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 신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3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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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 (지음) | 김화영 (옮김) | 민음사 (펴냄)

세계의 두려움과 낯섦, 이것이 바로 부조리다.

한 인간을 제대로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세상 전부가 될 수 없듯, 내가 믿고 있는 세상과 사회와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인식하고 있는.. 만큼이 전부일 수 없듯, 살면서 크게 고뇌할 필요가 없는 철학적 고뇌가 있다면 바로 인간의 부조리일 것이다.

많이 배우고 예의 바르고 도덕적일 거라 믿었던 신분의 누군가가 저지르는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죄를 보았고 이성적 고뇌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보아왔다. 따라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부조리한 것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책을 통해 깨달음과 공감을 느끼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고전 문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특히 『이방인』을 보고 가슴 깊이 인간의 부조리에 고개를 절레절레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 『시지프 신화』를 꼭 읽기 보길 권해본다. 한낱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지 그런 인간이 만든 세상 많은 것들이 얼마나 합리적이지 못한지 알게 되니라.

알베르 카뮈가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 속에는 많은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 우리는 그 감동의 영양소를 흡수하며 그의 전작을 탐험하고 감동한다. 이 번에 읽게 된 『시지프 신화』는 누군가에게는 매우 어려울 수도, 누군가에게는 매우 감동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두 가지 모두를 경험했던 나로서는 결론적으로 이 작품이 매우 필독서로 생각된다. 청춘이던 시절에 읽다 던져버렸던 기억. 지번 주 다시 펼치면서 '아! 역시 어려워'였던 생각에 오기가 발동하여 한 번 더!!를 과감하게 실행함으로써 감동이라는 열매를 쟁취하게 되었다. 역시 카뮈는 천재였다.

특히나 역자에게 감동받아 보기는 처음인 작품이다. '김화영' 작가님을 존경한다. 역시 민음사였다.

알베르 카뮈는 이 책 『시지프 신화』를 통해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살과 자유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느끼는 충동과 희망일지 모른다. 인간은 영영 알 수 없는 존재여서 내가 인식하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 겉모습과는 다른 기이한 모습으로 경악시키곤 한다. 이 알 수 없는 감정이 반복되면서 부조리를 터득하기도 한다. 카뮈는 부조리에서 세 가지 귀결을 이끌어 낸다. 바로 반항, 자유, 열정이 그것이다. 죽음과 삶의 선택. 삶의 선택은 자살을 거부한 것이라 말한다. 또한 인간은 일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모든 것을 희망을 이용한다고 말한다. 부조리의 세계에서 어떤 개념이나 삶의 가치는 그것의 불모성에 의해 측정된다.





카뮈는 인간의 부조리를 『시지프 신화』를 통해 확실하게 전달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지프(시지포스)가 잔꾀로 인해 받은 형벌은 비탈진 산꼭대기에 바위를 올려야 하는 형벌이었다. 하지만 그 바위는 굴러 굴러 다시 산 아래로 떨어졌다. 시지프는 다시 바위를 산꼭대기에 올려야 했다. 이 반복되는 고난의 형벌. 끝나도 끝나지 않는 이 형벌은 시지프에게 어쩌면 반항과 자유, 열정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철학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카뮈의 에세이 『시지프 신화』는 인간의 근본적인 고뇌를 담고 있다는 결론이다. 인간의 부조리를 머리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하지만, 나 역시 그런 인간이고 그런 인간들과 섞여살면서 희망이라는 자살에 반항하는 자유를 위해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

재미와 흥미를 떠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짧게나마 삶을 돌아보게 되는... 아울러, 주변의 사람들은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진지한 독서, 토론하기 좋은 도서, 자아성찰을 위한 필독서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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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 하늘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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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 하늘

N.K.제미신 (지음) |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펴냄)

아들을 잃은 대지는 분노했고, 계절을 몰고 왔다.

나의 아들을 죽이고 나의 딸을 데리고 사라진 남편 때문에 애쑨은 분노했다.

