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쿡, 직장을 요리하다
허병민 지음 / 북퀘이크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백하건데 저는 제 마음대로 하는 것을 저만의 독창성이나 창의성을 발휘하는 걸로 여겼고, 업무능력과 관계를 개선하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제 마음이 동료의 마음이자 팀의 마음이자 회사의 마음이라고 과대 해석하고 포장해 저만의 환상 속에 살았던 거지요. 이유 불문하고 그게 전체를 위하는 길이라고 확신했던 것입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참 지독할 정ㄷ돌로자기중심적이었지요. 아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거나 혹은 상대로부터 이런 걸 당한 분들이 좀 있을 거라고 봅니다. (p97)


남들이 잘 하지 않는, 혹은 하지 않을 것 같은 행동을 하세요. 남들과는 완전히 다른 정신 나간 괴짜가 되라는 말이 아닙니다. 누구나 본받을 만한 행동이지만 아무나 쉽게 못하는 행동을 해보란 애기입니다. 소위 성공의 역설(paradox of success)이란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요. (p172)


그래서 반드시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나아가서 이것 자체에도 마음을 열어야 이것을 조금씩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짜가 아니라고, 자신의 회사생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 불이익이 언젠가는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옵니다. 끝으로 이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또 말해줄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것을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누구인지가 조금은 설명이 될 겁니다. (p238)


컴퓨터도 끄고 휴대폰도 꺼라. 주위의 인간적인 것들을 발견하라. 여러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발견해야 한다. 당분간 아날로그 생활을 하면서 무엇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지 찾을 필요가 있다. (p324)


창의성, 협동심, 커뮤니케이션 능력, 공감력, 적응력 등의 재능은 그냥 '갖추면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도전으로 점철되어 있는 21세기의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핵심역량입니다. (p365)


이 책을 읽고 난 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부끄러움이다. 이 책은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으며, 자기계발서의 가치와 목적이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는 천편일률적인 생각과 가치관을 반복적으로 이야기 하는게 아닌, 나에게 와 닿는 것들,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 존재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며, 저자의 진솔된 삶의 경험이 우러나 있는 자기계발서였다. 저자가 그동안 마주했던 삶의 궤적속에서 후회와 오만함, 자기중심적인 사고들을 과감없이 드러내고 있었으며, 그것이 나에게 깊이 다가왔던 이유는 내가 저자 허병민씨와 비슷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치는 깨달음 그 자체이다.사람들은 대체로 어리석다.그것은 후회로 나타나는데, 어떤 문제가 일어나고 난 뒤 뒤늦게 자신의 잘잘못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제일모직에 입사해 직장 생활에서 회의감을 느꼈으며,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무능하고, 비효율적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제일 잘 났고, 똑똑한 줄 알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존재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저자는 회사에 퇴직하고 새로운 직장에 몸담고 나서야 자신의 잘잘못을 조금씩 느끼게 된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당하는 입장이 되니 본인이 해왔던 자기중심적인 사고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었고, 직장생활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인정해 주지 않았던 상사와 회사의 민낯, 그 민낯 뒤에 숨어 있는 자신의 또다른 모습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즉 스스로를 주관적으로 바라볼 땐, 자신이 제일 잘난줄 알았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제 3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면서, 그것은 또다른 착각이었고 오만함의 실체였고, 철없음 그 자체였다. 이 책 한 권에 저자가 마주했던 부끄러운 자화상이 오롯히 기록되어 있으며, 저자의 반성이 깊이 느껴지는 한 권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1 운동 일기 -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 스코필드 박사의 풀빛 동화의 아이들 30
김영숙 지음, 장경혜 그림 / 풀빛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감방까지 찾아온 외국인이 인사까지 건네니 모두 의아해했다. 노순경이 나를 스코필드 라고 소개하며 감방까지 찾아온 이유를 말하자 수감자들의 긴장된 표정이 풀리는 것 같았다. 어린 소녀가 감방에 있는 것이 애처로워서 노순경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이화학당의 유관순이라고 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유관순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관순은 이화학당 학생으로 서울의 3.1 운동에 참여한 후, 고향인 천안에 내려와 아내 장터 만세 운동을 주도했다. 어린 여학생이 어디서 그런 용기와 배포가 나오는지, 참으로 대견하고 존경스러웠다. 노순경은 함께 갇힌 사람들을 차례대로 소개해 주었다. 마흔을 넘긴 어윤희 씨는 개성의 감리교 전도사였다. 민족 독립을 강조한 전단을 유포하며 3.1운동의 불을 댕겼다. 정신 여학교 이애주 학생은 고문으로 목덜미를 다쳐 싸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 (p112)  


