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노래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5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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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니 모리슨의 세 번째 작품이며 앞으로 상복이 터질 그녀에게 처음으로 큰 상인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안겨준 장편소설. 토니 모리슨은 1993년에 흑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까지 받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라서 이이의 일생에 대해서 말을 보탤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내가 읽어본 모리슨 가운데 특히 <재즈>와 <러브> 같은 비교적 후기 작품의 경우에, 그저 흑인이나 젠더, 아니면 합해서 흑인 젠더 문제를 다룬 것이겠거니 쉽게 생각하고 덤볐다가 심각하게는 아니지만 혼쭐이 난 적이 있어서 <솔로몬의 노래>도 혹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 약간 조심스럽기는 했다. 읽어보니 초기작이라 그런지 읽는 대로 진도가 잘 나갔다. 후속 작인 <빌러비드Beloved>와 비슷한 정도라고 하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듯.


  이야기는 1931년 2월 18일 수요일 오후 세 시에 시작한다. 주로 흑인들을 위한 보험회사인 노스캐롤라이나 상호생명보험사 직원 로버트 스미스 씨가 시의회가 있는 메인스 애비뉴의 북쪽 끝에 자리한 머시종합병원의 돔 지붕 꼭대기에 모습을 나타내 대중의 눈을 끈다. 사람들 속에는 ‘리나’라고 불리는 막달렌과 이이의 언니 커린디언스(신약성서의 ‘고린도전서’ 할 때의 ‘고린도’의 영어식 발음)는 들고 있던 바구니를 떨어뜨려 이들이 하는 유일한 작업/노동인 붉은 벨벳으로 만든 인조 장미꽃잎이 사방에 날렸고, 파일러트Pilate(사도신경에 “본시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시고” 할 때 ‘빌라도’의 영어 발음) 라는 이름의 다부진 체격을 한 여인은 흑인 특유의 깊은 공명이 담긴 콘트랄토 목소리로 “오 슈거맨 날아가 버렸네 / 슈거맨 사라져버렸네 / 슈거맨 하늘을 가로질러 / 슈거맨 고향으로 돌아갔네.”라고 노래했으며, ‘기타’라는 꼬마가 스미스 씨를 가리키며 저 남자가 누구냐고 묻자 두 주에 한 번씩 보험금을 걷어가는 바보천치 중에서도 바보천치라고 답변을 했는데, 드디어 로버트 스미스 씨는 커다랗고 푸른 날개처럼 생긴 옷을 입은 채 돔 지붕에서 하늘을 향해 크게 날아올랐으나, 그건 스미스 씨의 몇 초 안 되는 상상 속에서만 그런 것이고 실제로는 스미스 씨의 영혼은 모르겠고, 육신은 칼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날의 시멘트 바닥으로 거꾸로 처박혀, 철퍼덕, 그러나 피 한 방울 보이지 않은 채 생명이 있는 인체라면 도저히 가능하지 않는 자세로 엎어져 있었던 거였다.
