언론반성하라 #전국노래자랑활자본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562/77/cover150/k62203252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5627787</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여행 설계용 백과사전 - [에이든 국내여행 맵북 KOREA MAP BOOK]</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20131</link><pubDate>Wed, 29 Jul 2026 22: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42013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130108&TPaperId=1742013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69/7/coveroff/k33213010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32130108&TPaperId=1742013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에이든 국내여행 맵북 KOREA MAP BOOK</a><br/>이정기.타블라라사 편집부 지음 / 타블라라사 / 2026년 07월<br/></td></tr></table><br/><br>&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스마트폰 하나면 전국 어디든 길을 찾고 맛집을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에, 종이 지도책은 어떤 매력을 지녀야 할까? 타블라라사에서 출판한 『에이든 국내여행 맵북』은 이 질문에 대해 '압도적인 정보량'이라는 해답을 내놓았다. 친근한 일러스트 표지를 넘기면 디지털 화면의 좁은 프레임으로는 느낄 수 없는 방대한 맞춤형 정보 잔치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과도한 친절함 때문에 '지도'라는 매체의 본질에 대해 묵직한 물음표를 던지게 만든다. 이 책의 특징, 정보 전달, 지도 가독성, 편의성 그리고 장단점에 비판적(?) 시각을 더해 분석해 보았다. 참고로 순수 한국어 전용을 원했으나 외래어화된 용어가 너무 많은 점, 양해를 부탁드린다.  &nbsp;  1. 특징 및 정보 전달: 지리를 넘어선 '여행 백과사전'이 책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정보의 밀도와 알찬 맞춤형 정보다. 목차를 보면 '봄꽃편', '여름꽃 향연', '역사지도' 등 188개에 달하는 테마를 제공한다. 제주도 애월 지역이나 경주 일대의 지도를 보면, 단순한 행정구역이나 도로망을 넘어 핫플레이스, 노포 맛집, 뷰 포인트, 심지어 역사적 사건의 발생지까지 텍스트와 아이콘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지리 정보와 인문, 트렌드가 한 장에 융합되어 있어 여행의 영감을 얻고 목적지를 발굴하는 '정보 전달 매체'로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nbsp;  2. 지도 가독성: 배경화면으로 전락한 지도, 텍스트에 잡아먹힌 지리(地理)하지만 바로 그 장점이 이 책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을 낳았다. 명색이 지도책임에도 불구하고, 정보 전달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텍스트가 지도를 완전히 덮어버린 형국이다. 지도의 본질은 지형의 형태, 도로의 연결성, 지역 간의 물리적 거리와 공간적 맥락을 시각적으로 파악하게 해주는 데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상세 페이지(예: 제주, 경주 등)를 보면, 수많은 상호명과 설명 텍스트, 다채로운 아이콘들이 공간을 빈틈없이 점령하고 있다. 그 결과 산맥, 해안선, 도로망 같은 진짜 '지도 정보'는 마치 텍스트를 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깔아둔 '배경화면'처럼 흐릿하게 후퇴해 버렸다. 지형적 맥락은 사라지고 정보의 나열만 남아, 공간의 구조를 파악하고픈 독자에게는  시각적 피로도를 유발할 수 있다.  &nbsp;  3. 사용자 편의성: 시스템은 훌륭하나 시각적 여백이 부족한 UI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는 아날로그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영리한 시스템이 돋보인다. 전국 지도를 격자(Grid)로 나누어 상세 페이지 번호를 명시한 '전국 인덱스 지도'는 독자가 원하는 지역을 매우 직관적으로 찾게 해 준다. 또한 서울 지도의 경우 복잡한 골목 대신 구(區)별 덩어리로 단순화하고 상세 지역을 상자로 유도하는 방식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정작 찾아 들어간 상세 페이지에서는 숨 막힐 듯한 텍스트 밀도 때문에 편의성이 크게 떨어진다. 글자의 크기가 주요 관광지의 이름은 크지만 설명은 작아 시력이 좋지 않은 필자에게는 해독이 쉽지 않으며, 텍스트 간의 여백이 적어 네비게이션처럼 직관적인 경로 탐색용으로는 사실상 활용하기 어렵다.  &nbsp;  4. 장단점 요약* 장점     * 경이로운 정보 밀도: 인터넷 검색 수십 번을 대신할 압도적인 양의 여행 정보(맛집, 카페, 유적, 자연경관 등)가 하나의 뷰에 담겨 있다.    * 테마별 큐레이션: 188개의 테마 등 기획력이 돋보이며 동선을 짜고 여행의 목적을 설계하는 기획 단계에서 훌륭한 브레인스토밍 도구가 된다.  &nbsp;  * 단점    * 주객이 전도된 가독성: 텍스트와 아이콘이 지형과 도로보다 우선순위로 보여, 정작 '지도'로서의 공간 인지 기능은 약한 편이다.    * 시각적 피로감: 작은 폰트와 여백 없는 정보의 나열로 인해 눈이 쉽게 피로해지며, 원하는 목적지를 빠르게 훑어내기 어렵다.  &nbsp;  결국, 『에이든 국내여행 맵북』을 전통적 의미의 '지도책'으로 접근한다거나, 네비게이션이 상용화되기 전 지도책을 보고 길을 찾아 다니던 중년층 운전자라면 실망할 확률이 높다. 옛날식으로 어느 명승지를 어떻게 찾아가야 하느냐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대한민국 지도 모양의 캔버스 위에 빼곡하게 적어 내려간 방대한 여행 카탈로그'로 정의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과거의 기준으로 이 책의 쓸모를 깎아내려서는 안 되겠다. 