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마음을 위한 심리학 - 꼭꼭 숨겨진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
야오야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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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그림을 그려보라면, 나는 어떤 나무그림을 그릴까. 종이를 세로로 둘까 혹은 가로로 두로 그릴까. 내나무는 어느 모서리 혹은 중앙에 놓여질까?

예전에 눈을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굴리며 말을 할 때 그순간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며 말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의 행동거지나 말투뿐 아니라 내가 쓴 글, 혹은 그려낸 그림으로도 충분히 나를 반영하게 되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어디 있을까. 나란 존재는 내가 살아온, 내가 교육 받고, 듣고 익혀온 그모든 관습과 습관, 환경에서 결코 분리되어서 드러날 수 없는데, 내가 있기나 한 것일까.

외딴 별 외계인과 같다는 자폐스펙트럼의 아이에게 숫자란 머릿속을 굴러다니는

아름답고 다채로운 이미지의 향연으로, 37번을 5제곱한

37×37×37×37×37=69,343,957의 경우에는 커다란 원안에 작은 원들이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는 하나의 아름다운 무늬로 보이고, 숫자마다 색과 느낌이 있어 1은 밝은 흰색과 같은데, 손전등의 불빛처럼 눈을 뜨지 못할 만큼의, 5는 우르르 쾅쾅소리를 내는 천둥, 89는 눈발이 날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 한다.

오직 암산으로만 문제를 푸는 아이에게 마음속으로 그려지는 숫자의 이미지가 바로 정답이기 때문인데, 이미지 사유하듯 무엇이듯 이미지로 사고하는 사람은 비시각적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해서 언어의 다양성이나 애매모호함, 그 예술적 경지와 깊이를 놓치게 된다. 이것 또한 ‘외딴별 사람’의 감정 결핍을 야기하는 원인이다.

심리학 박사이자 심리상담가인 저자는 말한다. “그들에게는 52를 10제곱하라는 명령보다 내마음을 알아달라고 말하는 요구가 수천배 더 어려울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모두 무시되어서는 안되고, 다르다는 것도 마땅히 이해되어야 한다. 결함, 불편함, 질병이 가진 무게는 삶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 덕분에 인류는 새로운 발전과 진화를 겪고, 전혀 다른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영원히 예측 불가능한 창조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책에는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앤서니 홉킨스같은 전형적 반사회적 인격장애자, 변태 연쇄 살인범의 범죄사례도 적고 있다. 대부분 어린시절의 ‘차마 돌이키기 싫은 경험’과 냉대, 무시로 출발하여 버림받음과 불우함에 대한 마음의 복수라 결론짓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이 세상에는 이유없는 사랑도 없고, 이유없는 원한도 없다 ”

동성애가 한때는 의학계에서 ‘일종의 정신병’으로 여겨졌고, 프랑스에서는 18세기 말까지도 화형에 처하고, 로마에서는 10년간의 옥살이를 해야 했다고 한다. 동성애자를 모두 정신병원에 수감해야한다는 주장은 있었으나 다 수용할 정신병원이 없을 정도로 숫자가 많고, ‘치료할’ 의사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그주장을 뒤집은 것은 다름 아닌 그 유명한 프로이트다. 그는 “동성애는 결코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고 그것은 병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의 영향으로 1973년에는 미국 정신병협회가 정신병자의 목록에서 동성애자를 제외시켰고, 그전까지 동성애는 줄곧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여겨져 미국 정신병 진료수첩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종교, 법, 의학계에서 어느정도 물러난 즈음, 아직까지 동성애에 대한 장애물은 바로 ‘도덕’이다. 동성애가 이 세대에 완전히 소멸된다 해도 다음 세대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동성애의 존재란 바로 ‘인간이라는 생물의 다양성의 표현’인 것이다."

저자의 ‘광범위한 너그러움’앞에서 이쯤되니 과연 '인간적인 인간'이란 것이 어떤 의미일까 라는 의문도 든다.

"모든 선물이 반드시 기쁨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그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다. 그것들이 바로 오늘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재난, 납치, 강간처럼 절대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으로 '모든 신념이 무너지는 동요'앞에서 까딱하지 않고, 저자처럼 살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선물로 여기며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차라리 '나는 없노라'고 살아가야할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떨쳐 버리려 할 것이 아니라

콤플렉스와 잘 어울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 지그문트 포로이트

존재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존재하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만큼 그들도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나는 세상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특별한마음을위한심리학 #야오야오 #김진아옮김 #미디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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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 HEAR - 듣기는 어떻게 나의 영향력을 높이는가?
야마네 히로시 지음, 신찬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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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 듣기로 사람을 마음을 움직인다... 어떻게?