드라마 제중원이 생각 났다. 올리버 애비슨은 우리나아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의 4대 원장이었고,그의 소개로 인해 캐나다에 살고 있었던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박사는 1916년 조선의 세브란스 의학 전문학교에 몸담게 된다. 세브란스 의학 전무학교에서 세균학을 가르치고, 서양식 의술을 활요해 병을 고쳐 나갔던 스코필드 박사는 일제 감점기 시절 조선의 어두운 사회적인 모습을 목도하게 된다. 1919년 3월 1일 일어난 3.1 독립운동을 직접 보았으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진기로 직접 기록으로 남겼던 그의 삶 속에는 조선의 역사적인 안타까운 현실 그 자체였다. 파리강화회의의 실패, 고종 임금의 예기치 않은 죽음은 3.1운동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그 안에는 유관순 열사의 3.1운동이 있다. 종로 탑골 공원에서 시작한 3.1운동은 조선 팔도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그로 인해 유관순은 서대문 형무소에 갇히게 된다. 스코필드 박사는 외국인 신분을 십분 활용하여, 조선인들의 안타까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게 되는데, 직접 서대문 형무소에서 유관순 열사를 보았던 스코필드 박사는 조선의 독립이 바로 자신의 일인 것처럼 직접 나서게 되었으며, 일본인의 거짓말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스코필드 박사는 1919년 4월 18일 제암리 학살 사건을 직접 보게 된다. 조선인들이 일본순사에 저항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일본인이 죽는 상황이 빚어지게 된다. 3.1운동을 빌미삼아서 일본인은 만세 운동을 해왔던 남자들을 제암리 교회에 가두있고,불을 지르는 잔인한 행위를 일삼게 되는데, 제암리에서 보았던 잔혹한 모습은 가까운 수촌리에도 똑같은 형태로 자행되었고, 마을 사람들이 일본인에 의해 집단 학살을 당한 사실을 보게 된 스코필드 박사는 몰래 가지고 온 카메라로 직접 사진을 찍었다. 그가 남겨놓은 사진과 기록들은 부상을 당한 자신의 다리를 활용해 사신을 몰래 들고 해외로 나가는데 성공을 하게 되었고, 세계의 언론은 스코필드 박사로 인해 조선의 참상이 고스란히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그가 보여준 외국인으로서의 모습은 바로 조선 독립의 원천이 되었고, 왜 조선이 독립되어야 하는지 명분을 쌓아가게 되었다. 동아시아 변방의 힘없는 나라 조선이 그렇게 일본인에 의해 자행되었던 민족말살 정책에도 불구하고 독립할 수 있었던 이유, 3.1 운동이 일어난지 100년이 지난 현재, 한국인 이름 석호필, 캐나다이름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으며, 우리의 역사적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국어 전파담 - 외국어는 어디에서 어디로, 누구에게 어떻게 전해졌는가
로버트 파우저 지음 / 혜화1117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르네상스의 철학적 기둥인 그리스의 인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상과 문화의 집약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 고전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전재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미 그리스어를 읽을 줄 모르게 된 유럽인들은 크리솔로라스와 같은 비잔티움제국 학자들이 펴낸책과 그들의 홀약으로 다시 그리스어를 배웠고, 그 당시의 문헌을 읽을 수 있게 된 셈이었다. (p48)


"이성주의는 매우 보편적이기 때문에 모든 인간의 사고, 생각은 동일하지만, 그 사고를 반영하는 언어는 다르다. 언어라는 것은 매우 표면적인 현상이므로 , 외국어 학습은 보편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모어와 외국어의 동질성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를 모어로 쓰는 사람이 외국어를 학습할 때 프랑스어로 배우면 외국어 학습에 훨씬 도움이 되고, 만일 그 냐용이 종교와 관련된 것일 경우 모어를 통한 외국어 학습은 종교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p124)


