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colate 초콜릿
이종태.황인희 지음 / 샘터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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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콜릿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오래전 '보았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생각났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묘한 매력을 지닌 초콜릿 영화를 보면서 꿈과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래서 곧 다가올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에는 여성이 평소 좋아했던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을 하는 것이 허락되는데 그 매개체가 초콜릿이다. 초콧릿을 준비하는 여성이 그 초콜릿을 받는 남성은 얼마나 설레일까.

사랑의 설레임을 전할 수 있는 초콜릿의 매력은 어떤 것일까.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는 씁쓸한 맛이지만 대개의 경우 설탕이나 우유가 섞여 있어서 달콤하게 느껴진다. 사랑의 맛도 우리가 먹는 초콜릿처럼 쌉싸름하지만 달콤한 설탕으로 포장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콜릿도 사랑도 우리들을 황혼한 행복의 세계로 이끈다. 실제로 초콜릿에는 뇌의 쾌락 수용체를 자극하는 '아난다마이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 검프의 어머니는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무엇을 고를지 아무도 모른단다."라고 말해주었고 포레스트는 매일 매일 상자 속 초콜릿을 꺼내 먹듯이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매일 매일 마주치는 일상은 지루하고 반복적인 느낌이 들지만 매일 매일 초콜릿 상자를 열어본다는 기분으로 살아간다면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맛의 초콜릿을 맛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초콜릿이 들어 있는지 아직 상자를 다 열어보지 못했다.

* 따뜻한 초콜릿을 마시지 못하게 한다면 교회에 다니지 않겠어요

17세기 멕시코 치아파스 성당에서는 에스파냐에서 건너온 귀부인들이 기도나 설교 중에 초콜릿을 마셨다. 급기야 주교는 교회에서 초콜릿을 마시거나 다른 음식을 먹는 사람을 파문하겠다고 선언하는데, 귀부인들은 교회를 떠나 수도원으로 가서 미사에 참여하거나 주교가 독살당하기도 했다. 지금은 돈만 내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이 어떤 시절에는 믿음과 맞바꿀만큼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 쌉싸름 달콤 초콜릿

초콜릿을 밀도가 높고 강하고 벨벳 같은 카카오로 만들어졌는데, 카카오는 맛이 쓰고 식감은 거칠거칠하다. 다크 초콜릿은 카카오 매스와 카카오 버터, 설탕을 섞어 만든 것이다. 카카오 함량 70퍼센트, 100g짜리 다크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88개의 원두가 필요하다고 한다. 쌉싸름한 초콜릿에 설탕이나 우유가 섞이지 않았다면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쓴 맛과 단 맛 그리고 신 맛과 단 맛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이종태 작가의 청주 본정초콜릿에서는 쓴 맛과 단 맛의 조화를 이룬 인삼 초콜릿과 신 맛과 단 맛이 결합한 매실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인삼 초콜릿과 매실 초콜릿의 포장 용기는 옹기다. 한국적 초콜릿의 세계화가 성공할 수 있을까 기대가 된다.

* 초콜릿은 사랑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인생이 고해라고 했다. 마치 카카오처럼 맛은 쓰고 식감이 거칠거칠한 것이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쌉싸름한 초콜릿의 맛을 달콤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인생이라는 초콜릿에 숨어 있는 뇌의 쾌락 수용체를 자극하는 아난다마이드를 찾아봐야겠다. 우리 인생이 그런 것처럼, 쌉싸름 달콤한 초콜릿은 사랑의 메신저로 행복을 선사하기도 한다.

#초콜릿 #본정초콜릿 #발렌타인데이 #책추천 #도서추천 #샘터 #샘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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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철학자와 함께한 산책길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노학자 6인의 인생 수업
정구학 지음 / 헤이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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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학자 6인의 장대한 이야기가 가슴에 남는다. 인터뷰어로서 ‘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어른들’의 삶 자체가 작가에게는 큰 교훈이자 인생의 지도였다는데, 잠시 잠깐 언어들은 내게도 역시 묵직하게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듯하다. 


