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면의 그림 - C. G. 융이 분석심리학적 치료를 위해 가시화한 내면의 이미지들
루트 암만.베레나 카스트.잉그리트 리델 지음, 박경희 옮김 / 뮤진트리 / 2021년 2월
평점 :
내면의 그림
루트 암만, 베레나 카스트, 잉그리트 리델 (지음) | 박경희 (옮김) | 뮤진트리 (펴냄)
누군가와의 통화 중에 또는 혼자만의 생각 중에 나도 모르게 끄적이는 그림이 있다. 그림이라기보다는 낙서에 가까운 나의 끄적임은 언제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크게 의식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항상 비슷하거나 유사한 그림을 그리곤 한다. 선과 선을 교차시키고 그 선과 선을 잇고, 선의 끝부분을 확장하여 확장된 선을 또다시 연결한다. 마치 거미줄이 확장되는 형상처럼. 내가 그린 그림들에 내가 의식하지 못한 나의 심리가 담겨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왔기에 뮤진트리 발행 『내면의 그림』이라는 책이 너무나 궁금했다. 내가 그린 그림이 보여주는 나의 심리는 과연 어떤 것일까.
심리치료를 목적으로 C.G. 융이 모은 4500의 자료 중 160여 점의 그림이 실린 이 책 『내면의 그림』을 통해 다양한 그림을 감상하고 그 그림 속에 담긴 심리학적 해석을 읽고 공감해 본다.
취리히 C.G. 융 연구소의 그림 아카이브
자신의 꿈과 환상에 대한 그림을 그려라!
적극적 상상의 치료방법은 오래도록 상상한 내면의 그림, 꿈의 그림 같은 것들을 말로 표현하기 이전에 그림으로 형상화할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
이것은 무의식을 통해 분석할 기회를 가지는 것과 같다.
원과 선, 식물인지, 동물인지, 사람인지, 괴물인지 알 수 없는 그림들이 담겨있었다. 많은 다양한 심리상태의 사람들이 그려낸 그림들이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전혀 쓸 수 없는 왠지 섬뜩한 그림들도 있다. 이런 그림을 그린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어떤 것일까. 그림만으로 그들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낀다. 미술치료에 대한 가능성과 필요성은 검증된 지 오래. 육체적 치료가 아닌 정신적 치료이기에 그에 대한 진단을 그림으로 하는 것이다. 좋아지는 과정 역시 환자가 그려낸 그림을 통해 해석한다.
궁극적으로는 자기 내면의 발전이라는 범위 내에서 그림과 조각품을 들을 만들었다는 C.G. 융. 자신의 무의식의 입구를 열어 무의식에서 떠오르는 상징적인 소재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기 위함으로 꿈과 환상에 대한 그림을 그릴 것을 격려한다. 융의 가장 중요한 제자인 욜란데 야고비는 그림과 형상화 작업의 치료 효과에 대한 융의 생각과 융 유형의 미술치료를 처음으로 개념화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람이다. 미술치료의 개념과 실제 임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심리치료 작업의 풍부한 가능성을 <영혼의 그림 왕국>을 통해 펼쳐 보였다.
예술로서의 창조적 행위가 아닌 무의식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은 환자와 치료사 사이에 오가는 대화의 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 『내면의 그림』에 실린 수만의 '작가 미상'의 그림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그림마다 설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제별로 묶어놓은 해설 부분에서 많이 놀라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그림을 통해 그 사람의 심리를 정확히 진단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 같다.
의미를 전혀 알 수 없는 그림들이 심리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많이 놀라웠고 대단히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육 제적 질병에 대한 치료는 당연시하면서 정신적 질병에는 무관심했던 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누군가가 그려낸 그림은 하나의 자화상이겠다. 환자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통해 괴로운 영혼의 상태에서 구해질 수 있을 것이다. 심리치료의 성공적인 치유를 위한 회화적 형상화의 중요성을 보게 되었다. 그림은 아름다운 것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림을 내면의 상태를 반영한다는 것을 알게 됨은 물론 이르 해석하고 치유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연구를 거듭하는지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멋있는 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