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목정원 지음 / 아침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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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이라는 공간은 오묘하다. 실시간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가상의 세계를 만나러 우리는 그곳에 간다. 몇 시간짜리 허구를 기꺼이 함께 용인하는, 약속에 이루어지는 곳, 지구 위에는 내가 사랑하는 극장들이 몇 있고, 사랑을 촉발시킨 것은 대체로 거기서 마주한 허구의 세계였다. 나는 아름다운 가상을 만난 곳에서 , 그 공간을 또한 아름답다고 여긴 것이다. (-11-)



원작이 사라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라진 원작을 백 년 동안 기리는 것의 의미는 뭘까.우리는 실체가 있는 것만을 사랑할까.혹여 본 적 없는 얼굴을 더욱 사랑할 수도 있는 걸까. 그럼에도 무언가에 마음을 기대야 한다면, 계속 사랑하기 위해 어떤 흔적이 더 필요할까. 조립될 수 없는 파편들, 그럼에도 당신의 것인 조각들이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까. 아니면 그것을 붙들고 우리는 울까. (-28-)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그것은 전부 타인의 아픔에 관한 일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모르는 동안, 어떤 이들은 멀리 떠나버리기도 했다. 남겨진 편지가 해독되지 않을 곳으로.잊히지 않는 것들을 잊은 곳으로. 그 먼 곳에서 안식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기어이 진실을 품고 돌아오는 것이 또한 그들의 몫인지. (-48-)



가까운 이들의 장례를 치를 때마다 알게 된다. 슬픔의 더께와 무관하게 계속되는 의식의 절차 속에서 우리는 때로 비통한 애도를 잠깐씩 쉰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는 듯, 울음을 유발하는 특정 순간들은 꼬리를 물고 되돌아온다. 그 장치들 앞에 사랑했던 우리가 무력해지는 것은 자명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잔혹하고 명백하게, 사라짐을 지시하기 때문이다. (-83-)



리델이 말했듯, 세계가 우리의 몸을 지울 때, 역설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모믈 끝없이 감각한다. 여자로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도 그 몸이 존재하는 일이다. 몸이 있다는 것을 잊을 수 없는 일. 더 아름답지 못한 것이 언제나 책망되는 몸을 데리고 걷는 일.그 몸이 수치스럽게 만져지고 살덩이로, 또는 자궁으로 취급되는 일. 그즈음 나는 특히나 더 내 몸과 관련한 바닥같은 자존감을 끌고 다녔고, 그날 버스 정류장에서 문득 수장된 아이들의 몸을 떠올렸다. (-111-)



무언가를 오래 좋아해온 사랑이 지닌 자신만의 역사와 그 섬세한 애정의 방식. 그것만큼 내게 부러움과 경외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없다. 이 부러움은 순전한 것인데, 왜냐하면 그에게 있고 내게 없는 것이 다름 아닌 세월이기 때문이다. 나는 끝내 따라잡을 수 없을 아저씨의 세월을 따라 극장 별로 정해진 만남의 장소로 나가는 일이 즐거웠다. 오페라 바스티유나 파리 필하모니 같은 현대식 공연장에서 프로그램 판매대 앞.로비가 좁은 샹젤리제 극장은 출입문 앞.오페라 코믹은 마농 앞. 오페라 가르니에는 헨델 앞.헨델 앞에서 보자. 라고 말하는 일. (-135-)



언어를 통해 사유하는 대부분의 인간은 선형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대한다. 우리가 생각할 때, 머릿속에 문장이 줄지어 흘러간다. 우리가 살아갈 때, 눈앞에 세계가 지나간다. 그 가없는 흐름 속에서 , 과거와 미래를 잇는 ,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현재라는 찰나 속에 우리는 산다. 일몰의 시간, 사라지는 빛이 물들이는 하늘을 보며 옆에 선 이에게 아름답지, 말하는 순간 그 아름다움은 이미 지나가고 없다. 그것이 우리의 언어가 우리에게 허락한 생의 방식이다. (-179-)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은 채 제목에 이끌려서 선택한 책이다. '모국어'와 '침묵'이란  이질적인 단어를 소환하고 있으며, 목정원 작가의 생각과 가치관, 깊은 사유가 들어가 있다는 산문이며, 유튜브에도 잠깐 소개된 바 있다.



