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 요하네스 브라우어르, 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일찍이 세계문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별하게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에 천착했고, 정도가 좀 과했습니다. <죄와 벌>에서 사고치고 유배 가는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제대로 필이 꽂혔습니다. 이蝨 같은 노파와 노파의 여동생 유로지비를 도끼로 찍어 죽인 것을 읽으며 청소년기를 막 벗어났을까 말까 한 브라우어르는 자신이 무슨 나폴레옹 정도의 위대한 인물인 것으로 잠깐 착각을 했는지 하숙집 여주인을 살해합니다. 틀림없는 범죄자. 그래 교도소에서 오랜 세월을 썩은 다음에 다시 사회로 복귀합니다. 아직도 브라우어르는 문학을 좋아하고, 그리 많지는 않은 나이라서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합니다만 이게 보통 공부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세월이 흘러 학위를 따더니 또 따고, 한 번 더 따서 박사가 되고, 교수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모자라 누구나 인정하는 네덜란드의 최고 스페인 문학 전문가가 됩니다. 그러다가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군요. 네덜란드가 순식간에 독일의 점령지로 떨어지자 브라우러르는 고민하지 않고 레지스탕스에 가입해 용감하게 활동하다가 영웅적인 죽음을 맞습니다. 이이의 정체성은 무엇일까요. 살인자? 학자? 반독일 영웅?
  이제부터 가명만 쓰겠습니다.
  청년 박복동은 무려 경기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합니다만, 세월을 잘못 만났습니다. 하필이면 군인 출신의 독재자가 전국을 군화발로 밟아 조질 때였습니다. 그걸 참을 수 없어 유신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당시에 그런 청년들은 의례 그랬듯이 학교에서 제적을 당합니다. 이후 ㄷ대학에 다시 입학해 열공을 거듭해 졸업하기도 전에 법원사무관 시험에 합격하고, 1980년 우울한 시절에 사법고시에 또 합격해 3년 후 검사가 됩니다. 그러나 곧 직을 때려치우고 변호사 개업을 한 다음에 주로 NGO 활동에 매진하며 동시에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립니다. 자신이 한 시절 다니기도 했던 서울대에서 여자 조교에 대한 성희롱 사건을 수임한 이후 자칭 타칭 페미니스트로 자리매김을 합니다. 정통 NGO 출신으로 한 번도 정부기관이나 정치기관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가 한 꺼벙한 한성판윤이 급식 문제 때문에 사직을 하자 선거판에 나가 내리 세 번 한성판윤을 지냅니다. 그런데 자기 비서에 대한 성희롱 또는 성폭력 등으로 피소를 당하자, 누군가가 그날로 박복동에게 피소 사실을 알렸고, 순수하고, 일 잘하고, ‘주님께서 안아줄 바보’이자 낡은 구두의 박복동은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남긴 재산은 마이너스 7억 원이지만 아들은 장사를 모시기 위해 유학중인 영국에서 급거 귀국했습니다.
  백복동은 1920년 출생입니다. 어렵게 자랐다고 하지만 당시에 진짜 어려운 사람들에 비하면, 평양사범을 졸업한 것으로 볼 때 그래도 살만한 환경이었던 거 같습니다. 군인이 소원이라서 결국 스물두 살인 1941년 12월에 만주국 봉천군관학교에 들어가 스물네 살, 1943년 12월에 졸업해 1945년까지 1년 9개월 동안 숱한 동포들과 독립군들과 기타 애국지사들을 잡아 죽이거나 가둬두는데 혁혁한 전공을 올리는 부대에 배속되어 활동합니다. 해방이 된 이후 잠시 북쪽에 있다가 남으로 내려와 국군에 소속되어 제대로 군사교육이 없던 해방 군대에서 한국전쟁이 벌어지던 당시에 대령 계급장을 어깨에 답니다. 그러다가 전쟁이 터져, 내용은 잘 모르지만 전쟁 영웅으로 불렸던 것으로 보아 탁월한 지휘관이었던 듯합니다. 대통령이 서울에서 인천까지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길목에 이이의 땅이 있는 걸 알고, 돌려, 돌아서 가, 한 마디에 경인 고속도로가 휘어졌다는 야사에도 등장합니다. 그 대통령이 사형당할 수도 있을 때 백복동이 살려주었다나요. 하여간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잘 먹고 잘 살다가 백수를 누리고 죽었습니다.
  참 사람들 가지가집니다. 어떻게 사는 게 좋은 건지 말입니다. 그저 저처럼 평생 봉급쟁이로 상사들 욕이나 해대면서 소주잔 깨나 비우면서 한 세상 보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거 같군요. 누가 제 평전을 쓰면, 간단할 겁니다.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집안에서 출생해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학력으로,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회사를 네 군데 다니면서 평생 상사들 욕이나 하는 야당질에, 술 마시고, 음악 듣고, 책 읽으면서도 아이들 둘 만들어 자기들 먹고 살 만하게 키웠다. 전과도 없고, 훈장도 없다. 과속 운전으로 세 번, 추월 위반으로 한 번 벌금을 냈고, 평생 수술이라고는 포경수술, 정관수술 말고는 해본 적 없다. 휴양지 야자수 밑에서 낮잠을 즐기다가 때마침 떨어진 야자열매에 머리를 맞아 뇌출혈로 즉사하다. 크하하하.......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 해변가의 야자수 아래. 생각함 해도 므흣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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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2020-07-15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팔스타프의 가상 엔딩(?)은 저에겐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는 삶으로 느껴집니다. 저희 집안에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환자가 있다보니, 이젠 돈도 명예도 다 소용없단 생각이 듭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게 끝이니까요. 부디 팔스타프님은 이 생애 끝날 때까지도 위에 적으신 수술 두번을 유지하시길 기원합니다.