우선을 말수를 줄여보라고 권고해준다. 내가 말을 줄이면 상대의 마음이 열린다. 이야기 듣기의 전문가인 심리상담사가 구사하는 기술이 바로, 묵묵히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말하지 않을 준비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듣지도 말고, 경청하지도 말고, 더욱이 조언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한다. 고민을 풀려고 나를 찾아온 사람에게 제대로 한마디 알려주지 않고 돌려보낼 수가 있을까 싶어서 내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저렇게 풀어내면서 그것이 노하우인줄 알고 지나온 세월들이 무색할 정도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제가 원하는 것은 이거예요‘라며 스스로 해결점에 능히 도달하게 유도하는 것으로, 마음을 열고, 수용, 공감, 자기 일치를 이끌어내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듣는 비법>이라고 한다. 


-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그렇군” 이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동물이나 인형에게 말을 거는 행위는 심리적으로 자신과 대화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노트에 적어보는 행위와 비슷하기 때문에 자신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자기생각을 정리할 수는 있어도 스스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자기 수용에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수용하려면 타인의 수용이 필요합니다.”


결국 인간이 말을 하는 목적 중의 하나인 ‘소속 욕구’라는 뼛속까지 사회적 동물로서의 자기 존재감이 오직 인간을 통해서만 충족될 수 있기에, 말없는 상대를 앞에 두고 오직 수용, 공감, 자기 일치, 3가지 단계를 거쳐 자기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는, 그래서 일단 듣기만 하라고 주문합니다. 


소속 욕구는 오직 인간을 통해서만 충족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입니다. 다만 대화의 주인공은 듣는 사람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말하는 사람입니다. 이 사실을 착각하면 ‘들을 즐 모르는 사람’이 됩니다. 말하는 사람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고, 대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에 만족합니다. 하지만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듣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바로 ‘잘 듣는’ 기술입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치지 않고 듣는 기술이 있음을 새삼스레 알게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열심히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다. 


“진지한 사람일수록 이런 생각이 강합니다. 중요한 부분에만 집중하면 아무리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습니다. 잘 들어주는 사람일수록 사실은 열심히 듣지 않습니다. 감정이 실린 부분만 신경써서 듣고 나머지 이야기는 대부분 흘려 듣습니다.” 

말의 에너지 폴리그래프 즉, 파동폭의 높낮이에 주의하면서 감정이 실린 말만 구분해서 듣다보면 이야기의 80~90%가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고, 특히나 ‘토를 다는 사람’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참으며, 가치관을 배제하여 다이아몬드 멘탈을 유지하라는 유용한 대화 팁과 더불어 적당히 들을 줄 아는 기술을 알게 되었다. 


결국 잘 듣는 기술은 편하게 듣는 기술이고, 내 자신이 스트레스없이 듣는 기술이다. 나의 편안함으로 상대가 마음을 열게 된다. 덕분에 나는 잘 듣는 사람,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된다.

“말만 해, 언제나 아임 오케이.”. 

인생에도 수월한 사람이 될 준비가 되었다.

#HEAR #밀리언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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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피, 열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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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작가 단시엘 W. 모니즈(Darntiel W. Moniz)의 '천국을 잃다', '뼈들의 연감' 등 11편의 단편 모음집 <우유, 피, 열>은 강렬하고 난해한 문제작이다.

어중간한 신들은 술과 꽃을 숭배받는다. 그러나 진짜 신들은 피를 요구한다.

- 조라 닐 허스턴,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데뷔작 '우유, 피, 열'을 읽으면서 책의 서두에 인용한 진짜 신들은 누구일까 생각해본다.

* 진짜 신들은 피를 요구한다?

열세 살 키라와 에바는 칼로 손바닥을 그어 새어나오는 피를 우유에 떨어뜨린 다음 그 우유를 나누어 마시면서 "피의 자매들이네.", "피의 자매들이지."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괴물들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키라와 에바는 어린 소녀답게 호기심이 가득하다. "웅덩이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어떤 남자가 너를 토막 낸 다음 자기 침대 메트리스 아래다 숨기면 어떻게 될까?" "땅에 파묻히면 어떻게 될까?" "산 채로?" "고기 분쇄기에 갈리면 어떨까?" "사형을 당하는 건 어떨까? 앤 블린 스타일로? 머리를 댕강!" "옥상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 처음 그대로인 건 없다

이 작품에는 수 많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듯이 예측하기 힘들고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부모의 축복을 받으면서 태어났지만, 어느 순간부터 부모는 물론이려니와 세상으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하는 괴물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마지막 작품 '뼈들의 연감'에 나오는 문장처럼 어디에나 여자들이 있었지만 여자들도 변했고 세상도 변했다.

