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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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네빌 슈트. 1899년 런던 태생. 엔지니어로 항공기 개발 일을 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오스트레일리아에 정착해 1960년에 사망할 때까지 글을 쓰며 살았다고 책 앞날개에 간략한 소개 글이 있다. 그리하여 네빌 슈트는 영국과 말레이 반도, 오스트레일리아의 광막한 목장지역 모두를 무대로 삼는 장편소설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19세기 후반,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 북부의, 20세기 중반엔 거의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버릴 금광도시 홀스크리크에서 거금을 모아 영국 요크셔 주 드라필드로 옮겨간 제임스 맥파든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이이가 마흔여덟 살이 되던 1905년 3월, 귀족들의 취미인 승마를 즐기다가 그만 말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져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한다.
  제임스의 아들 더글러스 맥파든은 스코틀랜드 퍼스에 있는 학교를 다녔는데 같은 학교를 다닌 동창 가운데 조크 댈하우지라는 공부 잘 하는 친구가 있어서 훗날 법률사무소 ‘댈하우지 & 피터스’의 파트너 변호사의 자격으로 더글러스 맥파든의 모든 법정 대리인이 된다. 세월이 흘러 이 가운데 피터스가 사망하고 새로이 노엘 스트래천이 주니어 파트너로 들어오지만 법인 이름 ‘댈하우지 & 피터스’를 굳이 변경하지 않았다. 또 세월이 흘러 1928년, 댈하우지 씨 역시 명이 다해 젊은 변호사 래스터 로빈슨이 주니어 파트너로 가세를 해 오늘에 이른다. 그러니 더글러스 맥파든과, 댈하우지를 대신한 자신의 법정대리인이자 작품 속의 관찰자이자 화자인 노엘 스트래천이 서로 먼 인연이 있다고 해도 무방하지만, 두 당사자는 더글러스가 생을 마치고, 모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이를 알지 못한다.
  더글러스 맥파든은 평생 독신으로 검소한 삶을 살았고, 그의 누이 진 패짓에게 아들과 딸, 이렇게 두 명의 조카가 있어서 모든 재산을 조카에게 상속하기로 결심을 한 상태였다. 누이의 남편인 아서 패짓은 말레이시아 이포 부근에서 회사일로 자동차를 몰고 출장을 가다 나무에 정면충돌해 더글러스의 여동생을 애 둘 달린 과부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1935년에 더글러스는 스코틀랜드 남부의 에어에서 변호사 노엘 스트래천을 불러 새로이 유언장을 만드는데, 복잡한 거 다 빼고 말하자면 모든 재산을 남자 조카인 도널드 패짓에게 유증한다는 거. 만일 누이 진과 도널드가 더글러스보다 먼저 죽으면 더글러스가 장기 투숙하고 있는 호텔의 주인 내외에게 남겨줄 약간의 현금을 제외한 모든 재산은 도널드의 여동생, 엄마와 같은 이름을 받은 진 패짓에게 유증하되, 서른다섯 살까지 노엘 스트래천과 ‘댈하우지 & 피터스’ 법무법인에게 신탁 위임한다는 내용이다. 이것으로 더글러스는 잊자.
  세월이 흘러 1940년 12월 7일이 왔고, 일본의 폭격기들이 진주만에 무차별한 폭격을 가함으로써 미국은 태평양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이때 성인이 된 도널드 패짓은 어려서 말레이 반도에서 자라 현지 언어에 익숙하기도 했고, 순직한 아버지가 워낙 성실했던 터라 쿠알라셀랑고르 인근의 고무농장에 취직해 있었다. 또한 열아홉 살의 동생 진 역시 쿠알라룸푸르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즉 한 가족이 모두 말레이 반도에 있다가 태평양 전쟁이 터졌고, 1941년 역사상 처음으로 북부 말레이반도의 빽빽한 삼림을 뚫고 싱가포르까지 진격한 일본군에게 가족 모두 포로로 떨어지고 만다. 어머니 진은 1942년에 폐렴으로 죽은 것이 확인 됐다. 강철 체력이던 도널드도 태국-버마간 철도 공사장으로 끌려가 모진 노동 끝에 말라리아, 이질, 괴사가 겹쳐 죽고 만다.
  이제 딸 진 패짓만 남아 더글러스 외삼촌의 큰 재산을 차지하게 되었는데, 그러려면 먼저 살아서 영국에 도착해야 할 터. 말레이 반도에서 포로들을 접수한 일본군은 남자들의 거의 대부분은 태국-버마의 철도 공사 현장으로 보내버리면 되는데, 결코 여자들과 아이들을 위해 따로 수용소를 만들 의향이 없어 나름대로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일본군들은 자신들의 관할권 밖으로 한두 명의 호송병을 붙여 보내 다른 부대의 관할로 미뤄버리기에 급급한다.
