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이 세상 광활한 대지가 모두 내 것인 줄 알았다
모든 자유를 훑고 나면 그렇게 나를 찾으리라 믿었다
아름다운 낭만 속에 사랑이 꽃피울 것을 믿었고
그로 인해 맺을 열매로 펼쳐질 삶이 늘 풍요로울 것을 믿었다

이젠 그 모두가 내 것이 아님을 안다
내가 속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적음도 알고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가 늘 현실에 묶여 있음도 안다
아름다운 사랑의 낭만이 현실의 책임으로 대치된 것도
꿈꾸던 이상이 현실이라는 좁은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도 깨닫는다

새털처럼 가볍고 넓었던 꿈들은
세월을 입으면 현실처럼 무겁고 축축해진다
인생의 호리병 속엔 부피 가벼운 이상보다는
밀도 높게 압축된 현실만 담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피라미드 아래서부터 정수리를 향해 올라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오르면 오를수록 영역은 좁아지지만
그것이 삶의 두께를 더해가는 일인 것처럼
최고의 두께를 지니게 될 그때
나는 한 점이 될 것이다

버리고 깎아야 오를 수 있는 정상은
오로지 발 한 짝 디딜 공간도 없는 無의 지점이면서
가장 큰 깨달음의 순간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아우르고 깨닫는 그 순간을 위해
난 두께를 더하며 오를 뿐이다 

無를 향하여
한 점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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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26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감기 걸렸어.....
아흑, 머리 아포. 할 일은 태산인데. ㅠㅠ

Bflat 2011-10-26 10:31   좋아요 0 | URL
에구야~~~
이번 감기 독해서 힘든데...
따뜻한 차 수시로 마시고 잘 때 꼭 수분 유지하고
무엇보다 잠을 잘 자야되더라.
알찌?

yamoo 2011-10-2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시가 심오하군...이런 생각을 하면서 댓글을 보는데, 마고니 댓글에서 빵~ 터졌습니다...ㅋㅋㅋ

무를 향하여 한 점이 될때, 감기에 걸리는 군요~ ... 끝내용을 보고 바로 마고님 댓글을 본지라...이렇게 연결이 됐다는..ㅋㅋ

Bflat 2011-10-27 13:19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예요.
진지하게 썼더만 댓글 좀 봐.

닥치고 투표한 덕분에 멋진 역사가 이루어졌죠?!
이젠 내년 대선이 남았네요^^

2011-11-02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댓글들 보고 저도 안 웃을 수 없네요.
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다가..
ㅎㅎㅎㅎㅎ...

Bflat 2011-11-02 12:37   좋아요 0 | URL
진지한 無를 향한 시를
진정 無色하게 만드는 마녀의 능력은 정말 놀랍지 않나요.
ㅋㅋㅋ
 

맑은 고딕체가 예쁠 것 같다.
ㅎㅎ쓰고 보니 별로네.
워드로 쓰인 맑은 고딕체는 예쁘기만 하더만.

며칠이 지나도 차도가 없는 편도염은 드디어 중이염까지 끌어들였다.
병원에서 약을 안 먹으면 낫질 않을 것이라고 협박하는 바람에 4번 정도 먹었다가 이젠 위(胃)의 통증까지 덤으로 얻었다.
평소 역류성 식도염으로 흉통까지 앓고 있으면서 의사의 협박 같지도 않은 협박에 왜 홱~넘어간 거냐고.
안 되겠다 싶어서 오늘은 한의원으로 몸을 질질 끌.... 
걸어갈 힘도 없으니 이럴 땐 순간이동이라는 미래의 과학이 참말로 아쉬운 거지.
왜 왔느냐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편도가 부어서요 라고 말하니, 계속 고개를 젓는다.
정말 편도가 아프다니까요.
그래도 아니란다.
아니 그럼 내가 어디가 아픈 거지.
그렇다면, 양약 먹고 위가 뒤집어졌어요.
그래도 아니라고 젓는다.
어쩌라고.
새벽에 기침을 하느냐고 물어보신다. 
당연히 밤새 기침을 하니까 새벽에도 하죠.
열은 있었냐고.
열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다른 증상보다 목이 부어올랐다고 말했다.
그건 아니란다. 
배가 약해서 목이 붓는 것이고 기침을 하는 것이란다.
뭐가 먼저든 난 지금 목이 너무 아프고 이젠 귀까지 아프다구요.
모른 척.
에잇, 모르겠다. 놔주는 침이나 맞고 가야지.
10년이나 다녔던 한의원인데 이제 와서 의심? 하면 뭘하느냐고.
아, 목도 귀도 배도....안 아픈 곳이 없어. 