2020-07-15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15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4월부터 6월까지, 언제나 그렇듯이 좀 읽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좋았던 책 열 권을 소개합니다. 딱 열 권 만 고르는 일이 특히 쉽지 않았습니다. 다른 기간보다 읽은 권 수는 적었지만 좋은 책들은 더 많았습니다. 아쉽게 여기에 끼지 못한 것들로 이기영 <고향>, 안젤라 카터 <매직 토이숍>, 서보 머그더 <도어>, 다니엘 켈만 <명예>, 조이스 캐롤 오츠 <카시지>, 아룬다티 로이 <지복의 성자>, 애나 번스 <밀크맨>, 박태원 <천변풍경>, 보후밀 흐라발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등이 있습니다. 이 대단한 작품들의 목록을 보더라도 오늘 소개하는 ‘괜찮은 책 열 권’이 얼마나 제 주관적인 감상에 의하여 결정을 한 것인지 금방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한 아마추어 독자의 취향임을 감안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순서는 책을 읽는 날짜순이며, 장편소설은 <  >, 소설집은 《  》으로 표시했습니다.



1. 미셸 트루니에, <마왕>

 

  북부 독일의 두터운 이탄층 속에서 몇 백 년의 동면을 끝내고 이제 음산한 모습을 드러낸 마왕. 그는 구름 같이 커다랗고 까만 말을 탄 채 프로이센 지방을 돌아다니며 소년들을 모집한다. 아이들은 국가의 군사교육기관인 ‘나폴라’에서 소년병으로 키워져 앞으로 고국의 땅을 무단으로 침범할 군대와 자신의 생명을 교환하려 한다. 그러나 소년들을 품에 안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마왕은 또한 모든 인간들의 무게를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고 죽을힘을 다해 어린 예수를 강 건너까지 건네주는 생크리스토프의 모습까지 태생에 가지고 있으니 어찌 고뇌가 없을 수 있을까. 거대한 말을 타고 척박한 프로이센 지방을 음울하게 돌아다니는 죽음의 신 마왕, 아벨 티포주는 또한 알고 보면 포로로 잡힌, 급성 근시와 성기 왜소증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 군인. 그가 겪는 실로 다양한 에피소드와 스토리는 이 작품을 명작의 대열에 올려놓지 않을까 싶다. 적극 추천.