  남자 포로들의 태국-버마 철도 건설에 관해서는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에서 잘 묘사가 되어 있으나 여자와 아이들 포로에 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진 패짓이 포함되어 있는 서른 댓 명의 포로들은 말라리아와 이질, 불규칙하고 열악한 음식과 의약품이 없는 환경 속에서 말레이 반도의 정글지역을 수백 킬로미터를 행진하며 반 이상이 죽는다. 이 죽음의 행렬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건강한 체질을 타고났고, 거기에 보태 성격적으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낙천적인 기질을 가진 부류들이었다. 여기에 말레이 말에 익숙한 진 패짓이 자연스레 무리의 대변인 비슷하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
  어느 날 이들 앞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남자 포로 두 명이 등장한다. 말레이 반도의 철도를 뜯어 태국-버마 철도용 레일과 침목으로 운송을 하는 일을 하게 된 호주인 가운데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의 광활한 황무지에서 목동으로 일하다가 참전을 한 조 하먼이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저 먼 변경사람답게 무뚝뚝한 친절이 몸에 밴 조 하먼은 여자들을 위해 돼지고기 덩어리와 약품과 비누도 훔쳐다 준다. 그러다가 자기 사령관이 애지중지하던 닭을 다섯 마리씩이나 훔쳐다 준 것이 발각이 나 두 손에 못이 박힌 상태로 심한 구타를 당해 짧은 생을 접고 만다.
  진 패짓은 여자와 아이들과 더불어 말레이 지역을 방랑 하다 한 촌 마을에 정착을 해서, 무려 영국에서 온 백인 여자와 아이들이 말레이 사람들과 똑같이 사롱을 입은 채 논농사를 지으며 삼 년간 버티다가 전쟁이 끝나 무사히 싱가포르를 거쳐 귀국한다.
  자, 스토리는 딱 여기까지만.
  1948년 1월에 더글러스 맥파든 영감이 사망을 했으니 이젠 진 패짓에게 35세까지 연 9백 파운드의 안정적인 수입이 생길 것이고, 35세가 되자마자 돈방석 위에 올라앉게 될 터.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이제야 시작되며, 놀랍게도 러브스토리로 진행하게 된다.
  그러면 제목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이 무슨 뜻일까.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다. 영어 제목은 A Town Like Alice. 앨리스 같은 거리. 여기서 앨리스는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에서 비교적 번창한 도시 ‘앨리스스프링스’를 말한다. 뭐 큰 도시는 아니고 그냥 일층짜리 건물이 비교적 조밀하게 모인 사막도시인데 오스트레일리아 사막 또는 황야 지역에서 상당히 큰 마을인 듯하다.
  따뜻한 책이다. 늙은 변호사 노엘 스트래천이 천성이 착하고 건강한 진 패짓과 나누는 우정을 깔고 새로이 싹이 트는 진과 한 청년의 사랑의 이야기. 가슴이 훈훈해지고 두 권 오백 여 페이지의 분량이 술술 읽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작가는 책을 시작하기 전에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 언질을 준다. 자기가 만난 가장 씩씩한 여성에 관한 글이라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다 읽고나면, 좋은 작품인 건 분명한데 어딘지 도식화된 그림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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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1-15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 이거 재미날 거 같아서 보관함에 담아두기만 했는데....(중고로 뜨면 사려고요)
폴스타프 님 리뷰 읽어보니 왠지 안 읽어도 될 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 ㅋㅋㅋㅋ