매일 오후 똑같은 시간에 공원을 산책했던 철학자 칸트에게서 힌트를 얻어, 다니던 신문사 덕에 산책 인터뷰가 진행됐고, 6인의 스토리가 한가지로 꿰듯 이어져 첫째로 천문학자에게 별 같은 존재, 인간에게 자아를 찾는 질문을 던지고, 둘째 의철학자에게 몸에 관한 철학적이면서도 과학적, 인문학적 이해를 구하고, 셋째 뇌과학자에게서 그 몸을 움직이는 뇌를 캐보고, 넷째 인문학자이자 칸트철학자에게서 인간의식의 지향점을, 다섯째 경영과학자에게서 통섭과 융합의 눈으로 세상 읽는 방법을 물어본다. 마지막은 책을 내기 전 세상을 달리한 예술가이자 문학평론가에게서 사람에게서 가장 중요한 요건인 ‘생명’의 의미를 인문학적 관점으로 재탐구한다.


* 우리 모두는 별에서 왔습니다

<이시우 천문학자> 우리 모두는 별에서 왔습니다, 독학으로 불교도 연구한 ‘천문철학자’. “별은 무위적으로 살아갑니다. 즉, 조작을 하지 않아요. 자연적인 상태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수용하고 적응하면서 살아갑니다. 인간은 별을 봄으로써 별의 세계를 이해해야죠. 탐욕을 버리고, 남과의 경쟁을 버려야죠”

“별 볼 일 없는 데도 공부하는 이유는 딱 하나죠. 호기심 때문입니다.” 

“별은 부처예요. 별은 무위적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여여하다고 하죠. 있는 그대로의 모습, 조급하지 않고 평상심으로 사는 것이죠.”


* 몸은 나고 나는 몸이다

<강신익 의철학자> 몸은 나고 나는 몸이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과학적으로 해독하면서도 인문학적 가치로 생명을 이해한다. 

“사람의 생애는 100년 쯤 되는데, 아픈 순간만 보지요. 원래는 전체를 봐야하는데요”

“완벽한 몸이나 건강한 몸이란 없어요. 우리는 암암리에 우리의 몸을 기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야죠.”


*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는게 중요해요

<조장희 뇌과학자> 이성을 조절하는 대뇌는 감정을 관장하는 중뇌에 지배되고 있다.

“명상도 뇌에 효과가 있어요. 집중을 하는 거예요. 명상을 자꾸하면 뇌신경에 자극을 주죠. 음악도 뇌는 자극하죠.”

“사람은 생각의 일부를 빼놓고는 감정의 동물인 거예요. 감정을 빼놓고 생각한다는 것은 거짓말이예요.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는게 중요해요.”


* 행복하게 살려고 너무 애쓰지 말자

<백종현 칸트철학자> 행복하게 살려고 너무 애쓰지 말자.

“칸트의 식탁이 유명하잖아요. 이후에는 오후 4시쯤 산보를 나갔어요. 1시간 정도 했죠.”여기에도 원칙이 있었어요. 식사초대인원과 대화의 규칙도 있었는데요 이 규칙을 다르지 못하는 사람읁 다시는 ‘칸트의 식탁’에 초대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구텐베르크가 1450년에 인쇄기를 발명한 뒤 50년 동안 유럽에서는 책이 5000만원이나 나왔다고 해요. 인쇄술은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에서 책을 읽도록 했어요. 반면에 조선때 우리는 책을 몇권이나 찍었나요? 일찍 발명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유럽처럼 책이 나왔다면, 일찌감치 프랑스혁명이나 영국 산업혁명 같은게 조선에서도 일어났겠죠.“

”나를 예로 들면 학자생활을 하는데 벌써 40년 이상을 사회가 나에게 투자한 겁니다. 내가 좋아서 하지만 이제는 받은 것을 같아야죠. 학자로서 갚아야죠.“


*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이다

<윤석철 경영과학자> 인간을 탐구하는 인문학과 보편적 진리나 법칙을 다루는 과학을 모두 공부한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것들에 관해 인간이 현재 알고 있는 상태를 지식이라 부르죠. 지식이 진실과 합치될 경우 그것을 ‘진리’라 부를 수 있어요.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 이에요.“


* 살아있는 생명체가 흔들림을 갖는 게 아름다움이다

<이어령 문학평론가> 그의 지성과 영성을 접하며, 함께 생각하고 마지막에는 창조하는 단계로 가는 길에서 모든 가치위에 있는 생명의 가치를 알아보자.