2. 앨리스 먼로, 《거지 소녀》

 

  사람 사는 이야기는 거의 언제나 독자들에게 공감을 준다. 모두 열 편의 단편소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크게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대표적인 연작 소설. 이야기는 엄한 아버지와 주인공 로즈가 절대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는 계모 플로, 이렇게 흔하게 들은 삼각관계로 이루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소설 속에서 시간은 흐른다. 로즈라는 어린 소녀가 청소년을 거쳐 청년이 되어 핸리티라는 작은 도시에서 벗어나 토론토로 떠나며, 이어서 결혼적령기의 여성, 권태기 주부, 남의 남자를 사랑하는 이혼녀를 거쳐 옛 사랑의 사연을 전해 듣는 폐경기의 장년 여성이 될 때까지, 점점 깊어지고 서로 이해하게 되는 계모 플로와의 관계에 빠져들게 될 것임을 보장한다. 이런 것들이 기교가 별로 섞이지 않은 무심한 듯한 문장으로 툭툭 던져질 때 오히려 더 공감의 폭이 커지는 것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을 읽을 만한 이유가 되리라.



3. 마거릿 드래블, <찬란한 길>

 

  마거릿 드래블의 삼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결론을 맺지 않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럼에도 책을 다 읽으면 복잡하게 얽힌 ‘1980년대 초반 영국의 지역과 계급에 대한 상투적이고 사실적인 대작’ 한 편에 만족할 것임을 보장한다. 1950년대 초반에 케임브리지에서 만난 세 친구들, 리즈, 알릭스 보웬, 에스터 브로이어. 이렇게 세 명이 주인공인데 삼부작 가운데 첫 작품이라 이 가운데 리즈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펼쳐진다. 1979년 12월 31일, 이제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는 송년 및 영신 파티를 열고, 파티 장소에 자신과 잠자리를 같이 한 여섯 명의 남자 가운데 다섯이 참석한 것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잘 나가는 부자 정신과 의사 리즈. 그러나 리즈에게도 보다 리얼한 삶, 가족이 있으며, 자정이 지난 새해의 첫 시각에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이 있는 것이 또한 현실. 리즈와 남편으로 대표하는 부르주아 속물들로 이제 새로이 전 세계에서 대두되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는 가운데 저절로 후속작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지는 수작.



4. 돈 드릴로, <마오 II>

 

  1992년에 펜/포크너 상을 수상한 작품. 제목이 분명히 중국의 지도자 마오저뚱을 일컫는 <마오 II>이며, 표지에도 마오의 사진이 올라 있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는데 성공하지 못한 듯한데, 진짜로 읽어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제목은 한 때 매릴린 먼로의 그림을 그려 유명해진 앤디 워홀이 그린 회화 작품으로 마오의 얼굴을 그려놓은 (복제)그림의 제목이다. 주인공은 은둔형 소설가 빌 그레이.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내밀지 않아 존재조차 의심받기도 하는 작가들, 토머스 핀천이나 제롬 데이비스 셀린저 같은 이들의 은유일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그러나 어느 날 결심으로 하고 작가들의 사진만 전문적으로 찍는 이색적인 사진작가 브리타 닐슨을 자기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여러 가지가 의심스러운 조수 스콧을 보내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첫 장면은 뉴욕의 양키 스타디움에서 통일교 교주 문선명이 주재하는 6,500 쌍의 합동결혼식부터 시작한다. 드딜로답게 매우 다양한 관심사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고, 마치 10년 후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 폭파를 예견하는 듯한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어 더 주목되기도 하는 책.



5. 이성복, 《아, 입이 없는 것들》

 

  아, 이이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를 읽은 것이 벌써 언제 적이냐. 그 후 《남해 금산》을 거쳐 이 시집까지 어떻게 이리 한결 같을 수 있으랴. 아직도 시어가 만들어내는 공감각 또는 그냥 공감에 독자는 그만 사스락, 작은 모습으로 기겁을 하고 만다. 그렇다고 시인이 독자의 감성에만 호소하는 감각의 시어를 남발하지 않는다. 이이의 본질은 모더니스트. 시를 다 읽기 전에 무슨 뜻인지 모를 사투리를 절묘하게, 여러 작품 속에서 같은 단어를 섞어 씀으로 해서 하나의 에스프리로 몇 몇 시를 작은 한 단위로 합치는 배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아직 이성복의 변하지 않은 시구를 탐색하고 시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를 궁리하는 일은, 그것이 비록 옳든 틀리든 간에 시를 읽는 독자의 자잘한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리라.