이 책을 통해,인간이 쓰는 언어가 인간의 삶고 인생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깨달음으로 나아가고 있으며,인간의 의식구조를 흔들어 놓는다는 점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알려수가 있다. 특히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인간의 언어 체계는 다양한 교육과 학습을 기반으로 하여, 가상과 추상적 언어를 표준화하고 있으며, 인간 스스로 소통하고,이해하며, 공감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게 한다.역설적으로, 인간은 언어로 인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계를 느끼며 살아간다. 즉 세상의 모든 언어 체계를 정리하고, 사전을 만들고, 모르는 단어를 하나의 틀안에 가두어 버린다.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의 언어에 의존하는 사유는 언어적 자유를 느끼곤 한다.즉 인간은 언어 너머의 세상과 세계를 이해할 수 없고,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과학이 발달할 수록, 사회가 점점 복잡해질수록 새로운 언어와 문장과 독특한 언어구조를 만들 수 밖에 없다.



작가 목정원은 미학자이다. 미학자의 눈으로 보는 세계는 언어와 예술과 감각에 의존하곤 한다. 본질에 집착하고, 완벽해진 원본에 의존한다.그래서 ,모작을 마주할 때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품, 원본은 진정한 원본은 아니었다. 인간이 만든 공연도, 영화도, 무대도 가상의 어떤 무언가임에 틀림없다. 그 가상의 세계에서 인간은 웃고, 울고, 분노하고, 우울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인간이 만든 언어가 인간의 살과 인생을 결정하고, 판단하며, 세상을 느끼게 한다. 결국 인간은자의적으로 쓰여지기 위한 언어를 만들었지만, 타의 반 자의 반 언어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언어라 하더라도, 모국어와 외국어를 구분하는 이유, 그 차이를 사유에 집어 넣고, 가상 공간에서, 모국어를 쓸 때와 외국어를 사용할 때의 차이를 구분하고,분석한다. 언어가 있어서, 마주하는 세계를 이해하고,깨닫는 동시에 ,분류하고,각각 떼어내어서 분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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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읽을 수 없음
세유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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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촉 여신 덕에 관점을 달리 보고 범인 검거에 성공했대. 항상 고마워.]

카페로 들어가던 서유는 혜이에게서 온 문자를 뒤늦게 보곤 작게 웃었다. 혜이는 서유의 능력이나 저주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12-)



"조윤수 씨의 여락처를 보다 박하연 씨 이름이 자주 보여 연락드리게 됐습니다. 조윤수 씨와는 어떤 사이시죠?"

"거래처 분이에요. 제가 담당한 브랜드에서 화보를 찍기 위해 매장 위 사무실에 스튜디오를 만들 때 알게 됐습니다." (-55-)



대한민국에서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해 보는 이들은 드뭎지 않았다. 김 부장 진짜 죽여버릴까. 너 주고 나 살자.신이시여. 저 새끼 죽이고 천국 가겠습니다. 등은 서유 본인도 살면서 무의식 중에 몇 번은 했던 생각이었다. (-122-)



죽고 싶어 했다던 현주는. 어쩌면 이런 말로 사람을 다루기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살려줄게, 라는 가망 없는 말보단 죽여줄게, 라는 현실성 있는 말이 더 달콤하게 들렸겠지.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214-)



무심코 진을 미끼로 생각했다는 사실을, 당사자가 눈치챈 것 뿐이다. 서유는 애꿏은 입술만 괴롭혔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는 명복일지라도 남의 목숨을 한순간 가볍게 여겼다. 이러면 그 인간이랑 다를 게 없었다. (-318-)



인간은 포유 동물이면서, 동물과 차별화하고 있다. 이성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기준을 맞춰 가면서, 때로는 서로 타협하고, 서로 화해하고, 복수를 하기도 한다. 단 이 모든 행위는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서는 안된다는 전제 하에서다, 하지만, 인간은 때때로 잔인하게 인간을 죽음으로 내모는 경우가 있다. 타살이 아닌 자살로 , 누군가를 사라지게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사건 사고들에 숨어 있다.



