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준의 <속살>로 한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이번 주부터 새롭게 다시 한 사이클을 시작합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원작의 초판 찍은 연도 순서별로 읽되, 사이사이에 단행본으로 나온 희곡과 시집을 배치했습니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을 거 같습니다. 올 가을을 위한 책이 되겠군요. 계절을 염두에 두고 고른 것들은 아니었지만.


  먼저 책탑



주요 작품


찰스 디킨스, <골동품 상점> : 디킨스 안 읽겠다고 몇 번을 다짐했건만 눈에만 띄면 그만...

에밀 졸라, <패주> : 루공-마카르 총서의 열아홉 번째 작품. 소설의 탈을 쓴 역사책이더군요. 이것보다 열다섯 번째 작 <대지>가 먼저 번역 출판되었으면 더 좋을 뻔했습니다.

이디스 워튼, <여름> : 지금 읽고 있습니다. 좋은 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오래 이디스 워튼은 안 읽겠다고 앙탈부리다 <이선 프롬>이 좋아 하나 더 선택했지만 아직은 별 거 없네요.

로맹 롤랑, <사랑과 죽음의 유희> : 작가 이름만 가지고 선택한 작품. 당연히 <장 크리스토프> 정도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희곡이기도 하고요.

앙리 보스코, <이아생트> : <반바지 당나귀>의 기묘한 환상을 기억합니다.

트루먼 커포티, <다른 목소리, 다른 방> : 커포티라면 이름만 가지고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막스 프리쉬, <호모 파버> : 쉽게 읽히는 법이 없는 막스 프리쉬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는 걸 선택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이상한 매력이 있습니다.

피터 셰퍼, <에쿠우스> : 실험극작에서 강태기가 주연을 한 공연을 본 적 있습니다. 그이는 이 작품으로 백상연극대상 신인상을 받았는데, 이젠 고인이군요.

제임스 설터, <가벼운 나날> : 이 책을 읽고 설터를 더 읽어, 말어? 결정할 겁니다.

페터 한트케, <왼손잡이 여인> : 한트케 읽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문고판이라 싼 맛에. 게다가 제목이 '왼손잡이'라는 것이 매력있었습니다.

막스 프리쉬, <트맆티콘> : 하여튼 막스 프리쉬, 웬숩니다, 웬수.

레온 드 빈터, <바스티유 광장> : <호프만의 허기>를 재미있게 읽어서 기대에 차 있습니다.

피터 케리, <오스카와 루신다>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가운데 한 편이라서.

코맥 매카시, <모두 다 예쁜 말들> : 내가 읽는 매카시의 마지막 책이 될 것인가 아닌가!

레이 브대드버리, <레이 브래드버리> : 재미있게 읽은 작가가 있으면 그가 쓴 다른 책도...

정영문, <검은 이야기 사슬> : <어떤 작위의 세계>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애니 프루, <브로크백 마운틴> : 영화와 관계없이 작가 이름만 보고 골랐습니다.

미셸 트루니에, <황야의 수탉> : 아닌 줄 알았는데, 제가 트루니에 팬이더군요.

존 버거, <A가 X에게> : 버거의 대표작이랍니다.

킴 투이, <루> : 놀랍게도 번역한 역자 윤진을 보고 고른 책입니다. 역자 검색해서 책을 구입한 두 번째 경우군요. 한 번 해보니 바람직하지 않았지만 이번은 예외이기를 바랍니다.

김민정, <해무> : 김윤석, 한예리 나오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제프리 유제니디스, <결혼이라는 소설> : 재미없다는 얘기를 들어 걱정입니다. 책 사기 전에 언질을 받았으면 좋았을 뻔했는데, 하필이면 배송 중에, 며칠 차이로....

장강명, <표백> : 오래 읽어보고 싶은 작가였습니다.

리처드 포드, <캐나다> : <독립기념일>의 작가가 썼습니다. <스포츠 라이트>로 실망했던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기대 반, 걱정 반.

앨리 스미스, <가을> : 작가 이름만 가지고 당연히 살 수밖에 없던 책. 그러나 좋은 평만 있는 건 아니라서 걱정...할 거 같지요? 천만의 말씀. 기대 많이 하고 있습니다.

김사인, <어린 당나귀 곁에서> : 시인의 이름을 딱 읽자마자, 여태 이이의 시는 잡지에서만 읽었다는 게 팍 떠오르지 뭡니까. 그래 얼른 구입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다시, 올리브> : 키터리지 여사를 한 번 읽었으면 이 책을 건너뛸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많은 추천을 받았습니다. 특히 다락방 님!

정지돈, <모든 것은 영원했다> : 후장주의 문학의 기수. 후장주의가 뭔 뜻이 있겠습니까. 그냥 가져다 붙인 거겠지요. 한 번은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작가입니다.

이산하, <악의 평범성> : 행복한 책읽기 님의 강력한 추천사!!!



