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몰라 이제야 전하는 편지 - 가슴으로 꾹꾹 눌러쓴 순천 할머니들의 그림 편지
권정자 외 지음 / 남해의봄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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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재작년인가 제주 독립서점에서 뒤늦게 한글을 배워 짧은 문장과 함께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할머니들의 소책자를 접하고 한아름 사와 나누어주었다.
<글을 몰라 이제야 전하는 편지>를 보고 제주에서 만난 할머니들이 생각났다. 이번에는 순천 소녀시대 할머니들의 글이다.😊

순천 할머니들은 남편, 아들, 딸, 부모님, 친구, 시부모님께 그동안 전하지 못한 말을 글로 풀어낸다.
고마운 마음, 사랑한다는 말을 그리움 가득 담아 써내려가는 그 시간들을 짐작해본다. 아련한 기억, 하늘에선 아프지 않았음 좋겠다는 바램, 손꼽아 만날 날을 기다리는 간절함 등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마음이 느껴져 어느새 내 눈가도 촉촉해진다.

👩‍🦱 고마운 큰딸에게 130p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걸 안다.
아플까봐 걱정하는 마음 안다.
볼 때마다 고맙고 할 말은 많은데
얼른 말이 안 나와서 다 못한다.
그래서 여기에 적는다.
고맙고 사랑한다.

그림은 또 어떤가. 할머니들의 그림은 개성이 뚜렷하고 한 사람의 일생이 녹아져있어 그런지 다채로운 색감만큼이나 깊었다. 눈이 휘둥그레 미술관에 온 기분마저 들었다. 갖가지 색채의 조화로움 속에 삶이 스며들어 빛나고 있었다.

어렸을 때 딴 집에 식모살이 갔었으나 이젠 부모를 이해한단 말, 아들이 암이어서 어두운 장막에 덮인 기분이었다고 회상하는 엄마, 나만 좋은 것 누리고 당신은 너무 빨리 가버려 미안하다고 영감한테 보내는 편지글. 편지글 마다 고유한 사연들을 안고 있어 우리네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다.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와 함께 코로나 전 이 시대를 향유했던 순천 할머니들의 글이 <글을 몰라 이제야 전하는 편지>로 이어졌는데, 순천 소시의 글이 계속되기를 응원한다.

위 서평은 남해의봄날 @namhaebomnal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남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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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 광주 연작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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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책장을 넘기며 멈추고 숨을 몇번이나 고르는 시간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어린 기훈과 기훈이의 미래는 왜 그렇게 스러져 가야만 했는지 가슴이 저려 온다.

이 책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어린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지었다. 🚲
이경혜 작가님은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로 처음 만났다. 연분홍 벚꽃잎을 배경으로 친구 둘이 서 있는 모습. 그들의 시선을 다른 곳을 향하고, 벚꽃잎이 흩날리던 날 친구를 잃은 유미가 재준이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며 죽음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님은 어린 생명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세상 짧게 살다 간 어린 영혼들을 위로하고 애도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기억하고 일깨우려는 단단한 메시지를 전한다.

빛고을에 살던 기훈이와 기훈이가 계엄군에 맞아 죽으면서 떨어뜨린 '필승중학수학'을 간직하고 수학선생이 된 친구가 이야기의 화자다.

🗂 이 책에는 오직 숫자만이 있었고, 무언가의 답을 구하라는 명령만이 있었다. 61p

우두머리도 우두머리지만 계엄군 역시 인간의 괴물같은 모습을 보유하고 있다고 느끼는 찰나, 수학선생이 일깨워준다. 명령을 방패막이 삼아 인간은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냐고.😨

2024.12.03 대한민국 비상계엄 땐 그래도 양심있게 행동하는 군인들이 있지 않았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어른들이 각성하고 달라져야 할 때다.

⚔️ 죽음이 두려워 명령을 따른 거라 할지라도 최소한 자신이 한 짓만은 인정하는 인간이 되기를 바란다. 명령이라는 이름 뒤로 숨어 시치미 떼는 비루한 인간만은 되지 말자. 그것이 너희에게 전하는 나의 마지막 바람이다. 87p

역사란 결국 한 사람의 이름을 사무치게 불러주고, 기억하는 일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수학선생의 이야기를 끝으로 '박기현'이란 이름 석 자를 가슴에 새긴다.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와 <그는 오지 않았다>를 읽어봐야겠다.
이경혜 작가님의 광주 연작 시리즈가 계속되길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한다.