한 올 한 올 실타래가 풀려 시원한가 싶으면서도 아쉬움이란 것의 부피는 상반되게 크게 부풀었던 시간이었다. 내가 sf를 좋아했던가? 『부서진 대지』 시리즈를 함께 하는 동안 말로는 부족한 재미와 감동이 만들어낸 조화를 실감했던 것 같다. sf 세계가 이런 것이구나 싶은.. 긴 이야기 같지만 전혀 길지 않았던, 인간과는 다른 능력의 오로진에게 연민을 느끼고, 응원을 보내고 손에 땀을 쥐며 ...

『석조 하늘』은 아쉽게도 『부서진 대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쑨과 나쑨이 드디어 한 무대에 등장하게 되는가? 대륙의 이름답게 이제 모든 것이 평화로워질까? 과연 그 답은 우리의 주인공 손에 달려있을 것이고 우리의 주인공은 모두의 평화를 위해 어떤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인가? 이런 스토리가 바로 이야기에 몰입할 때 가지게 되는 짜임이려니 생각하며 시작한 『석조 하늘』은 그러나 뜨거운 감동 그 자체였다.

에쑨에게 나쑨이 돌아온다면, 마침내 에쑨의 분노는 끝이 날 지 모른다.

대지의 자식이 돌아온다면 아버지 대지의 분노가 가라앉을지 모른다.

때가 되면 계절이 사라지고 고요 대륙은 고요해 지리라.

쑨은 지금 의식이 없다. 오벨리스크의 문을 열었기 때문. 그녀가 머물던 카스트리마 향이 파괴되고 들것에 실려 이카와 함께 어딘가로 이동 중이다.

에쑨의 무의식을 보면서 돌로 변해가던 알라배스터가 떠오른다. 언제나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외롭고 가엾다. 하지만, 그 주인공 곁에는 항상 든든한 수호자가 있게 마련이다. 『부서진 대지』의 쑨과 호아처럼.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은 의로웠다.

자신의 몸이 돌이 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도 에쑨은 대지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한 노력을 한다. 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이기에...

한편, 나쑨은 아버지 지자를 결국 죽이고 쇠약해져 가는 샤파를 살리기 위해 에쑨과는 상반된 길을 택하려 한다. 인간 모두가 죽는다 해도, 인류가 멸망한다 해도 나쑨에게 중요한 것은 아버지 이상으로 애정 한 샤파였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종족 간에도 같지 않다. N.K. 제미신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 그는 겨우 세 권의 책에 새로운 인류를 만들고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 넣어놓았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독자로 하여금 이해하게 만들어 놓았다. 여자여서 였을까? N.K. 제미신의 팬 끝에서 만들어진 모정이 읽는 나의 눈에도 고스란히 느껴졌던 이유? 사라진 나쑨을 찾아 갖은 상황을 겪으면서도 딸과의 재회를 바랐던 에쑨에게서 진한 감동과 자신의 능력이 쇠할 때까지의 역경이 눈물겹다. 나쑨 역시 순탄치 못했던 어린 시절부터의 이야기가 안타깝다. 엄마 에쑨의 마음을 알리 없었던 나쑨이 야속하지만은 않았던..

훌륭했다.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작품이었다.

탄탄하다. 스토리도 플롯도.... N.K. 제미신은 천재임에 틀림없다.

2인칭 화법으로 독자에게 장면과 인물과 사건을 보여주던 제미신은 결국 입이 다물어지지 않도록 기발한 설정의 호아를 드러냈다. 애초에 대륙은 적당한 능력의 오로진과 협상할 수 있는 분노를 품은 것이 아니었다. 애쑨과 나쑨의 등장을 기다렸던 것. 누구나 대륙을 잠재울 수 없었으니.. 대륙이 고요해지기까지 이 여정을 호아를 통해 보여준 것에 아니, 호아의 화법으로 결국 에쑨이 보여준 그 능력에 감탄한다. 인간이 아닌 채로 인간 삶의, 세상의 순환을 본 느낌이다. 명망 후의 새로운 시작을 보았고 마지막 계절 뒤의 새로운 계절을 깨닫게 된다.

경이로운 이야기를 끝내며, 재독을 다짐한다.

sf의 세계가 가지는 다양한 맛 중에 이번 『부서진 대지』가 보여 준 맛은 놀라움과 감동이었다. 자꾸만 이야기 속에서 저자 제미신이 독자들에게 남겨준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현실 세상과 그의 가상의 세계를 접목하려 했던 것 같다. 아... 역시!!