2021-01-15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5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1-01-15 13:22   좋아요 1 | URL
하하...그쵸? ㅋㅋㅋ

Falstaff 2021-01-15 13:27   좋아요 1 | URL
이거 참... 쿨캣 님께 뭐라 말씀을 드려야할지.... 대략 난감...입니다. ㅋㅋㅋㅋ

hnine 2021-01-15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친절한 저자 소개로 시작하는 Falstaff님의 리뷰~ ^^
저 지금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를 다 읽고 리뷰 쓰려고 하던 참에 Falstaff님의 예전 서재 글을 보게 되었는데, 인정못받은 불쌍한 책들 리스트에 당당히 올라있더군요 ㅠㅠ
더구나 카탈로니아 찬가 다음으로 앙드레 브르통의 <나자>를 읽기 시작했는데 그 책도 그 리스트에 있지 뭡니까. 그래서, 더 흥미 팍팍 돋았습니다.

Falstaff 2021-01-15 16:3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카탈로니아 찬가>는 다들 좋아하시는 작품입니다. 전 오웰하고 궁합이 참 안 맞아요. 동물농장도 그렇게 싫어한답니다. 1984는 기억도 나지 않고요. ^^
근데, <나자>는, 에구 참. 에구, 에구... 하여간 진도 안 나가는 작품이었어요.
하하하, 오래 전에 쓴 페이퍼인데 아직도 읽어주시는 분이 계시는 게 재미있습니다.
 
시몬마샤르의 환상 서문문고 318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피종호 옮김 / 서문당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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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필 미국 극작가의 작품을 읽고 곧바로 독일 출신 극작가의 작품은 연이어 읽게 됐다. 굳이 나이로 구분해보자면,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유진 오닐,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와 테네시 윌리엄스, 이렇게 비교해야 하겠지만, 사실 세대 차이는 이들의 특징과 별로 관계가 없는 것 같다.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미국의 극작가들이 다루고 있는 단위가 주로 가족인 반면, 독일(어권) 극작가들은 한 나라, 도시 등 보다 넓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포착하려 하지 않았나, 하는 의미.
  이것은 필연적으로, 아니, 다시 말해야겠다. 아마추어 독자인 내가 느끼는 한에 있어서, 미국 극작가들의 인간 개별적인 감상이 훨씬 호소력이 있는 반면, 독일 극작가들의 작품에는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과 풍자가 두드러진다. 비록 내가 미국의 극작가들을 더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독일(어권) 극작가 역시 멀리 할 수 없는 이유다.
  여태 읽었던 브레히트는 단 한 권. 희곡 <서푼짜리 오페라>, <억척어멈과 그 아이들>, <갈릴레이의 생애>와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들어있는 동서문화사 책이었다. 극작가의 절친한 친구가 작곡한 쿠르트 바일의 오페라 <마하고니 시의 흥망성쇠>의 대본을 통한 것까지 합하면 <시몬 마샤르의 환상>이 다섯 번째 만난 브레히트의 극작이지만, <마하고니…>는 읽지 않은 걸로 치자.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백억 프랑을 들여 견고하게 쌓은 마지노선을 우회해 프랑스를 침략한 독일군에게 어이없이 파리를 내준 1940년 6월 14일부터 6월 22일까지, 생마르탱 시市를 무대로 하고 있다. 6월 22일? 놀랍게도 세계대전 개전 초기인 1940년 6월 22일에 독일과 프랑스는 휴전한다. 물론 후세의 역사가들은 당시 휴전 협정에 서명한 비시 정부를 ‘괴뢰 정부’라 일축하지만, 하여튼 일신상의 이유로 나치에 협력하기로 결정한 앙리 필립 페텡 원수가 휴전 협정에 서명한 것은 사실이다. 이로써 프랑스는 비록 잠깐이지만 독일의 속국으로 편입된 것도.
  베르톨드 브레히트는 이 사실과 저 먼먼 15세기 시절 백년전쟁 당시의 샤를 7세, 즉 오를레앙의 처녀, 잔 다르크가 참전하고 화형을 당했던 시기와 뒤섞어 비교하는데, <오를레앙의 처녀>를 시간 날 때마다 탐독하던 생마르탱 시의 한 여관에 하녀로 일하는 소녀 시몬 마샤르의 꿈과 백일몽을 통해 당시 인물들과 등장인물이 겹치게 만들어 놓았다. 즉, 시몬의 꿈이나 백일몽 속에서 생마르탱의 시장은 샤를 7세로, 탈영한 프랑스 중대장 오노레 페텡은 부르군트 왕국의 공작으로, 여관 주인의 어머니 마리 수포는 샤를 7세의 모후 이자보 등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다만 장소는 현재, 독일군이 코앞에 있거나 이미 진주한 생마르탱 시의 운송업을 겸해 화물차가 몇 대 있는 여관의 큰 마당에서.
  브레히트가 강조하고자 하는 건, 저 옛날 오를레앙의 처녀가 프랑스의 국법에 의하여 화형에 처해졌듯이, 1940년 6월의 생마르탱에서 잔 다르크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시몬 마샤르 역시 프랑스 사람들로 구성된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모종의 조치가 취해진다는 것. 그럼 법원의 판사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전부 친 나치 성향의 인물이냐? 오히려 그러면 그만인데, 그렇지 않다는데 더 큰 비극이 있다. 아니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거대한 환경의 변화에서 상류의 시민들이 자신의 보전을 위하여 소신을 버리는 행위일 수 있다.
  아쉽게도 브레히트의 작품으로는 특유의 반짝거림이 좀 덜하다. 물론 이건 바로 전에 테네시 윌리엄스의 명작을 읽을 후유증일 수도 있어서 전적으로 작가 탓을 할 수 없기도 하지만, 하여튼 독자가 읽기에 그랬다. 독자의 눈이 쓸데없이 높아져 그랬다 하더라도 다 그게 팔자라고 생각해 박하게 독후감을 쓴다고 독자를 원망하지는 말 것. 아무리 그래도 재미없는 건 재미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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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유명한 문학평론가이자 집필가께서 니콜라이 오스트롭스키의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가 새 번역본으로 나왔다고 해 득달같이 가봤다. 바로 이 책이다.