내일은 렛슨.
자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짱짱해지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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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25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좀 짱짱해졌을까?
하늘은 짱짱한데.... 우리 아파트는 라인 어디선가 공사 중, 아침부터 내내 두두거리는 소리.
나는 퀴즈를 두개 풀고, 숙제를 하고, 학교 가야 하는뎅, 아욱, 머리 아픈 소리에.. ^^

자자, 다 나아랏!

Bflat 2011-10-25 20:59   좋아요 0 | URL
흑흑~
짱짱해지긴....
렛슨도 못 가고 하루종일 침대랑 하나가 되어 있어.
 

밤잠을 내어주고 편도염에게 받은 끝없이 연속인 악몽.
현실에선 언제쯤 해봤던 투정인지 기억도 없는데, 한없이 편한 그에게 자연스러운 투정도 하고 토라지기까지 했다.
낯익은 거리를 질러 걷는 곳곳에선 어두컴컴하고 질퍽한 일들만 기다리고, 토라져서 돌아보지도 않다가 그를 놓치고 말았다.
누구지?
누구였지?
비슷한 느낌의 모든 이를 떠올려보지만, 그 누구도 아니다.
온종일 선명하지 못한 기억 속의 그를 떠올리느라 답답하기만 하다.
도라지청으로 달래보던 통증은 인내심을 바닥내어 버린다.
이비인후과에선, 염증이 심해서 약을 바르려고 살짝 문질렀는데도 피가 흐른다면서 '잘 때 침만 삼켜도 불이 확 타오르는 것 같죠?'라고 물어보는데 그 말이 딱이다. 
주사 한 대 맞고 안 먹던 약도 먹었다.
일 년에 한 번 걸릴까 말까 한 감기를 연속으로 앓고 있다니, 이 모두가 심신이 약해진 탓이지.
월요일엔 어떤 일이 있어도 운동부터 가서 이놈의 감기를 떨쳐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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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2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4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10-2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라,, 월요일에는 꼭 나아서 운동하기 바라고.
그런데 살짝만 문대도 피가 흐른다니, 너무 심각한걸... ㅠㅠ
스트레스 받았나보다,, 편도염이 너무 심해서 걱정되네.

자...... 오늘 밤은 푹 자도록, 알았지.

Bflat 2011-10-24 19:08   좋아요 0 | URL
잠을 잘 자야 빨리 나을텐데, 이젠 중이염까지 온 모양이야.
헤헤~오늘 운동은 언감생심이었고, 그나마 한의원까지 갈 생각을 했다는 게 다행이지.
감기조심해, 마녀두^^
 

부력은 비어 있는 공간의 힘으로 떠오르고
비상은 가벼움을 품음으로 가능하다.

채움에서 에너지가 나올 것 같지만
비어 있음에서 파생되는 에너지가 얼마나 강한지 대부분은 모른다.
채움에서 비움으로의 에너지 흐름은 어쩌면 당연한 법칙일지도...

꽉꽉 채우려는 것보다
하나씩 덜어내는 연습이 필요한 건 아닐까.

품에 안은 것들
손에 쥔 것들
미련과 집착은 납덩이만큼 무겁고 허무하기만 하다.

덜어내야만 뜰 수가 있고
내려놓아야 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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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2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22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생을 사는 중간에 인생이란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인생의 한가운데서 인생을 본다는 그 시점은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무엇이든 논점의 한가운데서는 전체를 꿰뚫을 수 없다고 본다면 그 바깥에서만이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말인데, 인생의 바깥은 도대체 어디일까.
인생을 초월한 자만이 인생을 알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죽을 때까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우리는 우리 생이 마감되기 전까지 인생이란 무엇인지 절대 알 수 없다는 말이 아닌가.

모른다.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에 대해 무지하기에 우리는 꿈을 먹고 산다.
인생이 무엇인지 몰라도 꿈을 꾸는 그 순간들만은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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