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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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를 위해 지금을 묶어둘 필요는 없다.

서른 다섯의 수짱, 싫어하는 말은 자아찾기.

 

수짱 이야기 시리즈 두번째.

수짱은 한 살 더 나이를 먹었고, 카페의 점장이 되었고,

절친했던 마이코는 결혼을 하고 다른 도시로 떠났다.

외로워서 어떻게 할까,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이내 사와코라는 친구를 13년만에 만나게 된다.

13년이라... 참 길고 긴 세월이다. 세월뿐만이 아니다.

사와코씨는 수짱이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의 사원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거리감이 있었을 텐데,

지금의 수짱과 카페의 아르바이트생들만큼말이다.

싱글 여성이라는 공통점은, 이 모든 간격을 묶어주는 것일까.

 

때때로 불안해진다.

이대로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하고.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는데

할머니가 된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수짱과

 

젊고 탄력 있을 떄의 몸을

아주 오랫동안 남자에게 보여주지도 못하고

아랫배엔 지방이 쌓여갑니다.

이제 곧, 나의 30대가 끝나려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와코의 고민을 결은 다를지라도 결국 모양은 똑같은 것 아닐까.

 

책을 읽다가 단기요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돌보던 노인을 가끔 며칠씩 요양시설에 머무르게 하는 것으로

수발을 드는 주변 사람이 덜 지칠 수 있게 하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는 있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는데

일본에는 이런 것이 있나보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이니까.

만약에 없다면 곧 우리나라에도 생길 수 있겠지.

 

자신의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즐거움

어른이 되어서야 겨우 손에 넣었다. 그래서

더이상,

잃고 싶지 않다.

결혼을 하더라도

이런 시간은 확보하고 싶어~

 

생활 속에서 이런 철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꼭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같지 않은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책은 끝난다.

다만 결혼한 여자들의 삶을 보여주고,

앞으로 노인이 되었을 때 예상되는 삶을 보여주고,

이 책의 결론은 결국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충실히 살라는 것.

하지만 싱글의 삶을 절대 예찬하고 있지는 않다.

'화려한 싱글보다 초라한 더블이 낫다'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더블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놓지는 못한다.

아마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오는 생각이 담겨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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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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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는 걸까?

직장에서 '씨'가 붙는 나이. 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수짱 시리즈 첫번째.

서른 네 살의 수짱.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그걸로 된 거라고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행복해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마음도 이해한다.

 

수짱 일기 한 부분이다. 아... 공감된다.

 

계속 '키슈'라는 단어가 나오길래 궁금해서 검색해봤더니

프랑스 북동쪽 알자스로렌 지방의 음식으로

달걀, 크림, 향신료, 양파, 조개, 버섯, 햄 또는 허브등으로 만들고 커스터드 크림등으로 채운

파이의 일종이라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많이들 먹고 있지는 않지만

일본에서는 꽤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젊은 사람에게 '젊음'의 우월감을 안겨주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젊었을 때

그렇게 대해주면 기뻤으니까.

누군가 젊음을 부러워해주는 건 기쁘다.

자신에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그래서 사실은 특별히 부럽지도 않지만 젊은 사람에 대한 서비스.

나는, 젊은 나로 돌아가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좋다.

그것은, 지금도 좋다는 뜻?

나, 변하고 싶었던 거 아니야?

변하고 싶다고 생각하려는 것뿐인지도.

'지금이 좋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세상에는 흐르고 있으니까~

 

아, 이 부분 정말 공감된다.

나는 스스로 만족하고, 더 어려지고도 싶지 않지만,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아무도 나에게 강요하고 있지 않지만, 더 젊어 보이지 않으면,

여기에서 더 어려 보이지 않으면, 마치 내 자신에게 미안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암묵적인 강요?

 

'서로를 의지하고 도우며

기쁜 일도 괴로운 일도 서로 나누며

함께 살아갈 것을 맹세합니다.'

결혼한다는 건 그런 식으로 약속하는 것이구나.

바람 피는 남자도 처음에는 약속했겠지~

그래서 결혼 따위 쓸데없다.

결혼 따위 무의미하다.

라고...생각하지 않는 내가, 아직 있다.

하지만 이대로 질질 끌다보면

언젠가는 결혼을 우습게 여기게 될 듯하다.

'평생 함께 하자',

라는 맹세를 하다니

그것만으로

굉장한 일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행여 그 맹세가 깨지는 일이 있더라도.