 

 

 "새 번역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새로운 역자가 새롭게 작업해서 기존 김규종 번역을 극복하는 서적이라고 이해해왔었는데, 거 참. 좋다, 좋아. 새 번역본이란 다만 기존의 번역과 다른 번역본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면 반박할 여지가 없으니.

  이 책을 번역한 추영현 씨는 1930년 생으로 2019년에 생을 마감했다. 일간스포츠 기자 생활을 하다가 박정희 유신정권의 함정수사에 걸려 긴급조치 1호와 4호, 그리고 반공법을 위반한 혐의로 옥고를 치룬 전력이 있다. 출감 후에도 이어지는 유신과 전두환 정권 치하에 감히 긴급조치와 반공법 위반 전력이 있는 인사를 재취업시켜줄 회사는 한 곳도 없어 틈틈히 번역 일을 하고는 했다.

 2011년에 긴급조치와 반공법이 위헌으로 판결이 나 사면 복권이 되었어도 지난 세월을 어찌 돌이킬 수 있었을까. 나름대로 굴곡많은 우리의 현대사 속에서 큰 희생을 당한 평생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추영현 씨가 1930년생. 해방이 될 때 나이 열여섯. 일본어를 국어인줄 알고 유년기와 소년기를 보낸 추 씨는 출감 후에 스피노자, 로크 등을 번역했고, 특히 나도 읽어본 <겐지 이야기>는 유려한 문체로 빛나는 번역을 만들었다.

 

 

 추 씨의 가장 유명한 저작은 <괴벨스 프로파간다!>를 이야기하는 모양인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어, 지금 보니 이것도 저작이 아니라 번역이다.

 

 

 

 그런데, 1930년에 식민지 조선 땅에서 태어나 활발하게 일본 책을 번역하고, 서양 책을 중역해온 추영현 씨가 러시아 말에도 능통해서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를 이번에 영혼이나마 다시 환생해 번역했다....고 믿을 수도 있는 얘기를, 그것도 유명인이 하시면 안 되지.

