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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로 태어나고 싶다, 다음 생에선.
지금처럼 바람이 아닌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소나무.
바람은 자신의 존재가 허무하게만 느껴지니까.
하루에도 백만 번은 달려가 보지만 가지 끝 언저리에조차 향기 한 점 남기지 못하니까. 
향기 하나 제대로 품을 수 없는 바람이어서
어제도 오늘도 난 늘 잊는 연습이다.
잊는 연습이란 게 결국은 그리움이란 걸 알아도. 

살면서 잘못을 많이 한 걸까.
상처를 많이 주고 살아서 그 죗값을 치르는 거라면 좀 덜 억울할 것 같아.
무언가가 되길 바라는 건 안 할 테니 조금만 시간을 되돌려 준다면
상처 주고 맘 아프게 했던 일들을 거두고 싶어.
다 거두고 나면, 내가 바라는 단 한가지
내 품에 안겨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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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9-1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도 바람과 나무의 비유를 하셨던 것 같은데,
비플랫님은 바람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주위의 다른 분들은 나무같은 분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상대적인 면이 있으니까요.

Bflat 2011-09-19 12:51   좋아요 0 | URL
어떤 이에게 내가 나무같은 존재였을까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내게 기댈 수 있었을까...

지금 감은빛 님 덕분에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지는 비밀^^

쉽싸리 2011-09-19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비다. 안해님께서 좋아하는...
전에 살던 집 화장실 문짝이 망가져서 창호문을 얻어다 종이만 새로 발랐는데 안쪽에 바비의 대형브로마이드를 붙였다는... 어쩔수 없이 저도 자주 바비를 바로 눈앞에서 자주 알현하곤 했지요. 녀석....

비플렛님 시는 어떤 평도 할 수 없음. 큼.

Bflat 2011-09-19 20:50   좋아요 0 | URL
특정한 공간, 특정한 상황이면 떠오르는 각인된 존재라는 거요, 저에겐 소나무가 그래요.
아니, 좀 더 영역을 넓혀서 이젠 시도때도없이 나타나지만요.^^

마녀고양이 2011-09-19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담생에 대나무나 갈대, 새로 태어나고 싶어요.
머.. 인간으로 태어나고픈 생각도 있어요.

여하간 휘청휘청하면서도 유연하게 잘 넘기고 버티는 그런거였음 해요~ ^^

Bflat 2011-09-19 21:01   좋아요 0 | URL
대나무, 갈대, 새...
어떤 걸로 태어나던 다 멋지겠네요.
세상 모든 것에 유연하게 잘 대처할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은 말이죠,
아마 전생에서 나라를 구했거나 인류에게 큰 공헌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켁

잘잘라 2011-09-19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비플랫님
답방 왔다가 바비킴의 소나무, 다 듣고 가요.
그의 목소리때문일까요 어쩐지 좀 쓸쓸해지는 느낌이예요.
늦었지만 저녁 밥을 챙겨 먹어야겠어요.
배고프면 잠도 안올테니까요.^^;

Bflat 2011-09-19 21:51   좋아요 0 | URL
저녁식사가 늦으셨네요.
목소리가 우수에 팍팍 절어있죠?!
메리포핀스 님 글 보고 넘 귀여워서 계속 웃다가 왔어요.(초면에 실례^^)
저도 환영입니다^^

yamoo 2011-09-20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좋습니다! 좋아요~~~

Bflat 2011-09-20 19: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야무님이 시를 좀 아시는군요? ㅍㅍㅍ

yamoo 2011-09-21 22:37   좋아요 0 | URL
시는 몰룹니다...시집도 안읽고..ㅎ 좀 쉬운 시가 좋은 거 같아요~

어쨌거나 비플렛님은 제게 시인이십니다..ㅎㅎ

Bflat 2011-09-21 22:53   좋아요 0 | URL
야무님께 제가 시인이라니, 음....
아름다운 시로 본분을 다하겠습니당~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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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싸리 2011-08-3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검색해보니까 바이올리니스트 인데 비행기 사고로 인해 삶을 마감했더군요.
이분이 사고전날 남긴 일기의 내용중에 "우리가 지상에 머물고 있는 이 슬픈 체류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를 원하지 않는 커다란 고난의 시기에 불과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대단한 통찰입니다.
클래식을 모르지만 곡이 참 애잔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귀가 호강했습니다. ^^

Bflat 2011-08-31 18:46   좋아요 0 | URL
1949년 30세의 나이로 요절했어요.
신동 중에 신동이라고 인정받았던 바이올리니스트죠. 59세 암으로 사망한 바이올리니스트 요한나 마르치와 비교해서 가끔 클래식 얘깃거리로 오르기도 합니다.
죽기 전에 남긴 일기라서 더욱 애절하게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고독의 참 의미를 절실히 깨달을 기회가 있었나 봐요.
위의 하바네라 연주는 그런 느뵈와 라벨의 만남이라 애절함이 극도로 표현된 것 같구요.
ㅎㅎ제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어서 바이올린 연주 음반을 자주 듣는 편입니다. 원래는 첼로를 하고 싶었는데 바이올린에 기회가 먼저 닿았네요. 날카롭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직접 활을 켜며 느꼈던 음색은 아주 낭만적이고 쫙쫙 감기는 맛이 있다는 거예요.
푸히히~~물어보지도 않으셨는데, 저 혼자 엄청 오바하고 있습니다.