* 읽을 책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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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9-20 0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로크백 마운틴
다 공감할수 없지만 인상깊게 봤던 소설!
감동포인트는 풍경과 마음의 묘사였습니다^^

Falstaff 2021-09-20 08:50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전에 프루가 묘사한 황량한 뉴펀들랜드 풍경에 홀딱 빠진 적이 있어서 아주 기대가 크답니다. ^^

행복한책읽기 2021-09-20 08: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1등인줄 알았더니^^ 제가 호명된 페퍼에 추석 선물 받은 느낌임다. 감솨!!^^ 읽을 책 목록을 저리 단정히 정리하는 분이셨다니. 다시 뵜습니다. 엄지 척!!!^^ 폴스타프님 추석 연휴에 저 음식들 중 몇 권을 잡수셨는지도 올려주시와요. 해피 추석 되세요~~~^^

Falstaff 2021-09-20 10:02   좋아요 1 | URL
ㅎㅎㅎ 덕분에 좋은 시집 한 권 읽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징크스도 있습니다. 저 위의 읽을 책 순서를 어기면 영 좋지 않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
추석 편안하게 보내셔요! 살은 조금만 찌시고요!!

막시무스 2021-09-20 09: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대박!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두개의 탑을 눈앞에서 보는군요!ㅎ 절대 장엄하십니다!ㅎ 평소보다 더 즐겁고 맛난 약주드시고 행복한 추석연휴되십시요!ㅎ

Falstaff 2021-09-20 09:03   좋아요 3 | URL
ㅎㅎㅎ 고맙습니다.
제일 좋은 얘기가 맛난 술 많이 마시라는 겁니다. ㅋㅋㅋㅋㅋ
막시무스 님도 즐거운 추석이 되기 바랍니다.

오거서 2021-09-20 09:53   좋아요 2 | URL
팔스타프 님이 드시는 맛난 술이 책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 참 부러운 책탑입니다. ^^

막시무스 2021-09-20 10:04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 말씀에 공감! 음주평론의 장르를 개척하시고 대가로 우뚝서신 팔스타프님! 문학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방울의 열정은 알콜이죠!ㅎ

오거서 2021-09-20 09:59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단지 술은 거들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Falstaff 2021-09-20 10:01   좋아요 0 | URL
와.... 추석맞이 덕담으로 아주 최곱니다, 두 분!!!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20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호프만의 허기 좋아서 바스티유 광장 골라놨는데 곧 읽어야겠어요. 저는 킴 투이 좋았어요. 크- 이선 프롬 너무 좋지요. 저는 여름도 좋았습니다. 디킨스는 올리버 트위스트 읽으려고 계속 생각만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정지돈 읽고 쓰실 리뷰가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저는 단편 하나 읽고 더 안읽은 작가이고 어쩐지 비호감이라 폴스타프 님의 리뷰로 그 다음은 어떡할것인가 생각할듯요. 아무튼 계속되는 리뷰 기대하고 기다립니다!!

Falstaff 2021-09-20 10:00   좋아요 0 | URL
그죠, <호프만의 허기> 정말 재미나지 않아요? 괜히 스피노자 얘기에 너무 힘을 쏟는 바람에 별 네 개 줬지, 스토리 라인만 가지고 따지면 다섯 개, 여섯 개를 줘도 아깝더라고요. <호프만의 허기>가 별로 팔리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저도 다락방님 아니었으면 안 읽었을지 모른답니다. ㅎㅎㅎㅎ
디킨스는 읽을 때마다 내가 왜 이걸 읽고 있나 하면서도 계속 읽게 되는 신기한 작가예요.
아휴... 제 독후감을 기다리신다니, 부담주지 마셔요!!! ㅋㅋㅋㅋ

stella.K 2021-09-20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강태기! 아까운 배우죠. ㅠ
로맹롤랑의 희곡 전 읽다 포기했는데 다시 붙들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책탑 대단하네요.^^

Falstaff 2021-09-20 11:48   좋아요 1 | URL
<에쿠우스>를 보면서 강태기는 늙지 않을 줄 알았답니다. 근데 심장마비로 벌써 갔다니 참, 인생이....

새파랑 2021-09-20 1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딱 두권 읽었네요 (내가 말하고 있잖아, 여름) 역시 폴스타프님은 이과 배우신 분~!!

Falstaff 2021-09-20 11:49   좋아요 1 | URL
에구, 전 한 권도 안 읽었답니다. 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9-20 12:19   좋아요 0 | URL
아 ㅋㅋ 그렇네요. 책탑은 언제나 멋집니다. 높을수록 더욱 더~!!

blanca 2021-09-20 1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골동품 상점>과 <패주> 읽을까 생각 중이었는데 님 리뷰 읽고 시작할게요^^그런데 에밀 졸라 책은 재미 없는 게 없는데 <패주>는 왜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이....커포티 책은 다 좋더라고요. 참, <장 크리스토프>도 안 읽었네요. 저렇게 읽을 책을 미리 엑셀로 정리하시고 하반기를 준비하시는 모습 배우고 싶네요.