6. 리처드 파워스, <오버스토리>

 

  오버스토리. 열대 우림이나 온대 밀림 지역에 빽빽하게 들어찬 높이 60미터 위에서 펼쳐지는 초록의 스카이라인. 이것을 ‘오버스토리overstory'라고 한다. 유럽인이 들어오기 전에, 들어와서도 백 년 동안은 거의 온전히 보존되어 오던 완벽한 숲에, 엔진으로 가동되는 강철 회전 톱이 등장함으로써 식민지 시대를 포함한 미국의 역사는 물론이고 예수의 탄생보다 오래된 나무들이 뭉텅이로 잘려나가는데 잘린 나무 그루터기에 스무 명의 사람이 올라가, 네 명의 추는 춤이 뭐더라, 아하, 카드리유를 추어도 괜찮은 그런 거목들의 숲이 한창 때에 대비해 99%가 사라진 현재, 각기 다른 탄생과 성장과 운명과 학식과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몇 명이 잃어버린 나무와 숲, 일찍이 신이 창조한 가장 거룩한 생명을 유지하고자 생명을 걸고, 삶을 걸고, 자기 재산을 걸고 걸신들린 천민자본주의와 한 판 승부, 패배가 확실하게 보장된 승부를 거는데 망설임이 없는 이야기, 나는 이 이야기를 세상의 모든 비문맹자들에게 권한다.



7. 조리스-카를 위스망스, <거꾸로>

 

  상상하지 못할 것은 없다. 벨 에포크 시대를 맞이한 프랑스에서 책의 주인공 데 제쌩트 공작은 육지거북의 등껍질을 순금박으로 입히고 그 위에 갖은 보석으로 치장해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를 즐기지만 안타깝게도 거북은 죽고 만다. 인류가 만든 라틴어라는 언어와 문자가 누린 온갖 화려함과 영화와 쇠락과 몰락을 보통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할 정도의 스펙트럼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지적으로 우월하다는 걸 노골적으로 과시한다. 위스망스는 세기말을 맞이하여 시대가 요구하는 지적 퇴폐와 향락과 부도덕을 특유의 부패의 향기로 세상을 덮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새로운 백년이 과학의 세기였던 19세기에서 비롯한 인조물의 유토피아, 지적 유희의 미로가 되기를. 그러나 조심하시라. 숱한 독자들이 이 책을 기대 이하, 읽을 만하지 못한 책으로 선정했다는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8. 채만식, <탁류>

 

  이리 재미있는 우리의 근대소설을 이제야 읽다니 딱 한 마디로 해서 만시지탄이다. 중학교와 고교시절에 <탁류>에 관하여 하도 많이 들었고, 내용마저도 훤할 정도로 익숙해서 오히려 일독에 이리도 세월이 많이 필요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우리나라 소설문학을 우습게 아는 건방짐까지 더하여. 만일 아직 <탁류>를 읽지 않으셨으면 우선 읽어보시라. 정말 재미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작가라서 그렇겠지만 졸라보다 더 재미있다. 읽는 순간 무슨 말을 하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으며, 제주도를 뺀 각 지방의 사투리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독자들 역시 그게 어떤 의미인줄 아는 모국어의 힘. 아, 유럽인들은 이런 즐거움을 언제나 알고 있었을 테지. 한국식 자연주의의 최고봉. 작 중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지만 다 쓰러져가는 양반 댁의 맏딸을 돈 많다고 거짓말하는 가망 없는 사기꾼한테 결혼시키면서 이 대책 없이 재미있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비극, 그러나 곳곳에 웃음과 해학과 골계와 풍자의 시한폭탄이 숨어있는 우리의 근대소설은 시작한다.



9. 존 스타인벡, 《붉은 망아지 · 불만의 겨울》

 

  네 편의 옴니버스 식 짧은 이야기로 되어 있는 중편소설 <붉은 망아지>와 작가의 마지막 소설인 <불만의 겨울>을 한 권에 실은 착한 책. <붉은 망아지>도 참 괜찮은 초기 중편이지만 <불만의 겨울> 역시 마지막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스타인벡의 작품으로는 매우 예외적으로 미국 동북부, 뉴욕과 알바니, 몬타우크를 포함한 동북부 지방을 배경으로 독립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 사략선, 쉬운 얘기로 해적단을 거쳐 세계최대의 포경선단을 합작 운영했지만 이제 완벽하게 몰락한 홀리 가문. 홀리 가문의 마지막 후손인 이선은 하버드 출신으로 선량하고 정직하고, 부정행위를 단호하게 물리치는 청렴이라는 무기로 1960년대, 부정과 부패와 뇌물과 차별로 얼룩진 미국 사회에서, 한 번 망하면 다시는 복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고 사실 또 그랬던 정글, 자본주의의 뒷골목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분명 정직하고 청렴해서 법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하여튼 교묘하고, 이런 말이 가능하다면 교활한 선량함으로.



