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된 일인지
난 네 품에서 더 외롭다
널 찾아 헤매일 때
그때는 까마득한 거리만큼 널 사랑한다 믿었는데

다가서면 증발하고 마는 물방울과
다가오면 식어버리는 열과 같이
끝닿도록 모를 진정이라면
헤매이는 그때가 차라리 행복하다고

외로움에서 도망치다가
드디어 안착한 곳이 더 큰 외로움

영원은 없다 믿을까
차라리 울면서 웃고 있는 외로움을 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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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
운명이란 테두리 속에서 각자의 관성대로 움직이다가 우연히 교점이 생긴 것이 만남이란 생각을 말야.
ㅎㅎ 그러니까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었어~' 라는 유행가 가사는 말 그대로 운명을 거스르는 욕망은 아닐까 싶어.
너의 궤도, 나의 궤도는 어떤 목적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당위로 교점을 가졌다고 한다면, 바로 그런 것이 운명에 순응하는 태도겠지.

뭐, 전혀 엉뚱하고 생소한 곳은 아니었어.
너도나도 그곳이 좋았으니까. 
그곳에선 너도 최고가 되고 나도 덩달아 최고 같았어.
만약에 말야, 절대자의 힘을 빌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그 교차점이 왔을 때 내 손을 잡아줄 수 있겠어?
내 질문이 뭔지 알겠어?
운명을 거스를 용기가 있느냐고 묻는 거야.
우연히 지나는 것과 선택의 문제는 정녕 다르겠지?
또 다른 궤도와 관성을 만드는 것이니까.

그래, 우리는 필연처럼 마주쳤지만, 우연히 만난 것이고,
인정하긴 싫었지만, 운명을 거스를 순 없었던 거야.
그래서 각자의 궤도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결론을 내렸던 거지.
이젠 너무나 충실하고 바른 너에게서 내가 비집고 들어설 곳은 없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난 우연과 필연을 혼돈하고 싶은 것인지도 몰라.
하지만 그거 알아?
우연과 필연이 같은 배에서 잉태된 말이라는 걸.
그리스 모든 신들도 운명의 신을 거스를 수 없었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어.
언제까지 힘들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약속대로 난 나의 길을 충실히 가겠어.
꽃이 피고 지는 데에 운명이니 필연이니 사족을 붙이는 것은 개똥같은 철학인지도 몰라.
따뜻한 바람이 꽃의 얼굴을 들게 하는 것일 뿐이라구.

나는 괜찮아.
추억 속에선 넌 언제나 나의 손을 잡고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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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 수 없는 강이 슬픈 건
늘 강 건너만을 바라보는 네 눈 때문이다

세상 모든 아우성을 삼킬 듯 거센 물살도 아니고
세상 모든 부력도 잠재울 깊은 심연의 흡입도 아니라면
대체 너를 막는 건 무엇이냐

거세 물살보다 거친
심연의 소용돌이보다 아득한 응어리가
네 눈 속에서 파들거린다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어
눈에 머금고 서러운 처연함이다

건널 수 없는 강이 슬픈 건
늘 강 건너만을 바라보는 네 눈 때문이다
그리고
강 건너에서
너만을 바라보는 내 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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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라
 
분명 반로의 끝엔 내가 서 있다
걸음걸음 겹겹이 가려 보이지 않더니
 
잠시라도 숨을 트고 싶어
미친 듯이 내닫던 울분은
결국 내게 떠는 엄살일 뿐이었다
 
처연하다 말자
나로 비롯하여 나로 돌아왔으니
눈물은 거두고 안도의 웃음 띨 일이다
 
나 드디어 돌아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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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싸리 2011-09-2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동영상 보다가 딸려있는 슈스케 동영상 거진 다 봤어요.
야! 시간 자알 간다~~ 세시간만 개기면 퇴근한다!! ㅋㅋ
(비플렛님 시에 대해선 어떤 평도 할 수 없음. 큼... 약간 죄송하네요...ㅋㅎ)

Bflat 2011-09-20 19:22   좋아요 0 | URL
저도 올리기 전에 다 봤어요.
정규방송만 나오는 관계로다가 슈스케 볼 기회가 없거든요.

(제 시에 대해서 왜 평을 못하시는데요? 너무 졸작이라서요? ㅠㅠ)

2011-09-20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1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09-2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곡이예요. 창문을 흔드는 바람 소리 곁들여 들으니 더 좋아요.

Bflat 2011-09-20 19:23   좋아요 0 | URL
그쵸? ㅎㅎ용필오빠가 불러서 더 애절한 것 같아요.
음악 들을 때 바람이 창문을 흔들었다구요?
센스쟁이 바람같으니라구^^

yamoo 2011-09-2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곡...이 오래된 노래를 들으니 엔날 생각납니다~ 가을에 들으니 제맛이네요^^

Bflat 2011-09-20 19:24   좋아요 0 | URL
어드메 옛날일까요?
대충 연식이 뽀록나는...ㅋㅋ

oren 2011-09-2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가 자작시인가요? 저는 어느 시인의 시인 줄 알았는데, 끝에 출처가 없어서 놀랐습니다.
시만 잘 읽고 갑니다.(제 방에서도 음악은 들을 수 있지만, 그래도 '근무중'이라서 음악은 못 틀었어요..ㅎㅎ)

Bflat 2011-09-21 11:07   좋아요 0 | URL
ㅎㅎ속에서 뭔가가 넘칠 때 뱉어놓는 정도지, 시라고 딱히 정의하기도 어려운 수준이예요.
직접 방문해주시고 칭찬까지 해주시니.....정말 신나네요^^
영상은 퇴근하시면 꼭 들어보세요.
시는 별것아닌데 음악이랑 들으면 쬐금 별것같아지는 놀라운 일이...
푸히히^^
 

 

 

이슬 한 방울에
눈물 한 방울
힘에 부친 이파리 낙엽으로 뒹굴 때
같이 고개 떨굴 수 있으면 그만이지

널 안다고
너도 날 알아달라고 매달렸다면
이젠 나에게서 얼굴을 돌려도 괜찮아
세상은 바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뒤집어쓰고 보는 것이니까 말야

이기와 오만이란 굴곡이 만든 亂視때문에
너에게서 나에게로의 길이와
나에게서 너에게로의 길이가 이렇게 차이가 지는 걸

가을이네 정말
가을처럼 사랑하고
가을처럼 이별하고...
조급해하지 않고 인내하는 법을 깨친
가을을 닮아야 할까 봐 우린

그래
담담한 편지 
이렇게 가끔 부칠 수 있다면 
늘 가을이어도 상관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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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7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7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1-09-1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갑자기 바뀌었어요.
반팔 입고 나왔는데, 팔이 서늘하네요.
가을 옷을 꺼내 입어야 하나봐요.

Bflat 2011-09-19 12:38   좋아요 0 | URL
오늘같은 날 반팔을요?
갑자기 온도가 낮아지면 실제 기온보다 더 서늘하게 느껴지는 법인데...
비까지 살짝 내리더라구요.
ㅎㅎ감기 조심하세요^^

쉽싸리 2011-09-1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은선생의 서정과 김민기 담백함의 절묘한 만남!!
비플렛님의 절창까지! 오묘한 삼중주입니다. 이 가을에 말이죠!! 아, 그 무더위는 언제다 가버렸는고?
음치로써 요원하긴 하지만 가을편지를 김민기 처럼 부르는게 굉장한 희망사항이지요. 큼...

Bflat 2011-09-19 20:45   좋아요 0 | URL
김민기 처럼 부를 수 있는 남자라면, 다른 건 아무것도 보지않고 사랑에 빠질 수 있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