이 책은 현장에서 길을 찾는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기 전 거실에 펼쳐두고 수많은 선택지 중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내는 '여행 설계용 백과사전'으로 사용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정보의 과잉이 낳은 아쉬운 가독성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집요하게 전국 방방곡곡의 매력을 한데 긁어모은 제작진의 노고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nbsp;  #리뷰어스클럽 #서평단모집 #네이버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서평단 #타블라라사 #에이든국내여행맴북 #KOREAMAPBOOK #이정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69/7/cover150/k3321301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690794</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한 번만 더 생각을~! - [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86021</link><pubDate>Sat, 11 Jul 2026 16: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860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612638294&TPaperId=173860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04/53/coveroff/e612638294_becb.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612638294&TPaperId=173860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a><br/>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04월<br/></td></tr></table><br/>  &nbsp;  벌써 반백 년을 넘어 살았는데 뭔가 적잖이 허망하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인생의 후반전인 5학년에 접어들었고, 곧 6학년이 코앞이다. 그사이 세상은 눈이 멀 정도로 빠르게 변했다.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질문에 그럴싸한 답을 '딸깍' 내어주는 시대다. 스마트폰을 몇 번 두드려 결과물을 뚝딱 만들어내는 젊은 세대를 보며, 나는 남들 다 안다는 재테크 정보나 세상의 트렌드 요약본을 부지런히 받아 적기에 바빴다. 그게 나이 먹어서도 뒤처지지 않는 유일한 '공부'인 줄 알았다.  &nbsp;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했다. 머릿속에는 단편적인 정보들이 넘쳐나는데, 막상 누군가로부터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받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였다. 내가 안다고 믿었던 것들은 정말 내 지식일까, 아니면 누군가 꼭꼭 씹어 뱉어놓은 찌꺼기일까. 내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듯한 묘한 소외감 속에 만난 책이 바로 일본의 철학자 시라토리 하루히코의 《독학이라는 세계》였다.  &nbsp;  저자는 클릭 한 번으로 인공지능이 정답을 내어주는 시대에 인간이 왜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해야 하는지를 역설한다. 타인이 정해준 커리큘럼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을 '학습'으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오랜 시간을 들여 답을 찾아가는 능동적인 행위를 '독학'으로 규정하며 총 5가지 세계를 통해 독학자의 태도를 제시한다. 1장 '독학의 세계'에서 얕은 정보와 깊은 지식을 구분하는 것을 시작으로, 원전을 정면으로 읽어내는 쾌감(2장 책의 세계), 지식을 지혜로 바꾸는 인문학적 맥락(3장 교양의 세계), 사고의 도구로서의 언어(4장 언어의 세계), 그리고 권위에 의문을 품는 사고법(5장 질문의 세계)까지, 책은 온전한 나로 서기 위한 실천법을 촘촘히 다룬다.  &nbsp;  저자는 책의 도입부터 나의 얄팍한 안일함을 따끔하게 꾸짖는다. "인간은 스스로 탐구할 때만 비로소 자신이 된다. 독학은 바로 그런 자신이 되기 위한 길이다." 그동안 내가 해 온 것은 배움이라기보다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을 수동적으로 쫓아간 '얄팍한 학습'에 불과했다.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던 젊은 시절의 총명함은 잃어버린 채, 당장 돈이 되고 이득이 되는 정보만 수집하며 늙어가고 있었다. 삶에 배어들지 않은 얕은 지식을 박식함으로 포장하려 했던 기억들이 스쳐 가며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nbsp;  특히 요약본에 의존하지 말고 어려운 원전을 정면으로 돌파하라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철렁했다. 언제부턴가 두꺼운 고전보다는 유튜브의 '10분 요약 영상'이나 블로그의 '3줄 요약'을 먼저 찾으며 책 한 권을 다 읽었다고 자신을 위로하곤 했다. 저자는 핵심만 빨리 알려고 하는 '요약 중독'이 인간의 사고 경로를 망가뜨린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답이 바로 나오지 않더라도 며칠이고 몇 주고 스스로 고뇌하며 책의 행간을 읽어내는 일, 그것이 굳어가는 뇌를 깨우고 단단한 내면을 만드는 '진짜 공부'라는 지적은 매서우면서도 해방감을 준다.  &nbsp;  50대에 시작하는 독학은 시험을 치르기 위한 것도, 누군가에게 과시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오롯이 나라는 주체를 지키고 남은 생을 나다운 관점으로 살아가기 위한 '존엄의 투쟁'에 가깝다. 종교, 역사, 철학을 넘나들며 지식을 지혜로 바꾸고, 익숙한 상식에도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져 노트에 적어 내려가는 삶. 비록 인공지능보다 속도는 느릴지언정, 질문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모르는 상태를 견디며 묵묵히 나아가는 용기야말로 중년의 삶에 품격을 더해주는 진짜 배움의 길일 것이다.  &nbsp;  이제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동향과 흥미 위주의 책보다는 그동안 어렵다고 피해 왔던 고전 한 권을 집어 들려 한다. 남들이 요약해 준 정답의 세계에서 걸어 나와, 거칠고 아득하지만 짜릿한 '나만의 독학이라는 세계'로 첫발을 내디딘다. 삶의 후반전, 시시하게 저물지 않기 위해 오늘부터 기꺼이 진짜 독학생이 되어볼까 한다.<br>#클랩북스 #독학이라는세계 #배우고익히기 #삶을위한공부 #계몽 #네가진짜로원하는게뭐야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04/53/cover150/e612638294_becb.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045356</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진정한 인간성의 무게는 얼마인가? - [물에 발을 담근 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80817</link><pubDate>Wed, 08 Jul 2026 17: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8081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130975&TPaperId=173808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5/18/coveroff/k95213097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130975&TPaperId=1738081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물에 발을 담근 채</a><br/>이새벽 지음, 김승아 그림 / 사계절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주인공인 여고생 '이연'은 과거 친구들에게 심한 따돌림과 배신을 당한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세상에 '진짜'는 없으며 모든 관계와 감정은 '가짜'일 뿐이라고 믿으며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지낸다. 