*아무도 우리에게 와주지 않았다

'배의 바깥에서' 아홉 살, 열 살의 샤일라와 트위트는 튜브 보트를 타고 있었다.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던 파도는 저 앞에서 신나게 뛰놀았다. 우리를 잊은 채로. "같이 뛰어내리자."'

'도와달라고 소리쳤지만 갈매기들만이 그 소리를 들었다. 아무도 우리에게 와주지 않았다.'

이 세상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한다. 이 세상 어디에나 여자들이 있지만, 한편으로 이 세상 어디에도 여자들은 없는 것처럼 존재한다. 여자들만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는 것은 아니다. 남자들도 마찬가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기울어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어느 편에 서 있느냐가 다를 뿐이다. 그 다름이 우리 모두를 슬프게 만든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짐짓 거리를 두는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본다. 이건 남의 나라 이야기야. 너무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이잖아. 그런데 과연 그렇기만 할까?

'우유, 피, 열'의 마지막 문장이다.

'자기 딸의 피를, 열기를 내뿜는 울부짖음을 키라의 엄마는 느낄 수 있는지 궁금해하던 그 순간을.'

가장 가까운 딸과 엄마는 또한 가장 먼 관계이기도 하다. 딸과 아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가족을 만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우리는 가족도 만나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어디에나 여자들이 있다. 어디에도 여자들은 없다.

어디에나 남자들이 있다. 어디에도 남자들은 없다.

어디에나 어디에도.

#우유피열 #소설추천 #책서평 #도서서평 #미스터리소설 #단편 #현대문학 #여성문학 #단편소설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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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통의 편지 -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나무픽션 6
설흔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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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마치 닿지 못하는 것처럼 하며, 잃어버릴까 안달하듯 해야 하느니라'라는 <논어>의 구절에서 배움에 다른 이름을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리움은, 사랑은, 삶은 배움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닿지 못하는 것처럼 하며, 잃어버릴까 안달하듯 하는 마음을 가졌던 적이 언제였던가 가물가물하다. 그런 시절이 있기는 있었던가.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운다는 설흔의 장편소설 <네 통의 편지>는 재미와 교양을 겸비했다. 교과서에서 이름을 익혔을 정도로만 퇴계 이황을 우리가 본받아야 할 엄격하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따뜻한 스승의 모습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실제로 이황은 제자들에게도 늘 존댓말을 썼다고 한다.

평생 2,000편의 시와 3,000통의 편지로 제자들을 가르쳤던 이황은 말년에 충실한 종 돌석과 제자 이함형만을 데리고 서당을 떠나 청량산 오가산당에서 공부에 목말라하는 네 통의 편지를 보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첫 번째 편지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대장장이 배순이었다. '무식한 놈'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찾아온 대장장이에게, 이황은 '공부를 한다는 것은 삶의 이치를 깨닫고 그 깨달음대로 평생을 살아 나가는 지난한 과정'이라는 것을 설명해주고 대장장이를 제자로 받아들인다.

처음 행보부터가 파격적이다. 당대의 내노라하는 명문가 자제들이 줄을 서서 제자가 되고자 하는데 대장장이를 제자로 받아들이다니. 말년의 퇴계가 아니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첫 날의 충격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두 번째 편지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제는 놀라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이함형을 또 다시 난감하게 만든 주인공은 다름아닌 최의원의 딸 최난희였다.

'선생은 대장장이 배순에 이어 처자인 최난희까지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였다. 조선 천지의 어떤 스승도 행하기 어려운 일을 지금 선생이 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로 물아일체의 경지에 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이는 퇴계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주역을 읽으면서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絕)이라는 고사를 남긴 공자에 못지 않았다. 주역을 읽다가 병까지 얻었고, <주자전서>를 읽으면서 어찌나 반복해서 읽었던지 글자가 희미해질 정도였지만, 새 판본을 구할 때마다 그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고 한다.

* 진정으로 안다는 의미

"선생님, 이미 다 아는 내용을 그토록 반복해서 읽으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글쎄, 그 책에 나오는 문장은 다 안다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진정으로 안다고 하는 것은 문장의 의미를 아는 걸 넘어서 내 일상 자체가 배운 대로 행해질 대 가능한 것이야. 그런 면에서 볼 때 나는 아직도 그 책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느니라."