”뉴턴은 바보예요. 사과, 달, 우주의 별들이 떨어지는 엄청난 우주의 중력법칙을 알았지만, 씨앗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올라가서 빨갛게 열매로 익는 생명의 법칙은 몰랐습니다.“

”가령 해가 뜨는 순간이라든지, 꽃이 필때도 아름다움을 느끼죠. 살아있는 생명체가 흔들림을 갖는게 아름다움이에요.“

”참,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게 하나 있어요. ‘추위가 너와 나를 연결한다는 것입니다. 감각이거든요. ’추위‘가 지성을 뛰어넘는 영성이거나, 지성과는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생명의 공진이라는 것이죠.“


한쪽으로 치우쳐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별은 무시하고 안보게 되었던 삶, 아픈게 당연히 자연의 이치라는 것을 애써 외면했던 것, 깨달음을 귀하게만 여겨 감각과 감정은 바닥에 깔고 서 오로지 자비만을 신성시 했던 것은 아닐까. 자연앞에서 ’감각‘을 ’생명의 공진‘으로 본다면, 고통도 우리를 엮어주는 하나로 이어진 생명의 끈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흐느끼는 흔들림이 성장의 춤, 명상춤이 되어 공명하기를 바란다.

#인생철학자와함께한산책길 #헤이북스 #정구학인터뷰집 #이시우 #강신익 #조장희 #백종현 #윤석철 #이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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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어둠
렌조 미키히코 저자, 양윤옥 역자 / 모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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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1980년대에 처음 출간된 이후 2014년에 '복간 희망, 환상의 명작 베스트텐' 1위로 꼽히면서 복간이 이루어진 미스터리 작가 렌조 미키히코의 <열린 어둠>은 '두 개의 얼굴'을 비롯한 9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다. 첫 작품 '두 개의 얼굴'에서 마지막 '열린 어둠'까지 예측불허의 반전이 이어지고 있어서, 나중에는 평범한 일상이란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길 지경이다.


* 두 개의 얼굴

사회적 신분에 따라 가정에서 가장이고 직장에서 직장인이고 또한 한 나라의 국민이고 한 것처럼 한 사람이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범죄의 세계에서는 더욱 다양한 얼굴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화가 마사키 유스케는 한 눈에 반한 게이코를 아내를 맞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관계는 변질되어 가고 결국 아내는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라는 생각으로 추리를 이어보지만 결론은 예측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다. 화가 마사키 유스케가 자신의 작품 속 이미지에 몰두해서 현실 세계를 망각한 것처럼, 아내도 그리고 주변 인물들도 각자의 세계 속에서 여러가지 얼굴들을 하고 있다. 그런 다른 얼굴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었을 때, 비극은 피할 수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비극적인 결말도 예측불가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살고 있지만 각자의 다른 세계 속에서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디 그런 다른 얼굴들이 마주했을 때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달리 방법이 있을까.


*밤이여, 쥐들을 위해

가장 마음이 아프고 충격적이다. 믿고 싶지 않지만 세상에는 거짓이 진실보다 더 세력이 강해서 진실을 뒤덮어버리기도 한다는 느낌이 든다. 병원에서 아이가 뒤바뀌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병원에서 심각한 오진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하지. 그런 일은 현실에서도 실제 가능한 일이라서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으로 거짓을 덮을 수도 없고, 악으로 악을 이길 수도 없지만 어리석은 인간은 끊임없이 무모하고 악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 것 같다.


* 대역

영화와 TV 드라마를 뒤흔드는 인기 배우 하세쿠라 슌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대역을 찾고 있다. 그리고 남편은 외아들이 죽고 나서 이혼하자는 아내 료코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는다. 끝까지 읽고 나니 대역은 누구인지 헷갈린다. 때로는 주역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실은 대역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흔든다. 도대체 누가 주역이고 누가 대역이란 말인가.