소설 『리딩, 읽을 수 없음』의 주인공은 김서유와 우혜이다. 둘은 서로 범인을 잡는데 큰 역할를 하는 이들이다. 사람을 죽인 범인을 찾는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찾아내고,유추해내나. 물증과 심증, 근거를 통해서, 범인을 찾아내었다. 주인공 서유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혜이는 그 능력을 촉,직감으로 생각한다.



두 사람 앞에 연쇄살인이 일어났으며,그 연쇄살인은 자살을 가장한 죽음이다. 어떤 사람의 의문스러운 죽음 뒤에 숨어있는 어두운 그림자.그 그림자 뒤에 숨겨진 배후의 인물들, 유력한 범인과 그 나머지를 추려내는 과정에서, 서유의 힘이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능력이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니었다. 서유가 가지고 있는 사람믜 마음을 읽는 능력이 연쇄살인을 저지른 그 인간을 찾아내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이 소설을 통해서, 누군가 죽인다는 것, 연쇄살인을 저지르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들의 마음과 심리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범인과 경찰이 쫒고 쫒기는 숨바꼭질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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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쓸모 - 슬기로운 언어생활자를 위한 한자 교양 사전
박수밀 지음 / 여름의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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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視는 하나를 집중해서 들여다 보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는 두리번거리며 보지 않고 주목해서 본다. 주시는 어떤 대상에 대해 정신을 하나로 모아 집중해서 잘 살펴보는 것이다. "전방주시"라는 말은 앞쪽을 집중해서 잘 살펴보는 것을 뜻한다. 응시도 있다. 응凝은'엉기다' 는 뜻이니 엉겨 붙은 것처럼 한 지점을 뚫어지게 보는 것이다. (-17-)



첨瞻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것이고, 瞰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것이다. 경주에는 신라시대에 하늘을 관찰했던 누대인 첨성대가 있다. 첨성대란 하늘의 별을 보는 곳이란 뜻인데'첨 瞻'자를 쓴 것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본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조감도 鳥瞰圖는 새처럼 굽어본 그림이란 뜻으로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았을 때의 모양을 그린 그림이나 지도를 말한다. (-18-)



의사는 성패와 관계없이 총이나 칼 등 무기나 무력을 통해 항거하거나 순국했으니 의사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왕의 생일날 행사장에 폭탄을 던져 일본 상하이 파견군 대장 등을 죽이고 현장에서 체포되어 순국한 윤봉길 의사도 있다.반면 열사는 직접적인 행동 대신 강력한 하의의 뜻을, 죽음으로써 자기 뜻을 내보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남편이 죽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여성들을 열녀라 불렀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특사로 파견되어 독립을 위해 일하다 순국한 이준 열사가 있다. (-28-)



누 樓는 대 위에 지은 집으로 폭이 좁으면서 가로로 길게 만들었다. 땅에서 사람의 키 높이 정도에 마루를 두었다. 마루방 형태라고 보면 된다. 창문을 달아 사방을 막기도 하지만 사방을 툭 틔워 시원스레 풍경이 바라다 보이도록 했다. 당 堂 과 만드는 방식이 비슷하나 높이가 더 높다. 주로 연회를 베풀거나 손님을 접대하는 용도로 썼다. (-42-)



저격 狙擊 이란 말은 원숭이와 관련 있다. 저격은 어떤 목표물을 겨냥하여 쏜다는 뜻이다. 저격의 저 狙 는 긴팔원숭이를 가리킨다. 이 원숭이는 꾀가 매우 많고 교활하여 먹잇감이 있으면 틈을 노렸다가 단번에 후려친다. 곧 저격狙擊이란'긴팔 원숭이가 후려친다.'는 뜻이다.이 말이 어떤 대상을 노려서 치거나 총을 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60-)