쉽싸리 2011-09-01 17:56   좋아요 0 | URL
저는 다룰줄 아는 양악기는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바이올린 같은 활로 연주하는 악기는 더욱 그렇지요.
활로 켰을때 그 '째지는 소리'를 도저히 못 참을것 같아요.
어려서 심술이 나거나, 삶이 심상해지면 벽에다 스치로폴 덩어리 같은것을 대고 쭉 긋고 다녔던 것처럼요. 아윽,,
비플렛님은 아무래도 재능이 있으신듯 ^^
아, 비플렛도 음악용어 아닌가요?

Bflat 2011-09-01 18:21   좋아요 0 | URL
재능이 없는 줄 알고 배워 볼 생각도 못하고 살았어요.
음악 듣는 걸 좋아했는데, 근래에 배우면서 느낀 거지만, 직접 연주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 폭과 깊이가 넓어졌다는 거죠.
뭐, 아직은 제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편식하는 편입니다.

스치로폴 그 뒷감당을 어케 하려고 그런 심술을? ㅋㅋㅋㅋ

쉽싸리 2011-09-0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믄입죠. 가급적 직접해보는게 좋죠. 저만하더라도 자전거타기를 작년에 배웠는걸요. 올해들어 한번도 타질못해 다까먹을 지경인지는 몰라도요.

Bflat 2011-09-01 23:37   좋아요 0 | URL
저도 내년엔 테니스에 도전할거예요.
올해 체력을 좀 만들어놓고 내년엔 할 수 있겠죠?
홧팅!

쉽싸리 2011-09-02 10:44   좋아요 0 | URL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만화가' 있어요. 이양반 작품중에 'Happy' 라는 게 있어요. 테니스 만화죠. 한창 만화 좋아할 때(만화 보는 걸로 세월 죽일때)본 건데요. 참 신기했죠. '야, 일본애들은 테니스도 만화로 그리는구나' 하고요. 내용은, 환경은 불우하지만 성격상 엄청 긍정적인 여자애가 테니스에 대한 재능이 탁월하여 큰 대회에 나가 왼갓 역경을 딛고 우승하는 그런거 였던거 같아요. 조금 유치한 장면도 많았던 것 같은데요. 하여간 우라사와 나오키 초기 작품이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체력은 테니스 하면 절로 따라 오지 않을까요? 한손엔 라켓, 한손에 바이올린! 와우!! 멋진 일입니다.

Bflat 2011-09-02 19:11   좋아요 0 | URL
테니스를 하면 절로 따라올 수 있을 체력이 못 되어요.
ㅋㅋ1년 이상 한약 먹고 지금은 일주일에 1~2회 정도 잠깐의 운동으로 저질체력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멀리 운전을 하고 들어와도 며칠을 끙끙 앓는 정도라니까요.ㅠ

2011-09-02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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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2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3 1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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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당신을 거스를 언어가 없고 
당신에겐 나에게 미칠 언어가 없습니다 

오래전에 말라버린 흔적(痕跡)이지만
그것이 유일하게 남겨진 당신의 언어이기에
우리의 대화는 늘 과거로밖에 향할 줄을 모릅니다 

요원한 육체의 갈망 대신
영혼의 수화(手話)로 그리움을 대신하는 나의 일기는
오늘도 반성의 눈물로 빼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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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5: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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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2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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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30 2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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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1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1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와 함께 끝과 시작을 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끝과 시작은 언제나 삶의 한복판에서 제 낯을 뒤집길 반복하는 자웅동체 같은 비열한 모습으로 맞물려 있다.
포기와 체념, 용서를 끝쪽으로 세운다면, 미련과 아쉬움은 시작에 껴맞추는 퍼즐로서, 제자리를 벗어나면 완성될 수 없는 불가항력과도 같은 순리일지도 모르겠다. 
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늘 끝맺음을 하고 싶었고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노렸다.
하루해가 뜨고, 오전에서 오후로 바뀌고, 달이 차고, 계절을 넘을 때마다 끝과 시작을 의식했다.
그 언제가 끝이고 그 언제가 시작이었을까. 
우습지만, 덧없는 그 시작의 첫걸음을 디뎌본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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