제국주의 국가들이 새롭게 확장된 영토를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외국어 교육은 필수였다. 아프리카에 끌려간 노예들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강제로 새로운 언어를 배웠고, 미국의 선주민들도 강제로 학교에서 영어를 학습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제국주의가 확산되면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와 프랑스어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p183)


이 책은 언어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으며, 언어의 이동과정을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저자는 언어의 불평등한 구조가 언어의 이동으로 이어지게 되고, 역사 속에서 지배와 피지배 관계 속에 언어의 변화와 습득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언어가 다섯개 문명권에서 생겨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으며, 그 언어가 권력의 도구로서 적절하게 쓰여지고 있음을 역사는 고스란히리 증명한다.


구텐베르크 인쇄술의 발달은 언어 이동을 부채질 하게 만들었다. 라틴어로 쓰여진 성경이 영어로 성경이 번역되었으며, 그것이 세계 곳곳에 퍼져 나감으로서 언어의 기본틀이 깨져 버리게 된다. 언어가 권력의 요체로서 제국주의를 형성하거나 ,르네상스와 같은 문화적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그 근간에는 언어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영어와 프랑스어,스페인어가 서양 사회에 보여주는 언어적 이동 과정, 고대 그리스어와 이집트 언어가 그들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원천이 되고 있었으며, 중국이 동아시아 패권으로서 일임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종교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선교 활동을 통해 문화를 전팧하고 언어를 전파할 수 있었던 그 근간에는 그들의 지배욕이 숨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일본과 한국 사회, 두 나라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가 되면서 일본인이 시행했던 것은 언어 말살 정책이다. 일본은 류쿠국을 일본에 동화시키기 위해서 류쿠국이 쓰던 언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강제해 버렸다. 같은 한자권이면서 , 한글을 썻던 대한제국은 일본에 의해서 언어가 변질되어왔다. 새로운 문물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한글 속에 일본식 한자들이 스며들기 시작하게 되었고, 그들의 제국주의적 야욕을 언어의 변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유랑인으로서 수천년동안 돌아 다녔던 유대인이 이스라엘을 만들면서 언어 회복을 꾀했던 이유는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이며, 고대 히브리어를 다시 복원하여 쓰기 시작하면서 언어회복운동을 꾀하게 된다.


지금 현재에도 언어의 힘은 현존한다. 다만 언어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통이 발달하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언어는 강제적으로 이동되는 과거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언어를 받아들이고, 서로 이질적인 문화에 심취하면서, 그들의 언어를 적절하게 배워 나가려는 의도가 나타나고 있다. 언어가 과거에는 비자발적인 형태였지만, 이제는 자발적인 형태로 언어적인 특징이 새로운 변화와 함께 모습이 진화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七十歲死亡法案、可決 (單行本)
垣谷 美雨 / 幻冬舍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그래도 그 법안 덕에 이제 2년만참으면 되잖아."
마지막에는 언제나 죽음이 화제다. 늘 똑같은 패턴이다. 주변의 노인들이 어떻게 죽는지 모두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능하면 고통스러운 검사를 받지 않고, 그리고 너무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게 죽고 싶어한다. 이곳에는 그런 간절한 바람이 가득하다.
누구누구는 잠든 것처럼 죽었다거나 순식간에 죽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모두가 부러워한다.선망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모모카는 그런 노인들을 보고 있으면 자리보전을 하고 있는 할머니가 떠올라 지분이 착잡해진다. 도쿄에 집이 있는데 아파트를 빌려 혼자 살기 시작한 것은 할머니 병 수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전에는 조그만 인쇄회사에 다녔다. 어느 날 , 할머니 병 수발에 지친 엄마가 모모카에게 도움을 청했다. 밤중에 몇 번이나 불러 대니 엄마 혼자서는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 그건 알지만 , 모모카는 하는 일이 있으니 엄마를 대신할 수 없었다. (p80)


서랍장에 숨겨 둔 50만엔과 지갑에 든 2만 3,000엔 정도, 그리고 부엌 서랍에는 지난 주 은행에서 한꺼번에 꺼낸 생활비 중에서 95엔 정도가 남아 있을 것이다. 합해서 147만 3,000엔. 내가 들고 나갈 수 있는 돈은 그뿐이다. (p180)


다음은 예순 여덟 살의 여자가 보낸 글이었다.