낭패라는 말도 상사의 동물과 관련 있다. 실패로 돌아가거나 바라던 일을 그르쳤을 때 '이거 참 낭패군.'이라고 말한다. 낭패는 본래 전설상의 이리과 동물이다. 낭狼은 뒷다리가 너무 짧고, 패 狽는 앞다리가 매우 짧다. 낭狼은 꾀가 부족하지만 용맹하고 패 狽는 영리하지만 겁쟁이다. 낭과 패는 혼자서 다닐 수 없으며 항상 같이 붙어 있어야 다닐 수 있다. 둘이 합치면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지만 서로 다투어 떨어지기라도 하며 아무 일도 못 하고 만다. 그리하여 낭패는 바라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 딱하게 되었을 때 쓰는 말이 되었다. (-64-)



그리하여 육지에 가까운 바다에서 고기잡이하는 배를 근해어선이라 하고, 육지와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고기잡이하는 배는 원양어선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 海는 규모가 작은 바다이며, 양洋은 규모가 큰 바다다. 북빙양, 남빙양은 흔히 북극해, 남극해라고 부르는데 다른 대양에 비해 규모가 작을 뿐더러 육지나 얼음과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둘은 대양으로 분류하고 있다. 해 海와 양 洋은 영어에서도 구별해 쓴다. 해海가 붙은 바다는Sea 로 쓰고 양 洋 이 붙은 바다는 Ocean으로 구별해서 쓴다. 예컨대 동해는 East Sea라 쓰고, 카리브해는 Caribbean Sea 라 쓴다. 반면 태평양은 Pacific Ocean,남빙양은 Arctic Ocean으로 표기한다. 한편 멕시코만,알래스카만처럼 만灣이라는 명칭도 있다. 만 灣은 물굽이라는 뜻으로 바다가 육지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온 형태를 말한다. 바다가 육지에 둘러싸여 있으므로 물결이 잔잔해 항만이 발달해 있다. 항만은 항구와 마을 결합한 개념으로 배가 안전하게 드나들거나 머무르고 물자를 싣거나 내릴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장소를 말한다. 우리나라엔 영일만, 광양만, 진해만, 속초만 등이 있다. (-80-)



한자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신문이다. 어릴 적 신문을 제대로 보려면, 한자를 반드시 익혀야 했다. 한국이 일본,중국과 같이 한자권 나라였고,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이전에는 한자를 널리 쓰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처럼 여겨졌다. 1980~90년대 출간된 책들 주에 ,많은 책들이 한자를 병행해서 쓴 것을 기성세대는 추억처럼 생각하고 있다. 물론 1995년 중앙일보가 글자를 전면 가로 쓰기로 전환하면서, 한자 대신 한글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한민국에서,한자는 시험이나 교육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점점 더 쓰이지 않는 추세다.



21세기 들어서서, 한자 공부가 대중적인 현상,교양과목으로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자 검정 시험을 치는 이들이 늘믈어나고,교양으로 맹자, 논어를 공부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한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자로 표기되지 않는 한글의 깊은 의미를 안다는 것이다. 경주에 가면 첨성대의 '첨'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힘들다. '윤봉길 의사'와 '유관순 열사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고, 낭패라는 단어의 뜻, 유예라는 단어의 뜻을 가르쳐 줄 수 있다. 한글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으며, 주변에 널리 펴져 있는 문화재에 대해서, 그 이름이 품고 있는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 예컨대 내가 사는 곳에 있는 부용대(芙蓉臺),선암대(仙巖臺) ,가학루(駕鶴樓) ,계서정(溪西亭),금선정(錦仙亭) 의 역사적 이름과 개념 ,역사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 쉽게 설명할 수 있다.문화해설사, 관광해설사라면, 한자 공부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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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 어느 문외한의 뉴욕 현대 예술계 잠입 취재기
비앙카 보스커 지음, 오윤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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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잊고 있었던 당근을 마주하자 기억 속에 묻혔던 시간이 되살아났다. 정물 스케치를 하는 할머니 곁에서 보낸 오후 시간, 우리가 함께 좋아한 화가 조르주 쇠라, 삶이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나날들, 주방 식탁에 몇 시간이고 앉아 당근들이 살랑 살랑 몸을 흔드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수용소의 미술 수업 이야기를 들었더랬다. 할머니는 그때 가르친 학생들이 보낸 편지를 뿌듯한 목소리로 읽어 주셨다. (-15-)