Falstaff 2021-09-20 11:50   좋아요 1 | URL
<골동품 상점>하고 <패주>는 이번 주 안에 독후감 올라옵니다.
근데 제 독후감은 별로 믿지 마세요. 그냥 나오는대로, 생각나는대로 막 떠드는 수준이라서 말입죠. -_-;;;
오ㅡ <장 크리스토프> 괜찮아요. ^^

잠자냥 2021-09-20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저도 폴스타프 님이 후장주의자의 책에 어떤 감상을 내리실지 은근 기대됩니다. 그리고 폴스타프 님, 미셸 투르니에의 팬 맞습니다. 더불어 디킨스 찐팬. ㅋㅋㅋㅋ

설터 책을 과연 더 읽게 될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네요. ㅎㅎ
 
패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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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루공 마카르 총서 가운데 재미로 쳐서 뒤에서 1등 경쟁작. 이 책을 읽느니 보불전쟁에 관한 역사책 한 권을 독파하는 것이 낫다. 언제나 주장하듯, 근현대의 모든 전쟁소설은 반전문학이어야 한다. 특히 지난 시절 지식인의 상징이었던 졸라라면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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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9-17 18: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 코브라 자세가 좋지 않았나 보군요! 즐건 저녁시간 되십시요!ㅎ

Falstaff 2021-09-17 18:57   좋아요 5 | URL
그래도 졸라더군요. 다만 저하고 합이 맞지 않는 듯해서.
막시무스 님도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막시무스 2021-09-17 22:03   좋아요 5 | URL
팔스타프님! 질문있는데요, 저번에 졸라 추천하신 남매들이 작품, 나나, 목로주점, 제르미날인데 목로주점이 원탑이다!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데 맞는건가요?ㅠ 어제 영화 제르미날 초반부 봤는데 빠져들더라구요!ㅎ

Falstaff 2021-09-17 19:13   좋아요 7 | URL
저는 <나나> 추천 덜합니다. <나나> 안 읽으셔도.... ㅎㅎㅎ
원 톱은 당연히 <목로주점>입니다. 거기에 제르베즈 아줌마와 두 남자 사이에 아들 셋, 딸 하나가 생기거든요. 순서로 ♂,♂,♂,♀인데요, 각기 <작품>, <인간짐승>, <제르미날>, <나나>의 주인공입니다.
<목로주점> 이후로 열을 세우자면 <인간짐승>=<제르미날>, <작품>,........, <나나>입니다. 인간짐승의 마지막 부분이 <패주>와 연결이 되더군요. ㅋㅋㅋㅋ

막시무스 2021-09-17 19:16   좋아요 4 | URL
역쉬 깔끔하십니다! 제가 기억하는 댓글이 이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ㅎ

초딩 2021-09-17 19:22   좋아요 2 | URL
일단 추운데서 저러면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나 싶네요 ㅎㅎ
그리고 저정도면 PT를 받았을 가능성도…

초딩 2021-09-17 19: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재미 없기로
뒤에서 1등
경쟁이면

재미있다로 읽었어요 ㅎㅎ

우어 차가 너무 막힌다해서
일단 회사 탈출해서 널부러져 있습니다 ㅎㅎ

Falstaff 2021-09-17 19:48   좋아요 3 | URL
초딩님 / 앗, 그렇군요. 얼른 고치겠습니다.

뭐 오늘 같은 날에 출근을 하시고 그러셔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1-09-17 19: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코브라가 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17 19:49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제가 이리 혹평을 해서, 기대감이 팍 줄었으니 혹시 압니까, 오호, 생각보다 좋은데 하실지요.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17 22:27   좋아요 3 | URL
ㅎㅎ 졸라 작품은 다 읽을 예정이라 괜찮습니다!

독서괭 2021-09-17 2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졸라 다 재밌는 게 아니었군요! 목로주점이 최고라 하시면 그것부터 읽는 게 현명하지 않은 걸 수도 있겠네요. 내리막만 있으니..

Falstaff 2021-09-18 06:39   좋아요 2 | URL
ㅎㅎㅎ 독서괭님도 참. 쓴 게 다 재밌는 작가가 어디 있습니까. 살다보면 3.8 광땡도 잡고 장땡도 잡지만 가끔가다가 따라지나 망통도 나오는게 사람살이잖아요. ^^
곳곳에 흥미진진한 작품들이 늘어서 있어서 총서가 나오면 뭐 하나 그냥 지나가게 되지를 않더라고요.

유부만두 2021-09-18 0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패주가 패했....

새파랑 2021-09-18 10:02   좋아요 1 | URL
제목따라 책의 평가도 가나봐요. 역시 제목의 중요성? ^^

Falstaff 2021-09-18 13:5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우연입지요 뭐.
 
속살
이은준 지음 / 연극과인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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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세로 추정되는 극작가 이은준은 2001년에 국립극단 연수단원으로 있다가 극작과 연출을 하는 박근형을 만난다. 이은준이 생일이 빨라 학교를 일찍 들어갔는지 몰라도 대학 다닐 때부터 팬이었다는 박근형을 만난 2001년이면 스물두세 살 때였는데 대학을 졸업했었나? 하여튼 여기저기 자료를 다 뒤져보니까 79년 아니면 80년생이다. 물론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래 국립극단에서 박근형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은 <집>의 조연출로 시작해, 해보니까, 연출과 조연출이니 선후배이면서 스승-제자 사이로 뜻을 같이하게 되어 이들은 자연스럽게 2002년 “극단 골목길”을 창단하게 된다.

  12년간 뜻을 같이했던 이은준은 2014년에 골목길에서 독립하여 새로이 “극단 파수꾼”을 만들어 지금까지 극단 대표로 있다. 이은준은 자신의 극단에서 예전 골목길에서 박근형이 그랬듯이 비교적 자유롭게 자기가 극작 <속살>을 쓰고 연출해 2015년 7월, 노을 소극장에서 공연, 호평을 받기에 이른다. 이은준이 본격적으로 연출에 뛰어든 것이 2004년 국립극단에서 <질마재 신화>, <페드라 사랑>이었다고 하니 지금은 경력 17년의 중견 연출자인 동시에 성공적인 극작가라고 하는 것이 옳을 듯.


