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 첫 번째 이야기 - 매일 1cm만큼 찾아오는 일상의 크리에이티브한 변화 1cm 시리즈
김은주 글, 김재연 그림 / 허밍버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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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그림과 글을 같이 봐야 한다. 글만 보아도 참 좋지만, 그림과 함께 볼 때 더 의미가 살아난다. 가령,

 

 

여자의 쇼핑

 

여자의 역사는

쇼핑의 역사다

 

 

이 짧은 글과 함께, 책 한 페이지를 채우는 거대한 퇴적층이 등장한다. 평생동안 쇼핑한 물건이 쌓인 거대한 퇴적층이. 보면서 웃음이 나온다.

 

 

식빵 사이 잼

 

일상이 식빵이라면

행복은 식빵 사이

잼과 같다

 

숨겨져 있지만

일상을 달콤하게

만들어준다

 

 

바삭하게 구워진 식빵 그림이 책을 펼치면 양쪽으로 등장하고, 이 글은 책 한 페이지를 꽉 채운 식빵 그림 위에 마치 잼처럼 빨간 글씨로 씌어 있다. 잘 구워진 향긋한 빵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달착지근한 잼이 혀에 닿는 느낌으로 이 글을 읽다 보면 일상이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인생이 긴 자라면 우리에겐 1cm만큼의 사랑이, 믿음이, 지혜와 열정이, 위트가, 휴식이 더 필요하다.

 

사람을 1cm 더 깊이 들여다보고,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 고정관념을 1cm 바꾸고, 일상에 숨 쉴 틈 1cm으로 매일 1cm 자라기 위해서 말이다.

 

남자의 자격

 

비올 때 곁을 지켜 준 남자라면 무지개를 같이 볼 자격이 있는 남자다

 

 

청출어람

 

휼륭한 스승은 제자에게 가야 하는 길을 보여주고

훌륭한 제자는 스승에게 가지 못한 길을 보여준다

 

 

고통 없이 맛보는 열매

 

고통 없이

맛볼 수 있는 열매가

세상에 있다

 

그것은

베토벤의 교향곡이며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며

르네 마그리트의 순례자이며

로뎅의 지옥의 문이다

 

우리는,

창조의 고통으로 맺어진 그 열매를,

약간의 대가를 지불하고선

고통없이 맛본다

 

천재들에 감사한다

 

 

자물쇠는 하나지만 열쇠는 여러 개

 

인생에 있어

자물쇠는 하나지만 열쇠는 여러 개

 

예를 들어,

우울한 기분이라는 자물쇠를 풀 수 있는 열쇠는

 

1리터의 물 혹은 1미리 리터의 눈물

Paris Match의 Saturday처럼 기분 좋은 곡

5분 동안의 전화수다 혹은 10분간의 낮잠

산책 나온 강아지 쳐다보기

꼬리에 꼬리를 무든 인터넷 쇼핑

가벼운 운동화 신고 조깅하기

오래된 편지 꺼내보기

....

...

..

 

그러니 지금

이별이든,

괜한 우울이든,

시험 낙방이든,

풀기 힘들 것 같은 자물쇠를 쥐고 있다면

잠깐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자

 

열쇠들은 의외로 아주 쉽게 얻을 수 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옛 여자친구의 이름을

여자친구 이름 대신 부를 확률

 

험담을 쓴 문자를

당사자에게 보낼 확률

 

최근 살이 찐 직장동료에게

임신 몇 개월이냐고 물어볼 확률

 

자물쇠로 잠그는 일기장을

열쇠와 같이 잃어버릴 확률

 

인생에는

치명적인 실수를 할 확률이

곳곳에 도사린다

 

오늘 하루,

기쁜 일 없이도

감사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간절히 원하면 길이 생긴다

 

간절히 누군가가 보고 싶은 자에겐 그 사람에게 가는 길이~

 

간절히 꿈을 이루고 싶은 자에겐 그 꿈을 도와줄 수 있는 길이~

 

간절히 여행을 가고 싶은 자에겐 티켓을 구할 수 있는 길이~

 

간절히 살고 싶은 자에겐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길이~

 

그것은 삶의 마법이다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우리는 누구나 마법사가 된다

 

 

예를 들어

 

예를 들어 혜정이,

예를 들어 재연이,

예를 들어 상욱이,

예를 들어 제임스,

예를 들어 기석이,

 

누군가 당신을 예로 들 때

그것은 어떤 예일까?