9편의 단편 중 어느 한 가지도 결말을 예측할 수 없었다. 결코 유쾌한 결말은 아니었지만, 우리들 삶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제든지 이런 어둠과 반전은 가능한 것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때마침 출판사에서는 반전에 놀라지 않았다면 100퍼센트 환불해주는 환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거듭되는 반전에 놀라지 않을 강심장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것 또한 예측 불허의 반전이 아닐까.


#열린어둠 #백광 #소설추천 #책서평 #도서서평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렌조미키히코 #환불이벤트 #양윤옥옮김 #모모 #서포터즈오드림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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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 진실이 때론 거짓보다 위험하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
천위안 지음, 이정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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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심리학 이론을 통해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을 분석하는 '심리설사'의 창시자로 불리는 천위안의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2>에서 조조가 고민한 평생 과제는 '지금 죽여야 하나? 아니면 살려둘까?'였다. 자신이 도망칠 때 목숨을 구해준 여백사의 가족을 죽이는 등 죄없는 사람들도 죽였고, 부정을 저지르고 살아남기 위해 주인을 밀고함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묘택이나 진경동도 죽였다. 전쟁터에서도 순간의 선택으로 수많은 목숨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들락거렸다.

* 살아남은 자

조조는 의심도 많고 허점도 많은 사람으로, 숱하게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지만 그 순간마다 용케도 살아 남았다. 저자는 중요한 순간일수록 조심하는 신중함이 조조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 원동력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조조의 휘하에는 수많은 인재가 몰려들었고 또 조조는 그런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한 용인술의 천재이기도 했다. 유비가 천하의 제갈량과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을 거느렸지만 최후의 승리는 얻지 못한 반면, 조조는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결국 승자가 되었다. 조조는 승리를 하면 우월감에 빠져 방심을 해서 쓰라린 패배를 맛보기도 하지만, 어떠한 패배에도 주눅들지 않는 강심장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또한 수많은 암살 시도가 있을 때마다 밀고자가 나타나 끈길기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마초의 서량군에게 쫓겨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이 오자 겉옷도 벗어던지고 수염도 잘라버린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린다. '지금 죽여야 하나? 아니면 살려둘까?' 라는 조조의 평생 고민은 때때로 그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항상 죽음을 앞에 두고 조조는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넘기면서 끊임없이 고민을 했던 것 같다.

* 사라지는 자

삼국지에는 조조 이외에도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평소 의심이 많은 조조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부하들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반면,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수하에 지략가를 거느렸던 원소는 부하들의 지략을 믿지 못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패착을 두어 승리를 놓친다.

조조의 심중을 꿰뚫어 보는 비범한 재주를 지닌 양수는 전쟁터에서 계륵(먹자니 맛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닭의 갈비뼈)이라는 암호을 듣고는 철수를 준비하다가 조조의 눈밖에 나서 사라지게 된다. 뛰어난 인재가 자신의 재주만 믿고 기고만장하는 순간 결국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뛰어난 학식을 지녔지만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한 예형도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한다.

*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

'성공한 사람이 결국 실패하는 것은 바로 그 성공 때문이다. 자만에 빠져 오만해지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역사에 가정은 의미가 없겠지만 삼국지에는 순간의 방심으로 거사를 그르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각기 다른 재주를 갖고 세상에 나오지만 그 재주를 세상에서 펼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어쩌면 인간의 재주에 천운이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최후의 승자는 사라지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는 자다.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어떻게 살아 남아야 할까.

#심리학이조조에게말하다 #천위안 #이정은 #리드리드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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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영웅을 찾아서
이영준.이황 지음 / 테오리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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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영웅학' 이자 '영웅 사회비평서'인 <우리 시대의 영웅을 찾아서>는 영웅의 유형부터 영웅에 대한 보호, 고전 영웅과 우리 시대의 영웅 이야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삼국지의 관우처럼 정치적 목적으로 부풀려진 영웅도 있고, 동성 애인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서 비롯된 복수심과 분노 때문에 트로이군과 전투를 재개한 그리스의 아킬레우스 같은 영웅도 있다.