이은준


   이은준의 <속살>로 우리나라 현대(21세기) 희곡 단행본은 처음 읽는다. 물론 <희곡 우체통> 시리즈 가운데 한 권도 읽었지만 그건 모음집이지 단행본은 아니다. 이 ‘처음’이 갖는 의미가 보통이 아니라는 건 다들 이해하실 듯. 그리하여 이은준이라는 미모의 젊은 극작가의 이름은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리라 믿는다. 게다가 작품도 마음에 들었으니 말이지.

   남자 고등학교 시절 네잎클로버라는 이름의 작은 동아리를 만들어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있었다. 사내들은 둘 이상만 모여도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서열을 정하는 거라, 네잎클로버에도 당연히 1번이 있었으니 상필이다. 상필이는 이른바 의리의 사나이. 동아리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2번 정도 됐던 형기는 경찰서 형사로 있고, 영석이는 보험회사 외판원, 경식이는 식육식당, 정육점을 겸하는 식당의 사장이다. 경식이는 사람이 좀 무른지 두 해 정도 후배로 보이는 안경이를 다른 노동은 하지 않고 오직 홀 서빙으로 고용해 급여 없이 먹여주고 재워주고 남는 시간은 취직을 위해 공부하는 시간으로 사용하도록 해주었다.

   그럼 상필이는 뭐하냐고? 현재는 실업자다. 형사 형기가 진급한 날, 그날 비가 무지하게 내렸는데, 진급을 축하하는 파티를 제대로 하고,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 해서 빗길을 뚫고 바다까지 차를 몰다가 달리다가 사고가 났는데, 동아리 1번이자 의리의 사나이답게 모든 죄를 자신이 뒤집어쓰고 구속, 형을 살아 전과자가 됐다. 출옥 후에 줄줄이 사고를 치며 인생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현재도 집행유예가 떨어져 형의 집행을 유예받고 있다. 그동안 잠깐씩 직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재판 중에 해고 또는 사직을 했다고 보는 것이 정상일 듯.

   그거 말고도 상필이는 예를 들어 대학에 입학은 했는데 등록금을 내지 못해 제적당할 위기에 처했던 형기한테 아무런 조건 없이 등록금을 마련해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고, 경식이는 스포일러의 위험 때문에 밝히지 못할 신세를 졌으며, 영석이는 물론이고 심지어 네잎클로버의 막내 안경이도 마찬가지다. 

   희곡의 시작점이 상필이가 형 집행정지로 출소한지 6개월이 안 지났을 때인데 툭하면 사고를 치고, 친 사고를 스스로 봉합하지 못해 친구들이 십시일반 소위 ‘게임값’을 물어주어야 했다. 걷어차서 부서진 입간판을 형기가 자기 돈으로 고쳐주었던 일도 있고, 경식이 식육식당에서 고기 구워 먹던 재일교포 손님이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자 일방적으로 패버렸는데, 재일교포는 딱 앉은 자리에서 맞기만 해 구속당하기 일보직전이어서 다시 형사 형기가 개입해 적절한 선에서 합의금 지불을 약속하고 등등. 그렇다. 합의금을 약속하기만 했다.

 

  그런데,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요즘 시절에 한 친구가 사고를 치면 나머지 친구들이 갹출해서 n분의 1, 사고 칠 때마다 보상 또는 합의를 해주어야 하나? 뭔가 좀 이상하다. 앞에서부터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나도 살면서 친구들에게 돈 이야기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하면 안 될 것 같은, 그거야말로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 최적의 지름길이란 생각을 놓쳐본 적이 없다. 회사에서 희망퇴직 하라고 지랄할 때, 외국 법인 회장으로 있는 문영이한테 전화해서 취직자리 알아본 적은 있어도 말이지. 말 나온 김에, 문영이 그 새낀 힘만 셌지 친구 가운데 공부도 못했는데 지금은 제일 잘 나간다. 인생이 다 그런 거지 뭐. 이 정도면 나도 인생을 좀 아는 수준이건만 상필이와 그의 친구들은 좋게 생각해도 크게 오버했다.

  연극의 주 무대는 경식이가 운영하는 식육식당이다. 이 식육식당은 경식이 아버지 젊었을 때부터 운영하던 정육점의 버전 2쯤 되는데, 경식이 아버지가 정육점을 할 때는 이게 천한 직업이라 자기는 죽어도 식육식당을 안 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았건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해? 결국 가업을 물려받은 거다. 그리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맛집으로 컸다.