70세 사망법안에 절대 반대합니다. 작년 말에 망나니 같던 남편이 암으로 죽어서, 겨우 내 인생을 되찾았습니다. 자유롭게 살았던 독신 때 이후로 처음 느끼는 자유입니다. 음대 시절의 친구들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 노인 요양원과 병원 등지에서 위문 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활이 너무 즐겁습니다. 그런데 일흔 살이 되면 죽어야 한다니, 앞으로 2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괴롭고 힘들어서 마지못해 살아온 여자들이 많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게 나이를 먹는다는 걸, 젊은 사람들은 모르는게 아닐까요. 아무쪼록 이 야비한 법안이 폐지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p256)


 이 소설은 저출산 고령화가 현실이 된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한 편의 소설이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으로서 사회는 아이를 낳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다. 과거에는 아이를 많이 낳아서 기르는 시대였으나, 이제는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아 기르는 사회적 풍토로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는 생산력이 낮은 노령 인구가 늘어나게 되고, 그로 인해 노인들을 부양할 수 있는 젊은 층이 줄어드는 기이한 인구구조를 양산하게 된다.  


소설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을 새로 만들게 된다. 70세 생일이 되는 그 날, 한 달 뒤 죽어야 한다는 법안이다. 국민이 반대해도 다수의 국회의원이 찬성함으로서 법안은 통과가 된 상태이며, 그로 인해 시어머니 기쿠노 씨를 부양하는 가정 주부 도요코의 집안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즉 이 소설은 법안 하나가 바뀜으로서 다섯 명이 함께 살아가는 가정의 또다른 변화를 엿볼 수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그 자체였다.


그렇게 법은 통과 되었고, 2년뒤 법은 시행되는 것이다. 그 2년의 시간동안 70세가 넘어가는 이들은 죽을 준비를 해야 한다. 즉 가정주부 도요코 씨는 13년간 시어머니를 부양하는 일이 2년 뒤엔 사라지게 되고, 시어머니의 기저귀를 갈아줄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집을 나와 살아가는 서른 살 다카리다 모모카와 그의 남동생 스물 아홉 마사키는 법안 통과에 대한 생각이 엇갈리게 되었다. 할머니를 모시는게 싫어서 밖에 너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모카는 법안 통과로 인한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 되었고, 사람들이 그 법안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을 직접 목도하게 되었다.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3년만에 나와 히키코모리가 되었던 마사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평소에는 도요코씨에게 얼씬도 하지 않았던 시누이 아케미와 기요에는 법안이 통과 되자마자 자신에게 재산이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에 부풀어 오르게 되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기쿠노씨는 두 딸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으며, 재산을 자신이 생각한 데로 배분하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이 소설은 그렇게 1년 동안 법이 바뀜으로서 한 가정의 변화를 엿볼 수 잇는 그런 소설이다. 법이 바뀌면서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들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있다. 법에 대해서 찬성하는 쪽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쪽이며,반대하는 쪽은 이익을 상대적으로 적으며,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다.자신을 옥죄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그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던 이들은 법이 바뀌길 바라고, 이제 해방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은 그 법이 바뀌는 것에 대해 반대하게 된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 도리어 그들의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낸다는 걸 보여주는 웃을 수 없는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이며,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쓸쓸함을 먼저 감지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七十歲死亡法案、可決 (幻冬舍文庫) (文庫)
垣谷 美雨 / 幻冬舍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도 그 법안 덕에 이제 2년만참으면 되잖아."
마지막에는 언제나 죽음이 화제다. 늘 똑같은 패턴이다. 주변의 노인들이 어떻게 죽는지 모두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능하면 고통스러운 검사를 받지 않고, 그리고 너무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게 죽고 싶어한다. 이곳에는 그런 간절한 바람이 가득하다.
누구누구는 잠든 것처럼 죽었다거나 순식간에 죽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모두가 부러워한다.선망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모모카는 그런 노인들을 보고 있으면 자리보전을 하고 있는 할머니가 떠올라 지분이 착잡해진다. 도쿄에 집이 있는데 아파트를 빌려 혼자 살기 시작한 것은 할머니 병 수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전에는 조그만 인쇄회사에 다녔다. 어느 날 , 할머니 병 수발에 지친 엄마가 모모카에게 도움을 청했다. 밤중에 몇 번이나 불러 대니 엄마 혼자서는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 그건 알지만 , 모모카는 하는 일이 있으니 엄마를 대신할 수 없었다. (p80)