 

인생을,

조금 더 멋지게 살아야 할 이유는 많다

 

 

보물찾기

 

어디엔가 내가 매일 듣고 싶어할 음악이 연주되고 있을 것이다

어디엔가 내 입맛에 딱 맞을 음식이 요리되고 있을 것이다

어디엔가 내 눈을 감지 못할 풍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어디엔가 내 평생을 함께 하고픈 사랑이 살고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인생의 보물이다

인생은 보물찾기다

찾으려 해도 찾아지지 않는

찾지 않아도 우연히 찾아지는...

 

보물들은

어디에선가

어느 때인가

숨어 있다가

나타난다

 

그것이

매일매일 설레도 좋고

매일매일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

 

하루의 어디엔가 한 달의 어디엔가 일년의 어디엔가

보물은 숨어 있다

집 안의 어디엔가 거리의 어디엔가 여행지의 어디엔가

보물은 숨어 있다

지나는 시간시간, 내딛는 발걸음발걸음

그 안에 숨어 있다 나타난다

 

오늘은 찾지 못해도 슬퍼하지 말 것

내일은 찾게 될지 모른다

여기서 찾지 못해도 실망하지 말 것

멀리서 찾게 될지 모른다

 

때로는 보물을 찾는 과정이 보물이다

기대하고 설레는 것은 보물을 찾는 것만큼 즐겁다

 

인생은 보물찾기다

찾게 되면 즐거운,

찾지 못해도 여전히 즐거운-

 

그렇게 생각하는 누구에게나,

 

인생은 보물찾기다

 

 

세상이 나로 인해 좋아진다

 

1년이 365일로 나눠져 있는 것은,

365번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태양이 매일 떠오르는 것은,

매일 새 힘을 북돋워주기 위해서이다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생각을 믿어라

그리고 365번의 기회와 매일 주어지는 새 힘을 활용하라

생각을 믿고, 그 생각대로 움직인다면 결국,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세상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나로 인해 세상이 나아짐을 보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이다

 

자신의 재능, 자신의 성향, 자신의 상황

이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찾아내고

그 이유를 염두에 두며

그 이유대로 움직여라

 

신은 아무런 이유 없이

당신을 세상에 내놓을 정도로

한가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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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최영선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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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니콜라 시리즈로 유명한 장 자크 상뻬의 책이다.

 

어느 블로그에서였나? 장 자크 상뻬의 대표적인 그림책 시리즈 3권이라고 해서 얼굴 빨개지는 아이, 속 깊은 이성친구, 그리고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세 작품을 들었는데 검색해보니 시리즈가 다르게 묶이는 것 같다. 어쩌면 각각 독립된 책인데 출판사 쪽에서는 편의상, 내가 본 블로그 주인은 주관적으로 분류했을 수도 있지만.

 

상뻬의 그림은 수채화인가? 아무튼 투명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 든다. 갸냘프고 떨리는 것 같은 선들은 주인공들의 소심하면서도 예민한, 또 순진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매니아도 아니라서 그림의 의미를 좀 더 알기 어려운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문외한이 나 같은 사람들이 아무런 지식이나 의미 해석 없이도 편안하게 책을 감상하고, 자꾸 또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은 분명히 상뻬의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자전거-따뷔랭

햄-프로냐르

안경-비파이유

 

사진-피구뉴

 

이렇게만 보면 그저 밋밋했던 흐름에 의외의 비밀로 인해 긴장이 생기고, 그 긴장은 마지막 장까지 이어진다.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던 것은, 왜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일까 하는 것이다.