  식육식당, 또는 정육식당에서 피할 수 없이 봐야 하는 건, 생살이다. 이건 희곡의 제목 ‘속살’하고 같은 말. 나는 제목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어쩌면 당연하게 농밀한 사랑이 언뜻 생각나는 사람의 피부와 솜털로 덮인 속살을 생각했는데, 첫 장면,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재일교포를 두드리는 순간, 아, 아니구나, 사랑을 나누는 농밀한 속살이 아니라, 피가 뚝뚝 흐르는 날것의 생살을 뜻하는 거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불길한 생각은 도무지 틀리는 법이 아니라서, 이제 상필과 그의 친구들이 드러낼 속살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일만 남았다. 사람이라는 포유류의 속성. 내가 받은 건 어느새 잊어버리고, 내가 준 것만 오래도록 머릿속에 박혀있는 현상의 잔인함. 그리하여 벌어지는 비극. 이 책 속에 담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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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9-17 10:32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어제 화이자 2차 접종하고 오늘은 백신 휴가. 다음 주 몽땅 제끼니 바야흐로 열흘 방학의 첫날이다.
아침부터 비는 촉촉한데 이거 술도 한 잔 못하겠고 참 안타깝기 짝이 없다. 아 몰라, 몰라. 내일은 죽으나 사나 한 잔 해야겠다. 오늘까지만 참고.
우연히 오늘, 이응준의 <속살>로 책읽기 한 사이클이 끝났다. 후진 독후감 읽어주신 분들이 고맙다.
다음 주부터 새롭게, 다시 19세기로 돌아가 시대순으로 독후감 올리기 시작할 것. 물론 백신 후유증이 지금 정도로만 가비얍게 지나가준다면. 한 번 좀 끙끙 앓아봤으면 하는 마음도 들기는 한다. ㅋㅋ

초딩 2021-09-17 13:34   좋아요 2 | URL
이거 술 -> 이술 -> 이슬 -> 참이슬
0.1초만에 보였습니다

Falstaff 2021-09-17 17:57   좋아요 2 | URL
ㅋㅋㅋ 전 참이슬 안 마십니다.
뚜껑 빨갛고 딱지에 한자로 진로眞露라고 쓴 것만 보면 환장을 합니다만서도...ㅋㅋ

잠자냥 2021-09-17 1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문영이 그 새끼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17 10:30   좋아요 5 | URL
글쎄 걔가 고딩 때 같은 독서실 다녔다는 거 아닙니까. 애는 심지 깊고 그런데 친한 친구들 수준에선 공부를 못했습죠. 그나마 제가 끌고다니면서 공부시켜 사람꼴을 만들어줬는데 그 은혜를 알아서인지 몇십 년이 지나 제가 사는 곳까지 일부러 와서 술 사주고 가더라고요. ㅋㅋㅋㅋ 이 정도면 괜찮은 인간입니다. 요즘 세상에. 그죠?
아이고 (‘아이고‘ 타이프가 왜 자꾸 ‘이아고‘로 쳐지는지 이거 참!) 이 댓글 문영이나 문영이 마누라나 두 딸이 보면 안 되는데... 쩝쩝. 하긴 남편, 아빠 닮았으면 책 볼 인간들이 아니긴 합니다만, 캥기긴 캥깁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17 10:36   좋아요 5 | URL
성공한 문영이~ 괜찮은 친구 같네요. ㅎㅎ
와, 폴스타프 님 휴가 대박이네요!?.... 모쪼록 내일은 쐬주와 함께! 연휴에 재미난 책 왕창 읽으시고, 맛난 음식도 많이 드세요~

Falstaff 2021-09-17 10:48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잠자냥 님도 추석 잘 보내시고, 부모님한테 봉투도 드리시고, 책도 많이 읽으시고, 냥이들하고 즐겁게, 과음만 하지 마시고 보내세요!

다락방 2021-09-17 10: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읽는데 어쩐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엄석대 생각이 나버리네요?

그건그렇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월요일에 맞은 관계로 이제부터 추석 연휴 내내 자유롭게 술을 마실 수 있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Falstaff 2021-09-17 12:13   좋아요 2 | URL
옙. 그러고보니 비슷하기도 합니다!
ㅎㅎㅎㅎ 다락방님이라도 자유롭게 드실 수 있어 좋네요. 저도 노력해보겠습니다!!!

미미 2021-09-17 1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혼자 뒤집어 쓰고 감옥 간것 땜 친구들이 계속 뒤치닥거리를 해 주는 것 같네요. 한계가 오기 마련인데 결국 식당에서 상필이를 굽게 되는건 아닌가요?😳
내일 맛있게 한잔하시고 즐거운 방학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새 시즌 멋지게 시작!😆👍

유부만두 2021-09-17 11:10   좋아요 3 | URL
흐억?!!!

Falstaff 2021-09-17 12:14   좋아요 3 | URL
흐억?!!!
옙. 미미님도 추석 잘 쇠세요!!! ^^

다락방 2021-09-17 12:49   좋아요 3 | URL
아 미미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9-17 1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에는 제목들이^^

Falstaff 2021-09-17 12:14   좋아요 3 | URL
이 작품은 엽기까지는 가지 않습니다. 미미 님이 워낙 상상력이 뛰어나셔서요. ㅋㅋㅋ

coolcat329 2021-09-17 12: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첨에 네잎 클로버가 폴스타프님 얘긴 줄 알고 이중 누구시지? 했다가 아! 이 책 이야기구나 바로 정신 차렸습니다 ㅋ
폴님은 술 사주면 일단 커트라인은 넘는거죠? ㅋ

비록 오늘 술 못하셔도 긴 연휴 명절 음식 생각하시며 즐거운 하루되세요!