내가 몇 년에 걸쳐 해낸 일들은 다음과 같다. 나는 그간 살아왔던 정상적인 삶에서 벗어났고,'순수'한 예술이 어디까지 지저분해질 수 있는지 목격했다. 붓에 미친 너드들, 색깔 광인들,'안목'을 보유한 자들, 머리통들, 예술가의 광팬들에게 달라붙어 그들이 밤을 새는 이유를 알아냈다. 캔버스 위에서 피를 흘렸고 , 조각 품에 피부가 벗겨졌으며, 거의 발가벗은 낯모르는 사람을 예술의 이름으로 내 얼굴 위에 앉게 했다. (-27-)



그는 한 작품에 여러 종류의 물감을 혼용하는 때가 많았고, 그래서 각각의 결점이나 특이점과 끊임없이 씨름했다. 가령 파란 하늘을 칠하는데 선택한 유화 물감은 명암(-121-)



아름다움이 늘 예술의 원수였던 건 아니다. 서구에서는 수백년 동안 아름다움과 예술이 사실상 동의어였고, 심지어 아름답지 않은 예술은 예술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 20세기 들어 아름다움과 예술의 지극히 소란스러운 결별이 시작되었다.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고 돌아온 이들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가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198-)



그것은 나에게 예술이란? 나는 이 생각에 흥미를 느꼈고 스스로도 놀라웠다. 불과 1년 전의 나에게 누군가 킴 카다시안이 퍼포먼스 예술가라고 주장했다면 눈이 아플 정도로 크게 떴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이후 나는 사람을 얼굴에 앉혔고, 무엇보다도 예술의 더 광범위한 정의를 찾고 있었다. (-247-)



'난 이것을 좋아한다'는 단어는 '이것은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비하면 너무도 막다른 길과 같다. 줄리의 대답에는 취향에 대한 은밀한 진실이 담겨 있었다. 사실 취향은 그때그때 쉽게 만들어지고 ,또 언제나 변화한다. 취향에 관한 한, 자신이 단 하나의 정답을 이미 찾아냈다고 믿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부단히 질문을 던지는 쪽이 더 성실한 태도다. (-315-)



수많은 관리자들 중 한 사람이 우리를 이끌고 미술관을 구석구석 돌면서 여기서 잘못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해 설명했다. 사람이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떨어지고 빠지는 모든 경우 및 화재, 폭탄, 접촉, 절도, 불룩한 배낭이 발견되는 모든 경우가 다 우리의 소관이었다. 누가 미술계 아닐까 봐 관리자는 '비상사태' 를 더 세련된 용어로 표현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무전으로 화재를 보고할 때는 '발연상황'이라 불러야 했다. (-379-)



그러나 로브는 곧 아이시 게이즈의 컬렉션 이야기로 돌아왔다.내가 모두의 잔에 물을 다시 채우는 동안 로브는 화가에게 이렇게 설명했다"우리가 이 컬렉션으로 하려는 일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지평을 넓히는 작가를 데려와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당신이 게이 남자가 아니라면, 이런 경험을 못 해봤을 거고, 당신이 여자가 아니라면 이런 경험을 못 해봤겠지만, 이게 우리가 느끼는 감각이다. 여기를 보라. 당신은 우리의 작품을 통해 그것을 느낄 수 있다'라고요."