아마도 마지막 장에서 결국 비밀을 털어놓을 용기가 생기기 전까지, 따뷔랭은 '아이'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어서일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히 그것을 좋아하고 잘 하는 능력을 가졌다의 정도가 아니라, 좀 더 복잡한 매커니즘이 관여하는구나, 하는 다소 철학적인 생각과 함께, 반드시 내 일을 좋아하거나 잘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위로, 그리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슷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의외의 우연(!)이 나에게도 올 가능성은 분명히 있으며 그 때는 나도 '결정적인 순간'을 내 인생에서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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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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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이런 친구 한 명 쯤 있었으면!

현실적으로 내가 숲에서 살 수는 없을 것 같으니까.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자연에서 살고 있는 가까운 친구가 있다면,

주말마다 방문해 좋은 공기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먹고 돌아올 텐데.

 

30~40대 워킹우먼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마스다 미리의 작품답다.

마스다 미리하면 당연히 수짱 시리즈인데, 그 외에 작품도 많이 쓴 것 같다.

여기에는 잠깐 수짱이 등장하는데, 그 장면이 수짱 시리즈에 이미 한 번 등장했던 장면이다.

미리 계획을 했던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끼워맞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흐뭇하다.

 

정신없이 도시에서 일하다 보면, 간절히 자연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하지만 훌쩍 떠날 용기도, 의지도, 여건도 되지 않아 아쉬울 뿐...

어쩌면 그 판타지를 채워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야카와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그래, 시골에서 살자.'

확고한 의지로

결심했던 것이 아니라

되는 대로 해보자,

한번 해보지, 뭐!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 책의 맨 첫 장의 내용이다. 정말 좋았던 게,

요즘은 마치 힐링하는 것도 의무로 되어 있는 게 아닐까 느껴질 정도로

온갖 마음의 평안, 힐링... 이런 키워드들이 넘쳐나고

모든 것을 탁 놓아두고 홀가분해져야 하는데

그 과정이 오히려 더 이것 저것 준비를 수반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 것 같아

번거로울 때가 있었다.

뒤에 나오지만, 하야카와가 시골에 살기로 마음 먹은 것도 좀 황당하다면 황당할 수 있다.

잡지 독자 응모에 당첨되어 하이브리드 카가 생겼는데 도쿄의 주차장이 너무 비싸

과감하게 시골로 이사를 했던 것.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차를 팔고 그 돈을 가졌을 텐데.

무모한 것일까, 아니면 대단한 것일까.

 

저 장에서의 그림은 주인공 하야카와가 해먹을 쳐서 눕는 장면인데

열심히 치고 나서는 그다지 편하지는 않구나, 하고 느끼는 장면이다.

이런 것도 마음에 들었다.

 

숲에서 살고 있으니 당연히 밭을 일굴 것이라고 친구들은 생각하지만,

주인공은 그저 이사만 왔을 뿐, 택배를 통해 훗카이도의 감자와 가네자와의 고등어 초밥을 주문한다.

 

숲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을 방문할 때마다

친구들은 그녀에게 도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를 선물한다.

'스바메 그릴'의 햄버거 도시락

'사이공'의 짜조

'센비키야'의 과일샌드위치

'오가와켄'의 레이즌위치

'데멜'의 초콜릿(오스트리아 황실 전용 베이커리가 도쿄에 지점이 있다니!)

'치모토'의 야쿠모모찌

니혼바시 '히야마'의 소고기

'우사기야'의 도라야키

 

숲에서 살면 도시와는 아예 담을 쌓고 시골의 삶을 추구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고

아직 도시를 그리워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편안하다.

 

주말엔 숲으로가 숲에서의 주말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숲에서 주말을 보내고 난 친구들이 됴쿄로 돌아가고 난 후이다.

 

나무의 싹이 돋는 모습을 바라보며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는 하야카와의 말을 떠올리며 신입에게 친절하게 한 번 더 가르쳐주는 마유미.

또, 여행사에서 일하는 세스코는 진상 손님 때문에 일을 그만둘까 하다가도

너도밤나무는 건축재로 사용하지 못할 만큼 부드러운 나무지만, 눈이 쌓여도 휘어질 뿐 부러지지 않아 추위에 강하다고, 어두울 때는 발밑보다 조금 더 멀리 헤드라이트를 비춰서 보며 가는 거라고 하는 하야카와의 말을 떠올리고 다시 기운을 낸다.