Falstaff 2021-09-17 12:1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옙. 저한테 누군가가 술 사주면 반드시 복 받습니다. 이건 진립니다! ^^

초딩 2021-09-17 13:35   좋아요 2 | URL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ㅎㅎㅎ

초딩 2021-09-17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추석 알파 긴 연휴 잘 보내세요~!

Falstaff 2021-09-17 17:58   좋아요 2 | URL
옙. 고맙습니다.
초딩님도 잘 보내셔요!
 
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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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월에 정세랑의 <이만큼 가까이>를 읽고, 나는
  “문학에, 소설판에도 그런 게 있다면 <호밀밭의 파수꾼>, <노르웨이의 숲>과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여보고 싶은 <이만큼 가까이>다.”
  라고 메모한 적이 있다. 파주 근방을 무대로, 더 이상 젊지 않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쓸쓸하며 따뜻했고, 멀고도 가까웠으며, 낡아 누추하면서 찬란했고, 그립지만 결코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장소를 깔끔하고 담백하게 묘사한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나, 이후 정세랑의 작품들이 연쇄적으로 출간되는 걸 알면서도 어찌하다 보니, 제을러서 언뜻 선택을 하지 않았었다.
  이제 <덧니가 보고 싶어>를 읽었다. 여백이 많은 편집으로 220쪽의 짧은 소설. 다 읽으려면 반나절하고 조금 더,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당연히 전에 읽었던 <이만큼 가까이>를 염두에 두고 책을 읽었고, 읽는 과정에 크게 실망했고, 다 읽고는 완전히 실망했으며, 이 책은 절대 책꽂이에 꽂히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정세랑이 쓴 책은 딱 한 권만 더 읽어보고 또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 결심했다. 마침 사무실 내 앞자리에 지난주에 결혼한 스물여섯 살 덧니 난 직원이 있어서 보라고 줘버렸다.
  이게 사랑 이야기라고? 나는 아무리 좋게 봐도 죽도 밥도 아니던데. 오히려 장르 소설로 보는 게 맞지 않은가 싶기도 하지만, 장르 소설이라기보다 한 발만 그쪽에 올려놓고 짝다리 짚은 형국이다.
  정세랑의 언어유희 하나만 건지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하시라. 사서 읽으시라.

 

 

* 서사가 없다. 그래도 문장이 날아다닌다. 문장이라도 보고, 옛 정을 기억해서 별 하나, 아나, 여깄다, 더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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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9-16 08: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문장도 날지만 발차기도 날고 그래서 제겐 경쾌하고 귀여웠….습니다. ^^ 보건교사 안은영과 닿아있는 기분이었고요. (제가 좀 젊은 건가봐요? ….)

Falstaff 2021-09-16 08:18   좋아요 3 | URL
ㅎㅎㅎ 독자마다 감상이 달라야지 똑같으면 재미 없잖아요. 그게 재미죠 뭐. ^^

vita 2021-09-16 08: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세랑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거 같아요. 사랑 소설이라고 해서 저도 별 하나만 주고 아 잼없어 이랬다가 친구가 별 다섯 주는 거 보고 깜놀했고 또다른 정세랑 소설은 읽고 오 좋아 이러면서 별 다섯개 주고_ 왔다갔다 이 템포가 너무 극과 극인지라 쭉 읽는데는 좀 무리가 가더라구요. 그리고 별표 하셨으니_ 저는 서사 없는 소설(?), 이야기 흐름도 좋아하는데 표지 사진 보니 읽고싶지 않아졌어요 소심

Falstaff 2021-09-16 09:13   좋아요 2 | URL
저는 이제 두 권 읽어서 정세랑에 대해 뭐라 하기는 좀 그렇고요, 하여튼 이 책은 꼽표였습니다. 아우....
서사가 없으면 의식이라도 흘러다녀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러면서 내용은 감각적이었다가 끝내 엽기를 향해 치닫고, 도대체 이게 뭔지 잘 모르겠더랍니다.
제가 책 읽는 내공이 부족해서 그렇겠지만요. ^^
표지 그림이야 뭐.... 좀 남사스럽긴 합니다. 전철에서 내놓고 읽기엔 좀. -_-;;

vita 2021-09-16 09:24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님이 내공이 부족하시면 ㅋㅋㅋㅋㅋㅋ 저 굴 파고 머리만 박고 있어야겠네요. 위에 유부만두 언니는 좋게 보셨다고 하니 호기심도 살짝 생기고

유부만두 2021-09-16 09:39   좋아요 1 | URL
제 취향은 천방지축입니다! 하하하

미미 2021-09-16 09: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와 제목은 신박한데 안타깝네요. 덧니난 직원에게 주셨다는 대목에서 빵ㅋㅋㅋㅋ <이만큼 가까이>보니 판매순위는 많이 밀려 있는데 샐린저와 맞짱수준이라니 궁금해서 찜합니다~🤭

새파랑 2021-09-16 09:58   좋아요 2 | URL
저도 폴스타프님이 극찬하시니 읽어봐야겠어요 ^^

Falstaff 2021-09-16 10:07   좋아요 3 | URL
앗, 조심하세요!
<이만큼 가까이> 감상평이 극과 극입니다. 반면에 책 읽고 독후감 쓰기 시작한지 겨우 한 달 정도밖에 안 될 시점이라 과장이 심했을 지도 모릅니다. ㅎㅎㅎㅎ