10. 토니 모리슨, <솔로몬의 노래>

 

  토니 모리슨에게 처음으로 큰 상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안긴 작품. 라틴아메리카의 환상적 리얼리즘하고 조금 다른 아프리카 식 마술적 은유를 가미시키는 건 후속 작품 <빌러비드>와 비슷하지만 결코 작가의 후기작품들처럼 읽기 어렵지 않으니 도전해봄직 하다. 혼자 걷고 뛰며, 유치가 모두 나서 이제 다 컸다고 누구나 인정할 나이가 돼서도 엄마젖을 먹다가 동네 수다꾼 아저씨에게 들켜 졸지에 ‘밀크맨’이란 별명을 책이 끝날 때까지 들어야 되는 운명의 메이컨 데드 3세. 크게 말하자면 밀크맨이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미국 대륙을 뒤져 알아내는 내용이지만 그렇게만 말하면 재미없다. 초장, 1931년에 흑인들만 가입하는 보험회사의 모집원이 전혀 자비롭지mercy 않은 머시 종합병원의 돔 지붕 위에서 푸른색의 날개 비슷한 옷을 입고 하늘로 솟구치며 이야기는 시작하는데, 사실은 이게 수미쌍관법이라, 밀크맨의 흑인 조상과 원주민 조상들 역시 솟구치며 한 방에 아프리카와 옛 시절의 아메리카라는 고향, 자유가 무한히 보장되던 곳으로 순간이동하려는 꿈이 있었나보다. 어머나, 이를 어째, 엉겁결에 결론을 말해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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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6-30 1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왕>은 폴스타프님께 땡스투 하고 사놨는데, 하반기에 읽을 것 같습니다.
<오버스토리>도 꼭 읽을게요. 돌아오신 것 환영합니다.

Falstaff 2020-06-30 15: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환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오랜 세월 알라딘을 이용해온 고객입니다. Falstaff 라는 이름을 쓴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서재도 4년 전에 만들었을 뿐이지만 하여튼 책 좀 읽는다는 독자 가운데 한 명일 겁니다. 플래티넘 고객이기도 하고요.

  문제는 북플이었습니다. 어제, 그러니까 2020년 6월 26일 아침부터 북플을 열면 아래와 같은 서비스 주의 사항이 뜨는 겁니다. 제 북플 화면에는 아직도 같은 메시지가 뜹니다.

 

하루종일 무시하고 있다가 퇴근 무렵에 결국 아래를 클릭했습니다. 바보같이.

 

 

  그랬더니 제 계정 전부 폭파되고 말았습니다. 4년간 쓴 독후감, 서재 친구들 리스트는 물론이고 7만원이 넘는 적립금, 1만원 중반 대의 마일리지, 여태까지 구매한 리스트, 보관함 내역, 아놔, 금요일에 살까 하다가 7월 초에 추가 적립금 받아서 한 방에 사야지, 하고 대기했던 토마스 만의 <요셉과 그 형제들> 여섯 권 세트 외의 것들까지. 그냥 구입할 것을...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북플 여태 안 하다가 뭐하는 짓인지 말입니다.

 

  뭐 알라딘이 복구는 해주겠지만 이게 무슨 시간 낭빕니까. 이런 바이러스는 누가 만드는 건지 참, 정말 사이코에다가 니힐적 사디스트 같아요.

 

  여러분, 조심하세요. 혹시 이런 메시지 뜨면 절대 클릭하지 마세요. 피해자는 저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 서재도 복구가 되었는데요, 서재 친구들은 다시 사귀어야 하는 모양입니다. 이나마도 다행이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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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읽는책 2020-06-30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기 안녕하세요! 제가 오르한 파묵 <검은책>리뷰를 보고, 책 다 읽고 히뷰읽으러 오겠다고 덧글을 남겼었는데 그분이 맞으신지요? 리뷰를 찾아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찾을수가 없어서 어떻게 된거지..??? 하고 있었는데 오르한 파묵 리뷰도 남겨주신 분 맞으신지요??