 

수짱의 친구 마이코의 생각 부분이다.

많이 사랑하지는 않지만 외로워서, 정으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나고 있는 그녀는

결국 스스로 그 관계를 끊어내고, 결혼중개소의 맞선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

보는 사람이 다 아슬아슬했는데, 결국 시기를 놓치지 않고 더 질척이는 곳으로 발을 들이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결혼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과 주변 사람들의 이런저런 잣대 속에서

상처받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결국, 노력하여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서도 참 다행한 일이다.

물론 그 선택에 대해서의 고민은 새롭게 또 생겨날 것이지만

행여 그 맹세가 깨지는 일이 있더라도 결혼식에서의 약속이 굉장한 일인 것처럼

그 또한 그럴 것이다.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결혼의 신성한 부분은 존중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스스로 그 공범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것과

행여 그 맹세가 깨질 수 있다 하더라도, 일단 그 굉장한 일을 마음에 품고 결심한다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응원해주고 싶기도 했다.

 

이런 때에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는 안 된다.

수다 떨면서 기분을 풀기에는 이르다.

상처받은 자신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자.

상처받는 건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아, 이 부분은 또 얼마나 와닿았는지.

짝사랑했던 가게 매니저가 1년이 넘도록 동료와 연애 중이었고 곧 결혼한다는 소식에

상처받은 수짱의 생각이다. 남들이 보면 사소한 해프닝에 불과하겠지만

그조차도 마음이 아파 의기소침해진 대목.

나의 경우에는, 고민이 있으면 이리저리 이야기하지 않고

늘 혼자 가만히 생각을 했던 적이 많았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에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은 적이 대부분이었는데

오히려 결정적인 선택에 관련된 일일수록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을 읽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의 고민을 가볍게 여기기 싫어했었구나,

내 자신이 어느 정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누구로부터이든지 무방비 상태로 상처받지 않도록

스스로 보호하려고 무진장 노력했었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의 마음이 보이지 않을 때는

그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상담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리고 계속 그렇게 해왔던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여러 모습의 내가 모여서

하나의 내 모습을 만들고 있다.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늘려간다.

 

이 부분도.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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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이성 친구 (작은책)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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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화의 분위기는, 오래 전부터,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어쩌면 너무 오래 전부터 약한 불 위에 올려 놓은 어떤 음식이 설핏한 저녁 햇살 속에서 천천히 익어 가고 있는 시골 부엌의 분위기만큼이나 아늑했다."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은 구절이자 이 책을 잘 설명하고 있는 구절인 것 같다.

속 깊은 이성 친구... 실제 그대로 번역한 것인지 아니면 의역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참 함축적이면서도 시적이고 책 안의 모든 이야기를 포괄하는 내용인 것 같다.

40편 정도의 짤막짤막한 이야기들. 이야기들은 대체로 한 장을 넘어가지 않고,

삽화는 그 이야기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잡아낸다.

 

기-승-전-결 이 없고 단지 남녀 사이의 스쳐지나가는 짧은 순간,

어쩌면 그 순간은 사람에 따라서 평생을 뒤흔들 순간이 될 수도 있고

뇌 속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그저 날아가버릴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 순간을 작가답게 포착하여 두고두고 펼쳐보고 싶은 이야기책을 만들었다.

 

동성이 아닌 이성, 그러나 아직 연인은 아닌 친구, 격렬하고 열정적인 사이는 아니지만

꼭 거기에 있어서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고, 아직 정의되지 않은 우리 사이를