잠자냥 2021-09-16 10: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하필이면 그 직원은 왜 덧니가 나가지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16 10:26   좋아요 5 | URL
문제가 표지였습니다.
너 가져. 이랬는데, 직원 얼굴이, 책 표지 보더니 저 새끼가 성희롱 하는 거 아냐, 뭐 이런 기색이 팍, 나는 거예요. 떱떠름해 하는 게.
아 참. 세상 왜 이리 어려워요?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16 10:4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표지 어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9-16 11:13   좋아요 3 | URL
아 ㅠㅠ 덧니ㅠ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빵집에서 곰보빵 열개만 달라고 하고 주인을 보니 주인 얼굴이 곰보였다는 ㅠㅠ 너무 미안해서 도망치고 싶었다고 돌아가신 아빠가 해주신 얘기가 생각나네요.

공쟝쟝 2021-09-16 11:21   좋아요 1 | URL
아..... 표지...... 폴스타프... 직원에게...............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09-16 1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
이런 표지에 약하신듯 하네요. 캣퍼슨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ㅋㅋㅋ

Falstaff 2021-09-16 11:27   좋아요 3 | URL
이런 표지에 약하지 않아요! ㅋㅋㅋㅋ 그러니까 아무 생각 없이 덧니 난 여직원한테 너나 읽어라, 하고 줬지요.
덧니 직원이 눈을 내리 깔고 책 표지를 힐끗 보더니 저를 다시 올려다 보는데, 그 눈길이 꼭 째리는 거 같았다니까요. ㅠㅠ

초딩 2021-09-16 1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음 남자 두명인줄 알았습니다. 표지가
전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인가 앞 부분 좀 듣다 치웠습니다 ㅎㅎㅎ 리스트 추가하고요 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Falstaff 2021-09-16 12:10   좋아요 3 | URL
표지가 남자 두 명으로 생각하셨다고요?
음하하하하..... 굿 아이디어입니다!! ^^

잠자냥 2021-09-16 14: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트위터 보다 보니까, 어제(9월 15일) 정세랑 작가 생일이었답니다. ㅋㅋㅋㅋ 이 리뷰 어제 안 올리신 거 왠지 다행(?) ㅋㅋㅋ

Falstaff 2021-09-16 14:45   좋아요 2 | URL
아, 그랬습니까?
아이고, 하마터면 천하에 재수없는 인간이 될 뻔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이장욱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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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욱. 이이가 68년생 잔나비 띠라서 그런지 재주가 많은 모양이다. 고려대 노어노문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를 한 건 뭐 그렇다고 해도, 스물여섯 살에 현대문학에 시인 추천 완료하고, 11년 후인 서른일곱 살엔 문학수첩 작가상으로 소설가 데뷔를 한다. 요즘에 별로 작업을 하지는 않지만 비평까지 곁들였다고 하니 시인, 소설가, 평론가, 이렇게 삼관왕에 빛나는 문재를 휘날리고 있다. 박사학위를 소지했고, 시인이자 소설가에다 평론가이기까지 하니 주로 교육계에 몸담으면서 창작행위를 하고 있어서, 조선대 문예창작과를 거쳐 현재는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에서 문예창작 교수를 하고 있다. 시를 가르치는지, 소설을 가르치는지는 내가 그 학교를 다녀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암만해도 교수라는 직업이 긴 방학 등등 창작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편한 모양이다. 유대계 소련 의사 레오니드 치프킨이 쓴 <바덴바덴에서의 여름>을 번역했고, 창비, 문지, 민음사 등에서 시집을 내고, 장편소설과 소설집 여러 권, 평론집 등을 거의 매년 출간하는 것을 미루어 생각해보면 그렇다. 진짜로 한가한 직업이라는 말은 아니다. 언짢아도 고소하지 마시라.
  작가의 이런 스타성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야 그의 작품집 한 권을 읽었다.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표제작을 포함해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2019년에 출간을 했으니 이장욱의 나이 쉰두 살 때다. 작가를 굳이 586세대로 구분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하여튼 소위 86세대 이후 등장하는 작가들이 쓴 “요즘 소설”하고는 조금 다른 글쓰기가 아닌가 싶다. 특별히 한 시절을 규정할 단어를 찾지 못해 그냥 펀한 대로 쓰자면, 덜 까탈스러워 읽기에 편하다. 그러면서도 발랄하다. 심지어 자살 등의 어두운 내용의 음울한 주인공을 소개하는 장면까지도 그러하다. 예컨대 <낙천성 연습>의 초두를 인용하면,

 

  “예전에 자살을 하겠다고 예고 문자를 보내온 위인이 있었다. 자살을 ‘암시’만 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통보’해온 것이다.
  ‘나는 앞으로 삼십 분 후 자살할 예정이다. 잘살길 바란다.’
  이게 전부였다. 그 문자를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동시에 이렇게 중얼거렸다.
  ─ 미친 새끼.
  하마터면 나까지도 그렇게 외칠 뻔했으니, 말 다했다.”