고전문학 작품을 보듯, 제미신의 이야기 속에는 신선한 메시가가 숨어 있었다.

이 재미있는 이야기로 월척을 낚아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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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벨리스크의 문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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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벨리스크의 문

N.K.제미신 (지음) |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펴냄)

달이 돌아오고 있다, 나쑨.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 줄 달린 공처럼 날아가 버렸던 것이 다시 줄을 따라 끌려오고 있지.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아무 일 없이 지나쳐 멀리 날아가 버릴 거다. 전에도 그랬고, 몇 번이나 그랬지."

​"달을 어떻게 집으로 데려올 수 있는지 말해 줘."

부서진 대지 시리즈의 1편 『다섯번째 계절』이 아직은 뿌옇게.. 걸음을 선명히 할 수 없었던 이야기 였다면, 2편 『오벨리스크의 문』을 통해 그 걸음이 확실해짐을 느낀다. 오로진에게 도움을 받으면서도 왜 인간은 그토록 오로진을 죽여야했는지, 오로진은 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했는지 이해하게된다. 그들의 공간에는 달이 존재하지 않는다. 계절이 붕괴되고 사라졌던 달 궤도를 변경하여 달을 데려올 수 있을까.

남편 지자가 데리고 떠난 나쑨을 찾기위해 길을 나섰던 애쑨은 스톤이터 호아와 함께 지하 카스트리마 향에 도착한다. 그곳의 향장은 이카. 애쑨은 이카가 향장으로 있는 카스트리마에서 어린 오로진의 교육자가 된다. 레나니스가 카스트리마에 있는 사람들을 위협하고 그들의 공격으로 사람들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 애쑨을 레나니스에 갔다가 조산술을 억제하는 능력의 수호자로부터 공격을 받게된다. 오로진와 수호자의 관계 그리고 달의 존재를 알게된 애쑨.

오로진임을 숨기기위해 딸에게 냉정했던 엄마 애쑨. 나쑨은 그런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했다. 나를 꼭 닮은 딸의 병을(?)고칠 수 있다 믿었던 지자는 나쑨을 데리고 길을 떠났었다. 목적지를 찾아 가던 중 샤파를 만나게 되고, 나쑨은 따뜻하고 다정한 샤파에게 아버지같은 마음을 느끼게 된다. 샤파를 따라 오로진 아이들과 함께 조산술 훈련을 받게된 나쑨의 능력은 어쩌면 엄마 애쑨보다 강한것이었다.

샤파는 정말 나쑨의 느낌처럼 좋은 수호자일까? 왠지 모를 섬뜩함이 예견된다. 애쑨과 호아 그리고 나쑨과 샤파.

이야기를 읽으면서 애쑨의 능력을 감지했다. 샤파가 바라보는 나쑨의 속마음(?)도 감지했다. 끔찍한 대결이 예상되는것은 왜일까.

한편, 조금씩 돌이 되어가는 알라배스터. 자신의 끝을 감지한 알라배스터는 애쑨에게 아버지 대지와 계절에 관한 진실을 말해준다. 알라배스터는 애쑨에게 말했다. 오벨리스크를 다루는 법을 익히라고.

부서진 대지 시리즈1편 『다섯번째 계절』에 비해 2편 『오벨리스크의 문』은 조금더 역동적이었다. 나쑨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샤파가 알아낸것 처럼 독자인 내게도 느껴졌다. 3편 『석조하늘』에서 두 모녀의 재회은 행복할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능력이 발현된 시점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달이 사라진 대륙. 다섯번째 계절의 이야기가 어느새 끝을 향해가는 느낌이다. SF의 재미가 이런거구나..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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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 - 영혼과 매혹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한재호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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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SONTAG)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 한재호 (옮김) | 글항아리 (펴냄)