똑바로 나갈 것인지 작게 회전하며 빠져나갈 것인지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한다는 카약은

마유미가 직장에서 떠올릴 때, 회사는 커다란 바다가 아닌 좁고 작은 곳이며, 바위도 굴곡도 있는, 똑바로 나갈 수 없는 곳이니 작게 회전하며 빠져나가자, 하는 생각으로 전환된다.

 

마지막 장의 눈토끼 사진. 싹이 돋는 계절로 시작해 책이 다 끝날 무렵 신년회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데, 어김없이 주말을 이용하여 숲을 찾은 하야카와의 친구들은 하야카와와 함께 눈토끼를 만든다. 마지막 장에 눈밭을 배경으로 등장한 눈토끼 세마리. 눈토끼는 우리나라의 눈사람 같은 것일까? 이 책에만 등장한 것은 아니고 나츠메 우인장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주인공이 눈토끼를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큰 눈덩이 위로 작은 눈덩이 올리는 정형화된 눈사람처럼, 이런 방식의 눈토끼가 일본에서는 관습인듯?

 

한 번 읽으면 싱그럽고, 두 번 세 번 읽으면 마치 점점 짙어지는 것 같은 느낌. 꼭 숲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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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짱의 연애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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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는 인생과 낳지 않는 인생,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서른 일곱의 수짱, 연애만큼 일도 좋다, 장점만큼 단점도 좋다.

 

수짱 시리즈 네번째 이야기.

어느 새 또 일년이 흘렀다. 가게 점원에서 점장에서

이제 수짱은 유치원에서 일한다.

아이들을 상대하는 직업이라서 그런지

전체적인 톤이 참 평화롭고 좋다. 꼭 파스텔톤 느낌이랄까.

원장선생님이 텃밭을 돌보고

그 텃밭에서 수확하는 채소를 반찬으로 쓰고

원장선생님의 아내는 영양사.

그 곳에서 수짱은 급식조리사로 일한다.

 

아이들의 편식을 없애기보다

좋아하는 것을 점점 늘려주자는 것이 미도리 선생님의 생각입니다.

그 둘은 비슷하면서도 같지는 않아.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면 새로운 음식을 접할 일이 드물어진다.

그래서 아이들이 새로운 음식과 만나는 소중한 체험을 하는

현장에 있다고 생각하면

몸까지 긴장돼.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전과는 다르게

수짱이 얼마나 자신의 일에 애착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어 흐뭇했다.

 

물론 고민은 여전하다.

 

결혼도 한 하고 아이도 없으면 축하받을 일이 적은 인생이야.

'축하해'라고 열심히 말할 뿐, '고마워'라고 말할 기회는 적지.

 

이 정도는 약과다.

 

결혼하지 않는 그리고, 아이도 낳지 않는 여자들은 많다.

그 영화배우도 그 탤런트도 그 작가도

이렇게 찾아보면서 안심해봤자

결국 다른 사람들 인생이지.

아이를 낳지 않는 인생이라면

나의 생리는

무엇을 위해 있는 걸까.

 

이 부분은 정말 내 일처럼 마음이 아프다.

 

다만 수짱 시리즈를 읽어나가면서

한 권 한 권 읽으며 수짱은 나이가 들어가지만

오히려 그만큼 초조함은 더 줄어들고, 여유와 즐거움이 더 늘어나는 느낌이다.

왠 역설인지?

아마도 작가는 또래의 30대 여성들에게

자기 방식으로 위로와 격려를 전달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제목은 수짱의 연애지만,

여기서는 본격적인 연애보다는

잠시 썸만 타다가 끝난다.

4살 연하의 서점 직원, 그러나 애인이 있다.

예전 직장에서부터 점장이었던 수짱을 마음에 은근히 들어했고,

1년만에 우연히 다른 서점에서 마주치며 번호를 교환하게 된다.