침착하게 관조할 수 있는 속 깊은, 그런 이성 친구. 누구나 그런 존재를 꿈꾸고

어쩌면 그 이상을 바랄 수도 있고. 이 책은 오늘같은 봄보다는 가을에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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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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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1969년에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놀랄 것이다. 다정다감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최소한의 선과 색만 사용했지만 따스함이 넘치는 그림. 한마디로 '우정'에 대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알맞는 책, 이 책이 최근도 아닌 40년도 더 전에 만들어졌고 지금 봐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는 것. 아마도 첫번째 이유는 책이 훌륭해서일 것이고, 두번째 이유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내가 고등학교 시절,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우리 반에는 이 책의 주인공처럼 걸핏하면 얼굴이 빨개지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물론, 그 아이는 시도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아니었다. 흔히들 얼굴이 빨개지는 바로 그런 상황이 유독 그 친구에게는 좀 잦았다. 그만큼 순수하고 또 순진한 친구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친구에게 역시 우리 반의 한 여자아이가 선물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선물한 때가 남자아이의 생일이거나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그리고 두 친구가 사귀거나 소위 말하는 "썸을 타는" 사이도 아니었다. 물론 그 시대에는 그런 말도 없었지만. 여자아이가 선물을 주기 전부터 이 책에 대해 이야기했고, 선물을 주는 그 과정을 내가 전부 목격했던 것은 내가 남자아이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었다거나 그 여자아이가 내 절친이었던 이유는 아니었고 오로지 내가 앉은 자리가 그 둘의 중간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 둘은 바로 붙어 앉아있지는 않았지만 각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아도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자리에 있었고, 내 자리는 그 둘의 중간쯤이었다. 그리고나서는? 별 일 없었다. 그걸로 끝.

 

약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이 책을 다시 보자마자 그 때의 일이 어제처럼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된 아이들이 등장하는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이 나오기 전까지 얼굴 빨개지는 아이의 절친인 재채기하는 아이는 당연히 여자아이인 줄로만 알았다. 내 고등학교 동창 중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에게 책을 통해 마음을 표현한 것이 분명했을 것이기에. 아마도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게 호감이 있었을 것이고 남자아이는 아니었겠지. 물론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기억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언급한 책도 아니고, 나와 절친했던 여자아이가 좋아했던 책도 아니고 사실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는 책이었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고등학교 때의 그 일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지고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각색되어 기억에 남아 있는 느낌이다. 어쩌면 내가 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씁쓸하거나, 부끄럽거나, 안타까운 느낌이 전혀 없이 그저 갑남을녀의 예쁜 한 때로만 기억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작 당사자들은 그 일을 기억하지도 못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하지만, 아마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둘 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몇 년이 흘렀고 사회인이 되면서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도 그 때와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남자아이는 순수의 시절을 지나 더 이상 얼굴이 빨개지지 않을 수도 있고 여자아이도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먼저 선물을 하기보다는 선물을 받아내는 방법을 터득했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일은 분명히 둘 다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40년이 넘어선 생명력을 지닐만큼 훌륭한 책이니까. 남자아이는 소장가치가 분명한 이 책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 같고 자기 방 책꽂이 한 편에서 볼 때마다 그 때 기억을 떠올릴 테니까. 여자아이는 이 책을 소개하는 예능 프로를 볼 때마다, 어쩌면 서점의 스테디셀러 코너를 지날 때마다 그 때 추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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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7 - 일본 1 : 일본인 편 먼나라 이웃나라 7
이원복 지음 / 김영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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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 이 책을 읽었다. 가기 전에 일본과 관련된 책을 읽으려고 몇 권 빌렸는데 읽지도 않고 그냥 반납하고 말았다. 사실은 패키지 여행 중 하루를 빼서 자유 여행을 다니려는 계획을 세우고 일본 관광지에 대한 책을 두 권이나 빌려서 가지고 간 건데 그냥 가이드가 따라다니는 옵션 여행을 했고 책은 다 읽지도 못한채 캐리어만 무겁게 만들고 나서 일본에서 다녀온 직후 반납하고 말았다.

 

이 책은 일본에서 돌아온 후 일주일 쯤 지난 후에 빌린 책이다. 사실 내가 빌린 것은 아니고, 막내가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워낙 좋아해서 빌려온 것을 내가 보게 되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있었던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현재 초등학생인 내 동생이 보고 있다니 이 시리즈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언제 보아도 어떤 개정판을 보아도 이 책은 한번 손에 들면 끝까지 읽어나가게 한다. 만화로 그려서인지 글을 읽을 때보다 내용이 더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림으로 연상되니까. 흔히 학습 만화가 어린이들 수준에서 그리고 있어서 어른들은 읽지 않지만, 이 책은 오히려 어른들이 더 많이 찾는 것 같다. 그만큼 내용이 충실하고 오히려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라고 생각되는 전문적인 내용도 많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너무 많지만, 그래서 다른 점이 더욱 더 두드러지고 신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장점을 7개로 집어내었고, 다시 그 7개를 뒤집어 약점으로 연결시켰다는 점이었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 게 당연하기에,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이 지금의 일본이 될 수 있었던 7개의 장점이 21세기에 들어서는 도리어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으로 연결시킨 것이 흥미로웠다. 단순히 일본의 이것은 좋고, 이것은 부럽고, 이것은 나쁘고, 이것은 배워야 하고, 이렇게 나열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엄청난 저축열이 세계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에 밑거름이 되었으나 쓰지 않고 저축하는 국민들의 습관이 현재의 국가 경제에는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매사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습성이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었으나 그로 인한 인건비 상승으로 경쟁력에서 되레 뒤처지고 말았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사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겠지. 한국인, 하면 생각나는 빨리빨리 문화는 새치기, 참을성 부족 등 부정적인 영향을 낳았으나 한편으로는 스마트폰, 초고속 인터넷 등의 좋은 점도 낳았을 테니까.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장점이 단점으로, 단점이 장점으로 전환되는 것도 한순간일 듯.