특정 작품이 좋았다면, 작품을 만들어 낸 작가에 대해 알 필요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 도서였다. 막연하게 '수전 손택'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쯤으로 여기며 펼쳐든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SONTAG)』에서 작품의 시대성을 비롯한 작가의 사고, 특히 사고가 형성된 작가의 상황들을 알게 되면서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갈팡질팡하는 것을 느꼈다. 수전 손택 뿐 이겠는가마는 현대 작가에게서 느끼는 모습보다는 미련하고도 고집스러운 작품 활동을 해왔을 거라는 착각을 했던 나머지 실망이 배가 되었던 느낌도 있다. 이번에 읽은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SONTAG)』은 무턱대고 존경의 깃발을 들었다가 책을 통해 생겨난 많은 생각들로 순수 작품을 통한 평가가 아닌 작가의 인간성 내지는 도덕성을 평가하려는 나를 깨닫는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수전 손택. 많은 인터뷰 내용과 그의 지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저자 '다니엘 슈라이버'는 이 책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SONTAG)』에 담아놓았다. 오롯이 그의 작품의 우수성만을 기록한 책이었다면 수전 손택에 대한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을 텐데, 이 책을 통해 작품의 진정성이 흔들리기도 했다. 수전 손택의 어린 시절과 지금의 이름 '수전 손택'된 이유에서 손택의 어머니를 짐작할 수 있고, 손택의 사고방식과 생활에서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그의 인간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예술 활동에 대한 판단과 기준이 인간성과 무관한 것이라면..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이 책으로써 수전 손택을 이해하기 좋으리라는 마음으로 추천하고 싶다.





'문학이 구원을 약속한다'라는 철 지난 선언은 손택이 아주 어린 시절의 독서와 연관 짓는 본래의 욕망을 반영한다.


손택에게 문학은 근본적인 자유의 공간이었을 뿐 아니라, 진보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예언적 공간이기도 했다.



중국에서 모피 사업 중인 아버지로 인해 수전은 보모 손에 맡겨졌다. 늘 그리워하던 어머니와 아버지였지만 어느 날 홀로 돌아온 수전의 어머니.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사망으로 힘들었을 수전이 안타깝다. 아름답지만 알코올 의존도가 높았던 우울한 어머니. 수전의 어머니는 재혼을 했지만 수전을 호적에 올려주지 않았고 그저 성만 따르게 했다. 수전은 책을 좋아했다. 특히 만화를 좋아했던 수전은 어느 날 '진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수전 16살에 대학에 들어가고 19에 결혼을 하여 어머니가 된다. '손택은 스스로에게 성공 외의 다른 선택지를 주지 않았다.' 그녀는 불행한 결혼생활이 아니었음에도 자신의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남편과 이혼한다. 그렇게 손택의 힘든 작품 활동은 어린 아들과 함께 어려움 속에서 시작된다. 에세이를 시작으로 리뷰를 비롯한 비평가로서 명성을 쌓기 시작한다.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있었기에 강의보다는 에세이를 쓰면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매일같이 보았다. 손택은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자신의 관심사에 맞게 공부하고 노력하여 연극 사진은 물론 사회운동에도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인맥을 쌓고 의지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생활을 이어간다. 그의 활동에 극찬만 있었던 것은 절대 아니다. 손택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아고 매우 자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뛰어난 그의 작품들로 인해 손택은 지금의 명성을 낳고 생을 달리했다. 이 책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SONTAG)』은 독서를 취미로 하고 문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도서이다. 작품 하나하나를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가의 무엇으로부터 기인된 이야기인지를 아는 것 또한 흥미로우며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수전 손택의 삶에 걸쳐 그의 말과 그의 작품과 관련한 비하인드스토리가 가득 담겨있다. 수전 손택을 알기에 도움이 될 도서였다.


당신에게 수전 손택은 소설가인가? 에세이스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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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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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 차은정 (옮기) | 민음사 (펴냄)

공작 자신은 이 문제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티그와 시골로 이사를 가는 것은 낙하산이 펼쳐질 거라고 믿으면서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같았다.

언니는 다 감당할 거야. (....) 언니는 뭐든 다 감당할 수 있어.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 버거워 보이는 ...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 종류가 달라졌을 뿐 넬의 삶이 보편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저자 '마거릿 애트우드'의 의도에 몰입되었기 때문이었을까. 이 책 『도덕적 혼란』에 등장하는 '넬'이라는 한 여성의 생에 저자는 무엇을 담아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이 책의 제목이 『도덕적 혼란』인 이유와 떨어트려 생각할 수 없었던 저자의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며 책장을 덮는다.







'역사상 없었던 일은 넣지 않는다.'라는 원칙하에 글을 쓴다는 마거릿 애트우드.