* 공부와 삶에서 가장 어려운 일

"마음을 한결같이 지니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니라. 한 가지 일을 할 때는 그 일에 전념하여 다른 일이 있음을 알지 못하도록 하거라."

*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는다

배운다는 것은 자기에게 있는 것이고, 알아주지 않는 것은 남에게 있는 것이다.

이황은 제자 이함형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 서두르지도 말고, 어려움을 꺼리지도 말며, 한 번 알지 못했다고 곧바로 포기하지도 말고, 그저 하던 걸 그대로 하면서 나아가십시오...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고생스럽게만 할 게 아니라, 때로는 한가하게 쉬면서 정서를 함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움도, 사랑도 일과 삶도 너무 서두르지 말고, 어려움을 꺼리지도 말며, 한 번 알지 못했다고 곧바로 포기하지도 말고, 그저 하던 걸 그대로 하면서 나아가라고 말씀하시는 퇴계 이황 선생의 당부가 마음에 새겨진다.

퇴계 이황의 인생 공부법 <네 통의 편지>을 읽었으니, 다음에는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 방법을 다룬 <붉은 까마귀>를 읽고 싶다. 두 권의 시리즈는 한자로 된 원서를 읽기 어려운 시대에 퇴계와 연암의 삶과 사상을 깊이 있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획이다. 역사를 왜곡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런 유익한 시리즈가 계속 되기를 기대해본다.


#네통의편지 #설흔장편소설 #나무를심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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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 하자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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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풀꽃 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 작가의 50번째 시집이다.

시인으로 52년을 살아오면서 50번째 창작 시집을 내셨으니 거의 일 년에 한 권씩 시집을 내신 것 같다. 


<곁에> 라는 시가 있다.

잠시

네 곁에 머물다

가고 싶다

한 장의 그림처럼

한 소절 음악처럼

너도 그렇게

내 곁에 잠시 

머물다 갔으면 한다.


그런 마음이었을 것 같다. 시인의 마음은. 시가 대부분 순수하게 맑은 글을 읽는 

느낌이다. 그냥 뭐 걸리는 것 없이 술술 넘어가는 마음 같다. 


<마스크 천하>라는 시는 그야말로 우리들이 쉽게 나누는 이야기 자체다.

코로나 만나 마스크 쓰고 사니

오히려 편하다는 사람들 있다

표정관리 안 하고 살아서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 대신 말조심한다

눈빛도 조심한다

코로나 끝나도 사람들

마스크 벗지 않으려 할지 모르겠다


마스크가 시키는 일이다.

나도 시를 쓸 수 있겠다 싶지만 그렇지는 않겠지.


<명절>에서는 할머니와 손자의 댓구 같은 이야기가 오간다. 할머니는 ‘좋은 세상이다 잘살라’고, 손자는 ‘좋은 세상이에요 오래 살라’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가 짐짓 둘에게 꼭들어맞는, 아주 짧으면서 적절한 대사는 아무나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그에게 <성형미인>은 어떻게 보였을까.

언뜻 보기는 예쁜데

오래보고 있으려면

민망해지는 마음. 


슬며시 웃음이 난다. 

그런 그에게 <지상에 없는 일>이란 대체 무엇인지. 

막걸리 술집이 있고

햇빛 환한 창가에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옛날의 내가 기다리고 있을까?


나태주 시인은 옛날의 자신을 만나고 싶은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작인 이 시집이 팔순 문턱에 나온 것이고,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찾아간 박목월 시인보다 16년은 더 살고 있다고 첫머리 시인의 말에 고백하고 있다. ‘지상에 없는 일’은 세상을 거스르는 일이다. 그의 시는 한결같은 자연스러운 잔잔한 물결 같다. 


마지막 시 <공통점>에 나오는 대표적 인물군(群)으로 거지, 교수, 시인이 나오는데, 모두 다 정처 없이 큰가방 하나 이고 지고 바쁘고 힘겹게 살아가는 다 같은 존재라는 점이 맞는 것 같다.


어딘지도 모르고 가고

누군지도 모르고 만나고

무슨 일 하는 줄도 모르고 

하는 사람들.

옛날의 나를 만나는 것은 지상에 없는 일일테고, 우리 모두 정처 없이 바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만 '오늘도 해가 떴으니 좋은 날 하자.' 

52년을 시인으로, 43년을 초등학교 교사로 생활하면서 팔순을 눈 앞에 둔 시인의 눈에는 날마다 좋은 날인 것 같다. 그러니 우리도 날마다 더욱 좋은 날 하자. 

#나태주 #나태주시집 #좋은날하자 #베스트셀러 #시집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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