 

  이렇게 시작해서 문자를 보냈던 위인이 저지른 네 번의 자살미수 사건을 소개한다. 자살미수라는 것을, 자살을 시도해보지 않은 인간들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자살을 결심하기 전까지의 갈등에 관해서는 공감하지 않은 채, 죽음에까지 이르지 못한 결과만 판단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그리하여,

 

  “네 번째로 살아난 뒤에는 아무도 그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았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위인 앞에서 나는 노골적으로 탄식하며 이렇게 뇌까렸다.
  ─ 아, 쪽팔려.
  병상의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 그게…… 애비 앞에서 할 말이냐.”

 

  그러니까 <낙천성 연습>의 화자는 과거에 네 번에 걸친 자살미수를 저질렀던 아버지가 문자를 보내 앞으로 삼십 분 후에 자살할 예정이라고 하자, 그간의 자살미수 소동을 떠올리며 아버지한테 하마터면, “미친 새끼”라고 중얼거릴 뻔했다는 얘기다.
  물론 단편선의 작품들은 발랄하지 않다. 그러나 그동안 수없이 읽어서 이제 나왔다 하면 대강 결말을 짐작할 수 있는 가정 내 괴물과 치유 곤란의 상처와는 달리, 가정 내 괴물이라도 지금 하고 있는 얘기가 어디로 튈 줄 모르는 게 색다르다. 첫 번째 실린 작품이 <행자가 사라졌다!>인데, 제목에서 들먹이고 있는 행자는 아흔 살이 넘어 정신이 혼미한 할머니의 이름인 동시에 볼파이톤 또는 공비단뱀이라고 불리는 파충류, 저 먼 옛날 이브에게 금단의 열매를 딱 한 입만 베어 먹으라 유혹을 해 다리가 몽땅 사라져 평생 배로 땅 위를 기어 다니는 형벌을 받은 짐승의 후예다. 근데 뱀한테 이름이 있느냐고? 당연하다. 이 뱀은 지금 이태리 아파트 2동 301호에서 평생을 살고 있는 중으로 특기는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말아버리는 능력이다.
  이 집, 2동 301호의 가장은 화자 ‘나’가 아빠라고 부르는 인간인데, 386 세대로 대학을 졸업한 후 긴 방황기를 거쳐 재무설계사가 되었다가 외환위기 이후 폭락장을 역이용해 대박을 치면서 업계에 등장했지만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 폭탄을 맞자 가산을 탕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가산을 탕진했는데 입지전적이라고? 그렇다. 근데 그건 책을 직접 읽어봐야 안다. 아빠는 꼴보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문화인이자 교양인이며, 모차르트를 좋아하고 바그너를 사랑하는데 백남준과 김환기에 대해서도 견해를 피력할 줄 안다. 보기 드문 오페라 마니아로 <라 트라비아타>에서 <마담 버터플라이>까지 오페라의 내용과 공연사를 줄줄이 꿰고 다닌단다. 오페라 마니아답게 내연관계에 있는 여자가 1년마다 바뀌어서 ‘나’는 오페라 마니아이기 때문에 내연녀가 그리도 숱하게 바뀌는 거라고 여기기에 이르렀단다. 손버릇이 더러워 기분이 안 좋을 때 눈에 띄는 모든 가솔들에게 폭력을 감행하고는 했지만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실질적으로 가내 경제의 책임을 엄마가 부담하기 시작한 후로 이 버릇은 없어졌단다.
  뭐 대강 이런 집구석에서 ‘나’가 가장 아끼는 가족 구성원인 볼피아톤 종 뱀 행자가 사라졌으니 ‘나’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누가 행자를 버렸는지,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고의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누가 행자로 하여금 탈출에 성공하게 만들었는지를 추리하는 일이다. 그렇지? 근데 이 작품이 단편이라 여기서 한 발짝이라도 더 진도를 나가면 분명히 스포일러가 될 것이라 급하게 입을 막고 있겠지만, 하여튼 이장욱, 이이가 “발랄한 우울” 하나는 절묘하게 만들어낸다. 한 권쯤 더 읽어볼까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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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9-14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작가가 저렇게 다양한 이력이 있군요. ‘저는 작가의 이런 스타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 권도 읽은 게 없네요. ㅎㅎㅎㅎ

Falstaff 2021-09-14 09:45   좋아요 1 | URL
시인으로 더 이름이 난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시와 소설을 동시에 잘 쓴 사람은.... 생각나지 않네요.
그리고, 전 시인이 쓴 소설, 소설가가 쓴 시도 잘 읽지 않습니다. 믿고 읽으면 나중에 꼭 똥 밟은 기분이 되거든요.ㅋㅋㅋㅋㅋㅋ (대표선수, 김x환, 듣고 있나!)

다락방 2021-09-14 1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장욱 이름이 귀에 익어 뭔가 읽은 것 같아 검색해보니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을 읽었네요. 그거 한 권 딸랑 읽고는 그를 잊고 사네요. 하핫

Falstaff 2021-09-14 10:05   좋아요 1 | URL
잊히는 작가는 빠짐없이 다 이유가 있습지요. ㅎㅎㅎ 물론 작가 탓입니다!!

황금모자 2021-09-14 1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이장욱쌤은 소설 창작 담당입니다. 그리고 인기 수업입니다ㅋ

Falstaff 2021-09-14 13:56   좋아요 1 | URL
아, 요새 동대 문창과가 특히 소설에서 무지 핫하던데 소설 창작 가르치는군요. ㅎㅎㅎㅎ 일러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