서랍장에 숨겨 둔 50만엔과 지갑에 든 2만 3,000엔 정도, 그리고 부엌 서랍에는 지난 주 은행에서 한꺼번에 꺼낸 생활비 중에서 95엔 정도가 남아 있을 것이다. 합해서 147만 3,000엔. 내가 들고 나갈 수 있는 돈은 그뿐이다. (p180)


다음은 예순 여덟 살의 여자가 보낸 글이었다.

70세 사망법안에 절대 반대합니다. 작년 말에 망나니 같던 남편이 암으로 죽어서, 겨우 내 인생을 되찾았습니다. 자유롭게 살았던 독신 때 이후로 처음 느끼는 자유입니다. 음대 시절의 친구들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 노인 요양원과 병원 등지에서 위문 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활이 너무 즐겁습니다. 그런데 일흔 살이 되면 죽어야 한다니, 앞으로 2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괴롭고 힘들어서 마지못해 살아온 여자들이 많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게 나이를 먹는다는 걸, 젊은 사람들은 모르는게 아닐까요. 아무쪼록 이 야비한 법안이 폐지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p256)


 이 소설은 저출산 고령화가 현실이 된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한 편의 소설이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인간의 수명이 늘어남으로서 사회는 아이를 낳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다. 과거에는 아이를 많이 낳아서 기르는 시대였으나, 이제는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아 기르는 사회적 풍토로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는 생산력이 낮은 노령 인구가 늘어나게 되고, 그로 인해 노인들을 부양할 수 있는 젊은 층이 줄어드는 기이한 인구구조를 양산하게 된다.  


소설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을 새로 만들게 된다. 70세 생일이 되는 그 날, 한 달 뒤 죽어야 한다는 법안이다. 국민이 반대해도 다수의 국회의원이 찬성함으로서 법안은 통과가 된 상태이며, 그로 인해 시어머니 기쿠노 씨를 부양하는 가정 주부 도요코의 집안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즉 이 소설은 법안 하나가 바뀜으로서 다섯 명이 함께 살아가는 가정의 또다른 변화를 엿볼 수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그 자체였다.


그렇게 법은 통과 되었고, 2년뒤 법은 시행되는 것이다. 그 2년의 시간동안 70세가 넘어가는 이들은 죽을 준비를 해야 한다. 즉 가정주부 도요코 씨는 13년간 시어머니를 부양하는 일이 2년 뒤엔 사라지게 되고, 시어머니의 기저귀를 갈아줄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집을 나와 살아가는 서른 살 다카리다 모모카와 그의 남동생 스물 아홉 마사키는 법안 통과에 대한 생각이 엇갈리게 되었다. 할머니를 모시는게 싫어서 밖에 너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모카는 법안 통과로 인한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 되었고, 사람들이 그 법안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을 직접 목도하게 되었다.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3년만에 나와 히키코모리가 되었던 마사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평소에는 도요코씨에게 얼씬도 하지 않았던 시누이 아케미와 기요에는 법안이 통과 되자마자 자신에게 재산이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에 부풀어 오르게 되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기쿠노씨는 두 딸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으며, 재산을 자신이 생각한 데로 배분하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이 소설은 그렇게 1년 동안 법이 바뀜으로서 한 가정의 변화를 엿볼 수 잇는 그런 소설이다. 법이 바뀌면서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들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있다. 법에 대해서 찬성하는 쪽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쪽이며,반대하는 쪽은 이익을 상대적으로 적으며,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다.자신을 옥죄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그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던 이들은 법이 바뀌길 바라고, 이제 해방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은 그 법이 바뀌는 것에 대해 반대하게 된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 도리어 그들의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낸다는 걸 보여주는 웃을 수 없는 소설이 바로 이 소설이며,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쓸쓸함을 먼저 감지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