Falstaff 2020-06-30 08:46   좋아요 1 | URL
예. 맞습니다.
그 사이에 알라딘 궁에 해적들이 침입해 와서 제 모든 계정이 그만 피살을 당했답니다.
<검은 책> 독후감은 여기에도 있어요. 별거 아닌 독후감을 기억해주시다니, 감격입니다. ㅠㅠ
https://blog.naver.com/wunderhorn/221080952018

GoldenSlumber 2020-06-3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 리뷰 보러 종종 서재를 들르는데 계정이 폭파되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얼른 복구되시길 바랍니다.

Falstaff 2020-06-30 14:09   좋아요 1 | URL
복구는 현재가 최선이라고 하네요. 마일리지하고 적립금 돌려주는 거요.
서재 독후감 써놓은 거, 서재친구들 목록, 이딴 건 그냥 다 묻힌답니다.
그래서 슬럼버님에게 친구 신청을 다시 해야겠습니다. ^^;;
근데 이름이 너무 좋아요, golden slumber, 아 정말 부럽습니다. 언제 한 번 저도 그렇게 자 보나... 싶어서요. ㅋㅋㅋㅋ

hnine 2020-06-3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새벽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알라딘, 꼭 복구해주겠지요? 그래야만 하는데.

Falstaff 2020-06-30 14:11   좋아요 0 | URL
헙. 저도 hnine 님 소식이 궁금했는데, 이노무 알라딘에 아예 접속하기가 팍 싫어지더라고요. 와, 순식간에 정이 뚝 떨어지는데 그거 붙이느라 한 3일 걸리더라고요.
복구는 안 된답니다.
˝자진해서˝ 알라딘 탈퇴한 걸로 표시가 된다더군요.
문제는 북플에 접속하면 아직도 똑같은 메시지가 표시된다는 겁니다. 세상에나...
무서워요. 덜덜덜.... ㅋㅋㅋㅋ

잠자냥 2020-06-30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이게 정녕 복구의 끝이랍니까?
이 낯선 뚱땡이 폴스타프는 무엇입니까??? ㅋㅋㅋ 예전 폴스타프가 왠지 더 폴스타프스러운데 말입니다. ㅎㅎㅎ
암튼 이렇게라도 돌아오신 것 환영합니다. 이 호색한 이미지의 폴스타프에게도 적응해야겠죠. ㅋㅋㅋㅋ

Falstaff 2020-06-30 15:16   좋아요 0 | URL
ㅋㅋㅋ 고맙습니다. 이렇게 반겨주시니요. 하하하하....
친구는 다시 사귀어야 하는 모양입니다. 얼른 친구신청 했습니다. ^^

밤에읽는책 2020-06-30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로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북플;;; 안심하고 쓸 수가 없겠어요 .. 복구하시느라 고생이십니다;;;

Falstaff 2020-06-30 20:06   좋아요 0 | URL
다행스럽게도, 알라딘에서 연락이 와서요, 회사의 실수임을 인정했답니다.
이제 100% 완벽 복구는 힘들더라도 많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coolcat329 2020-07-15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엊그제인가요. 다른 분. 글들은 다 들어가지는데 폴스타프님 글만 튕기고 안 들어가지는거에요. 제가 얼마나 읽고 싶었으면 북플을 삭제하고 다시 설치했는데도 역시나 안되더라구요. 이런 일이 있었군요...

Falstaff 2020-07-15 16:06   좋아요 0 | URL
윽! 그러셨습니까. 이런....
저도 예전에 제가 쓴 글에 원활하게 들어가지 못한답니다. 알라딘에선 복구가 완료됐다고 하는데요, 사과한다고 주는 적립금 만원 받고 헤~ 해버린 대가로 그냥 참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07-15 15:45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요즘 폴스타프 님 새로 복구하신 뒤로....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새 글 올리시면 똑같은 글이 두 개 나란히 중복으로 올라와요(북플 및 컴터로 보는 서재 모두 그러하옵니다).ㅋㅋㅋㅋㅋㅋ 이것도 알라딘의 과한 배려일까요?

Falstaff 2020-07-15 16:04   좋아요 0 | URL
음하하하.... 거 참 재미있군요.
근데 왜 그럴까요? 참, 저도 어느 분이던가, 글 두 개 뜨는 것 봤습니다.
알라딘 전산 쪽에 한 번 물어봐야겠네요. 이거 참 웃긴 배려네요.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