그러던 중 이연은 학교 도예부에서 '성빈'이라는 남학생을 만나게 된다. 흙을 어루만지는 성빈의 섬세하고 다정한 모습, 그리고 묵묵히 곁을 내어주는 태도에 이연은 점차 마음을 열게 되고 결국 그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성빈은 이연의 고백에 충격적인 진실을 털어놓는다. 자신은 인간이 아니라 '안드로이드'라는 것이다. 성빈은 그 증거로 자기 손을 물에 푹 담근 채 보여준다. 오랜 시간 물에 발이나 손을 담그면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는 인간과 달리, 성빈의 손은 아무런 변화 없이 매끈하고 늘씬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연이 성빈의 정체에 충격을 받을 틈도 없이, 두 사람의 대화를 몰래 엿듣던 누군가가 도망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연은 성빈의 정체가 학교 전체에 소문나 그가 배척당할까 봐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다. 소설은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한 안드로이드 성빈과 그를 지키고자 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비겁함과 마주하게 되는 이연의 내면을 통해 진정한 '인간성'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nbsp;  이 작품은 겉보기엔 안드로이드 소년과 인간 소녀의 풋풋한 성장 로맨스 같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이 극도로 발전한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서늘한 경고가 숨어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가 겉보기에 인간과 완벽하게 흡사해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혼란과 문제점들을 상상해본다.  &nbsp;  가장 먼저 대두되는 문제는 인간관계와 감정에 대한 근본적인 혼란과 신뢰의 붕괴다. 이연이 성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인간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외형과 행동 양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기계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깊은 감정을 내어주었다가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인간이 느끼는 배신감과 자괴감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는 타인에 대한 의심으로 번져 향후 인간 사회 전체의 관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위험을 경고한다.  &nbsp;  또한, 완벽한 안드로이드의 존재는 인간의 심각한 열등감을 유발하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상실하게 만든다. 작품 속 성빈은 예술적 감수성이 필요한 도예를 훌륭히 해낼 만큼 섬세하며 육체적으로도 흠결 없는 존재다. 반면 이연을 포함한 인간들은 남을 따돌리고, 거짓말을 하며, 겁을 먹고 비겁해지는 등 수많은 결함을 드러낸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공감 능력과 감수성마저 훌륭히 모방하면서 물리적으로 완벽하기까지 하다면, 불완전한 인간은 비인간 앞에서 고유한 쓸모와 존재 이유를 잃고 방황하게 될 것이다.  &nbsp;  게다가 인간과 똑같이 생긴 안드로이드가 일상에 섞여 들면 인간의 내재적 폭력성과 배타성이 비인간을 향해 집중되는 혐오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연이 누군가 엿들었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성빈이 '나와 다른 존재'임이 밝혀지는 순간 그에게 쏟아질 인간들의 무자비한 차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인간과 지나치게 흡사한 기계가 오히려 인간 사회의 비합리적인 차별과 폭력성을 자극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nbsp;  결론적으로 작가는 완벽한 안드로이드 '성빈'을 하나의 거울로 삼아 이연의 지질하고 비겁한 진짜 인간성을 낱낱이 비춘다. 사람과 지나치게 흡사한 안드로이드가 초래할 가장 큰 비극은 그들이 너무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 완벽함 옆에 섰을 때 인간의 이기심과 비겁함 같은 결함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점 아닐까. 다행히도 인공지능이 날로 발전하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져가는 인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 이면에는 가장 인간다워지고자 하는 본성의 외침 또한 존재한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모순된 지점을 파고들어, 포기하고 실수하면서도 끝내 서로의 손을 맞잡으려는 인간만의 연대에서 희망을 찾는다. 기계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넘어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인간다운 존재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통해 ‘진정한 인간성’의 무게를 느껴보자.<br>#사계절 #사뿐사뿐북클럽 #이새벽 #물에발을담근채 #인공지능 #인간성회복 #인간다움 #인간의기계사랑 #안드로이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15/18/cover150/k95213097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151870</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유령 연구 - [유령 연구 - 비밀에 부쳐진 말들, 삭제된 존재의 배회, 트라우마의 체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76374</link><pubDate>Mon, 06 Jul 2026 10: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763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71928&TPaperId=173763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03/13/coveroff/897297192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971928&TPaperId=173763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유령 연구 - 비밀에 부쳐진 말들, 삭제된 존재의 배회, 트라우마의 체현</a><br/>그레이스 M. 