  바로 이 순간, 리나라고 불리는 막달렌과 커린디언스의 엄마이며 십 수 년 만에 산기가 있던 루스 데드 여사, 이 거리 최초의 니그로 의사 포스터 박사의 딸이 갑자기 진통을 시작해 머시종합병원에 입원을 했고, 흑인 여자로는 최초로 병원의 계단이 아니라 병동에서의 출산이 허용되었으니, 다음날 이 기념비적인 출산 끝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들이자 우리의 주인공인 메이컨 포스터 데드 3세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외할아버지 포스터 박사, 니그로 출신 최초의 의사를 기념하고자 처음엔 흑인들이, 나중에 대충 많은 시민들이 박사의 병원이 있는 거리를 ‘닥터 스트리트’로 불렀고, 이를 고깝게 여긴 시의회는 ‘메인스 애비뉴’라는 호칭을 의사봉 3회를 두드림으로써 확정하는데, 다시 이를 고깝게 여긴 유색인들이 ‘닥터 스트리트’라고 하지 말라고 했으니 ‘낫 닥터 스트리트’로 불렀을 정도로 유명했다. 하지만 정작 박사를 알고 보면 같은 흑인이라도 피부색이 얼마나 덜 까만색인지를 환자의 등급을 정하는데 가장 유효한 척도로 삼았으며, 자신의 과도한 노동을 달래기 위해 프로로폴이 아닌 에테르에 거의 중독된, 일반적 기준으로 그냥 속물이었던 거다. 주인공의 외가 이야기는 이 정도면 넘친다.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의 엄마 루스에게 쾌감을 주는 것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아이가 이가 나고, 걷기 시작하고, 기저귀를 벗고도 아이와 함께 작은 방에 들어가, 벌써 유치가 다 난 커다란 아이에게 이젠 더 이상 영양소도 없고 들척지근하고 밍밍하기만 한 젖을 먹이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저택의 하숙인 겸 일꾼이며 수위이기도 한 수다꾼 프레디 씨가 창문 너머로 보고는 온 동네방네 소문을 퍼뜨렸는데, 사실을 사실대로 말한 것이니 뭐라 하지는 못했음은 물론이고 루스는 몇 달간 바깥출입을 하지 못할 정도로 창피해 했으며, 우리의 주인공 아이에게는 뭔가 깨끗하지 못한 이름, 더럽고, 내밀하고, 뜨겁고, 어쩐지 혐오감이 드는 “밀크맨”이란 별명으로 책이 끝날 때까지 불리게 된다. 며칠 전에 애너 번스가 쓴 <밀크맨>을 읽어서인지 이 호칭이 나올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좀 헛갈리는 기분을 느낀 건 뭐 개인적인 일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밀크맨과 바로 위의 누나 리나라고 불리는 막달렌과의 나이차이가 열두 살. 어찌하여 이런 터울이 났느냐 하면, 아버지 메이컨 데드 2세가 장인인 포스터 박사가 죽은 다음부터, 그때 아내 루스의 나이가 스무 살이었음에도 그 후로 한 번도 아내와 동침을 하지 않아서였다. 그렇다고 따로 특별하게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다. 물론 이 커플이 왜 섹스리스가 됐는지는 안 알려드린다.
  메이컨에게도 슬픈 과거가 있으니, 그의 아버지 메이컨 1세와 인디언 출신 어머니 싱이 버지니아 주의 깡촌 샬리마(어쩐지 발음이 ‘솔로몬’하고 비슷하지?)에서 해방노예들과 함께 북쪽으로 향하는 마차를 타고 미주리 주에 정착해 힘든 노동을 한 끝에 자리를 잡았다. 엄마 싱은 메이컨이 어려서 아이를 낳다가 산고를 이기지 못해 아기를 배속에 넣은 상태에서 숨을 거두었는데, 태중의 아이가 자기 혼자 힘으로 산도를 헤치고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 저 위에서 깊은 공명의 콘트랄토 음성으로 노래하던 파일러트다. 태어나면서부터 워낙 고생을 해서 그런지 하느님은 파일러트에게 포유류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배꼽을 선물하지 않아 이것 때문에 평생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리바’라는 사생아 딸과, 딸이 낳은 또 다른 사생아 딸 ‘헤이가’를 키우며, 약초, 밀주제조 및 판매를 생업으로 삼는다.