* 영웅은 어떤 사람인가

프랑코와 짐바르도 등 학자들의 정의에 따르면 영웅은 이런 사람이다. 1. 자기희생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인지한 상태에서, 2.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또는 집단이나 귀중한 사회의 이상을 보호 또는 마련하기 위한 속성 내지 목적으로 3,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4. 행위에 참여한 이후에는 있을지도 모를 희생을 기꺼이 수용하며 5. 어떤 이익도 바라지 말아야 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경제적 이익과 무관하지 않은 스포츠 영웅이나 연예계 스타들은 영웅에 속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킬레우스나 헤라클레스 같은 고대의 영웅이나 칭기스칸이나 나폴레옹 등 다른 나라를 정복한 침략자들도 영웅은 아니다.

그럼 우리 시대 영웅은 누구일까?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붕괴 직전의 상황이었을 때 탈출자들을 뒤로 하고 계단을 거슬로 올라가는 소방관의 모습, 세월호 당시 소방호스로 몸을 감고 20여 명의 학생을 구한 화물차 운전기사 등이 우리가 찾아내고 기려야 할 영웅이 아닐까 싶다.


* 영웅이 죽어가고 있다

영웅은 자기 희생을 전제조건으로 한다지만 프랑스와 샤를 7세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낸 잔다르크는 그후 영국군에 포로로 잡혔을 때 그녀의 유명세를 못마땅해하면서 몸값 지불을 거절한 샤를 7세로 인해 화형에 처해지게 된다. 송나라를 구한 악비 역시 간신의 모함으로 투옥되어 독살당했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도 비슷한 경우이다. 이런 영웅 죽이기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인 것 같다. 세월호 당시 잠수사들의 경우처럼 20여 명의 학생을 온몸으로 구한 화물차 운전기사는 전 재산인 화물차도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구조로 인한 어깨통증과 손떨림 때문에 다른 직업을 구하기도 어려워서 두 차례나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고 했다고 한다. 자기 희생을 치른 우리 사회의 영웅들에게 우리는 마지막까지 희생을 바치라고 외면하고 있고, 그러한 외면으로 우리의 영웅들은 죽어가고 있다.

지자체 산하 공단의 비리를 공익제보했던 K의 고백이다. "스스로 내려놓고 뒤돌아보니 남은 것이 하나도 없더구요. 돈도 잃고, 건강도 잃고, 시간도 잃었습니다. 후회는 없지만 두 번 다시 공익제보자로 나서지 않을 겁니다. 그때 3년의 기억을 모두 지우고 싶습니다." 누가 공익제보자 K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 우리 시대의 영웅들

2018년 프랑스 파리에서 난간에 매달린 어린 남자 아이를 구한 불법 체류자 가사마는 지체 없이 4층 발코니까지 올라가 어린 생명을 구했다. 2019년 호주 대형산불 당시 10만 명의 무보수 자원봉사 소방관들, 사스, 메르스, 코로나와 싸운 수많은 의료 영웅들뿐 아니라 600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로부터 2,500명의 어린이를 구한 폴란드의 국민 영웅 이레나 센들러 그리고 소록도 한센인들을 40여년 간 헌신적으로 돌본 마르안느와 마가렛 수녀 등 우리 시대의 영웅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우리와 이 사회를 지켜주고 있다.

* 악의 일상성에서 영웅적 행동의 일상성으로

악의 일상성이 방관자를 낳는 가운데, 영웅적 행동의 일상성은 영웅을 낳는다. 영웅은 다음과 같은 교육을 통해서 길러질 수 있다고 한다.

1.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상상하라!

2. 타인과 공감하라!

3. 작은 선행부터 실천하라!

4. 남은 돕기 위한 기술과 경험을 쌓아라!

--- 영웅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라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 수많은 영웅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게다가 영웅은 교육을 통해서 길러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영웅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영웅의 자기 희생은 한 번으로 족하며, 그 후에는 영웅적 행동에 합당한 대우와 존경이 따라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에서 4층 난간에 매달린 아이를 구한 불법 체류자 가사마는 이틀 뒤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소방서 일자리를 제안받으면서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했다.


#우리시대의영웅을찾아서 #이영준 #이황 #테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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