조 지음, 성원 옮김, 김은주 해제 / 동녘 / 2025년 12월<br/></td></tr></table><br/>오늘날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찾는 화려하고 매력적인 문화 선진국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울려 퍼지고,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과 세련된 드라마와 영화는 전쟁과 빈곤을 딛고 일어선 우리나라의 성공 신화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무대가 눈부실수록 그 무대 뒤에 드리운 그림자는 더 어둡기 마련이다. 저자 그레이스 조의 기록은 우리가 일부러 모른 척해 온 그 축축하고 어두운 지하실의 문을 용기 있게 열어젖힌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평생 인자한 미소 뒤에 말 못 할 사연을 숨겨온 우리 할머니가 떠오른다. "사실 나에게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픈 젊은 날이 있었다"라며 깊은 밤 비밀 이야기를 건네받은 듯 가슴이 먹먹해진다.  &nbsp;  사실 이 책은 사회와 인간의 마음을 분석하는 어렵고 딱딱한 전문 용어들이 글의 중심을 이루고 있어 침대 머리맡에서 편하게 읽을 만큼 대중적인 부류는 아니다. 때때로 낯설고 학술적인 단어들 앞에서는 숨을 고르고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그러나 분명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록'이야말로 이 책이 가진 가장 강력하고 하나뿐인 무기라는 점이다.  &nbsp;  그런데 왜 하필 저자는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의 비극을 흔한 에세이나 감상적인 소설의 언어가 아닌, 차갑고 예리한 학문의 언어로 쓰고자 했을까. 그것은 아마 '속상하다', '가슴 아프다' 같은 일상적인 말들로는 강대국과 국가가 개인에게 남긴 상처의 깊이를 다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칫 '한 개인의 기구한 팔자'나 '신세 한탄'으로 묻힐 뻔한 기지촌 성노동자 여성들의 고통은, '고향을 떠난 이들의 삶', '사회가 가한 폭력' 같은 정교한 개념을 통해 비로소 '외면해선 안 될 역사적 진실'로 세상에 드러난다. 차가운 학술 용어가 값싼 동정 대신 상처를 준 거대한 사회 구조를 명확히 짚어내는 수술칼이 되어준 셈이다. 덕분에 잊혔던 존재들은 가장 당당한 모습으로 제 자리를 찾는다.  &nbsp;  책의 중심을 관통하는 철저한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국가적 성공이라는 거창한 이야기 뒤에 얼마나 끔찍하게 사람을 소외시키는 과정이 숨어 있는지 보게 된다. 6·25 동란 직후 한국이 무너진 경제를 살리고 국가 안보를 최우선시하던 시절, 가장 힘없고 취약한 여성들은 달러를 벌어오고 동맹을 유지하는 도구로 철저히 이용당했다. 그러나 이후 국가가 좋은 옷을 차려입고 국제사회에 번듯하게 서게 되자, 이들의 존재는 근대화된 조국의 '부끄러움'이자 '오점'으로 취급되어 역사의 공식 기록에서 깨끗이 지워졌다.  &nbsp;  미국이라는 낯선 땅으로 건너간 10만 성노동자 여성들의 삶 역시 숨기기의 연속이었다. 이민 사회가 요구하는 '모범적인 성공'을 위해 과거의 모든 상처는 없었던 일이어야 했고, 결국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끔찍한 시대의 폭력을 묻어두는 완벽한 밀실이 되었다. 저자는 이를 분석하며 '유령'이라는 아주 적절한 비유를 가져온다. 여기서 유령은 무서운 이야기 속 귀신이 아니다. 정상적인 역사에서 쫓겨나 눈에 보이는 형태는 잃어버렸지만, 끊임없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 주변을 맴돌며 자신을 증명하려는 억눌린 에너지 그 자체다.  &nbsp;  더욱 소름 돋고도 놀라운 통찰은 이 유령 같은 상처가 세대를 뛰어넘어 자식에게 대물림된다는 뼈아픈 분석에 있다. 부모 세대가 살아남기 위해 억지로 삼켜야 했던 침묵과 공포는 사라지지 않고 자녀 세대의 몸과 마음속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때때로 할머니나 어머니가 보이던 헛것이나 환청, 앞뒤가 맞지 않는 혼잣말들을 우리는 그저 개인의 '노망'이나 '정신병'으로 취급해 왔다. 그러나 저자의 눈을 빌리면 그것은 단순한 병이 아니라 '아무도 기록해주지 않은 역사가 마침내 입을 열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외치는 방식'으로 새롭게 풀이된다. 이 부분에서 독자는 저자의 학문적 개념이 의외로 더 깊은 차원의 공감과 치유를 끌어내는 기현상을 실감하게 된다.   &nbsp;  또한 저자는 상처받은 이들에게 "조리 있게 네 아픔을 증명해봐"라며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는 태도 자체가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조각난 기억을 억지로 짜 맞추는 대신, 부서진 고백과 이야기들을 그대로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진실을 흐리려는 게 아니라, 산산이 조각난 마음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려는 치열한 노력이다.  &nbsp;  슬프게도 이 책이 고발하는 비극은 완전히 끝난 과거의 일이 아니다. 수백 년 전 낯선 땅으로 끌려갔다 돌아와 가문의 수치로 몰렸던 여인들(환향녀), 일제강점기의 끔찍한 전쟁터로 희생된 소녀들(위안부), 미군 부대 주변에서 살아가야 했던 여성들(양공주)로 이어지는 착취의 역사는, 오늘날 화려한 대한민국의 뒷골목에서 거칠고 힘든 일을 감당하는 다른 나라 이주 여성 노동자들의 삶 위로 고스란히 겹쳐진다. 철저한 연구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결코 이 거대하고 잔인한 폭력의 반복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nbsp;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란 화려한 포장지로 부끄러운 곳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딛고 선 땅 밑의 감춰진 진실을 똑바로 마주하고 뼈아픈 반성을 감당할 수 있는 나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령 연구』는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적 빚을 기억나게 하는 학문적인 청구서다. 비록 읽어내는 과정은 마음이 편치 않고 고통스럽지만, 이 책을 덮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크기가 한 뼘 더 자라있음을 느낀다. 