 차라리 해당 포스트를 통해 전에 책을 낸 출판사 열린책들에게 역자 김규종과 조속히 판권 협의를 거쳐 중판을 내라고 독촉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독자들 또는 자신의 수강생들로 하여금 중역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하여튼 중역의 의심을 받는 책을 구입하게 할 수도 있는 언행은 삼가는 것이 옳았을 듯하다.

 자신의 강의에 이 책을 쓰건 말건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고.

 

 

 

 

 이 두 권의 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외양은 소설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수백년이 흐른 다음의 존재 의의는 20세기에 70년간 존속했던 소비에트 연방에서 인민들의 의식을 고양하기 위하여 만든 대표적인 의식화 교재라는 것. 21세기에 이 책을 읽는 일은, 백년 전 지구인들 가운데 일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를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

 나도 <강철은....>을 좋아하지만 결코 문학작품, 소설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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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1-13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는 대학생 때 읽었는데 21세기에 읽기엔 참 낡은 작품이기는 하죠. ㅎㅎ

Falstaff 2021-01-13 09:51   좋아요 1 | URL
이런 작품들의 운명적 종착점이 다 그런 거 같더라고요. 쉽게 헤지는 거. ㅋㅋㅋ

레삭매냐 2021-01-13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작권 따위는 아몰랑하는 출판사
의 책은 도저히 사 줄 수가 없네요.

게다가 중역의 의혹까지 있다면
더더욱! 왜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지...

아니 중역이면 중역이라고 당당하게
라고 수정해야 하나요.

Falstaff 2021-01-13 10:27   좋아요 2 | URL
대단히 슬프게도, 일어 중역의 수준이 직역보다 ˝읽기가˝ 나은 경우가 왕왕 있더군요. 일본인들은 번역에 무척 공을 들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전통의 속도전, 빨리빨리, 후딱 번역을 해치우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래 결과가 오히려 일어 중역이 직역보다 읽기가 수월해지는 ㅋㅋㅋㅋㅋ 말도 안 되는 현상이 벌어지곤 했던 거 같습니다.
맞습지요. 중역이면 어떠냐 이겁니다.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체코 언어 번역이 사실은 중역이다, 하면 어디가 덧나나요. ㅋㅋㅋ

레삭매냐 2021-01-13 10:31   좋아요 1 | URL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제가 예전에 어느 출판사에서 포르투갈
어를 사용하는 작가가 쓴 책을 냈는데,
역자가 독일어 번역하시는 분이라 이거
슨 중역이다라고 유추해서
별점 테러(1개!)를 가했더니 관련자인지
마구 뭐라해서 식겁했던 적이 있습니다.

결국 그 책은 사긴 했는데 그 때의 트라
우마 때문인지 아직도 못 읽고 있습니다.