  이 남매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파일러트가 한 열두 살 정도 됐을까 할 때, 약 150에이커의 땅을 소유하며 이 가운데 50에이커는 훌륭한 경작지, 80에이커는 사슴과 야생 칠면조가 많이 사는 아름드리가 숲, 기타 양돈장 등의 빼어난 농장을 소유하게 된다. 그런데 이게 시의 가장 부유한 백인 가문의 대농장 한 가운데 탁 박혀 있고, 거기까지는 좀 봐주겠다 하더라도 흑인, 검둥이가 소유하기에는 너무도 좋은 땅이라 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백인들에 맞서 무려 닷새를 울타리에 앉아 망을 보며 밤을 새우던 아버지가 하필이면 아이들이 보고 있던 어느 날 새벽에 뒤에서 날아오는 총탄에 뒤통수를 맞아 울타리 5피트 위로 날아가더니, 영혼은 그대로 하늘로 날아가 버렸을지언정 육신은 그냥 땅바닥에 고꾸라져버렸다. 백인들이 이제 실소유권이 넘어간 남매를 죽일지도 몰라 그길로 숲을 향해 달려가 일단 몸을 숨기고, 아들 메이컨이 밤을 이용해 아버지의 시신을 시냇가로 끌고 가 묻어준 후, 여기저기를 전전한 끝에 서로 헤어진다. 이런 과거가 있어서 그랬는지 메이컨은 도시에서 여러 집을 소유하고 이를 가난한 흑인에게 세를 주어 악착같이 돈을 벌어 나름대로 성공한, 백인처럼 사는 흑인이 된다.
  이런 환경과 부모 하에서 성장한 밀크맨. 공부를 더 시켜 의사로 만들고 싶어 하는 엄마의 뜻과 달리 아빠 메이컨은 대학을 가느니 어려서부터 자기 밑에서 돈 버는 일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임대주택의 임대료 수금부터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게 이르는데, 나면서부터 가난의 고통을 모르는 우리의 밀크맨은 아버지처럼 배타적 이익추구의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하여 폭넓은 인간관계, 특히 저 앞에서 소개한 ‘기타’라는 인물과 돈독한 우정을 쌓으며 성장한다.
  밀크맨의 나이 열두 살 때 자기보다 다섯 살이 많아 고등학교에 다니는 기타를 만난다. 기타의 손에 이끌려 밀주를 만들어 동네에 싼 값으로 알코올을 공급하는 집에 들어선 밀크맨. 여기서 당연히 고모 파일러트를 만나 처음으로 자신의 가계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나 첫 방문에서 만난 고모의 손녀, 밀크맨보다 역시 다섯 살을 더 먹은 헤이가를 본 순간 자신이 여태까지 본 여자들 가운데 가장 예쁜 여자라고 단정을 하고, 여태까지의 삶 속에서 온전히 행복감을 느낀 적은 이 때가 처음인 것을 알게 된다. 근데 족보가 어떻게 되는 건가? 파일러트가 고모니까 고모의 딸 리바와는 사촌. 그러면 다섯 살 위의 헤이가는 오촌조카. 그러나 이건 우리나라, 소위 동방예의지국의 족보일 뿐, 미국에선 혼인도 가능한 사촌보다 더 먼 친척일 뿐. 그렇지? 맞다. 결국 둘의 교통사고는 피할 수 없다. 첫 만남이 이렇게 인상적인데 어찌 젊은 피를 참을 수 있을까. 근데 그건 하여튼 나중 일이다.
  내가 할 이야기는 다 했다. 여기에 흑백 갈등, 주로 백인에 의한 처벌받지 않는 흑인에 대한 범죄가 나오고, 흑인에 의한 상호 호혜의 원칙에 의하여 폭력을 행사했지만 법원에 의하여 처벌받지 않는 백인의 범죄에 동가同價를 이룰 ‘아무나 백인’을 향한 폭력 결사 ‘7일’, 밀크맨의 아버지와 고모가 도피생활을 할 때의 범죄와 당시 발견했던 황금을 둘러싸고 시작했다가 결국 밀크맨의 부계 족보에 대한 길고 긴 탐색과정과 작품의 시작에서 보험사 직원 로버트 스미스 씨가 시연했던 하늘로 솟구침, 혹은 고향으로 향하는 비상의 은유 또는 상징 같은 것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읽기 시작하면 쉽게 손에 놓을 수 없는 흡인력이 토니 모리슨의 필력을 보여주고, 여기에 상상 가능한 것을 독자 제각각 떠올릴 수 있는 상상력을 펼칠 기회까지 마련해주니 어찌 일독을 권유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 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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