평생을 '수치스러움'이나 ‘소외된 존재’라는 낙인 속에 숨죽여 살아야 했던 내 할머니의 굽은 등을 이성적이고 지적인 언어로 뜨겁게 안아주는 이 다정하고 놀라운 경험을 모두가 느껴보면 좋겠다.<br>#한달한권할만한데 #온라인독서모임 #6월의책 #유령연구 #양공주 #성노동자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103/13/cover150/897297192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1031362</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이런 회사, 또 없을 듯. - [걷는 회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71731</link><pubDate>Fri, 03 Jul 2026 14: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7173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9977&TPaperId=1737173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02/79/coveroff/k9921399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9977&TPaperId=1737173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걷는 회사</a><br/>이상교.허지연 지음 / 스토리두잉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운송 수단이 발달한 덕분에 일부러 하루 만 보 걷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만약 회사 동료들과 엿새 동안 매일 20km씩 말없이 걷는 순례 여행을 떠나야 한다면 흔쾌히 응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단함이나 훈련소에서의 지옥 같은 밤샘 행군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가장 마지막으로 장시간 걸어보았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희미할 지경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온전히 내 두 발에 의지해 느리게 걷는 그 시간이야말로 끝없는 속도 경쟁에 지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멈춤'의 순간일지 모른다.  &nbsp;  현대 사회는 바야흐로 초고속의 시대이다. 더 빠르게 더 많은 성과를 내고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우리는 어제를 돌아볼 틈도 없이 오늘을 버텨내고 있다. 회사라는 조직은 더더욱 그렇다. 냉정히 말해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 가치는 인정받지 못하며 남들보다 한 걸음이라도 앞서 나가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공포가 지배하는 공간 아닌가. 매일 숨 가쁘게 질주하며 우리는 종종 가장 중요한 질문을 잊어버리곤 한다. ‘무엇 때문에 달리고 있나?’,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삶의 목적을 상실한 채 그저 타성에 젖어 어지러운 삶을 방황하고 있지는 않은가?<br>이상교·허지연 저자의 『걷는 회사』는 이처럼 앞만 보고 달리느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우리에게 매우 이례적이고도 묵직한 충격을 전해준다. 치과용 영상기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 '바텍 네트웍스'는 어느 날 직원들의 손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채 낯선 일본 시코쿠의 순례길 위에 세웠다. 출장이나 워크숍도 아니고 성과를 논의할 회의나 발표 계획도 없다. 그저 단출한 흰옷을 입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하루 20km씩 5박 6일 동안 말없이 걷는 게 일정의 전부이다.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처럼 지독한 비효율과 무모한 낭비가 없다. 그러나 바로 그 ‘생각 없이 걷는 하루’에서부터 진정한 변화와 성장이 시작된다.  &nbsp;  길을 떠나기 전, 참가자들에게 업무 도구인 노트북을 내려놓으라는 주문은 커다란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단순히 업무에 대한 집착이라기보다는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갈‘ 거라는 오만이거나 '나는 어딘가에 꼭 필요한 사람'임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불안의 방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 대신, ‘나는 무엇을 책임지고 있는가’라는 사회적 역할로 자신을 정의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누군가의 부모 또는 자녀, 회사의 임직원이라는 ‘관계의 이름’들이 나의 본질을 대체해 버린 것이다.  &nbsp;  그러나 스마트폰도 없고 대화도 허용되지 않는 침묵의 순례길에서, 단단하게 굳어져 있던 자존심과 완벽주의의 껍데기는 서서히 균열을 일으킨다. 발바닥에 터져버린 물집의 통증을 느끼며 흙길을 걸을 때 비로소 온전히 자기 내면과 독대하게 된다. 어떤 참가자는 자신이 그동안 가정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아내와 어머니를 내 방식대로 통제하고 지배하려 했던 이기주의자였음을 깨닫는다. 또 다른 참가자는 내가 옳다는 확신에 가득 차 동료들을 질책했던 날 선 잣대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를 참회한다. 나아가 과연 내가 괜찮은 남편이자 아들인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였는지를 걸음 수만큼이나 자신에게 되묻는다. 저녁 휴식 시간에 둘러앉은 자리에서 이 질문들의 답은 어김없이 탄식과 눈물 폭탄으로 터져 나온다.  &nbsp;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는 화려한 기업의 성공담이나 세련된 조직 혁신의 지침서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쉼 없이 달려온 구성원들을 잠시 멈춰 세우고 "정말로 당신이 없으면 이 세상이 돌아가지 않느냐"고 묻는, 다정하지만 처절한 자아 해체의 기록이다. 길 위에서 겪어낸 지독한 고통, 부끄러움과 통찰을 통하여 방황하던 이들은 비로소 타인을 완벽하게 분리된 독립적인 우주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내 태도를 바꾸는 것만이 유일한 실천임을 자각하게 된다.  &nbsp;  우리는 늘 조금이라도 늦으면 인생의 낙오자, 패배자가 될 것처럼 자기를 채찍질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순례자들의 고백을 읽다 보면 대중가요 &lt;한 걸음 더&gt;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라는 노랫말처럼,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는 시간은 결코 뒤처짐을 의미하지 않는다.  &nbsp;  오히려 진짜 경쟁력은 사람을 소모품처럼 쥐어짜는 데서 나오지 않으며, 구성원의 온전한 성장이 곧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이 ‘걷는 회사’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이들의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동자승 인형과 친필 엽서는 일상에서 다시 예전의 속도로 빨라지려 할 때마다 "지금 무엇으로 자신을 설명하고 있느냐"고 묻는 멈춤의 표식이다. 속도를 늦추고 부드러운 눈맞춤을 시작했을 때 사무실의 공기를 봄눈 녹듯 따뜻하게 만들었다는 일화는 천천히 걷는 걸음이 가진 위대한 힘을 증명하고 있다.  &nbsp;  이 책은 성과와 효율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초대장이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나를 둘러싼 이들을 떠올리며 지금을 보다 잘 살아가기 위해 천천히 걷는 걸음은 우리의 삶을 겉보기보다 훨씬 더 깊고 단단하게 변화시킨다. 여기서 생업과 관련하여 문득 한 가지 따뜻한 상상을 해본다. 우리 사회에 구성원의 삶을 귀하게 여기며 함께 걸어주는 '걷는 회사'가 존재하듯,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자라나는 교육의 현장에도 '걷는 학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nbsp;  이윤 창출을 위해 효율과 성과를 최우선으로 따질 수밖에 없는 회사와는 달리, 학교는 온전한 사람을 길러내고 만드는 공간이기에 더더욱 바른 성품을 심어주는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 그 망가진 기능의 원상 복구를 원하는 듯, 오죽하면 ‘참교육’이라는 드라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까. 입시라는 목표를 향해 쉼 없이 질주하고 등수와 숫자로 서로를 평가하며 스마트폰의 차가운 액정 속에서 타인과 단절되기 쉬운 우리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느림과 성찰의 시간이 간절하다. 실제로 내가 재직 중인 학교에서도 예전에는 스승과 제자가 나란히 발을 맞추며 정을 나누던, 인간미 물씬 풍기는 '사제동행' 걷기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길 위에서 교사와 학생이라는 인위적인 관계의 벽을 허물고 온전한 한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며 마음의 물집을 터뜨리던 그 따뜻한 시간이 지금은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사라져버려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다.  &nbsp;  하지만 이 아쉬움은 오히려 우리가 지금 당장 이 책을 펼쳐 들어야 할 이유가 된다. 『걷는 회사』가 증명해 낸 무모한 비효율의 기적은 속도와 성과라는 괴물에 잠식당한 우리 사회를 깨우는 통렬한 일침이다. 진정한 성장의 길은 숫자가 아닌 사람을 향할 때 비로소 열리기 때문이다. 이 담담한 순례 기록은 기업과 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는 이들을 넘어 매일의 무한 경쟁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에게 "멈추어도 괜찮다"는 확신을 심어준다. 이제 숨 가쁜 일상의 질주를 잠시 멈추고 온전히 자신을 마주해보자. 삶의 새로운 이정표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스토리두잉 #걷는회사 #이상교 #허지연 #책추천 #성장 #순례 #걷기 #길위의여정]]></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02/79/cover150/k9921399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027910</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자연과의 공존을 촉구하는 경고장 - [도시의 동물들 -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시작해야 할 이야기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54715</link><pubDate>Thu, 25 Jun 2026 15: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5471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038697&TPaperId=1735471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03/99/coveroff/k79203869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038697&TPaperId=1735471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도시의 동물들 -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시작해야 할 이야기들</a><br/>최태규 지음, 이지양 사진 / 사계절 / 2025년 04월<br/></td></tr></table><br/><br>회색빛 콘크리트와 쉼 없이 달리는 자동차 소음으로 가득 찬 도시는 오롯이 인간만을 위해 설계된 탐욕의 집약체이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빌딩 숲과 격자무늬로 촘촘하게 짜인 아스팔트 도로 아래에서, 우리는 자연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배제했다는 오만한 착각 속에 살아간다. &lt;도시의 동물들&gt;은 이러한 인간 중심적인 이기주의와 무감각함의 부끄러운 민낯을 여실히 들추어내며, 우리가 ‘도시’라고 부르는 이 거대한 콘크리트 정글이 사실은 수많은 생명의 숨통을 조여 만든 찬탈의 현장임을 고발한다. 본래 그곳은 숲이었고, 강이었으며, 수많은 야생동물이 대를 이어 생을 영위하던 그들만의 온전한 안식처였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들의 편의와 풍요라는 끝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동물들의 터전을 무자비하게 파헤치고, 콘크리트로 대지를 질식시키며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 책은 인간의 무분별한 팽창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생명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회색빛 틈새에서 하루하루를 처절하게 버텨내는 그들의 고단한 발자취를 생생하게 추적한다.  &nbsp;<br>  인간들은 도시 안에서 마주치는 생명체들을 지극히 이기적인 기준과 잣대로 분류하며 또 한 번 잔인함을 드러낸다. 매일 아침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을 기웃거리는 너구리나 고양이를 향해 배설물이 더럽다며 손가락질하고, 밤마다 도심 공원에 나타나는 고라니를 보며 ‘유해 야생동물’이라는 낙인을 찍어 혐오의 시선을 보낸다. 길냥이, 닭둘기, 들개, 자라니 등으로 멸칭하며 인간으로 인해 비루해진 그들의 처지를 조롱한다. 