🌀 의미있는 책 보내주신 바람의아이들 출판사 고맙습니다.🫶❤️🫰 @baramkid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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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너답게 빛날 거야
바리수 지음 / 부크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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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겉과 속이 모두 옹골찬 사람이 되어야지 마음 먹은 바리수 작가님, 짧은 문장과 그림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 책은 가볍고 재밌게만 그린 것이 아니라 페이지 안에 지은이가 사유한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 비록 지금은 어려워 보일지라도 스스로 한계를 두어 가두지 않고 계속해서 행동하고 넓혀 간다면 우리에게 완벽한 불가능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81p

"모든 선택이 널 더 나은 곳으로 데려 간다는 걸 믿어."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있어도 그럼에도 내 마음이 원하는 바를 선택하고 믿어 주는 것이 옳다고 말해주는 저자가 반갑고 고맙다.

🫐 나에게 주어진 몫이 있고 시간에게 맡겨야 할 몫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조급해하지 않고 여유롭게 무언가를 행할 때 자연스레 더 나은 길이 보이는 걸 보면 말이다. 나의 몫을 성실히 해내고 뜸의 힘을 믿기. 136p

내면의 깊이, 눈부신 내일, 관계적인 측면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들을 짚어주고, 좋은 인연 아니면 좋은 배움이라고 전해주는 토닥임이 다정하다.

🍆 세상이 아무리 차갑고 냉정하게 보일지라도 결국 우리를 다시 한번 살아 보고 싶게 하는 건 누군가가 건네준 진심 어린 마음과 애정이다. 141p

저자의 글을 읽으면 살아갈 용기와 의지가 생긴다.
나이가 드는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근사한 일이었다는 문장에 슬며시 고개가 끄덕여진다.

위 서평은 부크럼출판사가 보내주신 책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바리수 작가님의 다정한 책 보내주신 부크럼 출판사 고맙습니다. @bookrum.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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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이에요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21
강효선 지음 / 북극곰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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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해님이에요 #북극곰북클럽

점점 공기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계절, 도착한 책이 <해님이에요>🌞
아이들 아가아가시절 요렇게 두툼한 보드북을 많이 보여줬었는데요. 옛 생각이 나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답니다.😊

북극곰북클럽에서 같이 보내주신 컬러링지를 색칠하기 좋아하는 딸아이에게 주었는데요. 좋다고 슥슥 색칠하고는 엄마가 보고 있던 <해님이에요>를 가져가더니 자신이 색칠한 장면과 같은 페이지를 찾아 비교하네요. 아이도 책읽고 색 입히는 과정이 즐거웠던 모양이예요.☺️😚

해님은 여러 과일 속에 스며들어 우리에게 기쁨을 선물합니다. 사과, 복숭아, 포도, 참외, 수박 달콤한 과즙으로 행복해지는 순간.🍑🍇🍋🍉🥰

전 임신했을 때 체리, 복숭아가 그렇게 당기더라고요. 올해도 복숭아 해님을 기다려야겠어요.😙😋
여러분은 어떤 해님을 기다리실 건가요?

위 서평은 북극곰 북클럽 코다9기에 선정되어 도서출판 북극곰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bookgood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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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세요, 책과 수프에서 - 따뜻한 위로의 공간, 선물 같은 하루
윤해 지음, 별사탕 그림 / 바른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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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아름다운 소설이라더니 참이다.
책과 수프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니!
앞으로 수프를 먹을 땐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책은 누군가 펼쳐 볼 때 비로소 빛난다고 믿었다. 182p
🔖그녀는 에세이 작가들이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재치와 감성을 좋아했다. 121p

고시원 생활에 지쳐있는 미연을 위해 영혼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닭고기 수프를,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애타게 찾는 남자에게 <크리스민스 캐럴>을 구해주는 '책과 수프' 주인장 선영.
그녀는 자신의 가게에 온 손님 모두 이곳과 인연을 맺고 가는 거라며 자신의 철학을 피력한다.
공간소설이 지니고 있는 미학이다.

👩‍🏫 "나는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 시험지 문제는 답이 하나지만, 세상에는 답이 하나가 아니니까." (지연) 104p
👨‍🌾 오랫만에 아버지와 같이 보내니 같이 이렇게 둘이서 지내던 어릴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가족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현수) 108p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지연과 연기지망생이었으나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현수가 '책과 수프'에서 재회한다. 홋카이도 여행길에 들렀던 수프 카레 식당에서의 인연이 이렇게 끌어당김을 한다. 꼭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게 된다.👫

신랑과 결혼 전 북해도 여행을 갔었는데.. 기억이 십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사람 키만큼 쌓여있던 삿뽀로 새하얀 눈길과 오타루 운하, 하코다테 야경은 추위를 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구나' 마음 먹었던 새해 첫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지막 한 장까지 다 읽고도 이야기가 더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과 수프'란 따뜻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이 생에 온기를 더한다.
책을 덮은 후에도 추억 없는 헌책은 세상에 없으며, 작은 호의로 누군가의 오늘이 바뀔 수도 있다고 믿는 주인장 선영의 마음이 또렷이 기억난다.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먹은 것 처럼 푸근한 마음이 잔상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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