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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오기 전에 - 죽음 앞에서 더 눈부셨던 한 예술가 이야기
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음, 정성민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8월
평점 :
어둠이 오기전에
사이먼 피츠모리스 / 흐름출판
나 같은건 말도 못 걸어볼 정도로 과분한 사람. 그녀의 이름은 루스다. 그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사이먼은 꿈같은 루스와 결혼 했다.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던 15분짜리 영화 <풀 서클>이 '코크 영화제' 상영작이 된다. 그의 작품은 수상작중 가장 큰 상패를 거머쥐며 시카고에서 감독 자리를 얻게된다. 그리고 루스와 사이먼을 결혼을 한다. 아홉 달이 지나 경이로움 그 자체인 큰아들 잭이 태어난다. 사이먼은 새로운 영화 <세상 소리들> 작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순하고 여린 영혼인 둘째 아들 라이피가 태어난다. 가족은 영화와 집필에 몰두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세상 소리들>이 '선댄스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된다. 그들은 그들만의 멋진 집으로 이사한다.
루스가 유산을 했다. 사이먼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아팠으면 좋겠어."
루스를 위해, 나를 위해, 우리가 겪은 상실 때문에 자신도 아프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언제가 부터 이상했던 발, 잘 움직여지지 않는 팔, 사이먼은 신경 검사를 받게되었다. 그리고 의사로 부터 "삼사 년쯤 남았습니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의 작품 <세상 소리들>이 '벨파스트 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수상한다.
사이먼 생전의 실제 가족사진 ⓒMarc Atkins
삶은 시간과 관계없이 순간으로 헤아려진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삶은 낯설고, 북확실하며, 어떤 지도에도 그려져 있지 않다.
나는 정확히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꼭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바로 내가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있다. 행복한지에 대한 의심에서 벗어나 그 너머를 발견하는 꽤나 대단한 깨달음이다. 죽음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 사람들의 시간은 시계로 측정되지 않는다. 시간은 누군가에게는 느리게 흐르고 누군가에게는 빠르게 흐른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는 언제나 존재한다. .... 우리는 지구 생명체의 탄생과 소멸, 삶과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고 때로는 낯설어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현재 누리고 이는 것보다 더한 확실성을 열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인간의 삶이 아니다. 그건 시계의 똑딱거림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그리고 삶은 '마지막 순간'에 지배당한다. - 책 속에서
모든 순간 '이게 마지막일까?'를 생각했을 한 사람을 본다. 매 순간에 충실하며 모든 순간의 소중함을 인식하며 '다행이다'를 토했을 한 사람을 본다.루게릭병을 앓았던. 하지만, 삶의 희망을 끝내 놓지 않았던 사이먼 피츠모리스.
이 책 <어둠이 오기전에> 에는 셀 수 없이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사랑' 자신을 '딱딱한 껍데기에 갇혀있다'고 말하는 그는 의사도 권하지 않는 인공 호흡기를 장착하면서까지 삶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얼마나 오래' 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언제가는 죽을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은 없다. 사이먼은 자신에게 허락된 남은 시간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사이먼의 가족들 역시 그의 열정과 의지를 함께했다. 실로 멋진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 속 아이들. 다섯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고 사랑을 느꼈던 사이먼. 묵직하게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게 된다. 다른 루게릭 환자보다 사이먼이 조금 더 살 수 있었다면 그것은 아마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다. 살아야하는 이유도 사랑이었고 살고있는 이유도 사는 이유도 사랑이었다.
사랑은 한 사람을 이렇게 삶을 연장시켜주는가보다. 몸의 모든 근육이 그 기능을 정지하고 산소호흡기에 의지하며 호흡하는 와중에도 사이먼과 루스의 사랑으로 태어난 쌍둥이 세이디와 헌터. 사어먼이 원했던 말 '사이먼은 자기 몸의 피만큼 사랑으로 가득했다.' 라는 말을 진심으로 느끼게 된다.
자신의 생의 끝이 언제인지 알고 살아야하는 사람의 심정은 어떠할까? 더욱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일. 모든 것을 놓아야했을 심정은 어떠할까? 많은 생각으로 혼란스러울것 같다. 도저히 상상할 수 도 없다.
그런면에서 사이먼은 너무도 아름답고 멋지게 자신을 살려냈다. 죽는 날 까지 '사랑'이란 단어를 가슴에 품었던것 같다. 아름다운 그의 회고록에 숙연해 진다. 삶에 조금더 진지한 다짐이 생기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