반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황조롱이가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틀면 신기한 볼거리나 시혜적인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중성을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동물들에게 도시는 결코 스스로 선택한 서식지가 아님을 지적한다. 동물의 처지에서는 자신들이 대대로 살아오던 보금자리가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의 중장비에 의해 부서지고 그 위에 매끄러운 시멘트가 덮여버린 재앙의 현장일 뿐이다. 그들이 내는 날갯짓과 울음소리, 인간의 눈을 피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행동은 도시를 어지럽히려는 침범이 아니라, 자신들의 원래 집을 빼앗은 침입자 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생존 투쟁이다.  &nbsp;  오늘날 도심에서 벌어지는 생태적 비극들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속도의 경제를 위해 산을 깎아 만든 도로 위에서 매일 밤 수없이 죽어가는 동물들의 로드킬(Roadkill) 잔혹사, 그리고 더 탁 트인 시야와 미관을 위해 아파트와 빌딩에 설치한 통유리창에 부딪혀 날개가 꺾인 채 추락하는 새들의 비극은 인간이 자연에 저지른 소리 없는 만행이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둘러싼 이웃 간의 이기적인 갈등이나, 생태계의 연결고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생색 내기로 만들어 놓은 단절된 생태통로는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얕고 기만적인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단순히 도시 생물들의 생태적 특징을 나열하는데 머무르지 않으며, 인간이 저지른 이 거대한 약탈의 현장에서 우리가 그들에게 진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 것인지 무겁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nbsp;  결국 &lt;도시의 동물들&gt;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누리는 도시의 안락함은 동물들의 생존권을 찬탈한 대가로 얻어진 시한부 풍요이며, 이제는 인간 중심적인 오만을 버리고 그들을 배척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생태계의 일원'이자 '먼저 살고 있던 이웃'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아스팔트 아래에서도 여전히 묵묵히 숨 쉬며 삶을 이어가려는 생명들의 경이로움을 마주할 때, 비로소 우리는 부끄러운 과오를 돌아보게 된다. 건축물에 작은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고, 난개발의 속도를 늦추며, 동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일은 그들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으로 무너뜨린 지구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당연한 의무이다. 삭막한 콘크리트 정글 속에서 상생의 가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에게 이 책은 우리가 자연에 가한 폭력을 참회하고 진정한 공존의 길을 모색하라고 촉구하는 경고장이다.  &nbsp;  #사계절출판사 #사뿐사뿐북클럽 ##도시의동물들 #야생과의공존 #인간은지구의주인이아니다 #동물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03/99/cover150/k79203869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2039992</link></image></item><item><author>jyooster</author><category>마이리뷰</category><title>우리들의 잔고 해방 일지 -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 - 경제적 불안을 권하는 사회에서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52574</link><pubDate>Wed, 24 Jun 2026 14: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30247116/1735257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9492&TPaperId=1735257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45/5/coveroff/k8321394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9492&TPaperId=1735257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 - 경제적 불안을 권하는 사회에서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법</a><br/>다우치 마나부 지음, 김정환 옮김 / 부키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br>&lt;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gt;  &nbsp;  1. 매일 아침, 숫자에 안부를 묻는 우리들의 피로감출근길 붐비는 지하철 안, 사람들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붉고 푸른 숫자들이 쉴 새 없이 명멸한다. 누군가는 간밤에 요동친 미국 주식 창을 살피고, 누군가는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3년 안에 10억 모으는 법’ 같은 유튜브 영상을 본다. 바야흐로 ‘자산의 크기가 곧 삶의 정답이자 능력’이 된 시대다. 재테크를 모르면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 취급을 받고, 월급만 차곡차곡 모아서는 평생 ‘벼락거지’를 면치 못한다는 서늘한 경고가 매일 아침 뉴스와 소셜 미디어를 도배한다.  &nbsp;  이 거대한 숫자들의 경주 속에서 우리는 늘 어딘가 헛헛하고 불안하다. 투자를 열심히 하는 이는 혹여나 자산을 잃을까 봐 밤잠을 설치고, 나처럼 투자가 뭔지 모르는 이는 자본주의의 잔치에서 소외되어 영영 뒤처지는 것 같아 초조해한다. 나름대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땀 흘리며 살아가고 있음에도, 얄팍한 통장 잔고와 남들의 화려한 수익 인증 글을 번갈아 볼 때면 내 삶의 무게마저 한없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가 만들어낸 이 보편적 피로감은 오늘날 우리가 지병처럼 앓고 있는 시대의 우울증일지도 모른다.  &nbsp;  2. 전직 금융 전문가가 던지는 역설적 진실골드만삭스 출신의 금융 전문가 다우치 마나부가 쓴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은 바로 이 지독한 피로감과 공포에 시달리는 독자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평생 수조 원의 돈을 굴리며 이자율과 수익률의 세계에 살았던 저자는, 놀랍게도 “우리가 느끼는 돈에 대한 불안의 대부분은 진짜가 아니라 사회가 교묘하게 만들어낸 환영”이라고 단언한다.  &nbsp;  돈을 가장 잘 안다는 전문가의 이 역설적인 고백은, 매일 돈이라는 숙제에 짓눌려 있던 내게 뜻밖의 위로이자 깊은 사색의 문을 열어주었다. 저자는 금융 시스템과 미디어가 어떻게 개인의 불안을 부추겨 소비를 유도하고 불안정한 투자판으로 내모는지를 날카롭게 해부하며,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나의 무능이 아니라 ‘돈의 본질’을 오해하게 만든 사회적 구조라고 위로한다.  &nbsp;  3. 가격표에 가려진 내 일상의 ‘진짜 가치’가장 오랜 시간 시선이 머문 곳은 ‘가격’과 ‘가치’를 명확히 구분하라는 대목이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가격이 비싼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철석같이 믿는다. 하지만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돈 그 자체에는 세상을 움직일 아무런 힘이 없고 먹을 수조차 없다. 사막 한가운데서 천만 원짜리 지폐 뭉치는 목마름을 달래주지 못한다. 갈증을 해소해 주는 것은 누군가가 물을 정화하고, 병에 담아, 그곳까지 운반해 준 ‘사람의 노동’이다. 엄밀히 말해 돈은 그저 그 가치를 교환하기 위한 실행 도구에 불과하다.  &nbsp;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세상의 모든 것을 숫자로 된 ‘가격’으로만 환산하려는 습관 때문이다. 시장의 변덕이나 투기 심리에 의해 매일 오르내리는 아파트값과 주식의 가격에 내 삶의 의미를 의탁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랬다. 직장에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어 문제를 해결하며, 퇴근 후에는 가족의 따뜻한 저녁 일상을 보살피는 나의 귀중한 시간을 오직 ‘월급의 액수’로만 재단하며 자신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내 삶의 진정한 가치는 통장에 찍힌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을 지탱하는 매일의 성실한 노동과 관계 속에 있었다.  &nbsp;  4. 노후를 지켜주는 것은 10억 원 잔고가 아니다모든 현대인의 아킬레스건인 ‘노후 불안’을 다루는 저자의 시선은 무척 새롭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언론과 금융회사는 은퇴 후 ‘인간답게’ 살려면 최소 10억, 20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며 끊임없이 가스라이팅을 펼친다. 하지만 저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미래에 아무도 밭을 일구지 않고 서로를 돌보지 않는다면, 금고에 쌓아둔 10억 원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결국 병든 나의 미래를 구원하는 것은 지금 은행에 쌓아둔 지폐 뭉치가 아니라, 미래의 사회가 나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 즉 ‘건강한 공동체’ 그 자체다. 나이 든 나를 칠흑 같은 밤에 응급실로 태워다 줄 구급대원, 전기를 생산해 줄 노동자, 사회를 굴러가게 할 다음 세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돈은 한낱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이 깨달음은 묘한 안도감과 동시에 뭉클한 연대감을 준다. 나 혼자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고 돈을 움켜쥐려는 각자도생의 길에서 벗어나, 지금 내 옆에서 땀 흘리는 이웃과 동료들이 곧 나의 가장 든든한 노후 자산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서로의 노동을 존중하고 가치를 순환시키는 것만이 진정한 노후 대비라는 통찰은 막연한 불안감에 쫓기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nbsp;  5. 흔들리는 세상에서 나만의 중심 잡기물론 이 책이 자본주의의 현실을 외면한 채 투자를 전면 부정하거나 "돈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식의 공허한 정신 승리를 강요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당연히 중요하며 합리적인 경제적 대비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저자가 진정으로 꼬집는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교묘하게 주입한 ‘학습된 불안’에 우리의 영혼과 일상의 기쁨까지 내어주지는 말자는 점이다. 돈 공부가 남들보다 조금(사실은 많이) 부족하대서, 코인이나 부동산의 막차에 올라타지 못했다 해서 내 삶 전체가 실패작은 아니라는 뼈 있는 위로는 무한 경쟁과 비교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시원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우리가 진짜 경계해야 할 것은 남들보다 조금 얇은 지갑이 아니라, 돈을 잣대로 타인의 삶을 쉽게 평가절하하고 자신의 땀방울을 불신하게 되는 차가운 마음일 것이다.  &nbsp;  6. 다시, 내 삶의 운전대를 단단히 쥐며누군가 내게 "그래, 이 책을 읽고 나니 당장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아니요, 통장 잔고는 어제와 똑같고 저는 내일도 붐비는 지하철에 몸을 실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경제적 형편은 단 1원도 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적어도 오늘부터는 남의 화려한 수익 인증 글에 마음을 다치거나, 평범한 내 삶이 초라하다고 자책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nbsp;  결국, 이 책은 자본주의가 우리 목에 채워둔 투명한 족쇄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열쇠 같은 느낌이다. 남들의 화려한 숫자에 곁눈질하느라 잊고 있었던 내 일상의 단단함, 묵묵히 밥벌이를 해내며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자신에 대한 대견함을 되찾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해드린다. 돈이라는 거친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비로소 내 삶의 운전대를 다시 꽉 쥐게 된 기분이다.  &nbsp;  <br>#경제 #비즈니스 #교양 #경제적불안 #금융교과서 #돈때문에불안하다는착각 #다우치마나부 #부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45/5/cover150/k8321394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450559</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