속도전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절대 우리의 영업 비밀을 까지 마라가
아닌가 싶더군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유리 동물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8
테네시 윌리암스 지음, 김소임 옮김 / 민음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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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태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를 읽었다고 착각한 것은 책 표지 그림으로 쓴 같은 제목의 영화를 봤기 때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은 후로 유진 오닐, 아서 밀러, 테네시 윌리엄스 등의 미국 극작가들의 작품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경제와 자본주의, 반공주의 체제 속에서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제일 기초적인 단위인 가족 사이에서조차 의사소통 부재에 의한 단절과 소외, 물질에 대한 집착을 집요하리만큼 사실적으로 그린 미국의 극작가들. 그 가운데 인간의 허위의식과 그것에 대한 역겨움, 욕망으로부터의 소외, 단절, 탐욕 등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명품 극작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를 보탠다. 물론 같이 실린 <유리 동물원>도 명품의 관을 써야 마땅하다.
  같은 제목의 영화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지 않겠지만, 한정된 공간을 사용하는 희곡을 영화화한 것보다는 극작이 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물론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폴 뉴먼 등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배우들을 감상하고자 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미시시피 강 연안의 델타 지역에 잭 스트로와 피터 오첼로라는 동성 애인 소유의 거대 농장에 일꾼으로 들어간 폴리트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관리자 자리에 올랐고, 세월이 흘러 잭 스트로가 죽는다. 애인이 죽자 외로움 때문에 그랬는지 거의 곡기를 끊은 피터 오첼로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고 만다. 그래 2만8천 에이커에 달하는 거대 농장을 소유하게 된, 천생 농장의 경영주이자 자본가인 폴리트 씨. 세월은 그에게도 손톱을 숨기지 않아 어느덧 예순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하게 되고, 결장에 생긴 심각한 암종이 폐와 간, 신장 등 온몸에 전이가 되어 죽음을 예약하게 된다.
  변호사 큰아들 구퍼와 그의 아내 메이, 풋볼 해설가인 둘째 아들 브릭과 매기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다에게 아버지의 예비 개복수술 결과, 암이 아니라 단순한 결장 경련증이라고 안심시킨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큰아들 내외는 아버지가 평소에 둘째를 편애해 그에게 농장을 물려주지는 않나 싶어 아버지의 마지막 생일 파티에 가假 유언장을 만들어 온다. 작은아들의 처 매기는 구퍼에겐 다섯 명의 자녀와 곧 여섯 번째 자식이 나올 예정인 반면에 자신들에겐 아직 아이들이 없는 것이 유산 상속에 걸림돌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굳이 주인공이라면 둘째 브릭과 매기, 그리고 아버지 폴리트 씨라고 할 수 있다. 브릭은 타인들로부터 동성애 관계라고 의심을 받을 정도로 돈독한 우정을 쌓은 풋볼 동료이자 친구였던 스키퍼가 죽은 이후 알코올 의존증에 빠져버리는데, 자신이 술을 마시는 이유를 아버지에게 허위에 대한 역겨움이라 설명한다. 당사자인 브릭의 말을 제외하고 스키퍼와의 관계가 우정을 넘어선 동성애 관계였다는, 또는 아니었다는 아무런 증거도 극에서는 찾을 수 없다. 만일 동성애 관계였다면, 브릭이 주장하는 허위, 허위 행위를 스스로 행하고 있기도 한 것이리라.
  브릭의 처 매기가 바로 ‘뜨거운 양철 지붕 위에 오른 고양이’. 남부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 매기는 가난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너무도 잘 아는 삶을 살다가 부잣집 아들인 브릭과의 결혼을 통해 신분 상승에 성공한다. 브릭의 입장에서는 매기를 사랑해서 결혼했다기보다 그녀가 스키퍼와의 관계에 절묘하게 파고들어 어떻게 하다 보니 연을 맺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스키퍼의 죽음에 매기가 관련된 걸 안 이후 브릭은 여전히 빼어난 미모로 타인의 시선과 욕망의 한 가운데에서 남자들의 욕망이 가득한 시선을 즐기는 매기와의 접촉을 거부하고 산다.
  결혼 후에야 부유한 환경의 여유를 즐기기 시작한 매기 입장에서는 알코올 의존증에 점점 깊게 빠져가는 남편과의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결코 부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리하여 햇볕에 달궈진 양철 지붕 위에 오른 고양이처럼 가문의 상속을 받기 위해 팔짝팔짝 뛸 수밖에 없는 처지. 상속 논의가 결국 자손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이르자 건조한 결혼생활을 이어온 매기는 결정적인 마지막 뛰어오름을 감행하는데, 어떤 것인지는 매우 훌륭한 작품의 클라이맥스이니 직접 확인하시기 권하는 의미에서 알려드리지 않겠다.
  나는 예순다섯 번째 생일을 맞은 폴리트 씨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결장암인 것을 알고 난 뒤 집안 돌아가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음에도, 내가 산다면 얼마나 더 산다고 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그저 지나가는 풍경처럼 바라만 보다가, 생일을 맞아 이젠 단순하게 결장 경련증에 불과하다는 판정을 받아 앞으로 적어도 십오 년이나 이십 년은 더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갑자기 얻은 천부적인 사업가이자 농장주. 폴리트 씨에게 주어진 허위의 새 생명은 그를 원래보다 더 공격적이고, 여태까지 참아온 것을 만회하기 위해 매사를 모진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강했던 사람이 약자의 위치에 떨어졌을 때, 자신도 모르게 점점 공격적으로 바뀌는 것이 인지상정. 그도 역시 새로운 삶을 얻자마자 아들 브릭에게 젊은 여성을 향한 욕정과, 이젠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마음, 며느리들의 이전투구 등 세상 잡사에 대한 속물적 욕망을 드러낸다. 말기 암이 수반하는 극심한 고통까지 조금도 의심하지 않은 채로. 자기의 2만8천 에이커에 달하는 거대 농장과 몇 천만 달러의 현금재산을 사랑하지만 알코올 의존증에 빠진 것 같고, 동성애 성향인지도 모르는 둘째에게 상속해주느니 자신이 직접 경영하는 쪽을 선택한다.
  애초에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않은 부르주아 가정 속에서의 불협화음. 이 혼돈의 와중에서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매기는 매사에 의욕을 잃어버린 알코올 의존증 환자이자 남편인 브릭조차 어이없어 그냥 웃어버리게 만드는 마지막 발톱을 날리며 드라마를 완전한 비극 속에서 건져낸다.


