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을 배우다.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신고은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요즘 매스컴에서도 자주 거론되는 단어인 ‘가스라이팅’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평소에도 심리를 다룬 도서에 관심이 많다보니 더 기대가 됐다. 어느 늦은 밤,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를 펴고 한 챕터만 보려고 시작했는데 단숨에 다 읽었다.

이 책은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저자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현재 강의를 하고 있으며 일반인 대상으로 강연과 심리 칼럼을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문용어와 어려운 내용들로 가득찬 것이 아닌 실생활에서 우리가 쉽게 접하고 끄덕일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 가스라이팅의 관계를 고슴도치나 핑퐁게임등으로 적절한 비유를 한 것처럼 말이다.

상황이나 심리를 조정하는 가스라이팅에는 두 가지 역할, 즉 가스라이터와 가스라이티가 존재한다. 그리고, 가스라이터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고 하지만 책 속에서는 세 가지 유형(난폭한 가스라이터, 선량한 가스라이터, 매력적인 가스라이터)으로 분류하고 구체적으로 이에 대한 정의와 예시를 보여준다. 심리학 용어에 대한 배경설명과 적절하고 다양한 예시를 통해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을 인지하게 해주는 부분도 좋았다. 가스라이터를 구분하고 내가 가스라이티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차근차근 제시한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에 점점 빠져든다.

살면서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생각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무의식적으로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조정하면서 죄책감을 심어줄 수도 있고, 반대로 내가 당할 수도 있다. 부부, 친구, 가족, 지인, 심지어 오늘 우연히 만나는 익명의 누군가에게도 우리는 가스라이팅 당할 수도 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놀라웠다. 그만큼 가스라이팅은 우리에게 일상적인 단어이다.

저자는 착하게 살기보다 선을 지켜 살기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나에 대한 선이기 때문이다. 타인으로부터, 더불어 나 자신을 보호하고 잘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자신 있게 추천한다. 나의 무지를 일깨워주고 이토록 친절하게 알려준... 저자의 다음 책이 몹시 기대된다. 역시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유일한 도구는 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