 

정관경 유착, 대기업 중심의 경제는 우리나라와도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흥미로웠고 일본 특유의 친절함, 오타쿠 문화에 대한 설명도 재미있었다. ‘와’로 설명되는 일본의 모든 것, 특히 그것이 오타쿠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정말 기발하고 꼼꼼한 설명이었다고 생각된다. ‘메이와쿠’를 끼치지 않으려는 ‘기쿠바리’에서 나온 ‘야사시’에서 비롯된 친절이 타인에 대한 배려, 준법, 자율 정신, 에티켓 아는 국민, 질서 존중이라는 선진국의 조건을 충족시켰다는 결론이 뭔가 모호했던 일본과 일본인들의 특성을 설명해주는 거 같아 시원했다. 아마도 일본 영화 전차남에서 에르메스 그릇 세트로 고마움을 표현한 여주인공도, 이번 일본 여행에서 디지털 카메라의 기기 결함으로 당황했던 동생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고 로비 컴퓨터를 독자적으로 쓰게 해주는 등의 노력으로 결국 사진을 전부 복원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호텔 지배인도 이해가 갔다. 일본 국민의 친절함이 어디에서 왔는가, 이것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믿음이 어떻든지 한번 왔다 가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기분 좋을 수밖에 없는 현실일 것이다.

 

당연하지만 요새 젊은 세대는 다르겠지. 이런 말은 책에도 나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바탕에 깔려있는 본질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아무리 서양화되었다 해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가족이나 부모님의 존재가 예전만큼 절대적이지는 않아도 여전히 큰 산 같은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일본 드라마나 영화, 만화에서는 매우 다른 인간형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렇듯 그것은 절대다수를 반영한다기보다는 일종의 판타지가 투영된 측면이 더 클 것이다. 드라마 커피프린스의 한유주처럼, 남녀를 불문하고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사는 사람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없는 것처럼.

 

어떤 이유로 설명하든, 동양의 작은 나라, 패전국가가 이만큼이나 대단한 나라가 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실제로 책만 읽었더라면, 생각보다는 별 거 아니네~ 할 수도 있었겠지만 직접 여행을 다녀온 직후, 감흥이 식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접했기에 감탄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바라보는 시각보다, 직접 가서 겪으면 더 감탄할 수밖에 없는 나라인 것 같다. 중학교 때 일본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놀랐을 정도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우리나라가 10여년 돈안 엄청난 성장을 했다는 뜻이겠지.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 엄마는 일본도 대단하지만, 이 일본을 이만큼이나 따라잡은 우리나라도 대단하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해서 유학은 디자인 학부로, 국내에 돌아와서는 당시만 해도 천대받던 만화에 뛰어들어 학습만화, 교양만화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였고 현재도 해외 일러스트계에서는 인정을 받고 계시다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외국만화를 베끼는 아르바이트를 하셨다는데 취미를 특기로 살리고 그것을 본인의 전공과 결합하고 직업적인 발전을 삼은 분이구나, 하는 생각에 롤모델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해보았다. 나도 어릴 때부터 틈틈이 그림 그리는 재주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또 한편으로는 이분이 고등학교 때 만화 아르바이트를 하실 때만 하더라도 지금의 이런 모습을 상상하셨겠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지금 내가 하는 일들 중 ‘뻘짓’처럼 보이는 일들 중에서도 미래의 나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한편으로는 힘도 나고 안심도 된다.

 

오랜만에 다른 먼나라 이웃나라 책들도 읽어볼까. 개정판이 나왔다는데. 어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시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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