나는 로브의 얼굴을 힐끔 살폈다. 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424-)



2025년 올해 대구 미술관을 간 적 있었다. 처음 가본 미술관은 내가 생각했던 미술관에 대한 통념을 깨뜨렸다. 미술관은 전시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지역마다 미술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 인지했다. 미술관은 예술이 집약된 곳이며, 때로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추함에 대해서, 인간의 의식을 흔들어 놓는다. 세상에 대한 미적 감각의 전환점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비앙카 보스커가 쓴 책이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논픽션 <코르크 도크>,<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의 저자이자, <애틀랜틱> 의 기고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녀가 뉴욕의 미술관, 갤러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유대인 친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있어서다. 예술보다 저널리스트로 살아가는 것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점, 저널리스트로서, 새로운 모험과 도전, 미술을 선택했고, 문학과 논픽션 작가가 된 이유다. 



특히 은밀한 공간이자 직업에 대해서, 뉴욕의 미술계에 대해서, 대중들의 시선과 생각을 바꾸기 위해, 생소한 직업을 가진 이유다. 스스로 뉴욕의 미술관 스파이가 되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책에는 미술관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예술에 대한 집착은, 화가와 그림, 전시에 대해서, 색에 대한 광기가 숨어있다.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특정 색을 얻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였다. 소의 오줌을 말려서, 어떤 색을 짜내는 광기 어린 정성도 그런 이유다. 같은 예술이라 하더라도,그 예술이 보편성을 띠는 것은 아니다. 모순과 위선이 존재한다. 전시와 큐레이터, 도슨트, 미술관 경비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예술의 가치를 보호하고, 이해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예술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독특한 무대 장치였다. 즉 그는 ㅣ런 추악한 진실을 말하고 싶었고,그대로 노출하려 했다. 



책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을 읽으면, 대중들이 예술이란 무엇인지 정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예술 작품이 자신의 예술적 코드와 맥락에 맞는다면 살 것이고, 미디어와 전시, 도슨트와 큐레이터를 통해서,큐레이터와 갤러리 관계자들은 에술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맥락과 의미를 추구한다. 어떤 예술적 작품이 가치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그 예술 작품의 맥락과 가치,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달려있다.대중들은 스스로 고품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예술을 향유하고, 소유하고, 자신의 집에 걸고자 한다. 때로는 그 예술 작품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시간의 힘을 이용한다. 이 책은 흥미롭고, 신선하였고 생각과 관저을 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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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구를 찾아라 : 스타워즈 만달로리안
대니얼 월리스 지음, 아트 모위니 그림 / 유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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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어릴 적 즐겨보았던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가 있다. 우주 여행에 대해서, 제국군이 등장하고,제다이, 루크,레이까지 주인공의 활약상을 기억한다. 그 명작 스타워즈를 모티브로 한 「스타워즈 만달로리안」 이 있다. 스타워즈 흥행 덕분에,그 주인공의 캐릭터를 잘 살린 숨은 그림찾기 『그로구를 찾아라 : 스타워즈 만달로리안』는 아이도 좋아하고, 어른들도 좋아하는 오리지널 일러스트 책이다.



만달로리아는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헬멧을 벗지 않는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다. 그의 본명, 얼굴을 모르고, 전투에 매우 뛰어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구를 도와주기 위해서, 등장한 용사다. 물론 그로구는 작은 외계 아이이며, 요다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외에 카라 듄, 그리프 카가, IG-11, 쿠일이 등장인물로 나오고 있다.



모래 해성 아말라 7 중심지, 자와족 거대 운송차, 만달로리안 대장간,네바로 거리, 소르간 술집, 소르간 마을, 모스 아이슬리 우주항, 네바로 술집, 감옥선, 쿠밀 농장, 제국이 점령한 네바로 거리, 용암이 흐르는 네바로 지하 통로 를 거쳐가게 되는데, 만달로리안과 , 그로구를 찾으려는 현금사냥꾼이 그로구를 쫒고 있다.



이 책에는 주인공 이외에, C-하이싱어, 더그 ,아베드네도, 아키아키, 큐조, 하스크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있으며,그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흥미진진한 숨은 그림찾기를 느끼게 하여, 그로구를 직접  찾으려는 현금사냥꾼은 어떻게 피해다닐 것인가 스스로 알아내는 것이 우선 중요한 숙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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