"나는 소설가다. 그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 (중략) ....... 이야기 재주가 아니었으면 ....... (중략) ....... 오늘 우리가 하는 인간 가치관 논의 따위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여, 이야기꾼을 비웃지 말지어다. 내 분야는 그대들의 분야보다 뿌리 깊다."


캐나다의 적막한 숲속에서 곤충을 관찰하며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어린 소녀가 인류의 역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한 배경을 우린 조금 알게 되었다. 자신의 삶이 반영되었으리라 생각되는 『도덕적 혼란』을 읽으며 이 이야기가 주인공 '넬'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애트우드는 말하려 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엄마의 뒤늦은 출산으로 갓난아이 여동생을 감당해야 했던 어린 소녀 넬. 태어날 아이를 위한 옷을 만들고 민감하게 태어난 아이를 돌보게 된다. 힘에 부쳐 엄마에게 대들고는 따귀를 맞기도 한다. 당연히 엄마가 감당해야 할 몫이 어린 소녀 넬에게 부가되어 부당함을 토로할 수 없는 상태로 꾸역꾸역 해내야 했다. 그녀의 도피처는 독서였다. 조금 성장한 넬을 결혼을 피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 자신의 삶을 이제는 살 수 있을까. 좋아했던 책과 그녀의 학과목은 그녀에게 편집자라는 직업을 갖게 했다. 당당한 여성으로서 누구의 삶을 책임지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을 넬은 그러나 한 여자의 남자를 떠맡듯 맡게 된다.



오나는 자신의 책을 만들기 위해 프리랜서였던 편집자 넬을 만나게 된다. 넬이 본 오나의 삶은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쇼윈도 부부와 다르지 않았다. 오나는 자신의 남편 티그와 동료 넬을 의도적으로 소개한다. 넬은 완전히 이혼이 된 상태가 아닌 오나의 남편 티그를 사랑하게 되고 도피 아닌 도피처럼 시골로 이사한다. 농장을 임대하고 그들은 꽤 괜찮은 삶을 살게 될 것처럼 보였다. 채소를 가꾸고 가축을 키우며 자연을 만끽하지만 나름 좋을 수도 있었던 넬의 삶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 주말에 오나와 티그 사이의 아이들이 찾아온다. 설상가상으로 넬은 본의 아니게 예민한 여동생의 보호자가 되어야 했다. 티그의 전 부인 오나에게 집도 사줘야 하는 상황. 동료이기도 했던 티그의 아내 오나의 태도가 당황스러운 가운데 온전히 자신만의 삶이 보이지 않는 넬.





너무나 커다란 짐이 어린 넬과 성장한 넬, 이젠 나이가 들어버린 노년의 넬에게 벗어지지 않고 이야기에 빠져있는 동안 답답하기도, 억울하기도, 가엽기도 한 채 내 가슴을 짓눌렀다. '있을법한 이야기를 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자전적 냄새가 물씬 나는 이 이야기에서 '마거릿 애트우드'의 경험이 보인다. 저자는 이 책 『도덕적 혼란』를 통해 넬이 어릴 적 보았던 교과서의 안정적으로 보이는 가정의 모습, 오나를 통해 완벽해 보였던 가정의 모습, 그리고 넬의 현재의 가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릴리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가정의 모습도 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릴리. 넬의 시선을 통해 릴리를 보여주고 있는 애트우드의 의도가 꽤 멋있었다. 행복한 햇살부터 눅눅한 지하까지 모든 것을 경험했을 것이라 느껴지는 릴리, 그런 릴리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고 그녀에게 심적으로 기대게 된다. 고민이 생기면 그녀와 상담하는 형식으로 대화를 한다. 릴리의 삶은 또 완벽했을까?



이 책 『도덕적 혼란』은 역시나 마거릿 애트우드의 천재적 글쓰기에 몰입되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배치된 인물마다 소설 속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넬이 보는 것, 생각하는 것들에서 설정 이유가 읽히니 역시 대단해!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고 이번 책 역시 내게 크게 기억될 책으로 남게 되기란 것을 짐작한다. 재미도 있었도 작품성도 매우 높아 보이는 넬의 이야기에 잔잔한 감동의 마침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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