  <유리 동물원> 역시 수작. 이 두 편을 함께 담아 책은 만든 민음사에게, 실로 오랜만에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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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1-12 0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가족간 막장 대화 한 장면

작은 아이가 오랜만에 집에 왔습니다. 때마침 양철지붕을 다 읽은 참이었습니다.
제가 이 책 표지를 보여주면서, 얌마, 너 말야,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눈에 욕망이 가득해서 얼굴을 어깨에 기댄채 바라보고 있는 거야. 해야겠냐, 안 해야겠냐.
아이 말하기를, 해야 합니다. 안 하면 천하의 나쁜 새낍니다.
근데, 저 폴 뉴먼이란 작자는, 안 해.
와, 때려 죽일 놈 같으니라고. 말도 안 됩니다.

이때 냉장고 문을 열던 아내가 책 표지를 슬쩍 쳐다보고 한 마디 합니다.
야, 나 같아도 했겠다. 그새끼 정말 나쁜 새끼네.

제가 이렇게 삽니다.

잠자냥 2021-01-12 0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별 다섯 개 주시니 왠지 제가 다 기분이 좋군요. ㅎㅎ 여기 실린 두 작품 모두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라서요. 저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보다 여기 실린 작품들이 더 좋더라고요. <유리 동물원> 때문에 닥치고 테네시 윌리엄스 팬이 되었다는. ㅎㅎ

Falstaff 2021-01-12 10:42   좋아요 2 | URL
저는, 정情도 첫정이라고 미국 극작 가운데 <밤으로의 긴 여로>가 젤 좋고요, 양철지붕이 그 다음 순서 정도 되겠군요. 아휴, 괜히 버터 냄새 운운하면서 부정하고 싶은데 도무지 미국의 극작가들, 대단하다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사실 윌리엄스는 욕망이라는... 때문에 그리 기대하지 않고 읽었습지요. 그래 더 화들짝 놀랐는지도 모릅니다. ^^

유부만두 2021-01-12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NT live 영상으로 보고 희곡을 읽어서인지 그 작품이 맘에 들었어요. 퇴폐적이고 출구 없는 지옥.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도 찾아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그런데 전 그 지붕 위에 고양이 대신 바이올린으로 제목을 헷갈려 하고 있고요.

Falstaff 2021-01-12 20:17   좋아요 0 | URL
ㅎㅎ 유쾌하신 유부만두님.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바이올린. ㅋㅋㅋㅋ
뭐 독자가 다 같은 감상이면 재미없잖아요. 전 욕망전차가 좀 폭력적이라서 그냥 에그머니, 했던 겁니다. 영화에서도 말론 브란도가 걍, 아이고, 그 아까운 비비언 리를 말입죠.
근데, 양철 고양이, 꼭 읽어보셔요. 물론 기대가 크면 안 됩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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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카제 1.3kg 구입 이후 0.5kg 사서 마심. 맛있음. 순한 맛. 산미 약간 못 미치지만 가격 대비 대박. 뭘 더 바라?
진하게 마시면 더 좋음. (여기에 ˝죽임!˝이라 썼었는데 어감이 좀 그래서 삭제) 여리게 마시면 약간 덜 죽이지만 그래도 홀랑 넘어감. 다만, 구입한 후에 얼른 얼른 드시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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