약간의 밀당과 설렘이 오가고

끝나버릴 것 같던 만남에 살짝 희망이 비치면서 끝이 난다.

완벽한 해피엔딩이라면 오히려 너무 판타지였을 것 같고,

딱, 이 쯤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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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싫은 사람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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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서른 여섯의 수짱, 부모님이 결혼 화제를 피하기 시작했다.

 

수짱 시리즈 세번째.

첫번째에서는 마이코가, 두번째에서는 사와코가 있었다면

여기에서는 사촌동생인 아카네가 있다.

서른에 접어든 아카네도 수짱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직장 내 인간관계의 어려움, 그리고 결혼에 대한 압박.

 

직장 내 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지옥일 것이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미국이든, 유럽이든,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의사를 직설적으로 밝히기 힘들고,

연장자와 선배를 우대해주는 문화가 확실한 우리나라나 일본이 더 힘들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혼네'와 '다테마에'의 문화가 있는 일본이 오히려 스트레스는 더하지 않을까.

 

제 3자의 한가로운 소리일 수 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싫은 소리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아카네나 수짱이 답답했다.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이 있는 걸까?

마음에 들지 않아도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 더 많은데,

왜 마음속에만 담아두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걸까?

나를 흉보는 것도 아닌데...

나, 무엇때문에 상처받고 있는 걸까.

뭔가 강요받는 느낌이 들어~

'이런 게 마음에 들지 않아'

라는 타인의 불쾌감은,

'너는 이런 일로 나를 화나게 하지는 않겠지?'

라는 공기같은 협박.

 

이렇게 크게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속시원하다기보다는 답답한 마음이 너무 컸다.

자신의 마음을 분석해서 그 원인을 알아내면 뭐하나,

결국 해결책은 없는데, 아니 해결하려 하지 않고 속으로 참기만 하는데.

 

상관없잖아,

나중 일 따위.

눈앞의 일이

지금의 내게는 중요한 것 아냐?

왠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꼬이고 꼬여서 풀리지 않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싫어하는 사람의 장점을 찾기도 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좋아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그러다 그것이 안 되면, 자신이 나쁜 사람 같아서

다시 괴로워져.

도망갈 곳이 없다면

그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

이때는

탈주밖에 없어.

그만두자.

일, 그만두자.

뒷일 따위 알게 뭐야.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고.

나, 나쁘지 않아.

누가 뭐라고 해도

그곳에서 도망가는 내가

맞는 거야.

그 사람을 싫어하는 나도 틀리지 않아.

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여기까지 결론을 내린 후 오랜만에 꽃향기를 느끼는 수짱을 보고,

나도 그제서야, 책을 거의 다 읽고 거의 끝까지 와서야 마음이 후련해졌다.

수짱은 그로부터 세 달 후, 이런저런 거짓말을 해서 유급휴가를 소화해가며

회사 면접을 보러 다녔고 마침내 이직을 하게 된다.

결혼과 동시에 사직을 생각했던 아카네는 전근가는 애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1~2년 후 결혼을 하기로 계획을 바꾼다.

결혼 후에도 계속 일할 것을 종용했던, 아니

결혼 자체에 대해 뜨뜨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던 애인이,

자신의 전근이 결정되자마자 따라와달라며,

그곳에 가서 파트타임을 찾아보자고 권유하자 정신을 차린 것일까.

마치 장기판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말을 상대가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잠시 멈춤을 한 것이다.

언뜻 보면 거기서 거기인 것 같지만,

사실 아카네도 수짱도 엄청난 발전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하자, 모두 난처해했지만

그딴 거 알게 뭐야.

'떠나는 새는 머물던 자리를 더럽히지 않는다'라고 하지만

난 새가 아니니까~

 

수짱의 이 독백 부분에서는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일을 그만둔 이유에

'엄마 위독'도 넣었는데......

괜찮아, 괜찮아. 그 정도야.

너를 위해서라면

엄마는 몇 번이라도 죽어줄 테니까.

 

수짱과 엄마의 이 대화 부분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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